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공부지능 - 3세부터 1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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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정환경과 부모의 역할이 아이의 학업성취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은 부모의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매 순간 내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제 곧 4살이 되는 아들을 둔 부모로서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이라고 하면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러하겠지만 말이다.

EBS「육아학교」 멘토 민성원 소장은 이 책에서 공부지능이 타고난 머리를 뛰어 넘는, 학업성취에 있어서 IQ보다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부지능이란 대체 무엇인가. 아직 아이가 교육에 직접적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시기는 아니라서, 사실 공부지능이라는 단어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공부지능은 간단히 말해 IQ뿐만 아니라 EQ, 집중력, 창의력을 모두 아우르는 지능이라고 한다. 게다가 중요한 사실은, 공부지능이라는 것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도 많겠지만 후천적으로 개발할 여지도 아주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부모가 될 것이다. 

 

 

대부분은 IQ가 높으면 공부를 잘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높은 IQ를 가지고 있어도 공부를 못하는 경우도 많으며, 반대로 IQ가 낮은 데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혹시 공부를 잘하는 데는 IQ 이외에 다른 어떤 요인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 질문이 공부지능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능이 유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결과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타고난 머리가 부족해도 괜찮다, 영재와 천재는 타고난 IQ 수준이 보통이어도 얼마든지 훈련을 통해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타고난 지능이 낮아도 의지가 강하면 지능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의지를 만들어주고,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공부지능 개발의 적기는 초등학교 6년이라고 한다. 더 넓게 잡으면 3~4세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도 포함되지만,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이 초등학교 6년이라는 거다. 이어 저자는 공부지능의 영역별 적기가 다르다며, 각 나이 대 별로 어떻게 공부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지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나는 아이의 나이 대에 맞게 2~7세에 해당되는 전조작기 단계를 주의 깊게 읽었는데, 너무도 평범한 동화책 읽어주기를 언어능력 개발을 위한 방법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적기 교육에 도움이 되는 좋은 생활습관으로, 매일 30분식 운동만 해도 머리가 좋아지며, 충분히 잘 자는 것도 공부를 잘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팁도 얻게 되었다.

 

