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죠, 마흔입니다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마음철학 수업
키어런 세티야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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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유리 터널과 같고, 나머지 삶은 어디가 되었든 여러 방면으로 흘러갈 것이다. 아들은 어른이 되고, 아내와 나는 늙어 갈 것이다. 내 몸은 삐걱거리고 처진다. 허리 통증은 이따금 찾아오는 방문자가 아니라 확실한 동반자이다...더 나빠질 수도 있다. 내 일이 싫어지거나 해고당하거나,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나는 내가 겪는 중년의 위기라는 호사를, 일말의 죄의식과 수치심과 더불어 인지하고 있다. 왜 가진 것에 더 많이 감사할 줄 모를까? 하지만 이것이 나의 삶이다.    p.40

 

나이 40세를 이르는 말로 '불혹'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공자가 40세에 이르러 직접 체험한 것으로 '논어'에 언급된 내용이다. 불혹이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고 한다. 반면 어느 학자는 이를 공자의 역설적인 표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40대가 가장 흔들리고 미혹되는 시기이므로 경계하라는 뜻에서 불혹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이다. 과연 40대란 무엇인가. 40대는 이른바 중년이다. 겉으로 볼 때는 별 문제없이 균형 잡힌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분노, 혹은 듯한 느낌, 탐욕 같은 유치한 감정을 지닌 양면성의 시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40대는 어느 세대보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몸의 기능도 떨어지고, 심장병, 암 등의 발병도 높아진다. 아무래도 40대가 삶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게 되는 것도 을 것이다.

이 책은 성인기와 중년기에 불가피하게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소개하면서 철학이 개인의 성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철학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서른다섯이라는 비교적 덜 성숙한 나이 때부터 중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교 인기 학과의 종신교수였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미래의 예정된 사건들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퇴직과 노년의 삶,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해 생각이 미치면 왠지 모를 공허감이 엄습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과거에 대한 향수와 후회, 연민, 공포감 등이 뒤섞이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상실과 후회, 성공과 실패, 원했던 삶과 실제의 삶에 대한 의문들, 나아가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삶의 유한성 등 이러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삶의 중간쯤에 놓여 있는 당신에게, 뒤로 40여 년과 순조롭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시간을 남겨 둔 당신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죽음이 출생 전 부재의 거울이라고 말하는 시간적 중립성 입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삶이 경과함에 따라 "앞으로 내다볼 것은 점점 줄어들고 뒤로 돌아볼 것은 점점 늘어난다." 어덯든 좋다. 시간공포증에 빠지지 않고서도 삶을 관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철학적 도움 없이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일 만큼 성장한 것이다.   p.185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에서 주인공은 마흔둘에 결혼생활이 파경에 이르고 일도 망가진다.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남자 역시 자신이 서른임을 깨달았을 때 실존적 위기를 느낀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실제 삶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로시니는 성공한 오페라의 대부분을 37세 무렵까지 완성했으며, 그 후로도 40년을 더 살았지만 새로 작곡한 곡은 거의 없었다. 미켈란젤로 역시 40세에서 45세 사이에는 작품이 거의 없었고, <메디치가의 무덤> <최후의 심판>은 그 후에 만들어졌다. 저자는 이렇게 '중년의 위기'에 대한 간략한 역사를 짚어 가면서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이후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쇼펜하우어, 존 스튜어트 밀에서 버지니아 울프, 시몬 드 보부아르에 이르기까지, 중년의 위기를 다루면서 쉽게 연관되어 떠오르지 않는 다양한 인물들의 철학과 삶을 가져와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철학적인 위안이라는 것이 사실 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그것을 현재에 적용하고, 삶에 투영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중년이란, 흔히들 느끼는 것과 달리,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그렇게 늦은 때는 아니다. 중년은 늘 시간에 쪼들린다는 말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직업을 바꾸거나 이혼을 하는 등을 주제로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지 않다.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철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중년의 삶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들이다. 하지만 전문용어를 최대한 줄이고, 완결성보다는 간결성을 추구하며 쉽게 쓰여 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다. 저자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못 했는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있다고.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그런데 이게 다인가 싶었던 적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중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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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세트 - 전2권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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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스파르타에서는 나쁜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처녀들이 벌거벗는 일은 조금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건강한 신체를 드러내어 서로 경쟁심을 갖도록 했고, 남자들에게는 용기와 명예심을 일깨워 주었다. 레오니다스의 아내인 고르고의 일화는 이러한 풍토를 잘 드러내고 있다.

