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마우스, 오늘부터 멋진 인생이 시작될 거야 - 작은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미키 마우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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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존재감이 압도적인 미키마우스! 항상 웃는 표정의 미키마우스가 삶을 응원해준다면 그 긍정 에너지로 힘이 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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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슈나무르티와 함께한 1001번의 점심 식사
마이클 크로닌 지음, 강도은 옮김 / 열림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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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째로 여러 사람들이 점심을 함께 먹기 위해 에이브이로 왔다. 그것은 단지 점심을 함께 먹는다는 의미 이상이었다. 평범하거나 저명한 많은 사람들을 점심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힘의 원천은 크리슈나무르티의 철학, 크리슈나무르티의 존재였다. 거기에 잘 차려진 식탁의 아름다움, 맛있는 음식,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멋진 대화가 결합해 아주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p.137

크리슈나무르티는 20세기에 가장 훌륭한 철학가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간주되는 명상가이자 인도철학자이다. 그는 어떠한 계급, 국적, 종교 그리고 전통에도 얽매이지 말라고 말하며 죽을 때까지 6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강연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크로닌은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해에 태어나서 부모 세대가 저지른 전쟁의 참상을 간접적으로 목격하며, 진리 탐구라는 관심사를 따라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크리슈나무르티의 사상을 담은 책을 접하게 되면서 인도, 스위스, 영국 등지에서 열리는 그의 강연을 직접 찾아 다니게 된다. 그리고 크리슈나무르티가 설립한 교육 기관인 오크 그로브 학교에서 요리사로 일하게 된다. 사실 그는 요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바로 그런 이유로 더 다양한 채식 요리법들에 대해 천천히 공부하고, 깊이 있게 파고들게 된다. 허브들과 양념들, 분량 정하기, 재료 자르기, 휘젓기와 맛보기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그는 채식 요리법으로 음식을 차려내야 하는 새로운 역할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가 크리슈나무르티의 식탁에 차려낸 채식 요리 레시피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각 장마다 전채 요리, 주요리, 디저트가 간단한 레시피, 재료와 함께 실려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텃밭에서 갓 수확한 다양한 야채들로 만든 그린 샐러드와 레몬즙을 살짝 뿌려 낸 체리 토마토와 얇게 자른 아보카도로 전채 요리를, 구운 얌과 아홉 가지 콩 수프, 올리브 오일과 마늘을 넣고 볶은 신선한 시금치 잎이 주 요리가 되고, 휘핑크림을 곁들여 낸 애플 크럼블과 신선한 제철 과일이 디저트가 된다. 기존에 우리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채식 요리들이라 평소 채식에 관심이 있거나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책 속의 레시피를 통해서 한번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생각보다 더 다양한 채식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어 그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웠다.

 

나는 다양한 요리들을 가리키면서 그에게 설명해주었다. "물론 토스트 그린 샐러드가 있고, 파스타 샐러드와 아보카도 샐러드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보카도, 토마토, 양파, 파프리카를 넣고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구운 감자가 있고요. 채썬 주키니와 치즈로 만든 키슈를 준비했답니다. 라타투이 비슷한 채소 요리와 함께 먹습니다. 이 요리는 주키니, 가지, 토마토소스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내 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일상생활의 사소한 것들까지 그토록 예리한 관심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 나는 항상 놀라곤 했다.   p.278

정신적인 스승, 마음 속으로 깊이 존경하는 인물 가까이에서 그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축복이다. 저자는 크리슈나무르티의 태도와 제스처, 음식을 먹는 모습, 곁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고, 웃고, 혹은 침묵하는 모습, 그리고 사람들을 조용히 응시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무척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우리도 간접적으로 크리슈나무르티라는 한 존재의 여러 면모를 느끼게 되는데, 그의 사상이나 철학에 대해 잘 몰랐던 이들이라도 대번에 매혹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워낙 전세계를 돌면서 수많은 강연을 해왔기에,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매우 드라마틱하고, 커다란 깨달음을 주고 있다. 그가 들려주는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들, 생각들은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이해를, 때로는 놀라움을 안겨 준다.

