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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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언제가 행복해?"

아들한테 물으니 일 초도 안 돼 돌아온 대답.

"엄마가 웃을 때. 난 엄마가 슬플 때 제일 슬퍼."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순간들이 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 그럴 때마다 가끔 궁금해진다. 나는 엄마한테 어떤 아기였을까?... 그때의 나는 엄마를 어떻게 행복하게 했을까?   p.85

라디오 작가인 딸의 방송을 듣고 매일 같이 문자로 안부를 묻던 엄마를 떠나 보내고 7,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이던 엄마와의 기억을 꺼내 본다. 내 모든 일에 나보다 더 아파하고 기뻐하던 엄마, 잠이 오지 않는 숱한 밤마다 어둠 속에서 엄마의 안부를 물었다. 누구나 살면서 언젠가는 지독한 상실을 경험하게 마련이다. 평생 살 수 있는 사람이란 없을 테니 말이다.

'당신도 알고 있었나요? 당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일이 삶이던 한 사람을, 당신이 삶을 견디도록 내내 함께하던 그 사람을.'

엄마는 그냥 처음부터 엄마인 줄 알았는데, 엄마도 이렇게 힘들게 나 키웠어? 라는 생각을 우리가 하게 되는 건, 내 자식을 낳아 키우게 되고 나면서부터이다. 우리의 부모들이 내가 속을 썩일 때마다 한숨처럼 내뱉던 그 말, "너도 너랑 똑같이 닮은 자식 새끼 낳아봐라. 그때는 내 마음 알 거다."라는 대사가 비로소 체감이 되는 순간, 그제야 내가 부모가 되면서 다시 한번 더 자식이 되어, 내 부모의 소중함과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

여자들은 자주 아프다. 생리통부터 배란통, 출산, 갱년기까지. 아프면서 늙어 간다. 그런데 아내가 아프면 철없는 남편들은 말한단다.

"왜 또 아파? 365일 맨날 아파."

엄마들은 딸이 아프면 말한단다.

"자꾸 아파서 어떡하니. 엄마가 지금 갈까?"

이러니 여자들은 마음에 엄마를 품고 살 수밖에 없다.   p.149

저자는 '존재 자체가 위로인 아이를 키우는데, 가끔 두렵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인간인지 날마다 깨닫기 때문이라고. 나 역시 그렇다. 아이는 내게 가장 기쁨을 주는 존재인 동시에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이기도 하니 말이다. 아이가 잘못한 일을 혼낼 때, 안 그래도 힘겨운 날 더 떼쓰고, 사고를 치곤 할 때, 내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 부었다가 깜짝 놀라 나를 다시 돌아보곤 한다. 이렇게 부족한 엄마라서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쳤을 나의 엄마를 떠올린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가 얼마나 자식들을 힘들게 키웠는지..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우리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매 페이지마다 내 마음을 쿡쿡 찔러 댄다. 저자가 펼쳐 놓고 있는 에피소드들은 내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이다. 특별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저자의 진심이 오롯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엄마처럼 살 수 있을까? 엄마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도, 아직 엄마가 없는 내 삶이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허리가 굽고, 자주 아프고, 어제보다 더 늙어 가는 엄마에게 여전히 철 없는 딸이라서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가끔 짜증내고, 투정부리고 있지만 말이다. 이제는 어른이 되고 누군가의 부모가 된 나에게 아직도 얼굴만 보면 밥 먹었냐고 챙기는 우리 엄마. 그러한 엄마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을 스쳐 지나간다. 더할 수 없는 사랑을 받고 자라게 해 줘서, 내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줘서.. 고마워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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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프랜시스 젠슨.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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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뇌는 역설 그 자체나 다름없다. 이 뇌는 회백질은 흘러 넘치지만, 백질은 부족하다. 10대의 뇌가 금방 출고된 페라리 자동차와 비슷한 이유도 이것이다. 당장 어디라도 달려갈 듯하지만 주행 검사를 아직 거치지 않은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붕붕 굉음 소리를 울리며 공회전을 하고 있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지 못하는 상태나 마찬가지다. 이 역설은 결국 혼란스러운 문화적 메시지로 이어진다. 우리는 누군가가 겉모습이 성인 같으면 정신적으로도 성인일 것이라고 가정한다.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은 면도를 하고, 10대 여자아이들은 임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학적으로 보면 양쪽의 뇌 모두 전성기, 즉 성인의 세계를 접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p.48

