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일 잘하는 법 - 선배도, 상사도, 회사도 알려주지 않은
피터(Peter) 지음 / 와이즈베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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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프레임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기간에 자신의 생각대로 조직의 아젠다를 움직이게 할 수 있고, 내게 유리한 판으로 동료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기획자가 좋은 성과를 내는 주요 방법인 회사의 판을 읽는 것, 시장을 분석하는 것, 숫자로 말하는 것, 피드백을 잘하는 것 모두 커뮤니케이션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사고의 프레임이 깔려 있습니다. 사고의 프레임은 바로 경영 이론들입니다.         p.26~27

 

직장 생활을 오래할 수록 누구나 체감하는 것이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일을 열심히만 하는 사람과 승진을 잘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말과도 같다. 예를 들어 팀의 구성원으로 일을 할 때와 팀을 이끄는 팀장으로 일을 할 때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 일을 마냥 성실히 하는 게 아니라 어느 판 위에서 하는지에 따라서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적게 일하고도 탁월한 성과를 만드는 비결'에 대해 알려 준다. 저자는 13년째 소비재 기업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깨달은 점과 직장생활의 현실에 대한 내용을 6년 동안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하며, 누적 25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많은 직장인의 랜선 멘토가 되었다. 그 동안 받은 질문들을 바탕으로 실제 기획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용한 팁들을 이 책에 담았다. 단번에 통과하는 보고서 쓰는 법, 빠르게 일을 추진하는 법, 데이터 활용법, 기획자의 공부법 등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가득해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당신은 오늘 새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처음으로 책상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많은 자료를 둘러봅니다. 회사의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정리되어 있다면 그것부터 고민하겠지만 없다면 당장의 계획을 보는 게 순서일 겁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문서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회사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회사의 팩트를 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숫자'를 보는 것입니다. 전략기획이든 경영기획이든 상품기획이든 영업기획이든 출발은 방금 지나간 시간에 발생한 실적의 흐름입니다.      p.187

 

'기획'이란 무엇일가. 경영기획, 전략기획, 마케팅기획, 영업기획, 상품기획, 서비스기획 등등.. 기획이라는 단어가 붙는 직무명도 꽤 많다. 기업에서 기획은 조직관리에 쓰는 용어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총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어느 직무를 '기획' 앞에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기획스럽게'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한다. 어떤 부서에서 일하든 기획스럽게 일하는 것이 조직에서 인정받는 일을 잘하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탁월한 기획자는 회사가 돌아가는 판을 잘 읽고, 논리적인 사고로 시장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으며, 숫자로 말하고, 정확한 피드백을 통해 다음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주변에서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기획은 신입뿐 아니라 연차가 쌓인 기획자도 부담감을 느끼는 업무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하는 막막함에 하염없이 시간과 씨름하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일 잘하는 사람만 아는 '사고의 프레임'을 제시한다. 회사의 판을 읽는 눈, 논리적 사고, 시장을 분석하는 기술, 그리고 숫자로 말하는 프로세스가 4가지 전략기획 프레임이다. 기획자의 첫 번째 타깃은 고객 이전에 상사와 회사이고,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은 과거의 유를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고객 조사부터 자료 해석까지 시장을 읽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숫자가 없으면 팥 없는 붕어빵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어떤 프레임을 갖고 일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과 숫자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적게 일하고도 탁월한 성과를 만드는 비결이 궁금하다면, 시간과 아이디어는 비례하지 않고, 모든 노력 역시 성과로 변환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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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 스튜디오 페인트 EX로 웹툰 만들기
유일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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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도 독학으로 배워서 그리는 게 가능할까? 이 책은 처음 시작하는 웹툰 작가를 위해 기본부터 실전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알려주고 있다. 웹툰 제작이 가능한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많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이면 대부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 어도비 포토샵, 페인트 툴 SAI, 메디방 페인트, 스케치업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책에서는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 EX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의 웹툰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 준다.

 

 

웹툰이란 인터넷을 뜻하는 웹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의 합성어이다. 특히나 웹툰은 소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콘텐츠의 원작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이전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웹툰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우선 기획, 설정 등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시작해 스토리를 작성하고, 구도를 잡고 칸과 말풍선 배치를 하는 콘티 짜기, 본격적으로 그림 그리기, 전체적인 마무리를 하는 단계로 진행된다. 이 책은 웹툰의 종류와 소재를 정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방법부터 스토리 설정을 짜고 스토리를 써서, 웹툰 시나리오를 만드는 기본 단계부터 알려주고 있다.

