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 - 말문 늘리기편 영어회화의 기적
정회일 지음 / 비욘드올(BEYOND ALL)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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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에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막역히 '~을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기 때문이에요. 영어를 예로 들면 '영어로 말을 잘하고 싶다' 생각만 하지 말고, '영어로 말을 하고 싶으니, <3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을 하루에 1 DAY 30일을 연습해야겠다'는 식으로 구체적 계획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계획대로 실천하면 '영어로 말을 하는 꿈'이 이루어지는 거죠.

가끔 원서를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시리즈물이 번역 출간되지 않을 때, 기다리다 지쳐 원서를 구매하게 되는데 읽는 속도가 더뎌 항상 완독은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영어 관련 책 중에서도 원서 읽기에 관련된 책들에게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 책은 굉장히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도전 의욕을 불러 일으켰다.

 

<1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 말문 트기 편이 왕초보 단계였다면, 이번 <3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 말문 늘리기 편은 초중급자들을 위한 단계이다. 이번 책에서는 원서에 나오는 문장을 보고 구조를 파악, 이해, 응용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텍스트인 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내용을 모두 아는 책이라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나 문법을 알지 못하더라도, 300단어만 알면 계단식 문장구조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외국어를 일일이 한국어로 정확히 번역하면 속도도 느리고 쉽지도 않지요. 그냥 영어 내용 자체로 이해해야 되요. 하지만 이 역시, 한국에서 영어교육을 받아왔으면, 10년 넘게 어설픈 한국어 번역을 해봤기에 고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도 고쳐야 합니다. 잘못 배웠으니까요.

 

사실 원서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자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초보자들은 영단어를 한국어와 일대일 대응하며 번역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원서 읽기가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단어 뜻을 알더라도 구조 파악이 안 되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거나, 이상하게 이해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이다. 저자는 단어의 뜻을 일일이 아는 것보다 문장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익숙한 동화의 문장에 덧붙인 설명을 읽어가며 계단식 구조를 파악하는 단계로 시작해, 한국어 예문을 보고 스스로 영어 문장을 만들어보는 말문 늘리기 단계, 그리고 스스로 읽어본 영어 문장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고, 연습한 내용의 스토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내 방식대로 말하기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동화라는 텍스트 자체가 어려운 단어를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 이 책에서는 말하기 레벨에 맞는 난이도로 원문을 리라이팅한 문장으로 연습을 하기 때문에 더 어렵지 않게 따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원문을 대략 한 줄에 10개 미만, 5구조 약 3개 이하로 만들어서 초중급자들을 위한 난이도로 맞추어 두었다. 원문 내용을 그대로 읽는 고급 레벨은 다음에 출간될 책에서 연습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번 책을 충실하게 따라해 본 독자들은 다음 단계를 기다려 학습을 이어가도 좋을 것이다.

 

 

초등학교 수준의 가장 쉽고 만만한 300단어로 자기 생각을 영어로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오로지 300단어로 영어원서 읽기의 달인이 되었다!”는 저자의 말이 조금씩 실감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이 책의 챕터들을 모두 따라해보지는 못했지만, 결국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나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안드로이드/ios에서 ‘콜롬북스’ 앱을 다운로드하면 무료로 MP3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으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학습을 해보고자 한다면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비전공, 비연수로 독학 6개월 만에 영어강사가 된 ‘대한민국 영어 학습법 최고수’가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그 동안 만나왔던 어려운 문법과 비실용적인 영어 회화 책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원서 한 권 읽기만 해도 최단기에 영어 말문이 길어진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 아닌가. 특히나 영어 문장을 외우지 않아도, 문법을 몰라도 계단식 문장구조만 알면 원서 한 권을 읽으면서 스스로 영어를 늘릴 수 있다니 말이다. 실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핵심은 단어 뜻을 일일이 아는 것보다 ‘계단식 문장구조’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있다고 하는 저자의 말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시길. 생각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누구나 영어와 조금은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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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북스 2017-11-2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콜롬북스 어플 운영자입니다. 리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콜롬북스 많이 이용해 주시고 널리 알려주세요 ^^ 앞으로도 도서/교육 관련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할 예정입니다.

