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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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로 판결해버리면 판사는 마음 편하다. 억울한 죄인을 만들 가능성은 제로가 되니까. 하지만 그걸로 된 건지는 알 수 없다. 피해자가 사적으로 보복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해놓고서, 정작 처벌을 맡은 국가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법관은 당위 말고 다른 건 고려할 필요 없어, 하고 외면하면 그만일까. 살의를 품은 예비 범인을 안심시키는 판결이 되지는 않을지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완전 입증을 요구할수록 오판 가능성은 낮아진다. 판사의 마음은 이쪽이 편하겠지만 그만큼 완전범죄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판사는 그 책임은 지지 않는다.   p.53

작가이자 판사로, 이제는 변호사로 활동 중인 도진기 작가의 신작 논픽션이다. 도진기 작가의 국내 출간작들은 거의 다 읽었지만, 어쩐지 이번 신작은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이라서 더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다. 아무래도 그가 장편소설을 여덟 편이나 발표한 소설가이긴 하지만, 판사로, 변호사로 법의 최전선에 여전히 몸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만큼이나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이었다. 어려운 법률 용어들도 등장하고, 구체적인 사건 전개 과정 등이 나열되는 등 다소 딱딱할 수도 있는 글인데도 너무 술술 잘 읽혀서 깜짝 놀랐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논픽션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에는 도진기 작가가 변호사가 된 후 2017 7월부터 2018 8월까지 경향신문에 연재한 <판결의 재구성> 원고와 각 파트 끝에 조선일보 <일사인언> 코너에 쓴 짧은 수필들이 수록되어 있다. 도진기 작가가 경향 신문에 연재한 '판결의 재구성'을 가끔 읽었었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에 담아 놓고 보니 정말 훌륭한 논픽션이 된 것 같다. 김성재 살인사건, 낙지 살인사건, 이태원 살인사건,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 등등...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다 알고 있는 그 사건들의 실제 판결 과정과 결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작가 도진기가 20년 판사 생활을 통해 들여다본 가장 뜨거웠던 30번의 판결들을 모은 것인데, 사건이 아니라 판결을 들여다본다는 점에 있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건의 제목만 보고는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는 사실들, 언론에 숱하게 보도 되었던 정보들의 나열이 아닐까 추측했던 점은 책을 읽으면서 완전히 판단 착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중의 입장에서 들어서 알고 있던 정보들의 나열과 실제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해당 사건들의 진행 과정과 판결을 낱낱이 분석해서 도출한 사실들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이 책만이 줄 수 있는 생생한 논픽션의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 틈으로 인해 진범을 놓치는 일은 안타깝다. 그러나 그 틈을 메우는 건 법 이론이 아니다. 합리적 의심 기준을 완화하면 억울한 이들이 생기기 쉽고, 반대로 강화하면 범인이 빠져나가기 쉽다. 여기서 필요한 건, 혹은 앞으로 더 필요한 건 수사 기술과 시스템이다. K 순경 사건에서처럼 현장 경찰관의 엉성한 기록만을 믿고 법의학적인 판단을 해서는 오류를 피할 수 없다. '외부인 침입 가능성'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건, 초동 수사에서의 법의학적 자료 확보와 과학적 분석, 감정 같은 것들이다. 그 발전이 언젠가 법률가들을 '합리적 의심'에 대한 고민에서 완전히 해방시킬지도 모른다.   P.287~288

