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너의 마음이 궁금해 -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한 것 투성이인 우리 아이의 행동
김지은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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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어른에게 없는 마술적 사고가 있습니다. 이런 환상이 창의성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없고, 다 해볼 수도 없기 때문에 마술적 사고가 있는 것입니다. 마술처럼 이루어질 것 같은 것이 바로 사실과 다른 거짓말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거짓말 속 진실을 엄마가 먼저 알아주면 아이들은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좋은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기 바랍니다.     p.132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기에, 누구나 다 육아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것 같다. 온갖 매체에서, 각종 책에서 육아에 관련된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이지만, 사실 이론으로 배우는 육아 정보란 현실에서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성격도, 행동도, 사고방식도 아이마다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티비에선 전문가들이 나와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 지에 대해 나름의 소견을 밝히고 있지만, 그 정보들이 정작 우리 아이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거나, 잘 맞지 않는다면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에 그치고 말테니 말이다.

 

이 책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며 떠올렸던 모든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종의 '육아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심리상담전문가들이 EBS 육아학교에서 실시간으로 엄마들과 나눈 ‘즉문즉답’을 묶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 엄마들이 육아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질문들이 가득 담겨 있다.

 

 

배운 대로 아이들에게 잘하려고 하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면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힘듭니다. 잘 안 될 때는 엄마들도 좌절하는 게 당연합니다. '내가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데 아이는 왜 이렇지' 하는 생각이 들고, 그것이 쌓이면 화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화가 많이 날 때는 심호흡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온몸에 힘을 주고 심호흡하면서 숨을 들이쉽니다...  감정이 올라온 순간에는 훈육이 안 되니, 최대한 감정이 진정되었을 때 이야기해야 합니다.    p.252~253

 

아이가 공격적인 놀이만 하려고 하거나, 과격한 행동으로 친구를 다치게 하거나, 또래에 비해 언어 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고 떼를 점점 심하게 부리거나, 악의 없는 거짓말을 자주 하고, 집에 오면 짜증을 많이 내고, 아침마다 교실에 들어가길 거부하고, 스스로 얼굴을 때리고 감정 조절을 못하거나,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하는 경우..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체 우리 아이는 왜 이럴까? 다른 아이들은 다 평범하게 크는 것 같은데, 왜 우리 아이만 이러는 걸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 에도 몇 번씩 온갖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우리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부모로서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내 자식인데 아이 마음을 정말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고, 아이와 잘 놀아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고,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한 것 투성이이다.

 

이 책은 그러한 엄마들의 궁금증 89가지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육아 멘토 4인이 들려주는 대답들을 담고 있다.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도 있었고, 알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었고, 실제 생활에서 바로 시도해볼 수 있는 팁들도 있었다. 아직 부모가 되지 않은 이들은 미처 짐작하지 못하겠지만, 실제 부딪히는 육아의 세계란, 책을 통해 만나고,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해 짐작했던 그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그저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부모로서 가장 큰 행복인데, 그것조차 그냥 방치해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 쉽지가 않다. 부모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마음을 헤아리려고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도 세상 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엄마도 마찬가지로 매 순간이 처음 겪는 일들 투성이라 너무도 어렵기만 한 것이 당연하다. 그럴 때 수많은 육아책들 중에서 이 책이 든든하게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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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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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할 수 없지... 우리가 전과자인 건 사실이니까. 인생이 그렇게 간단히 리셋되지 않아. 과거는 언제까지고 따라다녀.....  속죄는 할 수 있어도 실수를 저지른 과거를 지울 수는 없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의심받는 것도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참을 수밖에 없어. 그런 건 힘들지 않아. 다만 아무리 사실을 말해도, 애타게 호소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거..... 그게 제일 슬퍼."      p.145

 

여행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다카오는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술기운에 딱 한 번 각성제를 사용했다 적발되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 일로 인해 직장에서는 해고되었고, 갑작스러운 화재 사고로 집에서 나오게 되어 갈 곳이 없어졌다. 어쩔 수 없이 보호사에게 거주지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뭔가 독특한 셰어하우스 ‘플라주’에서 살게 된다. 일층에 있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집주인 ‘준코’ 외에 거주자는 남자 셋, 여자 두 명이었다. 욕실과 화장실은 공용, 식사는 제공이 되는데, 각 방에 문이 없고 커튼만 있다는 게 가장 특이한 점이었다. 입주자들은 서로의 사생활은 간섭하지 않으면서, 함께 밥 먹고, 술 마시고, 노래도 부르는 등 사이 좋게 지내고 있었다. 다카오도 점점 그들과 가까워지지만, 직업도 성격도 제대로 알기 힘든 사람들이었다.

