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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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는 속도가 없어. 어둠이란 빛이 없는 공간일 뿐이야.” 에릭이 말한다.
“만약 누가 중력이 1 이상인 세상에서 피자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린다가 묻는다.
“몰라.” 데일이 걱정스런 말투로 대답한다.
“무지(無知)의 속도야.” 린다가 말한다.
나는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이해한다. “무지는 지(知)보다 빨리 확산하지.” 린다가 씩 웃고 고개를 꾸벅인다. “그러니 어둠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지 몰라. 빛이 있는 곳에 늘 어둠이 있어야 한다면, 어둠이 빛보다 먼저 나아가야지.”     p.22

 

2004년 네뷸러 상 최우수 장편상 수상작으로 국내에는 2007년에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개정판이 나왔다. 제목인 '어둠의 속도'는 엘리자베스 문이 자폐인 자신의 아들과 나누었던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날 아들이 '빛의 속도가 1초에 30만 킬로미터라면, 어둠의 속도는 얼마'냐는 질문을 한 것이다. '어둠에는 속도가 없다'고 대답한 그녀에게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더 빠를 수도 있잖아요. 먼저 존재했으니까요.' 라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루 애런데일 역시 어둠의 속도에 대해서 고민한다. 자폐인의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놀라운 작품의 세심함과 깊이는 실제로 자폐증을 수십 년간 바로 옆에서 지켜 보아온 시간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자폐를 비롯한 모든 신체적 장애를 완전히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진 근미래이다. 하지만 해당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이미 성인된 사람들은 그 상태 그대로 살아가야 한다. 장애인으로, 자폐인으로, 사람들이 '비정상'이라고 부르는 상태로 말이다. 장애를 '다름'이 아니라 '결핍'으로 보는 시선때문에 그들은 정상화 수술을 통해 '정상'이 될 지, 혹은 '비정상'으로 남을 지 선택해야만 한다.

 

 

 

“나 자신이 누구인가는 저에게 중요합니다.” 내가 말한다.
“그러니까, 자폐증을 앓는 게 좋다고요?” 의사의 목소리에 꾸중하는 듯한 어조가 섞인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나는 내 말이 사실이기를, 내가 내 진단명 이상이기를 바란다.       p.394

 

루는 전원 자폐인으로 구성된 한 거대기업의 특수분과 ‘A 부서’에서 근무 중이다. 검색 알고리즘과 패턴 분석에 뛰어난 그들의 특수한 능력으로 인해 생산성 면에서는 뛰어 났지만, 정상인들과는 다른 그들을 위해 특별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상사도 있었다. 새로운 상사는 사내 연구소에서 새로 개발 중인 ‘정상화 수술’을 통해서 그들이 정상이 된다면 특별 복지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A 부서 직원 전원은 정상화 수술 강요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었고, 치료받도록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었다. 물론 상사는 병들고 손상된 상태로 있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과연 기술의 발전은 질병과 장애를 가진 이들을 구원하는 것일까.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자폐증이나 그외 모든 장애를 완전히 뿌리 뽑기를 원하는 것일까. 자폐증은 의료 전문가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도록 치료하거나 해결해야 하는 결핍인 것일가. 이들은 혼란에 빠진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하다고, 정상이 되고 싶지 않다고, 이대로 잘 살고 있는데, 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자폐가 사라지더라도 과연 나를 나라고 부를 수 있을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이 작품은 경계 바깥에 선 소수자의 시선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루의 시점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는 자폐인을 동정이 아니라 공감하고 다름에 대해 이해하도록 만들어 준다. 정상’은 정체성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이 작품은 신체적 장애가 사회적 장애로 이어지는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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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더 이상 살찌지 않는 식단 - 과학으로 증명해낸 탄수화물.지방.단백질 황금 밸런스
이지원.김형미 지음 / 북폴리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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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는 몸의 시스템이 바뀌는 나이다. 사춘기 이후 우리 몸은 생애 최고의 시기인 20~30대를 지나 40대가 되면서 본격적인 노화에 접어든다. 가장 큰 변화는 성호르몬과 신체활동량의 감소로 인해 근육 및 근력이 저하되고 생체 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p.37

 

우리 몸의 시스템은 40대 이후로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한다. 성호르몬과 신체활동량이 줄어들면서 근육 및 근력이 저하되고 생체 효소의 활성도 떨어짐에 따라 다양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야금야금 체중이 증가하고, 체중 조절도 젊을 때처럼 쉽지 않다. 뱃살이 두둑해지고 허리둘레가 늘어난다. 근육이 줄어들기 때문에 팔다리가 가늘어진다. 이러한 변화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점점 더 많은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니, 지금 40대라면 운동화 끈을 다시 매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뭐부터 바꿔야 할까.

