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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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그리운 부석사' 중에서

 

1973년부터 2021년까지, 정호승의 시인의 50년을 담고 있는 275편의 대표작을 한 권에 담은 시선집이다. 데뷔작인 <첨성대>를 비롯해 널리 사랑받은 <수선화에게>, <산산조각>, 오늘의 시인을 보여주는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당신을 찾아서> 등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시집을 전혀 읽지 않는 이들도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로 시작되는 <수선화에게>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교과서에도 시가 실려 있는 국민 시인이기도 한 그는 그 동안 천 편이 넘는 시를 발표해왔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쉽게 읽히는 시들을 써온 시인이라, 50년이라는 긴 시간의 의미가 더 남다르게 느껴진다.

 

특히나 이 시선집은 275편의 시들을 발표 순서대로 배열해 두었기 때문에, 한 편씩 읽는 것만으로 정호승 시인의 시 세계를 한눈에 만날 수 있다. 혹시 시집이 아직 어렵게 느껴진다면 권말에 실린 김승희 시인과 이숭원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이 책은 2014년 출간된 동명의 시집의 개정증보판이지만, 130편 이상의 시가 교체되거나 새로 수록되었다. 그러니 정호승 시인의 시들을 좋아했던 독자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의미있는 시선집이다.

 

 

 

문 없는 문을 연다
이제 문을 열고 문밖으로 나가야 한다
문 안에 있을 때는 늘 열려 있던 문이
문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갑자기 쾅 닫히고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문 없는 문의 문고리를 당긴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문 없는 문' 중에서

 

정호승 시인의 작품을 절절한 사랑에 대해,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인생을 관조하게 하는 서정시들로 기억했는데, 이번에 만난 시집에서는 조금 더 시간의 폭이 넓어서 그런지 무게감이 느끼지는 묵직한 시들도 많았다. 암울한 현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거나, 정치적 억압 등 시대상을 그리고 있는 시들이 인상적이었다. 시인은 서두에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사람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시가 가득 들어 있다. 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고 읽는 사람의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이 아직도 시를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시를 조금 편하게 대해도 된다고, 시는 쉽게 읽어도 되는 거라고 말해주는 초대장처럼 들렸다. 난해성과 다의성으로 다소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여타의 시들에 비해 그의 작품들이 친근하게 읽히는 이유도 바로 이런데 있을 것이다.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바닥은 보이지 않지만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바닥까지 걸어가야만/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로 시작되는 <바닥에 대하여>라는 마음에 남았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는 말이 뭉클했기 때문이다.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면 되는데, 그 마음 먹기가 참 쉽지 않다. 바닥의 바닥까지 가보고 다시 굳세게 일어선 사람이라면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을 것이다. 누구나 절망의 끝에서, 암담한 심정으로 포기하고 싶을 때, 이 시를 읽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시가 담담하지만 뚝심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줄테니 말이다.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당신에게, 별을 바라보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정호승의 시들을 추천한다. 맑고, 깊고, 단단한 시인의 목소리가 희망을 보여줄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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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호세 홈스 그림, 김수진 옮김, 스티그 라르손 원작, 실뱅 룅베르그 각색 / 책세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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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는 전체 10부작으로 기획되었지만, 6부로 완성되었다. 스티그 라르손이 3부작을 집필해고, 그의 사후에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이어 3부작을 완성했다. 이번에 그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프랑스 시나리오 작가 실뱅 룅베르그의 각색, 마블 코믹스에서 화려한 일러스트를 선보였던 호세 홈스의 그림을 통해 그래픽 노블로 새롭게 탄생했다.

 

원작이 무려 688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었던 터라 이번 기회에 그래픽 노블 버전으로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다. 영화 같은 편집과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전개로 누구라도 쉽게 스티그 라르손의 세계에 들어가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픽 노블 버전을 만나면서 '밀레니엄' 시리즈의 압도적인 주인공이자 전무후무한 여성 캐릭터인 리스베트가 어떻게 그려질 지 매우 궁금했다. 리스베트는 신장 154, 몸무게 42키로, 거식증 환자처럼 삐쩍 마른 몸매로 코와 눈썹에 피어싱을 하고, 용문신을 한데다 짧게 커트한 머리는 새카맣게 염색하고 다닌다. 중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고, 어떤 종류의 고등 교육도 받은 적이 없지만, 사진 기억력을 가지고 있고, 컴퓨터에 관한 천재적이며, 전설적인 해커로 통한다. 오토바이와 컴퓨터에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한번 받은 모욕은 절대 잊지 않는다.

