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배신하지 않는 공부의 기술 - 당신의 노력을 합격으로 바꾸는 14일 완성 공부 습관 프로젝트
이상욱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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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사로 만든 건 좋은 머리나 갖춰진 환경은 아니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노력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나에게 '공부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1/4/7/14 공부법'에 따라 나의 공부 습관을 만들어갔고, 이 습관은 내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자동적으로 포기할 수 없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습관 덕분에 나의 노력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습관은 배신하지 않는 노력을 만드는 가장 필요한 장치다. 그리고 몸에 확실하게 각인된 습관이야말로 저절로 수준 높은 노력을 만들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p.51~52

 

이 책의 저자는 '긍정에너지토리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현직 의사이다. 환자 보느라 바빠야 할 의사가 왜 '공부 유튜브'를 하는 걸까 궁금해졌다. ‘저는 이 공부법으로 의사가 되었습니다’라는 화제의 영상으로 유튜브 누적 조회수 1,600만을 기록하며 단숨에 대한민국 수험생들의 랜선 공부 멘토가 된 그는 유튜브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혼자 공부하기 외로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컴컴한 새벽 시간에 혼자 일어나, 환자들을 진료하는 짬짬이, 퇴근후 가족들이 잠자리에 들면 슬글슬금 서재로 가서 공부를 하는 일상을 지속하려면 강력한 동기가 필요했다고 말이다.

 

저자는 20년간의 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 습관을 기르는 법과 각종 시험에 대비하는 공부법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특히나 궁금했던 것은 '1/4/7/14 공부법'이었다. 이 공부법은 '쪼개기'와 '반복'의 노하우를 활용해 완성시킨 체계적인 복습법으로 저자의 꿈을 이루어준 일등 공신이자, 유튜브 구독자들에게 합격 수기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은 콘텐츠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공부법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설명하고, 2주 동안 직접 실천해볼 수 있도록 기본 원리부터 구체적인 각종 노하우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대입 수험생부터 국가고시, 편입,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누구는 엄청난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나고, 또 누군가는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난다. 타고난 신체조건이나 건강 상태도 무척 다르다. 이처럼 주어진 조건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이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시간을 모두가 똑같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선택에 따라 시간은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닌다. 이 시간들을 당신은 어떻게 쪼갤 것이며,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p.236~237

 

열심히 공부한 것 같은데 왜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오지 않는 걸까? 노력해서 안 될 일이 없다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일까? 결과가 나오지 않는 노력은 쓸모 없는 것일까? 얼마만큼 해야 제대로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노력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마도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비슷한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한다고 한 것 같은데 성적은 오르지 않고,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미래는 불투명하게 느껴질 테니 말이다. 저자는 열심히 공부하는 노력이 합격으로 이어지기 위해 딱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노력을 쏟을 목표와, 지치지 않게 해주는 공부 습관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시간을 운영하는 기술을 바꾸면 시간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으니 중요한 것은 '공부의 기술'이라는 거다.

 

본격적인 공부법을 알아보기 전에 '합격을 부르는 다섯 가지 기본 자세'가 있다. '장기, 중기, 단기 계획표를 세우고 공부하자, 복습의 패턴을 만들자, 숨어 있는 자투리 시간을 정복하라, 공부의 질을 높이는 환경을 갖춰라, 공부 자존감을 높이자.' 이다. 이렇게 기본 자세가 갖춰졌다면, 저자가 알려주는 '쪼개고 반복하는 공부법'이 날개를 달아준다. '쪼개기의 기술'에 대해서는 굉장히 세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1년 목표를 정한 뒤 상반기, 하반기로 목표를 나누고, 그것을 1개월 단위로 쪼갠 뒤, 다시 1일 단위로 쪼개는 것이다. 그리고 A4 한 장에 작성할 수 있는 1주일 계획표 또한 시간별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방법과 예시가 수록되어 있다. '1/4/7/14 공부법' 역시 구체적인 스케줄표와 함께 실전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준다. 그 외에도 암기 과목을 공부할 때 '여백 공부법', 취약 과목을 공부할 때 '단타 공부법', 인강에 집중이 안 될 때 '인강 활용의 기술', 형광펜 3자루, 볼펜 1자루로 끝내는 '체크의 기술' 등 혼자서 공부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각종 공부의 기술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노력하기로 결심한 당신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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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기 전에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황선미 지음, 천루 그림, 이보연 상담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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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자코 듣기만 했다. 엄마한테는 지금의 나, 학교, 반친구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모든 게 그저 육상 선수가 출발 전에 다리를 푸는 것에 불과하다.
엄마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애들이 상대를 만만하게 보는데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언제쯤 아실까. 아들이 지옥으로 가는 문 앞에 서 있는 심정이라는 걸.      p.56

