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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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저는 세상 모든 사람이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의미죠?"

"이를테면 쌍둥이도 DNA는 똑같지만 염색체까지 같지는 않죠. 완벽히 똑같은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인간이란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누구나 누군가의 '대타'이기도 하죠?"

"모든 사람이 누군가의 '대타'가 될 존재임과 동시에 모든 사람이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게 되는 생각이란 바로 이럴 것이다.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돈을 번다는 것도,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것도, 감정을 숨기고,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렇다.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작가 기타가와 에미는 이렇게 말한다. 사는 건 아주 쉽다고. 그리고는 의문을 제기하는 상대에게 숨을 한번 들이쉬어보라고 한다. 그 다음에는 숨을 뱉어보라고. 당신은 지금, 살아 있다고. 그러니 사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고 말이다. 사실 그의 말도 틀린 건 아니지 않나. 산다는 건 어처구니 없이 쉬운 일이기도, 누군가에게는 죽을 것처럼 괴롭기도 한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는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데뷔작을 선보였던 기타가와 에미의 두 번째 소설은 전작만큼이나 재미있다. 그의 모토가 만화를 글자로 만든 것처럼 뭐든 가능하고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왠지 즐거운, '재미'에 특화된 소설을 쓰자는 것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의 작품에는 매번 황당하다고 느껴질 만큼 이상한 설정에, 무모하다고 보일 만큼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마력이 있다.

주인공 다나카 슈지는 20대 중반으로 금융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사내에 귀여운 애인도 있었고, 좋은 동료들과 자신을 믿어주는 듬직한 상사도 있었던, 순탄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 버스에서 낯선 여고생에게 치한으로 몰리게 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여자 친구에게는 뺨을 맞고, 직장에서는 해고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일주일 뒤 진범이 체포되었지만, 여자 친구도, 그녀의 부모도, 회사도 이미 자신들의 태도를 돌이키지 않는다. 자신은 아무 죄도 없는데, 게다가 진범도 잡혔는데, 어째서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 걸까. 그는 절망했고 그 뒤로는 버스 가까이만 가도 공황발작을 일으킬 정도가 되고 만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도시로 가고 싶어 이사를 하고, 세 평짜리 싸구려 원룸에 살며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료에게 일주일 간의 단기 알바를 제안 받게 된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다.

"이를테면 이 캔커피 개발에 관여한 사람도. 이게 개발되어 우리 손에 올 때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시간과 품이 들었을까요.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그들도 바로 지금 우리의 인생에 관여하고 있는 겁니다."

나도 캔커피를 바라보았다. 캔커피는 아까부터 줄곧 내 손바닥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 영향이 큰지 작은지는 별개로, 인생이란 언제나 그렇게 얽히고설킨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신도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는 '주식회사 히어로즈'라는 회사는 이름도 이상하지만, 업무 내용도 '히어로 제작을 돕는 간단한 일'이라고 밖에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맡게 된 첫 번째 업무는 바로 고급 호텔의 최상층에서 발광하는 사람을 붙들고 그가 머리를 박지 않도록 진정시키는 일이었다. 일 자체보다도 더 황당했던 것은 바로 그가 유명한 만화가 도조 하야토 선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이상한 회사에서 이상한 업무를 끝내며, 슈지는 도조 선생으로부터 명함 뒷면에 직접 그린 자신의 캐리커쳐를 받는다. 특징 없는 얼굴이라 그리기 어려웠다는 멘트와 함께. 슈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회사의 정사원 제의에 면접을 보게 되고, 덜컥 합격해서 히어로즈 회사의 진짜 업무를 맡아 시작하게 된다. 직원들 각자의 업무 내용은 모두 제각각이다. 각자의 특기 분야를 살려 세상에 히어로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진짜 임무였기 때문이다. 의뢰하는 사람이 누구든, 그들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측근에서 응원해 '누군가를 위한 히어로'로 만들어 준다. 회사에서 내세우는 조건은 딱 한 가지이다. '인간일 것.' 우리는 모두 인간이지만, 참 인간답게 살기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그리고 히어로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 또한 필요하다.

