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톰 터보 시리즈 1~3 - 전3권 톰 터보 시리즈
토마스 브레치나 지음, 기니 노이뮐러 그림, 전은경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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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터보 시리즈는 오스트리아의 작가 토마스 브레치나가 쓴 어린이 동화 시리즈이다. 국내에도 95년 정도에 소개되어 꽤 많인 시리즈가 출간되어 사랑을 받았다. 다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라기에는 다소 기괴한 설정과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탈바꿈한 신간으로 다시 나오면서 새롭게 변신했다.

 

가장 큰 변화는 우선 기존의 그림에서 벗어나, 기니 노이뮐러의 일러스트를 매 페이지마다 실어, 내용 이해도는 높이고 요즘 어린이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바로 슈퍼 자전거인 '톰 터보'이다. 태양 전지를 충전해 주는 햇빛과 윤활유를 좋아한다. 톰의 컴퓨터에는 온갖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데, 무려 111가지 능력이 입력되어 있고, 당연히 사람들과 의사 소통도 할 수 있다.

 

이 멋진 자전거를 구상하고 만든 것은 클라로와 카로 남매인데, 클라로가 탐정단의 대장, 쌍둥이 누나인 카로가 탐정단의 부대장을 맡고 있다. 이들 남매는 톰 터보를 타고 각종 이상한 사건들을 파헤치며 모험을 즐긴다.

 

 

1권 <톰 터보와 유령 도시의 비밀>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빈집만 남은 금광 도시를 배경으로 으스스한 일들이 벌어진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된 이후로는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카로가 곡예 연습을 하겠다며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톰이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썩은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고, 창백한 해골 손이 손짓하며,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복면을 쓴 기사까지... 유령 도시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을 파헤치기 위해 톰 터보와 탐정단이 나선다.

 

 

2권 <톰 터보와 스파게티 소동>에서는 식탁 위 접시에 담긴 스파게티 가락들이 길고 하얀 벌레들처럼 꿈틀거리면서 괴물이 되어 카로와 클라로를 놀라게 만든다. 카로와 클라로의 친구인 니코가 새롭게 문을 연 스파게티 가게에 개업을 축하하러 왔는데, 그 난리가 난 것이다. 스파게티 괴물들은 빨간색 토마토소스를 내뿜기 시작했고, 창백한 해골 얼굴을 한 요리사가 나타나 한층 더 시끌벅적한 소동이 벌어진다.

 

 

3권 <톰 터보와 황금 이빨의 늑대>에서는 늦은 밤 숲에서 부엉이를 관찰하던 카로와 클라로 앞에 새하얀 옷을 입은 유령, '하얀 백작'이 나타난다. 그들은 톰 터보의 딸기 아이스크림 작전으로 무사히 도망치지만, 곧 뾰족한 황금 송곳니를 한 돌로 만든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와 마주하게 된다. 하얀 백작은 왜 수상한 돌 늑대 주변을 맴도는 것인지, 이 숲에 숨겨진 비밀을 찾기 위해 톰 터보와 탐정단의 활약이 시작된다.

 

 

톰 터보 시리즈는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40권이 넘는 책이 나왔고, 전 세계 1억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400편이 넘는 텔레비전 시리즈가 방영된 메가히트 작이다. 특히나 이 시리즈의 매력은 각각의 책과 함께 제공되는 '비밀 작전 부록'이다. 주인공(카로, 클라로, 톰)이 사용하는 물건을 부록으로 제공해, 어린이 독자가 직접 톰 터보 탐정단의 일원이 되어 함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권에서는 톰 터보 망원경, 2권에서는 몽타주 필름, 3권에서는 톰 터보 탐정단의 대원증이 책과 함께 포장되어 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톰 터보> 시리즈가 절판되어 아쉬웠던 성인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켜 줄 것이고, 이 시리즈를 처음 만나는 어린이 독자들도 단번에 사로잡을 것 같다. 시리즈 4권과 5권이 내년 1월에 출간될 예정이며, 각 권에 주어지는 미션 스티커를 5장 모아서 이벤트에 참여하면 특별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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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김블루의 친절한 과학 1 - 힘과 운동, 빛과 파동, 우주 악동 김블루의 친절한 과학 1
오차(이영아) 그림, 전판교 글, 맹승호 외 감수, 악동 김블루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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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70만 명을 보유한 '악동 김블루' 채널의 인기 크리에이터 김블루가 학습만화의 캐릭터로 만들어 졌다. 김블루는 주로 게임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재치 넘치는 입담, 욕설 없는 청정 방송으로 고정 팬층이 두터워 어린이들에게도 익숙할 것이다.

 

어린이들을 기초 과학의 세계로 이끌어 줄 <악동 김블루의 친절한 과학>은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며, 첫 번째 이야기는 '힘과 운동, 빛과 파동, 우주' 편이다.

