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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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에 관한 한 갈등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위대한 이야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핑핑 돌아가는 장애물, 방해, 난제를 제시해야 한다. 각 이야기의 순간순간은 도입하는 문제로 인해 참신해진다. 그렇다고 갈등을 닥치는 대로 던져 넣거나 구조가 결여되어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마찰과 대립은 이야기에 복무해야 하고, 난제는 캐릭터를 시험하는 의미심장한 것이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각 이야기는 중심 갈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플롯 형식의 수가 제한되어 있듯, 갈등을 위한 기존의 문학 형식도 정해진 몇 가지가 있다.         p.20~21

 

윌북에서 출간되는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를 흥미롭게 읽어 오고 있다. 여타의 글쓰기 관련 작법서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실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디테일들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 사전>에서는 캐릭터가 겪을 수 있는 118가지의 트라우마 종류를 소개하고, 그로 인해 캐릭터가 겪는 감정과 행동은 물론, 상처를 악화시킬 만한 사건과 극복할 기회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디테일 사전>은 도시와 시골 편으로 별도로 출간되었는데, 생생한 배경을 연출할 수 있는 디테일한 요소들과 다양한 기법 등을 풍부한 예문과 함께 작가들이 배경으로 삼을 만한 장소들을 총망라했다.

 

<캐릭터 직업 사전>에서는 캐릭터를 구상할 때, 등장인물에 좀 더 디테일한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싶을 때 필요한 인물의 직업을 둘러싼 모든 설정들을 한데 집약했다. 이 시리즈는 상상 속 인물에게 현실성을 입히고, 이야기의 개연성을 업그레이드시키며, 높은 몰입도를 선사할 수 있는 디테일의 끝판왕이자 백과사전이며, 작가들을 위한 실전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들이 옆에 두고 읽으면서 글쓰기를 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독자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특히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시리즈를 통해서 허구의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공감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나 역시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한 권씩 모으고 있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점 하나, 갈등은 이야기를 앞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작가가 뒤쫓고 싶어 할 만한 흥미롭고 강력한 시나리오는 많지만, 스토리텔링의 모든 측면이 그러하듯, 작가는 창작 과정에서 분리되어야 한다. 자신(자신의 흥미와 욕망)을 캐릭터와 이야기에 투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술에 취해 싸우는 장면을 쓰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한 난투극이 주인공에게 있을 법한 장면인가? 그 장면은 약점이나 욕구 등 캐릭터에 대해 뭔가 드러내는가? 아니면 그저 지루한 장면에 '양념을 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p.102

 

이번 신작 <딜레마 사전>은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갈등과 딜레마 양상을 집약한 책이다. 현실에서는 누구나 질색하며 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갈등이지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라면 문제가 다르다. 독자 입장에서 보자면 온갖 곤경과 중상모략이 난무하고, 예측 불가능한 갈등이 넘칠수록 더 이야기에 빠져들어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인간사의 온갖 고통과 고뇌, 수많은 갈등 양상과 그 속에서 비롯되는 인물의 행동과 감정이 모두 담겨 있다. 가정 폭력, 결혼 강요, 배신당하거나 버림을 받고, 배우자나 연인이 바람을 피우고, 불륜이나 부정을 들키며, 거짓말을 들키고, 자동차 사고를 내거나 실수로 일을 망치며, 아이가 아프거나 직장을 잃는 등 바로 장면에 적용해도 될만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예시들이 가득하다.

