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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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그의 눈에서 조용한 혐오감이 드러났다. 나는 울고 싶은 기분을 꾹 억눌렀다. 이 공허함이 그의 분노보다 더 끔찍했다. 내가 그토록 열심히 쌓아 올렸던 모든 것들이 정말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가 다시 술을 마신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예전처럼 나를 사랑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는 심지어 그가 뛰쳐나간 후에 내가 뭘 했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바빴는지. 내가 어떤 모습인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서른 넷의 루이즈는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비서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바에서 데이비드라는 환상적인 남자에게 유혹 당해 키스까지 했지만, 이틀 뒤 그가 자신의 직장에 온 새로운 상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맙소사, 그 끔찍한 상황에 그녀는 망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싱글맘으로, 정신과 의사의 시간제 비서로 근근이 살아가느라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든 그 어떤 남자든 만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못하고 살아 왔었다. 그저 아들인 애덤이 그녀 일상의 모든 것이자 전부였었는데, 바에서 만난 그 남자 덕에 여자로서 뭔가를 느끼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깨닫게 된 거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삶은 그녀에게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던 거다.

루이즈와 데이비드는 병원에서 서로 어색함을 묻어두고 일을 함께 하기 시작하고, 루이즈는 애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다 길에서 우연히 아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바로 조각처럼 아름다운 데이비드의 아내였고, 루이즈는 어쩌다 보니 그녀와 친구처럼 지내게 된다. 자신은 그녀의 남편과 키스한 사이이기에 절대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하지만, 아델에게 점점 더 마음이 끌렸고, 그녀 역시 루이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가까워지고 만다. 그렇게 루이즈와 아델은 우정을 나누며 점차 가까워지고, 데이비드와 루이즈의 만남 역시 계속 지속되면서 루이즈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아델에겐 남편 데이비드와의 관계를 밝힐 수가 없고, 데이비드에겐 자신이 그의 아내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우리 모두 그 정도의 죄는 저지른다. 그녀가 그와 잤다는 건 정말 싫고, 거기에 내가 이렇게 상처받는다는 사실도 싫지만, 그래도 그녀를 탓할 수는 없다. 그녀는 나를 만나기 전에 그를 먼저 만났고, 욕망에 이미 불이 지펴진 상태니까. 그녀는 바에서의, 그 첫 번째 밤에 그 서글픈 인생살이 중에 오랜만에 특별해진 기분을 맛보았을 거다... 물론 그에게 홀딱 반했으리라. 내가 그를 이렇게 사랑하는 판국에 그녀가 그를 매력적이라고 느꼈다고 해서 어떻게 화를 낼 수 있겠는가?

이야기는 루이즈와 아델의 시점이 교차 진행되면서 점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이유는 이들의 불륜 관계와 아슬아슬한 우정 때문이 아니다. 바로 루이즈와 아델, 그리고 데이비드까지.. 세 인물 모두 비밀을 가지고 있기에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만 보자면 아델과 데이비드는 아름다운 아내와 멋진 남편의 모습으로 의사라는 탄탄한 직장과 부모에게 물려받은 엄청난 유산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완벽한 부부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들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부터 뭔가 핀트가 어긋나 있는 것처럼 서걱대기만 한다. 데이비드는 아델에게 일정한 시간에 꼭 전화를 하고, 그녀에게 많은 양의 약을 지속적으로 처방해 먹게 한다. 아델은 그의 전화를 제때 받지 못할 까봐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증에 걸린 것처럼 겁에 질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루이즈는 의아하기만 하다. 대체 왜 데이비드는 아내를 그렇게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며, 가끔 나타나는 고압적인 모습은 그의 진짜 성격인 것인지. 아델의 눈에 생긴 멍은 그녀의 말대로 단순히 부딪쳐서 생긴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젊고 매력적인 정신과 의사, 그의 아름답고 우아한 아내.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 여자. 유부남과 바람을 피우면서 그의 아내와는 친구가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점점 혼란에 빠진다. 데이비드와 아델 사이에 숨겨진 비밀, 그리고 그들의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한 미스터리도 매우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백미는 후반부의 엄청난 반전이었다. 반전이 훌륭한 여러 작품을 읽어 왔지만, 이 작품의 그것은 그야말로 '충격'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놀라웠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진행되는 결말의 여운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한 동안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사라 핀보로가 스티븐 킹의 열혈 팬이자 공포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던 이력이 있어서인지, 그 어떤 심리 스릴러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결말을 만나게 되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당신도 스티븐 킹의 극찬처럼 이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재미와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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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8-30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가 보게 되는 사진에서 책보다 조각 케익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네요.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