이 책의 부제는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이다. 사람들은 재판이 재판 외적인 이유로 왜곡되고 있다고 비판을 한다. 도진기 작가도 이 책을 통해 말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말은 이젠 거의 법정에 대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는 거나 다름없는 수준의 클리셰가 되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법정 밖의 시선과는 다르게 법정 안의 일반적인 정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무의식적인 편향이 있을지 모르지만 의도적으로 달리 대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이니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을 테고, 실제로 돈이나 사회적인 지위로 재판에서 유리하게 판정이 되곤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차별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판결의 안쪽을 들여다보고, 더 나은 판결을 위해 고민하는 작가의 시선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각각의 사건에 대한 케이스에 대한 과정과 판결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나면, '그저 공상에 불과한 것인데'로 시작하는 '다른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덧붙여졌다. 법률가로서가 아니라 소설가로서의 몽상이라며, 비법률가적인 공상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이런 대목들을 가장 흥미롭고, 통쾌하고, 속시원하게 읽었다.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건의 부당함과 안타까움도 담고 있고, 추리소설 독자로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상상력도 놓치지 않으면서, 법률가로서의 통찰력도 있는 의견들이기 때문이었다. 판결의 논리와 상식이야말로 시민의믿는 구석이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던 이유도, 올바른 판결이 시민들의 억울함을 풀고 법의 힘으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줄 거라는 믿음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은 희망이 보였던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각 파트의 끝에 수록된 짧은 에세이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주로 그의 독서 편력을 엿볼 수 있는 책에 관한 짧은 단상들인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가 20대에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들, 교고쿠 나쓰히코의 <망량의 상자>와 오쓰이치의 <GOTH 고스>에 대한 특별한 리뷰, '히가시노 게이고를 지옥으로 보내겠다!'는 홍보문구를 떠올렸던 이유 등등... 도진기 작가의 개인 서재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글들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작년에 문유석 판사님도 쾌락독서라는 책을 쓰셨는데, 도진기 작가님의 독서, 책 읽기에 관한 에세이도 따로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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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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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시대다. 산업화에 성공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이 모든 업적을남의 이야기라고 느낀다. 행복감은 떨어지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민주화를 이룬지 30년이 넘었는데, 정작 투표장에 가는 유권자는 줄었다. 촛불혁명을 이루었다는데, 시민의 정치효능감은 바닥이다. 풍요의 역설이자 민주화의 역설이다.   p.11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은 2017년 여름부터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으며, 이 배움의 현장을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서가명강 시리즈이다.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 수학교육과 최영기 교수에 이어 이번에는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가 바톤을 넘겨 받았다. 이 책은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가 한국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안한 대중교양서이다.

제목부터 임팩트가 있다.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 부정적인 답변을, 고민도 없이 하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서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이 모든 업적을 '남의 이야기'라고 느낀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개인의 생애와 사회의 구조, 그리고 그 사회의 역사라는 세 꼭짓점을 자유롭게 오가는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이러한 역설의 시대에서 '사회의 품격'이야말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이다.

 

 

기본적으로 인권선언에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밑에 사람 있는 것이 사회구조다. 그래서 사회구조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불평등이다. 불평등이 구조화된다는 것은 그것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단순한 경제적 불평등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생활양식으로 굳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p.134~135

겉으로 보기에 한국은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기적의 나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한국인 스스로는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의 마음은 '불신, 불만, 불안'으로 가득하다. 물질적으로는 풍요한데 자살률은 급증하고 행복감은 폭락했으며, 정치적 냉소로 인해 투표율 또한 폭락했다. 저자는 이처럼 역설적인 사회현실을 들여다보면서, 한국사회가 이러한 역설에 빠지게 된 이유를 짚어 본다. 사회 시스템이 만드는 마음의 습관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이후 등장한 에코 세대(1979~1992년생)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세대 간에 드러나는 뚜렷한 갈등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속에서도 우리가 인간적으로 살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는 해결책을 여러 가지 데이터와 연구를 통해 밝히고 있는데,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매우 쉽게 읽혀 흥미로운 책이기도 했다. 나 역시 이 사회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가 별로 없는 사람 중 하나라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의 서두에서 '독자들이 사회학이 가진 종합적인 상상력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문구가 그다지 와 닿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사회의 품격'이라는 낯선 단어가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언젠가는 우리 나라도 '살고 싶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조금 가지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과거 경험과 전혀 다를 거라고 믿고 싶어졌다. 이 책을 통해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드리는 평온함을 갖기를, 그러나 바꿀 수 없는 것은 과감히 바꾸는 용기를 발휘하기를, 아울러 이 둘을 구별하는 예리한 지혜를 갖기를' 나 역시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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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뇌
케빈 데이비스 지음, 이로운 옮김 / 실레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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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래 정상적이고 비폭력적이던 사람이 그렇게 끔찍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머리에 가해진 충격, 뇌손상, 또는 기타 신경학적 이상이 그렇게 평소 성격과 전혀 다르고 폭력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을까? 그 가족에게 닥친 더 무서운 사실은 데이비드가 살인 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뇌가 손상된 것이라면 책임은 어디까지 져야 할까? 데이비드는 중대한 흉악범죄를 저질렀고 법의 잣대로는 기소 당해 마땅했다.   p.89

