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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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은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다고!" 콜린이 방어적으로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거야?"
"맞아. 왜냐하면 남녀관계는 너무 뻔하니까. 안 그래? 난 그걸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 아무나 두 사람을 고르는 거야.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상관없어. 이 공식은 만약 그들이 사귀었을 때 누가 누구를 차게 될지, 그리고 그들의 연애 기간은 대충 얼마나 지속될지, 그런 것들을 알려 줄 거야."     p.65

 

신동으로 유명한 콜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다. 콜린은 상대의 육체적인 부분이 아닌, 언어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는데 '캐서린'이라는 이름을 유독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껏 사귀었던 열아홉 명의 소녀들 이름이 모두 캐서린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콜린을 차 버렸다. 콜린은 생후 25개월일 때 신문을 읽고, 네 살 때 그리스 철학자 아르키메데스에 대한 책을 읽고, 영재들만 다니는 특수 유치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친구 만드는 데는 영 소질이 없었던 것이다. 열한 개 언어를 말하고, 애너그램에 뛰어나고, 잡다한 상식도 풍부했음에도, 그와 별개로 그의 사회학적인 부분은 애초부터 문제가 많았다. 또다시 혼자가 되어 버린 상황에 완전히 절망한 콜린에게, 그의 유일한 친구인 하산이 놀라울 만큼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자동차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들은 ‘사탄의 영구차’라는 별명이 붙은 차에 몸을 싣고 목적지도 없는 여행을 떠난다. 아무 계획 없이 떠난 자동차 여행에서 그들은 수많은 길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더 이상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사랑을 수학 공식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결심한 콜린, 과연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래프와 공식으로 완성해낼 수 있을까. 삶이란 도처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견되기 마련이고, 연애란 모두에게 상대적이라 대부분의 통념을 벗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백과사전을 암기할 정도로 똑똑한 이 천재 소년에게는 이 모든 것이 어렵기만 하다.

 

 

"기억되기 위해서 사람들이 뭔가를 한다는 거, 참 재밌지?"
"어쩌면 빨리 잊히기 위해서 그러는 건지도 모르잖아. 언젠가는 거기 누가 묻혀 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될 날이 올 테니까. 학교 애들은 정말로 대공이 거기 묻혀 있는 줄 알고 있어. 재밌지 않니? 내가 아는 진실과 모두가 믿고 있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테이프들이 나중에 꽤 높은 가치를 누릴 거야. 왜냐하면 시간이 삼켰거나 왜곡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으니까."    p.281

 

2014년에 <이름을 말해줘>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으로, 이번에 새로운 번역화 화사한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간되었다. 'An Abundance of Katherines'이라는 원제의 의미를 더욱 살려 제목도 통통 튀는 어감으로 바뀌었다.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으로 유명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와 함께 존 그린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연애의 과정에서 차이는 사람을 예측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들겠다는 콜린의 엉뚱함이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 사랑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애초에 사랑을 수학 공식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설정부터 기발한데, 실제로 중간중간 수학 공식과 그래프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수학 공식들을 검수해준 진짜 수학자인 친구에게, 콜린의 정리를 설명하는 부록을 써 달라고 해서 작품의 말미에 수록해 놓아 특별한 재미를 안겨 준다.

 

수학적 정보가 난무하는 소설이지만, 가볍고, 귀엽게 읽을 수 있는 청춘 소설이라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나 수학자 친구가 써준 마지막 부록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이 매우 재미있었다. 극중 콜린의 '유레카의 순간'을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요소를 설명하고, X축과 Y축이 등장하는 그래프와 도표, 함수를 통해서 대화를 분석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실제로, 어떤 심리학자와 수학자가 수학을 통해 결혼 생활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발표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그 책은 매우 전문적이고 불가해한 책이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쉽고,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기발하고 색다른 청춘 소설을 만나 보고 싶다면, 엉뚱하고 유쾌한 러브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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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의 법칙 인간 법칙 3부작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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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다 보면 때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할 일이 생긴다. 다시 말해 유혹할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은근한 유혹에 빠져드는 사람들도 많지만,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전혀 꼼짝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과 부딪치면 우리는 지레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일이라고 판단하고 물러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정치적인 유혹자든 성적인 유혹자든, 진정한 유혹자는 오히려 성공할 확률이 낮은 어려운 일을 즐긴다.    p.136

 

