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왕 신비한 우주 슈퍼 대백과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3
레커사 엮음, 최기영 감수 / 글송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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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3권은 '신비한 우주 슈퍼 대백과'이다.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을 총정리하고, 우주에 관한 모든 비밀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1장에서는 태양계부터 시작해 우주 공간은 어떤 곳인지에 대한 설명과 태양을 비롯한 각각의 행성 별 특징과 정보들을 알려 준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2장인데, 최신 과학으로 밝혀진 우주 연구 자료와 함께 우주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언제부터 존재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UFO와 외계인은 정말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건지, 우주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초자연적인 정보까지 총 망라되어 있다. 우주에 관한 연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들을 반영해 호기심을 풀어주는 거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을까? 별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블랙홀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장 거대한 별은 무엇일까? 지구와 꼭 닮은 행성이 있을까? 등등 어린이들이 궁금해 할만한 흥미로운 주제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각각의 테마에 대해 현재 어느 정도 연구가 되어 있는지가 표시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중성미자는 정말 존재할까? 라는 질문에는 연구 성과가 90%, 그에 비해 암흑에너지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는 연구 성과가 10%로 표기되어 있다.

우주에서 살 수 있는 생물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는 연구 성과가 무려 100%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우주 공간에서 휴면 상태로 살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것은 바로 곰벌레라고 한다. 2007년에 과학자들이 이 곰벌레를 직접 우주 공간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했고, 이들은 치명적인 우주 환경에 노출되었지만 대부분 살아서 돌아왔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3장으로 가면 한창 연구 중인 우주 기술을 포함하여 우주에 가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우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 과정과 우주인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 등 우주인 선발에 관한 궁금증들이 수록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에 우주와 관련된 직업이 있다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최강왕 시리즈를 계속 보면서 느낀 건,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고, 흥미로운 그림이나 생생한 사진들로 아이들에게 정보 전달이 빠르다는 거였다. 이번 책 역시 신 과학으로 밝혀진 우주의 비밀을 생생한 사진과 잘 정리된 키 포인트가 있어 눈에 쏙쏙 들어왔던 것 같다. 그리고 우주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주제 68가지를 Q&A 형식으로 꾸며 수록하고 있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궁금증을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마지막 4장에는 우주 용어 사전, 우주개발의 역사, 사계절 별자리 등 우주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어 필요할 때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실 우주에 관해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미지의 영역이라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정보들을 만나게 되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는 그 동안 동물, 공룡, 생물, 요괴, 위장 생물 등 다양한 시리즈로 출간이 되었는데, 다음 시리즈도 역시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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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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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커는 창가에 앉아 거리를 내다보았다. 고향인 오하이오와 무척 비슷해 보였다. 반쯤은 살아 있고 반쯤은 죽어 있는 곳. 실제로는 죽은 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어떤 의미에서, 어쩌면 중요한 의미에서, 재미슨은 아까 정곡을 찔렀다.

나는 카산드라와 몰리의 살인자를 몇 번이고 다시 잡으려 하고 있어. 이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세상에는 늘 살인자들이 있을 테니까. 그러니 이게 내 세상이다. 내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  p.49

이 시리즈의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195센티키터, 몸무게는 135킬로그램에서 180킬로그램 사이를 오가는 거한이다. 그는 대학 4년 내내 미식축구 선수였고 내셔널 풋볼 리그에 진출했으나, 첫 번째 출전한 경기에서 사고로 선수로서의 경력이 끝났다. 경찰로서 20년 근무했지만, 어느 날 오랜 잠복근무 끝에 귀가했다가 아내, 처남, 그리고 딸이 잔혹하게 살해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15개월 동안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그의 삶은 처참히 무너지지만, 어느 날 갑자기 범인이 스스로 경찰서에 들어와 자백을 한다. 데커는 그와 관련된 사건 해결에 활약한 것을 계기로, FBI 미제 수사팀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것이 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이번 작품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에 이어 네 번째 시리즈이다. 에이머스 데커는 동료 FBI 요원인 알렉스 재미슨을 따라 그녀의 언니 집에 휴가차 오게 된다. 그들의 상관인 특수 요원 보거트가 데커에게 휴가 비슷한 거라도 좀 내라고 닦달하지 않았다면 선뜻 그녀를 따라 나서지 못했겠지만, 사실 달리 갈 만한 데가 단 한군데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곳은 배런빌이라는 소도시로 한때 제분소와 광산으로 번영했으나 지금은 쇠락하여 폭력과 마약만이 들끓는 곳이다. 그날 데커는 밤하늘을 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살지 않는 뒤쪽 집에서 전등이 깜빡거리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단단한 물건이 부딪히는 쿵 소리, 뭔가를 긁는 소리에 이어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수상한 느낌에 데커는 뒷집을 향해 달려가고, 그곳에서 두 남자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침 이 곳에서는 지난 2주 사이 벌써 네 차례의 기괴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경찰은 갈피조차 못 잡는 상태였다. 데커와 재미슨은 현지의 경찰들과 함께 수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데커는 화염을 피하다 머리에 부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완벽한 기억력과 공감각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데커 씨, 당신은 토비하고 다른 사람들을 죽인 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내가 하려는 일입니다."