 

 

이 책은 '음식'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매일 먹는 음식만큼 직접적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주고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오랜 임상 연구를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건강한 다이어트 식단이 무엇인지 찾아냈고, 40대 이후의 올바른 식단으로 '지중해 식단'에 주목했다.

 

지중해식은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에 사는 사람들의 식습관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장수 인구가 많고 만성질환의 유병률이 낮은 이 지역의 식사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효과가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탄수화물 40%, 지방 40%를 섭취하는 지중해식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수명까지 연장해준다고 하니 궁금했다.

 

 

40대는 단순히 몸무게를 줄이거나 외모를 가꾸는 것이 아니라 건강 관리 차원에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지중해 식단은 단순히 칼로리를 줄여서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만으로 동반되는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지방간을 개선하고 혈관 기능을 강화해 심혈관 질환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장 추천할 만하다.      p.116

 

이 책은 40대가 되면 식단을 왜 바꿔야 하는지, 왜 지중해 식단이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집에서도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한국형 지중해 식단'의 레시피도 소개하고 있다. 지중해 식단의 영양소 구성, 지중해 식단에 자주 사용되는 식품, 매일 지중해 식단 쉽게 따라 하기 등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 낯설지만, 어렵지는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실제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지중해 식단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한식 식재료로 만드는 지중해 식단에 대한 부분이었다. 지중해에서만 나는 특별한 식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할테니 말이다. 지중해 식단 피라미드에 맞춰 우리나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식재료들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지중해식 조리법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웬만한 요리책 부럽지 않을 정도의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한식의 두부선을 지중해식 재료로 재해석한 요리부터 시작해 한치구이샐러드, 꽈리고추오징어튀김, 장어테린, 새우장올리브김밥, 어묵밀푀유 등 다양한 레시피를 담고 있어 당장이라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지금 마흔 즈음, 30대 중반 이후의 나이라면 혹은 의학적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다이어트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오늘보다 내일이 더욱 젊어지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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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웅진 당신의 그림책 2
소윤경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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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동생, 사이 좋은 두 자매가 있었다. 어느 날 그들에게 새엄마가 생긴다. 새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왔고, 아빠와 자매, 엄마와 동생이 새로운 가족이 된다. 살아온 환경도, 먹는 습관도 너무도 다른 두 가족은 그렇게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생활한다.

 

새엄마와 남동생은 밥과 국을 끓여 아침을 먹었고, 아빠와 자매는 토스트와 커피로 간단히 식사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제 가족이었으므로, 한 테이블에서 같이 아침을 먹었다.

 

 

점차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서먹했던 자매와 남동생 사이도 조금 편해진다. 그들은 함께 호숫가로 소풍을 나섰고, 배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곳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벌어지고, 가족 관계는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다.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한 관계는 극한으로 치닫게 되는데, 이들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스타일로만 기억되기보다 철학을 가진 작업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 소윤경의 신작이다. 이 그림책에는 글이 전혀 없지만, 그림만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장화홍련’이라는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대부분의 그림책이 밝고 맑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비해, 이 작품은 그러한 고정관념을 뒤집고 색다른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색채를 최소화시킨 서늘한 그림들은 어느 순간 등골이 오싹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답기도 하다. 가느다란 연필선으로만 표현된 인물과 배경의 깊이, 전체 이야기에서 복선이 되고 방점을 찍어주는 선명한 노랑과 치명적인 빨강색의 조화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선택의 여지 없이 주어진 것이 가족이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맺어진 인연으로 가족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방식은 다르더라도 그 속에서 우리는 관계를 맺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가족을 만들어 간다.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인연이라는 질긴 끈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는 그림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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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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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장정의 책은 언제든 환영!! 부디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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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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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고에 그가 어떤 문장들을 썼었는지, 지금은 바다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내 기억 속에는 없다. 다만 기억나는 건, 내가 십 대 초반에 문학을 발견하며 느꼈던,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전문 교육을 받으며 서서히 허물어져버린 열정을 다시 느끼면서 내가 그 소설을 읽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흔치 않은 문학적 재능과 우연히 마주친 것이었고, 동료 수강생의 탁월함에 설령 내가 어떤 질투를 느꼈을지는 몰라도 그런 질투의 감정은 빌리의 겸손함과 관대함 때문에 누그러져 있었다.     p.38