 

 

기본적인 방법을 배운 뒤, 본격적인 작업 전 웹툰 제작에 최적화된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 프로그램부터 설치해 이용 방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무료 체험판을 다운 받으면 1개월 가량 사용할 수 있으므로, 체험판을 먼저 이용해 보고 이후에 비용을 지불하고 PRO와 EX 중에 골라서 유료로 이용하면 된다.

 

프로그램 설치 방법 부터 단계별 과정과 각종 메뉴, 설정 방법 등이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어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다.

 

 

자, 기본기를 익혔다면, 이제 실전에 도전할 차례이다. 로맨스, 스릴러, 액션, 판타지 장르의 특징을 동영상 강좌를 보며 쉽게 학습할 수 있다. 동영상 강좌는 책 속에 수록된 QR 코드로 간단하게 접속할 수 있다. 강좌를 보며 차근차근 예시를 따라 해 실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웹툰 장면 표현하는 방법도 챕터 별로 책에 정리되어 있다. 로맨스 장면 그리기에서는 채색을 화사한 느낌이 들도록 칠하는 게 좋고, 긴장감을 살리는 연출이 중요한 스릴러 그리기에서는 칙칙하고 어두운 색으로 음침한 분위기를 만들어 장르의 특징을 극대화한다.

 

 

다양한 움직임과 과장된 인체 표현이 많은 액션 장면 그리기에서는 움직임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컬러보다는 펜터치가 더 중요하고, 판타지 장면 그리기에서는 화려한 이펙트를 넣어 신비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밑색 칠하기부터 명암, 하이라이트 넣기, 선 정리하기, 캐릭터 명암으로 표현하기, 배경 효과 넣기, 효과 주기 등 각 장면 별로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으니 이 책과 동영상 강좌만 보아도 웬만한 웹툰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자신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다양한 방법과 고유한 자신의 창작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저작권을 등록하는 방법도 알려 준다. 기본부터 실전까지,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 EA프로그램을 통해 나만의 웹툰 만들기! 이 책 한 권이면 웹툰 작가가 되고 싶은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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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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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받았습니다! 실물도 근사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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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잭 하트 지음,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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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흡인력 있는 이야기는 독자를 다른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독자는 "기사를 읽는 시간 만큼은 나를 둘러싼 어떤 현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라고 말했다. 작가는 강렬한 사건에 절묘한 장면을 결합하여 독자의 주의를 끌고, 독자가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가상 현실을 그려낸다. 이 기술도 내러티브 논픽션 글쓰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p.51

 

한 젊은 엄마가 음주 운전자의 차에 치여 죽은 사건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비극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실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곳곳에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사고 소식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사회면의 광고 위에 빼곡히 들어가는 1단짜리 단신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이 좀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한 기자가 단신이 아닌 서두와 본문, 결말을 갖춘 제대로 된 기사를 써낸다. 그리하여 치밀한 짜임새로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화젯거리 대신 장면을 담고, 정확성을 기하되 진정성이 드러나는 5,000단어에 달하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논픽션 스토리텔링에 매료시켰다.

 

이 책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즉 '내러티브 논픽션'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러한 글은 매체에 실리는 저널리즘이긴 하지만 육하원칙에 근거해 사실을 전달하는 전통적 기사가 아니라, 구성과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문학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대부분의 스토리텔링 기술을 다루는 책들이 저자의 관점에서만 설명하는데 비해, 이 책은 편집자의 관점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저자에 따르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야기는 비범한 재능에서 나오는 것도, 수십 년 동안 골방에 들어앉아 쓴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독자들의 공감과 열광을 이끌어내는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비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어떤 소재를 만나더라도, 거기서 적합한 스토리를 입혀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주는 핵심 비법에 대래 알려준다.

 

 

 

논픽션 작가는 주제를 반드시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사실을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논픽션 전문가라면 그런 사실들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다만 일부라도 이해해야 한다. 존 프랭클린은 2001년도 니먼 내러티브 저널리즘 회의에서 이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야기의 형체 그리고 그 형체가 말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작가가 어디서 가져오는 게 아닙니다. 작가가 이야기 안에서 발견하고 뽑아내는 그 무엇이죠.”        p.269

 