<전쟁의 기술>, <권력의 법칙>, <유혹의 기술> 등 로버트 그린의 책은 '벽돌책'으로 유명하다. 이들 책 모두 600페이지가 넘고, 가장 최근에 출간된 <인간 본성의 법칙>은 무려 9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이었으니 말이다. 로버트 그린이 궁금했는데, 압도적인 분량 때문에 부담스러웠던 이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로버트 그린을 대표하는 3부작 중의 하나인 <유혹의 기술>이 ‘인간 관계를 주도하는 유형과 전략’이라는 핵심 주제를 위주로 재편집되어 <인간 관계의 법칙>이라는 에션셜 버전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300여 페이지의 분량으로 가뿐하게 로버트 그린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으니, 궁금했던 독자들은 이번 기회에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유혹의 기술>이 622페이지였고, 이번 신간 <인간 관계의 법칙>이 320페이지이니 분량이 반 정도로 줄어든 셈이다. 사실 로버트 그린의 책들은 그 무시무시한 분량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뛰어나고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상당히 잘 읽히는 편이다. 물론 페이지의 압박 때문에 읽는 데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말이다. 그러니 분량이 줄어들고, 특정 주제로 재편집된 이 책은 누구라도 부담없이 읽기에 수월해졌다. 그렇다고 단순히 맛보기 식이냐, 하면 또 그렇지 않은 것이 중요한 키워드와 핵심 내용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어 원래 이렇게 쓰여진 한 권의 책인것처럼 완성도가 있다.

 

 

모든 사람은 살아가면서 가면을 쓴다. 남들 앞에서 우리는 실제보다 훨씬 더 자신만만한 척한다. 우리는 속으로 끊임없는 회의에 시달리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자아와 성격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나약하다. 즉,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공허감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유혹자는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100퍼센트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항상 유혹에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p.167

 

누구나 매력 있고 설득력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사회관계나 직장에서도, 교우관계에서도, 연인사이에서도 유혹은 곧 권력이다. 유혹이 현실적인 권력의 일종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바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혹의 기술들로 무장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우선 1부에서는 유혹자의 아홉 가지 유형을 정리해두었다. 원초적인 욕망의 지배자 세이렌, 억눌린 욕구를 해방시키는 정열가 레이크, 마음속 이상을 실현시켜주는 구원자 아이디얼 러버, 추종자를 불러 모으는 중성의 마력 댄디, 향수를 자극하는 천진한 어린아이 내추럴, 무심함이라는 차가운 무기를 가진 코케트, 기쁨과 편안함을 주는 무한한 긍정성의 차머, 본능적으로 타고난 강렬한 호소력의 카리스마, 그리고 대중의 동경을 읽는 눈을 가진 스타로 관계를 주도하는 9가지 유형을 나누고 있다. 읽다 보면 누구나 이 아홉 가지 유형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자신의 유형을 파악해, 이 내용들을 지침으로 자신의 매력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게 있을 것이다.

 

2부에서는 관심의 초점을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돌리는 유혹의 전략과 전술 24가지를 담고 있다. 인간의 근본적인 심리에 기초해서 상대의 마음을 악기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어떤 상대라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심리 전술의 결정판이 궁금하다면, 로버트 그린의 '마음을 사로잡고 사람을 이끄는 9가지 유형과 24가지 전략'을 만나 보자. 인간 관계에서 쉽게 주도권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기술을 이미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관계를 이끄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편에는 관계에 이끌려 다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에 속할 테고 말이다. 하지만 당신도 이러한 심리전에서 관계의 주도자가 될 수 있다. 로버트 그린의 더 가볍고 작아진 인간 관계 전략서가 당신을 도와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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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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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단한 승리(아니면 보는 관점에 따라 끔찍한 비극)는, 우리 뇌가 수백 수천 년간 진화하여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이다. 인간은 슬프게도 자의식이 있는 생물이다. 비록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창의적인 방법들을 찾으려고 하루 종일 움직인다 해도, 자신이 아무리 힘 세고 사랑받고 특별하다 느낀다 해도, 언젠가는 죽어서 썩을 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는 이 지상에서 우리 종의 귀중한 일부만이 공유하는 마음의 짐이다.    p.99~100

 

그 누구도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죽음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죽음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죽음을 똑바로 응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 책의 저자는 '죽음을 가까이에서 이해할수록, 우리는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것이 죽음과 시신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로 가득 찬 이 도발적인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했고, 20대에 여성 장의사로 일하며, 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처음 화장장에 취업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례업계에서 일한 6년간의 경험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죽음을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유쾌한 태도를 잃지 않으며, 거침없이 신랄하다가도 세심하고 따뜻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있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삶과 죽음의 가치에 대해서 돌아보게 만들고, 죽음을 대면하고,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특별한 책이었다.

