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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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핑핑 돌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현실과 이어주는 무언가가 끊어져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계속해서 손을 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따뜻한 화면을 쓸어내렸다.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녀는 화면 속에 몇 초간 더 머물렀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은 똑똑히 읽을 수 있었다.
"미안해." 나의 죽은 아내가 말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멀어져갔다.            p.55

 

결혼 7개월 차에 접어든 스물다섯 동갑내기 커플 벡과 엘리자베스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모처럼 드라이브에 나섰다. 그들의 목적지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온 인전이 드문 깊은 숲속의 호수였다. 매년 첫 키스 기념일에 그들은 이곳을 찾아 나무에 한 줄씩 줄을 그어 새겨넣었다. 열세 번째 줄을 나무에 새겨넣은 그날, 엘리자베스는 벤의 눈 앞에서 살해당한다. 그리고 8년 후, 뉴욕 빈민가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벡은 이상한 이메일 한 통을 받는다. 벡과 엘리자베스의 이니셜과 함께 나무에 줄이 그어진 횟수만큼 표시된 제목의 그 이메일은 그들의 기념일 '키스 타임'에 링크를 클릭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들만의 기념일과 의식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체 누가 이런 이메일을 보낸 것일까.

 

며칠 후, 벡은 한 대도시 거리의 실시간 스트리트 탬 영상을 전송받고, 영상 속에서 죽은 아내와 마주한다. 화면 속 엘리자베스는 분명 나이 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녀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의 작은아버지가 신원확인을 했었다. 하지만 영상 속에서 벡이 본 것은 자신의 아내가 틀림 없었다. 엘리자베스가 살아 있는 것일까. 벡과 엘리자베스만 아는 암호로 적인 메세지가 이어졌고, 그 속에는 '그들이 보고 있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한편, 엘리자베스가 살해당했던 호숫가에서 백골 사체 두 구가 발견되고, FBI는 벡을 피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대체 벡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만약 엘리자베스가 살아 있었다면 지난 8년간 어디에서 숨어 지낸 것일까? 왜 하필 FBI가 벡을 살인범으로 지목하기 시작했을 때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엘리자베스는 진짜로 살아 있는 것일까?

 

 

 

 

누구도 말하지 않는 비극에 대한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비극을 겪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다.
사실 나는 아내의 죽음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됐다. 모든 불행에는 한 가닥의 희망이 숨어 있다. 물론 내게 허락된 희망은 실로 하찮은 것이었다. 그것이 그럴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평한 거래도 아니지만, 나는 과거와 비교해 확실히 나은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무엇이 중요한지 제대로 따질 수 있게 됐다. 남의 고통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됐고.               p.128

 

<밀약>이라는 제목으로 2002년에 국내에 두 권으로 소개되었던 할런 코벤의 초기작이다. 세련된 표지로 옷을 갈아 입고, 새로운 번역과 제목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단 한 번의 시선》에서 공포심을 자극하는 북한 출신 살인병기 에릭 우, 《용서할 수 없는》 《홀드타이트》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변호사 헤스터 크림스타인 등 지금까지 출간된 작품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들의 과거 행적이 그려져 재미를 더해준다.

 