 

 

스토리는 김블루와 친구들이 떠나는 과학 모험으로 진행되는데, 특히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청소 솔, 뚫어 뻥, 빗자루, 때밀이 타올, 그리고 두루마리 휴지와 수세미까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활 용품들이 귀여운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착하고 순진한 청소 솔, 잘난 척 대마왕 뚫어 뻥, 매사에 시큰둥한 빗자루, 겁 많은 때밀이 타올, 조용한 명상가 두루마리 휴지, 명랑한 수다쟁이 수세미.. 그리고 파란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우리의 악동 김블루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기초 과학 이론을 재미있게 알려 준다.

 

 

언뜻 보면 까칠하고 불친절해 보이지만, 친구들의 호기심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해결해 주려는 모습을 보면 속은 따뜻한 악동 김블루와 함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엉뚱한 과학 실험과 모험이 펼쳐진다. 1권에서는 평화로운 김블루와 친구들 세계에 외계인 지지가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지는 과학 수준이 아주 높은 먼지 행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지구인들의 과학 능력을 얕잡아 보며 지구를 정복할 기회를 노린다.

 

 

관성의 법칙, 질량과 무게, 만유인력, 가시광선, 빛의 산란, 빅뱅, 블랙홀, 우주 탐사 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다룬 16가지 과학 이론은 초등 교과 과정뿐 아니라 중학 교과 과정까지 담고 있다. 우주에서 돌을 던지면 멈추지 않고 계속 날아간다거나, 벽을 공격하면 벽도 똑같이 공격한다는 사실 등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는 스토리와 가속도의 법칙을 김블루와 친구들의 로봇 경주로 보여주는 식으로 어려운 과학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각 장의 끄트머리에 있는 정보 페이지에서 그림, 사진과 함께 과학 이론을 알차게 정리해주고 있어 놀이처럼 교과 연계 과학 공부도 할 수 있다.

 

돌멩이를 차면 왜 발이 아플까? 왜 별빛은 반짝거릴까? 우리가 보는 파란색은 사실 파란색이 아니라는데? 빛도 빨아들이는 블랙홀은 어떻게 발견했을까? 우주에서 방귀 뀌면 죽을 수도 있다는데 진짜일까?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김블루의 과학 학습 만화를 통해 기초 과학을 탄탄이 다질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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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어딨어? - 아이디어를 찾아 밤을 지새우는 창작자들에게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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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컬렉터이자 작가이며 치과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랜트 스나이더의 <생각하기의 기술>이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고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탐독가로서의 책 소장과 책 읽기에 대한 글들과 작가로서 느끼는 창작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담고 있는 <책 좀 빌려 줄래?>로 처음 만났던 그랜트 스나이더의 작품은 최근에 나왔던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나게 되었다.

 

 

세 작품 모두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카툰 에세이 형식으로 쓰였는데, 장난스럽고 유쾌하지만 그 속에 뼈 때리는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대목들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랜트 스나이더의 카툰들은 굉장히 창의적이고, 기발하고, 놀라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어도 좋고, 무작위로 골라 아무 페이지나 골라서 읽어도 좋다.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우울할 때, 벽에 부딪친 것 같은 기분일 때도 생각을 전환하고,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창작의 기쁨과 좌절,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시적인 언어와 재치 있는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헤매는 과정은 결코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좌절과 우울, 막막함과 공포 사이를 오갈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이라는 것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니 말이다.

 

그랜트 스나이더는 '날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지 탐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생각하는 노동의 시간'과 '기술적 연습'이 차곡차곡 쌓여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을 만화와 철학과 시를 결합해 보여준다.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처럼 막막하고, 벽에 부딪히는 것처럼 캄캄하고, 끊임없는 거절의 연속이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천재가 어딨어? 라는 제목처럼, 가만히 앉아서 갑자기 얻게 되는 영감이 아닌, 끊임없는 노력으로 반복해서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노동으로서의 빛나는 아이디어에 대해 그랜트 스나이더는 이야기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이며,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 위대한 도둑이 될 줄도 알아야 하고, 절망이 좋은 생각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천재에게 필요한 영감은 단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노력과 즉흥성, 열망과 사색, 탐구와 일상의 좌절, 모방, 절망, 순수한 기쁨 등으로 채워 진다. 물론 이는 그랜트 스나이더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이므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 컷의 만화 속에도, 단 몇 줄의 문구 속에도 그 모든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나가는 과정과 방법들이 그려져 있다.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가 독자들을 매혹시키는 책이다. 지금 아이디어를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창작자의 기쁨과 슬픔, 그 모든 애환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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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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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차를 멈춰 세웠다. 들쭉날쭉한 바위들 쪽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그곳에서는 곧 벌어질 비극을 훤히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거센 파도가 물보라를 일으키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양은 낮게 걸려 있었다. 사진작가들이 '특별한 시간'이라고 부르는 시간대였다. 빛이 친구로 바뀌고 촬영에 방해가 되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순간. 심오하고 지적인 주제에 관심이 많은 마치도 한때 사진을 공부했다. 핸드 투 하트 웹사이트에 직접 찍은 작품들이 걸려 있을 정도로 실력도 좋았다. 다들 죽을 거야. 그는 다시 생각했다.          p.140~141