 

아마도 작가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당장이라도 소설을 쓰고 싶어질 것 같다. 장르를 불문하고 현업 작가들이라면, 책장에 꼭 구비해두어야 할 책인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갈등 유형 110가지만 완벽하게 마스터하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갈등과 딜레마 상황에 대해 통달하게 될 테니 말이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도무지 풀리지 않는 장면이 있다면, 캐릭터에게 설득력을 부여하고, 서사를 더욱 생생하게 그려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소설, 시나리오, 드라마, 웹소설 등 기성 작가들에게도, 혹은 작가가 되고 싶은 작가 지망생에게도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나처럼 독자 입장에서 소설의 구조를 파악하고, 캐릭터의 성격을 분석하는 등 더 디테일하고, 세밀하게 이야기를 즐기고 싶을 경우에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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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 트레인 - 영화 원작소설 무비 에디션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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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학교에서는 틀림없이 남을 믿으라고 가르칠 줄 알았어. 성선설을 부르짖는 줄 알았다고."
"왜요?" 라고 묻는 소년은 '성선설'이라는 말뜻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난 얼마 전에야 마리아한테 배웠는데, 하는 생각에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그건 어느 쪽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아뇨, 선이나 악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p.121

 

이사카 고타로의 '킬러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으로 데드풀 감독 X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불릿 트레인> 원작소설이다. 기존에는 원제인 <마리아비틀>로 출간되었으나, 영화 개봉을 기념하여 영화 제목과 동일한 ‘불릿 트레인’으로 제목을 변경하고, 영화 포스터를 표지로 한 특별 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무비 에디션을 위해 특별히 ‘불릿 트레인 티켓’ 독서카드용 책갈피를 제작하였으며 이사카 고타로가 한국 팬들을 위한 특별 친필 메시지를 남겼으니, 작가와 영화의 팬이라면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킬러 시리즈'는 <그래스호퍼>, <불릿 트레인>, <악스>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그래스호퍼>는 냉혹한 살인청부업자들과 아내의 복수를 꿈꾸는 어수룩한 전직 수학 교사 스즈키의 쫓고 쫓기는 하드보일드 느와르였고, <불릿 트레인>은 생사를 헤매는 아들을 위해 놓았던 총을 다시 잡은 남자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기묘한 킬러 콤비 등 여러 인물들이 우연과 필연 끝에 절묘하게 얽히는 액션 활극이다. <악스>는 겉보기엔 평범한 영업사원이지만 실제로는 베테랑 킬러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청부살인업계에서 은퇴해 떳떳한 가장이 되고자 하는 꿈과 그러려면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해 살인을 계속하게 되는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하는 킬러의 일상을 그렸다.

 

 

 

"저어, 형.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돼요?" 왕자가 별안간 그런 질문을 던졌다... "전부터 이상했어요. 안 그래요? 전쟁 같은 데서 사람을 죽이고 사형 같은 것도 있잖아요. 그런데 살인은 안 된다니."
"지금 막 사람을 쏜 나한테 그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우습군... 잘 들어. 살인을 하면 안 된다는 건 살해되고 싶지 않은 녀석들이 만든 규칙일 뿐이야. 자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보호받고 싶은 녀석들이 만든 거지. 나한테 묻는다면, 살해되고 싶지 않으면 살해되지 않게 처신하면 된다. 남에게 원한을 사지 않는다거나 신체를 단련한다거나. 방법은 여러 가지야. 너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테고."     p.460~461

 

왕년에는 킬러였지만 현재는 한낱 알콜 중독자에 불과한 ‘기무라’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도쿄에서 모리오카로 향하는 신칸센 하야테에 오른다. 여섯 살 어린아이를 백화점 옥상에서 떠밀어 중태에 빠뜨린 소년 ‘왕자’를 찾아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영악한 왕자가 오히려 기무라의 행동을 예측해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기무라는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자리에 묶인 채로 앉혀 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한편 콤비 킬러인 '밀감'과 '레몬'은 인질로 잡혔던 보스의 아들을 무사히 구하고 몸값이 든 검은 트렁크를 들고 하야테에 탑승하지만, 짐 보관소 선반에 올려둔 트렁크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그들이 사라진 트렁크를 찾아 우왕좌왕하는 사이, 보스의 아들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자, 그렇게 종착역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시간 30분! 사이코패스 왕자의 잔꾀에 이들은 우연과 필연으로 얽히면서 모두들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밀폐된 기차 안에서 이들 중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가.