초점 없는 눈으로 지루한 인생길을 터덜터덜 걸어가던 소아과 의사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자의 이메일을 받고, 유령을 보게 된 뒤, 두 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유력한 용의자로 전락해 버린다. 게다가 경찰의 추격을 받고 도망 다니며 경관을 폭행하고, 악명 높은 마약상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하면서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당연히 그 모든 과정은 긴박하고 숨가쁘게 흘러간다. 독자 입장에서는 대체 이 모든 일이 다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기도 전에 주인공의 처절한 사투를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들은 항상 평범한 일상의 균열이 깨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들고,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고, 거짓말이 본색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들은 책을 읽는 내내 다음 장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지도록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페이지 터너의 정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롤러 코스터처럼 달려가는 이야기는 인물들 각자의 크고 작은 비밀이 쌓이고, 욕망이 얽혀 엄청난 진실에 이르게 된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의 삶을 어디로 데려갈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파국에 이르든, 그렇지 않든, 선택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자신이 치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삶의 대부분의 문제는 선택의 도마 위에 놓이게 마련이다. 매 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선택의 아이러니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작가가 할런 코벤이 아닐까 싶다. 그의 작품들은 재미 면에서 독자들에게 절대 실망을 시키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특히나 이 작품은 오랫동안 절판 상태였기 때문에, 할런 코벤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고 챙겨봐야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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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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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은 어째서 아직 살아 있는 것입니까?"
그 의문은 간베에의 가슴을 줄곧 답답하게 짓눌렀던 게 틀림없다.
구로다 간베에는 오다의 사자로 아리오카성에 왔다. 무라시게는 간베에를 쫓아낼 수도 있었고, 참수할 수도 있었다. 심기를 거스르는 사자는 코나 귀를 베어 돌려보내는 일도 세상에는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무라시게는 그 어느 방법도 선택하지 않고 간베에를 붙잡아 지하 감옥에 가두었다.          p.121

 

2021년, 일본 문학계를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작품, 요네자와 호노부의 <흑뢰성>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기나긴 수상 이력으로도 화제였는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제166회 나오키상과 제2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등을 수상하며, 모두 합쳐 9관왕을 했다. 아마도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나오키상과 주요 5개 미스터리 부문을 석권한 작품은 역사상 <흑뢰성>이 유일하다고 하니 말이다. 이 작품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첫 장편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시대 패권을 눈앞에 둔 1578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오다 노부나가의 무장 아라키 무라시게는 그해 10월 느닷없이 반역을 일으키고, 근거지인 아리오카성에서 저항을 시작했다. 사실 잘 나가던 다이묘였던 그가 왜 모반을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이유가 없어 여러 설이 분분하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전해지는 것은 무라시게가 노부나가에게 갑자기 반기를 들었다는 것, 이 뜬금없는 반란에 경악해 간베에를 보내 회유하려 했으나 무라시게는 그를 1년 이나 토굴에 가두어 버렸다는 것이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바로 이 1년 간의 시간에 대해 소설적 상상을 시작했고, 이 작품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지하 감옥으로 향할 때 무라시게는 언제나 혼자였다. 아리오카성에 문제가 생길 때 무라시게가 지하로 내려가는 것을 아는 이는 무라시게와 간수와 지하에 갇혀 있는 구로다 간베에뿐이다. 벌써 몇 번이나 이렇게 계단을 내려갔을까? 성의 함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기가 몇 차례나 있었다. 그중 몇 가지는 무라시게가 장수들에게 지시해서 해결했고, 또 몇 가지는 간베에의 지혜로 피할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이 가을이다.           p.434

 

역사에 기록된 사건을 입체적으로 잘 재현하는 것도 흥미롭겠지만, 진짜 재미는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그 행간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무라시게가 왜 오다에게 반기를 들었는지, 그리고 간베에는 왜 죽이지 않고 가뒀는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시간들은 여전히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기괴한 사건과 불가능한 범죄를 통해 역사의 틈을 재구성했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잘게 쪼개진 수많은 각 세력들간의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던 어지러운 시대였다. 난세가 늘 그렇듯 하루가 멀다하고 지역의 지배자가 바뀌었으며, 잘나가던 가문이 하루아침에 몰락하기도 하고, 별볼일 없던 세력이 순식간에 급부상하기도 했다.