김연아 선수는 만 5세에 처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피겨에 재능이 있다는 코치의 말에 본격적으로 훈련과 노력이 이어졌고, 지금의 김연아 선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재능을 조금만 늦게 발견했더라도,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타고난 게 절반, 노력이 절반이며 그 타고난 재능을 찾아서 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재능만큼이나 중요한 후천적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으며, 완벽하게 실현한 대표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부모는 자식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가장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아이의 재능이나 강점 지능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어깨가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지만, 그만큼 아이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져 이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평범한 아이도 천재로 키우는 요코미네 교육법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아이가 재미를 느끼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의욕의 스위치를 켜주는 역할을 부모가 한다면, 공부의욕과 능력이 실현되는 건 당연한 결과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부지능을 본격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은 수년 동안 많은 아이들의 잠재된 공부지능을 이끌어낸 저자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나 같은 초보 부모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어 줄 것 같았다. 지능과 다중지능의 검사 방법과 차이점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고, 공부지능의 기본인 암기력을 키우는 방법, 처리속도, 어휘력, 연산력, 공간지각력 등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후반부는 정서지능, 즉 EQ에 대해서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라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게다가 EQ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바로 부모라고 하니, 더욱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했다. EQ 역시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요인이 어느 정도 있지만, EQ도 IQ처럼 훈련에 의해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특히나 환경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EQ라고 하니, 긍정적인 자아를 가지기 위해 이 부분을 특히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기다리는 습관, 감사하는 습관, 경청하는 습관이 EQ를 높이는데 중요한 세 가지 요소라고 하는데, 이 항목들은 아직 어린 우리 아이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니 말이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길,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교육도 원하는 대로 시켜주고 싶고, 감성지능도 높아서 긍정적이고 올바른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말이다. 민성원 소장은 부모가 아이의 지능을 적기에 발달만 잘 시켜줘도 공부지능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다. 공부라는 것이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IQ가 높아야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충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정확한 근거와 통계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어릴 때 지능을 높여줄 수 있는 역할을 부모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닦달해서 공부에 매달리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전혀 공부를 하지 않고, 관심이 없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의 바람을 단번에 이뤄줄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 바로 공부지능을 키우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우리 아이의 공부 지능 개발이 어떻게 될지 부모로서 부담이 되는 것만큼 기대도 된다. 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선생님들, 그리고 나처럼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 책을 꼭 한 번씩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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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마실 - 제주에서 낭만을 즐길 시간 마실 시리즈 2
김주미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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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제주를 다녀오기도 하고, 며칠 뒤에도 늦은 여름 휴가로 제주에 갈 예정이기도 하다. 너무 좋아하는 여행지 중의 하나라서 제주에 관한 책들도 그 동안 많이 읽어 왔다. 그 중에서도 <제주 마실>은 기존의 여행 에세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제주도의 마을들을 소개하는 아기자기한 공간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특히나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쉬운 장소들은 제주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곳들일 것 같아 더욱 궁금했다. 항상 제주로 가면 렌트한 차로 이동하고, 주요 관광지나, 맛집들만 찾아 다녔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이번에 다녀오는 제주 여행은 조금 다른 풍경 속에서 지내다 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몇 년 전, 제주도에 처음 여행을 갔을 때는 나도 유명 관광지 위주로 다녔던 것 같다. 처음 가는 곳이었고, 언제 또 다시 제주도에 오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짧은 일정 동안 부지런히 다녔던 것 같다. 그랬으니 당연히 제주라는 여행지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지 못해서, 제주에 여러 번 다녀오는 사람들을 보며 별로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국내 여행지였지만 물가가 저렴한 편이 아니라 사실 가까운 일본 등의 해외 여행을 다녀오는 비용이나 제주 여행 비용이나 비슷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제주도에 두 번째 다녀오고, 세번째 다녀오고.. 그렇게 횟수가 여러번 거듭될수록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제주의 핫한 카페들과 맛집들은 서울의 웬만한 그것보다도 더 멋지고, 감각적이고, 좋았다. 매년 제주에 갈 때마다 전혀 다른 곳을 둘러 보았고, 전혀 다른 맛을 느꼈고, 처음 보는 풍경들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 왔다. 그래서 매번 갈 때마다 마치 처음 가는 곳인 것처럼 설레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제주이다.

이 책의 저자는 멀리 이동하고 많이 둘러보는 대신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천천히 그 마을의 분위기를 느껴보길 권한다. 그야말로 처음 가보는 제주가 아닌, 나처럼 여러 번 제주를 가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쉬운 마을과 주변 관광 명소, 로컬 맛집, 예쁜 카페와 숍 등 젊은 감각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장소를 안내하고 있다는 거다. 제주에 숱하게 다녀왔지만, 그곳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전혀 해보지 않았던 내게는 정말 신선한 가이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제주는 렌트한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나처럼 그곳의 대중교통은 전혀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진짜 제주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여행 안내서가 아닐 수 없다.

 

함덕리, 평대리, 종달리, 세화리, 하도리, 위밀, 고산리와 모슬포, 애월읍까지 제주의 여러 마을 중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것은 먹고, 놀고, 쉬기 좋은 마을 7곳이다. 그리고 그 7곳의 마을 분위기를 각 챕터 첫번째 페이지에 예쁜 일러스트로 소개하고 있어 더욱 그곳에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에머랄드 빛 바다, 아름다운 해변, 로맨틱한 분홍빛 수평선을 볼 수 있는 함덕리, 비자림이 있고, 인기 있는 맛집이 모여 있는 평대리, 제주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인 플리마켓 열풍이 시작된 아름다운 세화리와 하도리 등등... 기존 관광지 중심으로 소개되던 제주가 아닌 특색있는 마을 중심으로 소개되는 제주는 정말 매혹적이다.

