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따라하기 싱가포르 - 2018-2019 최신 개정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박상미.양인화.전상현 지음 / 길벗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싱가포르'이다. 굉장히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에 문화와 음식도 그만큼 여러 가지 모습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 싱가포르에 갔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의 인공정원 사진 때문이었다. 마치 영화 아바타를 연상케 하는 그 매력적인 풍경에, 여행지를 고르다가 무조건 싱가포르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라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현지에서 직접 가보니 그야말로 놀라운 곳이었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 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나이트 사파리, 보타닉 가든 등등 관광지들이 주는 매력도 좋았지만, 특히 더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음식이었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의 식민지였던 역사의 흔적이 음식에도 그만큼 영향을 끼쳐 정말 색다른 음식, 다양한 나라의 색깔이 담긴 특별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무작정 따라 하기 여행 시리즈만의 매력은 무엇보다 '분리형 가이드북'이라는 점이다. 1권은 미리 보는 테마북, 2권은 가서 보는 코스북이다. 1권에서 체크한 테마 장소를 2권 지도에 표시해 나만의 여행 동선을 정할 수 있다. 그렇게 여행 스케줄을 다 짜고 나면, 가볍게 2권만 여행 가방 속에 쏙 넣고,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된다. 사실 현지에서 두툼한 가이드북을 들고 들고 다니자니 무게때문에 귀찮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 정도 가벼운 두께라면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현지에서 일정이란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므로 갑작스레 변경된 일정 때문에 새로운 맛집이나 장소를 찾아 볼 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무작정 따라 하기 싱가포르 편은 따끈따끈한 2018년 버전이라 새롭게 달라진 싱가포르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새로 추가되거나 바뀐 교통 정보들이 업데이트되어 있고, 없어지거나 새로 떠오르는 여행 장소들도 눈에 띄었다. 2018 2월부터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종류의 전자담배 소지, 구매,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는 몰랐던 소식도 알게 되었고, 그 외에도 관광, 교통, 음식, 체험파트의 2018 핫이슈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책이다.

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경비 줄이기가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가장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여행 안내서를 볼 때는 쿠폰 같은 혜택이 있는 것도 도움이 되곤 했는데, 이 책에도 현지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이 수록되어 있다.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이용 가능한 미니버스 콜 20 달러 할인 쿠폰과 특정 숙박업체 이용 시 제공되는 센토사 케이블카 이용권 2, 가든스 바이더 베이 스카이 웨이 이용권 2, 여행 시 꼭 필요한 포켓 와이파이 대여료 10% 할인 쿠폰이 수록되어 있으니 활용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싱가포르는 비행 시간이 6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어 그리 가까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국적인 풍경과 맛과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에 너무도 좋은 나라가 아닐까 싶다. 레고 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가든스 바이더 베이를 비롯해서 동물원, 수족관 등도 규모가 크고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워터 파크와 도심 공원도 너무 훌륭하고, 바쿠테나 치킨라이스, 칠리크랩, 카야 토스트 등의 음식 들도 아이와 함께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차이나 타운과 리틀 인디아 등 특색있는 장소도 있고, 쾌적한 대형 쇼핑몰들도 많아 더위도 피하고, 쇼핑도 할 수 있다.

지난 번에 싱가포르에 갔을 때는 하필 더운 여름에 갔던 터라.. 제대로 싱가포르의 푹푹 찌는 더위를 경험했었다. 그래서 다음 번에 싱가포르에 또 가게 된다면 우기와 혹서기를 피해, 건기에 다녀오려고 한다. 무작정 따라 하기 한 권이면 더 든든할 테고 말이다. 테마와 코스 정보가 두 배로 업데이트 된 무작정 따라 하기 최신 버전으로 싱가포르로 떠나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쿠아즈 Dacquoise - 폭신하고 달콤한 프랑스 디저트 카페장쌤 베스트 디저트 1
장은영 지음 / 더테이블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밥은 굶더라도 디저트와 커피 없이는 못 사는, 그야말로 디저트 덕후라서 일부러 맛집을 찾아 다니면서 먹는 편이다. 어느 카페에 가도 먹을 수 있는 것이 조각 케이크와 마카롱이라면, 사실 다쿠아즈는 판매하는 곳이 아직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다쿠아즈를 파는 오프라인 매장이 거의 없어서, 처음 홍대에서 카페 장쌤을 발견했을 때 너무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다쿠아즈'는 달걀흰자에 설탕을 넣고 거품을 낸 머랭에 아몬드가루 또는 헤이즐넛가루를 넣어 만든 디저트로 겉은 파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과자이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빵 같은 식감에다, 마카롱 류의 디저트보다 두툼하고, 양도 많아서 즐겨 먹는다.