 

대사관 일을 하는 아빠 때문에 프랑스에서 2년을 살다가 돌아온 장루이는 기존에 다니던 사립 학교로 전학을 앞두고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사립 학교에 딸린 유치원부터 프랑스로 갈 때까지, 그러니까 열 살 때까지 장루이는 유진이와 그 무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다. 장루이는 엄마에게 다시 사립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싫다고도 했고, 유진이가 자신을 왕따 시켰다고 털어놓기까지 했지만, 엄마는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이다. 친해지면 된다고, 피하지 말고 마주하라고. 다른 애도 아니고 대사님 손자이니 장난이 좀 심할 수도 있다고. 사립 학교로의 전학이 장루이에게는 지옥으로 가는 문처럼 여겨졌지만, 엄마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그저 사립 학교에서 잘 적응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

 

임시로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도 친구 없이 겉돌기만 하던 장루이는 조금씩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점점 더 사립 학교로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진다. 자신에게는 절박한 문제가 왜 엄마에게는 고작 어리광으로 보이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다 싫어져 버린 장루이는 어른이 되면 집을 나가서 마음대로 하고 살겠다고, 절대 엄마가 바라는 외교관이나 국제 변호사 따위는 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지만, 어찌되었든 어른이 되려면 까마득한 날들을 거쳐야 했다. 하루하루가 절망적인 날들, 여기도 저기도 지옥 같은데, 도대체 나는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하고 스스로를 먼지 같다고 느끼는 장루이는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자, 과연 장루이는 사립 학교로의 전학을 피할 수 있을까. 피할 수 없다면 이제 당당히 유진이와 그 패거리에게 맞설 수 있게 될까.

 

 

 

각오를 단단히 하고 들어갔는데 엄마가 너무 침착했다. 여전히 딱딱한 얼굴이지만 야단도 잔소리도 없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학 날짜가 앞당겨졌어. 다음 주부터야."
기운이 쭉 빠져 버렸다.
어차피 세상은 어른들 중심으로 돌아간다. 내가 아무리 딴짓을 해도 치러야 할 대가는 고스란히 남는다. 나 혼자 겪어야 할 대가.     p.102

 

동화작가 황선미가 어린이 주변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동화로 쓰고, 이보연 아동심리 전문가가 상담을 덧붙인 신개념 관계 동화, 시리즈 마지막 다섯 번째 책이다. <건방진 장루이와 68일>,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 <나에게 없는 딱 세 가지> 그리고 이번 신작 <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다. 동화 한 편 읽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내용을 토대로 상담과 심리 치료까지 이끌어 내는 책이라 대단히 흥미로웠다.

 

부모와 아이의 갈등은 어느 가정에서나 벌어지는 일이겠지만, 그 내용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어른이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것도 어렵고, 아이가 어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도 쉽지 않다. 분명히 싫다고 했는데, 엄마는 왜 나를 무시하는 걸까, 아직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열두 살 작은 일탈과 소심한 반항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왜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와 사사건건 부딪치고 어긋나는 걸까. 책의 후반부에 수록되어 있는 '관계 수업'에서는 부모와 자식 사이를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사이라고 말한다. 늘 내편이어야 할 것 같은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고 무시한다고 느끼는 사춘기 아이들의 감정과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잔소리와 참견을 하게 되는 부모가 마주하는 실망과 걱정으로 인해 갈등은 피할 수가 없다. 부모는 왜 그러는 것인지, 부모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이 되어 있어 참 좋았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이제 막 자아가 생기기 시작한 초등 아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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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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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들 별 다섯 개짜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나요? 만약 여러분이 별 네 개짜리 근로자라면 꽤 잘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별 세 개라면 좀 더 속도를 올릴 수 있겠죠. 별 두 개라면 이제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본격적으로 덤벼들어 보여줄 때가 된 겁니다. 이것이 바로 별 하나는 자동 해고인 이유입니다. 매일 아침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하러 가고, 늘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니 직원들도 똑같이 하리라 기대해야만 하죠.     p.140~141

