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에 끝내는 기초영어 미드천사: 왕초보 패턴 - Top10 미드추천, 1004문장으로 기초 영어공부 혼자하기! 기초영어 미드천사 시리즈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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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를 웬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다들 그런 생각해봤을 것이다. 영화관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도 그렇고 말이다. 자막 없이 볼 수 있다면.. 이라고.

이 책은 기초실력이 전혀 없는 왕초보도 미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책을 8시간안에 다 끝내면 미드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냐고? 글쎄, 그건 당신이 직접 경험해보라.

 

실제 원어민과 대화 시에 활용할 수 있는 영어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팝송이나 미드를 통해서 영어 공부를 시도해 보았을 것이다. 문법적으로 딱 들어맞는 문장보다 실생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문장들을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매체이니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딱이다. 미국인들이 방송에서 쓰는 단어 41,284단어 중에 가장 많이 쓰는 단어 1004단어가 책에 실려 있는데, 이 정도면 간단한 일상회화에는 충분한 어휘의 양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책에 실려 있는 단어들만 정복해도 우리는 영어 앞에 기죽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드는 보통 한 시즌이 10편에서 20편 정도로 이뤄져 있고, 짧은 것은 20분에서 보통은 40분, 긴 것은 60분 정도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 드라마도 그렇지만, 고르기가 어려울 만큼 편수가 너무 많다. 아무 거나 보지 말고, '가장 효율적이고 선호도가 높은 미드'부터 만나봐야 되지 않겠는가. 이 책에는 미드 카페 설문 조사를 통해 선호도가 높은 미드 10개의 리스트를 뽑고, 이 중 영어공부하기 어렵다고 생각된 것을 빼고 영어 공부하기 좋은 미드를 추가해 10편이 실려 있다. 재미도 있으면서 대중적이고, 영어 공부에도 활용하기 좋은 미드들 말이다.

 

예를 들자면, 로스트, 엑스파일, 위기의 주부들, 심슨이 또박또박 말하는 편이라 발음공부에 좋고, 빅뱅이론과 왕좌의 게임은 안 쓰는 어휘가 많아서 어렵다.

 

 

그리고 각각의 미드 속에서 나온 대사 중에 기본 활용할 수 있는 패턴을 문장으로 뽑아내고, 그것을 다양한 경우로 활용해서 변주할 수 있도록 정리가 되어 있다. 미드에서 추천하는 1004개의 명대사를 문법패턴으로 분류했고, 미국인들의 일상회화 89%를 해결하는 영어단어 1004개가 실려 있다.

 

 

각 미드마다 에피소드 줄거리와 등장 인물 소개가 간략히 되어 있어 미드 자체에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팟빵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무료 강의를 통해 왕초보라도 혼자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사실 영어단어 1004개도 단어 수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 이걸 어떻게 다 외우나 시작도 하기 전에 막막할 수도 있지만, 책의 가벼운 두께만큼이나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구성되어 있어 걱정할 필요 없다. 한 번에 두 페이지씩 공부할때 나오는 12문장에서 새로운 단어가 6단어 이하라, 문장을 공부하기 전에 제시된 그 단어들부터 차근차근 공부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쉬운 문법 용어조차 되도록 쓰지 않았고, '기초 영어'라는 말 답게 너무 쉬운 패턴들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로 읽어보면 너무 쉬운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로 외국인을 만났을 때 말을 할 수 있도록, 어떤 경우에서도 응용가능한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는 것. 그러니 학교 졸업 후 단 한번도 영어 공부를 해 본적이 없다는 직장인부터, 대체 내가 언제 학교를 갔었나 싶을만큼 나이를 드신 어르신들까지 부담없이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미드도 보고, 쉽게 패턴도 익히고, 그러면서 회화까지 가능하도록 도와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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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문장으로 끝내는 유럽여행 영어회화 - 그리스부터 영국까지 유럽 여행 에세이로 익히는 기초 영어회화 (부록 CD: 핵심 강의 + 원어민 음성)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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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항상 여행지에서 활용하기 좋은 영어회화 공부 좀 미리 해가야겠다 마음 먹지만, 사실 대부분 미루기만 하다가 정작 여행 당일이 되면 에잇, 될 대로 대라는 식으로 가버리곤 한다. 사실 콩글리시 조차도 아닌 그저 단어 몇 개만 나열해도 웬만한 호텔이나 음식점, 관광지 등에서는 그들과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리스,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랑스, 영국에 이르기까지 유럽 8개국을 여행하면서 겪은 여행기와 그곳에서 필요한 필수 영어 회화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래와 같이 날짜별 일정 표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그날의 일정과 숙박장소, 경비, 준비해야 할 일에 이르기까지 실제 여행을 준비하거나, 현지에서 매우 유용하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 한 패턴씩 총 8패턴을 공부할 수 있도록 정리가 되어 있다. 여기서 패턴이란 한 문장에서 한 단어만을 바꿔가면서 익히는 것을 말하는데, 이 책에 실려 있는 8개의 패턴은 500문장 이상으로 응용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문장이다.

