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죽이고 싶다.

속이 후련해질지도 모르니까. 그게 다다. 특별히 재미있어 보인다거나 즐거워 보여서 이러는 건 아니다. 엽기 살인 사이트 등을 보는 사이에 감화되어 흥미가 생긴 것도 아니다. 여하튼 세상에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우둔한 쓰레기들뿐이다. 하나같이 아무런 목적의식도 없이 그저 멍하니, 의미 없이 살고 있다.   p.9~10

발견된 시신 주변으로 두부가 산산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져 있다. 아무리 봐도 시체는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두부라니. 두부처럼 부드러운 걸로는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살인의 도구로 사용할 수 없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엉뚱하고도 파격적인 제목과 표지 이미지가 시선을 사로 잡는 작품이다.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로 알려진 구라치 준의 단편들을 모은 미스터리 작품집으로 여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본격 미스터리와 일상 미스터리, 바카미스적 트릭, 패러디, SF적 상상력 등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어 흥미롭다.

<ABC 살인>은 제목 그대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걸로 보인다. A, B, C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차례로 살인당한다는 모티브를 가져와 구라치 준은 동생을 죽이고 싶어하는 주인공이 묻지마 살인 사건을 알파벳 연쇄 살인으로 조작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사내 편애>라는 작품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종의 SF작품인데, 짧지만 임팩트있는 이야기를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불필요한 것이 너무 많다는 발상에서 시작해 개발된 시스템이 한 회사의 인사 관리를 하는 마더컴퓨터로 활용이 되고 있다. 회사 안의 컴퓨터는 전부 마더컴과 연결되어 있었고, 모든 사원들이 이 시스템의 지도하에 놓여 승진, 연봉 인상, 인사이동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마더컴이 특정 한 인물을 편애하기 시작하고, 그 사실을 회사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발상도 신선했고, 진행되는 스토리도 유쾌했던 작품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건 대체 뭔가?”

나도 처음부터 그것이 걸렸다. 시체의 머리 부분을 중심으로 하얀 것이 산산조각 나서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두부다. 앞으로 쓰러진 시체와 그 주변에 흩어진 두부. 게다가 시체의 후두부에는 사각 물체의 모서리로 구타한 상처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인다. 1944 12월 초순. 제국육군특수과학연구소 2-13호 실험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p.157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은 유독 기묘하고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작품들이었다. 표제작인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도 그렇고, 입에 하얀 대파가 꽂히고 시신 주변으로 케이크가 놓여 있는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 등 기발한 살인 현장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다만 그 설정의 참신함에 비해 트릭이나 반전은 다소 약해서 아쉽긴 했다. 특히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2차 세계대전 당시 이상한 연구를 하는 미치광이 과학자에게 욕을 먹었던 병사가 살해당하면서 시작하는데, 결말이 좀 어처구니 없다고 할까. 여기서 진행되는 실험 자체도 좀 말이 안 된다 싶을 정도로 엉뚱했는데, 살인 사건의 결말 역시 다소 의아하다 싶을 만큼 이상하고 싱거웠다.

마지막으로 분량이 가장 긴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은 구라치 준의 기존 작품에서도 만나왔던 네코마루 선배가 등장하는 밀실 추리물이다. 정해진 직업 없이 여기저기 불쑥 나타나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면 득달같이 달려와 참견하는 오지랖 넓은 한량 캐릭터, 네코마루 선배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매우 반가울 것 같다. 무심한 듯 다정한, 엉뚱하지만 매력있는 캐릭터라 이번 단편에서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작품도 있었고, 다소 아쉬운 작품도 있었지만, 작품 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구라치 준의 다양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집이 아닌가 싶다. 본격 미스터리와 일상 미스터리를 넘나들며미스터리계의 교과서로 불리지만, ‘좀처럼 일을 안 하기로 정평이 난 작가라는 농담이 떠돌 정도로 과작인 작가이기도 하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셀 서양철학사 을유사상고전
버트런드 러셀 지음, 서상복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증명하거나 반증할 문제는 없습니다. 유일한 문제는 플라톤이 바란 국가를 좋아하느냐 싫어 하느냐는 것입니다. 당신이 플라톤의 국가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선하고, 싫어 한다면 악한 셈입니다. 만일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동시에 또 여러 사람이 싫어 한다면, 플라톤의 국가가 선한지 악한지는 이성이 아닌 실제로 행사되든 은폐되든 무력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철학에서 생겨난 쟁점 가운데 하나로 여전히 미결로 남아 있다. 쟁점을 둘러싼 양측에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이 있지만, 플라톤이 주창한 견해가 아주 오랫동안 거의 논박되지 않은 채 주류를 차지했다.   p.181