어떤 외국 여자가 고르고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자를 지배하는 여자는 당신네 스파르타 여자들 뿐입니다." 이 말을 듣고 고르고는, "남자를 낳는 것은 우리들 여자뿐이니까요" 하고 대답했다는 이야기이다.      -1 3장 리쿠르고스, p.120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이런 말을 했다. "만일 전세계의 도서관이 불타고 있다면, 나는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 『셰익스피어 전집』과 『플라톤 전집』, 그리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구해낼 것이다." 라고. 그만큼 이 책은 수많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왔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등에 큰 영향을 끼쳤던 걸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2권으로 완역한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0명의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의 생애를 비교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대략 105~115년에 이 책을 저술하였는데, 거의 2천 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에현대 지성 클래식시리즈의 통일된 디자인에 맞춰 표지가 변경되었고, 기존에 상권, 하권이던 제목이 1, 2권으로 바뀌었다.

 

 

이 책의 원제는 'Bioi Paralleloi'으로 직역하면 '비교열전'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영웅전'이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의 이야기와, 이들 중 유사한 영웅 23쌍의 비교평가를 담고 있는데, 이야기 자체가 매우 극적이고 흥미진진하다. 플루타르코스는 자신이 살던 시대의 인물부터 500년 전 시대의 그리스와 로마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가장 뛰어난 그리스 로마의 도덕적 견해와 도덕적 판단에 대한 그림으로서, 그리스와 로마의 도덕 사상의 결과에 대한 소개로서, 재난의 압력에 눌려 제시된 게 아니라 평범한 시대에 존재했고 실제로 평범하게 살았던 그 나라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지니고 있던 것으로서, 플루타르코스의 저술은 논쟁할 여지 없이 값진 것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아첨에는 모두 네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가 가진 아첨의 재주는 수백, 수천 가지가 넘었다. 그녀는 중요한 일이든 장난스러운 일이든 간에 항상 새로운 매력과 위로를 주어 안토니우스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래서 안토니우스는 밤이고 낮이고 간에 클레오파트라 곁을 떠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런 안토니우스의 행동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렉산드리아 사람들은 로마에서는 비극만을 연출하던 그가 여기서는 희극을 보여 준다며, 그를 고맙게 여기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2 44장 안토니우스, p.708

이 책은 1 964페이지, 2 960페이지의 압도적인 분량이지만, 각각의 인물에 대한 장이 하나의 단편 소설처럼 읽힐 정도로 완벽한 서사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어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게다가 각의 영웅과 관련된 다양한 이미지 자료 수록되어 있고, 내용 이해와 몰입에 많은 도움을 주는 수백 개의 각주도 실려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를 만나기 전에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전문가의해제, ‘플루타르코스의 생애를 먼저 읽는다면, 작품이 쓰이게 된 배경과 작가의 대해서 알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야기에는 신화적 요소가 매우 짙게 깔려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로부터 용기, 지혜, 통솔력, 선과 악, 우정, 배신 등 2천 년 전에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들을 볼 수 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것은 영웅들을 비교 평가하는 장들이었다. 리쿠르고스와 누마의 비교 장에는 그들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악기의 현을 바로잡는 조율사처럼, 한 사람은 긴장되고 호전적인 로마 국민의 마음을 평온하게 안정시켜 주었고, 또 한 사람은 긴장이 풀려 방만하고 음탕하던 스파르타 국민을 굳게 결속시켰다" 라고. 그들 두 사람은 자제심과 신앙심, 정치와 교육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드러내었다는 공통점 외에도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누마는 왕위에 오름으로써 명예를 얻었고, 리쿠르고스는 왕위에서 물러남으로써 명예를 얻었으니 말이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로마의 장군 안토니우스에 대한 장도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안토니우스는 얼굴도 잘생겼지만 몸집도 아주 좋았는데, 그런 외모가 헤라클레스 신을 많이 닮아 있어 그의 조상이 헤라클레스의 아들 안톤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안토니우스가 사람들에게 그 전설을 믿게 하려고 특히 얼굴과 옷차림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하는 대목이었다.