 

게다가 저자가 '영어를 읽기도 어려운 부모님께서 배낭여행을 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고심했다는 것처럼, 한글 발음이 큰 글자로 적혀있어 정말 영어 왕초보도 부담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여행기, 혹은 여행 에세이를 그냥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쭉 따라 읽기만 해도, 그 일정 안에 필요한 영어 문장들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행을 했구나 싶은 마음에서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다 읽고 나서 영어 문장들이 머릿속에 남는 다는 말이다.

 

 

영어 회화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현금인출하는 방법, 영어로 한글 적기, 여권 발급 방법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들도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각 나라의 대표 음식 만드는 방법까지 깜찍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그리스의 차지키, 이탈리아의 알리오 올리오 레시피가 함께 있다.

 

사실 긴 여정을 잡고 떠나야 하는 유럽 여행의 경우, 매번 끼니를 외식으로 때울 수는 없기에 한 끼 정도는 마트에서 장을 봐서 숙소에서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런 음식 만드는 정보 또한 여행에서 꽤나 쏠쏠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여행 가이드북도 그렇지만 두툼한 책들은 여행 시에 불필요하게 짐만 될 뿐이다. 그러니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려면 콤팩트한 사이즈와 가벼운 무게감이 필수인데, 이 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미니 사이즈에 꼭 필요한 정보들만 콕콕 실려 있어 여행 중에 들고 다니기에 매우 편리할 것 같았다.

 

원어민의 녹음과 미니강의가 담긴 CD도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고, 550단어의 미니 한영사전, 미니 영한사전도 포함되어 있어, 현지에서 급할 때 찾아보기도 좋을 것 같다.

 

 

이 책과 스마트폰만 있다면, 유럽배낭여행을 가더라도 가이드 없이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는 어떻게 여행영어가 단 8문장으로 끝낼 수 있다는 거지? 낚시 아닌가? 싶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여행을 가서 사용하는 영어란 매우 기본적인 단어, 문장들 아닌가.

 

딱 중요한 기본 패턴만 제대로 숙지하고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너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쉽고, 놀라우리만큼 단순하고, 책의 무게만큼이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영어 회화 책은 처음이라, 올해 계획중인 해외 여행지에 가져가서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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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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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책 중에 <빨강 머리 토리>라는 동화책이 있다. 아이의 태명이 '토리'였던 탓에 우연찮게 선물 받은 책인데, 내용을 이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도 참 좋아해서 책장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보았던 책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토리는 머리색이 빨갛다는 것 때문에 친구들이 놀리는 것 때문에 속상했는데,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날 아침 자신의 머리카락이 커다랗게 자랐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토리의 머리는 지리 시간에는 지도 모양으로, 과학시간에는 행성 모양으로, 역사시간에는 나폴레옹 모양으로 마구 바뀌게 된다. 토리는 부끄럽고 창피했고, 걱정으로 머리가 아파오더니 몸까지 아파서 학교를 하루 쉬게 된다. 다음날 몸은 좀 나아졌지만 너무 가기 싫은 학교에 억지로 등교해보니, 친구들과 선생님의 머리 모양이 모두 각양각색의 커다랗고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친구들과 깔깔대며 웃으며 토리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친구들 덕분에 다시 평범한 누군가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독특한 머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된다. 빨강 머리여도 괜찮아. 머리가 제멋대로 자라도 괜찮아. 나는 나라서 아름다운 거야. 라고 말이다. 우리는 원래 모두다 정말 다른 존재이니까 말이다.