 

 

피가 내 혈관 속을 돌아 그 밑에 깔린 부패한 시체들 위로 흐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 있다, 있을 수도 있는 많은 내일을 품은 채로. 그렇다, 지금 세운 여러 계획들은 내가 죽고 나면 산산조각 나버리거나 미완성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나는 육체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를 선택할 수 없고, 오로지 정신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만 선택할 수 있다. 죽음이 28세에 찾아오든 93세에 찾아오든, 나는 만족한 채 무(無)로 돌아가 스르르 미끄러져 죽기로 선택했다... 죽음과 묘지의 정적은 형벌이 아니라 잘 살아낸 삶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p.336~337

 

차갑게 식어 뻣뻣해진 턱에 면도기를 대고, 죽기 직전 며칠간 자란 까칠한 수염 위로 면도 크림을 바르고 플라스틱 면도기를 갖다 대는 느낌은 어떨까. 죽은 지 일주일이 넘어 심하게 부패된 시체의 냄새를 참아 내야 하고, 시체를 재로 만들 때마다 내려앉는 인간 먼지를 뒤집어쓰고, 녹아 내리는 시체의 지방인 인간 기름에 흠뻑 젖는 기분이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험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신을 직접 보거나, 죽어가는 사람의 곁을 지켜보는 것 또한 경험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을 지도 모른다. 덕분에 우리는 그만큼 무방비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이의 죽음이든, 나 자신의 그것이든 말이다. 실제로 내가 경험해 본 죽음은, 생각보다 가족들이 처리해야 하는 장례 절차 관련 수많은 프로세스들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고, 조문을 받고, 비용을 처리하고 등등의 일들이 너무 많아서 충분히 죽음을 추모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저 상황을 따라가기에도 벅차서, 슬픔에 사로잡혀 감정을 추스르고 어쩌고 할 여유 조차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죽음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도, 그리고 죽음과 정면으로 대면하는 방법도 제대로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그건 “왜 사람들은 죽는가?”, “이런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나는가?” 같은 더 큰 실존적 물음의 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슬픔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죽음이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고, 그러니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는 잘 죽는 데 장애물이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사유를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멀리서 보면 비극인 죽음을 가까이에서 희극으로 승화시키고 있는데, 너무도 생소한 ‘웨스트윈드’ 화장터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즈음엔 죽음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죽음은 더 이상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며, 삶의 연장선상에서 널리 함께 의논해야 할 공동의 화두이다. 이 책을 통해서 죽음의 세계를 탐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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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스탠퍼드 대학교 최고의 인생 설계 강의, 10주년 전면 개정증보판
티나 실리그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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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실패는 쓰라리다. 하지만 그것은 배워나가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잘못된 출발을 뒤돌아보거나 막다른 골목 같은 상황을 지켜보며 후회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 대신, 실수나 실패의 경험을 일종의 '데이터'가 나오는 원천으로 생각하라. 과학자들이 늘 그렇게 하듯이 말이다. 과학자는 각각의 실험이 뜻밖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리고 뜻밖의 결과는 위대한 영감의 토대가 될 때가 많다. 이는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하루하루를 실험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 당신에게는 결국 값진 통찰력을 가져다줄 유용한 데이터가 가득 쌓이게 된다.    p.123

 

이 책은 스탠퍼드 대학생들에게 인생 최고의 명강의로 꼽힌 티나 실리그 교수의 ‘기업가정신과 혁신’ 강의를 옮긴 것으로, 이번에 출간 10주년을 맞아 전면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스탠퍼드 강의실에서 새롭게 만난 학생들의 틀을 깨는 창의력과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각 분야 최고의 인재들로부터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새롭게 두 챕터가 추가되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되는 20대에게도,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30대에게도,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꿈꾸는 40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니 기존에 읽었더라도, 개정판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 "당신은 지금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지만,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삶을 살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다양한 선택지로 가득한 불확실한 무대이고, 때문에 하나의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사실 누가 맞고 그른지 알 수가 없다. 저자는 말한다. 바로 그럴 때 어딜 향해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니,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고 과감히 상상하고 선을 넘어보라고 말이다. 불확실한 세상이기에 반대로 모든 것이 기회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점이다. 삶이란 잘못된 출발과 불가피한 실수로 가득 차 있고, 발전이란 거듭되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뤄지는 것이니 말이다. 단, 그러한 경험에서 교훈을 배울 줄 알아야 하고, 그것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으로 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늘 변명하고 핑계를 댄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지각한 것에 대해,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험에 떨어진 것에 대해,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애인에게 전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변명이 있을 수 없다. 당신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만한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낸다. 할 일이 너무 많았다고, 또는 몸이 아팠다고 말이다. 그러나 정말로 약속을 지키겠다는, 무언가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   p.253

