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마코스 윤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2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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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좋거나 나쁜 것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와 관련해서는 이성적으로 선택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며 누구에게 이로운지, 어떻게 이로운지에 관해서는 의견을 갖는다. 어떤 것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와 관련해서는 의견을 갖지 않는다. 이성적 선택은 그 자체가 옳기 때문이 아니라 옳은 것을 선택하므로 칭찬을 받지만, 의견은 진실에 부합하므로 칭찬을 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좋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성적 선택을 하지만, 좋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가진다.       p.97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들인 니코마코스가 아버지의 강의를 정리해서 썼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저작은 제자인 에우데무스가 정리한 <에우데모스 윤리학>과 아들이 정리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있다. 두 저작의 일부가 내용이 공통이라, 1차로 에우데모스가 스승의 강의를 필기했고, 니코마코스가 다시 원고를 정리해서 이 책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시학, 형이상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그에 관련된 저작들을 남겼다. 스승인 플라톤과 함께 서양철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큼, 그의 책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많이 읽히고 있다.

 

그렇다면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하는 행동에 대한 도덕적인 가치판단, 즉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여러 문제와 규범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여기서 '좋음'이라는 것은 '선'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고, 본성에 부합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의미라고 한다. 인간은 모든 행위에서 '좋음'을 추구하게 마련인데, 사실 그것이 모두 '선'이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좋음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방식, 그 자체로 좋음인 것이란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한 추적은 결국 행복에 대한 우리의 정의로 이어진다. 그리고 행복은 완전한 미덕에 따른 혼의 활동이므로, 미덕에 대해 살펴보기 시작하는데, 이는 도덕적 미덕과 다른 미덕들에 대해, 미덕과 악덕, 절제와 무절제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마치 끝말잇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개념들이 연결되어 한번 읽기 시작하면 백페이지는 거뜬하게 술술 넘어가는 마성의 책이었다.

 

 

 

사람이 누구를 사랑하는지를 알게 되면 앞서 말한 그런 문제가 즉시 분명해진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할 만한 것을 사랑하고, 그렇게 사랑할 만한 것은 좋거나 즐겁거나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익한 것은 좋음이나 즐거움을 만들어내므로, 좋음과 즐거움이 사랑할 만한 대상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을 사랑하는가,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좋은 것을 사랑하는가? 이 둘은 종종 서로 다르다.      p.302~303

 

이 책은 인간에게 '좋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서두를 시작했었다. 그 과정에서 인간에게 좋음이란 '행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인간의 본성에 들어맞는 행복의 조건을 찾고, 행복에 관한 정의라는 개념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겉모습을 넘어 미덕과 중용, 지성과 행동, 이성 등을 두루두루 살펴보게 된다. 좋음이란 의술에서는 건강이고, 병법에서는 승리이며, 건축학에서는 집이니, 모든 행위와 선택의 목적이 바로 좋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 목적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한다.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서 일하고, 가족을 만들고,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미덕에 관해 설명한 뒤 즐거움과 행복에 관한 논의로 끝을 맺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는 행복이란, 어떤 다른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람들이 선택할 만한 것이고, 아무것도 부족함 없이 자족적이어서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다. (p.429)' 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후반부에 수록된 해제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와 저작,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주제와 전개 등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고, 380개의 세심한 각주와 중요한 용어와 개념에 대해서도 별도로 수록되어 있어 읽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니코마코스 윤리학> 번역본들은 다소 난해하다는 평이 많았던 반면에, 현대지성 클래식 버전은 번역이 훌륭해 누구라도 쉽고, 편하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개념과 논증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2,300여 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를 넘어서, 바로 지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읽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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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법 1~2 세트 - 전2권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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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HAVI를 받는 게 상식인 현대,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젊었다. 그래도 실제 나이는 대충 짐작이 갔다. 눈의 총기, 다양한 표정, 쾌활함, 온몸에서 풍기는 분위기. 진짜 20대와, HAVI 덕에 스무 살의 육체를 유지하는 100세는 그런 것들이 다르다. 란코 역시 실제 나이는 98세다. 몸은 HAVI를 받은 스무 살 때와 똑같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 1권, p.32

 