구십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삶을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라고 회고하는 평범한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히어로가 될 수 있다. 누구의 인생이든, 평생에 히어로 한 명쯤은 존재하니 말이다. 한 번 봐서는 절대 기억에 남지 않을 것 같은 특징 없는 얼굴에 몇 번 들어도 기억에 남지 않을 이름을 가진, 극도로 평범한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모난 부분은 없지만, 그만큼 특별한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 그런 사람들도 과연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주식회사 히어로즈에서는 누구든 히어로로 만들어 준다. 전작도 그러했지만,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은 미스터리한 긴장감과 유쾌한 재미와 따뜻한 감동까지 안겨주었다. 세상 살기 참 힘들지만, 그래도 한번뿐인 내 인생 내 맘대로, 멋지게 한번 살아보자 싶은 의욕까지 불러일으키며 말이다. 평범한 당신도 최고가 될 수 있다. 당신도 누군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이 작품은 보통의 인생을 살고 있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응원과 힐링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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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막의 게르니카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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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해! 하고 피카소는 소리를 지르는 거죠.

죽이지 마라. 전쟁을 하지 마라. 어둠의 연쇄를 끊어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그 그림은 그런 반전의 가치입니다. 피카소의 도전이자 공약인 겁니다.

저는 온 세상 사람들이 그 그림을 목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그림 속에서 터져 나오는 피카소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고.

이 작품의 제목이자 표지 이미지로도 사용되고 있는 피카소의 <게르니카> 1937년 스페인 내전이 한창 벌어지던 당시, 나치가 게르니카를 폭격한 사건을 담고 있는 그림이다. 특이한 것은 이 그림 속에서 나치의 폭격이나 내전의 구체적인 참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거다. 흑백 톤의 컬러만을 사용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미지는, 울부짖는 여인, 죽은 어린이, 소리 높여 우는 말, 돌아보는 황소, 힘이 다해 쓰러진 병사의 모습이다. 전쟁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이제는 전쟁을 해선 안 된다고 피카소가 그림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1937년 당시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리던 그 시기와 2000년대 현재 그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가 교차 진행되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 일본 모리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작가 하라다 마하는 전작 <낙원의 캔버스>에 이어 이번에도 '아트 미스터리 서스펜스'라는 독특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었다. 2003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9.11테러 보복을 명목으로 이라크 공습을 개시하며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 반전의 심벌인 [게르니카]의 태피스트리가 UN본부에서 암막에 가려지는 사건이 있었다. 하라다 마하는 피카소의 반전 메시지 자체를 은폐하려고 했던 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은 20세기의 파리와 21세기의 뉴욕을 넘나 들며, 피카소라는 거장의 삶과 예술 세계, 그리고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만들어 준다.

 

1937, 나치 독일이 게르니카에서 저지른 인류 최초의 무차별 폭격.

그 폭거에 분노의 불꽃을 태우며 피카소가 그려낸 거대한 한 장의 그림.

수천만 자루의 총보다도 한 자루의 붓이 훨씬 강함을 증명했던 기념비적인 작품.

폭격은 도시를, 사람을, 모든 것을 파괴했다.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하지만 피카소 작품은 사람들에게 반전의 마음을 싹트게 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큐레이터인 야가미 요코는 아트 컨설턴트인 남편 이든을 9.11 테러로 인해 잃게 된다. 어린 시절 보았던 피카소의 <게르니카> 덕분에 미술계로 오게 된 그녀에게, 이든은 결혼반지 대신 피카소의 비둘기 드로잉을 주었었다. 평화에 대한 마음을 담고 있는 순백의 비둘기 드로잉은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된다. 그리고 남편을 잃고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그녀가 다시 일어서게 해 준 것도 미술을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과 피카소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그녀는 미술의 힘으로 상처 입은 뉴욕 시민을, 전 세계 사람들을 격려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미술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녀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피카소 전」에 스페인으로 반환한 <게르니카>를 전시하려고 하지만, 세기의 문제작을 다시 뉴욕으로 불러들이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이야기는 <게르니카>를 두고 벌어지는 음모와 권력 다툼 속에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요코의 고군분투와 거의 같은 비중으로 2차 세계대전 전 파리에서 피카소와 그의 연인인 도라가 <게르니카>를 작업하던 당시의 시간가 스릴 넘치게 교차 진행된다.