1991년 뉴욕에서 광고업에 종사하다 은퇴한 65세의 남성인 와인스타인이 말다툼 중에 아내를 살해했다. 전과기록이나 폭력 행동 이력은 전혀 없었다. 원래 평범하고 차분하고 침착하며 이성적인 사람이었던 그가, 어느 날 아내의 목을 조른 후 12층 높이의 아파트 창문으로 아내를 내던질 수 있는 걸까? 변호인은 와인스타인이 뇌에 있는 낭종 때문에 순간적으로 정신이상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미국 최초로 재판부가 피고인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PET(양전자 방사 단층 촬영) 영상을 배심원들에게 보여주도록 허락한 사건이었다. 뇌를 다치면 온화하던 사람도 폭력적인 성향으로 바뀔 수 있는 걸까? 과연 그는 뇌 이상으로 인해 아내를 살해하는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 걸까?

범죄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여러 해 동안 범죄 사건을 다루면서,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온갖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저지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범행을 학대받 은 어린 시절, 가난, 알코올, 약물 남용 또는 나쁜 친구들 탓으로 돌리는 것을 보아왔다. 그들 중 일부는 이해와 동정을 얻어 징역 대신 치료를 받게 되고, 또 일부는 과부하 걸린 형사사법제도하에서 비웃음 당하고 만다. 그는 뇌이상 항변이 일리가 있는지, 법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죄가 더 가벼운지에 대해 알고 싶어 신경과학과 법의 세계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점을 지지해줄 전문가를 찾아냅니다. 그 전문가의 역할은 의뢰인의 입장을 열심히 변호해주는 것이고요. 진실이 무엇인지는 상관없어지는 것이죠." 메이버그의 말이다. "신경과학은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동일한 자료를 놓고 두 사람이 각각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요. 실험을 되풀이해서 동일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과학자들이 실험을 약간 변경할 수도 있거든요."   p.168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악하고 비인간적인 행동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그 원인을 궁금해한다. 폭력이라고는 한 번도 저지른 적이 없던 남자가 어느 날 아내를 살해하고, 유능한 공사감독관이었던 남자는 뇌를 다친 후 폭력적이며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다정다감했던 가장은 계단에서 넘어진 이후 아내와 딸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운동 중 뇌진탕을 자주 경험했던 미식축구 스타가 끔찍한 가정폭력을 저지른다. 이들의 갑작스런 범죄 행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며, 뇌 손상과 이들의 행동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면밀한 관찰과 취재, 과학적 증명, 심리학, 사회학, 뇌과학, 신경과학을 넘나드는 심층 연구를 통해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진짜 이유를 밝혀내고 있다. 물론 법정에 선 '범죄자의 뇌'라는 테마는 실제로 현대 법률에서 가장 뜨겁고도 격렬한 논쟁의 주제이기도 해서, 책을 읽는 내내 명쾌하게 어느 한쪽으로 정답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사실 뇌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법에서 형을 면해줄 수 있다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좀 더 합리적인 사법제도, 범죄자에게 책임을 지우면서도 범죄자의 생각을 이해해볼 여지가 있는 제도를 만들고자 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병이 있는 사람이 정신이 건강한 사람과 반드시 같은 책임을 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과 이 불행한 범법자들은 이성적이거나 자발적인 선택을 할 능력이 부족하므로 어느 정도의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신이상이 있다고 해서 범죄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거나, 정상 참작이 되어 죄에 합당한 형벌이 아니라 치료를 받는 등의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 입장에서 쉽게 수긍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악용하는 범죄자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정신이상에 대한 의학적 해석과 법적 입장의 차이로 인한 공방도 있고, 무엇보다 시작이 어쨌든 결과적으로 중대한 흉악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했으니 법의 잣대로 기소 당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웬만한 스릴러 소설보다도 더 흥미진진한 최고의 논픽션'이라는 마이클 코넬리의 추천평처럼 전혀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범죄자의 뇌, 그리고 법정에서의 신경과학이라는 이슈는 모두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이 책이 그 속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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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가 그리는 10년 후 미래
W. 데이비드 스티븐슨 지음, 김정아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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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란 조립식 장난감부터 거실의 전구, 머나먼 열대우림의 나무와 목초지의 소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Thing'에 고유한 '식별 이름Distinctive Name'을 부여한 뒤, 그것을 인터넷이나 지역의 유무선 통신망으로 다른 사물과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이전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자연물과 인공물의 정보를 알아내고, 그것들을 융합하며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제조사와 유통사는 IoT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며,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를 미리 예측하고 행동할 수 있다. 그것도 모두 '실시간'으로 말이다. 이는 과거에는 완전히 불가능했던 일이자, 앞으로 모든 상황을 뒤바꿔놓을 '혁명'이다.   p.43~44