피오나 2017-08-30 07:57   좋아요 1 | URL
하핫..저처럼 케이크를 좋아하시는군요! 책과 디저트와 커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ㅋㅋ

오거서 2017-08-31 08:22   좋아요 1 | URL
책에 풍미를 더하고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
 
기룡경찰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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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족 보행 병기가 발달한 근미래를 무대로 펼쳐지는 SF 경찰 소설이다. 2족 보행 병기란 무엇이냐. 애니메이션 <인랑>과 로버트 A.하인라인의 SF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에도 등장하는 파워드 슈트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로봇과 사이보그를 넘어서,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서 등장한 도구이다. 기존 작품에서의 파워드 수트가 인간이 입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기룡경찰>의 파워드 수트는 올라타는 방식이다. 애니메이션 <건담>에 등장했던 2족 보행 병기를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 이야기는 바로 근접 전투에 맞게 개발된 2족 보행형 병기인 기갑병장이 발달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불법으로 제작된 기갑병장이 갑자기 폐공장에 등장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순직하고 일반 시민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자 인근 경찰서는 말할 것도 없고, 경시청에서도 직할대 순찰차들을 현장으로 급파한다. 그런데 출동한 현장에서 경찰들과 특수부 소속 요원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다투기 시작한다. 특수부는 경시청에서 신형 기갑병장인 드래군을 도입하면서 우수한 인재를 차출하고, 드래군의 탑승 요원으로 세 명의 용병을 영입한 새로운 조직인데, 경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존재 자체가 모욕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경시청 내부 조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특수부는 가까스로 지원에 나서지만, 사태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간다.

누군가에게 맞았다. 누군가를 죽였다. 누군가를 사랑했다.

그런 이야기는 질리도록 들었다.

나 참,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사연을 품고 있다. 사연만을 품고서 흘러들어 온다. 사연만이 있을 뿐 이데올로기는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싸우다 보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데올로기란 그런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사라지지만, 원한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 속에 영원히 도사린다.

'읽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답게, 이들의 전투 과정과 액션 장면들의 묘사에 상당한 분량이 할애되어 있다. 테러가 벌어지고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근접 전투와 특수부대가 그들을 쫓는 추적극이 벌어지는 와중에 경찰 조직과 그 속의 인간들의 관계도도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이야기에 흥미로움을 더해준다. 특수부라는 조직 내의 외부인사들과 경찰 조직 내의 알력 다툼을 비롯해 각각의 조직에 속해 있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들은 이 작품이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을 만큼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래서 분량이 짧은 편임에도 몰입감도 뛰어나고,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황금가지의 새로운 레이블인 LL 시리즈이다.  LL 시리즈는 라이트와 리터러처의 머리글자를 따서 보다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는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한 레이블로, 추리, 판타지, 공포, SF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엄선하여 소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각본가 출신인 쓰키무라 료에의 데뷔작으로, 영상을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그려지는 액션 묘사에서 각본가였던 자신의 장점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데뷔작으로 화제가 되었고, 이후 후속 시리즈로 연이어 일본SF대상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어지는 다음 시리즈 <기룡경찰자폭조항>, <기룡경찰암흑시장>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LL 시리즈를 통해서 모두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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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현대작가들 A To Z
캐롤라인 타가트 지음, 앤디 튜이 그림, 정윤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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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현대미술가들 A to Z』, 『위대한 영화감독들 A to Z』에 이어 『위대한 현대작가들 A to Z』가 출간되었다. 앤디 튜이는 이 중에서 이번 책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52명을 고르느니 차라리 520명을 고르는 편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20세기를 빛낸 작가들을 선별하는 작업이 어려웠다고 하니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1871년에 태어난 마르셀 프루스트이고, 가장 젊은 사람은 1954년에 태어난 가즈오 이시구로다. 되도록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읽히는 작품을 쓴 작가들, 수십 년 이상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작가들을 선별하고자 했다고 한다.