10대 자녀를 둔 부모와 10대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하루라도 그냥 잠잠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다. 변덕스러운 아이들은 곧잘 화를 내고, 울고, 토라지고, 위축되고, 짜증을 내고, 심지어 공격성을 드러낸다. 이렇게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아마 대부분 백 퍼센트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아이들의 잠에 관한 부분이 아닐까. 매일 밤 제시간에 재우려고 해도 늦게 자려고 하고, 아침에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푸념을 해보지 않은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야단도 쳐보고, 협박도 해보고, 살살 구슬려도 보고,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보기도 하고.. 우리 아이는 아직 10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이런 풍경을 만들어 내는 중이다. 일찍부터 깨우기 시작해도 대부분 일어나기까지 삼십 분이 넘게 시간이 걸리고, 지각하기 전에 가까스로 집을 나서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밤늦게까지 자지 않으려고 하거나, 아침에 잘 깨지 않는 것이 '나태해서도, 자제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며, 제발 좀 일어나라는 말을 듣지 않는 것 역시 반항심의 표현이 아니'라면 어떨까. 이 책은 '잠과 관련해서 부모를 화나게 만드는 10대들의 행동들이 사실은 완전히 정상'이라고 이야기해서 나를 당황시켰다.

이 책에 의하면, 사고를 저질러놓고 수습할 생각조차 못하는 것도, 매일 아침마다 잠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도, 스마트폰에 푹 빠져 해야 할 일을 제쳐두는 것도 모두 아이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뇌 때문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청소년의 뇌가 사실상 성인의 뇌와 다르지 않다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신경학과 신경과학은 뇌의 발달에 있어서 10대가 대단히 중요한 시기임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뇌는 우리 몸에서 제일 늦게 성숙하는 기관이다. 뇌는 사실상 특정 경험을 통해 모양을 잡아나간다. 신경과학에서는 스스로 모양을 잡아나가는 뇌의 독특한 능력을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가소성은 인생 초기인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집중되어 있다. 사실 아이의 10대 시절은 참고 견뎌야 할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자녀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인 것이다. 녀들이 평생에 걸쳐 사용할 뇌의 기틀을 잡아주는 잠깐 동안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감정적, 정신적 사안에 대해 10대가 대단히 취약하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0대는 스트레스에 대해 과민하고, 자기 분석이나 통찰 등의 능력이 부족한 시기다. 또래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도 그들도 같은 10대들이기 때문에 경고 신호를 해석할 수도, 적절한 공감을 해줄 수도 없다. 그래서 10대 주변 성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방심하지 말고 지켜보아야 한다. 성인이 능력껏 질문을 던지고, 캐묻고,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평소와 조금이라도 달라진 듯한 증상이 보이면 주저 말고 의학적 자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p.219

두 아들의 엄마이자 신경학자로서 저자는 자신의 10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 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내가 자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완전히 틀렸다 싶은 순간에 부딪치게 된다. 다정하기 그지없던 내 아들이 갑자기 어디로 튈지 모를 낯선 아이가 되어 버리고, 아주 다른 사람이 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이는 딸의 행동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 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공감과 감탄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보통 10대가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것은 호르몬의 폭주 때문이라고들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도 10대가 반항적이고 저항하기 좋아하는 이유는 까다롭게 굴고 싶고 남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가정들이 모두 틀렸다고 단언한다.

핵심은 이마엽이다. 이마 바로 뒤쪽에 자리한 이마엽은 "자신의 행동을 저울질하고,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 영역은 뇌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부분에서 어른은 이해할 수 없는 '10대의 뇌'가 작동하여 갈등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의 시선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10대들이 외계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아이들조차 변덕스러운 도구인 뇌 때문에 어리둥절해 있음을 알아야 하며, 아이들이 부모에게 얘기하지 않는 이유가 그들도 그런 혼란을 파악할 능력이 아직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내가 만약 10대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부모님께 까닭 없이 화를 내거나, 지나친 감수성에 사로잡혀 그토록 방황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세상 모든 부모가 읽어야 할 지침서'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뇌과학의 이해와 신경학의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쓰여진 매우 과학적인 책이지만, 부모가 읽기에도, 자녀들이 읽기에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쓰여 있다. 뇌 발달에서 대단히 중요한 단계에 있는 10대라는 시기에 대해 이렇게 깊이 있고, 과학적으로 풀어내면서 공감과 재미도 읽지 않는 책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부모들이야말로 청소년의 뇌에 관한 새로운 과학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사람들이다. 10대의 행동에 당황하고, 낙담하고, 화가 나 있는 교육자들 역시 이런 내용을 꼭 알아야 할 사람들이다.

