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Gift Edition) (유시민 친필 인쇄 문구가 담긴 청춘의 노트 포함)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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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설가라면 장편소설을 하나 쓸 것 같다. 제정러시아 시인의 작품 하나가 어찌어찌하여 식민지 조선에 날아들어 민들레 홀씨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퍼져나가고, 해방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 거친 오늘까지 우리의 마음을 울리게 된 이야기를 쓰고 싶다. 무수한 필사, 해적판 인쇄, 번역을 거치며 내려오는 동안, 이발소 액자를 만든 사람, 조잡한 그림을 그려 넣은 사람, 나무판에 그것을 조각해 넣은 사람, 그것을 보고 감동과 위로를 받은 사람, 켜켜이 쌓인 그들의 마음을 그려 보고 싶다. 이런 것이 바로 시의 힘, 문학의 힘이 아닐까.   p.97

살다 보면 누구나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열심히 앞만 보며 달려오다 보니 곁에 있던 사람들과 다른 길을 선택해 멀어져 가기도 하고, 내가 옳다고 믿었던 길이 사실은 막다른 골목이나 낭떠러지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길을 잃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 아닐까. 혹시 지난 시기의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본다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그 방향이 어렴풋이 보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해서 쓰여졌다.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이 청년 시절 품었던 의문들, 그리고 오늘날 젊은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뜨거운 질문에세상을 바꾼 14권의 고전으로 답한 책이다. 한때 몸담았던 공직을 떠난 후 인생의 중턱에서 갈림길과 마주했을 때, 그는 청춘을 함께했던 책들을 다시 집어 들었다. 삶에서 이정표가 되어준 책들,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도움 받았던오래된 지도를 펼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삶에 깊고 뚜렷한 흔적을 남겼던 책들이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 처음 만났을 당시와는 무척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독자도 같은 책을 두 번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처음 읽었던 책과 두 번째 읽은 책이 다를 것이고, 내가 오래 전 읽었던 책과 지금 읽는 책이 다르게 와 닿을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E.H. 카 선생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50년을 살면서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 하나만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바로 이 책 <역사란 무엇인가?를 집어 들 것이다. 그는 내게서 역사와 사회에 대한 개안의 기적을 일으켰고, 어느 정도 내 삶을 바꾸어놓았다. 다른 삶을 살았더라도 가치 있는 삶일 수 있었겠지만, 그의 영향을 받았던 실제의 내 삶에 나는 불만이 없다.   P.319

이 책은 < 청춘의 독서> 30만 부 돌파 기념으로 만들어진 특별 한정판이다. Gift Edition은 모던한 디자인의 멋진 케이스 안에 담겨 있다. 상자 안에는 유시민 작가의 친필 인쇄 문구가 담긴 다이어리 북 <청춘의 노트>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나 노트에는 작가가 직접 손으로 쓴 문장이 수록되어 있어, 기존에 이 책을 읽었던 이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책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노트와 함께 담겨 있어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에디션이니 말이다.

고등학생 시절, 문고판 책이 많았던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그는 이 소설 도입부의 문장 하나에 그대로 꽂혀버려서 책을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고, 결국 다음 날 오후까지 한숨도 자지 못하고 상하 두 권을 다 읽었다고 한다. 유신 정권의 학생운동 탄압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절, 침침한 스탠드 불빛 아래 엎드려 숨소리도 내지 않고 밤새도록 읽었던 <공산당 선언>, 돌이켜 보면 그게 뭐라고, 그렇게 목숨 걸고 읽었을까 싶지만 당시에는 온몸이 울렁거리는 기분으로 읽어 내려갔던 책이었다. 그리고 연애소설로 위장한 역사소설이며 정치소설이라고 생각하는 푸시킨의 <대위의 딸>, 우리 민족의 현대사를 압축한 역사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최인훈의 <광장>, 영등포 구치소의 0.7평짜리 독방에서 읽었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군에서 막 제대하고, 학교에서는 제적당했는데 어디 오라는 데도 없고 특별히 갈 곳도 없던 시절에 읽었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등등... 그가 다시 꺼내든 책들은 모두 긴 세월 축적된 생각의 역사 그 자체이자 청년 유시민을 만든 원천이었다.