 

클럽 솔리튜드크리크는 항상 다양한 사람들도 북적거려 흡사 몬터레이베이 지역의 축소판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그날도 밴드의 공연을 앞두고 수백 명의 관객이 모여 있었다. 테이블은 이미 만석이었고, 스탠딩 자리 역시 좋은 위치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고, 밴드의 두 번째 곡이 진행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무나 종이가 탄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곧 클럽 안은 아비규환이 되고 만다. 범인은 클럽 안이 아니라 밖에 불을 질렀고, 대형 트레일러 트럭으로 비상구를 막아놓고 달아났다. 많은 사람이 한곳으로 몰리면서 압사당한 사람도 있고, 질식해 죽은 사람들도 있었으며, 사방이 핏자국으로 뒤덮인 끔찍한 광경이 벌어지고 만다.

 

 

제프리 디버의 ‘캐트린 댄스’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여러 시리즈를 거느린 작가 제프리 디버의 유일한 여성 수사관 주인공인 캐트린 댄스는 링컨 라임 시리즈의 <콜드 문> (2006)에 처음 조연으로 등장한 이후에 독자들의 요청으로 새로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했다. 링컨 라임이 과학적인 증거를 중요하게 여기는 법과학 전문가라면, 캐트린 댄스는 증인 심문을 통해 몸짓언어를 읽어내는 동작학 전문가로 두 캐릭터는 거의 정반대의 지점에 있다. 댄스는 물리적 증거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리 매력은 느끼지 않았다.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범죄와 수사의 인간적인 측면이었으니 말이다. 반면 라임은 증거물이 아닌 다른 부분에는 대체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목격자의 신뢰도는 물리적 증거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런 현장에 가게 되면 주변을 유심히 살펴봐요. 시신이나 부상자들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을 말이에요. 구경꾼들. 물론 피해자들을 돕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고,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 틈에는 예외 없이 카메라를 꺼내 들고 베스트샷을 건지기 위해 신나게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단순히 호기심에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걸 수집하는 ‘전문가’들일 수도 있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저지선을 쳐놓고 사람들을 쫓는 경찰들에게 가장 격렬히 항의하는 사람들, 현장에 피가 많이 보이지 않아 실망하는 사람들, 사망자가 없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         p.581

 

캐트린 댄스는 동작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의 전문가로 상대의 몸짓과 표정을 분석해 그들의 심리 상태와 생각을 정확히 간파해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다. 상대의 스트레스를 포착해 거짓말의 근원을 파헤치며 상대를 서서히 무너뜨린다. 그녀는 첫 작품에서부터 FBI 요원이었던 남편과 사별하고 십대가 되어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등장했다. 그리고 심문과 동작학, 보디랭귀지 분석이 전문인 CBI(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 요원으로 용의자와 목격자, 주변인들과 관계를 형성하여 숨겨진 진실을 이끌어내는 심문의 달인으로 활약해왔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첫 장면부터 용의자 심문에 실패하고, 그에게 총기까지 빼앗기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등장한다. 결국 징계를 받아 민사부로 전출된 댄스는 서류를 확인하러 화재가 발생한 클럽을 찾게 된다. 사실 수사과에서 쫓겨났으니 정직당한 거나 다름없었고, 총기도 쓸 수 없어 민간인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댄스는 그곳에 엄밀히 말해 화재는 없었다는 것과, 클럽 안이 아닌 밖에서 불이 있었기 때문에 안에 있던 사람들은 위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화재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 것이다. 납세 기록과 보험증서만 조사하면 되는 행정 업무가 중대한 범죄 수사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댄스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군중을 상대로 그들의 공포심을 조작해 살인을 저지르고 현장을 촬영하는 데 희열을 느끼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자였다.  그들은 콘서트장이나 엘리베이터처럼 인파가 몰린 폐쇄 공간에 공포를 불어넣어 참사를 유발하고, 그 현장이 담긴 영상을 다크웹에 유통해 고객들에게 공급했다. 과연 댄스는 이번에도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낼 수 있을까.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는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는 냉철하고 천재적인 두뇌로 사건을 해결하는 캐릭터와 감정이입 능력이 뛰어나고 대상과 밀접한 유대를 맺으며 그들이 느끼는 것을 함께 느끼는 캐릭터와의 만남이 등장한다는 거다. 물론 이번 작품에서는 직접적으로 라임과 색스가 나오진 않고 그들이 선물했던 시계에 대한 언급으로 그치지만 말이다. 링컨 라임은 물증 분석, 캐트린 댄스는 언어, 동작학 분석으로 두 사람은 완전히 상반된 수사 방식을 가진 캐릭터이다. 링컨은 굉장히 합리적이고, 캐트린에게는 그에게 없는 인간적인 요소가 있다. 그러니 결국 두 시리즈 모두 각각의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링컨 라임 시리즈는 증거 수집과 분석이라는 확실히 눈에 보이는 것으로, 캐트린 댄스 시리즈는 표정과 몸짓을 읽는 동작학이라는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것으로 말이다.