 

만일 누군가 당신에게 5달러와 두 시간을 주고 그것을 활용해 돈을 벌어오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저자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퍼드 대학교 디 스쿨에서 강의를 하며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이다. 이 막막한 과제를 가지고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온다. 수업 전체 5달러 투자금의 평균 수익률이 무려 4천퍼센트였다고 하니, 엄청나게 높은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그녀의 강의실은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터무니없는 과제들로 가득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학생들을 배출하는 강의실이 되었다. 이것 외에도 실제 그녀의 강의실 안에서 진행되는 과제들을 예시로 들며 기상천외하고 놀라운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존의 틀을 깨는 친절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사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규칙과 지식들은 학교 밖 세상에서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우리가 학교를 떠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나서 수많은 스트레스와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고 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정반대이다. 그러니까 학교 안과 밖의 차이를 잘 극복하고 실제 사회에서 겪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학교 밖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책이 꽤나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줄 거라는 말이다. 구글, 넷플릭스, 나이키, 인스타그램 등 유명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단 한 가지. 바로 스탠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진 ‘학교 밖 창업’이었다는 사실이다. 고정관념과 실패를 기회로 바꾸는 스탠퍼드식 인생 설계 교과서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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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 - 세계 비즈니스 판도를 뒤바꿀 발칙한 전략과 혁신
이승훈 지음 / 와이즈베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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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SNS라는 서비스를 개방의 관점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 외에도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공유 요소가 있다. 바로 플랫폼의 구조와 설계, 그리고 접근성에 대한 개방이다. 구글은 검색엔진이라는 핵심도구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운영한다. 검색엔진의 핵심원칙은 공유하지만 그 전부를 공개하지 않는다. 반면에 페이스북은 플랫폼의 모든 구조와 설계 그리고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회원들의 소셜그래프를 공개한다.   p.51

 

플랫폼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의미한다. 비지니스에서 플랫폼이란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시켜주는 자리를 마련해서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이 모두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이고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무료로 문자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이 서비스는 현재 카카오톡 유저를 기반으로 쇼핑, 택시, 배달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플랫폼이라는 단어의 발상지는 미국이다.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 모두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탄생했으니 말이다. 플랫폼의 시작이 미국이라면, 현재 그 플랫폼을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는 개방된 지식 플랫폼으로서 구글이나 공유된 미디어로서의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없다. 대신 하루에 10억 개의 주문을 처리하는 타오바오와 10억 명의 생활을 책임지는 위챗이 존재하고, 메이투안은 하루에 수천만 개의 주문을 처리하고 도우인(틱톡)에는 수억 개의 동영상이 올라온다. 현실적이면서도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모두의 관심이 모여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중국인들의 삶을 해결하고 있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성립되고 경쟁하고 성장하는 과정들을 소개한다.

 

 

중국에는 어떤 콘텐츠 플랫폼이 있을까? 먼저 답을 이야기하면 정답은 '없다'이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콘텐츠 플랫폼은 아직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에 대한 중앙정부의 우려에 기인할 것이다. 중국은 아직 자신의 생각을 대중들에게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미디어가 없는 나라다. 물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도 있고 위챗이나 게시판을 통해 자유롭게 (?)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있지만, 동영상이라는 매체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p.282

 

이 책의 저자는 2000년대 중반 국내를 강타했던 실명 기반 SNS 싸이월드에서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며 국내 플랫폼 기억의 서막을 함께 했었다. 이후에도 국내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을 이끌어왔고, 실패한 플랫폼과 성공한 플랫폼을 비교 분석해 대학에서 오랜 기간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전작인 <플랫폼의 생각법>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했는지를 살펴보고, 그들이 그려나갈 플랫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중국 플랫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플랫폼의 정석을 보여주는 '알리바바', 중국 게임산업의 지배자인 '텐센트'가 제공하는 각종 메신저,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검색 플랫폼 '바이두', 중국 승차공유 시장의 지배자인 '디디추싱', 음식배달 플랫폼인 '메이투안' 등 현재 세계 비즈니스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의 플랫폼들이 모두 등장한다. 그들의 경영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미국 플랫폼과의 차별점들을 파헤치며 플랫폼 기업들의 향후 미래도 예측하고 있다.

 

중국은 플랫폼의 나라이고, 그들은 매일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계속 나타나고, 서비스로 제공되던 영역들이 모두 플랫폼으로 대체되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중국이 어떻게 플랫폼 초강대국이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소비, 기술, 문화 등 전체 생태계를 움직이는 중국의 플랫폼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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