비록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동화책이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참 따뜻한 위로 같은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남과 다르면 '다르다'가 아니라 '틀리다'부터 가르치는 우리 사회의 풍경 속에,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았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을 읽으면서도 이 책을 통해 느꼈던 부분들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할머니가 있다는 건 아군이 있는 것과 같다. 그게 손주들의 궁극적인 특권이다. 자초지종이 어떻든 항상 내 편이 있다는 것. 내가 틀렸더라도. 사실은 내가 틀렸을 때 특히.

할머니는 검이자 방패다. 학교에서 그게 무슨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엘사 더러 "특이하다"고 할 때, 엘사가 멍이 든 몸으로 집에 돌아올 때, 교장선생님이 "튀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할 때. 그럴 때 할머니는 지원군이 되어 엘사가 사과하지 못하게끔 한다. 자기 탓을 하지 못하게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엘사는 일곱 살 이라는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한데다 얄밉도록 지나치게 똑똑해,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왕따, 선생님들에게는 눈엣가시이며, 주변 어른들에게도 좀처럼 적응이 안 되는 독특한 존재이다. 해리포터에 열광해 그리핀도르 목도리를 두르고, 빨간 사인펜을 넣고 다니며 누군가 맞춤법을 틀리면 사인펜으로 고쳐 준다. 엘사는 그야말로 다른 아이들과 완..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엘사는 말 그대로 애 어른 같은 캐릭터이다. 당연히 친구도 없고 말상대라고 해 봤자 병원 운영으로 너무 바쁜 엄마를 제외하고 할머니뿐이다. 그런데 엘사의 할머니 또한 만만치 않게 독특한 캐릭터이다. 일흔일곱의 그녀는 괴팍한 성미에 입이 거친 걸로 유명하고, 손녀인 엘사에 관한 일이라면 병원에서 탈출할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이야기의 시작도 그녀가 병원을 탈출해 동물원에 무단 침입해서는 경찰한테 똥을 던져서 경찰서에 있는 걸로 출발하니 말이다. 사실 그날은 학교에서 엘사를 미워하는 상급생이 엘사를 때리고 목도리를 찢어 버린 날이라, 그걸 잊어버리게 하려고 만든 상황이었다. 그녀의 신조는 '나쁜 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으면 좋은 걸로 덮어버려야지'였으니 말이다.

엘사의 엄마는 할머니와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이다. 언제나 냉정하고 침착하며 언성을 높이는 법이 없다.  기본적으로 질서 정연한 엄마와 언제나 뒤죽박죽인 할머니는 자주 옥신각신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거의 모든 것을 놓고 말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기이한 행동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손녀를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라게 하는 양분 역할을 한다. 남들과 다른 엘사에게 교장 선생님이특이하다거나튀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할 때, 남들과 다른 건 특별한 거라고 가르쳐주는 멋진 할머니이다. 그런데 할머니는 이야기가 시작할 때부터 병원에 있었고, 그러니까 암이다. 그래서 이야기 초반에 일찍 하늘 나라로 가 버린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엘사에게 편지 배달이라는 임무를 맡기고, 엘사가 사람들을 찾아 할머니가 그들에게 사과하며 전하는 안부 편지를 전달해주는 것이 거의 스토리의 전부이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 도사였던 할머니와 엘사만의 비밀스런 왕국이었던 깰락말락 나라, 그리고 그곳에 있는 여섯 왕국 가운데 하나인 미아마스에 대한 스토리 또한 이 작품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할머니와 엘사가 공유하는깰락말락나라라는 판타지적 설정은 묘하게 현실을 비추어 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의 진리를 거울처럼 비춰 준다.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손녀인 엘사까지 모녀 3대의 가족사와 아파트에 함께 사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이웃들의 사연까지 엮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뭉클하고, 기분 좋게 흘러간다.