 

을유사상 고전 <한 달 읽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고른 책은 <러셀 서양철학사> 1,056페이지의 분량을 자랑하는 두툼한 책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 버트런드 러셀이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현대 분석철학까지 서양 철학사를 분석적 방법으로 꿰뚫은 책으로 2500년 동안 발전해 온 서양 철학에서 일관된 철학적 주제를 하나하나 찾아내 흥미진진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번에 국내 출간 10주년을 맞아 재편집한 내용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었는데, 사철 제본과 PUR 제본이 합쳐진 페이퍼백이라 두꺼운 페이지에 비해 무게가 굉장히 가볍다. 물론 가벼워지고 가격도 내려갔지만, 페이지 마다 글자 수는 더 빼곡하게 들어 차 있어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은 책이긴 하다. 그래도 작은 판형과 가벼운 무게로 인해 휴대가능한 판본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고, 개정판에는 관련 도판도 60여 점이 새롭게 수록되어 더욱 가독성을 높여 주고 있다. 사실 너무 유명한 책이지만, 누구라도 쉽게 엄두를 낼 수 있는 분량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개정판은 보급판의 느낌이고, 표지며 판형, 디자인 등등이 모두 접근하기 다소 쉽게 만들어 졌다. 그러니 기존에 읽고 싶었는데 도전하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놓치지 말고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학설에는 명백한 논리적 난점이 있다. 덕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선이라면 자비로운 섭리는 오로지 덕을 이루기를 바라야 하는데도, 자연의 법칙은 무수한 죄인을 양산한다. 덕이 유일한 선이라면, 잔혹한 행위와 불의가 피해자에게 덕을 실천하는 최선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도 없어진다. 스토아학파는 이러한 난점을 지적하려 애쓴 적이 한번도 없다. 만일 세계가 완전히 결정되어 있다면, 자연 법칙들이 내가 유덕한 존재가 될지 부덕한 존재가 될지 결정할 것이다. 만일 내가 사악하다면, 자연이 강제로 나를 사악해지게 한 것이고, 덕이 준다고 가정된 내게 가능한 것이 아니다.   p.342~343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저자의 개성과 주관이 강하게 반영된 책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역사를 보는 관점이란 마냥 객관적일 수만은 없다고도 생각한다. 옮긴이 역시 러셀의 분석적 방법이 몇몇 사람의 오해와 달리 특정 학파가 주관적으로 선호하는 방법이 아니라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토론하는 모든 사람이 이성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라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먼저 고대 철학은 소크라테스 이전 그리스 문명의 발전으로 시작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분석하고,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헬레니즘 세계와 스토아학파 등으로 이어진다. 중반부의 가톨릭 철학은 아우구스티누스부터 르네상스까지 유럽 사상을 지배한 철학들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근현대 철학이었는데, 중세를 벗어나 교회의 권위가 낮아지고, 과학의 권위가 높아진 시대였다. 또한 근대의 철학은 대체로 개인주의와 주관주의로 기울었기에, 지금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사상가들이 많을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카를 마르크스 등등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상들과 그들의 철학이 사회, 정치 환경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내용은 거창한 두께와 무게에 비해서 너무 술술 잘 읽혀서 놀랐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대목과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은 책이었다. 방대한 분량과 엄청난 페이지 수에 비해 책장은 참 술술 넘어 가서 읽으면서 의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방대한 두께의 책을 아무리 재미있게 읽었기로서니,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기란 철학에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 없는 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러셀이 단순히 철학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있지 않고 책을 읽는 독자들이 철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명쾌하고 재미있게 쓴 책이라, 누구라도 쉽게 철학에의 입문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그러니 당신도 도전해보시길. 서양 찰학사에 관해 가지고 있던 '어렵고,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다는 모든 편견'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들기 전에 동물원 사이트에 들어가 라이브 캠으로 판다를 보곤 한다. 화면 속 판다는 자거나 졸거나 멍때리거나 가끔 대나무 잎을 먹고 있다. 그 통통한 삼각김밥 모양의 뒤태를 보며 하루를 반성한다. 너무 부지런히 살았던 건 아닌지. 돈벌이에 눈이 멀어 나의 귀여움을 뽐내는 걸 소홀히 했던 건 아닌지. 내일은 더 대충 살자. 다리가 짧아 엉덩이 대신 허리로 앉는 판다처럼.    p.19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어피치, 튜브, , 무지, 프로도, 네오, 제이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의 사랑스러운 여덟 캐릭터와 젊은 작가들이 만났다.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그 두 번째는 바로 귀여운 악동 어피치와 울리다 웃기기 전문 악동 작가 서귤이다. 애교 넘치는 표정과 행동으로 카카오프렌즈에서 귀요미를 담당하고 있는 어피치의 핑크핑크 에너지가 가득한 책이다.