서기 2048년, 불로화 기술인 ‘HAVI’가 도입된지 백년이 지난 시점에 이야기는 시작한다. 일본 정부는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백년법을 시행하기 위해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홍보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백년법이란, 불로화 시술을 받은 사람은 100년 후 죽어야 한다는 법률인 생존제한법이다. 불로화 기술로 이미 백년을 살았다 하더라도 강요된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시술을 받은지 100년이 거의 다 되어 백년법이 실행되면 가장 먼저 적용대상이 되는 이들을 중심으로 국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과 혼란, 반발이 일고 있었다. 하지만 생존제한법이 없다면 옛날 사람들이 사회에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육체는 늙지 않아도 정신은 늙게 마련이고, 더는 새로운 시대와 혁신이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HAVI 시행 이후 신생아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었으며, 국민들이 영원한 젊음을 얻는 대신 나라 전체가 늙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20대에 시술을 받는 게 상식이 되어 버린 시절이라,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젊었지만, 진짜 20대와 HAVI를 받아 몸만 스무 살 때와 똑같게 유지하는 이들이 같을 수는 없었다. 거리에서는 노인들의 모습이 사라져 '노쇠'란 과거의 개념이 되어가고 있었고, 자식이 늙은 부모를 부양하는 전통도 그 의미를 잃어 버려 친자관계를 존속시킬 실질적인 이유도 사라졌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사라졌고,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은 육체로 사는 남녀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것도 당연해진 사회였다. 인류에게 궁극의 꿈인 '불로불사의 삶'이 실현된 사회였지만, 누군가는 죽어야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의 비극이기도 했다. 과연 사람들은 불로화 시술을 받고 100년 후 죽어야 한다는 법률을 받아들일 것인가.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백년법 시행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한다. 과연 생존제한법은 시행될 수 있을까?

 

 

 

도쿄에 내리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도시는 이상한 열매 같다. 농익은 과육이 짓물러 녹아내리며 희미하게 썩은 내를 풍기기 시작했는데도 결코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될 리 없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머지않은 날에 뭔일인가 일어날 것이다. 일어나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그 순간을 기다리며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2권, p.142

 

'무병장수'는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지만, 사실 그것은 결코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우리의 욕망이었다. 그런데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영생에의 꿈이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니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의문이 든다. 과연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삶이란 과연 행복한 것일까. 게다가 백년법으로 정해진 생존가능기한이 되면 터미널 센터에 출두해 안락사 처치를 받아야 한다. 자신의 생명이 연장된 만큼 죽어야 하는 날짜가 정해져 생명의 유통기간이 생기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며 사는 것과 죽을 날이 정해진 채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 다른 의미다. 극중에는 자기 수명의 기한을 정하는 게 싫다는 이유로 HAVI를 거부하고, 평범하게 늙어 주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반면 1000년이면 까마득한 훗날의 일이니,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한 채로 살 수 있다는 이유로 HAVI를 받는 사람들도 있었고 말이다.

 

이야기는 백년법 시행을 미루려는 정치 지도자층과 HAVI로 인한 사회의 재앙을 막기 위해 백년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두 세력의 갈등과 '영원한 젊음'을 얻고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들 각각의 시점에서 교차로 진행된다. 미래세대를 위해 죽음을 택할 것인가, 인간의 기본 권리인 생존권을 지킬 것인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자연스레 고민하며 읽게 되었다. 이 작품은 야마다 무네키의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제10회 일본서점대상 수상작으로 국내에는 2016년에 출간되었다. 이번에 근사한 표지로 옷을 갈아 입고 새롭게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인간의 불로화 기술이 보급된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이지만,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짚어 내는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했다. 인생의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혹은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여러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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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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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도대체 이런 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마코토는 카운터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흘러나온 말에 헉 하고 입을 가렸다. 마스터가 컵을 닦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에는 큰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오는 때도 있어. 거기에 제때 올라타지 못하고 떠밀려 물에 빠졌다고 자신을 비하할 건 없지. 파도가 밀려올 것을 미리 알고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내가 경외하는 하드보일드 작가, 쓰노다 고다이 선생님 책의 한 구절입니다.”            p.80

 

잡지 편집자로 일하다 어이없이 실직한 마코토는 기분 전환을 위해 거금을 털어 호텔에 묵었는데, 그날 밤 호텔이 불이 나는 바람에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불에 타 죽은 여자의 시체를 맨눈으로 보고 말았던 것이다. 쇼크와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에 걸려 지인의 소개로 카운슬러를 소개받았지만, 수상한 신흥종교를 권하는 바람에 도망치다 왼쪽 발목을 삐고 만다. 결국 몸도, 마음도 지쳐서 해수욕장을 찾아와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바다를 향해 '나쁜 놈아!'를 외치려고 했지만, 파도에 밀려 자신의 발밑에 쓸려 온 것은 바로 사람의 시체였다. 아무리 되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하는 일마다 불운을 가져오는 것도 참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사체를 발견한 목격자이자 참고인으로 그곳에 머물게 된 마코토는 우연히 들른 로맨스 소설 전문 고서점에서 주인 할머니의 부탁으로 임시 점장으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불운은 그치질 않고 계속 이어지는데..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코지 미스터리와 시트콤 사이를 오가며 펼쳐지는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지루할 틈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티격태격 로맨스에,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가 잘 버무러져 아기자기한 재미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큭큭 웃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가득한 소설이니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되는 작품이다.