구글스토어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fourspeak.columbooks

아이폰 : https://itunes.apple.com/kr/app/kollombugseu-oegug-eoui-sindaelyug/id1094555128?l=en&mt=8
 
음식해부도감 - 전 세계 미식 탐험에서 발견한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해부도감 시리즈
줄리아 로스먼 지음, 김선아 옮김 / 더숲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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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들면서 얼마나 배가 고파졌는지 아마 상상도 못할 거다. 요리를 그리기 위해 내가 찍은 사진들이나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미지들을 보다 보면 바로 냉장고로 달려가서 그 음식을 재현해보려 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구미가 당겨 어쩔 수 없었다. 독자들이 더 많은 요리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이 책이 영감을 주었으면 한다. 자신이 먹는 음식에 더 호기심을 갖고 더 많은 미식의 모험에 도전해보길. 나 역시 계속해서 그럴 테니까.

줄리아 로스먼은 과학과 역사, 도시와 자연, 음식과 책 등 분야를 넘나들며 인기 아티스트이자 자연생태 탐구가로 활동 중이다. 자연해부도감과 농장해부도감의 명성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던 터라, 이번 음식해부도감은 정말 궁금했던 책이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 "음식 백과사전이 그래픽 노블과 만났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으니, 전 세계의 다양한 먹거리와 그에 관한 여러 지식들이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녀가 음식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전작 '농장해부도감'을 집필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과일과 채소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양한 음식을 직접 맛보거나 조사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특히나 이 책을 쓰면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세상의 더 많은 요리들을 맛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먹거리에 관한 놀라운 역사, 세계 각국의 재미있는 상차림,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세계의 만두, 다양한 스토브와 냉장고의 진화, 놀라운 샐러드용 채소, 호화로운 샌드위치의 세계, 17가지의 달걀 요리 조리법, 세계의 길거리 음식까지... 이 책음 음식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그 모든 정보들이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통해 표현되어 있어서, 어른은 물론 아이들이 읽어도 전혀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쉽게 표현되어 있다.

워낙 요리를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식재료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편인데, 사실 일상 생활에서 그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거의 기회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은 과일과 채소, 곡식, 고기, 우유, 조미료와 향신료, 커피, 음료,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식재료 그 자체에 관한 것과 역사, 사용법과 다양한 정보들을 담고 있어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육류는 대부분 근육이나 단백질로 이뤄진 섬유질 세포의 작은 다발이다. 단단하게 감긴 코일 형태의 단백질 입자는 열을 가하면 섬유질의 구조가 변한다. 단단히 뭉쳐 있던 코일이 느슨해지며 안쪽의 입자들이 풀린다. 섬유질은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줄어들고, 풀린 단백질 입자들은 응고되거나 반고체 상태로 뭉친다. 이 과정을 변성이라고 한다. 조리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기가 질겨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고기를 구울 때 오래 구울수록 고기가 질겨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과학적으로 그 원리를 설명해주고, 단백질이 조리되지 않은 날것과 조리된 상태가 어떻게 다른지 그림으로 보여주니, 너무 재미있었다. 물론 모든 고기가 조리 시간이 짧아야 하는 건 아니다. 질긴 고기나 힘줄, 근육이 많은 부위는 끓이거나 찌고, 뭉근히 고아내는 조리가 이상적이다. 갈비찜이나 장조림 같은 음식을 만들 때를 떠올려 보면 될 것이다. 조리 온도에 따라 미디움 레어, 미디움, 웰던으로 구분해준 시계도 재미있었고, 고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흥미로운 정보들이 많았던 것 같다.