 

 

저자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기에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은 전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저 이동하는 중에 스쳐 지나갔던, 내가 알지 못했던 제주의 마을들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새삼 감탄하면서 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소개하고 있는 장소도 특별한 것이 베테랑 여행 작가가 운영하는 숙소라든지, 여행자들을 위한 독립 서점이라든지, 어른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문방구라든지..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이색적인 장소들이 가득하다. 올해 나의 제주 여행 경로는 이 책 덕분에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그리고 올해 8월말부터 제주 버스 노선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전에 비해 제주 전 지역을 더욱 빠르게 이동하며, 버스로 가기 힘들었던 대표 관광지들 다수도 노선 편성에 포함되었단다. 급행 버스, 간선 버스, 지선 버스, 관광버스가 서울처럼 색상으로 구분되어 있고, 환승도 된다고 하니 하차 시에는 버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꼭 찍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주 버스'가 노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다고 하고, 모든 버스 내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해 언제라도 노선 정보를 체크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편리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벌써 제주로 내려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비행기를 타려면 아직 며칠 남았는데 말이다. 그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들과 처음 보는 풍경들이 여행 가고 싶은 욕구를 마구 자극하는 것 같다. 이곳에 소개된 카페와 맛집, 예술 공간, 동네 서점, 숙소 등이 무려 100곳이나 된다. 마음 같아서는 매년 골라서 순회하며 다 돌아보고 싶은 기분이다. 정말 핫한 제주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자주 다녀왔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제주를 경험하고 싶다면, 남들과는 다른 제주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제주의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은품으로 주는 마실 엽서이다. 여행지의 풍경을 담아 나만의 엽서를 만들 수 있는데, 제주도에 갈때 챙겨가서 그곳 풍경과 함께 멋진 사진을 찍어 오려고 한다. 제주도의 어떤 풍경도, 이 엽서를 통해서 본다면 그림처럼 예쁠 것 같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여기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 덕분에, 그 동안 숱하게 다녀왔던 제주도의 여행들과는 조금 다른 풍경들도 사진 속에 담기게 될 것 같아 설레인다. 이틀 뒤, 수요일에 제주도로 내려갈 예정인데 너무 기대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멀리 이동하고 많이 둘러보는 대신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천천히 그 마을의 분위기를 느껴보길 권한다. 그야말로 처음 가보는 제주가 아닌, 나처럼 여러 번 제주를 가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쉬운 마을과 주변 관광 명소, 로컬 맛집, 예쁜 카페와 숍 등 젊은 감각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장소를 안내하고 있다는 거다. 제주에 숱하게 다녀왔지만, 그곳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전혀 해보지 않았던 내게는 정말 신선한 가이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제주는 렌트한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나처럼 그곳의 대중교통은 전혀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진짜 제주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여행 안내서가 아닐 수 없다.

 

함덕리, 평대리, 종달리, 세화리, 하도리, 위밀, 고산리와 모슬포, 애월읍까지 제주의 여러 마을 중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것은 먹고, 놀고, 쉬기 좋은 마을 7곳이다. 그리고 그 7곳의 마을 분위기를 각 챕터 첫번째 페이지에 예쁜 일러스트로 소개하고 있어 더욱 그곳에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에머랄드 빛 바다, 아름다운 해변, 로맨틱한 분홍빛 수평선을 볼 수 있는 함덕리, 비자림이 있고, 인기 있는 맛집이 모여 있는 평대리, 제주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인 플리마켓 열풍이 시작된 아름다운 세화리와 하도리 등등... 기존 관광지 중심으로 소개되던 제주가 아닌 특색있는 마을 중심으로 소개되는 제주는 정말 매혹적이다.

 

 

