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 (양장) - 판타지 제국을 구할 전설의 왕관을 찾아서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이승수 옮김 / 사파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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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정말 사랑하는 판타지 동화 <제로니모의 환상모험>이 30권으로 기나긴 시리즈 완간이 되었다. 어린이 대상 동화 중에서는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긴 하지만, 모든 책들이 두툼한 양장본이 각 권이 모두 300~4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책 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시리즈이다. 매 페이지마다 색색의 그림들이 큼지막하게 수록되어 있고, 글자 크기도 아이들이 읽기 딱 좋게 되어 있다. 중요한 단어들은 글씨체를 다르게 하거나 색깔을 다르게 넣어 눈에 잘 들어오게 하고 있어, 혹시 아이들이 분량의 압박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감정과 동작을 시각적으로도 느껴지게끔 표현하는 그림 글자덕분에 지루할 틈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만들어 주니 말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이 살았던 쥐라기로 시간 여행을 떠났던 1권을 아이와 함께 읽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0권이 나왔다니 그만큼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시리즈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이번에 만난 30권에서는 판타지 제국을 부활시킬 전설 속 왕관을 찾아 떠나는 제로니모의 모험 이야기가 펼쳐진다.

 

쥐토피아의 시원한 가을날, 제로니모는 자신의 출판사에서 곧 출간할 예정인 팝업책을 보려던 참이었다. 제로니모는 찍찍 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신문인 <찍찍 신문>의 편집장이다. 다음 날 인쇄하기 전에 한 장 한 장 확인해보기 위해 책장을 넘기다가, 갑자기 눈앞에 불꽃이 번쩍하더니 향기롭고 따뜻한 돌풍이 제로니모를 책 속으로 끌고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책 속 판타지 세계로 빨려 들어간 제로니모는 요정들의 여왕이자 판타지 세계의 여왕인 플로리아 플라라 여왕님이 사는 크리스털성에 도착한다.

 

 

제로니모를 반갑게 맞이한 플로리아 여왕은 안개가 낀 듯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기사님, 시간이 없어요... 판타지 세계가 또다시 커다란 위험에 빠졌거든요. 이 세계가 희망을 되찾으려면 용감한 기사님의 도움이 절실해요!"

 

판타지 세계의 오래된 숙적인 보이지 않는 군대가 화합의 보석을 훔쳐가 판타지 세계 전체가 큰 위험에 빠진 상황이었다. 판타지 제국을 구하려면 판타지 제국의 왕관을 찾아야만 했는데, 제로니모는 여왕의 부탁을 받아 전설 속 왕관을 찾으러 일곱 가지 비밀의 섬으로 떠나게 된다. 그렇게 플로리아 여왕님의 딸 알리나 공주, 용 조련사이자 알리나 공주의 수호 기사인 로리안와 함께 일곱 가지 비밀의 섬으로 떠나는 모험이 시작된다. 그들은 황금빛 다리를 가진 거대한 거미를 만나고, 아주 끔찍하고 무서운 악몽에서나 볼 것 같은 머리 세개 달린 공포스러운 뱀과 마주하고, 거대하고 뾰족한 이빨을 가진 용광로 물고기를 피해 바다 동굴로 숨기도 하고, 거대한 바위산의 모습을 한 돌 거인과 일곱 가지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과연 제로니모와 일행들은 왕관을 찾아 판타지 제국을 구하고 부활시킬 수 있을까?

 

 

책 속에는 판타지 제국의 열쇠가 별도로 들어 있다. 책을 읽으며 판타지 제국의 열쇠 표시가 있는 곳마다 열쇠를 놓아 두면 열쇠 구멍으로 특별한 단어를 찾을 수 있다. 그 단어들을 모아서 특정 페이지에 적으면 새 황제가 전하는 메시지를 멋지게 완성해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모험이 끝나면 주인공 제로니모는 다시 <찍찍 신문>을 만드는 저널리스트로 돌아 온다. 우리가 책장을 덮으면 허구의 이야기 세계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방학에는 전 세계 어린이의 친구 제로니모와 함께 아주 특별한 환상 모험을 떠나 보면 어떨까.