 

섹시한 뒤태와 아름다운 분홍빛을 무기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어피치! 뒤집어진 복숭아 모양이라 엉덩이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귀염뽀짝 뽀샤시 캐릭터라 그런지, 이번 에세이의 제목도 너무 그럴 듯하다. 그런데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하다니, 무슨 뜻일까.

저자는 말한다. 길바닥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문득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실토실 말랑말랑, 그 어떤 거친 바닥에서도 나를 폭신폭신하게 받쳐주는 엉덩이. 심한 말, 못된 말, 독한 말을 들은 하루 몽실몽실 내 마음을 감싸주는 마음의 엉덩이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너는 가장 최근에 달려본 적이 언제냐고 물었고, 나는 생각이 나질 않아 입을 다물었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어.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려본 게 언젠지. 어느 순간 알아버렸거든. 내가 달리든 걷든 기든 이 고만고만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이를 테면 이번에 신호등을 건너든, 4분 후에 건너든 나의 삶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말이야.     p.182

이 글을 읽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웬만한 순간에는 달리질 않는 어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려본 건 너무도 까마득하다. 단순히 귀차니즘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조금 빨리 간다고 해서 인생사 뭐 크게 달라질 거 있나 싶은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길을 가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면 그들의 그 에너지가 눈부시게 느껴지곤 했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유치하다고 느껴질 만큼 가벼운 글들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유머와 밝음이 위로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타켓층은 정확히 10 20대 사회 초년생 정도가 아닐까 싶다. 30대만 넘어가도 오글거리는 감수성으로 느껴질 테니 말이다. 어피치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읽어야 하고, 평소에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카카오프렌즈가 사실 글보다는 라이언이나 어피치등 카카오 프렌즈 친구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책이긴 하지만, 사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책을 집어드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그러니 뭐 꼭 에세이가 진지하고 심오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힐링과 위로라는 테마로 쓰인 에세이들이 모두 겉모습은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비슷하기도 하고 말이다. 사랑스럽고 너무도 익숙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페이지 곳곳에 나타나서 그 귀여운 자태를 뽐내주는 것만으로 마음 속에 작고 동그란 행복들이 가득 차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라... 다음에 나올 카카오프렌즈 시리즈도 기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지금까지 했던 올바른 결정들은 직감에 귀를 기울인 덕분이었다. 모든 잘못된 결정은 내 안에 있는 그 작고 조용한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결과였다. 우리의 삶은 우리에게 속삭이며 넌지시 말한다. ",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그 속삭임을 무시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돌멩이를 던지면서 경고한다. "문제가 있어. 위험해." 이 신호를 계속 무시하면 불가피하게 묵직한 벽돌에 머리를 맞은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삶이 벽돌 담장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p.88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 오프라 윈프리, 그녀는 2011 25년간 지켜온 <오프라 윈프리 쇼>를 은퇴하며 자신의 이름을 건 OWN 채널을 설립했다. 그리고 현재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각계각층의 명사들을 초청해 솔직하고 통찰력 있는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슈퍼 소울 선데이>를 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고정 시청자만 100만 명 이상, 9년간 16시즌을 거듭하고, 에미상을 일곱 차례나 거머쥔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이 책은 오프라 윈프리가 <슈퍼 소울 선데이>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마음 깊이 와닿은 말들을 순간순간 기록해둔 작은 노트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수많은 명사들의 사상과 오프라 윈프리의 깨달음과 생각들이 담겨 있다. '연금술사'의 파울로 코엘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엘리자베스 길버트,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의 잭 캔필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의 에크하르트 톨레 등의 유명 작가들과 세계적인 기업가 등 존경 받는 명사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최고의 토크쇼 <슈퍼 소울 선데이>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셈이다.

지능이 직업적 성공에 미치는 영향은 25퍼센트에 불과하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성공, 직업에서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서 성공하게 만드는 요인의 75퍼센트는 지능이나 기술적 능력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낙관적인 생각, 우리가 하는 행동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믿음이다.    p.220

오프라는 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한 것들을 분야와 종교를 넘어 오랜 통찰과 지혜를 지닌 시대의 지성들에게 묻고, 그 답을 10개의 키워드로 나누어 전하고 있다. 그녀는 마이클 싱어와의 대화 중에 인도에 갔을 때 요가 수행자를 만났던 일화를 들려 준다. 그가 자신에게 명상을 하자고 청했고, 눈을 감고 몇 가지 사물의 이름을 말할 테니 다음 물건을 말하면 전에 말한 것은 잊으라고 한다. 당시에 그녀가 깨달은 것은 우리가 항상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거였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온갖 생각들을 머릿속으로 하며 산다. "나는 능력이 부족해. 나는 실업자야. 그가 나를 떠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우리 아이가 그런 짓을 했다니 믿을 수 없어." 등등...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이클 싱어는 말한다. 그것들은 생각에 불과하다고. 우리 자신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생각에서 우리 자신을 분리할 수 있을까.

