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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 땐, 나베 요리 - 쉽고 빠르고 건강한 나베 요리 레시피!
이와사키 게이코 지음, 이소영 옮김 / 윌스타일 / 2016년 12월
평점 :
추운 계절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부터 뜨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나기 시작한다. 남편도, 나도 국물 요리를 좋아해서 집에서도 전골, 나베 요리를 많이 해먹는 편이다. 한때 유행이었던 밀푀유나베, 반찬 없이 한그릇으로 충분한 돈까스나베, 달큰한 국물이 맛있는 스키야키, 간단하게 육수만 준비하면 되는 샤브샤브나 냉동 만두로 금방 만들 수 있는 만두 전골도 우리 집 식탁에 자주 오르곤 하는 메뉴들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류의 국물 요리가 한정적이라 몇 가지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색다른 메뉴가 없게 마련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나베 요리가 이렇게 종류가 많은 지 처음 알게 되었다.

나베라는 것이 보통 냄비로 만드는 국물 요리를 칭하는 것인데, 일본식이다 보니 아무래도 일본 요리 연구가가 알려주는 레시피들이 정석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 책은 크게 카테고리가 밤늦게 먹어도 살찌지 않는 '건강 요리'와 5분이면 완성되는 '간단 요리', 버리는 재료 없는 '알뜰 요리'로 구분되어 있다. 거기에 추가해서 조금 사치스런 재료로 만드는 명품 나베 요리 몇가지와 나베 요리에 쓰이는 조미료와 향신료, 수제 양념장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 종류가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 이 책에 소개된 나베 요리만 그대로 따라하면 일년치 저녁 식탁은 걱정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일본 가정식 레시피가 간단한 데 비해 재료가 낯선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레시피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재료들로 되어 있어 바로 따라해보기 쉽다는 장점도 있겠다.

나베 요리 하면 기본적으로 고기, 생선, 채소, 밥까지 함께 포함해서 식사할 수 있는 메뉴라 그 간단함에 비해 영양적으로도 균형된 식사를 할 수 있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 혼밥이 유행하고 있는 요즘, 대충 먹다보니 특정 재료에만 편중된 식사를 하기 쉬운데, 이 책속에 1인분씩 표기된 나베 요리 레시피들은 그런 1인 가구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 같다.
그리고 주 재료가 버섯, 채소, 두부, 생선 등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국물 요리이지만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짜고 매운 것에 익숙한 우리나라이지만, 나베 요리는 기본적으로 국물이 담백하고, 그걸 보완해 줄 양념장을 별도로 곁들일 수 있기 때문에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요리이기도 하고 말이다.

특히나 제대로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어 요리할 시간이 없는 바쁜 이들을 위해 초스피드로 요리할 수 있는 재료 냉동 보관법도 꽤나 유용한 팁이 될 것 같다. 생선이나 바지락 등은 기본 손질 후 신선할 때 바로 냉동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고, 고기 종류는 필요한 만큼 1인분씩 소분해서 냉동 보관하면 바로 편리하고, 푸른 채소류는 한번 데쳐서 물기 제거 후 밀봉한 뒤 냉동하면 되니 말이다.
국물 요리의 백미는 건더기를 다 먹고 난뒤 국물에 면을 넣거나 밥을 넣어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인데, 생면이나 우동, 소면을 넣을 수도 있고, 밥을 넣어 죽으로 즐겨도 좋고, 밥에다 치즈를 추가하면 리소토풍으로 완성되고, 떡을 살짝 익혀 먹는 것도 나베 요리를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되겠다.

냉동식품인 만두나 함박스테이크를 이용해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나베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두유를 이용한 나베가 인상적이었다. 두부 두유 나베와 깨 우유 나베가 있는데, 두유는 설탕 등이 들어있지 않은 무첨가 제품으로 사용하고 육수와 두유의 비율을 적절히 해서 국물을 만든다. 두부와 표고버섯, 양상추를 넣은 나베와 국물에 깨를 갈아 넣고 대패 삼겹살과 시금치, 양배추를 넣은 나베는 정말 맛있어 보였다. 게다가 육수에 두유를 넣다니, 너무 참신하지 않은가. 비주얼로도 훌륭했고,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레시피였다.
사실 연어를 좋아하는 편인데, 생연어로 스테이크를 해먹거나 훈제연어로 샐러드를 해먹는 게 다였다. 생연어를 국물 요리에 활용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는데, 연어와 양배추 수프 나베와 연어와 버섯 된장 버터 나베도 흥미로운 메뉴였다. 일본식 미소된장과 연어가 어우러지고, 거기에 버터를 조금 넣어 깊이와 부드러운을 더하는 나베도 맛있어 보였고, 담백하게 만든 수프 나베도 비주얼 만큼 맛있을 것 같았다. 닭날개 삼계탕 나베, 중화풍 산라탕 나베, 순두부 나베, 탄탄 나베, 똠양꿍 나베 등 중식, 태국식, 한국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레시피들도 매우 흥미로웠다.

창문에 낀 서리 너머로 눈 쌓인 풍경을 바라보면서 먹는 따끈한 사케 한잔과 뜨거운 나베 요리는 겨울에 일본으로 여행을 가면 꼭 연출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사실 돈까스와 우동, 그리고 나베 요리야말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일본가정식 메뉴 아닌가. 그 중에서도 요즘처럼 찬바람 부는 계절에는 몸까지 따뜻하게 덥혀주는 나베 요리가 그야말로 제격이고 말이다.
오늘은 또 뭘 먹어야 하나, 매일 같이 식사 메뉴에 고민 중이신 주부에게도, 오늘도 혼자 먹어야 하는데, 밥먹기 싫은 1인가구에게도 이 책은 온기 가득한 일본 가정식 요리의 세계로 당신을 인도하는 초대장이 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