 

팩스턴은 '퍼펙트에그'라는 완벽한 달걀 요리를 해주는 기계를 개발해 전 세계에서 주문을 받았던 한 회사의 CEO였다. 하지만 가장 큰 고객이었던 클라우드가 비용을 줄이겠다며 계속 할인을 요구했고,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계약을 파기하게 된다. 나머지 고객만으로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충분치 않았던 그는 결국 사업을 접고 무일푼 신세가 되고 만다. 팩스턴은 지금 자신의 생계를 파괴해버린 회사인 클라우드에 구직 신청을 하려는 참이다. 다른 직장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언젠가 클라우드의 대표를 만나 클라우드가 어떻게 자신의 회사를 무너뜨렸는지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업 스파이인 지니아는 녹색에너지 정책으로 엄청난 면세 혜택을 누리는 클라우드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위장 취업을 한다. 마더클라우드 시설로 향하는 버스에서 팩스턴을 만난 그녀는 자신이 직 교사였으나 연방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결국 일을 그만두고 클라우드에 입사 지원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사실 지니아는 자신의 일을 위해 팩스턴이 필요할 뿐이었다. 팩스턴은 교도관으로 일했던 경력 때문에 보안 요원으로 배정되었고, 지니아는 창고에서 물류 운반 일을 할당받게 된다. 그녀는 임무 수행을 위해 보안 요원의 접속 권한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 그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각자 다른 목적으로 클라우드에 입사한 두 사람은 과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엠버가 웃었다. "전에는 미국의 평균 주간 근무 시간이 몇 시간이었는지 알아? 40시간.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쉬었지. 그리고 연장 근무 수당도 받았어. 건강보험은 급여에 포함됐었고. 그거 알아? 보수는 기이한 신용 시스템이 아닌 돈으로 받았어. 집도 소유했었지. 일과 별개의 삶도 유지했어. 그런데 지금은 어때?" 그녀가 식식거렸다. "당신들은 일회용품을 포장하는 일회용품이나 다름없어."     p.394

 

거대 기업 클라우드는 최첨단 드론으로 최저가로, 주문한 물품을 한 시간 내에 배송해준다. 블랙프라이데이 대학살 이후 사람들은 쇼핑하러 밖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죽을까 봐 두려워했다. 클라우드는 상점까지 나갈 수 없거나, 근처에 상점이 없거나, 또는 상점까지 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나 가족을 돕는 것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대량 총기 사건, 실업 문제 등으로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있었고, 삶이 황폐화된 세계 속에서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했으니 말이다. 클라우드는 미국 전역에 백 개가 넘는 마더클라우드 시설을 운영하며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일하는 거대한 온라인 유통 기업이 된다. 클라우드는 역대급 실업난에 처한 3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줬고, 최저가 상품과 의료보험을 제공했으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세수를 창출하고, 녹색 에너지 정책을 선도하여 탄소 배출량 감축을 주도해왔기에 세상의 구원자처럼 여겨진다. 그렇다면 숙식을 해결하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꿈의 직장 클라우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작가인 롭 하트는 2012년 한 여성이 일하는 주문 처리 센터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형편없는 급여 등에 관해 고발하는 기사를 읽고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5년여에 걸친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미래 기업 클라우드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 그리고 거대 기업의 지배를 받는 미래 세계를 창조해냈다. 너무도 현실성 있는 근미래를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어 스릴러로서의 재미와 함께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는 작품이었다. 론 하워드 감독으로 곧 영화화 될 예정이라 스크린에서 펼쳐질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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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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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엔트로피가 아직 최대치에 도달하지 않은 현재에서 시간이 더 흐르면 제2법칙에 의해 엔트로피가 증가할 확률이 엄청나게 높으므로, 과거와 다른 미래가 펼쳐지는 것이다. 최대 엔트로피에 도달하지 않은 배열은 며칠을 굶은 상태에서 음식을 찾는 사람처럼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를 향해 달려간다. 성급한 물리학자가 과거와 미래의 다른 점을 찾다가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드디어 답을 알아냈다며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p.64~65