"토비는 그렇게 죽어야 할 사람이 아니었어요."

"내 생각엔 정말이지 그렇게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p.298

이 시리즈만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아마도 에이머스 데커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에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시리즈들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데커는 미식축구 경기 중에 당한 사고로 잠깐 동안 죽었다 살아난 댓가로 가지게 된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과잉기억증후군이란 어떤 기억을 찾으려고 할 때 머릿속의 영상 저장 장치를 켜면, 눈 앞에서 그 형상들을 마치 녹화된 비디오 카메라를 돌려 보기라도 하듯이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능력은 아무것도 잊지 못하도록 만든다. 거기에 더해 데커는 공감각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그가 하는 수사란 일반적인 범죄 수사의 패턴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고, 그 능력은 매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던 그 완벽한 기억력도 전적으로 믿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작품은 데커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코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중요한 캐릭터의 변화가 앞으로 이어지게 될 시리즈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도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고 말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들며 인물들의 관계가 연결되고 교차되면서 플롯은 더욱 복잡해졌고, 에이머스 데커에게 새롭게 닥친 문제점이 그의 내면과 행동에 모두 영향을 끼쳐 변화의 지점을 시사하고 있다. 1996년 데뷔작 <앱솔루트 파워> 이래로 지난 20여 년간 30권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며 뛰어난 작품 완성도와 대중적 재미로 사랑 받는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는 판매부수로만 봐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함 범죄소설가이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무려 1 3천만 부나 판매되었으니 말이다. 대중성과 작품의 완성도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의 작품은 언제나 재미와 수준을 함께 보장해준다. 그리고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야말로 이제 그의 대표작이 되었고, 올해 4월에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Redemption'이 출간된 상태이다.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진화하는 캐릭터 '에이머스 데커'가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어떤 활약을 보여 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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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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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 엄마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나에게는 없는 존재와 함께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말이다. 내 삶에 그들의 삶을 덧대어보고는 한다. 사지 않을 옷을 거울 앞에 들고 서서 몸에 대어보듯이. 그러고 나면 잔상이 남는다. 펜으로 눌러쓴 자국이 다음 페이지에까지 남듯이. 그 자국을 손끝으로 훑으며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지만 예쁘기는 참 예쁘던 옷을 떠올리듯이. 결국 삶이란,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의 덧셈이나 뺄셈이 아닐까. 했어야 하는 일과 하지 못한 일의 곱셈이나 나눗셈일지도 모르고.     -'룰루와 랄라' 중에서, p.51~52

언젠가 늦은 밤에 누군가 우리 집 현관의 비밀번호 키를 잘못 누르는 소리를 듣고는 오싹했던 적이 있다. . 삐삐삐삑.. 물론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다. 아마도 술에 취해 자신의 집인 줄 착각했던 남자가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고, 희미하게 번호키 누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나는 혼자 사는 여성이 아니었고, 내가 거주하는 곳도 대부분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들이었지만, 그때 만약 내가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혹은 그 남자가 집주소를 착각했던 게 아니라 나쁜 마음을 먹고 찾아 왔던 거라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도 무서웠다. 최근 술에 취한 채 낯선 여성의 뒤를 밟아 그 여성이 집에 따라 들어가려고 했던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처럼, 그렇게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대한민국은 안전한 곳이 아니다.

