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카페 조식 - 하루의 첫 식사는 따뜻하게, 일본 카페 11곳의 베이킹 레시피
최수진 옮김, 야마무라 미츠하루 감수 / 책밥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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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브런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식사 메뉴가 없던 카페에서도 배를 채울 수 있는 브런치 메뉴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평일에 쉬거나, 주말에 약속이 있는 경우에는 일부러 그런 카페들을 찾아가 브런치 메뉴를 즐기곤 한다. 사실 카페에서 먹는 브런치 메뉴는 프렌치 토스트, 베이컨, 소시지, 샐러드, 에그 스크램블 등 너무 간단한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접시에 예쁘게 플레이팅 되어 나온다는 이유로, 그래서 집에서 대충 해먹는 것보다 훨씬 근사해보인다는 이유로 우리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브런치를 먹는다.

집에서도 매일 그렇게 아침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호텔 조식이나 유명 카페의 브런치 메뉴들 처럼 말이다.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보기에는 꽤나 그럴듯한 그런 음식들 말이다.

이 책은 맛있는 조식으로 유명한 일본 카페 11곳의 시그니처 메뉴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와 담고 있다. 카페 주인이 직접 공개했기에 맛도 보장되고, 접시에 담아도 근사한 그런 요리들의 레시피이다. 팬케이크, 크림수프, 프렌치토스트, 샌드위치 등 누구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고, 요리 과정도 간단해서 부담스럽지도 않다.

특히 각각 메뉴들을 소개하기 전에 해당 카페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진이 있어 더 좋았고, 실제로 카페에서 판매되는 메뉴들의 플레이팅과 인기 메뉴들의 레시피를 함께 만나볼 수 있어 더욱 활용도가 높은 책이었다. 그리고 빵 하나에도 철학과 정성을 담아내는 카페 주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어, 읽을 거리도 많은 레시피 책이었다.

나이프가 닿으면 바삭바삭 소리와 함께 꽉 찬 속살이 드러나는 작은 케이크 모양의 식빵, 담백한 맛과 보들보들하면서도 탄력 있는 식감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팬케이크, 트레비스의 쓴맛과 석류의 상큼한 신맛이 번갈아 두드러지며 리듬감이 느껴지는 샐러드, 크림뿐 아니라 반죽에서도 럼 레이즌이 불쑥 얼굴을 내미는 럼 레이즌 팬케이크 등등.. 보기만 해도 꼭 찾아가서 먹고 싶은 근사한 메뉴들이 가득했다. 각 카페별로 주소와 휴무일, 오픈 시간 등이 간단히 기재되어 있어 현지에 여행을 가게 되면 한번쯤 들러보고 싶어지는 그런 메뉴들이다.

사실 아침은 늘 정신 없이 바쁘게 보내는 편이라 대충 때우거나,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 한 권이면 간단하게 만들어도 근사한 카페에서 먹는 느낌으로 여유로운 조식을 즐길 수 있게 될 것 같다. 좋아하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할 때 대접할 수 있는 메뉴로도 좋을 것 같고, 주말에 늦은 아침을 가족들과 챙겨 먹을 때 만들어 먹기에도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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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 집밥 - 유럽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집밥 레시피 50
베로니크 퀸타르트 지음, 이지원 외 옮김 / 다산라이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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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초콜릿과 맥주, 감자튀김 그리고 와플의 나라. 온통 파란색인 스머프들을 탄생시킨 만화가 페요 또한 벨기에 출신이다. 벨기에는 작은 나라이지만 유럽의 심장이고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그리고 룩셈부르크, 4개의 나라와 인접해 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다양한 유럽 국가의 요리들이 함께 공존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번에 만난 책은 방송 프로그램 '비정상 회담'에서 벨기에 대표로 나왔던 줄리안의 어머니, 베로니크 퀸타르트가 쓴 50가지 유럽식 웰빙 집밥 레시피 책이다. 그녀는 20대에 이미 채식주의자였으며, 결혼 후에는 남편과 함께 유기농 식품점을 운영했을 만큼 건강한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가족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늘 신선한 재료를 건강하게 조리한 음식들로 식탁을 차린다고 하니, 그녀가 알려주는 요리 레시피들이 궁금해졌다.