 

다카오는 취직을 준비하면서 이곳 저곳에 면접을 보지만, 전부 다 떨어지고 알고 봤더니 자신의 과거 이력 때문에 그 어디서도 합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절망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그저 한 번의 실수였고, 실제로 집행유예를 받았으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믿고 있었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그저 '전과자'였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다카오는 플라주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저마다의 어두운 과거가 하나씩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플라주는 전과자만 입주 가능한 곳이었던 것이다.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혹은 애인이나 가족의 범죄 때문에, 폭력에 휘말려서, 분노를 억제 하지 못해 등등의 이유로 사회로부터 '전과자'라는 낙인 찍힌 사람들, 세상은 그들을 평범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프랑스어로 해변이라는 뜻의 '플라주'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점,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이자 일종의 완충지대였던 것이다. 준코는 왜 이런 범죄자를 위한 셰어하우스를 만든 것일까.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던 이들 전과자 여섯 명은 과연 사회에 제대로 발을 디딜 수 있게 될까.

 

 

"그렇지만 말이야, 반칙이란 언제 누가 할지 모르는 거고, 별 악의가 없어도 순간적으로 아차 해서 할 때도 있잖아. 단방에 퇴장당하면 반성이고 뭐고 없지만 그래도 우리처럼 재출장이 허락되면 한 번더 해보자. 하는 그런... 뭐랄까... 한번 시합에서 아웃당해본 인간만 아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한번 사회의 틀 밖으로 벗어나서 밖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 있다고 할까. 아아, 사회란이런 거구나, 법이란 이런 거구나.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됐구나 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건 절대 나쁜 면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p.175

 

혼다 데쓰야의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를 읽어 왔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신작의 분위기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것 같다. 성장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미모의 여형사가 주인공인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범죄 묘사에 있어 그로테스크할 만큼 잔인하다는 점이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지우 시리즈, 무사도 시리즈 등과 단행본 작품들에서도 스토리나 완성도와 별개로 잔혹하고 끔찍한 묘사가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작가 이름을 모른 채로 이 작품을 읽었다면, 바로 혼다 데쓰야의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전과자들이 등장하고 사건이 벌어지고 미스터리의 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따뜻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드라마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니 말이다.

 

입주자들 모두 전과자로 구성된 특이한 셰어하우스 '플라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각각의 전과자들의 사연과 함께 특정 범죄의 진상을 파헤치려는 기자의 시선으로 진행되고 있다. 칠 년 전에 벌어졌던 한 남자의 살인 사건이 수사 난항을 겪다 삼 년 만에 여자의 증언 번복으로 용의자였던 남자가 강도살인죄로 송치되었었다. 그리고 징역 십이 년의 실형을 판결받았는데, 당시 알리바이 증언을 뒤집었던 여자의 증언 철회로 항소심에서 무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였다. 기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사건을 좇는 것을 자신의 숙명 같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급기야 전과자인 척 플라주에 입주자로 들어가게 된다. 그가 살인범이라고 믿고 있는 남자가 플라주의 입주자 중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프리랜서 기자의 스토리와 플라주의 기존 입주자들의 사연이 별개로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교차되면서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매력을 보여준다. 기존에 혼다 테쓰야의 작품들을 읽어 왔다면, 이번 작품으로 그의 색다른 매력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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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생산성, 창의성, 혁신성을 높이는 6단계 생각법
팀 허슨 지음, 강유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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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창조하려면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생산적 사고는 상상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마법이 아니다. 더 창의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체계적 접근법이다. 실제로 우리는 훈련을 거쳐 생각을 더 잘할 수 있다. 연습할수록 더 잘하게 된다. 생각을 더 잘할수록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회사, 더 나은 인생을 만들 기회를 더 많이 얻는다.     p.41

 

리드 헤이스팅스는 인터넷을 통해 DVD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간단한 생각으로 1997년 넷플릭스를 창립했다. 그리고 2년 뒤, 영화를 빌려주는 대신 '영화를 볼 수 있는 자격'을 빌려주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 결과 넷플릭스는 3년 만에 100만 명 가까운 구독자에게 하루 평균 20만 개의 DVD를 발송하며 흑자를 보기 시작했다. 현재 넷플릭스의 규모는 전 세계 유료 구독자수 1억 8000만 명, 국내 매출만 연 5000억 원에 달한다. 시작할 때만 해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비디오 대여점을 온라인에 옮겨놓은 것이 불과했던 기업의 엄청난 성공에 대해서 저자는 '생산적 사고'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평범한 것에서 뜻밖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생각법으로 저자는 이것을 '좋은 혁신'을 뜻하는 텐카이젠 사고라고 표현한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힘, 옛것을 재생산하기보다는 새것을 만들어내려는 사고는 우리 행동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다. 다는 것이다.