 

지난 4 8 ‘5G+ 전략발표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가까운 미래, IoT가 우리의 일상을 바꿀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IoT 기술은 5G 시대 개막과 맞물려 우리의 일상을 밑바닥부터 새롭게 뜯어고치고 있다. 이 책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IoT 솔루션을 담은국내 최초의 IoT 전략서.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초일류 거대 기업들이 처음으로 돌아가 조직의 사활을 걸고 IoT 혁신에 매달리게 된 과정을 바로 옆에서 관찰한 이 분야의 오랜 전문가다.

사실 IoT 라는 단어에 대해서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접해본 사람들도 구체적으로 우리의 실생활과 그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체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지도 모른다. 간단히 말해 가정의 기기들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스마트홈 기기들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홈키트에 '잘 시간이야'라고 명령하면, 그 즉시 필립스의 휴 전등이 꺼지고, 에코비의 온도 조절 장치가 취침에 알맞게 온도를 조정하며, 슐라게의 자물쇠가 알아서 잠기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일상과 맞닿아 있는 곳부터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의 기업에서 도입을 시작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한 ‘4가지 IoT 핵심 솔루션은 기업 관계자들이 읽어도 흥미로웠겠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기에도 매우 흥미로웠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일상에 스며들어 있지 않다면, 그저 허공에 떠 있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초연결 혁명이 초래할 변화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물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물론 이런 능력도 충분히 훌륭하다). IoT는 누구든 사물의 실시간 정보와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해당 자료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결과적으로 기업이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낡은 구조를 무너뜨려 '순환 기업'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정보 공유는 비단 사물과 사물 사이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경험과 취향이 뒤엉켜 상호 작용한다고 상상해보라.    p.294

 

이동통신 3사의 ‘5G 요금제 가입자 수가 10일 만에 15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IoT(사물인터넷)’ 분야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던 2007년에 이어, LTE 시대가 시작되었던 2012, 그리고 지금 2019년은 5G 시대이다. 그리고 이제 곧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진 '초연결 미래'가 열리게 될 것이다. 2020년이 되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스마트폰의 개수가 116억 개에 육박하고, 2021년이 되면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기기의 수가 460억 개를 넘어선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모든 디바이스가 IoT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데이터가 순환하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IoT, 5G, 빅 데이터, AI를 외치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그것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려워하고 있다. 이 책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공유되는 초연결시대 소비자들의 욕망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사고방식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조직을 초연결하고 싶은 경영자, 업계의 미래를 내다보고 싶은 실무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같다. 21세기 초연결 사회에서 모든 게 이어져 장벽이 허물어지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이 매우 유익하게 쓰일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진 초연결 미래가 열린다. 미래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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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 자연의 역사를 읽는 사람들
랜스 그란데 지음, 김새남 옮김, 이정모 감수 / 소소의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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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으레 그러하듯, 현장 연구지를 찾는 것 또한 진득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한 겹 한 겹 쌓아 올려야 하는 과정이다. 초창기에 나의 목적은 뷰트 지역을 탐사하는 것일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5,200만 년 전의 생태계를 더욱 깊이 파악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연구에 필요한 샘플 물량을 확보하려면 이 지역의 사람, 장소, 기관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P.66