앤디 튜이가 그린 작가들의 초상화는 매우 독특하다. 인물의 특징과 성격을 일러스트에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선이 단순하고, 색채도 심플해서 보자마자 바로 시선을 사로잡는 다고 할까. 작가의 모습 뒷면에 그린 배경 도한 분위기를 절묘하게 살려주고 있는 감각적인 이 초상화는 바로 다음 페이지에 실려 있는 작가들의 실제 모습 사진보다 더 그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 책은 그렇게 마야 안젤루를 시작으로 슈테판 츠바이크, 시몬 드보부아르, 가즈오 이시구로 그리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52명의 주요 현대작가들의 초상화와 그들의 작품 세계, 삶, 그리고 중요한 가십거리까지 실려 있는 입문서의 역할을 해준다.

사뮈엘 베케트는 어느 날 밤 파리에서 집으로 걸어가던 중 돈을 달라는 부탁을 거절한 걸인의 칼에 찔렸다. 이후 감옥에 있는 걸인을 찾아간 베케트는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었다. 걸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누군가 인간 행동의 동기에 대해 묻는다면 베케트가 내놓을 답 또한 걸인의 말과 같을 것이다.

베게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그들의 기이한 모습에 대한 이유가 베게트 자신의 삶에서 있었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짚어내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작가들의 약력을 정리하고 대표작을 수록한 책이 아니라, 작가들의 삶에서 있었던 인상적인 에피소드와 작품 세계를 포인트만 잡아서 간결하게 설명하고, 그 중 꼭 읽어야 할 주요 작품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과 유별한 취미나 성향에 대한 팁도 실려 있어 아기자기한 재미도 주고 있는 책이다.

 

"오늘 어머니가 죽었다. 아니, 어제였나. 나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인용되는 <이방인>의 첫 문장은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 철학을 간단히 압축해서 보여 준다. 인간은 고독 속에 갇혀 있고 나머지 인류와 동떨어진 채 소외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언제나 숨통을 조이는데, 만약 이런 삶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실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에 대한 또 다른 사실은, 그가 자신의 애완 고양이를 '담배'라고 부를 정도로 소문난 애연가였다는 것. 그리고 축구를 아주 좋아했으나 결핵 판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했으며, 그가 맡은 포지션은 골키퍼였다고. 그의 할머니는 축구화가 더러운 날에는 손자를 야단치곤 했다고 한다. 카뮈가 감정과 감각이 결여된 작가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실제로 그의 문장들이 무미건조하고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는 걸 생각해보면, 축구라는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스포츠를 사랑하는 그의 모습에서 의외의 면이 보이기도 한다. 독자들을 죽음과 절망 속으로 이끌고는 했던 그가 동료들과 축구를 하며 골을 막았을 때 환호성을 지르고 땀을 흘리며 뛰는 모습이란 어쩐지 상상이 잘 되지 않기도 하니 말이다.