 

다쿠아즈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속을 채우고 있는 크림과 필링도 종류가 굉장히 많다는 것도 있는데, 카페 장쌤의 다쿠아즈는 다양한 종류때문에 더 유명하기도 하다. 장쌤은 베이킹 클래스로도 굉장히 인기가 많은데, 이번에 출간된 책에 그 모든 노하우를 담았다고 해서 매우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는 20가지 시트, 24가지 크림, 4가지 가나슈, 그 밖에 다양한 필링과 토핑으로 만든 25가지 다쿠아즈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말차, 캐러멜헤이즐넛, 망고치즈, 군고구마, 카야코코넛 등 실제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의 레시피도 눈에 띄니, 평소에 카페장쌤의 다쿠아즈를 즐겨 먹었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이 책은 국내 최초 다쿠아즈 단일 레시피북이기도 하다. 마카롱이나 케이크, 그 외의 베이킹 레시피 책들은 굉장히 종류가 많다. 하지만 다쿠아즈 레시피는 일반 베이킹 책에 구색으로 하나 정도 들어가있던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다쿠아즈 레시피가 궁금했던 베이킹 초보자들, 그리고 새로운 디저트 메뉴를 구상하는 카페 창업자들은 물론 장쌤의 유명한 베이킹 클래스가 궁금했던 이들이라면 이 책이 굉장한 도움이 될 것 같다.

원래 다쿠아즈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디저트인데, 보통 커다란 원형 모양으로 구워 과일, 버터크림 등을 곁들여 먹었다고 한다. 보통 프랑스에서는 과자 형태가 아닌 케이크 형태인 '슈세'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처럼 작은 타원형 모양으로 두 개의 다쿠아즈 사이에 크림을 샌드하는 형태로 만든 것은 일본의 한 제과점이었다고 하는데, 정작 프랑스에서는 케이크의 시트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이 책에도 다쿠아즈 시트를 이용한 케이크 레시피가 실려 있다. 시나몬당근시트 사이에 피칸크림과 당근사과잼을 샌딩한 '당근케이크'인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당근케이크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일 것 같아 궁금한 레시피였다.

 

수많은 디저트 레시피북 중에서도 유일한 '다쿠아즈 레시피북'이라서도 가치가 있지만, 현재 가장 인기있는 베이킹 클래스의 비밀 레시피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사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완벽한 시트와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진한 크림, 씹는 맛을 더해주는 다양한 토핑들까지.. 수십 가지가 넘는 다쿠아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마카롱은 알지만, 다쿠아즈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면, 혹은 시간과 비용 때문에 참여할 수 없었던 베이킹 클래스의 인기 레시피와 수업 노하우를 만나보고 싶다면, 갈 때마다 품절이 되어 먹기 힘든 그 유명한 다쿠아즈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다음주 일주일 동안 내 도시락을 싸주지 않겠어? 이 정도 도시락으로도 괜찮으니까."

"? 제가요?"

무심결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럼. 너지. 또 누가 있다고."    p.13

미치코는 초등학생용 교재를 전문으로 하는 조그만 출판사 영업부에서 보조로 근무하는 파견사원이다. 그녀는 친구도 별로 없고, 특별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미인이라고도 할 수 없다. 'YES'가 유일한 처세술이라 웬만한 사람들의 부탁은 내키지 않더라도 거절하지 못한다. 영업부 정사원들은 보통 출장을 가거나 외근 나간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기에, 미치코는 아무도 없는 영업부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곤 했다. 그 날은 별로 식욕이 없어서 가져온 도시락을 먹지 않고 있었는데, 유일한 영업부 여자 정사원인 앗코 여사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제안을 하게 된다. 앗코 여사는 떡 벌어진 어깨에 큰 키로 잘 빠진 바지 정장을 입고 업무 성과도 뛰어나 혼자만 특별한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앗코 여사는 미치코가 먹지 않은 도시락을 대신 먹어도 되냐고 묻고, 도시락을 먹고 나서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자신의 일주일 점심 코스와 바꾸기 놀이를 하자고. 미치코가 앗코 여사의 점심 도시락을 싸오고, 대신 점심값과 가게 지도와 주문 메뉴를 알려 주겠다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일주일 점심 바꾸기가 시작된다.