 

현재 캐트린 시리즈는 <잠자는 인형> (2007), <도로변 십자가> (2009), <XO> (2012), <고독한 강> (2015) 이렇게 네 작품이 출간되어 있다. 국내에 XO가 출간된 것이 2017년이었으니, 이번 신작은 무려 5년 만에 만나게 되는 반가운 작품이었다. 652페이지라는 두툼한 분량도 오랜 기다림을 보상해주는 듯한 기분이었고 말이다. 타인의 비극을 구경거리로 삼는 것은 바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범죄이다. 제프리 디버가 이 작품을 쓴 것은 2015년이었지만, 이는 다크웹을 통한 범죄가 만연화되어 있는 바로 지금의 비극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탄탄한 구성과 겹겹의 반전, 숨쉴 틈 없는 속도감과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인간 거짓말탐지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캐트린 댄스의 활약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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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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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간이면 벤은 차라리 세상에 아무 의미가 없기를 바랐다. 그러면 모든 것이 훨씬 더 쉬워질 테니까.
그는 가방을 뒤져 전날 산 책을 꺼냈다. 누군가 그를 기억하고 지하실 문을 열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데 쓸 만한 책이 책장에 수십 권 있었지만, 온몸에 번진 무력감과 지하에 갇혀 있다는 엷은 우울함 때문에 손이 가방으로 향했다. 그는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p.171

 

첫 페이지부터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이상한 책이다. 당신은 한 손으로 이 책을 들고 다른 팔로는 머리를 괴고서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당신은 불과 한 시간 전에, 충동적으로 이 책을 샀습니다...다가올 날들에는 이 책이 당신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당신의 생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아주 중요해집니다.. 아니, 아뇨. 지금 책을 덮으면 안 되지요! 등등 이 책은 시작부터 읽는 이들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물론 이것은 극중 인물인 벤에게 책이 건네는 말이다. 일단 신뢰를 좀 쌓자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때가 되면 뭘 해야 할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는 식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안내 문구'같은 것이다.

 

생각해보라. 어떤 책을 처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책 속 내용이라는 것이 '당신이 지금 어디에서 어떤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지, 방 안의 모습은 어떤지 하나 하나 묘사하고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게다가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가져다가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으라고 말을 건네는 책이라니.. 이 책의 정체는 도대체 뭔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점점 궁금해질 것이다.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책, 내가 누구인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일들까지 훤히 알고 있는 책이라니... 어서 빨리 책의 나머지 부분을 읽어 버리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이 허구의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이 꼭 독자인 나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야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실제로 가닿을 수는 없으니까요. 당신은 조용히 그런 전제를 세웠습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을 당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듣고 이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말은 오직 당신 안에서만 반향을 일으키는 의미로 여러 겹 싸여 있지요. 우리 모두의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무한의 틈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신의 친구를 진정으로 이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늘 거의, 얼추, 그저 비슷하게 이해하는 것일 뿐이지요.         p.370~371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술집 같지만 세상 어디에도 팔지 않는 특이한 술을 파는 미스터리한 바가 있다. 그곳에는 이름 없는 술을 찾는 이상한 손님들이 종종 찾아온다. 사장인 벤처 부인은 그들에게 특별한 기술을 판매한다. 바로 '경험'이다. 어떤 경험이 하고 싶어지면, 언제든지 경험자들 중 한 명에게 나 대신 그런 경험을 해달라고 부탁한 다음 그가 돌아오면 술을 한잔 같이 하면 되는 것이다. 경험자들은 신비로운 기술을 갖고 비밀리에 움직이는 사람들도, 자신의 경험을 음식에 녹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벤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노인 울프에게 받은 두 병의 위스키를 통해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극중 벤처 부인이 '사람들은 경험으로, 자신들이 겪어 온 모든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경험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해 온 경험과 선택이 내면과 행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에 가 볼 수도, 해보고 싶은 모든 것을 경험해 볼 수도 없다. 그러니 정말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위스키가 있다면, 나 자신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책이 있다면 만나 보고 싶다. 난관에 부딪쳤을 때, 막막할 때, 절망에 빠졌을 때, 필요할 때 언제든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될 것 같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허무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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