 

 

세계 각국의 상차림이 소개되어 있는 페이지를 보고 있자니, 그 종류와 방법이 너무도 달라 신기했다. 격식을 차린 미국식 상차림에 등장하는 식기류들의 종류는 어마어마했고, 일본식 상차림이 제일 간소하고 깔끔했다. 중국식, 태국식, 인도/네팔식, 그리고 한식 상차림까지... 세계 각국의 문화가 이렇게 다르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과일과 채소 페이지가 줄리아 로스먼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들로 눈길을 가장 사로잡았던 것 같다. 식탁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들, 꽃식물의 먹을 수 있는 부위, 그리고 꽃이 어떻게 과일이 되는지가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다. 가끔 과일인지, 채소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재료들이 있는데, 식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과일을 정의하는 기준은 맛이 아니라 기능이라고 한다. 과일이란 씨를 품은 식물의 농익은 씨방이라고 한다. 하지만 1883년 관세법 이후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토마토와 오이, 강낭콩, 완두콩은 채소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과일로 분류되었었는데 말이다.

 

 

곡식에 관련된 테마는, 탄수화물이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우리 식탁의 비중에 비해서는 낯선 정보들이 많았던 것 같다. 보리, 귀리, 밀, 조 등을 실제로 접할 수 없었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말이다. 퀴노아, 수수, 아마란스, 테프 등의 곡식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었던 것도 재미있었고, 옥수수를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팁으로 팝콘의 원리를 알려줘서 흥미로웠다. 거기다 바로 실생활에서 적용하거나 시도할 수 있는 정보도 가득했다. 조리 온도에 따른 육류별 굽기 정도와 필레와 드론·스틱스 등 생선 손질 용어, 생선 포 뜨는 법, 망고와 아보카도 자르기, 와인 잔의 부위별 명칭과 간단한 와인 용어, 쉽게 버터 만들기 3단계 등은 오늘 당장 부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일 것이다.

 

이 책은 음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주제를 그림으로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맛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각국의 문화·기후·역사적 특징, 동서양의 차이와 조우 등이 담겨 있어 훌륭한 미식 탐험을 할 수 있다. 음식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책!이라는 카피가 정말 마음이 와 닿았던 멋진 책이었다. 이 책은 두고두고 아이와도 함께 볼 수 있을 것 같아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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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1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와 토마토를 먹은 사람들이 맛의 역사를 바꾼 용자입니다. 유럽 중세 사람들은 이 두 채소를 ‘악마의 채소‘로 생각해서 먹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감자 튀김과 케첩을 먹는 현대인들을 보면 펄쩍 뛰면서 놀랬을 거예요. ^^

피오나 2017-11-17 01:24   좋아요 0 | URL
아이구.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 감자와 토마토가 악마의 채소였다니... 놀라운데요. 말씀대로 정말 감자와 토마토를 먹은 사람들이 맛의 역사를 바꿨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ㅎㅎ
 
오픈 시즌 모중석 스릴러 클럽 44
C. J. 박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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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누운 채로 몸을 뒤척였다. 생각을 딴 데로 돌려보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메리베스가 범인 추적을 위해 중무장한 두 남자와 산으로 들어온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좋은 사람이 돼 나쁜 사람을 쫓고 싶다는 조의 어린 시절 꿈은 이렇게 현실이 되었다. 흥분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왠지 메리베스는 이런 기분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아무리 공들여 설명해도.

 

 

오픈 시즌이란 특정 동물에 한해 공식적으로 정부가 사냥을 허가하는 기간을 말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수렵감시관이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이야기의 배경은 미국 중서부, 광활하고 적막한 와이오밍 주의 대자연이다. 멸종위기종 보호라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는 있으며, 자연을 주요 제제로 삼고 있다고 해서 '에코스릴러'라고 부른다. 게다가 조 피킷 시리즈는 전세계 27개국 출간, 미국 내에서만 1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오픈 시즌> 이래 십칠 년 동안 열일곱 권의 작품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이다. 첫 작품인 <오픈 시즌> 2001년에 출간된 이래, 매년 꾸준히 시리즈가 한 편씩 출간되고 있으며, 최신작 <악순환>은 바로 올해 3월에 출간되었으니 여전히 진행 중인 작품이기도 하다. 리 차일드는 이 시리즈에 대해 장르소설과 서부극의 환상적인 조화라고 말했는데, 나로서는 에코스릴러라는 장르 자체도 낯선 데다 서부극이라고 하면 바로 연상되는 이미지 덕분에 도무지 스릴러라는 장르와의 조합이 연상되지 않았다.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왜 이 시리즈를 2000년대 가장 성공적인 스릴러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조 피킷만은 예외일 거야. 자넨 깨끗하고 순수하고 선하니까."