 

1996년 뉴욕의 8월, '나'는 컬럼비아대학 순수예술 석사과정의 문예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가을학기 소설 워크숍에서 그 동안 써두었지만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었던 원고 <교열팀장>을 제출했고, 동료 수강생들의 악평에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그때 원고를 신중히 검토한 끝에 유일하게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바로 빌리였고, '나'를 비롯한 수강생들이 모두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수업이 끝난다. '나'는 빌리의 원고를 읽으면서 그의 재능을 단 번에 알아 차린다. 그의 원고는 완전히 실패해버린 자신의 장편소설이 그런 모습이었으면 했던 바로 그 소설이었던 것이다. 빌리의 문학적 재능에 동경과 매혹을 느낀 '나'는 자신과 함께 지내지 않겠느냐고 그에게 제안을 한다.

 

'나'는 학비며, 생활비를 아버지가 내주고 있었고, 고모의 넓은 아파트에 홀로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빌리는 바텐더 일을 하며 바의 지하실에 임시로 묵고 있는 처지였기에, 집세 대신 청소나 요리를 좀 하는 걸로 두 사람은 함께 지내게 된다. 두 사람은 집에서 많이 읽고 많이 썼고, 서로의 작품을 고쳐주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그들의 관계가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처럼 상호보완적인 문학적 우정으로 발전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실 성장 배경, 계급, 정치적 가치관 등 같은 점보다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이 더 많았다. 게다가 별다른 문학적 재능이 없어 보이는 '나'에 비해 빌리는 동료들과 교수들까지 모두 인정하는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그렇게 하나의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게 된 소설가 지망생 두 명의 아슬아슬한 우정은 결국 어디로 향하게 될까.

 

 

 

...사실 나는 일 년 내내 억누르고 있던 것을 나 자신에게 털어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빌리가 내 안에서 다른 누구도 움직이게 한 적 없는 무언가를, 깔끔하게 정의된 범주에는 들어맞지 않는 무언가, 내가 명료하게 표현할 엄두를 낼 수 없었던 무언가를 건드려 움직이게 했다는 것을. 비록 이런 각각의 경험은, 누구나의 외로움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특정 범주에 넣기 불가능한 독특한 것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라고 - 타인의 경계가 그려내는 특별한 윤곽선은 우리 자신의 그것과 충돌하고, 남은 평생 동안 사라지지 않을 커다란 구멍을 남긴다 - 지금의 나는 생각하지만 말이다.      p.286

 

문학을 사랑하고, 작가가 되기를 꿈꾼다는 공통점 만으로도 영혼의 단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나처럼 외롭고 고독한 존재이며, 나를 제대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면 말이다. 이 작품은 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젊은 소설가 지망생들의 관계를 통해 친밀감과 동경, 분노와 질투, 지고 싶지 않은 마음과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 사이를 오가며 섬세하고 복잡한 이들의 심리를 그려내고 있다. 재능과 평범함을 배경으로 두고, 맹목적인 숭배나 무분별한 시기가 아니라 좀 더 다층적인 감정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대단히 흥미로웠다.

 

사실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김연수 작가의 추천평 때문이다. 김연수 작가가 추천한 작품 중에 미처 몰랐던 작품을 알게 되거나, 숨겨져 있던 작품의 재발견을 하게 된 적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 언론의 어떤 극찬보다도 믿고 보게 되는 것이 바로 김연수 작가의 추천평이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뭔가 벌어질 듯한 플롯, 생생한 캐릭터, 눈에 보이는 묘사, 팽팽하게 이어지는 대화 등 소설 문장의 모범 답안이랄 수 있는 문장들로 이해하게 되는 평범한 소설가 지망생의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기대감을 안고 만나본 이 작품은 멋진 추천평 만큼이나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소설이었다. 극중 '나'가 빌리에게 제일 두려운 게 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거겠지”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전적으로, 필연적으로 빌리에게, 혹은 빌리의 외로움에게 매혹된다. 왜냐하면 그가 나와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하지만 서로의 영혼이 닮았다는 환상이 깨지면서 결국 그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우리가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지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작품에는 바로 그러한 슬픔과 쓸쓸함이 짙게 내재되어 있다. 한때 우리를 스쳐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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