 

이 책은 《엘러건트 유니버스》《우주의 구조》등으로 칼 세이건 이후 최고의 ‘대중 과학 전도사’로 불리는 브라이언 그린이 10여 년 만에 쓴 신간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2020년 출간되어 즉각 아마존 과학 분야 1위를 차지했던 정말 따끈따끈한 신작인데, 카이스트 출신 과학전문 번역가 박병철 박사의 번역으로 국내에서도 빨리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엔드 오브 타임>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우주의 시작에서 끝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을 바탕으로 '시간이 처음 흐르기 시작했던 시점부터 종말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우주가 어떤 길을 걸어 왔고 또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만날 수 있다. 빅뱅에서 시간의 종말까지 우주의 시공간을 여행하는 가이드는 바로 '엔트로피'이다. 물질의 열역학적 상태를 나타내는 엔트로피는 '열역학 제2법칙'으로 어느 정도 익숙한 개념이다. 엔트로피는 시간이 흐르면서 항상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질서 있는 것들이 점점 무질서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 세상의 모든 물질이 따르는 법칙이다. 하지만 진화는 엔트로피 증가 법칙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별과 은하, 행성 등 질서 정연한 천체를 형성하고, 우주에서 가장 정교한 구조를 가진 생명체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이 책은 시간대를 거슬러가면서 언젠가 붕괴될 우주에 별과 은하, 그리고 생명과 의식 등 질서정연한 피조물을 창조한 물리학 원리를 차근차근 살펴본다.

 

 

 

과학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의 저변에서 역동적인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아냈다. 모든 만물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이 캐스팅한 '진화'와 '엔트로피'라는 두 캐릭터가 서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의 플롯은 간단하다. 진화가 어떤 구조를 애써 만들어 놓으면 엔트로피가 그것을 파괴하는 식이다. 이야기 자체는 깔끔한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진화와 엔트로피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다. '전체의 대강'이 항상 그렇듯이, 이야기를 단순화시키면 중요한 진실이 흐릿해지거나 아예 사라져 버린다.     p.353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물리학의 기본 원리를 이용해 빅뱅과 별, 행성의 탄생 과정, 별의 내부에서 복잡한 원소가 합성되는 원리 등을 설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딱한 과학서의 느낌보다는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며, 마치 인문서나 철학서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분명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의식의 진화와 인간 존재의 의미, 우주의 종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도 놀라웠다. 과학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설명하는 과학 이론들이나 용어들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만 보아도, 저자가 얼마나 공들여 문장을 썼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이렇게 깊이 있고 심오한 내용을 명쾌하고,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쓸 수 있는 과학자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감탄하면서 읽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이 동일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동일한 물리 법칙을 따른다고 하면, 사람 또한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 입자의 집합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빠져 있는 것은 바로 '의식'이다.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두려워하고, 동경하고, 희생하고, 상상하고, 창조하는 능력 말이다. 의식에 관한 이야기는 엔트로피와 진화, 그리고 생명의 '바깥에서' 연구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의식의 수준에서 우주를 이해하려면 완전히 개인적이면서 자율적이고 주관적인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대단히 흥미롭게 읽었다. 거기다 철학자의 사유가 등장하고, 일상생활 속의 유사한 사례와 비유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어려운 전문 용어가 남발하는 과학 서적을 상상했던 독자들에게조차 책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으니 그야말로 '대중적인' 과학책 이었다. 자, 이 책과 함께 과학이라는 엔진이 장착된 우주선을 타고 인간과 우주를 향해 '신나는 모험'을 떠나 보자. 여기서 방점은 '신나는'에 있다. 지금부터 호기심과 상상력, 재치와 감동까지 안겨주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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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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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지마는 어울리지도 않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몰라도 과장님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편이 좋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경찰서 선배들에게 물어도 아무도 모르는 것 같더군. 이렇게까지 관계가 파탄 나려면 대체 어떤 일이 있어야 하는 거야?"
"이유를 들으면, 우리의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가 이해가 안 될걸."
"그렇다면 왜 그런 태도를 그만두지 않는 건데?"
"'습관이 성격이 되다'라는 거지."         p.101~102