믿음이 있어야 해.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했다. 믿음이 있어야 동화를 이해할 수 있다. "뭘 믿는진 중요하지 않고 다만 뭐라도 믿는 게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거면 차라리 전부 다 잊어버리는 게 낫지."

결극 이 모든 사태의 핵심은 그것일지 모른다.

이 책은 <오베라는 남자>로 엄청난 즐거움을 안겨 주었던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다. 밉지만 짠한, 무섭지만 뭉클한 오베라는 캐릭터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유쾌하면서도 울컥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작품이라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았었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 데뷔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노련한 스토리, 그리고 입에 척척 달라붙는 음식처럼 눈에 쏙쏙 들어오는 문장들이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게 만들어주었던 책이라, 프레드릭 배크만의 다음 작품은 그냥 덮어놓고 무조건 궁금했고, 읽고 싶었다. 오베라는 캐릭터에게 워낙 반해 있던 터라, 사실 이번 작품의 주인공도 엘사의 슈퍼 히어로인 할머니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곱 살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아이 또한 전작의 오베 못지않게 독특하고, 개성 있고, 살아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특이한 사람들의 숫자가 어느 선을 넘으면 아무도 더 이상 평범해질 필요가 없다. 그때는 더 이상 튀지 않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피해 다닐 필요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당신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면 된다. 괜찮다. 모두 다 괜찮다. 뚱뚱해도 괜찮고, 키가 작아도 괜찮고, 공부를 좀 못해도 괜찮다. 당신은 당신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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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여자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 지음, 윤병언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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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가 기저귀를 갈기 위해 수유실에 들른 적이 있다. 휴일이라 수유실에 아이와 엄마들로 북적북적했는데, 너무도 요란하게 자신의 아이에게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는 엄마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자연스레 엄마가 그렇게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다소 오글거리는 혀 짧은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아이에게 먼저 시선이 갔는데, 순간 너무 놀라 움찔 했을 정도로 아이의 얼굴이 평범하지 않았다. 아직 돌도 채 지나지 않아 보이는 어린 아기였는데, 얼굴이 단순히 못생겼다고 표현하기도 뭔가 모자랄 만큼 특이했던 것이다. 웬만하면 아기들은 다 예뻐 보이게 마련인데 내가 그렇게 당황했을 정도면 어느 정도 아마 대충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엄마는 자신의 아기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이었으니, 잠시나마 아이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한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역시 모성애란 이런 거 아니겠는가. 사실 자신의 아이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냐 말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두꺼비 같아 보여도 내 눈에는 토끼 같은 것이 자신의 자식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 정말 이상한 부모를 만났다. 아이가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 만으로 아버지는 딸을 외면하고,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린다. 대체 이 아이, 이 가족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는 못생겼다. 진짜로 못생겼다.