저자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기에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은 전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저 이동하는 중에 스쳐 지나갔던, 내가 알지 못했던 제주의 마을들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새삼 감탄하면서 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소개하고 있는 장소도 특별한 것이 베테랑 여행 작가가 운영하는 숙소라든지, 여행자들을 위한 독립 서점이라든지, 어른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문방구라든지..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이색적인 장소들이 가득하다. 올해 나의 제주 여행 경로는 이 책 덕분에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그리고 올해 8월말부터 제주 버스 노선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전에 비해 제주 전 지역을 더욱 빠르게 이동하며, 버스로 가기 힘들었던 대표 관광지들 다수도 노선 편성에 포함되었단다. 급행 버스, 간선 버스, 지선 버스, 관광버스가 서울처럼 색상으로 구분되어 있고, 환승도 된다고 하니 하차 시에는 버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꼭 찍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주 버스'가 노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다고 하고, 모든 버스 내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해 언제라도 노선 정보를 체크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편리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벌써 제주로 내려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비행기를 타려면 아직 며칠 남았는데 말이다. 그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들과 처음 보는 풍경들이 여행 가고 싶은 욕구를 마구 자극하는 것 같다. 이곳에 소개된 카페와 맛집, 예술 공간, 동네 서점, 숙소 등이 무려 100곳이나 된다. 마음 같아서는 매년 골라서 순회하며 다 돌아보고 싶은 기분이다. 정말 핫한 제주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자주 다녀왔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제주를 경험하고 싶다면, 남들과는 다른 제주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제주의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은품으로 주는 마실 엽서이다. 여행지의 풍경을 담아 나만의 엽서를 만들 수 있는데, 제주도에 갈때 챙겨가서 그곳 풍경과 함께 멋진 사진을 찍어 오려고 한다. 제주도의 어떤 풍경도, 이 엽서를 통해서 본다면 그림처럼 예쁠 것 같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여기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 덕분에, 그 동안 숱하게 다녀왔던 제주도의 여행들과는 조금 다른 풍경들도 사진 속에 담기게 될 것 같아 설레인다. 이틀 뒤, 수요일에 제주도로 내려갈 예정인데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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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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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 어떤 감정이 코라를 덮쳤다. 코라는 나뭇조각을 사방으로 튀기며 블레이크의 개집에 도끼날을 내리꽂았던 그때 이후로 요 몇 년은 그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 코라는 남자들이 나무에 매달려 독수리와 까마귀 밥이 되는 것을 보았다. 여자들은 아홉 가닥 채찍에 살이 벌어져 뼈가 드러나도록 맞았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몸이 장작더미 위에서 타들어갔다. 도망가지 못하게 발이 잘렸고, 도둑질을 하지 못하게 손이 잘렸다. 코라는 그 동안 체스터보다 어린 소녀와 소년이 얻어맞는 것을 보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어떤 감정이 코라의 가슴을 다시 꽉 채웠다. 그 느낌이 코라를 휘어잡았고, 제 안의 노예가 인간의 발목을 붙잡기 전에 그녀는 방패처럼 소년의 몸 위로 엎드렸다.

이 책이 읽기도 전부터 두툼한 띠지 속의 놀라운 문구들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단 한 권의 책이 이뤄낸 놀라운 기록'이라는 문구가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듯이 23년 만에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동시에 받았으며, SF 작품들에게만 주어지는 아서 클라크 상에다 오바마가 휴가철 읽은 도서, 올해의 책 선정 등등... 전부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이 작품은 그래서 시작부터 기대감을 한껏 키워주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는 미국의 역사적인 흑인 노예 해방 조직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대해 그것이 실제 땅속에 있는 지하철도일 거라고 상상해 왔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자신이 믿고 있었던 그것이 나중에 비유였음을 알고는 약간 화까지 났다고. 그래서 그는 '지하철도가 실제 기차였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으로 이 작품을 구상했고, 그것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여타의 문학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미국의 1800년대는 노예제에 찬성하는 남부와 노예제에 반대하는 북부로 나뉘어져 대립하던 시기이다. 당시에 남부의 노예들이 북부의 자유 주나 캐나다로 탈출할 수 잇도록 도왔던 비밀조직의 이름이 바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였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였던 미국의 20달러 지폐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 역시 바로 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조직원으로 당시 수많은 노예들을 탈출시켰던 장본인이다. 작가는 바로 그 비밀 지하조직을 비유가 아닌 실제로 만들어, 노예 소년 코라가 자유를 찾아 지하철도에 오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노예제도가 공식 폐지된 이후로 150년이 더 지난 지금, 지나간 과거의 그것이 시대를 역행하며 현재에 이토록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진실은 당신이 보지 않을 때 누군가에 의해 뒤바뀌는 상점 쇼윈도의 진열과 같았다. 그럴싸하고 결코 손에 닿지 않는.