이외에도 이 책에 실려 있는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인물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들어 준다. 이야기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책도 두툼하지만, 읽기에 전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되는 서사가 아니기 때문에 읽고 싶은 장들만 골라서 읽어도 되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발췌해서 읽어도 좋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게 조금씩 읽다 보면 어느 새 이 두툼한 책을 다 읽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이 『하버드 고전 총서』, 『옥스퍼드 고전 총서』, 『브리태니커 그레이트 북스』, 『시카고 플랜』 등 권위 있는 고전 총서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이유가 분명 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도 당연할 만큼, 이들 영웅들의 서사는 여전히 현재성으로 읽히는 놀라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시간을 들여 고전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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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전2권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인젠리 지음, 김락준 옮김 / 다산에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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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673만 엄마의 멘토 인젠리의 신작이다. 전작인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로 부모들 사이에서 인젠리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저자는 이후 22만 건에 이르는 자녀 교육 상담을 하며 깨달은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지혜를 이 책에 담았다. 수많은 상담 사례 중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와 저자가 쓴 구체적인 답변을 '관계 편' '학습 편'에 나누어 소개한다. '관계 편'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화법, 각자의 영역을 지키는 인생철학 등 관계에 관한 자녀 교육 문제를 담았고, '학습 편'에서는 공부가 즐거워지는 학습법, 스스로를 지키는 성, 인간관계, 경제관 교육 등 학습에 관한 자녀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아이의 친구가 좋은지 나쁜지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판단할 일이에요. 아이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은 아이를 존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에요. 부모가 자녀의 생각을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려서는 어떤 친구들이 못된 것 같아 같이 못 놀게 하고, 커서는 여자 친구가 기본이 안 된 사람인 것 같아 헤어지게 하고, 자녀의 인생에 그때그때 개입해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요. “이게 다 아이를 위해서예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이에게 도움은 안 되고 혼란만 주지요.   -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학습' , p.232-233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느냐는 부모, 가족, 교사가 어떤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달려있다. 다시 말해 교육 환경은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특히나 아이의 성격이 엄마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말은 부모에게 굉장한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것이 교육의 시작, 이라고 하는데, 대체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 내야 할 지 난감한 세상의 수많은 부모들에게 저자인 인젠리는 말한다.

“엄마라면 다그치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하지만 과연 '스스로'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부모의 기대치에 맞출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바르고 똑똑하게 자라길 바랄 것이다. 그리하여 시작은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좋은 마음에서 비롯되었지만, 현실에 벽에 부딪치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가장 중요한 점이 '아이를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존중하라'는 생각이라는데, 그것 또한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얼마나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고 말이다. 이 책에는 평생 공부가 즐거워지는 학습법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성, 인간관계, 경제관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연들에 대한 인젠리의 진심 어린 답변들이 담겨 있다. 화목한 가정의 학습법, 식사 예절부터 생활 습관, 성교육과 경제 교육, 그리고 아이를 성장시키는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방법과 자신감 있는 아이의 조건까지 좋은 엄마 인젠리가 진심을 담아 쓴 48통의 편지들은 갓난아기부터 2~5세 아이들, 그리고 초등학생,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두루 이야기하고 있어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아이는 엄마와 분리된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임을 인식하세요. 아이는 엄마의 부속물이 아니에요. 부모와 자녀는 평등한 관계입니다. 딸아이의 자주적인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 ‘내 생각은 옳고 네 생각은 틀려. 내가 괜히 이러니? 이게 다 널 위한 거잖아. 내 말을 안 듣는 건 옳지 않아와 같이 일방적인 사고방식으로 자녀의 모든 일에 엄마의 생각을 강요하지 마세요.