그 밖에도 필립 K. 딕이 쌍둥이로 태어난 여동생을 생후 6주만에 잃은 경험 탓인지 '또 다른 자아'를 잃은 것 같은 감각이 그의 작품을 전반적으로 지배한다는 것이나, 윌리엄 포크너가 군대에 자원했으나 키가 165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대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나, 헤밍웨이가 말년에 지독한 피해망상에 시달려 급기야 자신을 몰래 따라다니는 스파이가 있다고 믿었으며, 주치의의 조언에 따라 전기 충격 치료를 열다섯 차례나 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이후에 정말로 미국 내에서 헤밍웨이를 염탐하던 KGB요원이 있었음이 사실로 밝혀졌다는 이야기 등등.. 작가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

 

작가들의 거의 모든 작품은 자전적인 것에서 출발하거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가 살아온 환경과 겪어온 경험들이 직, 간접적으로 작품에 투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나 평범하지 않은 작품들을 써왔던 작가라면 더욱 그들의 배경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테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된 거구나. 라고 수긍을 하는 순간을 자주 만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들의 삶을 전기 형식으로 연표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에서는 작품 속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장에서는 작가의 가장 드라마틱한 삶의 한 순간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작가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순간만 포착해서 간결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보니, 한 마디로 지루할 틈이 없는 작가 입문서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앤디 튜이의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일러스트 때문이다. 굉장히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느낌이고, 작가들의 성격과 특징을 사진보다 더 예리하게 포착해내고 있는 그의 초상화들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완성도가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작가들이라면, 앤디 튜이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부탁해보고 싶어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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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서 - 이민혜 그림 에세이
이민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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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절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다가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를 무심코 받은 적이 있다. 일상적인 몇 마디를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곁에 있던 남자친구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물었다. 누군데 전화를 그렇게 받느냐고. 별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무뚝뚝한 말투와 신경질이 묻어난 대답, 짜증 섞인 표정까지... 나는 회사에서도, 친구들에게도, 연인에게도 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엄마에게만 하고 있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왜 엄마는 이기적이고 틱틱거리기나 하는 딸을 아끼고, 챙기고, 사랑하는 걸까.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었다. 평상시에는 정말 사근사근한 말투와 상냥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누군가도, 자신의 엄마와 통화할 때만큼은 나랑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왜 우리의 엄마들은 자식들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걸까. 또 우리는 왜 매번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 모든 것이 다 허용되고 묵인되는 거라고 이기적으로 생각해왔던 걸까.

 

이민혜 작가의 그림 에세이를 보면서, 나는 새삼스레 엄마에 대해 생각해본다.  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우리들의 엄마 이야기가 매 페이지마다 내 마음을 쿡쿡 찔러 댄다. 유쾌하고 시니컬한 모습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들이지만, 함께 있는 글들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은 엄마를 잊어 버리고 사는 당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이야기들이다.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는 걸까.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가 아닐까.라고. 왜냐하면 그 누구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자식을 통해서 나는 이맘때 목을 가눴고, 내가 이렇게 옹알이를 하고, 걸어 다니기 시작했고, 내가 저런 눈으로 엄마를 보았겠구나. 하며 자신이 보지 못한 자기를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부모가 되면서 다시 한번 더 자식이 되어, 내 부모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들이 내가 속을 썩일 때마다 한숨처럼 내뱉던 그 말, "너도 너랑 똑같이 닮은 자식 새끼 낳아봐라. 그때는 내 마음 알 거다."라는 대사가 비로소 체감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당연하게'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무한정한 사랑을 주기만 하는 존재가 엄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엄마의 입장을 알게 된 이후로는, 가족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한 채로 오로지 희생만 해야 했다니 어찌 보면 부당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는 그냥 처음부터 엄마인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이가 어디있겠는가.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고, 손해보면서도 티내지 않고, 억울해도 참고, 힘들어도 아닌 척 하고.. 그렇게 정해져 태어나는 사람이 있느냐는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가 얼마나 자식들을 힘들게 키웠는지.. 우리는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보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내가 속 썩이고 걱정끼치는 건 생각지 않고, 오로지 엄마가 하는 잔소리만 듣기 싫어 하면서, 나중에 언젠가 내가 엄마가 되면 저런 소리 안 해야지하는 생각 따위는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엄마와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내가 이렇게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 아직도 여드름이 올라오고 배가 나오고 못생긴 건, 마음에 들었던 소개팅 남에게서 연락이 없는 건, 클라이언트의 지나친 언사에 매번 말 한마디 못 하는 건, 마감이 코앞인데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건!