표제작인 <새벽의 방문자들>에서 여자는 새로 이사 온 오피스텔에서 밤마다 찾아오는 낯선 남자들을 통해 그러한 공포를 경험한다. 다행히도 그들은 주인공 여자에게 딴 마음을 품고 나쁜 짓을 하려 했던 이들은 아니었고, 오피스텔 성매매를 하러 온 남자들이었다. 더블타워 오피스텔은 입구만 다를 뿐, 두 동의 외형과 구조가 같았고, 그래서 주소를 착각해 잘못 찾아온 남자들이 밤마다 그녀의 집 초인종을 눌러댔던 것이다. 장류진 작가는 이 책에 등장하는 밤의 남자들을 쓰면서, 자신이 실제로 알고 있는 구체적인 사람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좋은 학교를 졸업해, 좋은 직장에 다니고, 결혼해서 아이와 아내도 있는 그들은 성매매 경험을 본인의 입으로 공공연히, 자랑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러면서도 SNS에 화목해 보이는 가족사진을 올리고 아내와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이중적인 인간들이었다. 그들이 만약 이 작품을 읽게 된다면 작가에게 연락할 지도 모른다. 이거 설마 내 얘기냐고. 그래서 그녀는 그들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 이거 네 얘기야. 이 글을 읽고 있는 너, 바로 당신."

 

너도 이제 그만 선배를 이해해줘. 각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잖아. 하나는 전체를 위한 거지만 전체가 하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지나는 항상 입바른 소리를 지껄인다, 고 보라는 눈을 감고 생각한다. 나는 생래적으로 부친 살해의 욕망조차 박탈되어 있잖아. 민주화에 투신한 부모를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어. 하지만 차라리 아버지를 미워했으면 좋겠다고...아버지는 누구에게나 카프카의 아버지인데 내게는 아버지를 미워할 당위조차 없으니 억울하지 않니? 지나의 말과 함께 창밖 풍경이 빠르게 멀어진다. 우리는 결코 우리일 수 없었다.    -'예의 바른 악당' 중에서, p,188

여자는 직장에서 성추행을 일삼는 상사를 고발했다가 퇴직을 강요 당하고, 싸우기도 지쳐서 그 길로 회사를 나와 버린다. 그리고 5년간 사귄 남자 친구에게 그간의 일들을 말하며 자신의 편을 들어줄 믿음직한 모습을 기대한다. 하지만 얼굴이 벌게 져서 벌떡 일어난 남자의 입에서 나온 건 고작 그 따위 일에 밥벌이를 때려치우다니 지금 제정신이냐는 분노의 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그 따위 일이라니. 저게 날 사랑한다는 연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인가. 그렇게 그녀는 실직과 실연을 동시에 겪게 된다. 그런데 그들에겐 결혼과 미래를 꿈꾸며 함께 저축해온 데이트 통장이 있었으니, 통장의 명의는 남자였다. 얼마 안 되는 퇴직금이 월세와 공과금으로 다 나가버리고 당장 쌀 살 돈도 궁하게 되어 그에게 내가 부은 액수는 돌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위자료로 받아두겠다며 억울하면 경찰이라도 부르라고 개 풀 뜯는 소리만 해댄다. 전 남친에게 통장도 털리고, 멘탈도 털리고, 직장에선 쫓겨나고.. 그런 상황에서 여자가 저지르는 일탈은 황당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당돌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 담겨 있는 함축적인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이 책에는 제각각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그녀들이 있다. 눈먼 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밤마다 찾아오는 남자들의 얼굴을 촬영해 프린트해 두는 여자, 성추행을 일삼는 상사를 고발하고 자발적으로 잘리고 만 여자, 연애라는 이름으로 섹스를 해야 했던 미성년 소녀, 정치적 올바름으로 주장하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애인과 친구를 떠나는 여자, 선생님들의 추행을 폭로하는 포스트잇을 학교 복도에 붙이는 소녀, 결혼을 꿈꾸며 함께 모은 데이트 통장을 남자에게 털리고 멘탈도 함께 털린 여자 등... 나에게도,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혹은 이미 일어났던 그런 일들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한 사건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지 분별하기 어려운 그런 일들을 겪은 그녀들의 삶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분명 픽션으로 그려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에겐 현실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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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링 서스펜스 - 구조와 플롯
제인 클리랜드 지음, 방진이 옮김 / 온(도서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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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를 키우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인물이 느끼는 불안감을 독자도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 인물을 따라다니면 몰입하게 된다. 게다가 그 안 좋은 일의 구체적인 내용(어디서, 언제, 무엇 등)이 곧장 밝혀지지 않을 때 더욱더 몰입한다. 불길한 예감 자체가 핵심 장치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장소로 허둥지둥 달려가면서 어깨너머를 연신 돌아본다. 불길한 예감이 모든 움직임에 배어 있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p.79