.........훔친 땅에서 일하는 훔친 몸들. 그것은 피로 가는 보일러, 멈추지 않는 엔진이었다. 스티븐스가 설명한 수술로 백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를 훔치기 시작했다고 코라는 생각했다. 당신의 배를 갈라서 피를 뚝뚝 흘리는 미래를 들어내는 것. 누군가의 아기를 뺏어 간다는 건 바로 그런 것-미래를 훔쳐 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 땅에 있는 동안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괴롭히고, 훗날 그들의 후손이 더 나은 삶을 살리라는 희망마저 앗아 가버리는 것이었다.

주인공 코라는 할머니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잡혀 온 이래로, 농장에서 태어나고 농장을 둘러싼 늪 밖으로는 나가본 적 없는 소녀다. 당연히 그녀에게 농장을 탈출하는 것은 곧 존재의 근본 원칙을 이탈하는 것이었으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열 살이던 해, 엄마 메이블은 그녀를 버리고농장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노예가 된다. 메이블이 사라지자 코라는 버려진 아이가 되었고 비록 어리고 작고 이제는 그녀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할머니 때부터 남겨진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며 살아온다. 그런 그녀에게 북부에서 팔려온 시저라는 청년이 지하철도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탈출하자고 제안을 한다. 당연히 코라는 싫다고 말하지만, 3주 뒤 그녀는 생각을 바꾼다. 자유의 땅 북부로 간다는 것은 제정신은 놓아버려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더 이상 백인 주인이 도망갔다 잡혀 온 흑인들에게 자행하는 일들을 묵인하고 견디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라가 기차를 타고 이동하며 새로운 역에 도착할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참상이란, 19세기 미국 남부 노예들의 삶과 인종 우월주의를 보여주는 백인들의 광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 그러나 당시 백인들은 흑인 노예들을 사람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대하고 있었다. 코라가 자유를 찾아 탈출하는 여정에 더해 도망친 노예들을 쫓는 노예 사냥꾼들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박감 넘치게 진행된다. 그렇게 무려 15개월 동안 이어진 코라의 탈출 여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노예 제도는 피해자인 흑인들 뿐만 아니라 가해자였던 백인들 역시 피폐하게 망가트리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가져야 할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자유라는 것의 가치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마치 현대판 고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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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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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음악이 없는 삶은 지루하다. 너무 평면적이라 그럴 것이다. 길은 길이고 운전은 그냥 이동이고 카페는 목을 축이는 데고 로또 판매점은 걸리지 않을 종이 쪼가리를 파는 곳이며 시사는 에너지를 보충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런 게 평면이다. 그러나 음악이 거기 끼어들면 입체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현상들의 의미가 확장된다.

길은 시가 되고 운전은 이벤트가 되고 카페는 이야기와 향기가 되고 로또 판매점은 꿈을 파는 상점이 되며 식사는 쾌락이 된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세상과 내가 단절되는 게 아니라 음악적 감각이 더해지며 아름답게 쩍 벌어지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보내면서 누구나 자신만의 도피처가 하나씩은 다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니 뭐, 이런 게 하나쯤 있어야 사람이 살지. 싶은 그런 것들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연애일테고, 누군가에게는 친구, 또 누군가에게는 술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쇼핑이고, 여행일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처음 만나게 된 작가 박상에게는 바로 그것이 음악과 여행인 것 같다. 제목부터 어쩐지 키치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 책은 본격 뮤직 에세이라고 되어 있는데, 저자가 다닌 나라를 보고 있자면 웬만한 여행 에세이 못지 않게 엄청나다. 저자는 자신을 무명작가라 소개 하고 있으며, 그의 여행기를 통해 알게 되는 그의 상황 역시 그다지 풍족해 보이지는 않는데도 대체 어떻게 이 많은 나라를 여행한 것일까. 궁금해질 정도로 말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베트남, 홍콩, 일본, 영국, 이스탄불 등등..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닌 그는 그 모든 순간을 음악과 함께 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존의 잔잔하고 어딘지 감상에 젖게 만드는 그런 에세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독특한 유머와 생활 밀착형 언어들은 그가 여느 작가와는 다른 색깔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매 페이지마다 보여주고 있다. 그는 밴드말도 안 돼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록 정신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등 문학과 음악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온 작가답게 평범함을 거부하는 문장으로 시종일관 자신의 ''을 풀어낸다. 그렇게나 숱한 여행지를 다녀왔고, 그곳에서 생긴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면서도, 이 책에는 그 흔한 여행 사진 한 장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흥미진진한 여행 에세이라니, 게다가 그가 가진 음악에 대한 식견의 폭과 깊이는 놀라울 정도이다. 그러니 이 책에는 매 페이지마다 쿵짝쿵짝 리듬감 넘치는 음악이 흐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굉장히 독특한 독서 체험을 선사하는 에세이집이라고나 할까.