 

 

사람을 베고 태워 죽이는 일이 흔했던, 그야말로 일상이 전쟁인 시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살벌한 세계였다. 그 와중에 아리오카성안에서는 이상한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겨울에는 죽이지 않고 살려둔 인질 소년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누군가에게 살해되고, 봄에는 야습 후 뜻하지 않게 적장을 해치웠는데 수훈을 밝히기 위한 과정에서 가져온 머리가 바뀌는 일이 생긴다. 여름에는 밀사였던 고승이 누군가에게 살해되면서 그에게 맡겼던 보물이 사라지고, 다시 가을이 된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라시게는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만나고 성의 함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기를 겪을 때마다 성의 지하 감옥에 내려가 간베에를 만나 지혜를 구했다. 물론 이들의 관계는 적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뢰인과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구도로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무라시게는 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한다. 성이 견고한 것은 해자가 깊고 성루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버티고 있는 장졸들이 성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사람이 곧 성이기에, 장졸이 대장의 기량을 의심하는 성은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무라시게는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대장이 되기 위해서 불가사의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미스터리물보다는 역사소설에 가깝다. 트릭이나 반전 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해답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이라는 명목 하에 싸우다 죽는 사람들이 한 무더기인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누군지도 모르는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거짓말 같은 상황이 펼쳐지는 난세의 한 복판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선과 악, 죄와 벌, 사회 속의 개인과 조직 내에서의 윤리에 대해서 시대를 뛰어 넘어 현재의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깊은 여운을 남겨주는 묵직한 서사의 힘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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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뉘의 시간을 너에게 웅진 당신의 그림책 6
마르틴 스마타나 지음,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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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하기도 어려운 '볕뉘'라는 단어는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그늘진 곳에 비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이라는 사랑스러운 뜻을 담고 있다. 사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렇게 잠시 스쳐지나가는 따스함이야말로 오늘을 버티게 하고, 내일을 또 달려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일 것이다. 우울하고 나쁜 소식들이 가득한 뉴스 속에서, 아주 작은 선행, 소소하지만 선한 마음 들이 그 모든 슬픈 이야기를 상쇄시켜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 그림책의 작가인 마르틴 스마타나는 헌 옷과 천을 활용해서 그림 작업을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이다. 크레용, 색연필, 물감, 혹은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헌 옷과 쓰다 버린 천을 활용한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한 그림이라니 낯설지만 독특하고 신기했다.

 

일반적인 그림들과는 다르게 입체감이 있는 그림들이라 더 생생하고 따스하게 느껴져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작가는 이러한 그림들과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좋은 소식들을 함께 엮었다. 그러니 이 책에 수록된 50가지 따뜻한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로 벌어진 것들이다. 몇몇은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이야기였는데, 이 모든 것들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니,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나 싶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거리를 청소하는 한 환경미화원은 버려지는 책들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어 한 권씩 모으기 시작한다. 버려진 책들은 시간이 흘러 25,000권이 넘게 가득 쌓였고, 그는 자신의 집 1층을 가난한 어린이들이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책을 사 읽을 수 없는 이들 누구나 와서 읽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탈리아 팔레르모에 사는 열 살 소년은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비행기 운항이 모두 취소되었고, 소년은 아빠와 손을 잡고 93일 동안 무려 2,700여 킬로미터를 걸어 런던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침내 보고 싶었던 할머니 품에 안겼다.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서점에 오기 어려워지자, 슬로바키아 질리나의 한 서점 주인은 직원들과 함께 자전거와 스쿠터를 타고 독자들에게 직접 책을 전달해 주었다. 덴마크와 유럽 몇몇 나라에서는 강에서 즐길 수 있는 카약을 공짜로 빌려준다. 단, 카약을 타며 쓰레기를 주워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환경도 살리고, 무료로 카약도 탈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유래 없는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힘겨워 할 때 한줄기 햇볕처럼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헌 옷과 천을 오려 붙여 만든 패브릭 콜라주로 표현한 그림들이라 더욱 포근하게 느껴졌다. 쓰던 천과 입던 옷을 사용해 만들어진 그림이라고는 보여지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하고, 세밀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무엇보다 패브릭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림에서 다양한 촉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작은 보풀로 표현한 눈송이, 솜털을 뭉쳐 표현한 산 정상, 니트 직물의 결로 표현된 논과 밭의 풍경, 청바지를 조각내 이어 붙여 탄생한 마을 광장 등 헌 옷과 천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이토록 다양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좋은 소식은 나쁜 소식에 가려 잘 들리지 않기 마련이지만, 사실 세상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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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여신
임지은 지음, 오천사 그림, 김은하 원작 / 북폴리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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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가 날 지켜"
그렇게 중얼거리자 거울 속의 장미꽃잎 갚은 입술이 예쁜 호선을 그린다. '복수를 위한 재탄생 프로그램'은 완벽히 성공했다. 예전의 모습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길을 가면 누구나 돌아보고 시선을 떼지 못하는 아마 학교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예쁜 여자아이가 살기 어린 얼굴로 또박또박 한 글자씩 읊었다.
"다 죽여 버릴 거야."          p.52