 

 

이 작품은 킬러가 등장하는 여타의 추리, 스릴러 장르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다. 그야말로 이사카 고타로만이 그려낼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단어 그대로 너무도 '인간적인' 킬러가 등장하는 작품은 만나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사실 누군가를 죽이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을 '인간적'이라고 설명하는 것부터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냉혹한 킬러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긴 하지만, 잔인하거나 폭력적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저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회와 인간이 안고 있는 어둠과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읽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위트와 유머에서 비롯되는 재미도 여전하고, 전문 킬러가 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의 매력도 훌륭하다. 행운과 불행, 우연과 필연, 선과 악이 교차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흥미로운 구성을 만들어 내고, 질주하는 기차 안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의 긴장감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브래드 피트의 오랜만의 주연작이기도 해서 영상화된 버전도 기대가 된다. 스피디한 이야기와 위트 있는 대사, 치밀한 구성과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역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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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니와 악몽 가게 3 - 수상한 털북숭이와 겨울 탐험 닌니와 악몽 가게 3
막달레나 하이 지음, 테무 주하니 그림, 정보람 옮김 / 길벗스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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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하고 씩씩한 아홉살 소녀가 악몽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닌니와 악몽 가게>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아홉살 소녀 닌니는 자전거를 너무 갖고 싶어 스스로 자전거 살 돈을 벌어보기로 했고, 아이스크림 가게 아주머니의 말에 힌트를 얻어 찾아간 곳이 바로 악몽 가게였다.

 

닌니가 악몽 가게에 정식으로 채용이 되면서 1권의 이야기가 끝이 났고, 2권에서는 백두 살 먹은 흡혈귀 루카스가 등장했었다. 그런데 이 흡혈귀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존재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반전 재미가 있었다.

 

 

자신이 이빨을 잃어버렸다고,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흡혈귀라고 울음을 터트리는 소심한 흡혈귀에 이어 3권에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정체 모를 털복숭이 거인이다. 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산다는 설인은 대체 악몽 가게에 왜 나타난 것일까.

 

이야기는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왜냐하면 다른 곳은 햇볕이 내리쬐는데, 악몽 가게에만 함박눈이 내리면서 갑자기 겨울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가게 앞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가게 안에도 굵은 눈송이가 가득 날리고 있었다. 갑자기 가게가 꽁꽁 얼어버린 이유는 뭘까.

 

 

닌니와 이상한 할아버지, 그리고 녹색 유령 페르차는 어떻게 된 건지 알아 보기로 한다. 가엾은 충치 요정들이 꽁꽁 얼어 버린 위층이 더 추운 것 같아 그들은 지붕 위에 올라가기로 한다. 장비를 가지러 뒷방 겨울용품 창고로 향한 그들이 마주한 것은 바로 하얀 털복숭이 거인이었다. 각종 장비를 챙긴 닌니와 탐험대는 서재로 향하고,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하는데, 가는 곳마다 털복숭이 거인이 어디선가 나타나 자꾸 길을 방해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옥상으로 올라가 가게에 눈폭풍이 일어난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자꾸만 나타나는 털복숭이 거인의 정체는 뭘까. 이들은 얼어붙은 악몽 가게를 무사히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까.

 

 

<닌니와 악몽 가게>는 이상한 할아버지, 녹색 유령 페르차, 보라색 문어 뢸리스 등 악몽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재미를 더해주고, 매 권마다 색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동화이다. 용감하고 씩씩한 아홉살 소녀가 주인공이라 더 유쾌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나 컬러 삽화와 글밥이 적절히 섞여 있어 예비 초등부터 초등 저학년들이 혼자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만한 책이다.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읽기 독립을 해야 할 나이라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상 요상한 가게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모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오싹한 추위를 배경으로 그려진 이야기라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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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문장 초등 자기주도 글쓰기의 힘
송재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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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시대에서 문맹보다 더 심각한 것은 '글맹'이다. 글맹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체계적이고 논리정연하게 글로 쓸 줄 모르는 사람을 말한다... 언어 발달 과정은 '듣기 -> 말하기 ->읽기-> 쓰기' 순으로 발달한다. 문맹은 이 4단계 중 읽기를 못하는 것이지만, 글맹은 쓰기를 못하는 것이다. 문맹은 작심하면 몇 개월 만에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글맹은 짧은 시간에 불가능하다. 평생 갈고 닦아야 한다.      p.24