그렇다고 불구는 아니어서 남들이 나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아니다. 내 몸에 붙어 있어야 할 것은 다 붙어 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영락없이 어딘가는 기준치보다 조금 더 짧거나 길다. 그것을 일일이 열거하는 건 의미도 없을뿐더러 부질없는 짓이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어린아이처럼 예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내 외모는 인간이란 종에 대한 하나의 모욕이고 무엇보다도 여성에 대한 모욕이다.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의 <못생긴 여자>에 등장하는 레베카는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의 외면과 주위 사람들의 걱정과 우려를 넘어서 험담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는 상당한 미남에, 어머니 또한 한때 상당한 미인이었다니 주변에서 이해가 안 갈만도 하고 말이다.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낳고 처음 대면한 순간에 대한 묘사는 처절하게 슬프다. 엄마는 '그저 자신이 저지른 일생일대의 실수를, 자신이 만들어낸 찌그러진 머리와 잔인한 얼굴 윤곽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아이를 안아보려 하지도 않았고,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감히 젖을 먹여보라는 말 한마디조차 건넬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추악하고 끔찍하게 생겼더라고 하더라도, 세상 모든 엄마에게 자신의 아기는 천사처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 책에 묘사된 상황 만으로도 나는 어쩐지 레베카에게 앞으로 펼쳐질 일들이 그려져 막막하기만 했다. 레베카의 부모는 아이를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유치원에도 보내지 않고 아이를 집에서만 지내도록 한다. 아빠와 이란성 쌍둥이인 에르미니아 고모와 두 살 때부터 그녀를 돌보게 된 보모 마달레나가 그녀가 상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던 셈이다. 엄마는 집에 있었지만 거의 그녀에게 말하지도, 챙겨주지도 않았고, 산부인과 의사였던 아빠는 늦게나 집에 돌아왔으니 말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무지무지하게 못생겼다는 사실로 얼룩진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태어날 때부터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할 줄 모르는 채로 살아간다는 건 대체 어떤 걸까. '못생긴 여자에게 삶이란 세상의 눈썹 끝으로 밀려나 언제나 뒤꿈치를 들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레베카의 체념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외면하고 차별하는 사회는 극중에서뿐만 아니라 2016년을 살고 있는 우리네 현실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우울하고, 어찌 보면 결말이 뻔한 소재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이상하게 '아름답다'. 바로 주인공이 '못생긴 외모'로 고통 받고 있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아름답고 우아한 문장 때문일 수도, 주인공이 치는 피아노 선율처럼 리듬이 있는 구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작품에 깔려 있는 '담담한 희망'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희망이란 것이 못생긴 여자도 외면보다 내면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본 누군가에 의해 결국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뻔한 해피 엔딩이 아니라, 외모로 자신을 외면하는 세상과 사람들에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담담하고도 차분하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피어나는 것이라 더 은밀하고,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 시작부터 우울하고 참담한 슬픔으로 시작해, 각종 편견과 불행한 고통으로 점철된 한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는 이 이야기가 전혀 쓸쓸하거나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나는 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주장하고 싶지 않다. 신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또 그가 선한 존재인지 전능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이따금 지독히도 산만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신인 작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탈로 칼비노상의 2010년 수상작이자,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의 2011년 최종후보작이다. 그러니까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라는 작가는 자신의 데뷔작을 이렇게 황홀하게 그려낸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 전에 읽었던 프레드 바르가스의 <트라이던트>가 문득 떠올랐다. 그 작품에서 외모지상주의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멋진 캐릭터를 만났었는데, 바로 여형사 르탕쿠르이다. 그녀는 키 169센티미터, 몸무게가 무려 110킬로그램이나 되는, 마치 미켈란젤로가 그렸을 법한 우람한 체구를 자랑하는 여성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어디를 가나 보릿자루만도 못한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이내 그 존재를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에게 무시 당한다고 불쾌해하거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을 서운해하기는커녕, 그것을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으로 바꾸어 버린다. 그런 상황에서 초연함을 가장한 채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전혀 들키지 않고 상대방을 샅샅이 관찰할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녀는 그 전략 덕분에 이제까지 수사를 진행할 때 상당한 수확을 거두어 왔다고 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불가시성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그 능력이야말로 외모를 넘어서서 그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녀를 처음 본 사람들에게는 외모가 제일 먼저 눈에 띄겠지만, 그들의 반응과 상관없이 그녀는 어디에서든 적응력이 뛰어나며, 지적이고 전략적인 사고와 행정 처리, 사격 솜씨, 몸싸움까지 우수한 강력계 형사이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외모지상주의를 넘어 자신 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구축한 점이 매우 놀라웠는데,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의 주인공 역시 색깔은 다르지만 그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단점을 무기로 내세울 수 있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 일이니 말이다.