그녀는 삶을 충만하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살아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금 내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오프라가 묻고, 세기의 지성들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책에는 삶을 바꿀 수 있는 놀라운 통찰력과 지혜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녀의 산타바바라 집과 주변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어 깨달음의 순간을 더욱 인상적으로 느끼도록 해준다. 영성과 영혼, 신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 등 약간 종교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현실에서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느낌도 드는 책이라, 복잡해진 삶을 가만히 들여다볼 여유가 필요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내일 1~2 세트 - 전2권
라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정말로, 살아갈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잖아요. 아저씨는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거잖아요."

"... 나는.. 놓쳐버린 시간이 너무 많은데.. 다시 한 번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나야 모르죠. 근데, 그전에도 많이 넘어졌지만 늘 다시 일어났잖아요. 그건 아저씨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거예요."    1, p.30~31

최고의힐링 웹툰’ ‘인생 웹툰으로 첫손에 꼽히는 네이버 연재작 <내일>의 단행본이다. 인물들 삶에 공감하며읽는 내내 울었다” “죽고 싶었는데 다시 힘을 내보겠다는 독자들의 리뷰가 줄줄이 이어졌던 작품이기도 하다. 네이버 평균 별점 만점!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이승과 저승, 천국과 지옥은 일정한 비율을 맞춰가며 무한한 순환이 이루어지는데, 주어진 수명을 다 살지 못하는 망자가 늘어나는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된다. 자살은 그러한 순환을 깨버리는 일이라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 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막는 저승사자가 등장한다. 그들을 찾아서 사정을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그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는죽은 자들을 인도하는 저승사자들이 사람 살리는 일을 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게을러터진 새X가 세상에서 자기만 제일 힘든 사람인 척하는 게 꼴사납지도 않으세요? 저딴 새X 때문에 열심히 하는 사람들까지 힘든 티 함부로 못 내는 거라고요!"

"500년을 넘게 존재해온 내게도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멋대로 평가할 권리는 없어. 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저런 생각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쟤 인생을 재단하고 평가해? 네가 뭔데? 단 한 사람의 단면만 보고 네 멋대로 한심한 인생이라고 쉽게 단정 짓지 마."     2, p.122~123

병원 외과 과장인 아버지에, 판사 어머니, 검사 큰누나에 의대생인 작은누나까지.. 빵빵한 집안에서 태어나 나무랄 데 없는 학벌과 넓은 인맥과 원만한 인간관계까지.. 무엇 하나 남보다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준웅, 그러나 세상이 미친 건지 지원하는 회사마다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 인턴에, 신입사원 공채에 심지어 알바 까지 다 거부 당하고 보니.. 대체 내가 뭐가 부족한 건지 좌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강 다리에서 자살하려던 노숙자를 말리려다 함께 떨어져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그런 그를 찾아온 건 바로 특별 임무를 수행 중인 저승사자 구련과 임륭구였다. 이들은 자살 가능성이 큰 이들을 찾아내 그들이 다시 한 번 삶의 의지를 갖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제안으로 준웅은 저승독점기업 ㈜주마등 특별 위기관리팀에서 일하게 된다.

1권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있는 중학생을 자살로부터 구제하기 위해 임무를 수행하고, 2권에서는 스무 살 재수생 남궁재수를 구하기 위한 작전 계획을 세우게 된다. 카리스마 넘치는 센 언니 구련, 잘생긴 외모와 달리 취미가 코 파기인 임륭구, 심성은 착한데 눈치는 없는 최준웅, 이들 삼인방이 빚어내는 좌충우돌 이야기도 재미있고, 죽으려는 자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불어넣으려는 저승사자들의 쿨한 한 마디들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작가의 말처럼,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힘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누군가가 보기엔 '겨우 저것 가지고?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별것 아닌 일이어도 당사자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수 있다. 아픔의 무게는 주관적일테니 말이다. 단행본에는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 등을 담은 '작가의 말'과 함께 주요 캐릭터의 개성을 한껏 살려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표지’, ‘미공개 컷등이 수록되어 있으니 웹툰을 재미있게 보았던 독자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