학창시절 읽었던 책을 10년 뒤에, 혹은 20년 뒤에 다시 읽었을 때, 여전히 그 작품이 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란 거의 없다. 우리가 고전을 읽고 또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할 것이다. 특히나 학창시절에는 어렵게 느껴지거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인데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고 보니, 쉽고도 보편적인 이야기로 바뀌어 읽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말이다. 작품은 그대로지만 시간을 지나면서 책을 읽는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긴 세월이 지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음으로써 과거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이 책은 그런 점 때문에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좋은 책은 그 자체가 기적'이라는 저자의 말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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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말 공부 - 무조건 성공하는 회사를 만드는
고야마 노보루 지음, 안소현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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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과 사원은 책임의 크기가 다르다. 물론 사원도 실패한 이유를 생각해보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책임을 지고 변상을 하는 일은 사장의 몫이다. 사장은 자신이 내린 방침을 사원에게 실행시킬 때 경제적 손해를 비롯하여 그에 따라 발생할지도 모를 모든 손해에 대해서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한다.   p.18

주식회사 무사시노의 경영 원칙은 이렇다. 클레임이 발생하면 사장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 클레임이 들어오게 한 사람을 채용한 것도, 대처가 미숙한 사원을 배치한 것도, 그러한 상품을 취급한 것도 모두 사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절대로 사원에게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회사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대부분은 문제가 생겼을 경우, 급여를 삭감하거나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하게 마련인데 말이다. 하지만 사원이 하는 일은 사장이 결정한 일을 진행하는 것이므로, 이익과 관련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오직 사장뿐이라고 생각하는 회사라니.. 이런 회사가 있다면 어떤 직원이라도 더 책임감 있게, 열심히 일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매출의 신, 현장 경영의 1인자, 경영의 달인, 사장 9. 무사시노의 대표이사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고야마 노보루 사장 앞에 붙는 말이다. 그는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적자만 내던 무사시노를 연 매출 350억 원까지 끌어올리며, 15년 연속 수익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01년부터 기업 컨설팅을 진행해, 600개 기업을 살려낸 최고의 컨설턴트로 평가 받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30년 경영 노하우와 수많은 기업 컨설팅 사례를 바탕으로 회사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사장의 말 습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회사의 성공에 '사장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어, 세상의 모든 사장님 책상 위에 놓아 드리고 싶은 책이다.

공평하다는 것은 일부에게만 잘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공평하다는 것은 차이를 두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든 하지 않든 똑같이 상여금을 지급하고 승진을 시키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열심히 해도, 열심히 하지 않아도 평가가 같다면 열심히 하지 않는 사원이 대부분일 것이다.   p.153~154

사장의 말이 곧 회사의 경영 전략이므로,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사장이 져야 한다고 서두를 꺼낸 이 책은 보다 구체적인 회사 경영에 대한 팁도 이야기한다. 매출로 직결되는 사장의 한마디부터 막힘 없는 회사를 만드는 소통법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운영 전반에 대한 흥미로운 여러 정보가 담겨 있다. 그 중에서 '0에서 1이 아닌, 이미 완성된 1을 흉내 내는 법'이 매우 재미있었다. 회사의 변화를 괴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와 다른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는데, 동종 업계만 바라보면 절대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다른 업계에서 잘하고 있는 것을 우리 업계에서 최초로 실행하면 된다는 건데, 서비스업의 경우 제조업에서 상식인 것을 가져오고, 제조업의 경우 엔터네인먼트에서 성과를 내는 방식을 채용하라는 거다.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무사시노가 성장하는 이유 역시 업계의 비상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방은 최고의 장조이자 최고의 전략이므로, 3년 정도 우직하게 계속 모방을 하면 그것은 이제 원조가 된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철학이다.

절대 흔들리지 않는 조직의 소통법을 다루고 있는 챕터는 사장뿐만 아니라 팀장, 혹은 어떤 직위든 자신의 책임 하에 직원들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사원 배치 방법, 팀을 구성할 때 같은 수준의 상사와 부하를 조합하기, 영업점의 제2인자를 키우는 법, 포스트잇 회의의 장점, 현장의 목소리를 끌어내는 방법, 클레임을 바로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 등등.. 실무에서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노하우들이 가득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이론들이 아니라 저자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100퍼센트 경영 현장을 통해서 깨달은 것들이라 굉장히 현실성있고, 속 시원한 대안들이 아니었다 싶다. 연 매출 350억 원 무사시노의 경영 전략이 궁금하다면, 무조건 성공하는 회사를 만드는 비밀이 궁금하다면, 일 못하는 신입 사원도 핵심 인재로 키우는 비결이 궁금하다면, 돈 잘 버는 사장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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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 수업 - 신경 쓰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우에니시 아키라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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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둔감하다'는 말에는 좋은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둔감한 게 더 나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조금 둔감해야 행복하고 에너지 넘치는 삶을 누릴 수 있죠.... 둔감하다는 말은 남보다 부족하거나 어리석다는 게 아닙니다. '느긋하게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일로 애태우지 않고 활기차게 즐거운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지요.    p.23~24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불편한 사람과의 관계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업무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참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스트레스 사회에서 여유롭게 살아가려면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를 내는 당신에게, 너무 예민해서 몸과 마음이 아픈 당신에게 우에니시 아키라는 말한다. 지금 당신에게도 '둔감력'이 필요하다고. 조금 둔감해지는 것만으로 인생이 술술 풀릴 수 있다고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많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유연한 마음의 힘을둔감력이라고 말한다. 둔감력을 가진 사람은 일과 인간관계에서 사소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고민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일이 없어 그만큼 인생이 여유롭고 편안해진다고 말이다. 사실 감정이나 감각이 무디다는 뜻의 둔감하다는 대부분 부정적인 느낌으로 사용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둔감해지라는 말이 바보처럼 살라는 말이 아니라, 작은 일로 초조해하지 말라는 의미라면 어떨까.