평소 함께 외식할 친구도 없고, 돈에 여유가 있던 것도 아니어서 제대로 된 외식을 거의 해본 적 없었던 미치코는 앗코 여사가 남긴 메모와 지폐를 들고 식당을 찾아 간다. 그곳은 카레 한 가지만 단일 메뉴로 파는 곳으로 미치코는 카레를 먹으며 몸이 갑자기 뜨거워진다. 차갑게 굳어버린 무언가가 천천히 녹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어지는 화요일의 메뉴는 크림치즈와 새우, 토마토, 아보카도가 들어 있는 샌드위치였고, 수요일에는 튀김덮밥 등등...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먹는 음식들은 미치코의 일상을 조금씩 달라지게 만든다.

 

"알아요? 혼자 식사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더 오래 산대요."

"그런 얘기 종종 들었는데, 왜 그럴까요?"

"누군가와 같이 먹을 때는 음식 수가 늘고, 따뜻한 국물도 함께 먹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소화가 잘 돼요. 시간 들여 천천히 먹으니, 잘 씹어서 과식하지 않게 되고요. 같이 먹으면 좋은 점이 많아요."   p.102

언제나 수동적으로 타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던 삶의 태도가 조금씩 적극적으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은 소소하지만 뭉클하고, 마치 좋은 음식을 직접 먹는 것 같은 따뜻한 기분 마저 들게 한다.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싸는 일을 시키다니 뭐 이런 갑질이 다 있나 싶었지만, 앗코 여사의 고압적인 말투 뒤에 숨어 있는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왜 일본 독자들은 고압적인 말투를 가진 갑질 상사 앗코짱에 열광한 것일까. 왜 하필 쪼잔하게도시락 갑질이나 하는 것일까. 궁금하다면 앗코짱 시리즈를 직접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출간 즉시 10만 부를 돌파했고, 출간 다음해 NHK의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앗코짱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만큼 앗코짱 캐릭터는 독특하고 색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유즈키 아사코의 작품은 <서점의 다이아나> <나일 퍼치의 여자들>이라는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여성 특유의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내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유즈키 아사코가 그려내는 여자들의 삶에 관해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이야기들을 좋아하기에, 앞으로 이어질 앗코짱 시리즈가 더욱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더 포스 1~2 세트 - 전2권
돈 윈슬로 지음, 박산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시민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폭력 범죄가 줄었다고 하면 돼.

선거 자금이 더 필요해? 범죄율이 올라갔다고 하면 돼.

체포율을 올리고 싶어? 부하들을 거리로 보내서 절대 유죄판결이 안 날 죄목으로 아무나 막 잡아들이면 돼. 어차피 상관없잖아.

...그건 이들이 치는 사기의 반밖에 안 된다. 숫자를 조작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피의자들의 혐의를 흉악 범죄에서 경범죄로 낮추는 것이다. 그러니까 명명백백한 강도는경절도죄’, 도둑질은분실 사고’, 강간은여성에 대한 폭행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 방에 범죄율이 내려가는 거지. 이런 식으로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다는 말씀.   1 p.61