예술은 결코 장식이 아니며, 전쟁이나 테러리즘이나 폭력과 싸울 무기라고 했던 피카소의 진심이 작품 전반에 걸쳐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서스펜스 미스터리이지만 뭉클한 감정마저 들게 한다. 인류는 유사 이래 서로 증오하며 싸워왔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어느 시대에도 전쟁이 있었다. 전쟁을 벌이는 것은 늘 위정자였으며, 시정 사람들은 그저 거기에 말려들어 당혹스러워하고 슬퍼하고 상처 입을 뿐이었다. 말이 아니라 붓으로 호소한 피카소의 메시지는 수천만 자루의 총보다도 한 자루의 붓이 훨씬 강함을 증명했던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라는 장르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웠지만, 미술사에 정통한 작가가 그려내는 피카소와 그의 그림에 대한 아트 드라마로서도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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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공부지능 - 3세부터 1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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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정환경과 부모의 역할이 아이의 학업성취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은 부모의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매 순간 내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제 곧 4살이 되는 아들을 둔 부모로서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이라고 하면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러하겠지만 말이다.

EBS「육아학교」 멘토 민성원 소장은 이 책에서 공부지능이 타고난 머리를 뛰어 넘는, 학업성취에 있어서 IQ보다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부지능이란 대체 무엇인가. 아직 아이가 교육에 직접적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시기는 아니라서, 사실 공부지능이라는 단어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공부지능은 간단히 말해 IQ뿐만 아니라 EQ, 집중력, 창의력을 모두 아우르는 지능이라고 한다. 게다가 중요한 사실은, 공부지능이라는 것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도 많겠지만 후천적으로 개발할 여지도 아주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부모가 될 것이다. 

 

 

대부분은 IQ가 높으면 공부를 잘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높은 IQ를 가지고 있어도 공부를 못하는 경우도 많으며, 반대로 IQ가 낮은 데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혹시 공부를 잘하는 데는 IQ 이외에 다른 어떤 요인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 질문이 공부지능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능이 유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결과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타고난 머리가 부족해도 괜찮다, 영재와 천재는 타고난 IQ 수준이 보통이어도 얼마든지 훈련을 통해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타고난 지능이 낮아도 의지가 강하면 지능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의지를 만들어주고,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공부지능 개발의 적기는 초등학교 6년이라고 한다. 더 넓게 잡으면 3~4세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도 포함되지만,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이 초등학교 6년이라는 거다. 이어 저자는 공부지능의 영역별 적기가 다르다며, 각 나이 대 별로 어떻게 공부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지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나는 아이의 나이 대에 맞게 2~7세에 해당되는 전조작기 단계를 주의 깊게 읽었는데, 너무도 평범한 동화책 읽어주기를 언어능력 개발을 위한 방법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적기 교육에 도움이 되는 좋은 생활습관으로, 매일 30분식 운동만 해도 머리가 좋아지며, 충분히 잘 자는 것도 공부를 잘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팁도 얻게 되었다.

 