사실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외모지상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부분 남성보다는 여성이다. 외모가 곧 경쟁력이고 힘이며, 누군 가에게는 생존과 직결이 될 정도로 절대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상체중의 사람도 체중 강박증에 시달리게 되는 외모강박시대, 외모불안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외모를 중시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TV등 대중매체의 이미지 중시 현상 등 외모불안을 조장하는 것들은 이미 사방에 널려 있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누군가는 바로 그 외모 때문에 상처받으면서도 살아가야만 한다. 이 땅의 모든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들에게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의 이 책을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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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6-0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이 된 것을 보고 들어왔습니다. 역시 당선작이 될 만한 글입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

외모지상주의 이건 진짜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자신이 선택할 수 없이 가지고 세상으로 나온 것 때문에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것 만큼 서러운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데로 여자들에게 정말 혹독한 것 같아요. 정말 외모를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인간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외모 때문에 차별 받아서 생긴 장점은 누구에게나 친절할 수 있는 성품이 조금이나마 갖추어진 것 같아요.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았을 때 그 모멸감을 누구에게는 주고 싶지 않아요. 마치 내가 칼에 찔려서 그 아픔을 아는데 누군가를 내가 찌른다 생각하면 소름끼쳐요.

이 책 맘에 드네요 ㅎ

피오나 2016-06-09 15:42   좋아요 0 | URL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모 지상주의는 생각보다 너무 주위에 만연해있어서 사람들이 거기에 익숙해져버린 것 같기도 해서 더 무서운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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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뒤 풍경
케이트 앳킨슨 (지은이), 이정미 (옮긴이) | 현대문학 | 2016년 3월

 

비밀과 복선, 반전으로 이루어진 탄탄한 플롯과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는 아주 매혹적이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점은 ‘주(footnote)’를 소설에 도입한 독창적인 기법이다. 현재의 삶에서 예고치 않은 순간에 끼어드는 ‘주’에는 루비 윗대에 있었던 주요 사건들이 담겨 있고, 그 사건들은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이러한 서술 형식은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설킨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투명하게 형상화하고, 보다 밀도 높은 감동을 전해준다

 

 

 

 

 


편혜영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특별한 일 없이 흐르던 일상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기도 한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재앙과 고난을 기다렸다는 듯이 편혜영은 그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를 당긴다. 이 책은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사고로 시작한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교통사고. 이 사고로 오기는 아내를 잃고, 스스로는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구가 되어버린다. 예상치 못한 사건은 오기의 일상을 한순간 뒤흔든다.

 

 

 

 

 

 

 

에논
폴 하딩 (지은이), 민은영 (옮긴이) | 문학동네 | 2016년 3월

 

어느 폭우가 쏟아지던 날, 딸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전화를 받은 뒤, 한 남자가 끝도 없는 나락 속으로 빠져든다는 게 이 소설의, 거의 모든 내용이다. 별 한 개를 준비하고 싶은가? 하긴 고통을 통해 이 세상은 지옥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중년 남자가 나오는, 삼백오십 쪽에 달하는 소설이라면 참신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면 어떨까? 이 절절한 고통과 먹먹한 환상 앞에서 별 하나를 던질 마음이 들겠는가?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 때문에 그저, 무조건 궁금해진다.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파트릭 모디아노 (지은이), 권수연 (옮긴이) | 문학동네 | 2016년 3월

 

소설은 작가 장 다라간이 사소해 보이는 한 사건으로 인해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시작된다. 그는 과거의 공간을 집요하게 더듬어가며 자신의 기억과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과거의 수수께끼'를 풀려 애쓰지만, 서로 맞춰지지 않는 기억의 조각과 메워지지 않는 공백에 가로 막힌다.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은이), 조구호 (옮긴이) | 문학동네 | 2016년 3월

 

마약과 폭력, 광기와 야만으로 점철된 콜롬비아의 현대사와 그러한 공포의 시대를 살아낸 개인의 운명을 절묘하게 교차시켜 직조한 작품으로, 의문에 휩싸인 한 남자의 죽음과 그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콜롬비아 암흑기의 잔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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