10대 자녀를 둔 세상의 많은 부모들에게, 당신의 10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건 유전자 때문도 아니고, 당신이 무언가를 했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며, 아이가 머리에 충격을 받아 어느 날 갑자기 '청소년' 행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깨어나서도 아니다. 10대가 다른 이유는 그들의 뇌 때문이다. 10대의 뇌는 인생의 어느 때보다도 더욱 막강하면서, 동시에 가장 취약하다. 중요한 것은 어른 들의 관심과 애정이다. 이 책에 담긴 과학적 정보를 이용해 10대 자녀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10대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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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연구소 - 완벽한 한 잔을 위한 커피 공부
숀 스테이먼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리빙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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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사랑한다. 커피를 마시면 오늘은 잠들지 않아도 된다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루이스 블랙_코미디언 겸 극작가

언젠가 커피에 관한 통계를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한해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신 커피가 약 250억잔에 달한다는 기록이었다. 전체 인구를 5천만명이라고 할 때, 1인당 연간 500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전 국민이 하루에 최소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니, 커피는 우리의 일상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음식이다. 새로운 동네 어디를 가든 커피숍은 몇 군데씩 눈에 띄게 마련이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사랑하고 즐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커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마시는 걸까.

 

나도 커피를 굉장히 오랜 시간 마셔왔고, 온갖 커피 추출 도구를 사용해보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시간과 돈과 수고를 들여 왔다. 그래서 나름 커피 애호가라고 자부하지만, 사실 커피를 학문으로서 공부하거나 연구해본 적은 없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그 점 때문인데, 이 책은 과학에 기분을 두고 있는 커피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중에는 커피와 관련된 책들이 굉장히 많이 출시되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책들과는 달리, 과학적 원리와 데이터, 검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커피에 대한 무수히 많은 궁금증들을 들여다보고 탐험한다. 저자인 숀 스테이먼은 커피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일명 '닥터 커피'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세계 최초 커피 과학자이기도 한데, 커피를 이런 식으로 다루어 본적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에 기분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커피에 관한 책이다.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컨디션이 별로다. 밤에 잘 자지 못해 피곤하다. 살짝 우울하다. 이 모든 문제가 커피 한 잔이면 기분 좋게 해결된다.        -제리 사인펠트_영화배우

우선 이 책의 카테고리는 커피공, 로스팅, 추출, 시음의 단계로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전 세계에서 자아 맛이 좋다고 여겨지는 커피나무 품종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이야기를 시작해 커피의 재배 방식, 커피 열매, 커피나무가 카페인을 만들어내는 이유 등등으로 흥미로운 정보들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로스팅 단계가 매우 재미있었는데 로스팅 시간과 온도가 커피의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로스팅의 단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실제로 커피를 마시는 데도 매우 유용한 팁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커피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법이라든가 다크 로스트와 불면증의 상관관계 등 커피에 관련된 여러 흥미로운 정보들이 있었다. 특히 추출에 관련된 카테고리가 매우 과학적으로 분석되어 있었는데, 커피 추출에 영향을 미치는 9가지 요소부터 시작해서 각 요소들이 어떻게 완벽한 커피를 만드는 지에 대한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이 책은 작은 커피콩이 한 잔의 커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굉장히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매일 별 생각 없이 마시는 커피 한 잔에 담긴 놀라운 과정을 책 한 권으로 전부 만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커피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안다고 자부했던 이들에게도 신선한 정보를 안겨줄 수 있을 것 같고, 커피와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내용이 그저 놀라운 세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계 최초 커피 과학자가 들려주는, 놀라운 커피의 세계를 만나보자. 아마도 과학에 기반을 두고 전개되는 커피의 세계는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커피비평가협회 공식 추천 도서이기도 하니, 커피를 사랑한다면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이 정도는 알아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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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 - 조금 불편해도, 내 소신껏
최명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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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누구나 당연하다고 말하는 기준들을 벗어나는 사람, 그 중에서도 집단의 단결에 방해가 되는 것 같은 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기적'이라는 낙인을 찍곤 합니다. 그런 낙인이 찍힌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 못되게 행동했나?'라고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지기 일쑤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세상 사람 모두가 정해진 기준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남과 다르게,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을 '독립적'이라고 말합니다.   p.6