 

20년 이상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초등 교육 분야의 많은 책들을 집필한 작가가 알려주는 7~12세 골든타임에 반드시 필요한 초등 글쓰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직장인들이 보고서와 문서작성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아이들 역시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글을 쓰라고 하면, 저학년 아이들 중에는 우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니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의 글쓰기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이자, 글쓰기의 기초가 완성되는 시기이니 말이다. 쓰기 활동은 과목에 상관없이 대부분 수업 시간의 최종 단계에서 꼭 이루어지는 활동 중 하나라서 교사가 아이에 대해 하는 평가의 대부분이 '쓰기'인 경우가 실제로 많다고 한다. 그러니 글쓰기를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고 말이다. 결국 쓰기를 어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즐거울 수가 없다. 부모들이 아이의 글쓰기를 점검해줄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시절에 글쓰기의 기초를 잘 닦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쓰는 글은 쉬운 글이다. 쉽게 읽힌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일상적인 말로 글을 쓰고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글이 쉽게 쓰고 쉽게 읽힌다고 해서 가치 없는 글로 치부하는 태도는 아이에게 글을 어렵게 쓰라고 종용하는 것과 같다. 아이가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글쓰기를 싫어한다면 이 생각부터 불식시켜줘야 한다. 글은 어렵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쉽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이라 말해줘야 한다.        p.211

 

이 책은 한 문장 쓰기부터 시작하여 일기, 독서 감상문, 논설문에 이르기까지 초등 시기에 가장 필요한 글쓰기 노하우를 모두 담고 있다. 일기 쓰기가 왜 중요한지, 일기를 잘 쓰는 방법과 유의점, 독서 감상문의 구성 잡기, 부모를 위한 가이드, 논술 글쓰기에 유의할 점과 4단 논법으로 자기 생각 드러내기, 구성 잡기를 거쳐 실전 글쓰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알려 준다.

 

특히나 매일 한 문장씩,으로 시작하는 간단하고 쉽게 글쓰기 자신감을 채우는 방법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잘 안 되는 것, 다섯 가지가 '육자순간솔' 원칙이라고 한다. 이는 육하원칙에 맞게 쓰기, 자세하게 쓰기, 순서대로 쓰기, 간결하게 쓰기, 솔직하게 쓰기 다섯 가지를 말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실재 사례를 보여주면서 설명해주고 있어 아이들이 읽더라도 이해하기 쉽고, 따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들이 초등학생 자녀를 지도하는 데 있어 가장 난감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글쓰기라고 한다. 왜냐하면 부모조차도 글쓰기를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쓰기를 봐준다는 것이 여간 어렵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글쓰기’에 즐거움과 자신감을 갖기를 바란다면 부모 먼저 ‘초등 글쓰기’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지식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이고, 이 책이 부모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특히 글쓰기 노하우와 예시를 풍부하게 담고 있어서 초등 글쓰기의 표본과 같은 책이니, 아주 실용적인 가이드이기도 하다.