최고이자 최악의 경찰, 데니 멀론. 그는 역사상 가장 큰 마약 급습 작전을 성공시킨 뉴욕시의 스타 경찰이다. 뉴욕시 경찰청 최고 엘리트팀 소속 베테랑 경사이자 맨해튼 북부 특수 수사팀의 책임자. 무엇보다 숨겨진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나이이자 그중 절반을 직접 처리한 장본인이다. 멀론과 경찰들은 뉴욕 거리를 자신들의 거리로 만들어 왕처럼 지배했다. 그리고 멀론이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맨해튼 북부 지역의 왕이었다. 멀론과 특별수사대는 1퍼센트의 1퍼센트의 1퍼센트, 가장 머리 좋고 가장 터프하고 가장 빠르고 가장 용감하고 가장 끝내주는 최고 중의 최고였다. 일명 '다 포스(Da Force)'는 차갑고, 거칠고, 빠르게 도시에 휘몰아쳐서 모든 쓰레기와 오물을 쓸어버리고, 약자들을 이용해먹는 약탈자들을 날려버리는 무시무시한 돌풍이었다. 뉴욕시민들이 절대 감옥에 가지 않을 사람으로 시장, 미국 대통령, 교황에 이어 마지막으로 꼽을 만한 사람이 바로 뉴욕 형사 데니 멀론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바로 그 데니 멀론이 교도소에 갇힌 상태에서 시작한다. 이 도시에선 아무도 그를 건드릴 자가 없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 작품은 우리의 영웅 경찰이 부패 혐의로 교도소에 갇힌 시점에서 시작해서, 그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를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뉴욕에는 두 개의 동네, 두 개의 문화가 있었다. 성처럼 반짝이는 고층 아파트들과 낡고 오래된 저소득층 주택단지들. 할렘은 그저 할렘이었고, 돈 많은 백인들은 호기심이 동하거나 값싼 스릴을 맛보려 하지 않는 한 이 빈민가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살인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노상강도와 무장 강도 그리고 마약 관련 폭력 사건도 발생률도 높은 그곳에서 멀론을 선두로 '다 포스'가 마약과 폭력 사건들을 해결해 왔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우린 전에는 좋은 경찰이었어. 그러다.....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가 우리 손으로 우리 거리에 헤로인 50킬로그램을 풀어놨어. 우린 이러려고 경찰이 되진 않았잖아. 그런 짓을 하는 놈들을 잡으려고 경찰이 됐지. 이건 마치 성냥에 불을 붙일 때 그게 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과 똑같아. 그러다 방향을 바꾼 바람이 휙 불어오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걸 불태워버리는 거지."    2 p.248

데니 멀론은 경찰이라는 일 자체를 사랑했고, 뉴욕이라는 도시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도 시작은 열정적인 모범 경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구역에서 마약과 살인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정의감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니, 어느 새 그가 서 있는 그곳은 부패의 한가운데였다. 게다가 지금 그는 연방요원들이 놓은 덫에 걸려 형제와도 같다고 생각하는 동료들을 배신해야 한다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상태이다. 과연 그의 목숨과 영혼을 지키면서, 그가 사랑하는 가족과 여인과 형제 같은 동료 경찰들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가 원한 건 오직 좋은 경찰이 되는 것뿐이었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난 18년간 그는 야망과 부패로 세워진 도시에서 다치고 죽은 사람들, 피해자들, 범죄자들을 지켜보며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낮이고 밤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거리로 나갔다. 동료가 죽어도 장례를 치른 후 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왜냐하면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도움을 기대하고 믿는 눈빛이 좋았고, 이 도시를 사랑했고, 이 일이 좋았으니까. 그런데 왜, 그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돈 윈슬로의 신작이 너무 오랜만에 출간이 되어 굉장히 반가웠다. 그의 데뷔작이자 닐 캐리 탐정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었던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과 미국과 멕시코 마약 조직간의 치열한 전쟁사를 그려냈던 놀라운 작품 <개의 힘> 이후 무려 6년 만에 만나는 신작이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더 포스>와 같은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패, 모순되는 두 가지 규칙 사이에서 어느 쪽에 충성해야 하는지를 놓고 일어나는 갈등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불가능한 선택들이 담긴 뉴욕의 경찰들에 대한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 왔다고 한다. 돈 윈슬로 역시 이 작품의 주인공 데니 멀론과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기에, 뉴욕의 거리와 공원, 골목골목과 건물 옥상에서 굽어보는 도시의 풍경이란 그가 실제로 보고 느껴왔던 일상의 그것과도 같다. 시대의 아이콘 같은 영화와 소설들을 업데이트한 현대판 경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던 그의 바람대로, 이 작품은 매우 놀라운 수준의 대작이다.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가리켜 '갱이 아닌 경찰이 주인공인 <대부>'라고 표현했으며, 리 차일드는 '지금까지 나온 소설 중 최고의 경찰 소설'이라고 했고, 지금까지 뉴욕시를 배경으로 쓴 소설 중 가장 훌륭하다는 언론평을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 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니, 무조건 읽어 보길 추천하고 싶다.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돈 윈슬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편소설가 되기
존 가드너 지음, 임선근 옮김, 레이먼드 카버 서문 / 걷는책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짜 잘 쓴 소설을 손에 쥐었을 때 우리는 첫 페이지 다섯 단어만 읽고도 이미 자신이 지면에 인쇄된 글자들을 읽어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시작한다. 장면을 떠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쓰레기통들을 뒤지고 다니는 개들, 알래스카 산악 지대 위를 선회하는 비행기를, 파티에서 슬그머니 자기 냅킨을 핥는 노파를. 내가 지금 어디에 앉아 있는지, 점심때가 되었는지 일할 시간이 되었는지 따위는 잊고 몽상의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p.42