김연아 선수는 만 5세에 처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피겨에 재능이 있다는 코치의 말에 본격적으로 훈련과 노력이 이어졌고, 지금의 김연아 선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재능을 조금만 늦게 발견했더라도,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타고난 게 절반, 노력이 절반이며 그 타고난 재능을 찾아서 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재능만큼이나 중요한 후천적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으며, 완벽하게 실현한 대표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부모는 자식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가장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아이의 재능이나 강점 지능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어깨가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지만, 그만큼 아이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져 이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평범한 아이도 천재로 키우는 요코미네 교육법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아이가 재미를 느끼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의욕의 스위치를 켜주는 역할을 부모가 한다면, 공부의욕과 능력이 실현되는 건 당연한 결과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부지능을 본격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은 수년 동안 많은 아이들의 잠재된 공부지능을 이끌어낸 저자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나 같은 초보 부모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어 줄 것 같았다. 지능과 다중지능의 검사 방법과 차이점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고, 공부지능의 기본인 암기력을 키우는 방법, 처리속도, 어휘력, 연산력, 공간지각력 등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후반부는 정서지능, 즉 EQ에 대해서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라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게다가 EQ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바로 부모라고 하니, 더욱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했다. EQ 역시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요인이 어느 정도 있지만, EQ도 IQ처럼 훈련에 의해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특히나 환경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EQ라고 하니, 긍정적인 자아를 가지기 위해 이 부분을 특히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기다리는 습관, 감사하는 습관, 경청하는 습관이 EQ를 높이는데 중요한 세 가지 요소라고 하는데, 이 항목들은 아직 어린 우리 아이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니 말이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길,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교육도 원하는 대로 시켜주고 싶고, 감성지능도 높아서 긍정적이고 올바른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말이다. 민성원 소장은 부모가 아이의 지능을 적기에 발달만 잘 시켜줘도 공부지능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다. 공부라는 것이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IQ가 높아야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충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정확한 근거와 통계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어릴 때 지능을 높여줄 수 있는 역할을 부모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닦달해서 공부에 매달리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전혀 공부를 하지 않고, 관심이 없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의 바람을 단번에 이뤄줄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 바로 공부지능을 키우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우리 아이의 공부 지능 개발이 어떻게 될지 부모로서 부담이 되는 것만큼 기대도 된다. 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선생님들, 그리고 나처럼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 책을 꼭 한 번씩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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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마실 - 제주에서 낭만을 즐길 시간 마실 시리즈 2
김주미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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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제주를 다녀오기도 하고, 며칠 뒤에도 늦은 여름 휴가로 제주에 갈 예정이기도 하다. 너무 좋아하는 여행지 중의 하나라서 제주에 관한 책들도 그 동안 많이 읽어 왔다. 그 중에서도 <제주 마실>은 기존의 여행 에세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제주도의 마을들을 소개하는 아기자기한 공간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특히나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쉬운 장소들은 제주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곳들일 것 같아 더욱 궁금했다. 항상 제주로 가면 렌트한 차로 이동하고, 주요 관광지나, 맛집들만 찾아 다녔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이번에 다녀오는 제주 여행은 조금 다른 풍경 속에서 지내다 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몇 년 전, 제주도에 처음 여행을 갔을 때는 나도 유명 관광지 위주로 다녔던 것 같다. 처음 가는 곳이었고, 언제 또 다시 제주도에 오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짧은 일정 동안 부지런히 다녔던 것 같다. 그랬으니 당연히 제주라는 여행지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지 못해서, 제주에 여러 번 다녀오는 사람들을 보며 별로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국내 여행지였지만 물가가 저렴한 편이 아니라 사실 가까운 일본 등의 해외 여행을 다녀오는 비용이나 제주 여행 비용이나 비슷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제주도에 두 번째 다녀오고, 세번째 다녀오고.. 그렇게 횟수가 여러번 거듭될수록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제주의 핫한 카페들과 맛집들은 서울의 웬만한 그것보다도 더 멋지고, 감각적이고, 좋았다. 매년 제주에 갈 때마다 전혀 다른 곳을 둘러 보았고, 전혀 다른 맛을 느꼈고, 처음 보는 풍경들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 왔다. 그래서 매번 갈 때마다 마치 처음 가는 곳인 것처럼 설레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제주이다.