 

 

"이봐요.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해요. 뭐가 <바람과 함께 사라디자>예요, 발이 좀 미끄러진 것뿐이잖아요. 정말로, 정말, 어째서 나만 이런 꼴을 당하는 거냐고요."
"아, 죄송. 말이 잘못 나와서."
당황한 고마지의 사과를 들으려고도 않고, 마코토는 말이 점점 더 격해졌다.
"실직당해 경황 없는 사람이 지인한테는 속고, 바다에서는 사체가 나오고, 호텔에는 불이 나고, 중화냄비로 얻어맞고, 도둑이 들고 게다가 또 사체.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동네냐고요. 여기는."        p.257~258

 

와카타케 나나미의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가 개정판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출간되었다.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삼부작이 모두 함께 예쁜 표지로 다시 나온거라 소장용으로도 그만이다.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은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으로,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은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으로 제목도 모두 바뀌었다. 이 시리즈는 하자키라는 가상의 해안도시를 배경으로 한 코지 미스터리로, 낭만적인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의 사건과 별난 캐릭터, 감칠맛 나는 전개가 어우러진 유쾌한 미스터리 삼부작이다. 시리즈이긴 하지만, 각 권마다 독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무엇을 먼저 읽더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무려 십 년도 전에 읽었던 작품인데다, 표지며 제목이 모두 달라져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다시 읽어 보았다.

 

 

1권에서는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하자키 목련 빌라를 배경으로, 2권에서는 하자키역 앞 상점가에 있는 진달래 고서점, 3권에서는 하자키 반도 끝에 있는 고양이섬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목련 빌라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사체, 하자키 해변에서 발견된 익사체, 고양이섬 민박집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괴사건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미스터리가 이어진다. 모두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용의자도 많고, 관계도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무겁지 않게,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라 페이지가 쓱쓱 넘어간다. 각각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모두 다르지만, 하자키 경찰서의 고마지 반장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그외의 인물들도 다른 시리즈에서 단역처럼 소설 곳곳에 등장해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와카타케 나나미는 하자키 시리즈에 대해 '작은 동네를 무대로 하여 누가 범인인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폭력 행위가 비교적 적고 뒷맛이 좋은 미스터리'라고 했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근사한 코지 미스터리의 세계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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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 : 거대 괴물로부터 바다를 구하라! - 서바이벌 환경 학습만화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
토깽이네 지음, 양선모 그림, 잼 스토리 글,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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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토깽이네가 학습만화의 주인공이 된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시리즈가 벌써 세 번째 이야기로 찾아왔다. 오염된 지구를 구하기 위한 토깽이네와 산신팀의 한판 승부가 벌어졌던 첫 번째 이야기 '사라져 가는 숲을 구하라', 배달 음식과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가던 토깽이네가 대장금팀과 박빙의 한판 요리 대결을 펼쳤던 두 번째 이야기 '음식물 쓰레기에서 지구를 구하라'에 이어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오염된 바다를 걸고 바다의 수호신 해신과 쫄깃한 승부를 겨룬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평범한 네 가족의 일상을 담고 있는 채널 토깽이네의 장점을 고스란히 학습만화에 담고 있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유튜브 채널에 나오는 게임들이 수록되어 토깽이네와 함께 챌린지&배틀을 해가면서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메인 게임은 ‘산호 왕을 구하라’이고, 바다가 산성화되어 하얗게 변하고 있는 산호 왕을 구하기 위해 최고의 의사인 파랑비늘돔을 모셔와야 한다. 실제로 파랑비늘돔이라는 물고기가 해조류에 덮인 죽은 산호와 해초를 먹어 산호를 깨끗하고 좋은 상태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해마다 800만 톤의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거라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바다 생물들이 플라스틱과 비닐 등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어서 서서히 죽어가고, 바다 생태계의 파괴는 결국 고스란히 인간에게도 피해로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바다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은 뭐가 있을까? 배출한 이산화 탄소의 양을 계산하고 그만큼 나무를 심기, 바다에 놀러 가서 생긴 쓰레기는 분리수거 하기, 바다의 표류물이나 쓰레기 줍기, 그리고 평상시에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최대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토깽이네 게임 6가지를 하면서 초등학교 교과과정의 환경 내용과 최신 정보를 학습할 수 있어서 유익한 책이었다. 이 시리즈는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 이슈를 다루고 있다. 1권과 2권에서 토양 오염과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환경 문제를 알아보았다면, 3권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기름 유출로 인한 바다 오염에 대해 살펴보았다. 4권에서는 지구에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진다.