레이먼드 카버는 아내와 두 어린아이를 데리고 월세 25달러짜리 낡은 집을 얻는다. 이사 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해서 배달원으로 일했던 약국의 약사에게 돈을 빌려서 겨우 댔을 정도로 빈털터리였다. 당장 먹고 살 길이 암담했는데, 그러면서도 그의 계획은 치코 주립 단과대학에서 강의를 듣겠다는 거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작가의 꿈을 키워왔던 그는 자신이 처한 현실이, 그만 때려치우라고, 꿈 깨라고, 조용히 마음 바꿔 먹고 다른 일을 하라고 시시때때로 속삭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 강의에 수강 신청을 한다. 그리고 바로 그 강의를 통해서 그를 가르쳤던 교수가 이 책의 저자인 존 가드너였다. 레이먼드 카버가 비좁은 집에서 애들과 함께 지내느라 글 쓸 공간이 없어 애를 먹고 있을 때, 자신의 사무실 열쇠를 주었던 이도 바로 존 가드너였다. 레이먼드 카버는 이 책에서 자신의 멘토를 추억하는 가슴 저릿한 서문을 썼는데, 그의 꾸지람과 너그러운 추임새를 받았으니 나는 최고로 운 좋은 사람이라고 그를 추억하고 있다.

이 책은 뛰어난 미국 현대 소설가로 손꼽히는 존 가드너가 20여 년 동안 대학 안팎에서 창작 교사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소설 창작 입문서이다. 장편소설가가 되기를 열망하는 진지한 새내기 작가들을 위해 쓰인 이 책은 1983년 가드너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주 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소설가의 삶이 어떠한지, 소설가가 안팎으로 경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대체로 기대치를 어느 수준에 두는 게 적정한지, 대략 어떤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줌으로써 그들에게 합당한 안도감을 안겨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창작 입문서가 아니라 저자가 작자로서 또 창작 교사로서 겪은 지난한 과정과 그가 지켜온 단호한 도덕성을 보여주는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적확한 몸짓, 숨 막히도록 적합한 비유, 벽지 또는 고양이의 움직임에 대한 간결한 묘사, 문장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빛나거나 감동적인 문장, 허구지만 '생생하게 다가오는' 순간 등 진짜배기 대목들이 나와야 한다. 인물이나 장면이 그것들 자체의 기이한 힘으로 현실로 쳐들어와서, 자기가 쓴 글이 비유적으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는 경험, 그리하여 작가가 자신이 창작자가 아니라 한갓 도구적 존재, 마법사나 주술에 걸린 사제라고 여기게 되는 경험-마법을 구동해보는 이런 경험이야말로 작가를 창작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기꺼이 포기하는 중독자로 만드는 계기가 된다.    p.227

글쓰기, 창작, 작법에 관한 책은 꽤 많이 읽었던 편인데, 여타의 책들에 비해 이 책은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 사실 좀 의아했다. 어떻게 소설가가 되어야 하는지,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면 결코 이 정도 분량일 수가 없을 텐데 싶었던 거다. 게다가 '장편소설' 이라 하면 그 과정이란 더욱 복잡하고, 지난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가드너는 이 책에서 작가가 되고 작가다움을 유지한다는 게 어떤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돌아보게 하는 지혜롭고 정직한 잣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장편소설 쓰기에 관심이 있고, 진지하게 소설가가 될 마음을 먹은 이들이 아니더라도, 소설과 작가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위해서도 매우 훌륭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그렇다고 작법과 관련된 이론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가드너는 자신의 작품과 경험담, 혹은 다른 작가의 작품이나 가상의 작품 등을 사례로 들어가면서철두철미하고 유용한이론과 실제를 들려 준다. 뿐만 아니라 작가 워크숍이나 창작 프로그램, 대학의 문학 혹은 비문학 교육,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알아야 할 점, 편집자와 에이전시의 역할, 작가로 살면서 생계를 꾸리는 방법 등에 대한 조언도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이 쓰인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왜 이 책을 '불후의 고전'이라고 하는 지 알 것도 같다. 작가들이 왜 이 책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면서 거의 외울 만큼 읽었다고 하는지 이해가 될 만큼, 작가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만 임팩트있게 담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