", 엄마 때문이야!"

못난 딸의 분노는 왜 늘 엉뚱한 방향으로만 향했을까.

우리 엄마는 아직도 내가 뱃속에 있을 때의 태동이 어땠는지를 기억하신다. 하도 요란하게 엄마 배를 발로 뻥뻥 차서 길을 걸어가다 깜짝 깜짝 놀라서 멈춰야 했다면서 말이다. 처음으로 젖을 떼려고 할 때 어떤 방법을 썼고, 그게 싫어서 아기였던 내가 어떤 얌체 같은 행동을 했었는지, 등에 엎고 시장에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북적대는 틈이 싫어서 사람들을 하도 꼬집어대서 미안해했다는 사연까지.. 엄마는 그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아직 생생하게 내가 아기였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계셨다. 매우 유순한 편이었던 동생과 달리, 나는 어딜 가도 맘에 드는 걸 사달라고 떼쓰며 보채는 고집쟁이였던 터라 엄마를 매우 힘들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엄마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번져있다. 이런 게 바로 엄마라는 존재의 위대함인 것이다.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면서 살았지만, 절대 억울하지도 그 시절이 불행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것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이 모든 걸 생각하면서도 나는 오늘도 엄마에게 짜증섞인 말을 내뱉고 말았다. 대체 나는 언제 철이 든 듬직한 딸이 되는 걸까.

 

어느 일요일 아침, 이불을 널기 전에 물기를 털어내고 있었다. 힘껏 털 때마다 이불과 함께 나도 날아갈 것 같았다. 팔과 어깨가 뻐근해왔다. 남편이 문득 말했다.

 

"엄마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나는 대번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이토록 끝없이 반복되는 고된 집안일을 엄마는 어떻게 몇 십 년간이나 혼자 해왔단 말인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 청소해놓아도 바로 난장판이 되어 버리는 집,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감당해야 하는 우리의 엄마들. 하지만 자식들, 남편을 포함해서 가족들은 엄마니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의 엄마들도 평생 나를 그렇게 키워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뭐든 그저 '당연한' 일이란 없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족들이 매번 따뜻한 밥에, 깨끗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었다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은 엄마를 까맣게 잊은 채 그저 사는 게 급급한 우리에게 여전히 우리 곁에 엄마가 있다는 걸, 엄마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리고 이젠 엄마 옆에 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딸이라서 더 서운했던 것들, 엄마라서 더 안타까운 것들, 그것들이 한데 섞여 원망이 되고 후회가 되었던 시간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세상의 모든 딸들과 모든 엄마들이라면 비슷한 상황들을 경험해왔을 것이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연애하느라 정신없다고, 사는 게 녹록치가 않아서, 결혼 후에는 남편과 아이를 챙기느라, 어쩌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제일 먼저 엄마라는 존재를 미뤄왔던 게 아닐까. 나부터 미안하고,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굉장히 뭉클하고 감동적이고, 울컥하게 만드는 순간들을 그리고 있지만, 이민혜 작가의 그림들은 매우 기발하고, 유머스럽고, 예리하고 날카롭다. 가끔은 너무 적나라한 표현에 서글퍼지고, 또 가끔은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결혼 전 불평 많고 철없는 딸과 그런 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일상과 딸의 결혼 후 이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만나는 딸과 엄마의 일상들은 이거 전부 내 얘기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감 또 공감의 연속이다. 그리고 이제 가끔은 뒤 돌아서서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이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또 가끔은 소녀같은 감성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엄마의 젊은 시절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세월이라는 무게가 서글퍼지기도 한다. 

