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나, 마법소녀야. 콤팩트를 이용해서 변신도 하고, 요술봉으로 마법도 쓸 수 있어."
"어떤 마법인데?"
"여러 가지! 제일 멋진 건 적을 쓰러뜨리는 마법이야."
"적?"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에는 적이 아주 많아. 나쁜 마녀나 괴물 같은 거. 난 언제나 적을 해치우며 지구를 지키고 있어."           p.10

 

초등학교 5학년인 나쓰키에게는 가족들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바로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 고슴도치 인형 퓨트와 함께 지구의 위기를 지키는 '마법소녀'라는 점이다. 유일하게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사촌인 유우뿐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는 아키시나의 웅장한 산속에 있는 집에서 매년 백중절에만 만날 수 있었지만 말이다. 함께 여름방학을 보내고 나면 일 년간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유우와는 비밀 연인 사이이기도 하다. 나쓰키의 엄마는 유난스러운 성격의 모범생 언니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하고, 아빠는 모든 가정사에 그저 방관할 뿐이다. 나쓰키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외롭게 보낸다. 그래서 나쓰키는 가끔 '사라지기' 마법을 쓴다. 진짜 사라지는 건 아니고, 숨을 죽이고 기척을 숨긴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집 안의 쓰레기통이라고 여기면서 사는 삶은 어떤 걸까. 아빠도, 엄마도, 언니도, 불쾌한 감정이 부풀어 오르면 나쓰키에게 고스란히 표출해버린다.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나쓰키의 험담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 너무도 익숙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상한 건 가족들의 태도만이 아니었다.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와 닮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학원 선생님은 아무도 모르게 나쓰키를 불러 쉽게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일삼는다. 그게 성적인 학대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말이다. 그렇게 가족과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오랜 세월 언어적으로, 물리적으로 학대를 당해온 나쓰키는 스스로를 포하피핀포보피아별의 마법소녀라고 생각한다.

 

 

 

살아남기 위해 마법을 써야 한다. 온몸을 텅 비우고 복종해야 한다... 엄마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슬리퍼로 내 얼굴을, 머리를, 목을, 등을 내리쳤다. 나는 마음의 스위치가 꺼진 상태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숨을 죽이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땅에 묻힌 타임캡슐처럼 나를 껍데기에 가두고, 묵묵히 견디며 목숨을 부지해 미래로 보낸다.
얼마나 먼 미래까지 목숨을 보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p.66

 

이 작품은 무라타 사야카가 <편의점 인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후 단 일 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요술봉과 달콤한 젤리 등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표지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스로를 마법소녀라고 생각하는 사춘기 소녀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단순히 아름답고, 상상력이 지나쳐 현실과 환상을 넘나 드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만나고 보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충격을 안겨주는 대단한 문제작이었다. 폭력적인 상황에 처할 때마다 유체이탈 마법을 써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녀의 마음이 안타깝게 느껴지다가도, 정상을 약간 벗어난 것 같은 소녀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지켜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는 것이다. 파란 덩어리의 인간, 금빛 액체로 된 피 등 현실이 끔찍할 수록 구현되는 이미지는 점점 더 동화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소녀가 어른이 된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더 분량도 많고, 더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라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독보적이고, 도발적인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궁금할 만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충격이 더해가는 그런 작품이었다. 세상의 상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에 대한 해석은 놀랍게도 현실과 맞닿아 있다. 세상을 번식을 위한 '인간 공장'으로 인식하는 것이 근미래적이라거나, SF적인 설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무런 대책 없이 저출생을 지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떠올려본다면 소설 속 이야기를 허구의 그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금기를 넘어서 미친 짓처럼 보이지만, 사실 점점 정상에서 벗어나 이상해지는 이들의 행동 또한 모두 사회가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미친 것은 이들인가, 사회인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달콤한 이미지 뒤에 숨겨져 있는 파괴적인 상상력의 끝판왕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래별 아트북 - 명장면&명대사 미니 아트북 + 포스터북
나윤희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래별>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일제 강점기 경성의 동화 같은 로맨스 웹툰이다.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흠잡을 데 없는 그림체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전개까지 더해져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1926년 일본 지배하의 조선, 군산의 친일파 대지주 집에서 몸종으로 일하던 17세 소녀주인공으로 독립 운동가 두 남자와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는 로맨스 시대극이지만 뻔하지 않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고래별 아트북은 웹툰 <고래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독자들이 소장하고 싶어 하는 명장면 명대사를 담은 미니 아트북(1권)과 미니 아트북에 수록된 일러스트를 한 장씩 떼어 포스터로 쓸 수 있는 포스터북(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판 한정 특별 부록으로 고래별 포토카드 5종도 받을 수 있다. 수아, 의현, 해수의 종이 포토카드 3종과 투명 포토카드 2종이다.