'서스펜스'란 영화, 드라마, 소설 에서, 줄거리의 전개나 기교의 발전이 관객이나 독자에게 주는 불안감과 긴장감을 주는 기법을 말한다. 보통 추리물이나 공포물에만 사용하는 요소라고 장르물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순수문학부터 에세이, 자서전, 로맨스물 등 장르 불문하고 서스펜스는 정서적 긴장감으로 독자가 계속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관객들이 극에 빠져들게 만들기 위한 핵심요소가 바로 서스펜스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의 서문에서 '서스펜스를 쌓고, 서스펜스의 틀을 잡고, 서스펜스를 이야기에 엮어 넣고, 서스펜스의 상황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의 기술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라고 말한다. 어떤 장르의 글을 쓰든지 작가가 해야 할 일은 평범함에서 서스펜스를 끌어내는 것이고, 이 책은 바로 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서스펜스는 바로 스토리텔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서스펜스가 없다면 독자들은 굳이 꾸역꾸역 끝까지 글을 읽지 않는다. 그러니 독자가 결코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서스펜스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카페로 한 남자가 들어간다. 그 남자가 기둥 뒤에서 낡은 자명종 시계가 1시에 울리도록 맞추는 것이 보인다. 자명종은 폭탄과 연결되어 있다. 근처 벽에 걸린 시계는 12 45분을 가리킨다. 시곗바늘이 조금씩 움직인다. 12 49분이다. 사람들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다. 12 52분이다. 어떤 여자가 웃음을 터뜨린다. 12 57분이다. 두 사람은 이제 커피를 다 마셨다. 12 59분이다. 어떤 기분이 드는가? 당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숨을 죽인 채 폭탄이 터지기만 기다릴 것이다. 또는 어디선가 영웅이 나타나 사람들을 구해주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독자나 관객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이런 접근법은 15분간의 서스펜스를 낳는다.   p.164

이 책은 2016년 애거사상 베스트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제인 클리랜드는 '조시 프레스콧 골동품 미스터리 시리즈'를 쓰는 코지 미스터리물의 작가이자, 작가 지망생을 위한 주말 창작 워크숍과 회고록 쓰기 과정 등 다양한 글쓰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플롯과 이야기의 개오를 짜고 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시작해, 긴장감을 불어넣고 서스펜스를 쌓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작법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대목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 10여 편을 예로 들어 이야기의 구조와 플롯 또는 개요에 서스펜스를 녹여 넣는 법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기존 작품을 분석하는 재미와 함께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팁들을 고스란히 알려주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글쓰기와 작법에 관한 책은 꽤 많이 읽어 왔지만, 이 책은 독특하게도 '서스펜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 궁금했었다. 막상 읽어 보니 '서스펜스'를 활용할 수 있는 전반적인 글쓰기 방법을 모두 알려주고 있어 작법 책으로도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개요를 작성하고, 플롯을 짜고, 보조플롯을 더하고, 서스펜스를 빚기 위한 장치를 만드는 등 전반부에는 이야기를 구상할 때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알려 준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이야기를 쓰는 실전 작업에 돌입해 독자들의 머릿속으로 작가가 들어갈 수 있도록 효과적인 문장 쓰는 법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서스펜스를 사용하는 방법, 결말과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수정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모든 요소들을 보여 주고 있다. 게다가 작가가 알려주는 이론들을 실전에 응용할 수 있도록 돕는 사례연구와 연습문제도 수록되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함께 공부를 할 수도 있는 책이라 더 좋았다. 그러니 소설,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만화, 웹툰, 웹소설, 에세이 등 모든 서사 장르의 작가 지망생과 기성작가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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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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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는 내가 샌 파블로 대로 같아서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테리는 버클리 폐기장 같았다. 폐기장 가는 버스가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뉴멕시코가 그리울 때 그곳에 갔었다. 삭막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 갈매기들은 사막의 쏙독새처럼 높이 날아오른다. 그곳에선 머리 위로, 사방으로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다. 쓰레기 트럭들은 천둥 소리와 함께 먼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지나다닌다. 회색 공룡들.