구성은 식전에 입맛을 돋우는 상큼한 애피타이저 요리, 메인 요리 전에 지루함을 달래주는 신선한 전채 요리, 그리고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우아한 메인 요리로 이어진다. 몸의 영양에 균형을 잡아주는 따뜻한 수프 요리와 입안을 달콤하게 마무리해주는 후식까지 담고 있다. 사실 카테고리는 이렇게 거창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요리들과 레시피들은 전혀 어렵지 않고, 매우 단순하다. 인터넷에서 찾는 레시피보다 더 단순하고 금방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단계도 심플하고, 조리 과정도 전혀 복잡하지 않다. 완성된 요리를 담아낸 플레이팅 조차 근사한 레스토랑의 그것이 아니라 우리 엄마 혹은 할머니가 차려 줄 법한 푸근함과 투박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유럽 사람들이 실제 집밥으로 만들어 먹는 다양한 요리 가운데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레시피만을 엄선해 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국적인 느낌보다는 거부감 없이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레몬과 올리브오일, 여러 가지 허브와 버섯만 있으면 되는 버섯 레몬 절임은 바로 만들어 보고 싶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먹고 싶은 요리였다. 햄을 채운 토마토나 속을 채운 삶은 달걀 등은 아이들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재료가 간단하고 만드는 과정이 쉬워 온 가족이 함께 요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리에주식 깍지콩 베이컨 스튜, 채식 셰퍼드 파이, 리크에 얹은 도미 필레 등은 유럽의 정취를 물씬 풍기면서도 간단해 보이는 요리라 한번쯤 해보고 싶은 레시피들이었다. 무엇보다 채소, 생선, 감자 등이 고루 들어 있어 영양적으로도 훌륭하고, 다양한 빛깔이 플레이팅되어 보기에도 너무 근사한 요리들이기도 했다.

레시피 북이지만, 에세이처럼 중간 중간 줄리안과 베로니끄의 가족 이야기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스페인, 이탈리아, 모로코 등 여러 국가를 여행하며 각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던 베로니끄가 그 나라들에서 가져온 레시피들도 많아 흥미로웠다. 유럽 곳곳을 다니면서 전통시장의 상인이나 레스토랑의 주방장에게 각 지역의 특색이 담긴 레시피를 구해 직접 자기만의 요리법으로 발전시켰기에 더욱 쉽고, 단순하면서도 맛이 있는 레시피들이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통 유럽 음식이라고 하면 피자나 파스타, 스테이크 등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유럽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최소한의 조리 과정을 거친 싱싱한 채소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한 건강한 요리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건강하지만 간편한 집밥 레시피 북이라, 누구라도 쉽게 따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베로니끄가 모로코,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얻어낸 시크릿 레시피도 함께 담겨 있으니, 이국적인 음식이 먹고 싶은 날 만들어 보기에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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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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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인공은 이 동물 왕국에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날개 달린 녀석들이 날아가서 톱 하나 훔쳐 오는 게 문제가 될 것 같나?"

"그럴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 이야기는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따지면 이곳에 우리가 함께 있는 것도 개연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야." 마크 트웨인이 말했다.   p.94