수십 년 전에도, 몇 년 전에도, 평일에도, 주말에도, 어제도, 오늘도.. 하루도 빠짐없이 가족들일 위해 밥을 짓는 엄마의 모습에서 이제는 미안한 감정도 든다. 우리들을 위해서 엄마의 청춘이 다 지나가버린 것 같아서.. 이제는 어른이 되고 누군가의 부모가 된 나에게 아직도 얼굴만 보면 밥 먹었냐고 챙기는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맙고 먹먹해서 말이다.

내일은 엄마에게 꼭 말해야겠다.

고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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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7 - 민폐 삼형제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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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새로운 캐릭터로 너구리가 등장했었는데, 이번 일곱 번째 이야기에서는 두식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마성의 고양이가 등장한다. 그것도 개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무서운 고양이 누님이다. 나는 개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어릴 때 한번 고양이도 한 식구였던 적이 있었다. 당시 그 고양이는 다른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고, 오로지 처음에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먹을 거리들을 주었던 아빠 곁에만 가서 몸을 비비고 앉아 있곤 했다. 어린 마음에 원래 고양이란 애들은 저렇게 도도하고, 예민해서 다가가기 쉽지 않은 동물이구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바로 딱 그런 이미지의 고양이 캐릭터가 등장한 것이다. 팥알이, 콩알이 처럼 귀여운 사고뭉치가 아니라, 진짜 예민하고 날카로운 이미지의 고양이.

시바견 두식이가 처음 등장부터 자신이 고양이인 줄 알고 있다거나, 고양이를 다른 개들보다 더 좋아하는 이상한 개로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인 고양이와의 에피소드는 더욱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개를 싫어하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개의 만남이니 말이다. 하핫.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수수께끼의 신원불명 회색 고양이는 콩고양이 콤비만 챙기고, 두식은 쳐다보기만 해도 무서운 눈빛으로 달려든다. 우리의 순딩이 두식이는 그런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과연 이들의 동거는 어떻게 진행될까.

대부분의 개와 고양이들은 식탐이 많은 편이다. 물론 먹고 싶은 걸 충분히 먹을 수 없고, 정해진 사료만 먹어야 하다 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마담 복슬이 팥알이, 콩알이, 두식이에게 사료를 챙겨주어서 식사를 다 하고 난 뒤, 고양이 집사가 등장해 이들에게 다시 밥을 주는 장면이 있다. 식사를 하고도 배가 고팠던 콩알이는 자신이 언제 밥을 먹었냐는듯 맛있게 먹지만, 팥알이랑 두식이는 대충 먹는 시늉만. 식욕이 별로 없나 싶어 하는데, 마담 북슬이 등장해 한 마디 한다.

어랏? 좀전에 다들 먹었는데?

?! 속았어..........

하핫. 나도 개들을 키우면서 늘상 겪어 왔던 상황이라 너무 웃겼다. 방금 먹어놓고도 안 먹은 척 밥을 부어주면 또 허겁지겁 먹어대던 토토가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다. 그래서 가끔 끼니를 제때 챙겨주지 못하도록 오랜 시간 외출할 경우에는 밥을 두 끼 분량으로 한번에 채워 주는데, 거의 대부분 끼니마다 양만큼 먹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두 끼 분량을 다 먹어 버린다. 아마 대부분의 개들이 그럴테지만 말이다.

시바견 두식이가 등장하면서부터 집동자귀신아저씨와 산책하는 장면이 주기적으로 보여지는데, 중대형견 이상 크기의 개들은 산책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활발한 성격과 에너지를 바깥에서 어느 정도 분출을 하는 게 좋기 때문인데, 우리 집 개 토토도 코카스패니얼이라는 중형견 이상의 크기라 산책을 꼭 시켜야 한다고 들었었지만 그만큼 해주지 못했다. 함께 사는 동안 매일같이 출근한다는 핑계로, 퇴근 후에는 피곤하다고, 주말에는 데이트나 약속이 있다고 미루고 귀찮아했던 거다. 그 점은 아직도 토토에게 미안하다. 이제는 토토가 나이가 많아서 가끔 나가는 산책에도 힘겨워 할때가 있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는데도 말이다.