 

가장 흥미로운 건 바로 조 피킷이라는 캐릭터이다. 그는 거친 남자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수렵감시관일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제 막 수렵 감시관이 된지 일주일 된 신참이었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벌써 유명인사였는데, 이유인 즉 허가 없이 낚시했다고 와이오밍 주지사를 체포했기 때문이다. 조는 일을 망칠 때면 아주 제대로, 공개적으로 망치곤 했는데, 오래도록 바랐던 꿈의 직장인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도 면접 날짜를 달력에 잘못 적어서 기회를 제대로 날릴 뻔 하기도 했다. 그와 아내인 메리베스는 아직도 그 일을 돌대가리 같은 짓이라 부른다. 지금은 아직 사슴 사냥 시즌이 시작되기 넉 달전이었고, 조는 한 주민의 밀렵 현장을 적발한다. 남자는 캠핑 장비점 주인인 오티 킬리였고, 그는 눈감고 넘어가주기를 바랬지만 조는 원칙대로 딱지를 끊고 범칙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오티는 조의 총을 빼앗아 그를 협박했고, 몇 개월 뒤 신참 수렵감시관이 지역 주민에게 무기를 빼앗겼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고, 결국 그 사건 또한 조의 인사 기록에 영영 오점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조와 오티 사이에 그런 일이 있고 얼마 뒤, 조의 집 뒤뜰에서 오티가 시체로 발견된다.

 

 

"동물은 죽게 돼 있네, ." 번이 말했다. "모든 종은 결국 멸종할 운명이고. 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와 폐로 숨을 쉬기 시작하기 전부터 그래왔잖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고 말이야.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죽일지, 우리가 어떻게 조정할 수 있겠나. 우리는 현실 세계와 자연계에 영향을 미칠 만큼 전능하지 않다네. 지구상에 있는 핵폭탄을 모두 합쳐도 파괴력은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의 만분의 일에도 못 미쳐. 인간은 그렇게 작고 연약한 존재야. 인간에게는 보호할 능력도 창조할 능력도 없네. 그저 그게 가능하다는 착각에 빠져 살 뿐이지. 멸종 위기에 처한 새를 보호하는 건 진화를 막는 거나 다름없네. 한낱 인간으로서 그런 짓을 하면 되겟나?" 번이 말했다. "그건 신의 영역 아닌가."

 

 

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두 가지 뿐이었다. 자기 가족과 직업. 그는 지금껏 둘을 분리하려 무던히 애를 썼지만, 오티 킬리의 시체가 자신의 집에서 발견됨으로써 그 두 가지가 하나로 합쳐져 버리고 만다. 살인 사건은 두 아이와 아내에게는 잊고 싶은 악몽으로 남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그는 범인 추적을 위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좋은 사람이 되어 나쁜 사람을 쫓고 싶다는 그의 어린 시절 꿈은 그렇게 현실이 되지만, 분석실로 보낸 증거는 사라지고, 누군가에 의해 사건이 대충 수사되어 그냥 덮이고 말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는 살인 사건의 이면에 뭔가 있음을 직감하고 내막을 캐기 시작하지만, 과거의 실수를 빌미로 정직 처분을 받기에 이른다. 조는 식구들을 실망시키게 되어 죄책감이 들었고, 장시간 노동에도 낮은 봉급에 만족하며 정부의 한심한 관료주의에 시달려온 인생의 한 토막이 끝나 안도했으며, 남들의 졸 노릇만 해왔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주어진 임무를 청렴하고 성실히 수행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그의 믿음은 크게 흔들리게 되고, 힘들게 결심한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희망도 잃어버리고, 그의 가족들은 길에 나앉게 생긴다. , 이런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현실을 헤쳐 나갈 것인가.