우리의 주인공 조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다른 가족이라곤 없었으므로, 할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조니의 인생에서 가장 난관적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가난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조니의 할아버지는 둘만 있을 때도 줄창 욕을 했던 성격이 나쁜 사람이었다. 조니의 유일한 친구는  전염병과 기근이라는 이름의 닭 한 마리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시장에 가서 닭을 팔아 먹을 것을 좀 사오라고 시킨다. 조니는 그 닭을 사랑했고 녀석의 처지를 가엽게 여겼지만, 어쩔 수 없이 '전염병과 기근'을 데리고 시장으로 향한다. 평생 집 밖에 나와 본 적이 없었던 조니에게는 거리에서 보이는 광경들은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조니는 구걸하는 노파에게 자신은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지만, 만약 이 닭을 데려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게 해 줄 수 있다면 데려가도 좋다고, 닭을 건네준다. 노파는 조니에게 보답으로 담청색 씨앗을 한 움큼 꺼내어 주고, 씨앗을 심어 꽃이 피고 그것을 먹으면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않게 될 거라고 말한다. 조니는 그 말대로 씨앗을 심고 정성스레 돌보아 핀 꽃을 먹고,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리하여 외롭던 조니에게 수많은 동물 친구들이 생기게 되고, 그들과 함께 숲 속에 있던 어느 날 조니는 올레오마가린 왕자가 납치됐으며 그를 구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을 보게 된다.

"내 잘못이 아니야. 네가 결말로 건너뛰자고 했고, 그 바람에 이 특별한 닭의 인생에 일어난 놀랍고도 행복한 사건들이 생략된 거야."

"누구 잘못인데?" 족제비가 물었다.

"물론, 조니가 이 닭과 다시 만나야 할 논리적인 이유는 없어. 말이 안 되지. 하지만 논리와 사실은 별개야. 그리고 이 문제에서 사실은 이거야. 이제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고 닭은 돌아왔다는 것."     p.144

1879, 마크 트웨인은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두 딸의 청으로 잡지에 나온 그림을 골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가난한 소년 조니가 마법의 씨앗을 얻고, 납치된 왕자를 구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 이야기이다. 후에 마크 트웨인은 대략적인 스토리를 16쪽에 걸쳐 정리했다. 이 문서는 사후 약 100년 후인 2011년에야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크 트웨인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되었고,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부부, 작가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가 작품을 완성한다.

마크 트웨인이 딸에게 남긴 단 한 편의 동화는 필립이 트웨인과 대화를 나눈다고 상상하면서 쓴 이야기와 에린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우아한 삽화를 통해 100년 만에 세상에 보여지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이 해준 이야기를 필립 스테드가 들려주는 방식으로, 일종의 액자 구성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중간 중간 마크 트웨인과 필립 트웨인이 이야기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말하며 그래서 닭은 어떻게 되었냐며, 노파는 죽었냐고, 혹은 개연성이 없다는 식의 대화를 나눈다. 동화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그들의 만담이 너무도 재미있었다.

가난한 소년 조니가 마법의 씨앗을 얻고, 납치된 왕자를 구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 이야기 자체도 아름답지만, 유머러스하면서도 우아한 삽화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고전적 재료와 최첨단 기법, 예를 들면 목판, 잉크, 연필, 레이저 커팅 등을 조화롭게 사용해서 전반적으로 톤 다운된 색채감이 이야기와 너무도 잘 어우러져 너무 예쁜 그림책으로 완성되었다. 시간을 거슬로 우리 앞에 찾아온, 선량한 이들의 명예와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마크 트웨인 특유의 독창성과 유머 감각이 반짝이는 아름답고, 따뜻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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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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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튼은 곧 어느 비열하고 배은망덕한 여자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굶어 죽을 위기에 놓인 여자를 구해 주고 도움까지 줬는데 여자가 매번 자신을 배신했노라고 말이다. 손튼은 시인이었다. 게다가 거짓말을 생생하게 지어내는 재주도 있었다. 그 여자에게서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조롱하는 불쾌하고 노골적인 비난을 들은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그 모욕감에 힘입어 거짓말이 진실처럼 술술 나왔다.    p.33

주옥 같은 시를 쓴 시인이자 저명한 백화점 사장이며 자선 활동으로도 유명한 백만장자 손튼 라인이 하이드파크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인은 심장을 관통한 총상이었으며, 가슴에 난 상처는 피 묻은 여자 실크 잠옷으로 묶여 있었다. 가슴 위에는 두 손이 가지런히 모인 채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수선화 한 다발이 놓여 있었다. 이상한 건 옷은 제대로 갖춰 입었으나 신발은 두꺼운 펠트 천으로 된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구두와 자동차는 그 장소로부터 백 미터쯤 떨어진 길가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동차 안에서 피로 얼룩진 코트와 조끼가 발견되었는데, 조끼 주머니에서 폭 5센티미터 가량의 빨간색 정사각형 종이가 있었는데, 종이에는 검은 잉크로 굵게 한자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자화번뇌'. 스스로 일을 자초했다는 뜻의 사자성어였다.