1990 8 12, 수전 헨드릭슨은 생애 최고의 고생물학적 발견을 한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표본이었다. 이후 몇 주 동안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 티라노사우루스 ''의 뼈를 발굴해냈다. 뼈대는 약 9미터 깊이의 실트암, 사암, 모래 층에 묻혀 있었고 트랙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파내야 했다. 땅 주인이 차량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날마다 그들은 걸어서 오가야 했다. 38도가 넘는 무더위에다 강렬한 햇빛 아래서 바늘, , 칼을 사용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다. 그들은 2주 넘게 매일 열두 시간씩 작업한 끝에 ''의 뼈를 담은 실트암 덩어리를 땅에서 분리해낸다. 그러고 나서 뼈 하나하나의 위치를 기록하며 조심스러운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들여 발굴한 ''는 전 세계의 티렉스 뼈대 화석 중에서도 가장 거대하고 완전한 표본이 된다. 이 화석은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아이콘으로, 중앙홀 한가운데에 장엄하게 전시되어 있다. 몸길이가 13미터인 공룡 ''의 뼈대는 바로 시선을 압도하는 이 책의 표지 사진이기도 하다.

이 책은 미국의 3대 자연사박물관 중 하나인 필드 박물관에서 33여 년간 큐레이터로 활동한 랜스 그란데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명료하면서도 지적인 대중 과학서이다. 필드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연사박물관 중 하나로, DNA에서 공룡에 이르는 2,700만 점이 넘는 표본을 소장하고 있다. 1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큐레이터들은 이 소장품들을 모아서 우리 지구의 생물학, 지질학 및 인간 문화를 연구하고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로 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이 바로 랜스 그란데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게 된 첫 계기였다.

 

 

인간 유골의 소장이 자연사박물관에 중요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유골 자료는 문화 및 자연인류학 연구에 큰 역할을 한다. 과거의 모습을 모른 채로 지금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종인지 알 수는 없다. 이는 인간의 해부학에서 범죄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아주 중요하다. 최근에는 인간 유골을 이용해 DNA를 분석하고 질병의 진화 과정을 연구해서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도 응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골은 아무래도 인간의 사체이기 때문에 극도로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고 관리하는 데도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p.293~294

박물관 내의 과학자로서의 큐레이터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 화석과 표본 등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견되고, 복원되어 대중의 눈앞에 전시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자연사박물관은 자연과 인류 문화사를 기록하고 새로운 발견과 연구, 그리고 탐구를 통해 다양한 과학 지식을 대중과 공유하는 곳이다. 그러한 자연사박물관을 유지,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연구 현장으로 뛰어드는 이들이 바로큐레이터이고 말이다. 게다가 책에 수록된 240여 장의 사진과 이미지 또한 매우 고퀄리티라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 자연사박물관을 둘러보고, 실제로 현장을 체험하는 듯한 기분 마저 들었다. 또한 자연사박물관이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미래 비전, 박물관 큐레이터의 역할 변화,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과 이슈, 놀랍고도 특이한 사건, 자연사박물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과 그 뒷이야기 들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게 그들의 서사에 몰입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우리도 이 지구상에 수십억 년간 존재해온 수백만 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화석 기록을 통해서 기후변화의 엄청난 여파, 지구 생명체의 멸종, 그리고 인류의 생존이 당연하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니 고생물학과 지질학은 '우리에게 세월의 방대함과 우리 인간이 그 중 얼마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큐레이터들이 발견하고 복원한 수많은 화석과 표본이 없었다면 지구상의 동식물과 광물, 그리고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사박물관에서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탐험의 세계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 화석부터 식인 사자, 인간 유골을 둘러싼 이야기까지 끊임없이 당신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만한 페이지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앞으로는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할 때 완전히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주며 자연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으로서 자연사박물관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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