'세상에 정의란 없다.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어들에 의해 살아가고 있고, 단어들은 우리의 감옥이 되어 버린다',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만 힘을 쏟는 것은 삶을 부정하는 일이다' 등등...인간 마음의 본성을 탐구하고 핵심 개념들을 명쾌하게 정의하는 문장들도 인상적이었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자신의 통찰을 표현하기 위해 시종일관 간명하고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했으며, 시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도 가끔 있었는데, 저자가 그의 언어 사용이 유연하고 탄력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 책 속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진지함은 마치 바위 같아서 어떤 것도 그것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해서유머와 웃음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존재 안에 자리잡은 업과 번뇌의 틀을 깨려면 최소한 ‘1000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히 크리슈나무르티의 삶과 그의 가르침을 선망하는 추종자로만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던 저자가 그와 10여 년간 점심 식사를 함께하면서 그의 존재를 거울삼아 자신을 비추고 있는 이 책은 술술 읽히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긴 여운을 남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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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후쿠오카 (유후인.벳푸.나가사키.기타큐슈) - 테마&코스 분리형 가이드북, 2018-2019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전상현.두경아 지음 / 길벗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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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여행지이다. 비행 시간이 짧아서 금방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좋고, 자주 다녀와서 익숙한 부분도 있고, 가장 최근에 다녀왔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갈 때마다 새롭게 가보고 싶은 장소가 생겨나고, 다녀와서도 또 가보고 싶은 맛집이 새록새록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다. 후쿠오카 뿐만 아니라 가까운 유후인, 벳푸 등 북큐슈의 지역들도 너무 좋아한다. 공항이 시내에서 가까워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좋고, 내 눈에는 오직 장점들만 가득 보이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보통 시간이나 거리, 비용의 문제가 해외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싶은데, 후쿠오카라면 이 모든 문제에서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번 주말이라도, 아니면 내일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후쿠오카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시리즈의 가장 매력은 무엇보다 '분리형 가이드북'이라는 점이다. 1권은 미리 보는 테마북, 2권은 가서 보는 코스북이다. 1권에서 체크한 테마 장소를 2권 지도에 표시해 나만의 여행 동선을 정할 수 있다. 그렇게 여행 스케줄을 다 짜고 나면, 가볍게 2권만 여행 가방 속에 쏙 넣고,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사실 여행가서 가이드북을 누가 들고 다니냐, 가급적 짐이 가볍고 적어야 다니기에 좋을 텐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는 이렇게 분리한 책 한 권이 너무도 가볍고, 판형 또한 작은 편이라 배낭에 쓱 넣고 종일 걸어 다니더라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라서 일부로라도 여행갈 때 가지고 싶은 책이다. 

 

테마북에서는 후쿠오카의 다양한 여행 주제를 관광, 음식, 쇼핑, 체험 4가지 파트로 소개하고 있다. 후쿠오카뿐만 아니라 유후인, 나가사키, 벳푸, 기타큐슈까지 북큐슈의 핫한 지역을 구석구석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베스트 스폿은 물론 요즘 떠오르는 핫한 스폿까지 테마별로 정리해 소개하고 있어 여행 계획을 짤 때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나 이 책에는 2명의 작가가 4년간의 취재를 통해 알아낸 후쿠오카 필수 여행 스폿은 물론 시크릿 스폿까지 소개되어 있다. 작년에 후쿠오카에 다녀왔기 때문에 웬만큼 유명한 맛집이나 장소들은 거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곳들 중에는 새로운 장소들이 많아 더욱 흥미로웠다. 덕분에 읽는 동안 여기저기 표시해두고 벌써부터 언제 또 후쿠오카에 갈까 고민 중이다.