이 책의 저자는 멀리 이동하고 많이 둘러보는 대신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천천히 그 마을의 분위기를 느껴보길 권한다. 그야말로 처음 가보는 제주가 아닌, 나처럼 여러 번 제주를 가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쉬운 마을과 주변 관광 명소, 로컬 맛집, 예쁜 카페와 숍 등 젊은 감각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장소를 안내하고 있다는 거다. 제주에 숱하게 다녀왔지만, 그곳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전혀 해보지 않았던 내게는 정말 신선한 가이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제주는 렌트한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나처럼 그곳의 대중교통은 전혀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진짜 제주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여행 안내서가 아닐 수 없다.

 

함덕리, 평대리, 종달리, 세화리, 하도리, 위밀, 고산리와 모슬포, 애월읍까지 제주의 여러 마을 중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것은 먹고, 놀고, 쉬기 좋은 마을 7곳이다. 그리고 그 7곳의 마을 분위기를 각 챕터 첫번째 페이지에 예쁜 일러스트로 소개하고 있어 더욱 그곳에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에머랄드 빛 바다, 아름다운 해변, 로맨틱한 분홍빛 수평선을 볼 수 있는 함덕리, 비자림이 있고, 인기 있는 맛집이 모여 있는 평대리, 제주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인 플리마켓 열풍이 시작된 아름다운 세화리와 하도리 등등... 기존 관광지 중심으로 소개되던 제주가 아닌 특색있는 마을 중심으로 소개되는 제주는 정말 매혹적이다.

 

 

저자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기에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은 전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저 이동하는 중에 스쳐 지나갔던, 내가 알지 못했던 제주의 마을들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새삼 감탄하면서 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소개하고 있는 장소도 특별한 것이 베테랑 여행 작가가 운영하는 숙소라든지, 여행자들을 위한 독립 서점이라든지, 어른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문방구라든지..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이색적인 장소들이 가득하다. 올해 나의 제주 여행 경로는 이 책 덕분에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그리고 올해 8월말부터 제주 버스 노선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전에 비해 제주 전 지역을 더욱 빠르게 이동하며, 버스로 가기 힘들었던 대표 관광지들 다수도 노선 편성에 포함되었단다. 급행 버스, 간선 버스, 지선 버스, 관광버스가 서울처럼 색상으로 구분되어 있고, 환승도 된다고 하니 하차 시에는 버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꼭 찍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주 버스'가 노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다고 하고, 모든 버스 내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해 언제라도 노선 정보를 체크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편리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벌써 제주로 내려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비행기를 타려면 아직 며칠 남았는데 말이다. 그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들과 처음 보는 풍경들이 여행 가고 싶은 욕구를 마구 자극하는 것 같다. 이곳에 소개된 카페와 맛집, 예술 공간, 동네 서점, 숙소 등이 무려 100곳이나 된다. 마음 같아서는 매년 골라서 순회하며 다 돌아보고 싶은 기분이다. 정말 핫한 제주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자주 다녀왔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제주를 경험하고 싶다면, 남들과는 다른 제주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제주의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은품으로 주는 마실 엽서이다. 여행지의 풍경을 담아 나만의 엽서를 만들 수 있는데, 제주도에 갈때 챙겨가서 그곳 풍경과 함께 멋진 사진을 찍어 오려고 한다. 제주도의 어떤 풍경도, 이 엽서를 통해서 본다면 그림처럼 예쁠 것 같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여기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 덕분에, 그 동안 숱하게 다녀왔던 제주도의 여행들과는 조금 다른 풍경들도 사진 속에 담기게 될 것 같아 설레인다. 이틀 뒤, 수요일에 제주도로 내려갈 예정인데 너무 기대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멀리 이동하고 많이 둘러보는 대신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천천히 그 마을의 분위기를 느껴보길 권한다. 그야말로 처음 가보는 제주가 아닌, 나처럼 여러 번 제주를 가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쉬운 마을과 주변 관광 명소, 로컬 맛집, 예쁜 카페와 숍 등 젊은 감각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장소를 안내하고 있다는 거다. 제주에 숱하게 다녀왔지만, 그곳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전혀 해보지 않았던 내게는 정말 신선한 가이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제주는 렌트한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나처럼 그곳의 대중교통은 전혀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진짜 제주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여행 안내서가 아닐 수 없다.