 

생산성, 창의성, 혁신성을 높이는 생산적 사고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이제 ‘괜찮은’ 생각 대신 ‘탁월한’ 생각이 필요할 때라고 말한다. 게다가 생산적 사고는 누구나 단 6단계만 거치면 간단하게 배울 수 있고, 실무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효과적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생각이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일종의 기술'이라는 점이었다.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야만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누구라도 노력에 의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니 말이다. 즉 누구나 적절한 방법을 배우기만 하면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평생 동안 포춘 500대 기업부터 소규모 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조직과 함께 작업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의 결과물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계획을 수행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달러든 천만 달러든, 한 사람이 수행하든 100명이 수행하든, 하루가 걸리든 몇 해가 걸리든, 실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당신은 프로젝트 진행 도중 틀림없이 걸림돌이나 변화를 만나게 된다. 당신이 들린 노력의 가치는 계획 자체가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있다.    p.308

 

우리가 기본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본능적인 접근법은 3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문제를 인지하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고, 선택한 방법을 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법은 간단하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니 본능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모두 활용하는 전략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에 따라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생산적 사고는 아래와 같은 6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2단계: 무엇을 성공으로 삼을 것인가?
3단계: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4단계: 답변 생성
5단계: 해결 방안 벼리기
6단계: 자원 조정

 

우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해결이 필요한 문제를 확인하고 그것을 충분히 탐구해야 목표 미래를 명확히 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가 해결된 미래의 모습을 단단한 이미지로 확장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성공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하는 생산적 사고 프로세스에서 구심점이 되는 단계이다. 그러면 답변을 만들기 위해 해결을 위한 기초 수준의 아이디어가 도출되기 시작한다. 이제 초기 아이디어를 강력한 해결 방안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테스트를 거쳐, 해결 방안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활동과 자원을 파악해 책임자를 정하면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이론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도구와 사례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팁들이 가득했다. 업무상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할 때, 일상생활의 어려운 과제를 헤쳐 나가야 할 때도 생산적 사고가 필요하다. 나와 팀과 조직을 바꾸는 생산적 사고의 힘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생산적 사고를 활용하게 된다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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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밤하늘을 기록하다 NASA, 기록하다
NASA 외 지음, 박성래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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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제대로 올려다 본 적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쁜 도시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말이다. 별빛이 없어도 도심의 휘황찬란한 빛들이 밤을 어둡지 않게 만들어 주거나 혹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나쁜 공기들로 인해 맑은 날에도 밤하늘에 별들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런 모든 배경과 상관없이, 그저 여유가 없어서 하늘을 올려다 보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구도의 하늘 사진, 특히 밤하늘 풍경을 담고 있는 사진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아무 때고 할 수 있는 일이니 누구나 할 수 있다.

 

 

<NASA, 기록하다> 시리즈는 NASA가 유일하게 공식 인증한 도서로, NASA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해에 출간된 <NASA 행성을 기록하다>와 <NASA 지구와 우주를 기록하다>에 이어 이번에는 《NASA 밤하늘을 기록하다》가 나왔다.

 

이 책은 NASA가 지난 60년 동안 매일 밤 작업을 통해 포착한 밤하늘의 놀라운 이미지 중 일부를 담고 있다. 지상과 우주선에서 촬영한 별 사진들은 지구 밤하늘의 놀랍도록 다채로운 풍경들을 보여준다.

 

 

단순한 밤 하늘의 별들만 촬영한 것이 아니라, 일식과 월식, 야광운, 번개 그리고 지구 극지방에서 발생하는 오로라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까지 수록되어 있어 놀라웠다. 우리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넘어서는 우주의 그 무한한 모습들은 신비로우면서도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매 순간들이 작품처럼 느껴졌다.

 

 

가장 시선을 사로잡았던 사진은 태양이 지평선 바로 아래에 있고 지상에 땅거미가 질 때 빛을 내는 '야광운'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었다. 북극에 낮이 계속되는 여름 몇 달 동안 야광운이 형성된다고 하는데, 푸른색의 그라데이션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야광운은 일반적으로 해가 질 무렵 움직이는 물결 모양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약간 유령 같은 느낌을 연출하기도 한다.

 

 

'오리온의 검'과 '유니콘의 장미'라는 사진도 색감이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오리온자리에서 검에 해당하는 부분을 촬영한 사진은 태양보다 15~90배 무겁고 4만~100만 배 밝다고 한다. 거대한 성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수천 개의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굉장히 다양한 색상과 질감이 느껴지는 사진이었다. 지구에서 1,852년 광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장미를 닮은 장미 성운은 태양보다 100배나 어두운 별로 구성된 3중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밝은 그린 빛깔과 오묘한 붉은 빛깔, 그리고 어두운 색상들이 섞여 그라데이션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운 사진이었다.