 

기존에 만나왔던 제로니모의 모험들도 모두 판타스틱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 위험천만하고, 험난한 여정을 보여준다. 하늘을 찌를 듯 키 큰 나무들로 가득한 숲을 지나고, 구름마저 발아래 깔릴 정도로 높은 곳을 달리고, 언제든 괴물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칙칙하고 음습한 늪지대에 도착해, 시뻘건 용암 웅덩이가 된 불꽃 늪을 건너고, 안개 호수와 기이한 바다를 지나는 스펙타클한 여정이었으니 말이다. 어린이 버전 '반지의 제왕'이라고 하면 딱 좋을 만한, 그에 못지 않은 왕관 원정대의 새로운 모험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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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소심 유령 탐정단 3 - 무대 뒤의 유령 엉뚱소심 유령 탐정단 3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오로르 다망 그림, 이은선 옮김 / 한빛에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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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소년과 인간 소녀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엉뜽소심 유령 탐정단>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시리즈 1권에서는 가족과 함께 오래된 학교에서 살고 있던 유령 카즈가 학교 건물을 부수는 공사 덕분에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됐었다. 갑작스럽게 건물 벽이 와르르 무너졌고, 큰 구멍 속으로 세게 불어온 바람덕분에 가족들이 모두 제각각 바람에 실려 날아가게 된 것이다. 홀로 남겨진 카즈는 사방이 책장으로 가득한 도서관 건물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솔리드(인간)이지만 유령을 볼 수 있는 소녀 클레어를 만나게 된다. 우연히 두 사람은 도서관에 나타난 유령 사건을 해결하게 되고, 그렇게 유령 탐정단이 결성된다.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부모님처럼 탐정이 되고 싶었던 클레어의 꿈과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고 싶었던 카즈의 바람이 만나 유령 사건을 해결하는 파트너가 되기로 한 것이다.

 

 

2권에서는 유령 탐정단이 본격적으로 의뢰를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어린이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어른이 어디있겠는가. 첫 사건은 부모님이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로 먼저 연락이 온다. 하지만 엄마는 자기 집 다락방에 유령이 있다는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말로 전화를 무시해버리고, 클레어는 그 전화로 다시 연락해 자신들이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카즈가 또 바람에 날라가면 안되니, 몸 크기를 자유롭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투명 물병 속으로 들어가 이동하기로 한다. 비슬리 부인은 클레어를 만나 탐정 일을 하기엔 너무 어리지 않냐며 당황하지만, 사실 유령이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믿어 주는 사람이 없던 터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에게 사건을 맡기게 된다. 카즈는 그곳에서 자신의 반려견 코즈모를 발견하게 되고, 클레어는 뛰어난 관찰력으로 멋지게 사건을 해결해낸다.

 

 

이번에 만난 3권에서는 C&K 유령 탐정단 두 번째 사건이 펼쳐진다. 학교에서 하는 연극 공연 <잭과 콩나무>에서 클레어가 엄마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같이 연극을 하는 친구 중에 잭 역할을 맡은 조너선이라는 남자애가 학교 대강당을 날아다니는 유령을 봤다는 거였다. 하지만 친구들은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고, 클레어는 카즈에게 함께 학교에 가서 유령이 있는지 찾아보면 어떻겠냐고 말한다. 과연 학교에 나타난 유령은 카즈의 가족 중 누군가일까.

 

조너선이 봤다는 유령의 인상착의는 외모부터 하트가 달린 목걸이까지.. 꼭 카즈의 엄마처럼 보였다. 정말 학교에 나타난 유령이 카즈의 엄마일지, 드디어 잃어버린 가족을 만나게 되는 것일지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한편, 학교에서는 누군가 연극 공연을 방해하는 것처럼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생기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었던 창고 벽에 누군가 무시무시한 글씨를 써 놓았고, 무대 뒤 어딘가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를 따라가보니 피아노 건반이 자기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급기야 공연을 앞두고 배우들의 의상 전체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는데, 과연 학생들은 무사히 연극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학교에 나타난 유령은 카즈의 엄마였던 것일까.