 

'밀레니엄' 시리즈는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기에, 어느 정도는 영상화된 이미지에 부합되는 캐릭터로 표현된 것 같다. 그리고 호세 홈스의 그림이라 마블 코믹스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기도 한데,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잡지사 '밀레니엄'의 기자 미카엘이 부패한 재벌을 폭로해 각종 소송에 시작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결국 잡지사의 존폐 여부에서 '밀레니엄'을 나오게 되는데, 마침 그에게 재벌 총수가 44년 전에 발생한 실종사건을 재조사할 것을 의뢰하게 된다. 자신을 궁지에 몰아 넣은 부패 재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말에 그 제안을 수락한 미카엘은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천재 해커 리스베트와 함께 재벌 가문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원작이 기득권 세력들의 탐욕에 대해 고발하고 응징하는 사회파 추리 소설로서 묵직한 한 방을 보여주었다면, 그래픽 노블 버전에서는 조금 더 대중적인 느낌으로 풀어내어 영화 같은 분위기로 만들어진 것 같다.

 

 

스티그 라르손의 원작을 워낙 좋아했기에, 그래픽 노블 버전도 계속 시리즈로 출간이 될 지 궁금해진다. 차갑고 음울한 노르딕 누아르와 대중적인 할리우드 영화 사이에서 접점을 찾은 듯한 작품이라 그래픽 노블 버전으로도 다음 이야기를 계속 만나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만들어졌던 영화 외에 현재 시리즈의 히로인인 리스베트를 내세운 TV 시리즈가 제작될 예정에 있다고 하니, TV 버전의 리스베트는 또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해진다.

 

혹시 아직까지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면,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말아야 할만한 이유가 생긴 것 같다. 나는 '밀레니엄' 시리즈만큼 뛰어나고 완성도 있으면서도, 재미있고, 스릴 넘치고, 도전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엄청난 분량 때문에 선뜻 소설을 시작하지 못했다면, 그래픽 노블 버전으로 조금 더 쉽게 그 엄청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래픽 노블의 매력에 빠졌다면, 스티그 라르손의 원작 소설을 찾아 읽게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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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8-11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림체에서 느껴지는 이 힙함! 영화에서도 캐릭터가 선명했는데 주인공 모습 넘 멋진데요.

피오나 2021-08-13 18:51   좋아요 0 | URL
워낙 독보적인 캐릭터긴 하죠.ㅋㅋ
마블 작품을 했던 작가의 작품이라.. 마블 코믹스 느낌도 나고 원작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괜찮더라고요. ^^
 
아이와 나는 한 팀이었다 - 성적의 가속도를 올리는 엄마 아이 팀워크
최성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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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엄마의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엄마의 눈이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어떤 기질을 타고났는지, 일상 속에서 어떤 점이 뛰어나고 또 어떤 일에 어려움을 겪는지, 사회적 관계는 어떻게 맺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눈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단 몇 번이라도 다른 엄마들과의 대화를 멈추고 아이를 지켜보자. 미끄럼틀 계단을 오를 때 두 칸씩 올라가는지 한 칸씩 올라가는지, 순서를 기다리는지 무시하는지, 내려올 때 온몸으로 내려오는지 엉덩이만 대고 조심조심 내려오는지 등, 지극히 사소한 행동들을 눈여겨보자.     p.62

 

에듀 예능 프로그램 〈공부가 머니?〉에서 치밀한 분석과 송곳 같은 솔루션으로 눈길을 끈 패널, 최성현 컨설턴트의 첫 번째 자녀교육서이다. 저자는 사교육 시장 최전방에서 지방 엄마들까지 앞다투어 찾는 입시 전문가인 동시에, 자녀를 5개 명문대에 동시 합격시킨 이른바 ‘성공한 학부모’다. 이 책은 〈공부가 머니?〉에서 말하지 못한 일급비밀 전략을 모두 담고 있다. 초등 6년, 내 아이 맞춤형 공부 설계 가이드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포스텍, 카이스트에 동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모두 소개되어 있다. 교육특구 대치동부터 부산 · 대구까지, 전 지역 학부모들이 상담 한번 받기 위해 번호표 들고 대기하는 입시 상담가의 특급 컨설팅을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과 입시를 '엄마와 아이의 팀워크'라는 관점으로 풀어 나가는 방식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 전략으로 한국의 입시, 교육 환경을 보다 현실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니 말이다.