 

 

이 책은 우주 탐사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최고의 선물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NASA 자료실에 보관된 백여 개의 멋진 사진들은 그 퀄리티도 너무 훌륭해서 소장가치 200%의 화보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NASA가 설립된 지도 이미 반세기가 흘렀으며, 그 동안 1,000개 이상의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해왔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유인 및 무인 탐사 계획을 통해 수백만 장의 사진을 촬영했고, 그러한 결과물이 바로 <NASA, 기록하다> 시리즈일 것이다.

 

과학과 천문학, 우주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라도 이 책에 수록된 경이로운 사진들에 매혹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오늘 밤에는 문득 밤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놀라운 현상들이 가득한 밤하늘 여행을 지금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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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3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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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튀김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른이 될 때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식탁에 튀김이나 돈가스가 수시로 올라 왔다 싶지만, 아이들 있는 집은 으레 그러려니 했다. 한편 삼십대 중반이 되면서 나는 튀김을 그리 빈번히는 먹지 않게 되었다. 좋아하기는 해도 일주일에 몇 번이나 먹고 싶지는 않다고 할까, 못 먹겠다고 할까. 그런 지금의 내 상황에 견주어보면, 뭐야, 우리 엄마, 튀김 엄청 좋아하시네? 하고 깨달았다.    p.118

 

우리 엄마는 보라색을 좋아하신다. 모자를 비롯해 각종 보라색 소품들과 다양한 톤의 보라색 옷들을 가지고 있어, 거리를 지나다가도 보라색 컬러만 눈에 띄면 자동으로 엄마 생각이 나곤 한다. 가만히 둘러보면 세상의 아줌마들은 이렇게 컬러든, 꽃무늬든, 대담한 프린트든 자신만의 패션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패션 감각이 좀 떨어지더라도, 가끔은 색 조합이 이상하게 보이더라도, 당당하고 망설임이 없다.

 

 

마스다 미리는 '완벽한 패션 피플보다는 그게 뭔지도 모르는 아줌마(우리 엄마)한테서 상당한 힐링을 맛본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런 아줌마만은 절대 되기 싫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은 오히려 '저런 아줌마'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어도 세상에서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여자, 포근하고 애틋한 그 이름'인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책이라 공감하는 사람들이 참 많을 것 같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추억하고 싶은 어린 시절의 조각들을 담박한 23편의 에세이와 26편의 4컷/8컷 만화에 담고 있다. 마스다 미리는 그 동안의 작품에서도 가족들의 이야기를 자주 등장시켰었는데,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엄마'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만 담고 있어 세상의 모든 딸들이 읽어 보면 좋을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집안일도 거든 적이 없다. 이불은 으레 엄마가 깔고 개켰다. 졸라서 키우기 시작한 기니피그도 결국 엄마가 돌봤다. 여름방학 숙제로 받은 한자 연습장을 채우는 것도 늘 엄마 담당……. 이런 이야기를 쓰면 쓸수록, 딸을 참 오냐오냐하며 키운 엄마였다는 게 드러난다. 야단도 많이 맞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하염없이 너그러운 엄마였다. 하지만 무슨 응석이든 받아준 엄마의 기억이 늘 가슴 한복판을 훈훈하게 덥혀준다. 나는 괜찮을 거야. 어째서인지 그 기억이 내게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p.152

 

이 책은 국내에는 2011년에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마스다 미리 작가의 제안으로, 산뜻한 표지로 옷을 갈아 입고 새로운 번역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아빠라는 남자>와 <엄마라는 여자>를 함께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딸의 입장에서 읽다 보니 엄마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와 닿았다. 가방이든 지갑이든 잔뜩 뭔가 넣어가지고 다니는 아줌마들의 습성, 어떤 상황에서든 '아깝잖아'라는 말로 필요없 는 것조차 아끼는 습관, 산책 가서든 여행가서든 활짝 핀 꽃만 보면 소녀처럼 설레어 하는 모습까지.. 마스다 미리가 그려내는 엄마의 모습이 우리 엄마의 모습과 교차되어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책은 엄마를 까맣게 잊은 채 그저 사는 게 급급한 우리에게 여전히 우리 곁에 엄마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어 좋았다. 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우리들의 엄마 이야기가 매 페이지마다 마음을 쿡쿡 찔러 대고, 가끔은 귀찮게 느껴졌던 엄마의 잔소리조차 그리워지도록 만드는 작품이었다.

 

이제는 완전히 어른이 되어 버린 딸에게 아직도 밥은 먹었냐, 어디 아픈 데는 없냐며 걱정하고, 챙기는 엄마에게 조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간단히 해내시던 일들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엄마가 쉽게 했던 많은 것들을 나는 아직 못 따라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나도 조금은 어른이 된 걸까 생각해 보지만, 그럼에도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투덜대는 어린 딸일 뿐이다. 마스다 미리가 그리는 따뜻한 이야기들을 통해 '엄마'와 함께한 일상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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