일본 음식이 워낙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는 편이기도 하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일본 음식들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작년에 후쿠오카에 가서도 하루 일곱 끼 이상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핫. 이 책에도 로컬 푸드는 물론 백 년 된 맛집, 동네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현지인 맛집까지 소개되어 있어 나처럼 먹는 걸 즐기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핫한 카페 & 디저트들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었는데, 사진만 봐도 군침이 막 나올 정도로 눈에 띄는 곳이 많았다.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음식 사진들도 정말 많이 실려 있는데, 사진 퀄리티도 훌륭해서 여행 일정 짤 때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처럼 맛집 위주로 일정을 정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일정별, 테마별, 지역별 25개 여행 코스, 그리고 지역별로 완벽한 교통 정보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초행길이어도 헤매지 않고 완벽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말이다. 인터넷 지도에도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은 장소들까지 실측 지도를 통해 최대한 정확하게 소개되어 있는 부분도 좋았다. 여행 장소의 이름과 주소만으로는 검색되지 않는 스폿까지 위치 검색을 할 수 있도록 구글 GPS 좌표를 수록되어 있는 점도 현지에서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 여행 트렌드는 현지에서 살아보는 거라고들 한다.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는 꼭 후쿠오카에서 살아보고 싶다. 일본어는 히라가나, 가타가나 외에 단어 몇 개 아는 정도가 전부지만, 이상하게 편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곳이라서 그럴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후쿠오카의 곳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여행 당시의 설레임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자고로 여행 가이드북은 이래야 한다. 책을 덮고 당장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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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홍콩 마카오 - 2018-2019 최신 개정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김수정.김승남.원정아 지음 / 길벗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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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 홍콩 여행에서 내가 마주했던 그 유명한 홍콩의 야경은 길을 잃어 헤매던 높은 빌딩들의 숲에서였다. 우여 곡절 끝에 피크 트램을 타러 가는 길에 탄 버스는 어둑한 언덕길을 올라갔고, 안내 방송을 들어도 모르겠고, 바깥은 무섭도록 캄캄하고, 이대로 길을 잃어 버리는 게 아닐까 싶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날의 정신 없던 일정이 지나가고 난 뒤에는 다행히 헤매지 않고 곳곳의 명소들과 맛있는 현지 음식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다들 홍콩은 참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도시라고들 한다. 5년 전에 가보고 그 뒤로 못 갔으니 얼마나 달라졌을 지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다음 달에 갈 늦은 휴가를 홍콩으로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너무도 오랜 만에 가는 곳이라, 현지의 최신 정보들을 미리 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바로 이 책,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의 강점은 무엇보다 '분리형 가이드북'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1권은 미리 보는 테마북, 2권은 가서 보는 코스북이다. 1권에서 체크한 테마 장소를 2권 지도에 표시해 나만의 여행 동선을 정할 수 있다. 그렇게 여행 스케줄을 다 짜고 나면, 가볍게 2권만 여행 가방 속에 쏙 넣고,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된다. 사실 현지에서 두툼한 가이드북을 들고 다닐 수 없어 대부분 가이드북은 국내에서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일정이란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므로 이렇게 가벼운 책을 가져가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홍콩하면 식도락의 천국으로 유명할 정도로 흥미로운 음식들이 많다. 중식과 포르투갈 음식이 만나 색다른 퓨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마카오도 그렇고 말이다. 특히 이번에는 제대로 된 애프터눈 티세트를 경험해보기로 해서 더 기대가 된다. 원래 애프터눈티는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랜 기간 영국의 영향을 받았던 홍콩에서도 다양한 스타일로 변화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고급 호텔에서 즐기는 애프터눈티세트가 유명하고 종류도 많아서, 어디를 가야 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에 소개되어 있는 곳만 해도 무려 여덟 군데이니 말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중식&딤섬, 로컬 음식, 홍콩식 디저트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5년 전에 홍콩 여행을 갔을 때 웬만큼 유명한 곳들은 다 들렀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관광지들 외에 다른 곳들을 중점적으로 가볼 생각이다. 이 책에 홍콩의 숨겨진 보석들이라고 해서 한적한 근교에 있는 장소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좋은 팁이 되었다. 게다가 보통 홍콩하면 맛집과 쇼핑만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트램&페리&이층버스, 사원, 럭셔리호텔, 스파&마사지, 경마, 마카오 세계문화유산 1일 투어, 베네시안 호텔 정복 등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정보들도 있어 흥미로웠다.

 

2018-2019 최신 개정판답게 관광지맛집쇼핑체험 장소 등 없어진 곳과 새롭게 문을 연 곳의 정보가 자세하게 반영되어 있고, 변동이 있는 지역별 교통 정보도 전면 업데이트되었다고 하니, 실제 여행지에서 더욱 유용하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홍콩과 마카오 주요 도시를 세부적으로 나눠 실측 지도, 코스와 함께 소개하고 있고, 상세한 교통편 정보와 구글 지도 GPS  수록 되어 있다. 디테일하게는 여행의 출발점과 끝나는 지점을 지하철(MTR) 출구 역이나 그 지역을 이용하는 가장 합리적인 교통수단의 정류장을 기준으로 알려주고 있어 더 좋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여행 에세이에서 홍콩이 중국에 영구 귀속되는 해가 2047년이라고 하는 걸 봤다. 저자는 그러므로 홍콩이라는 유통기한 짧은 단편영화를 하루라도 빨리 보길 원한다면, 서둘러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홍콩까지의 거리는 1,292마일, 세 시간 반 조금 넘는 비행시간, 한 시간의 시차. 한 번쯤의 터뷸런스를 견디고 열 번쯤의 건조함을 이겨내면 후덥지근한 공기와 마주하게 되는 그 곳. 홍콩이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 다시 그 곳에 가기까지 남은 시간이 딱 한달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 덕분에 홍콩이라는 곳으로 내 마음은 벌써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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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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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P.75~76