 

 

 

작정하고 아이를 망치려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결국' 망가뜨리는 부모는 많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잘못된 멘토링을 반복하는 부모, 그리고 그게 잘못임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부모가 그들이다. 매달 아이에게 최신 정보와 최고의 교육을 찾아 떠안기는 대치동 부모에게서조차, 자녀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모른 채 눈 먼 돈만 낭비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학습에 관한 지원이라면 아낌없이 베풀고 있다고 안도하지 말자. 투자한 만큼 '결과'를 얻고 싶다면, 부모의 멘토링부터 바로 서야 한다.     p.138

 

공립초등학교와 사립초등학교의 선택 기준, 효과적인 두뇌 자극이 필요한 6~7세에 엄마가 할 수 있는 코칭 방법, 지능에 따른 학습 로드맵, 연령별, 수준별 국어, 영어, 수학 추천 교재 리스트 등등 저자 만의 특별한 컨설팅 방법들은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되어 준다. 특히나 과목별 전략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 눈길을 사로잡았다.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와 독서를 힘들어하고 어휘 구사력이 부족한 아이를 6~9세, 10~12세의 경우 맞춰 어떻게 공부를 시켜야 하는지, 그에 따른 교재들은 어떤 게 좋은 지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영어도 나이에 맞춰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와 AR 레벨 2.8~3.2 또는 5세부터 영어를 시작하는 나이에 따른 교재로 6~9세와 10~12세의 레벨과 공부한 기간 별로 구분해서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많은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는 팀들로 가득하지만, 특히 아이가 초등 저학년이라면 더더욱 필요할 것 같다. 최초의 공부 습관이 향후 12년의 공부력을 좌우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기정사실이지만, 사실 이제 막 '학부모'가 된 시점에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잘 모르는 부모들이 더 많으니 말이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입시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기초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된 학습 습관을 만들어 주고 싶다면 이 책의 가이드가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나 천편일률적인 교육 방식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열심히 관찰해서 아이의 재능이 어디에 특화되어 있고 어느 부분에 취약한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라는 것도 여타의 교육서들과는 다른 점이 아닌가 싶다. 주입식 공부법이 아니라 내 아이의 성향에 맞는 공부법을 찾을 수 있다면, 기나긴 입시 기간 동안 아이와 부모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IQ, 유전자, 사교육을 뛰어넘는 부모 코칭의 힘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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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개구리 수영 교실 제제의 그림책
에스터르 판 덴 베르흐 지음, 최진영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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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사는 올챙이들이 어느새 아기 개구리가 되었다. 꼬리는 사라지고, 앞다리와 뒷다리가 자라면서 올챙이의 모습에서 개구리의 모습이 된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홉'은 작은 꼬리가 아직 남아 있지만, 그 모습 그대로 너무도 귀엽다.

 

엄마 개구리는 아직 제대로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아기 개구리들을 수영 교실로 데려간다. 다소 엄해 보이는 두꺼비 파드 선생님을 만난 아기 개구리들은 조그만 튜브를 앞다리에 양쪽으로 끼우고 수영 수업을 시작한다.

 

 

수영 수업에서 첫 번째로 배우는 것은 물 위에 등을 대고 누워서 물에 뜨는 방법이다. 그 다음에는 물장구 치는 연습을 튜브를 끼고 하다가, 빼고 해본다. 그리고 저 건너편까지 두꺼비 파드 선생님을 따라 줄지어 배영으로 헤엄쳐 본다.

 

잠수도 하고, 평형도 연습해보고, 변장하고 수영하기까지 배운 다음에는 마지막 단계로 다이빙이 남았다. 앞다리가 아직 짧은 홉은 다른 아기 개구리들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을 따라 해본다. 과연 홉은 무사히 수영 교실 졸업장을 받을 수 있을까?

 

 

매년 초등 3,4,5학년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교육이 필수가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 학교에 수영장이 있어서 체육시간에 수영 수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물에 대한 대처능력을 배운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는 그렇지 않은 편이라 일상에서 물과 친숙해질 기회가 별로 없는 편이다.

 

제대로 수영을 배우지 않았다면,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그림책이 물과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었다.

 

 

홉은 다른 아이 개구리들과는 달리 꼬리도 아직 남아 있고, 앞다리도 아직 덜 자랐다. 발달이 느린 편이라 수영을 배울 때에도 다른 개구리들에 비해 뒤쳐지는 편이다.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속도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또 빠른 대로 아이의 발달 상황에 맞춰 수영이든, 교육이든 할 수 있게 되어야 할 것 이다.