난 네가 죽는 걸 감당할 수 없어 테리. 하지만 너도 그건 알지.   -'청소부 매뉴얼' 중에서-

초라한 가게와 고물상, 군용 야전침대를 파는 중고품 가게가 있는 거리에 있는 에인절 빨래방, 나는 한 일 년쯤 그곳에서 항상 같은 시간에 마주쳤던 키가 큰 백발의 인디언 노인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 내내 할아버지의 치과에서 일해야 했는데, 잔인하고 편협하고 거만했던 할아버지를 가족들 모두 몹시 싫어했던 이야기도 들려 준다. 이곳 저곳에서 청소부 일을 하면서 집주인들의 성격과 청소부들이 그곳에서 뭘 훔치는 지를 알려 주면서, 청소부로 일을 할 때 필요한 조언을 말해주기도 한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매우 짧기도 하지만 문장이 간결하고 담백해서 술술 읽혔다. 하지만 이상한 지점에 쉼표가 있다거나, 마침표가 있는 식으로 낯선 문장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비문인가 싶어서 여러 번 읽어 보면 분명 그건 아니었는데, 뭔가 기존의 작품들에서 만나오던 문장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문장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알고 보니 루시아 벌린의 '구두법은 정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날 때가 많고 어떤 경우에는 불규칙적'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말에서는 들리지 않는 쉼표, 불필요한 데서 문장의 흐름을 끊는 그런 문장부호를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 번역본에서도 그러한 구두법을 바로잡는 일을 피했다고. 덕분에 나는 같은 문장들을 여러 번 읽으면서 곱씹고, 읽다가 자주 멈추느라 짧은 이야기인데도 긴 호흡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행간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만나고, 그녀의 삶을 엿보게 되고, 그녀의 문장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 느낌이다.

나는 보통 늙어가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 어떤 것들을 보면 아픔을 느끼는데,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머리를 휘날리며 긴 다리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그들은 얼마나 자유로워 보이는지. 또 어떤 것들은 나를 공황 상태에 빠뜨린다. 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문이 그렇다. 열차가 정지하고도 한참 기다려야 문이 열린다. 아주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너무 길다. 시간이 없는데.    -'카르페디엠' 중에서-

사후 11년 만에 떠오른 문학 천재, 루시아 벌린의 단편선집이 국내 첫 발간되었다. 지난 2015, 미국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인기가도를 달리는 작가들을 제치고 낯선 작가의 소설이 갑자기 등장했다. 그 책이 바로 무명작가 루시아 벌린의 <청소부 매뉴얼> 이었다. 2004,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11년 만에 루시아 벌린은 말 그대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무명작가였던 소설가 존 윌리엄스가 <스토너>로 사후 20년 만에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평생 76편의 단편소설을 썼는데, 상당수가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전체 43편의 이야기 중 16편이 수록된 가제본 도서와 후반부 10편이 수록된 원고를 통해 먼저 만나보았다. 사실 단편집 전체가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파란 만장했던 그녀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녀는 32살에 이미 세 번 이혼했고, 네 아들을 낳았으며,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었고,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해야 했다. 고등학교 교사, 전화 교환, 병동 사무원, 청소부, 내과 간호보조 등의 일을 하면서 글을 써야 했던 그 지독한 인생의 풍경들이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이야기들은 '비극적인 동시에 유머와 멜랑콜리를 자아내고, 감정은 극한이지만 언어는 꾸밈이 없으며, 문장은 단편적이면서도 글은 산뜻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아하다. 그리고 최소한의 단어로 복잡한 감정과 사소한 감정을 모두 드러내고 있으니, 단편으로서는 최고의 효율적인 글쓰기가 아닐 수 없다.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그 동안 루시아 벌린이라는 작가를 몰랐지만, 지금이라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단편소설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루시아 벌린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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