사실 젊은 사장인 손튼 라인은 자아도취에 빠져 상대를 배려하지 못했고, 품격 높지 않은 얇은 시집을 낸 허세 가득한 인물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그가 백화점 경리과 직원인 오데트 라이더에게 구애를 했다가 매몰차게 거절당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회사 공금에 손을 대고 있는 백화점 매니저 밀버그를 조사하기 위해 탐정 잭 탈링과 약속을 잡은 참이었는데, 상처 받은 자존심에 생각을 바꿔 오데트 라이더에게 횡령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하지만 상하이에 경찰로 재직 당시 중국 공안 당국이 인정하는 유명한 형사였던 탈링은 그의 계략을 눈치채고 제안을 거절한다. 어쩔 수 없이 손튼은 절도의 달인인 샘 스테이가 출소하는 날 찾아가 오데트 라이더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다음 날 갑작스럽게 손튼이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용의자는 그의 구애를 거절했던 오데트 라이더, 공금을 횡령해온 매니저 밀버그, 그리고 손튼을 흠모한 전과자 샘 스테이이다. 과연 손튼을 죽인 자는 누구일까?

상상력이 장난을 친 것일까, 아니면 모퉁이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는 흰 얼굴을 정말로 힐긋 본 것일까? 탈링이 다시 손전등을 비추었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형체가 사라진 곳으로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다시 손전등을 비추어 보았다.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쪽에서 나무가 우거진 수풀 쪽으로 검은 형체가 움직였던 게 분명했다. 다시 손전등을 비추어 보았지만 성능이 좋지 않아 멀리까지 보이지 않았다. 탈링은 형체가 사라진 방향으로 다시 터벅터벅 걸었다.    p.239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그 세 번째 작품이다. <트위스티드 캔들>, <네 명의 의인>에 이어 <수선화 살인사건>을 만나 보았다. 갑자기 판형이 바뀌어 시리즈 느낌이 갑자기 사라져버렸지만, 기존 두 권이 좀 올드한 느낌이었던 터라, 오히려 지금의 판형과 디자인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에드거 월리스는 영화킹콩의 원작자이자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사랑받은 작가였다. 생전 17편의 희곡과 957편의 단편, 그리고 170여 편의 소설을 남겼을 뿐 아니라, 160여 편은 영화로 제작되었고, TV시리즈로도 방영된 유명 작가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의 세련된 추리, 스릴러 소설 작법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추리의 빈도가 그렇게 높지 않고, 20세기 초반의 대중작가들이 만든 작품 특유의 맛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더 흥미롭게 읽히기도 한다.

고전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앞서 만난 두 작품 보다 이번 작품이 더 술술 잘 읽혔으니 말이다. 투박하지만 정직한, 촌스럽지만 당시의 시대상이 느껴지는, 그런 고전 추리소설이 궁금하다면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을 만나보면 어떨까 싶다. 엄청난 다작을 했던 작가답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테니 말이다. 세련된 요즘 스타일의 심리 스릴러나 복잡한 플롯의 미스터리만 읽어 왔던 독자들이라면,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들을 굉장히 색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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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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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을 CEO로 밀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2008년 실리콘 밸리의 한 투자자가 <포천> 기자 애덤 라신스키에게 한 말이다. "웃기는 일이 되기 때문이지요. 애플에는 단지 사업이 잘되도록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에 빠삭한 '천재'가 필요하잖아요. 팀 쿡은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지 조직을 이끄는 인물이 아니에요. 게다가 애플은 사업 운영을 아웃소싱해도 되는 기업이라고요." 가혹하지만 일리가 있는 분석이었다.    p.25