 

 

한밤중에 아이 혼자 읽어도 무섭지 않은, 유령 탐정단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몇 권까지 계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선 예고되어 있는 4권에서는 카즈와 클레어에게 새로운 유령 사건이 접수된다고 한다. 오후 다섯 시만 되면 마치 유령의 장난처럼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이들은 또 멋지게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게다가 이번에는 카즈의 반려견 코즈모까지 사건 현장으로 향한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지는 다음 이야기이다.

 

작가인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는 <버디 파일:사라진 소년 건>이라는 작품으로 2011년 최우수 어린이 미스터리 부문 에드거 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국내에도 여러 편의 작품이 번역 출간되어 있다. '엉뚱소심 유령 탐정단'은 페이지 분량이나 귀여운 캐릭터의 그림 등 초등 저학년이 읽기에 딱 좋은 동화책이다. 글밥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글자 크기가 작지 않고 내용도 쉽고 재미있어서 초등 2, 3학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령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공포를 자아내는 분위기는 아니라서 더 편하게 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극적인 매체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방학 동안 영상 대신 재미있는 동화책을 보여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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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팔로우 리벤지 스토리콜렉터 105
엘러리 로이드 지음, 송은혜 옮김 / 북로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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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의 판이 이렇게 커질 줄은, 그리고 사람들의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인스타그림에는 매일 1억 개의 사진이 올라오고, 사용자 수는 10억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떠올릴 때면 정신이 혼미해지곤 한다. 물론 나는 어쩌다가 인플루언서로 먹고살게 된 순진한 아가씨는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나도 남편도 마마베어가 얼마나 빨리 유명해질지, 우리 가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지, 그리고 그 모든 게 우리를 얼마나 불안하게 할지는 알지 못했다.           p.93

 

패션 잡지 에디터였던 에미는 두 아이를 낳고, 전업 맘으로 커리어를 바꾸게 된다. 그녀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산후우울증에 빠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인스타그램때문이었다. '베어풋'이라는 닉네임으로 운영하던 구두 블로거에서, '마마베어'라는 이름의 인스타맘이 된 것이다. 그녀는 같은 처지의 아이 엄마들과 유대하면서 소통하면서 육아의 힘든 순간들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재는 100만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인플루언서로 광고와 협찬, 강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고 영국의 인스타맘 중 처음으로 10억대 연 수익을 기록한 인플루언서이니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게 유명인인 셈이다. 

 

에미는 항상 진솔함이 자신의 브랜드라고, 자신은 항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고 팔로워들에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서 강연을 듣고 있는 남편 댄은 그 모든 말이 완전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생략과 날조, 그리고 반쪽 진실이 난무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제나 '응원하는 배우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댄은 소설가이다. 나름 호평을 받고, 영화 판권도 팔았던 책이 출간된 것은 8년 전, 지금은 그저 한물간 작가이다. 가족의 모든 것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는 에미 덕분에 댄도 '파파베어'라는 이름으로 그녀가 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 실질적으로 그녀가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상태였으니, 불만이 있더라도 잠자코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당장이라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이 아이를 에스컬레이터 밖으로 던지거나, 발코니에서 떨어뜨리거나, 달려오는 차 앞으로 밀어버릴 수 있었다. 그날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고 그곳에 아이를 두고 사라졌던 이유는 오직 하나다. 그건 내가 순간 겁을 먹어서도, 동정심을 느껴서도, 스스로의 결정에 의심이 들어서도 아니다.
그건 내가 에미 잭슨과 그녀의 가족을 위해 훨씬 더 끔찍한 계획을 세워두었기 때문이다.             p.151

 