우리가 사랑에 관해 읽었거나 배운 것은 대부분 실전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그건 우리가 열아홉에 사랑을 경험하든, 서른에 사랑을 하든, 마흔이 넘어서 사랑을 만나든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므로, 상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줄리언 반스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그것이 여전히 잊지 못할 첫사랑이든, 고백도 못해본 짝사랑이든, 처참하게 배신당한 지독한 사랑이든 간에. 모두에게 자신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게 바로 단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단 하나의 이야기, 사랑의 시작과 끝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한 남자가 오십여 년 전의 첫사랑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열아홉 청년이 마흔 여덟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이야기는 테니스 클럽에서 시작되었다. 추첨식 혼합복식 대회가 열렸고, 제비 뽑기로 파트너가 결정되었다. '제정신이 아닐 정도의 자신감'으로 충만한 19세 청년과 스스로 '다 닳아버린 세대'에 속한다고 믿는 48세 여인이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두 번째 애인이었다. 폴은 삼학기가 끝날 무렵 대학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성적인 입문을 했던 적이 있고, 수전은 아이가 둘이었고 사반세기 동안 결혼 생활을 했다. 이제 막 어른이 되려 하는 열아홉 청년과 오래 전부터 어른이었던 마흔여덟의 여자가 만드는 사랑은 생각보다 순수하고, 아름답고, 하지만 깊은 슬픔과 예리한 진실이 담겨 있는 이야기를 들려 준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수전의 남편이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폴이 알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폴은 그녀를 구해내고 싶었고, 결국 런던에 집을 구해 함께 떠나기에 이른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환상에서 현실이 되고, 로맨틱한 관계에서 일상의 남루함을 겪게 되는 관계가 된다. 그리고 물론, 이게 전부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너는 스물다섯이고, 이런 종류의 상황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신문에는 '중년의 여성 알코올중독자 애인을 감당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없다. 너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 너는 아직 인생의 이론이 없고, 그 기쁨과 고통 몇 가지를 알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랑을 믿고, 사랑이 할 수 있는 것을 믿는다, 사랑이 어떻게 인생을, 실제로 두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너는 사랑의 상처받지 않는 면, 끈질김, 어떤 적도 따돌리는 능력을 믿는다. 이것이, 사실 지금까지 너의 유일한 인생의 이론이다.   p.224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각 장마다 화자의 시점이 달라진다. 일인칭 ''로 시작해서 이인칭 ''가 되었다가 삼인칭 ''가 되고는, 다시 ''로 돌아온다. 첫사랑은 늘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진다. 사랑에 빠져 있는 순간에는 오로지 나와 상대만 보이고, 주변의 모든 것들은 뿌옇게 흐려지곤 하니 말이다. 우리는 사랑이 끝나고 나서야 타인의 시선이나, 객관적인 시각에 대해서 갑작스럽게 깨닫게 된다. 나의 사랑이 끝이 나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 이어지니깐. 일인칭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들이 함께 런던으로 떠나게 되는 부분까지이다. 그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은 이러하다. '이 일에 대한 내 기억은 이게 다였으면 좋겠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하지만 가능하지가 않다' 사랑의 여러 단계 중에 이제 그들은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그들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폴은 남편의 그녀에 대한 폭력 때문에 분노와 연민과 공포를 느끼면서 동시에 무력감 비슷한 것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결혼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 그녀가 가정 폭력으로 인공치아 네 개를 만들면서 폴의 그에 대한 증오는 극에 달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시점이 이인칭으로 바뀌게 된다. 왜냐하면 이후에 겪게 되는 것들은 지금이나 나중에나 폴이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나 시점이 많이 달라지는 것도 드물지만, 그로 인한 효과가 이렇게 놀라운 작품도 처음이 아닐까 싶다. 줄리언 반스의 작품이야 항상 문장이 좋았지만, 특히나 이번 작품은 매 페이지마다 밑줄 긋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결국 포스트잇이 여기저기 붙어서 책이 두툼해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수많은 연애 소설을 읽어 왔고, 수많은 연애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왔고, 수많은 연애에 관한 잠언들을 읽어 왔지만, 그 어느 것도 줄리언 반스의 이 작품만큼 진실에 가깝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신이라면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당신은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잃어본 것이 낫다'라고 생각하는가. 처음의 질문도, 두 번째 질문도 사실 우리가 선택할 여지는 없는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길을 가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불가항력에 가까운 거니까.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질지 아닐지 선택하거나, 얼마나 사랑할지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번 '기꺼이' 사랑에 빠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랑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되는 지 잊어 버리고선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단 하나의 이야기'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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