 

함덕리, 평대리, 종달리, 세화리, 하도리, 위밀, 고산리와 모슬포, 애월읍까지 제주의 여러 마을 중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것은 먹고, 놀고, 쉬기 좋은 마을 7곳이다. 그리고 그 7곳의 마을 분위기를 각 챕터 첫번째 페이지에 예쁜 일러스트로 소개하고 있어 더욱 그곳에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에머랄드 빛 바다, 아름다운 해변, 로맨틱한 분홍빛 수평선을 볼 수 있는 함덕리, 비자림이 있고, 인기 있는 맛집이 모여 있는 평대리, 제주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인 플리마켓 열풍이 시작된 아름다운 세화리와 하도리 등등... 기존 관광지 중심으로 소개되던 제주가 아닌 특색있는 마을 중심으로 소개되는 제주는 정말 매혹적이다.

 

 

저자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기에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은 전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저 이동하는 중에 스쳐 지나갔던, 내가 알지 못했던 제주의 마을들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새삼 감탄하면서 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소개하고 있는 장소도 특별한 것이 베테랑 여행 작가가 운영하는 숙소라든지, 여행자들을 위한 독립 서점이라든지, 어른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문방구라든지..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이색적인 장소들이 가득하다. 올해 나의 제주 여행 경로는 이 책 덕분에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그리고 올해 8월말부터 제주 버스 노선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전에 비해 제주 전 지역을 더욱 빠르게 이동하며, 버스로 가기 힘들었던 대표 관광지들 다수도 노선 편성에 포함되었단다. 급행 버스, 간선 버스, 지선 버스, 관광버스가 서울처럼 색상으로 구분되어 있고, 환승도 된다고 하니 하차 시에는 버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꼭 찍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주 버스'가 노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다고 하고, 모든 버스 내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해 언제라도 노선 정보를 체크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편리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벌써 제주로 내려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비행기를 타려면 아직 며칠 남았는데 말이다. 그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들과 처음 보는 풍경들이 여행 가고 싶은 욕구를 마구 자극하는 것 같다. 이곳에 소개된 카페와 맛집, 예술 공간, 동네 서점, 숙소 등이 무려 100곳이나 된다. 마음 같아서는 매년 골라서 순회하며 다 돌아보고 싶은 기분이다. 정말 핫한 제주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자주 다녀왔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제주를 경험하고 싶다면, 남들과는 다른 제주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제주의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은품으로 주는 마실 엽서이다. 여행지의 풍경을 담아 나만의 엽서를 만들 수 있는데, 제주도에 갈때 챙겨가서 그곳 풍경과 함께 멋진 사진을 찍어 오려고 한다. 제주도의 어떤 풍경도, 이 엽서를 통해서 본다면 그림처럼 예쁠 것 같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여기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 덕분에, 그 동안 숱하게 다녀왔던 제주도의 여행들과는 조금 다른 풍경들도 사진 속에 담기게 될 것 같아 설레인다. 이틀 뒤, 수요일에 제주도로 내려갈 예정인데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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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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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 어떤 감정이 코라를 덮쳤다. 코라는 나뭇조각을 사방으로 튀기며 블레이크의 개집에 도끼날을 내리꽂았던 그때 이후로 요 몇 년은 그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 코라는 남자들이 나무에 매달려 독수리와 까마귀 밥이 되는 것을 보았다. 여자들은 아홉 가닥 채찍에 살이 벌어져 뼈가 드러나도록 맞았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몸이 장작더미 위에서 타들어갔다. 도망가지 못하게 발이 잘렸고, 도둑질을 하지 못하게 손이 잘렸다. 코라는 그 동안 체스터보다 어린 소녀와 소년이 얻어맞는 것을 보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어떤 감정이 코라의 가슴을 다시 꽉 채웠다. 그 느낌이 코라를 휘어잡았고, 제 안의 노예가 인간의 발목을 붙잡기 전에 그녀는 방패처럼 소년의 몸 위로 엎드렸다.