이 작품의 원제는 'People Like Her'으로 번역본의 제목인 <라이크 팔로우 리벤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인스타그램과 인플루언서의 삶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SNS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제목이 아닌가 싶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 엘러리 로이드는 런던에 거주하는 작가 부부 콜레트 라이언스와 폴 블리토스의 필명이다. 이 작품은 두 사람이 함께 집필한 그들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무심코 노출한 개인 정보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SNS를 통해 보여지는 삶의 진실성에 대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모든 것이 필터링된 완벽한 허구의 세계와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이 같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과 일어날 법한 일, 그리고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일들을 이리저리 뒤섞여 그럴듯한 이야기로 재탄생하고, 누군가는 그런 모습을 동경하고, 공감하고, 질투하고, 집착한다.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삶 속에 안전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사건, 불안을 유발시키는 사고와 위협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고, 100만 명의 팔로워 중에 누가 그들을 스토킹하는 것인지, 누가 사진을 도용해서 이용하고, 누가 위험한 감정을 품었는지 알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야기는 에미와 댄, 그리고 범인의 시점으로 교차진행된다. 세 사람 각자의 상황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는 하나의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면서 점점 긴장감을 더해간다. 매일 1억 개의 사진이 올라오고, 사용자 수는 10억 명이 넘는다는 화려한 인스타그램의 세계, 그 뒤편에 숨겨진 진실과 어둠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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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삽니다
예세 휘센스 지음, 마리케 텐 베르헤 그림, 정신재 옮김 / 노란코끼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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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해요. 무려 5개월간이요. 제가 사는 북쪽 지방에선 기나긴 겨울 동안 빛을 보기 무척 어렵습니다. 제가 울부짖는 모습이 보이나요? 제가 달을 향해 울부짖는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제 늑대 무리를 향해 소리를 내는 거예요. 제가 이끄는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 늑대와 함께 말이죠... 사실 우리는 혹한기에 살아남기 위해 지방을 저장해야 해요. 커다란 먹잇감이 없다면, 북극 토끼나 북극 여우, 심지어는 둥지를 만드는 새들이라도 먹어야 해요.          p.25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점점 녹아서 북극곰들이 먹이를 구할 데가 없어지고 있다. 작은 빙하 위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북극곰의 모습은 환경 다큐멘터리, 동화책 등으로 자주 보았을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점점 높아지면 생태계 환경이 변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생물들이 멸종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 것은 사람들이고, 결국 그 영향은 고스란히 우리에게로 올 수밖에 없다. 지구의 환경 문제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동물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그림책은 북극에 사는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북극 동물'들의 진짜 이야기, 우리가 외면했던 북극에서의 진짜 특별한 하루를 만날 수 있다. 책을 펼치자 마자 북극의 빙하와 오로라가 눈부시게 우리를 맞이한다. 새끼 북극곰과 어미 북극곰이 점점 녹아서 사라지고 있는 빙하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온통 바다의 푸른 빛과 빙하의 순백색, 그리고 오로라의 신비로운 에메랄드 빛으로 칠해진 아름다운 공간이지만, 그 속에 사는 북극 동물들의 세상도 과연 그럴지 의문이 들었다. 특히나 극지방은 기후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지역이라, 북극의 자연은 매우 약해진 상태이니 말이다.

 

 

 

저는 곰 종류 가운데 바다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유일한 곰이에요. 제 학명이 이를 잘 말해주죠. 제 학명의 뜻은 바다곰이에요. 하지만 얼어붙은 바다여야 해요. 얼음이 없으면 저는 갈 곳이 없어요. 저는 지름이 최대 30센티미터에 달하는 제 다리로 아주 얇은 얼음판도 걸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므로, 얼음이 이곳저곳에서 얇아져만 가요. 그래서 제 사냥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죠. 전 천적은 없는데요. 없어져 가는 얼음 그 자체가 저에게 가장 큰 위협이에요.            p.38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광활한 자연, 엄청난 추위를 견디면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그린 그림들은 사진보다 더 아름다웠다. 순록, 북극고래, 북방족제비, 하늘다람쥐, 수달, 바다쇠오리, 스라소니, 외뿔고래, 북극토끼, 범고래, 흰올빼미, 혹등고래, 바다코끼리 등 35종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각각의 동물들이 화자가 되어 친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라 그들이 하는 말에 더 공감하면서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지금 북극의 환경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그곳에 사는 동물들의 삶이 어떤지, 그리고 북극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곳인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루돌프 사슴코의 바로 그 순록은 일 년에 무려 5,000킬로미터를 걷는다는 것, 북극고래는 무려 80,000킬로그램이나 되는 몸을 끌고 물 밖으로 점프할 수 있고, 북방족제비는 겁에 질리면 스컹크처럼 멍해지는 액체를 뿌리고, 하늘다람쥐는 절대로 바닥으로 내려오지 않아도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고, 하얀색으로 보이는 북극곰의 털은 사실 투명에 가깝고, 털 속의 피부는 검은색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빛이 털에 반사되어 하얀색처럼 보이는 거라고 하니 말이다. 천적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육식동물에게 가장 큰 위협이 사라져 가는 얼음 그 자체라고 하니 슬퍼진다. 왜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북극의 세상을 보존하려면 우리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연을 지키고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이들 북극 동물들을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북극동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명의 가치와 지구의 소중함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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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의 거장들 - 매 순간 다시 일어서는 일에 관하여
데비 밀먼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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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간을 다 가진 것처럼 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드니까, 이를테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풍선이 빵 터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알 수 없다는 걸 실감하면서, 이른바 한 번뿐인 이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어릴 적 배웠던 온갖 교훈들을 떠올렸죠... 괜찮아지기 위해서 저는 정말 많은 규칙들을 잊어야 했어요.         - 앤 라모트, p.104