 

"당신이 이 모든 사건에 연루됐다는 게 밝혀지면 우리는 여기서 화끈한 서부극을 찍게 될 겁니다."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단순히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 캐릭터는 그다지 흔하지 않다. 오히려 약간은 법을 어기거나, 제멋대로 하더라도, 사건에 해결하는 영웅 캐릭터가 박수를 받는 장르라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조 피킷은 어떻게 보면 다소 고지식하다고 생각될 만큼 꿋꿋하게, 융통성 없이 원칙을 고수하며 일을 처리하고, 아내와 아이들만 생각하는 매우 가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다. 선발 시험에 겨우 합격했을 만큼 신체적 능력도 부족하고, 사건을 뒤쫓는다지만 별다른 추리력도 없어 보인다. 서부극의 배경에서 거친 마초의 성격과 외모를 가지지 않은 남자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스릴러라니, 놀랍도록 신선했다. 시리즈 히어로다운 특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이지만, 바로 그 부분에서 오는 묘한 매력이 눈길을 사로 잡아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고, 그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다. 꼭 피가 튀고 살이 찢겨야 스릴러가 아니라는 걸 이 작품이 증명한다.는 언론의 평처럼, 이 작품은 긴장감을 유발하고 지속시키는 힘으로 완벽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조 피킷의 팬이 되었다. 부디 이 시리즈가 하나씩 차례로 출간되어 열 입곤 모두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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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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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역사는 곧 인플레이션의 역사다. 이 때문에인플레이션이 끝났다는 말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2016년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였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태세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통화를 붕괴시킬 수 있는 세력들의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통화 붕괴 작전의 각본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화폐가 파괴되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그러니까 물건 값은 계속 오르는데, 내 월급은 언제나 제자리인 상태.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그만큼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물가가 오르는데, 그에 맞춰 가정의 수입은 오르지 않으니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인플레이션은 반갑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애써야 하는 고생에 비하면 지불하는 돈의 가치는 그에 결코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이 책은 역사상 손에 꼽히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떠올리면 치를 떨었던 독일의 학자들이 저술했다. 저자인 하노 벡은 2000년 인류 역사에 감춰진 인플레이션의 비밀을 파헤쳤다. 그는 소시민들이 금융위기 시대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이해해야 함을 깨닫고 인플레이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고,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금리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35년 동안 꾸준히 하락해왔다. 이러한 하향세는 이제 종지부를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이 보인다. 바로 그 전환점에 서서,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어떤 전략을 짜야 이러한 위기로부터 소중한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고, 실용적이고, 유용한 정보들을 가득 담고 있다.

 

 

부채를 처리할 때도 인플레이션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셈이다. 결국 인플레이션만큼 국가의 채무를 해결하기에 매력적인 방법은 없다. 앞 장에서 우리는 국가에서 이러한 메커니즘을 간파하고 앞장서서 인플레이션을 조장해온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처럼 오랜 교훈을 정치인들이 잊을 리 없다. 여기에서 반론이 제기될 만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인플레이션율을 직접 결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1923년 초인플레이션 때문에 쓴 맛을 한번 보지 않았는가! 그런데 또다시 인플레이션을 조작하라는 유혹이 손짓을 하고 있다.

 

지폐의 탄생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따라서 돈의 역사는 곧 인플레이션의 역사이기도 하다. 최초의 화폐는 등장하자마자 국가에 의해 본래의 화폐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니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돈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달라지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나 공감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은 다름아닌 '피해자는 언제나 소시민이라는 점'이었다. 가난할수록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더 많은 타격을 입게 된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집도, 금도, 유가물도 없다. 그저 통장에 현금이 조금 들어 있을 뿐. 인플레이션은 바로 이 현금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이니 저소득 계층일 수록 인플레이션을 피해갈 기회가 더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인플레이션 게임의 승자는 누구인가? 저자는 말한다. 인플레이션 게임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고. 채무자와 채권자 중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될지는 인플레이션율을 예측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좌우된다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면 된다는 순진무구한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 것이다. 경제를 움직이는 감춰진 원리가 무엇인지 알려 하지 않고 그저 아끼면 잘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경제에 관해 완전히 관심이 없었던 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쓰여진 책이라 이해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경제가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현명하게 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그래도 조금은 덜 피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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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말할걸 그랬어
소피 블래콜 지음, 최세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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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열차가 강 밑을 지날 때 당신이 코피를 흘리기 시작했어요. 당신에게 손수건을 건네준 여자가 나예요. 그럴 때미혼이신가요.”라고 묻는다면 실례였겠지만, 그때 내 머릿속은 당신이코피 터지게근사하단 생각뿐이었어요.