더 잦은 봄비를 기원하며 <비와 당신>을 자꾸 듣는다. 이건 뭐, 우선 마음의 공해가 깨끗이 씻기는 느낌이다.

이 곡의 노랫말처럼 바보같이 눈물이 자꾸 나도 좋으니 봄비가 많이 오면 좋겠다. 울고 나면 기분도 말끔해지지 않던가. 우리가 다 잘못했으니 하늘도 울어서 기분 풀고, 다시 말끔한 파란색 보여주시길.

이따위 봄, 음악으로 견디는 수밖에. 음악 에세이라고 만날 음악으로 견디라고 결론 내는데 아아, 공기청정기 살 돈 없지 않은가, 음악뿐이지 않은가(나만 없나.....)

 

그 어떤 순간에도 유머 감각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는 당차게 여행하다 말고 대차게 가을을 타서, 감상에 빠진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소음 때문에 한 해 동안 이사를 세 번이나 한적도 있을 정도로 예민한 청각을 가졌지만, 의외로 그 외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케세라세라 식의 인생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너무 외로워서 부산에 여행 갔다가 충동적으로 현해탄을 건너고 만 사연부터 10년전 이탈리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간성이 개떡 같았다는 것, 아침에 눈뜨자마자 음악을 듣는 건 낭만적인 이유가 아니라 침대에서 기어 나올 빌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등.. 그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주제와 관점을 종횡 무진하면서 읽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다. 대학 때 자신이 문학 천재인 줄 알고 바보 같은 행동만 골라하고 다녔는데도 신기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그녀와의 아련한 추억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어학연수를 빙자한 외화벌이 알바 중에 혼자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던 사연 등 한때 누구나 겪었을 법한 그의 에피소드들에는 항상 그 당시의 음악이 함께 한다. 그에게 음악이란 언제나 무언가를 견디게 해주었던 그것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처럼 생의 매 굴곡마다 음악으로 위로를 받으며 살아 왔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삶이 허무할 때, 지치고 힘들 때, 이별로 슬퍼할 때,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을 때, 남자친구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등등... 중요한 매 시기마다 항상 음악이 함께 했었다. 나도 어떤 음악에 한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들어 째끼는 스타일인데,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긴장과 욕심이 사라진 상태로 들어야 음악을 제대로 탐닉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저 단순하게 그 시기엔 그 음악을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들을 때마다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는 영화 '라라랜드' OST를 주구장창 듣고 다녔는데, 요즘은 다른 영화의 음악, 최근에 보았던 뮤지컬 넘버로 차츰 옮겨 가는 중이다. 아무리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이어폰만 꽂으면 그 순간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의 수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그리고 일상에서 가난하고 찌질 하게 살더라도 여행만큼은 가고 싶을 때, 원하는 나라로 거리낌없이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여행 애호가들에게도 이 책은 동지 같은 존재가 되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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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본의 노래
게리 폴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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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주위 모든 것, 네 삶, 네가 무얼 했는지, 무얼 할지. 네가 보고 느끼고 듣는 모든 것, 네가 하는 모든 것.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네 삶에서, 제대로 보고 제대로 알면, 스스로 생각해서 안다면 평생 그걸 걸치게 될 거야. 너의 모든 것, 네가 될 모든 것이 마치 외투 같을 거다. 여러 가지 빛깔로 된 외투 같을 거야.