 

또한 68페이지 분량의 워크북 <초등 자기주도 쓰기 노트>를 부록으로 제공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본책에 소개되어 있는 글쓰기 양식에 맞춰 쓰기 노트를 하나씩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흥미를 가지게 될테니 말이다. 문장 만들기 놀이부터 시작해 독서 후 한 줄 소감 문장 쓰기, 감정 사전 일기 쓰기, 수학 일기 쓰기,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 쓰기 등 워크북의 내용이 단계별로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직접 글을 써볼 수 있도록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매일매일 쓰다 보면 문장력은 물론 논술 실력까지 수직 상승하게 될테니 말이다. 글을 억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쓰는 아이, 즉 ‘자기주도 글쓰기’가 가능한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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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웨스 앤더슨 -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월리 코발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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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보면 안다. 대칭적인 선이든, 파스텔 색조든, 완벽한 구도든, 아니면 뭔가 단번에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하고 아름다운 것이든,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 있다. 그렇다면, '우연히' 그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이는 세계 곳곳의 '진짜' 장소들을 발견한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p.15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라고 말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은 선명한 색감과 실제 동화책을 보는 듯한 평면적인 연출로 유명하다. 그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구도를 대칭으로 조율하고, 의도적으로 색감을 제한하며, 극적인 연출이나 카메라 무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단 몇 장면만으로 이곳이 웨스 앤더슨의 세계라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바로 그렇게 색감과 미장센과 영상미를 자랑하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세계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저자인 월리 코발은 우연히도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비슷해 보이는 장소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인스타그램 채널을 만든다. 마침 코로나 이슈로 여행이 힘들어진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었고, 현재 160만 팔로워를 넘으며 사랑받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AccidentallyWesAnderson'계정의 내용과 사진을 엮었다. 마치 영화에서 그대로 옮긴 듯한 장소가 2백 곳 이상 수록되어 있어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 세계 일주를 떠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의 스완강에 놓인 낡아빠진 판잣길의 끝에는 귀여운 느낌표 같은 내트래스 가족의 자그마한 보트 오두막이 있다. 처음에는 이곳에 이따금 사진을 찍으러 들르는 한줌가량의 관광객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계속해서 찾아왔고 한 줌에서 몇백 명으로 늘었다. 그러고는 몇천 명이 되었다... SNS의 사진 공유가 어떻게 하여 이 놀라우리만치 별 특징 없는 유기적인 온라인 명소를 탄생시켰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푸른 보트 오두막 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있을 정도다.          p.339

 

우연히, 웨스 앤더슨에서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맬리스 초콜릿 공장'이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교외에 위치한 이곳은 우뚝 솟은 분홍색 원통형의 맬리스 초콜릿 저장 탱크부터 눈길을 사로 잡는다. 세 개의 저장 탱크에는 초콜릿을 맛있게 하는 재료 세 가지가 커다란 글자로 적혀 있다, 코코아, 우유, 설탕. 핑크빛 건물의 외관과 민트 컬러 자동차까지... 마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현실 버전같은 모습이기도 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하이오의 명물인 이곳에서는 다양한 초콜릿, 클래식 웨이퍼, 초코바 등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지역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땅콩버터가 든 초콜릿 '벅아이즈'라고 한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초콜릿도 맛보고 싶다.

 

 

체코의 프라하에 있는 오페라 호텔은 핑크빛 설탕 옷을 입은 듯한 보헤미아 스타일의 신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 너무도 아름다웠고, 표지에 수록된 사진이기도 한 스위스의 벨베데레 호텔도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북극권 한참 위에 있는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에 있는 눈 덮인 작은 오두막 로르부 캐빈도 너무 근사했고, 북극권에서 280마일 정도 떨어진 러시아의 도시 미르니에 있는 파란색 라디오 방송국도 인상적이었다. 1년 중 10개월 동안 겨울이 계속되어 평균 영하 40도의 기온을 견뎌야 하는 그곳 주민들에게는 라디오가 곧 일상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 책의 부제는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이다. 이 문장 하나로도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 전부 설명되는 듯하다. 웨스 앤더슨은 이 책에 대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소와 사물들을 찍었지만, 솔직히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 그의 영화 세계와 정확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이 책과 함께 '우연히' 보물 같은 풍경을 발견하게 되기를, 그리하여 일상 속에서도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해 보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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