 

데비 밀먼은 팟캐스트 <디자인 매터스>를 16년이 넘도록 운영하며,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대중 지식인, 예술가, 작가, 창작자들을 만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팟캐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까지 누적 450회 이상의 인터뷰를 해왔고, 그 정수를 단 한 권에 책에 담았다. 책은 마치 백과사전처럼 튼튼한 양장본에 엄청난 두께를 자랑한다. '멘탈의 거장들'이라는 제목처럼, 멘탈이 흔들릴 때 제대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붙들어 줄 것만 같은 책이다. 데비 밀먼은 <나쁜 페미니스트>, <헝거>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작가 록산 게이의 반려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도 록산 게이가 애정 어린 서문으로 왜 데비 밀먼이 독보적인 인터뷰어인지 알려주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계의 슈퍼스타 밀턴 글레이저, 그래픽 노블 장르에 한 획을 그은 앨리슨 벡델, 대중문화 안에서 열풍을 일으킨 시인 아릴린 마일스, 마케팅계의 거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세스 고딘,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사랑받는 글쓰기 고전 <쓰기의 감각>의 작가 앤 라모트, 혁신의 아이콘 팀 페리스, 세계적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 등 자신의 분야에서 큰 획을 그었고 지금도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이들의 솔직하고, 가감 없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페르소나를 만들어나가잖아요.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하나 만들고 그걸 유지하려고 노력하죠. 결국 그런 이미지가 굳어지게 되고요. 하지만 우리는 모순덩어리여서 다른 면들도 가지고 있죠. 모든 인간은 모순되는 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보여주기는 싫어해요. 저는 제가 부끄러워하는 면들을 드러내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p.549

 

저자인 데비 밀먼은 지난 20여 년간 버거킹, 펭시, 하겐다즈, 네슬레, 질레트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전략가로, 아트 디렉터로 일해왔다. 그러는 동안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성공한 사람이 되었지만, 자신의 삶에 의미와 목적이 결여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온통 실무적인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자신이 창의성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창의력 권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성공이 보장된 회사를 선택하는 대신 팟캐스트를 열었고, 이제는 '커뮤니케이션 대가'가 되어 크리에이터들의 멘토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읽다 보면, 인터뷰 대상의 신뢰를 얻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대화를 끌고 가는 좋은 인터뷰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예술가, 작가, 대중 지식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 자체로도 매우 흥미롭지만, 데비 밀먼이 어떤 질문을 해서, 그들에게 어떤 대답을 이끌어 내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그가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한 감각적인 내지와 예술적인 캘리그래피로 완성한 인터뷰 에필로그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 준다. 수록된 사진들이 전부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감각의 사진들이 인터뷰 내용만큼이나 훌륭하니 말이다. 정말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0.1% 상위 대가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은 자기 계발서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수식이 아깝지 않을 만큼 흥미로운 대화들로 가득하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숱한 거절을 마주하고, 새로운 열정에 사로잡히고, 끊임없는 노력과 불굴의 희망으로 매순간 성장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화보 같은 사진과 감각적인 디자인, 생생한 현장감을 살린 문장들로 버무려진 56편의 인터뷰를 만나 보자. 묵직한 두께만큼이나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자기 계발서의 끝판왕으로 새해를 시작한다면, 당신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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