 

친구들만큼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게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른들이 알려줘야 할 것 이다. 이 책 속 아기 개구리 홉의 경우처럼 말이다. 무더운 여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연못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마음껏 여름 방학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시원하고, 알록달록한 색감이 너무 예쁜 이 그림책을 통해 잠시나마 물 속으로 놀러 갔다 올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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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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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잘하고 있어. 당신이 자랑스러워. 당신은 내가 아이에게 젖을 먹일 때 어둠 속에서 이렇게 속삭여주곤 했어. 당신은 우리 둘 머리를 토닥여주기도 했지. 당신의 여자들. 당신의 세계. 당신이 방을 나갈 때면 나는 울곤 했어. 나는 당신과 아이, 둘이 돌고 있는 이 축에 끼고 싶지 않았거든. 나는 당신들 누구에게도 줄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우리가 같이하는 삶이 막 시작한 거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 나는 어째서 그 애를 원했을까? 어째서 나는 나를 낳은 엄마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을까?      p.68

 

에타는 마을 의사의 아들인 루이스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에타의 아버지는 루이스에게 힘든 농사일을 무리해서 시켰고, 결국 그는 그 일을 하다 사고가 생겨 죽고 만다. 남편이 죽고 딸 세실리아가 태어났지만 신경쇠약에 걸린 에타는 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세실리아는 자라면서 엄마로부터 그 어떤 사랑도 받지 못했고, 거의 학대에 가까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성으로 자란 세실리아는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되고, 마음에 없던 결혼까지 하게 된다. 아이로 인해 꿈과 자유를 모두 포기하게 된 세실리아는 처음부터 아이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없었다. 딸이 태어났지만 젖은 나오지 않았고, 세실리아는 아이가 나무에 목 매달아 죽은 자신의 어머니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세실리아의 딸 블라이스 역시 엄마로부터 전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 세실리아는 블라이스가 열한 살 때 집을 나가 버렸고, 그 이후로 연락이 끊겨 버렸다. 블라이스는 스물다섯 생일에 청혼을 받고 이상적인 남자 팍스와 결혼한다. 그녀는 딸 바이올렛에게 자신의 엄마와는 다른, 좋은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마음 먹지만 육아는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게 힘들기만 하다. 아이는 이상하게 엄마를 싫어했고, 그 행동은 점점 자라면서 더 심해진다.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남편은 육아 스트레스로 치부할 뿐이고, 결국 자신의 집안 여자들에게 내려온 모성의 결핍이라는 유산이 자신과 딸에게로 이어진 것은 아닐지 불안해진다. 완벽한 가족을 이루길 꿈꿨던 블라이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처절하고, 고통스럽다. 게다가 블라이스의 어머니 세실리아와 그 어머니 에타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되고 있어, 모성의 불편한 이면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다. 금기를 넘어서는 가차없는 이야기가 만들어 내는 서스펜스가 압도적인 작품이다.

 

 

 

나는 길에서 눈을 떼어 아이의 그림자 진 옆얼굴로 향했어. 슬픔이 내 목을 조였어. 거의 14년 동안 나는 우리 사이에 없는 무언가를 찾길 바랐던 거야. 그 애는 나에게서 나왔지. 내가 그 애를 만들었어. 내 옆에 앉아 있는 이 아름다운 존재, 내가 그 애를 만들었어. 그리고 그 애를 원했던 때가 있었어. 그 애가 나의 세계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때. 그 애는 이제 어른 여자처럼 보였어. 그 애의 눈에서 자라는 여성적 지혜는 나 없이 무럭무럭 커지려 하고 있었어. 나 없어도 잘 살아가겠지. 그 애는 나를 포함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려 하고 있었어. 나는 뒤에 남겨지겠지.     p.382

 

<케빈의 대하여> 이후 모성을 다룬 가장 도발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애슐리 오드레인의 데뷔작이다. 펭귄북스 홍보 디렉터로 일했던 작가는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둔 후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성에 동반되는 여성의 공통된 불안과 두려움을 탐구하는 데 몰두한 결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던 '모성'이라는 것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죽이면서 달려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지만, 결코 읽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다. 다음 페이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두려워하면서, 불편한 기분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자신이 낳았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향한 엄마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엄마가 너무 싫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딸의 관계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대체 모성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여성이 어머니로 갖는 성질을 뜻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것 외에 그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도 모두 포함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모성이란 것은 여성이라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능력이나 아이를 낳게 되면 자연스레 따라 오는 자질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엄마가 된다는 것이 너무 쉬운 것처럼 보인다. 또 누군가에게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좋은 엄마가 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이 작품은 '여성들조차 거의 공유하지 않을, 금기시된 모성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여자에게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신이 낳은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아마도 가장 무시무시한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말하지는 않는, 모성의 이면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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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8-04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빈에 대하여> 정말 재미있게, 또 충격받으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모성부재의 대물림이라.. 아버지에 의한 학대의 대물림 이야기는 많이 봤지만 이건 새롭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피오나 2021-08-04 10:58   좋아요 0 | URL
이 작품도 <케빈에 대하여> 만큼이나 충격적이었어요. 기회가 되면 만나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