2011 10 5,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그는 1년 생존율 20퍼센트에 5년 생존율 7퍼센트에 불과한 질병을 안고 모든 확률에 저항하며 거의 10년을 살았지만, 56세라는 젊은 나이에 맞이하기에는 너무도 때이른 죽음이었다. 사람들은 잡스와 애플을 거의 불멸의 존재처럼 여겨왔는데,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위대한 혁신가의 죽음은 실로 전례 없는 반향을 일으켰다. , 그렇다면 과연 예지력 있는 리더를 잃은 애플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스티브 잡스의 죽음 이후, 모두가 "애플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애플의 조용한 천재팀 쿡이 있었다.

사실 모두가 예상한 애플의 차기 CEO는 팀 쿡이 아니었다. 그는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제품발표회에 올라 인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팀 쿡은 대체 어떻게 애플을 1200조 기업으로 만들었는가?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당시 잡스는 췌장암 치료와 간이식 수술을 받고 자택에서 요양을 하며 회복하는 중이었다. 그는 팀 툭에게 연락해 자신의 집으로 올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팀 쿡은 50세의 나이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도 어려운 자리에 오르게 된다. 혁신의 아이콘이자 세기의 천재 스티브 잡스는 죽음을 앞두고 왜 자신과는 정반대인 팀 쿡을 차기 CEO로 지목했을까? 팀 쿡이 그 자리에 오른 지 6주 만에 잡스는 세상을 떠났고, 사람들은 잡스가 없는 애플은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거리낌 없이 지적했다.

반면 쿡의 전술은 현저하게 달랐다. 그는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문제를 지적할 때는 가차 없었으며, 끝없는 질문 공세로 상대를 녹초가 되게 만들었다. "그는 아주 조용한 리더입니다." 조스위악의 말이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고함을 치는 사람도 아니지요... 그렇게 차분하고 침착하지만 질문 공세로 상대방을 조각 낼 수는 있습니다. 그의 부하직원이라면 자기 일을 잘 알아야 합니다. 모르면 여지없이 당하거든요."   p.146~147

스티브 잡스의 입김 없이 완성된 애플 워치, 아이폰 X의 인기, 그리고 에어팟 이어폰과 하이엔드 시장을 완전히 평정한 컴퓨터까지, 애플의 성공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세계 1위 기업의 CEO임에도 지금껏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애플의 조용한 천재팀 쿡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애플에 관한 책은 시중에 넘쳐나지만, 가장 최신의 애플을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팀 쿡과 애플의 임원들이 직접 참여한 가장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이 시대 최고의 경영자 팀 쿡, 그가 보여주는 놀라운 혜안과 빛나는 명언, 인간적인 통찰력을 통해, 무엇이 현재의 애플을 있게 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오래 전 아이팟부터 사용해 온 소위 애플 마니아이다.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로 스마트폰은 항상 아이폰으로만 교체하며 사용했고, 아이맥, 맥북, 아이패드 등등.. 애플이 만드는 모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잡스가 없는 애플이 곧 추락의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래서 지난 8년간 팀 쿡이 이끌어 온 애플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항상 관심있게 지켜봐왔고, 그가 한 시기의 혁명가였던 스티브 잡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겨냥하고, 새로운 성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보아 왔다. 물론혁신에 목숨을 걸던 천재 잡스와안정실리에 탁월한 모범생 팀 쿡은 다르다. 너무도 당연하게 팀 쿡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었고, 누구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는 없었다. 팀 쿡은 자신은 결코 잡스와 같아지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겠다고 말했고, 그저 자신이 될 수 있는 최상의 팀 쿡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한 마음과 책임감이 지금의 애플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는 애플을 더 나은 회사로 만들었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애플이 꿈꾸는 10년 후 미래가 여전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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