 

이 작품은 캐도 계곡 숲에 살고 있는 소년과 노인 피시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는 소년이 어떻게 피시본과 함께 살고 피시본 손에 키워지고 피시본에게 맡겨져 가족이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과정을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연에 대해서 노인이 소년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여러가지 버전이기 때문이다. 피시본은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이야기를 소년에게 했지만, 같은 이야기의 다른 버전 또한 소년에게 이야기한다. 매번 빈틈없는 이야기였고, 매번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들리는 이야기를. 그들이 살고 있는 숲속 외딴 오두막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다르다. 따라서 소년은 나이도 정확하지 않고, 이름도 알 수 없고, 나이가 아주 많다고 설명되는 피시본 또한 마찬가지이다. 왜 노인이 피시본, 그러니까 생선뼈라고 불리는지에 대한 사연도 버전이 너무 여러 가지라서 뭐가 진짜인지 소년도, 우리도 알 수 없다. 소년은 피시본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다 사실이거나 아니면 사실로 생각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지, 핵심은 그가 이야기를 듣는 바로 그 순간에 있었다.

그러니까 사실이다. 내가 어떻게 피시본과 같이 살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 모두. 아니면 사실일 수 있다. 사실로 생각된다.

사실로 생각.

어쩌면 전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먹고 경험하고 말하는 모든 것이 자신이 걸치는 외투 같은 것이 된다는 피시본의 가르침대로 소년은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글을 배우고, 피시본의 이야기와 노래를 듣고, 감정을 배우고, 사냥을 하고, 세상을 배운다. 피시본은 소년에게 말한다. 사냥을 하면 반드시 먹어야 하고, 어떤 얘기는 아주 먼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고, 갖지 않고도 영원히 가질 수 있는 사랑이 있고, 거미나 다람쥐나 사람이나 똑같다고.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소년은 빛을, 나뭇잎을, 동물을, 곤충을, 물방울을 보며 피시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깨달아 나간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면 나쁜 일을 생각하지 마라.

네가 무언가 붉다고 생각하면, 붉은 것이다.

네가 무언가 작은 것을 많이 생각하면, 그게 커질 거다. 무언가 큰 것을 많이 생각하면 그건 더 커질 것이다. 물고기나, 빚이나.

집은 무언가를 밖에 두기 위한 것이지 안에 두기 위한 게 아니다. 날씨. 물 것. 뱀 같은 것들.

 

뉴베리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작가 게리 폴슨은 청소년 소설의 대가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은 마치 시처럼, 노래처럼 읽혀서 청소년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 넣기에는 폭이 넓지만,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가 실제로 소년, 소녀들에게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내 아이가 자라면 꼭 읽히고 싶은 그런 책이라는 말이다. 뚜렷한 줄거리도 없고, 주요 등장 인물은 단 두 명에 그들의 배경이나 정체 또한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 않다. 간결한 묘사와 맥락 없이 툭툭 끊기는 느낌의 문장들은 낯설지만 매혹적이다. 추천평에 '독자들은 이야기라는 얽히고설킨 부드러운 덫에 꼼짝없이 걸려버려 정적에 휩싸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던데, 그야말로 고요한 숲 속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 까닭은, 무슨 까닭일까? 거기에 없기 때문이지. 우리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고.

산문으로 된 시 같은 작품은 처음 만나는 거라, 행간에서 묻어나는 그 느낌이 꽤 오래 잔상처럼 남을 것 같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이 어떻게 자라고, 무엇을 배우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세상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가에 관한, 굉장히 세련되고 함축적인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피시본은 소년에게 항상 비유를 하거나, 과거의 일화를 말하며 암시를 하거나, 노래를 불러 함축적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한다. 덕분에 소년은 자라면서 겉에 드러나 보이는 이야기 자체보다,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소년의 아름다운 내면이, 내 마음 마저 순수하게 비춰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적과 비움의 미학은 그렇게 때묻고 타성에 젖은 어른들의 투명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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