 

단짝 친구인 민선과 태희는 친구들에게 돼지 1, 돼지 2라고 불릴 정도로 뚱뚱하다는 이유로 자주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회장에 모범생, 상냥하면서도 퇴폐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인기가 많은 호태가 민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일진들이 괴롭히는 순간에 나타나 구해주고, 폰 번호를 물어보고, 선물을 건네면서 말이다. 전부터 자신을 좋아했다면서 사귀자고 고백하는 호태에게 설레어 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다 호태와 일진 일당들이 꾸민 연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믿었던 상대한테 배신당했을 때의 절망감을 구경하기 위한 거짓 고백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이 모든 연극의 배후에 가장 친한 친구였던 태희가 있었다는 사실에 민선은 더욱 충격을 받는다. 일진들의 셔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태희가 민선을 대신 팔았던 것이다. 결국 민선은 치욕감을 견디기 힘들어 학교에서 도망쳐 집 안에 자신을 가두고 만다.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아무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살을 빼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그들 앞에 나타나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과연 민선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복수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넌 어떻게 하는 말마다 사귀자로 끝나냐?" 여빈이 쏘아붙였다.
"아무것도 안 해 주고 사귀면 좀 그런가? 그럼 나랑 사귀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줄게."
"진짜?"
'죽어 달라고 하면 죽어 줄 거야?'
웃는 얼굴 뒤에 숨어 있던 여빈이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을 마음속으로 던졌다.            p.120

 

