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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본다 ㅣ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모두 습관의 동물이야. 당신도 다르지 않지.
당신은 매일 아침 같은 코트를 걸치고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선호하는 좌석이 있어. 어떤 에스컬레이터가 가장 빠른지, 어떤 개찰구로 통과해야 하는지, 어떤 매점 줄이 가장 짧은지 정확히 알지.
나도 당신의 그런 점들을 알고 있어.
...............반복되는 일상은 편할 거야. 친숙하고 안정적이겠지.
안심하게 만들겠지. 하지만 그런 일상이 당신을 해칠 수도 있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사무 업무를 보는 조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다가 광고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진지하고 편안한 만남을 원하는 기혼 여성이라는 모토로 간단한 숫자와 웹주소만 기재되어 있는 그 데이트 광고 속 여성의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자신의 얼굴로 보였다. 걱정이 되어 집에 도착해 가족들에게 신문을 보여주지만, 누군가 장난을 친 것이거나, 그저 그녀와 닮은 누군가 일 거라고 치부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조 역시 자신일 리 없다고, 자신의 사진을 신문에 내는 것이 무슨 쓸모가 있겠냐고 생각한다.
소매치기 전담팀에서 석 달 동안 근무한 순경 캐시는 다시 지구 치안팀으로 복귀한다. 그런 그녀에게 소매치기 전담팀의 마지막 날 수사했던 피해자에 관한 제보가 들어온다. 피해자의 사진이 <런던 가제트>의 광고란에 실렸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열쇠를 잃어버리기 직전에. 그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조, 그녀는 자신의 사진도 같은 서비스 광고에 실렸다고 제보하고 캐시는 더 이상 자신의 소관이 아니었지만 사건의 연관성을 깨닫고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열쇠를 잃어버린 캐시는 얼마 뒤 자신의 집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을 발견해 열쇠를 바꾸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조는 살인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다가 피해자가 바로 어제 광고에 실린 여성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그리고 그날부터 지하철에서, 집에서, 어디서든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뒤쫓고 있다고 느끼면서 점점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럼 이 남자들은 누굴까?
당신의 친구, 아버지, 형제, 친한 친구, 이웃, 상사들이지. 당신이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사람들이야. 직장과 집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당신은 충격 받을 거야. 그들을 더 잘 안다고 생각했을 테니.
하지만 당신이 틀렸어.
'감시'라는 주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이상 소설 속 이야기만으로 치부되지 않는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디를 가든지 안전을 이유로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까지 더해져 더 이상 누군가의 사생활도 완벽하게 보장받을 수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반복되는 일상이란 습관이 되어 버려서 매일매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위치와 시간, 점심 시간의 이동 경로, 퇴근길과 주말의 행보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행사나 일정이 있지 않는 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지만 편할 것이고, 그 낯설지 않음이 안정적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그런 당신의 일상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면 어떨까. 당신의 그 사소한 습관들을 매일같이 기록하고 감시해왔다면, 그러던 어느 날 늦게 퇴근해서 주위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낯선 발소리가 가까워진다면 말이다. 주위엔 당신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 둘뿐이라면? 생각만 해도 오싹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바로 내일 나한테 벌어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니 말이다. 일상의 친숙함이 공포로 바뀌는 그 순간, 이 작품 속 이야기는 현실이 되어 다가올 수밖에 없다.
클레어 맥킨토시는 12년 동안 영국 경찰로 재직하며 범죄 수사과 형사와 공공질서를 담당하는 총경을 지낸 이력을 가진 작가이다. 전작인 <너를 놓아줄게>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끝까지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들과 비극 이후 완전히 달라져버린 인물들의 풍경들이 지루할 틈 없이 끝까지 달려가는 이야기로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흥미로웠다. 21세기 감시 사회라는 누구라도 한번쯤 생각해봤을 만한 문제를 가지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기에 더욱 오싹하기도 했고 말이다. 현대의 감시 사회라는 모티프는 다른 여타의 작품에서도 다뤄진 적이 많은 소재이지만, 클레어 맥킨토시가 전직 경찰이었던 작가이기에 좀더 탄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었던 게 아닌가 싶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유독 민감한 요즘이라 더욱 이 작품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