 

 

"그렇게 힘든 일이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떠들다니, 어쩜 저렇게 둔감할까?"

누군가는 이렇게 빈정거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조금 둔감한 사람이 부정적인 감정을 빨리 털어 내고 밝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잘 기억하는 것만큼 잘 잊는 것도 중요합니다. 살다 보면 기억하고 싶은 일만큼이나 잊고 싶은 일도 많으니까요.   p.142

살다 보면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 인간관계, 연애, 돈 등등.. 뜻대로 되는 일보다는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럴 때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고 저자는 말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마음에 쌓아 두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뿐 상황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비록 삶이 내 맘 같지 않더라도,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조금은 둔감하게 살아가는 게 현명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민감한 사람은 풀리지 않는 일에만 신경을 쓰고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생각이 치우치겠지만, 둔감한 사람인 일이 잘 안 풀려도 크게 고민하거나 낙담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에 둔감해지다 보면, 꿈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지름길도 보일 수 있다. 그러니 조금은 걱정과 불안에 둔감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성심학의 대가가 알려주는 불필요한 일, 관계,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답답한 인생을 여유롭게 풀어내는 9가지 둔감력 수업을 통해 당신도 훨씬 자유롭고 편안하며 느긋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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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태도 - 꾸준히 잘 쓰기 위해 다져야 할 몸과 마음의 기본기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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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에 적합한 사람으로 존재하려면 가장 먼저 일상적 자아를 벗어버려야 한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날씨와 사과 가격을 걱정하는 사람,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에게 창피를 당했던 사람, 지난 20년 동안 흡족할 만큼 충분히 글을 쓰지 못한 사람, 손님이 온다며 미친 듯이 집 안을 청소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기를 그만두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벗어버려야 한다.   p.20

글쓰기에 관련된 책은 이미 너무도 많다. 문장, 캐릭터, 플롯..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구체적으로 작가가 되기 위한 절차 등을 다루고 있는 책들을 나도 꽤 많이 읽어본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독특하게도 글을 쓰기 위한 '태도'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가로막는 무수한 이유로부터 당신의 글을 지킬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바쁜 일상에서 쓰는 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또한 어떻게 하면 상상했던 글쓰기 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마법이 일어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 에릭 메이젤은 여러 권의 책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명한 창의력 컨설턴트로 20년 넘게 작가, 미술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을 상담하고 코치해왔다. 그렇게 글쓰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깊이 있는 경험을 토대로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다. 총 여덟 챕터에 걸쳐 직접 글을 쓸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는 최적의 글쓰기 공간 만들기, 불필요한 감정을 다스리고 잡념에서 벗어나는 방법, 상상력을 회복하는 방법 등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각각의 챕터 속에 담긴 글마다 마지막에 'LESSON'이라고 키 포인트를 정리해서 요약해주고, 'TO DO'라고 해서 그에 맞는 실제 독자들이 해볼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 동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단지 동기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온 분야에 관해 훌륭한 논픽션 책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단순한 동기에 불과하다. 동기는 작은 장애물만 만나면 바로 약해진다. 글의 첫 번째 페이지 어딘가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불타오르지 않는다면 실제로 무언가를 창조해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작품을 위해 뜨거워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흥분하라! 약간 미쳐도 좋다.    p.144~145