 

완연한 가을이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것이 겨울이 벌써 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옆구리가 허전한 계절이 돌아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금 현재 솔로인 사람들은 12월이 오기 전에 어서 분주히 주변을 살펴서 자신의 짝을 만나길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크리스마스엔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나을테니까.

 

여기,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우연들이 모여서, 인연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작품이 있다. 어쩌면 부질없는 희망일지도, 어이없는 착각일수도 있는 순간들을 따뜻하고 유며 있는 그림으로 표현해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믿고 싶어지게 만드는 마법같은 책이다.

 

미국에는 '놓친 인연(MIssed Connection)'이라는 웹사이트가 있다고 한다. 좀 더 능청스럽게, 좀 더 용기를 내서, 앞뒤 재지 말고 그냥 말할걸 왜 못 했나, 가슴 치며 후회할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연히 마주쳤지만, 어쩌다 놓쳐버린 인연에 대한 사연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있다니, 너무도 영화 같은 일이다. 이곳에서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빨래방에서, 거리에서 우연히 스치듯 만난 그 혹은 그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익명으로 올릴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당사자가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안고서 사람들을 웹사이트에 글을 올린다.

 

오늘 하루 동안에도 한눈에 사랑에 빠진 그들과 다른 수천 명이 '놓친 인연'에 사연을 인터넷에 올릴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메시지를 상대가 읽을 확률은 유리병 속 편지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사연을 적은 종이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렸을 때 받아볼 확률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오솔길에 빵부스러기를 흘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소피 블래콜은놓친 인연사이트에서 무궁구진한 사연들을 발견한다. 그녀는 그들의 사연을 읽는 게 좋았다. 그래서 사연들이 사라지기 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모으고, 그 사연들을 그림으로 그려 나가기 시작한다. 의뢰 받은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하고 싶은 작업을 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게 되면서, '놓친 인연'을 휴 그랜트 영화 못지않게 매력적이고, 페이스북만큼 중독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다정하고 친근한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희망, 그를 통해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 ‘놓친 인연’에 글을 써서 올리며 갖는 희망이 실낱같을지언정, ‘당신이 이 메시지를 읽을 것 같진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나지 않을지언정, 메시지마다 15와트의 희미한 희망 전구가 달려 있다.

 

M열차에서 실크스크린을 들고 있던 여성분 보세요.

나 당신 쫓아가던 거 아니에요.

나도 그 동네에 살아요.

 

첫눈에 반하는 사랑 따위, 이제는 믿지 않는 너무도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가끔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은 순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순간은 짧게 스치듯 지나가버리고 말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 떠올려보면 아쉬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이 나의 운명 같은 거였을지도 모른다고, 거기서 어긋난 운명이 내 삶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틀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누구나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분명, 아무도, 누구도 사랑하지 않던 순간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없는 삶은 진부하고, 쓸쓸하다. 매 순간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고 싶다면, 항상 사랑해야 한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고,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리니 말이다. 

 인생이 좀처럼 나를 믿어주지 않을 때, 현재의 별볼일 없는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세상에 존재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다. 나를 믿어주는 가족, 친구, 연인이 있어 우리는 오늘도 꿈을 꿀 수 있다. 그러니, 아직 그런 소중한 존재를 찾지 못했다면 당신, 소피 블래콜의 이 책을 보면서 당신의 인연을 놓치지 말고 꼭 붙잡길 바란다. 당신의 인연은 멀리 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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