 

니시신주쿠의 변두리 쇠락한 거리에 있는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와타나베가 죽은 지 이미 십칠팔 년쯤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이름으로 사와자키가 파트너 없이 혼자 일을 하고 있다. 이제 오십대에 접어든 탐정 사와자키는 근처 흥신소에서 하청 받은 잠복근무를 마치고 사흘 만에 사무실에 들른 참이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리고 방문한 것은 오십대 중반의 남성으로 '신사'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은행의 지점장으로 자신의 회사에 대출이 예정된 요정 여주인의 사생활 조사를 의뢰한다. 그는 일주일치 요금과 경비 일부라며 30만 엔을 선지급하고, 다음 주 토요일에 자신이 연락을 하거나 방문할 때까지 먼저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사와자키가 그 의뢰인을 만난 것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다.

 

 

다음날, 한 달 가까이 계속해왔던 잠복 근무 업무가 끝이 나서 의뢰인에게 의뢰 받은 일을 시작하는 사와자키는 조사를 하자마자 그 여자가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의뢰인과는 연락이 되질 않고, 사와자키는 그를 만나러 의뢰인이 근무하는 은행을 찾아간다. 자리를 비운 의뢰인을 기다리고 앉아 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 권총을 든 남성 이인조 복면 강도가 은행에 나타난 것이다. 그 와중에 자리를 비운 의뢰인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은 흘러가고, 결국 행방불명 상태가 된다. 의뢰인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그가 의뢰한 일은 당사자의 사망으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의뢰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조사를 맡는 바람에 결과를 보고조차 할 수 없는 얼빠진 상황에 놓이게 된 사와자키는 난감해진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비교하기도 어리석지만 탐정의 업무란 참으로 애잔한 것으로,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나 이외에 누구도 모른다. 흥신소에 소속된 탐정이라면 개략적인 사항을 보고서로 작성할지 모르지만,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에서는 어디를 찾아도 보고서 한 장 발견할 수 없다. 내가 관여한 조사의 의뢰인이나 관계자들은 '나의 일'을 기억할까? 기억한다고 해도 대개 하루빨리 잊고 싶은 불쾌한 기억이리라. 불평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런 '탐정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p.354

 

너무 너무 좋아하는 하라 료의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가 돌아 왔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내가 죽인 소녀>, <안녕 긴 잠이여> 이후 9년,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의 개막을 알리며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가 출간되었고, 이번에 나온 <지금부터의 내일>은 시즌 2의 두 번째 작품이자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 되겠다. 중간에 단편집 <천사들의 탐정>도 있었으니, 사와자키가 등장하는 작품은 현재까지 여섯 작품이 출간되었다. 전작인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이후로 무려 14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출간된 시즌 2의 두 번째 작품이다. “소설의 진정한 재미, 그것만을 생각하며 쓰고 또 썼다. 그 밖의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제법 두툼한 페이지에다 천천히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페이지 넘어가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하라 료의 작품에 대해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하드보일드’이다. 하라 료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광팬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텐데, 사와자키 탐정은 챈들러의 필립 말로만큼이나 시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가 툭툭 뱉어내는 말투, 그리고 행동에 대한 묘사에서 빚어지는 그 분위기가 문체와 스타일을 구축해낸다. 불필요한 수식을 뺀 무덤덤하고 시크한 행동, 가끔은 위험한 순간에조차 무모하게 용기 있는 순수함, 머릿속으로 손익을 계산한다거나, 자신이 피해를 볼만한 상황에서 빠진다거나, 정의롭지 못한 일에 가담한다거나 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캐릭터인 사와자키는 그야말로 온몸으로 '하드보일드'를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음식으로 치자면 '맛'이 아니라 '풍미'가 좋다고 해야 할까. 논리적인 사고보다 인생관에 대한 사색을 중시하지만 사건 해결에 있어서는 날카로운 예리함으로 기지가 번뜩이고, 트릭이나 의외성보다는 분위기로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사립탐정이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노라면 어디선가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진짜 보일 것만 같은 착각에 휩싸이게 된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는 내용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각 권을 골라서 읽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기왕이면 걸작이었던 시리즈 첫 작품부터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자타공인 일본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표 스타일리스트 하라 료가 그려내는 근사한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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