왜 마음먹은 만큼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일까, 왜 글쓰기에 몰입하기가 이렇게나 어려울까. 아마도 '글이 쓰고 싶다'는 막연한 욕망을 현실적으로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법한 문제들이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의 글쓰기의 문제는 작법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고. 우리는 글쓰기를 회피하기 위해 동원했던 모든 핑계와 변명을 포기해야 한다. 너무 바쁘다, 너무 피곤하다,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너무 많은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책상에 앉으면 불편하다 등등... 사소하지만 글쓰기를 가로막는 데는 치명적인 수만 가지 이유들을 넘어서야 비로소 제대로 꾸준히 쓰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실제로 글을 쓰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챕터 부분이었다. 사실 글쓰기 공간은 의자와 테이블, 고요한 그리고 약간의 경외심이면 충분하다. 물론 필요하다면 원하는 다른 어떤 것을 추가해도 좋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단순해지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이의 목표는 오로지 집중하는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저자는 이 책에서정말 글을 쓰고 싶은가?’ ‘, 무엇 때문에 쓰는가?’ ‘지금은 왜 글쓰기를 멈췄는가?무엇이 글쓰기를 방해하는가’ ‘못 쓰는가, 안 쓰는가’ ‘진짜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인가?’ 등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를 생각하고, 말하고, 써보며 연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그러니 이 지침들을 따라가며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든 꾸준히 자신의 글을 써나갈 수 있는 단단한글쓰기 근육이 길러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글을 쓰고 싶은 욕망과 쓰지 못하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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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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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이 지루함과 동의어는 아니다. 대사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본 영화라면 분명 당신의 인생영화일 것이다. 그 영화는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있어도, 결말을 이미 알고 있어도, 언제 보아도 새로운 감동을 전해준다. 마찬가지로, 겨울이 지나고 매번 찾아오는 봄이 지루하지 않고 설레듯, 여행지에서 돌아와 집같이 익숙해진 사람과의 사랑은 언제나 찾아오는 봄같이 따뜻한 설렘을 준다.   p.83

7개국 80만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1cm' 시리즈의 김은주 작가가 4년 만에 출간하는 에세이이다. 어쩌다 보니 '1cm'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 읽었는데, 카피라이터 출신의 작가답게 감각적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문구들이 마음을 건드리는 시리즈라서 가볍게 읽기에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면 처음 《1cm》 라는 책을 만났던 것이 2008년이니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이후로 일센티 플러스, 일센티 아트, 일센티 미니북까지 시리즈들을 만났었고, 작년에는 세계적 포토그래퍼 에밀리 블링코와의 콜라보로 완성한 <기분을 만지다>도 읽었다.

사실 '1cm'라는 수치는 실제 측정되는 크기로 눈금 열 개짜리, 손톱보다도 더 작은 분량이다. 그런데 그 작고도 하찮은 그것만큼의 마음으로 우리는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아무 것도 아닌 말로 상처 받고, 사소한 행동 하나로 위로 받고,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행복해지고, 맛없는 점심 한끼로 기분 나빠지고.. 지나고 나면 별 것 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게 절대 아닌 그런 일들 말이다. 그래서  '1cm' 시리즈'는 너무 바빠 죽을 것 같을 때 딱 '1cm 만큼의 여유', 도저히 풀리지 않는 난관에 봉착해 있을 때 '1cm 만큼만 생각을 바꿔보는 발상의 전환', 반복되는 일상에 의욕이 사라져 갈 때 잊고 있던 내 어린 시절의 꿈, '1cm 만큼의 설레임'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기존 시리즈에 비해서 이번 책에서는 좀 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로 인해 성장하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1cm 더 사랑하는 만큼 1cm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그려내고 있다.

 

낭만적 믿음에, 자주 가는 레스토랑, 자주 가는 옷 가게, 자주 가는 병원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이성적 믿음이 더해진다면, 수많은 경우의 수를 통해 이 사람이 건네는 위로는 따뜻한 수프 같고, 이 사람의 포옹은 바람 부는 날의 스카프같이 포근하며, 힘들거나 아픈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진짜 확신이 든다면, 그 사람과의 사랑은 아름다움에 견고함까지 갖춘 건축물이 되는 것이다.   p.142

저자는 말한다. 행복이 가장 싫어하는 세 가지 단어가  지금 말고 그때. 이곳 말고 거기. 당신 말고 그 사람.”이라고. 내가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현재,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말이다. 앞만 보고 달려 가느라 너무 가까운 곳에 있는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어두운 날도, 사실 어느 정도는 밝은 날이었고, 정말 어두운 날도 그만의 괜찮은 부분이 있는 날이라는 것을, 그렇게 긍정 마인드라는 힐링이 페이지 곳곳에 묻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유치하거나 평범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따뜻해서 참 좋았다. 사랑은, 평범해도 괜찮다는 위로와 누군가에겐 특별하다는 위안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늘 이기라고 말하는 세상 속에서 지는 게 억울하지 않다는 기분 또한 사랑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평온이다.

내가 일센티 시리즈를 좋아했던 이유는 너무 사랑스러운 그림들도 그렇고, 실려있는 글들이 모두 긍정적이라 책을 다 읽고 나면 어쩐지 내일은 나에게 조금 더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이상하게 걱정 거리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부정적인 내가 사라지고 마냥 긍정적인 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책 역시 짧지만 다양한, 깊이 있지만 무겁지 않은 이야기들은 지치고 외로울 때, 언제든 펼쳐서 읽으면 나를 위로해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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