 

패밀리 유튜브 채널 ’토깽이네’의 귀여운 캐릭터 토깽 씨, 토니 씨, 나린, 다린, 네 명의 캐릭터가 매번 지구 환경을 구하기 위해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연계된 활동을 할 수 있어 유익한 시리즈이다. 시리즈 3권을 구입하면, 초판 한정으로 토깽이네 미니등신대도 받을 수 있으니, 토깽이네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자. 재미있게 이야기를 읽고 활동하면서, 지구를 구하기 위한 각종 과학 정보들을 함께 만날 수 있는 학습 만화를 찾고 있다면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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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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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리뷰 대회

 

문득 이전에 이해할 수 없던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처음 죽은 사람을 가까이에서 봤을 때였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람의 몸이란 무섭다거나 슬프다거나 그런 일상적인 감각에서 아주 많이 동떨어져 있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라는 막연한 느낌이 내 눈앞에 현실로 구체화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이를 먹을 수록 부고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져 회사 동료, 가족, 친구 할 것 없이 장례식장에 방문할 일이 잦아진다고 하던데, 이상하게도 나는 죽음에서 꽤 멀리 떨어진 삶을 살아 왔다. 내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것도 삼십 대 중반이 훌쩍 넘어섰을 즈음이었으니 말이다. 그전까지 나에게 죽음이란 피상적인 것, 실체가 없는 무엇이었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접하던 것, 혹은 나랑 전혀 상관없는 먼 타인들의 이야기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죽음에 가까이 있었던 그 날 이후로, 죽음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졌다.

 

 

삶을 결코 그 삶의 끝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살면서 '끝없이' 계속되리라 여겨지던 모든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을 말하기 전에, 존재했고, 존재할 수 있었을 모든 것을 말할 줄 아는 것.          p.56

 

우리는 소중한 걸 잃어버리고 나서야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배우곤 한다. 지나간 시간은 결코 다시 오지 않으며, 지금 놓쳐버린 이 순간이 나중에 생각하면 가슴 시리도록 아픈 후회가 된다는 것을 알아 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뒤늦게 죽음과 마주하게 되고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유대인들은 고인을 떠나 보낼 때 그가 입은 수의의 가장자리를 꿰맨다고 한다. 남겨진 이들이 죽은 이를 위해 거행하는 마지막 의식인 셈이다. 지금 여기에 없는 자들을 기억하고, 떠난 이들의 흩어진 삶을 그러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애도의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제는 가끔 생각한다. 죽은 사람을 가까이서 보고, 장례를 치르고, 떠나 보내고, 그 죽음 뒤에 남겨진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말이다. 육체의 죽음은 그저 삶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죽음 뒤에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는지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델핀 오르빌뢰르는 프랑스의 세 번째 여자 랍비이다. 60만 명의 유대인들이 살아가는 프랑스 유대 공동체에서 여자 랍비는 단 다섯 명 뿐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죽음이 다가온 사람들을 곁에서 함께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죽음에 관한 열한 가지 이야기는 현실에서 공존할 수 없는 죽음과 삶을 넘나 들며 상실의 기억들을 위로해 준다. 죽음을 배운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은 그 의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해준다.

 

 

아무도 죽음에 대해 말할 줄 모른다. 아마도 그것이 죽음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의일 것이다. 죽음은 말을 벗어나는데, 죽음이 정확히 발화의 끝에 도장을 찍기 때문이다. 그것은 떠난 자의 발화의 끝일 뿐 아니라, 그의 뒤에 살아남아 충격 속에서 늘 언어를 오용할 수밖에 없는 자들의 발화의 끝이기도 하다. 애도 속에서 말은 의미작용을 멈추기 때문이다.             p.139

 

산다는 것은 다시 말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고, 나이를 먹은 만큼 노화한 육체는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인간이 죽으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죽음은 언제 시작되고, 어떤 경과로 진행되는지, 죽음 뒤에 남겨지는 것들에 대해서, 죽음 이후에 계속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랜 동안 죽음을 다루며 남겨진 이들의 애도를 지켜보고 함께 해 온 저자는 랍비로서 자신의 역할을 서로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이야기꾼으로 정의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죽음이 우리 삶의 터전에 허락도 없이 들어 왔고,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그 순간에 할 말과 행동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살아 있는 자들과 죽은 자들이 생명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넘어 서는 순간, 죽은 자에게서 살아 있는 자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것이다. 홀로코스트와 테러, 지금 이 순간에서도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인한 죽음들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죽음들, 그 모든 죽음이 불러오는 두려움과 고통을 마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생의 의지를 더 불태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또한 바로 그러한 이야기의 힘이다. '우리의 장례식에서 우리가 우리의 죽음으로 요약되지 않고, 그래서 우리가 살아생전에 얼마나 살아 있었는지를 느낄 수(p.57)' 있기를. 그러한 마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천천히 넘겨 읽게 되는 책이었다. 죽음이 도래하는 방식은 무한하고, 우리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살아 있는 이 순간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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