지금처럼 아이를 사랑하되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방해하지 말고, 구체적인 일에 대한 관심을 줄여 보세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아이 앞에서 조금약해지세요. 조금무능해져 보세요.    -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관계' , p.25

자녀 교육의 참된 자세는 부모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아이에게도 세상 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부모 역시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엄마, 아빠라는 역할을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부모도 서툴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러니 자녀를 잘 교육하려면 부모가 먼저 성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도 아이 못지않게 성장하게 된다.

“엄마라면 욱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 마음부터 헤아려보세요

 

다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욱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항상 뒤늦게 내가 아이의 마음부터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에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화법부터 사랑하면서도 각자의 영역을 지키는 인생철학까지 저자가 무려 22만 사례에 달하는 상담을 한 후 깨달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고 성장할 수 있는 조언이 담겨 있다. 지나친 관심으로 아이의 영역을 침범하지 마세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통제하지 마세요. 천천히 자라면 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져요. 건강한 관계가 자녀 교육의 시작이에요. 부모의 자존감이 아이의 행복을 결정해요. 라는 카테고리 안에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 있다. 특히나 일대일 방식의 문답집 형식이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녀 교육에 대한 팁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지만,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한다는 굴레와도 같다.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다 처음 겪는 것이라 답을 알 수 없는 시험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니 말이다 게다가 가정환경과 부모의 역할이 아이의 학업성취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은 부모의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매 순간 내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되니까 말이다. 바로 그럴 때 이런 책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전 세계 673만 엄마가 직접 실천하고 감동한 자녀 교육법을 통해서, 나도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을 하나씩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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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 - 지구의 생명 속으로 떠나는 영국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헬렌 스케일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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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강연의 스타는 태어난 지 여덟 달밖에 안 된 새끼 사자 맥스입니다. 영국 신문들은 이 특이한 초대 손님을 다루면서 이 새끼 사자는 자신에게 집중된 청중의 관심과 조명이 매우 불편했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1937 12 29일자 <데일리 텔레그래프> "어린이들은 숨을 죽이고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라고 묘사했지요. 헉슬리는 사전에 청중에게 박수를 삼가라고 경고했습니다. "맥스는 다소 신경질적이거든요." 라고 덧붙이면서요.   p.63

런던 중심부의 분주한 거리에서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주 잘 아는 방이 있다. 지난 200여 년 동안 해마다 이 방에서, 유명한 과학자가 왕립연구소 크리스마스 강연을 듣기 위해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1966년부터는 텔레비전으로 이 강연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과거와 현재의 강연들을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이 크리스마스 강연을 창시한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오늘날까지도 이 강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강연을 듣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분명 크게 놀랄 것이다.

영국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은 대중에게 유익하고 흥미로울 만한 한 가지 과학 주제를 정해 그 분야 최고의 석학이 강의하고, 이를 연말에 BBC에서 연속 특집 방송하는 세계적인 행사이다. 1825년 런던에서 시작된 이 행사는, 현재 전 세계의 과학 팬들이 해마다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가 되었다. 200년 역사의 강연 중에서 시공간과 천문학을 주제로 한 우주과학 강연 13편을 묶었던 <열세 번의 시공간 여행>이 먼저 출간되었었고, 이번에는 생물학을 주제로 한 최고의 강연 11편을 선정하여 엮은 책이 출간되었다. 리처드 도킨스, 데즈먼드 모리스, 줄리언 헉슬리 등 유명한 강연자들이 연단에 섰고, 털로 덮인 포유동물과 화려한 식물, 꽥꽥거리는 새, 꿈틀꿈틀 기어다니는 곤충과 그 밖의 많은 동물도 강연에 함께 등장했다. 이들은 지구에 사는 생물의 비밀 중 많은 것을 푸는 데 도움을 주었다.