이 작품은 톡톡 튀는 트렌디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름난 유튜브 채널 ‘치즈필름’에서 만든 웹드라마로,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50만 뷰, 누적 5000만 뷰를 돌파하며 화제를 일으킨 웹드라마 계의 전설적인 시리즈다. 책으로 재탄생한 <복수여신>은 두 편의 미공개 번외편을 수록하고 본문 곳곳에 풀컬러 일러스트를 담아 소장 가치를 높였다. 초판 한정으로 두 주인공의 포토카드와 탑로더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사실 웹드라마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이 작품의 스토리 전개가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개연성보다는 빠른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이 더 중요하고, 세심한 심리 묘사보다는 생생한 캐릭터의 매력 구현에 더 치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웹드라마는 한 회당 러닝타임이 10분~12분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니, 일반적인 소설의 문법을 기대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주인공이 예뻐져서 나타나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은 여타의 드라마나 소설 등에서 자주 사용되곤 하는 일종의 클리셰이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 역시 변신한 여주인공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괴롭혔던 일진들이 오히려 그녀에게 반하면서 비슷한 패턴으로 쉽게 복수의 서사가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반전은 생각보다 빨리 등장한다. 예쁜 일러스트들이 학원 로맨스물을 기대하며 읽게 만들지만, 어느 순간 웬만한 스릴러 못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작품에는 클리셰를 뒤집는 특별 번외편이 수록되어 이미 웹드라마로 이 작품을 봤더라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하게 될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번외편이 원작보다 흡입력 있는 매력을 선사할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은 소설로 꼭 만나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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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마인드파워 다이어트
조성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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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긋지긋한 요요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을 몰라서? 의지가 박약해서? 게을러서? 식탐이 강해서? 아니다. 근본 원인이 아니라 행동과 습관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행동과 습관만 고치려 해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으킬 수 없다... 행동과 습관의 근본 원인이자 뿌리인 마인드를 바꿔야 몸도 바뀐다.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혹독하게 체중을 감량해도 금세 이전의 몸으로 돌아가버린다.          p.21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계획하지만 거의 대부분 실패하고 마는 것, 바로 다이어트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의지가 부족해서? 방법이 잘못되어서? 요요로 인해 다시 돌아가서? 뭐 사람마다 방법이 다른 것처럼, 상황도 이유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살이 잘 빠지는 식단이나 운동법을 알려주는 다이어트 책은 세상에 너무도 많다. 아마 다들 한두 번쯤은 다이어트를 경험해봤을 것이고, 다이어트 책자도 몇 권쯤은 봤을 것이다. 대부분 하루 권장 칼로리부터 시작해서 식이 조절 방법과 운동법 등을 알려주게 마련인데, 이번에 만난 책은 정말 이상한 다이어트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다이어트'에 대해서 알려 준다. 여느 다이어트 책자에 실릴 법한 내용이 전혀 없다. 식단이나 운동법 등이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은 다이어트 책이라니.. 그럼 대체 뭘 알려주겠다는 건지 궁금할 것이다. 이 책은 원하는 몸매가 되기 위해서 무조건 갖춰야 할 '마인드와 솔루션'을 알려준다. 국내 1호 마인드파워 스페셜리스트인 저자는 '마인드파워'를 다이어트에 적용하고, 실제로 효과를 경험했다. 그 흔한 근력 운동 한번 해본 적 없던 저자는 7주 만에 본인이 목표로 한 ‘47kg의 근육질 몸짱’이 되었고, 벌써 10년 째 매년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마인드파워 다이어트 1기와 2기를 진행한 결과 약 200명의 사람들이 평균 90일 동안 8kg 감량했다. 이 다이어트는 의지력이 아니라 마인드파워로 하는 것이라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거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바로 그 일을 하라. 당신을 가두고 있는 벽에 균열을 내자. 우리는 자신이 믿는 대로 된다. 못 한다고 생각하면 못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 ‘나는 못 한다’에서 ‘나도 할 수 있다’로 생각이 바뀌는 순간, 당신의 잠재의식에 불이 탁 켜지면서 모든 세포가 강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도전할수록 당신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질 것이다. 더욱더 당신다워질 것이다.         p.198

 

저자도 20대 때는 자기혐오에 빠진 평범한 다이어터였다고 한다. 스스로를 끝없이 자책했지만, 결코 살을 빼지 못하는 나날을 보냈던 것은 비단 저자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도는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게 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바로 다이어트이니 말이다. 그러다 마인드파워를 공부하면서 매번 실패하는 다이어트의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살이 빠지는 마인드'라니, 한번도 그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기에 대단히 흥미로운 다이어트 방법이 아닐까 싶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마인드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하니 사실 감이 잘 안 잡히긴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인드 파워에 대해 알게 되고, 어쩌면 이런 방법으로 다이어트가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실제 마인드파워 다이어트 성공 사례가 수록되어 있어서,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다이어트 과정과 결과를 만날 수 있다. 셀프이미지 만들기, 액션 플랜 기록하기, 파워 암시문 외치기 등 구체적으로 90일 동안 기적의 마인드파워 다이어트를 실행할 수 있는 습관 만들기를 따라 해보기만 해도 살이 찌지 않는 건강한 습관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책 구입시에 받을 수 있는 '실전 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면 좋을 것이다. 책에서 알려준 내용들이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어서 단계별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말이다. 그 동안 다이어트를 하며 지긋지긋하게 많은 실패를 반복해왔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근본적인 마인드부터 바꿔보자. 상상하는 그대로 내 몸이 바뀌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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