'그래도 가족이잖아. 가족끼리 챙기고 살아야지'라는 말만 들으면 숨이 막히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매일 야근하며 파김치처럼 살 자신은 없고, 여럿이 다 함께 먹는 점심이 종종 부담스럽고,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한 당신이라면...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말하는 기준들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고, 세상 사람 모두가 정해진 기준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 내 삶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고유한 것인데, 사실 조금 불편해도 내 소신껏, 온전히 나를 위한 결정과 행동을 하면서 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실제로 지키기는 어려운 그 명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그렇다면, 자기 독립적인 삶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우선 '내게 맞는 삶의 속도'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있으니,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는 거다. 두 번 째로 '내게 맞는 대인관계'도 중요하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낯선 이가 싫다면 가급적 대인관계를 줄일 때 자기 삶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넓지만 얕은 대인관계를 추구해야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세 번째, '내게 맞는 독립'이 필요하다. 독립적이어야 하지만, 도움 받아야 할 때는 도움을 청할 만큼의 의존성도 필요하다. 네 번째, '내게 맞는 꿈'이다. 대부분 엄청난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살아 왔겠지만, 그걸 좇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남의 꿈이 아니라 온전한 자기 꿈을 좇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가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차라리 배려 받을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편이 낫습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배려란 상대의 선심에 기대어 무언가 혜택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상대가 배려해주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배려해주기 싫으면 해주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불확실한 배려에 기대를 거느니, 차라리 예측 가능한 원칙을 세우고 그에 입각해 행동하고 일을 추진하는 편이 낫습니다.   p.230

우리는 당연히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을 하고,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피할 뿐,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대부분은 나 자신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인생의 수많은 선택들을 하고, 삶의 진로를 바꿀 수도 있는 결정들을 해왔을 것이다. 이렇게 전혀 자기 인식이 되지 않은 상태에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결과적으로 자기 독립적인 삶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목표가 이루어질 리 없으니, 중도에 포기하고 자기 자신을 원망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알아간다'는 말보다 '나를 만들어간다'는 말이 더 능동적이고, 쉽게 와 닿는 개념이라 흥미로웠다. 내가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문제투성이 나'와 마주할 용기를 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인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원장은 이 책에서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단계별 심리 전략을 누구라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알기 쉽게 들려준다. 물론 이러한 자기 독립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이드를 시작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앞으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이 아닐까.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역시나 과정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준비 운동-도움닫기-발 구르기-공중 동작-착지에 이르는 높이뛰기의 전 단계를 인생을 다른 차원으로 도약시키는 과정에 대입시켜 소개하고 있다. 준비 운동은 천천히 내가 마음에 드는 인생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도움닫기는 소신껏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을 배우고, 발 구르기는 힘차게 자기 독립을 선언하고, 공중 동작은 자신 있게 뛰어 오르기 위해 온갖 장애물들의 해결방법을 알아보고, 착지 단계에 이르면 다음 도약을 위해 삶을 정돈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명상과 여행 등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정말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이 책과 함께 '나만의 길을 닦는 여정'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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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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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출전자들은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갖고 있다. 세상에는 돌연히 발작을 일으키거나 치매를 앓는 등 눈에 띄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다. 아니, 애초에 육체와 정신 모두가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누구나 장애는 있다. 눈에 보이고 안 보이고의 차이일 뿐이다.    p.179~180

사라는 육상 실업팀에 입단해 오전에는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오후부터는 땀 흘려 연습하는 생활을 2년째 하고 있다. 선수권대회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순조롭게 연습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회 당일에 최고 기록을 이끌어 내면 상위 입상도 노려볼 만했고, 1위로 입상하면 올림픽 참가 자격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라 사라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이 모든 꿈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된다. 사고를 낸 것은 옆집에 사는 소꿉친구인 다이스케로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자살 이후로 완전히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버렸고, 이후로는 그녀와도 전혀 교류가 없는 상태였다. 다이스케의 부주의한 운전으로 인한 결과는 참혹했다. 사고로 인해 사라가 왼쪽 무릎 아래 다리를 절단하게 된 것이다.