퓰리처상 심사위원인 잭 하트는 170년 역사의 일간지 『오레고니언』에서 무려 25년 동안 편집장과 글쓰기 코치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쌓인 자료와 실제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이 책을 썼으며, 최상급 논픽션 작가들과 30여 년간 논픽션 글쓰기를 해오며 배운 점들을 완벽히 정리했다. 무엇보다 실제 이야기들을 마음을 움직이는 편집과 구성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례들이 여럿 수록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안면 기형을 앓는 10대 소년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여러 차례 성형수술을 감행하기로 결심한 이야기, 한 음악 신동에 대한 연재 기사, 프렌츠프라이가 아시아의 맥도널드 점포에 닿는 과정을 스토리로 만들어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된 경우까지 평범한 이야기도 논픽션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이야기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게다가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 실화라면 그 임팩트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평범한 소재를 모두가 열광하는 스토리로 바꾸어주는 특급 글쓰기 코칭을 통해서 누구나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바로 실전에 적용해 볼 수 있는 현실적인 팁들이 가득하고, 스토리텔링 기술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각종 사례들을 통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논픽션 글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픽션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고, 기자나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팔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작가 지망생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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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11-2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찾던 책 소개 감사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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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란 이런 것이다. 결말의 임시 생략, 근본적인 불확실성. 삶은 이제 탄생에서 죽음까지 날아가는 화살이 아니라 선율적 지속(앙리 베르그송), 켜켜이 쌓인 시간성의 밀푀유다... 우리는 세월이 멈추기를 바랐다기보다는 그냥 기대도 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늘어난 시간을 즐긴다는 것은 상실을 애도하는 것이다. 인생은 추리소설과 정반대로 진행된다. 결말도 알고, 범인도 알지만, 범인을 저지할 마음은 없다.       p.26~27

 

오래 전에 어떤 드라마를 볼때 이런 장면이 있었다. 우연히 첫사랑 오빠를 만나게 된 여인이 자신의 딸에게 말한다. 참 많이 좋아했던 오빠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갑기는커녕 서글프더라고. 사람이 늙는다는 것이 참 불쾌하고도 서글픈 일이라고. 얼굴에 진 주름이 서글픈 게 아니라, 이왕 늙을 거면 몸 따라 마음도 같이 늙어야 하는데, 마음은 청춘인데 몸만 늙는 게 서글프다고. 엄마 나이 쉰 둘인데, 그 첫사랑 오빠를 보는 순간 꼭 열 몇 살처럼 느껴졌었다고 말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내가 꼭 나이인 것은 아니라는 것, 실제 내 나이와 스스로 느끼는 내 나이 사이의 간극은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더 벌어져 간다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20대 까지는 한해, 두해 나이를 먹는 것을 체감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30대부터는 숫자에 조금씩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서류에 나이를 기재할 일이 있거나, 누군가 나이를 묻는 상황이 생기면 꼭 나이를 세어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이 책에서  ‘나이듦’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제안한다. 그는 50세 이후, 젊지 않지만 늙지도 않은, 아직은 욕구가 들끓는 중간 시기에 대해 살펴본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시대를 살고 있지만, 사실 50세가 되면 인생이 정말로 짧아지기 시작한다. 생이 짧아지면 치열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고, 남아 있는 나날 동안 후회되는 부분을 바로잡거나 잘한 부분을 오래 유지하려고 애쓰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삶과 맺는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하지 않은 행동, 하지 않은 말, 내밀지 않은 손. 우리는 어떤 사람을, 큰 타격이 되었을지도 모를 어떤 이야기를 놓쳤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에 상상할수록 망연자실하다. 우리는 기회를 잡지 않았다. 그때 그 자리에서 뭐라도 해야 했다. 두려움, 충격, 수줍음 때문에 우리의 운명이 바뀔 수 없던 순간들을 놓쳤다. 우리 대신 그 기회를 용감하게 잡은 사람들이 원망스럽다. 그토록 심약했던 자기 자신이 용서가 안 된다. 다음에는 절대로 이러지 말아야지.       p.179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황혼은 완성의 시간인가, 또 다른 사춘기인가.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포기, 자리, 루틴, 시간, 욕망, 사랑, 기회, 한계, 죽음, 영원’이라는 10가지 주제를 통해 새로운 황혼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파스칼, 몽테뉴, 프로이트, 니체 등 풍부한 인용과 문학적인 이야기 솜씨로 유려한 사유를 보여준다. 그는 어떠한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자기 능력을 시험하라고,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하게 마련이니 루틴으로 생활의 뼈대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지금을 누리라고, 헛된 희망에 흔들리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라고, 일이 내 뜻대로 닥치기를 바라지 말고 늘 최악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1800년대에 30~35세였는데, 1900년대에는 45~50세가 되었고, 현재는 1년에 세 달 꼴로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껏 인류사에서 그 누구도 살아본 적 없는 긴 수명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현대인에게 ‘나이’란 이전보다는 덜 절대적인 숫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 나이'는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설명해주고 있을까? 오래 살고 싶다기 보다, 의미 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지만, 어느 순간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면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현명하고, 충만하게 오늘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기대와 설렘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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