이 책이 읽기도 전부터 두툼한 띠지 속의 놀라운 문구들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단 한 권의 책이 이뤄낸 놀라운 기록'이라는 문구가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듯이 23년 만에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동시에 받았으며, SF 작품들에게만 주어지는 아서 클라크 상에다 오바마가 휴가철 읽은 도서, 올해의 책 선정 등등... 전부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이 작품은 그래서 시작부터 기대감을 한껏 키워주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는 미국의 역사적인 흑인 노예 해방 조직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대해 그것이 실제 땅속에 있는 지하철도일 거라고 상상해 왔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자신이 믿고 있었던 그것이 나중에 비유였음을 알고는 약간 화까지 났다고. 그래서 그는 '지하철도가 실제 기차였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으로 이 작품을 구상했고, 그것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여타의 문학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미국의 1800년대는 노예제에 찬성하는 남부와 노예제에 반대하는 북부로 나뉘어져 대립하던 시기이다. 당시에 남부의 노예들이 북부의 자유 주나 캐나다로 탈출할 수 잇도록 도왔던 비밀조직의 이름이 바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였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였던 미국의 20달러 지폐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 역시 바로 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조직원으로 당시 수많은 노예들을 탈출시켰던 장본인이다. 작가는 바로 그 비밀 지하조직을 비유가 아닌 실제로 만들어, 노예 소년 코라가 자유를 찾아 지하철도에 오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노예제도가 공식 폐지된 이후로 150년이 더 지난 지금, 지나간 과거의 그것이 시대를 역행하며 현재에 이토록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진실은 당신이 보지 않을 때 누군가에 의해 뒤바뀌는 상점 쇼윈도의 진열과 같았다. 그럴싸하고 결코 손에 닿지 않는.

.........훔친 땅에서 일하는 훔친 몸들. 그것은 피로 가는 보일러, 멈추지 않는 엔진이었다. 스티븐스가 설명한 수술로 백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를 훔치기 시작했다고 코라는 생각했다. 당신의 배를 갈라서 피를 뚝뚝 흘리는 미래를 들어내는 것. 누군가의 아기를 뺏어 간다는 건 바로 그런 것-미래를 훔쳐 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 땅에 있는 동안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괴롭히고, 훗날 그들의 후손이 더 나은 삶을 살리라는 희망마저 앗아 가버리는 것이었다.

주인공 코라는 할머니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잡혀 온 이래로, 농장에서 태어나고 농장을 둘러싼 늪 밖으로는 나가본 적 없는 소녀다. 당연히 그녀에게 농장을 탈출하는 것은 곧 존재의 근본 원칙을 이탈하는 것이었으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열 살이던 해, 엄마 메이블은 그녀를 버리고농장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노예가 된다. 메이블이 사라지자 코라는 버려진 아이가 되었고 비록 어리고 작고 이제는 그녀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할머니 때부터 남겨진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며 살아온다. 그런 그녀에게 북부에서 팔려온 시저라는 청년이 지하철도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탈출하자고 제안을 한다. 당연히 코라는 싫다고 말하지만, 3주 뒤 그녀는 생각을 바꾼다. 자유의 땅 북부로 간다는 것은 제정신은 놓아버려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더 이상 백인 주인이 도망갔다 잡혀 온 흑인들에게 자행하는 일들을 묵인하고 견디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라가 기차를 타고 이동하며 새로운 역에 도착할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참상이란, 19세기 미국 남부 노예들의 삶과 인종 우월주의를 보여주는 백인들의 광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 그러나 당시 백인들은 흑인 노예들을 사람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대하고 있었다. 코라가 자유를 찾아 탈출하는 여정에 더해 도망친 노예들을 쫓는 노예 사냥꾼들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박감 넘치게 진행된다. 그렇게 무려 15개월 동안 이어진 코라의 탈출 여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노예 제도는 피해자인 흑인들 뿐만 아니라 가해자였던 백인들 역시 피폐하게 망가트리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가져야 할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자유라는 것의 가치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마치 현대판 고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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