두식이가 산책길에서 발견한 나뭇가지에 집착하는 모습도 토토를 보는 듯해서 재미있었다. 토토는 아주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조그만 코끼리 인형을 지금은 할아버지 뻘인 나이가 되어서도 물고 빨고 좋아한다. 아마도 처음 애착을 가졌던 대상이라 그런 걸수도 있고 말이다. 암튼.. 두식이가 애착을 가지게 된, 사실 아무도 관심없어 하지만 다들 탐낸다고 생각하는 그 나뭇가지에 관한 에피소드는 유쾌하기도 했지만 추억이 많이 떠올라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식구 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내복씨인데, 정말 볼품없는 외모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등장하지만... 그 누구보다 팥알이, 콩알이를 챙기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특히나 이번 작품의 열네번째 콩깍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정말 뭉클했다. 팥알이와 콩알이가 가르릉대면서 내복씨 옆에 가서 부비부디하다 무릎에 올라 앉으니, 그걸 지그시 바라보던 두식이도 무릎에 털썩 안긴다. 그 모습을 보고는 지나가던 안경남이 말한다.

너네 뭐니? 완전 다닥다닥 붙어선.

허허. 너도 어렸을 때 곧잘 내 무릎에 앉아 있었잖누.

안경남이 꼬마였던 시절, 내복씨도 머리 벗겨진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저씨의 모습이었던 그 시절말이다. 손주들은 그렇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무릎에 안기길 좋아한다. 물론 이미 어른이 된 안경남은 내가 그랬었나 하며 기억도 못하지만, 내복씨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애들은 어찌나 눈 깜짝할 새에 자라는지 정말 아쉽다고 말이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그런 내복씨에게 우리가 있잖아. 하면서 안기는 팥알이와 콩알이, 그리고 두식이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인데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내복씨의 손주들처럼 보였다.

묘령의 여인 고양이 그레이가 등장하고, 고양이 집사를 비롯해 식구들은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며 반기지만, 어쩐지 두식이만은 안절부절이다. 그저 지나가면서 보기만 해도 예민한 태도를 보이며 찌릿찌릿 눈빛을 보내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레이였기에, 그레이와 팥알이, 콩알이가 엄마와 아기처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두식이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급기야는 내복씨 옆에서 자리를 잡지도 못해, 오밤중에 집동자귀신아저씨 품에서 자려고 자리를 잡기도 하고 말이다. 과연 센언니 그레이와 두식이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까. 앞으로 이들 가족에게 벌어질 에피소드들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처음 등장부터 자신이 고양이인 줄 알고 있다거나, 고양이를 다른 개들보다 더 좋아하는 이상한 개로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인 고양이와의 에피소드는 더욱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개를 싫어하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개의 만남이니 말이다. 하핫.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수수께끼의 신원불명 회색 고양이는 콩고양이 콤비만 챙기고, 두식은 쳐다보기만 해도 무서운 눈빛으로 달려든다. 우리의 순딩이 두식이는 그런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과연 이들의 동거는 어떻게 진행될까. 개와 고양이를 과연 한 집안에서 키울 수 있을까. 라는 편견을 단 번에 깨트려주는 두식이와 팥알이, 콩알이였는데... 이제 그런 생각에 정면으로 도전해버리는 캐릭터가 등장한 것이다. 과연 그레이와 두식이의 동거는 어떻게 전개될지, 빨리 다음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성향부터 확연히 다른것이 사실이지만, 어쨌건 <콩고양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개도, 고양이도 모두 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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