장래가 촉망되고 세계를 겨냥하던 사람이 한순간 갑자기 장애인이 되었을 때의 당혹과 절망이라니.. 아마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녀에게 다리는 그저 걷기 위한 부위가 아니었으니, 달릴 수 없는 그녀에게 다리를 빼앗기는 것은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다이스케와 그의 엄마는 사과는커녕 보상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가 작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던 터라 위험운전으로 입증할 길이 없어 단순한 인신사고로 처리될 지경이었다. 사라는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가해자에게 증오의 감정이 솟구쳤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두 달 뒤, 다이스케가 자신의 방에서 살해된 상태로 발견된다. 담당 형사인 이누카이는 신체에 장애를 가진 자는 범행이 불가능하다는 동료들의 생각과 달리, 어쩐지 사라를 용의자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싶지가 않다.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라와 그녀의 부모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사망한 다이스케의 교통 사고 관련 변호를 맡았던 인물로 악덕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가 등장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이누카이 형사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의 대결이 보여지는 살인사건 수사를 한 축으로, 사라가 의족을 착용하고 장애인 육상경기에 도전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라 씨랑 저는 같은 또래이니 공감대가 있을 거예요. 우리 세대는 툭하면 '너희는 한 명 한 명이 다 특별한 온리 원이야'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왔잖아요. 선생님 말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녀석도 있긴 한데 똑똑한 녀석은 진작부터 그게 말도 안 된다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리고 적당히 수긍하는 척만 했죠. 도대체가 넘버원을 지향하지 않는 사람이 온리 원이 될 수 잇을 리가 없잖아요. 사람이든 조직이든 경쟁이 있어서 향상되는 거고요."   p.258

나카야마 시리치의 '감성 미스터리'는 사실 '미스터리' 보다는 '감성 드라마'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다. 미코시바 레이지가 등장한다고 해서 상당히 기대했는데, 사실 그가 플롯에서 맡은 역할은 미비한 편이고, 이누카이 형사와 그의 대결 구도도 그다지 비중이 큰 편이 아니다. 애초에 작가의 의도가 '젊은 여성이 치열한 투쟁 끝에 뭔가를 얻어내는 속 시원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사라가 사고로 다리를 잃고 나서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장애인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의족과 경기용 의족의 차이점, 그리고 의족을 했을 때의 착용감부터 육상 선수였던 사람이 장애인 스포츠로 방향을 바꾸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장애인의 능력을 초월하는 의족이라는 스포츠와 과학이 접목된 아이디어가 등장하는데,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진진한 소재로 이야기에 흡입력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감동적인 스포츠 드라마라는 플롯이 커다란 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살인 사건의 범인에 대한 미스터리는 거의 후반부까지 놓치지 않고 끌고 나간다. 과연 사라는 부러진 날개로 다시 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미코시바 레이지가 가지고 있는 비밀은 무엇이며,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이 작품은 기존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에 비하면 미스터리 적인 요소나 반전 등의 요소가 다소 약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가독성만큼은 여전히 뛰어나다. 그리고 스포츠 드라마라는 장르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따뜻한 감성과 뭉클한 드라마도 좋았다. 비장애인의 삶을 살다가 의도치 않게 장애인의 삶을 살게 된 사라가 일상에서 겪게 되는 감정들을 통해 장애인들의 현실적인 난관과 사회적인 시선들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어 시사성을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48세에 늦깎이로 등단해서, 그 후 7년간 작품을 28편이나 써내는 왕성한 집필 속도를 자랑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국내에도 꽤나 많은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1월에만 무려 세 편의 작품이 나온다. 블루홀6 <날개가 없어도>를 시작으로 북플라자에서 <보호 받지 못한 사람들>이 나왔고, 이어 북로드에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도 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절판된 <안녕, 드뷔시>도 블루홀6에서 새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는 그 뒤로 <잘 자여, 라흐마니노프>, <언제까지나 쇼팽>, <어디선가 베토벤>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출간을 시작으로 해당 시리즈도 모두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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