 

경이로운 생명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를 데리고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산'의 기슭으로 하이킹을 떠납니다. 크리스마스 강연에서 진화라는 주제를 직접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도킨스는 언제나처럼 뜨거운 논란을 초래하는 위험을 피하려 하지 않습니다. 도킨스는 식물과 동물이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차원의 지적 존재가 이들을 만들어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우주와 지구에 사는 생명이 어떻게 점진적으로 성장하는지 보여줍니다.  p.130

여러 가지 어린 동물을 강당으로 데려와 어린 동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청중에게 보여주었던 피터 차머스 미첼의 강의는 어린 시절의 동물 세계를 여행할 수 있도록 했고, 생물의 서식지에 대해 강의했던 존 아서 톰슨은 당시(100년 전)만 해도 생물이 전혀 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아주 깊은 바닷속 심해의 불가사의를 다루기도 했다. 희귀한 동물과 야생 동물의 멸종에 대한 강의를 한 줄리언 헉슬리는 새끼 사자를 강당에 데려와 배에 있는 얼룩 무늬를 청중들에게 보여주기도 했고, 동물의 움직임에 대해 강의했던 제임스 그레이는 영국박물관에서 빌려온 앤티크 장난감 차들과 박제한 치타를 청중에게 보여주며 살아 있는 동물은 모두 자동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걸 설명하기도 했다.  사라진 동물들이 남긴 흔적과 유해를 해독하는 방법을 알려준 사이먼 콘웨이 모리스, 지구의 끝 남극의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로이드 펙의 강연도 있었고, 크리스마스 강연에서 진화라는 주제를 처음으로 직접 다룬 리처드 도킨스의 강연도 있었다.

원래 각각의 강연들은 축제 기간 중 며칠에 걸쳐 3~6시간 동안 진행된 것인데, 이 책에서는 각각의 강연자가 다룬 가장 흥미진진한 발견과 개념을 개략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나 이 책이 매력적인 부분은 전설적인 과학자들의 강연을 마치 강연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기적인 유전자>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강의에서는 중간에 깜짝 손님이 등장하기도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쓴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였다. 그는 동물이 순전히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간 중심적 견해를 전개하는 부분을 청중에게 읽어 주었고, 이후 도킨스와 애덤스는 좋은 친구 사이로 우정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러한 크리스마스 강연은 당시의 여러 사회 문제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과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우리가 전설적인 과학자들의 연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놀라운 여행의 여정이면서, 다음 세대의 어린 과학자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이자, 우리가 처한 기후 변화 및 멸종 위기 생물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물론 세계적인 석학들의 흥미진진한 생물학 강연을 안방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니, 지구와 생명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고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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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부서진 밤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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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안은 발길을 들여놓는 순간, 대낮임에도 사방이 어두웠다. 요동성의 성벽보다 높은 양쪽의 절벽 덕분에 햇빛이 들지 못한 것이다. 거기다 절벽이 검은색 칡넝쿨로 덮여 있어서 검게 보였다. 그런 기괴한 광경에 어디선가 시체가 썩는 것 같은 퀴퀴한 냄새가 났다. 말갈족에게 쫓기는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앞장선 욱래도 같은 생각인지 숨을 헐떡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대낮인데 왜 이리 으스스하지?"    p.41~42

지금은 함락된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 장군을 찾기 위해 요동에 위치한 망월향에 도착한 세활과 그 일행은 퇴로를 막아선 말갈족를 피해 짙은 안개를 뚫고 가까스로 계곡 안으로 들어선다. 계속 쫓아오던 말갈족은 알 수 없는 존재의 공격을 받아 물러났지만,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짙은 안개와 기분 나쁜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잔뜩 긴장해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칼로 베어도 죽지 않는 정체 모를 괴물의 습격을 받게 된다. 박쥐처럼 날개가 달려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칼날이 깊숙이 박혀도 피가 단 한 방울도 흐르지 않고, 늑대 같은 이빨을 지니고 엄청난 괴력을 가지고 있는 괴물의 존재는 무엇일까. 겨우 그들을 피해 계곡 안으로 들어간 세활과 일행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고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방금 전까지 그들이 안개로 뒤덮인 계곡에서 정체불명의 괴물과 싸웠다는 사실이 마치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평온한 곳이었다. 이상한 건 싸울 수 있는 건장한 어른은 없었고, 아이들과 노인들만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죽지 않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에 대해 알고 있는지, 과연 이곳에 양만춘 장군이 있을지,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올 여름에 조선을 배경으로 좀비 액션 영화가 개봉했던 걸 다들 기억할 것이다. <창궐>은 좀비라는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를 조선시대로 가져왔다는 설정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던 작품이었다. 극중 등장하는 야귀란 존재는 좀비와 뱀파이어의 성격을 일부 차용해 만든 괴물이었다. 조선시대라는 특수한 배경과 야귀의 결합만으로도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이번에 만난 소설 역시 역사와 호러가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다. 한국 장르소설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정명섭 작가는 좀비라는 소재를 고구려라는 시대로 가져온다. 고구려가 멸망한 후, 고구려 부흥군을 이끌어온 세활이 지금은 함락된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 장군을 찾기 위해 망월향으로 향하는 여정이 주요 스토리이다. 여기서 언급되는 양만춘 장군 역시 올 여름 영화 <안시성>이라는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인물이라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영화 <안시성> 보다 한참 뒤의 시점이긴 하지만, 교차 진행되는 세활의 과거 속 어느 부분은 영화와도 교집합이 있으니 어느 정도 익숙한 배경이기도 하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그런 존재들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물면서 죽음만 갈구하는 존재들, 몸은 있되 마음은 없고,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존재들요."

리뉴의 말에 세활은 계곡에 들어오면서 안개 속에서 마주쳤던 그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육신이 움직이는 망자입니다. 빛을 두려워하고, 사람처럼 도구를 다루거나 말을 못 하기는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존재들이에요."   p.193

세활을 비롯한 무리들은 군대끼리의 싸움으로는 당을 이길 수 없는 전력이고, 신라는 그들을 이용하려고만 들고 있는 상태라, 양만춘 장군을 내세워 민심을 모으고 그걸 토대로 적과 싸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양만춘 장군이 살아 있는지, 정확히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는지 조차 아는 사람이 없다. 단지, 그가 죽었다는 걸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디선가 살아 있기를, 그리하여 흩어진 민심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는 이 시대를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 정도로 가까웠던 시대'였다고 말한다. 고구려가 멸망하면서 살아 있지만 죽은 거나 다름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시대적인 배경에도 해당되지만 좀비라는 죽음과 가까이 있는 존재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라 흥미롭다. 살아 있는 시체들이라는 것이 실제로 죽은 뒤에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나라 없이 살아야 하는 백성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테니 말이다.

기존에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꽤 읽어본 편인데,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여타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라 흥미로웠다. 이는 '좀비 전문가'이기도 한 정명섭 작가가 이들을 '일종의 피해자'로 보고 있다는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좀비라고 하면 인류를 멸망시키는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게 마련이지만, 사실 대부분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하루아침에 좀비가 되어 버린 존재들이 이들이기도 하니 말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좀비라고 명확하게 지칭되지는 않을 뿐이지 모든 문화권에는 죽은 사람이 되살아서 다시 산 사람 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의 설화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용재총화>라는 책에서 좀비와 비슷한 존재가 등장한 적이 있고, 이 작품은 그 얘기를 듣고 구상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 역사 속에 좀비 혹은 그것과 비슷한 존재가 있다면 어떻게 얘기를 풀어 갈지가 이 작품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좀비는 무덤에서 일어났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며, 죽었지만 살아서 움직이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존재'이다. '하나하나에게 월등한 능력은 없지만 모이게 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좀비들은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익명의 대중으로 투영될 수도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가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되는 좀비들은 그 배경부터 조금 색다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대중적인 좀비와는 전혀 다를 수 있으니 보다 신선하고, 색다른 좀비물을 만나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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