 

 

#51화
모두 잊겠다는 말은 하지 마. 나는 잊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살렸으니 내 숨의 반이 너잖아.
네가 어디에 있어도 나는 찾아갈 수 있어.
몇 번이라도 내가 너를 반드시 찾아낼게.

 

미니 아트북은 독자들이 사랑하고 소장하고 싶어하는 일러스트 15점과 고래별의 명대사를 수록하고 있다.

 

수아가 바다에 빠진 해수를 구하는 장면, 해수와 녹주가 연해주를 떠나 경성으로 향하는 장면, 산으로 도망친 수아와 해수가 함께하는 장면 등 고래별 독자가 뽑은 13컷의 명장면뿐만 아니라, 웹툰에는 담겨 있지 않은 고래별 컬러링북 표지 일러스트와 고래별 아트북 표지 일러스트까지 만나 볼 수 있다.

 

 

포스터북은 미니 아트북에 수록된 일러스트를 한 장씩 떼어 붙일 수 있도록 포스터로 담아냈다. 미니 아트북으로 고래별의 명장면을 다시 한 번 느껴 본 뒤에, 소장하고 싶은 일러스트는 포스터북에서 하나씩 뜯어 나만의 공간에 전시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포스터북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는데, 커다란 판형에 손쉽게 뜯어지는 제본 방식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참 좋다. 책을 그대로 비스듬하게 세워두어도 좋고, 한 장씩 뜯어 벽에 붙이거나 액자에 넣어 걸어두어도 근사한 소품이 되니 말이다.

 

 

#104화
"인어 공주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 답을 나는 반만 알게 된 것 같소. 목소리를 잃은 채 바다를 떠나고 뭍의 사람을 사랑했지만 그건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었다는 것을.
물의 사람은 마음속에 품은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감히 돌이킬 수도, 꺾을 수도 없는 것이었소.

 

포스터북을 활용해 나만의 공간에 내가 원하는 대로 전시회를 열어볼 수도 있겠다.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공간을 꾸며볼 수 있으니 더욱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사실 좋아하는 그림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구하기 어렵거나,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사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고래별 아트북은 합리적인 가격과 딱 좋은 크기의 사이즈, 그리고 <고래별>이라는 근사한 작품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니 일석 이조가 아닐까 싶다.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으로 공간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 마법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고래별 아트북을 활용해 보자. 마스킹 테이프로 심플하게 벽에 붙여도 좋고, 근사한 액자에 넣어도 좋다.

 

 

동화 속 인어 공주는 목소리를 잃은 채 바다를 떠나고, 뭍의 사람을 사랑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중에서 인어 공주가 가장 슬펐고, 또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주인공이기도 했다. 굳이 목소리까지 잃어 가면서 물 밖으로 나왔건만, 겨우 사랑 때문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결정이 어린 내게는 쉽게 공감되지 않았던 탓이다.

 

그래서 <고래별>이라는 작품은 읽기 시작할 때부터 먹먹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어쩐지 처음부터 암울한 시대가, 극복할 수 없는 신분의 한계와 자꾸만 어긋나는 상황이,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안타깝지만 이해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 만난 이 작품이 나에게 '진짜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들려준 셈이다. 그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래별 아트북>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레이지 가드너 4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일로 작가의 미친듯이 재미있는 식물집사 이야기! <크레이지 가드너>가 4권으로 완간되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연재되는 웹툰으로 45화까지 완결이 되었는데, 지난 3권에서 35화까지 수록되었고, 이번 4권에서 마지막 이야기까지 마무리가 되었다. 매주 재미있게 챙겨보던 웹툰이 연재가 끝나 아쉬웠다면, 그 마음을 종이책으로 달래주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이번 4권에서는 완결 기념 특별 에피소드가 외전으로 두 편이나 수록되었다는 사실! <크레이지 가드너>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고 챙겨봐야겠다.

 

 

<크레이지 가드너>는 식물을 의인화하는 방식으로 파워 넘치는 근육질의 식물도 등장하고, 아기처럼 귀여운 식물도 등장해 재미를 선사하고, 구석구석 식물 키우기에 대한 깨알 같은 팁들도 가득한 '본격 교양 식물 만화'이다. 식물 가드닝에 대한 정말 디테일한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만화라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식물 이름을 검색하고 있곤 했다.

 

이번에는 구근식물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고 있는 중인데, 수경 재배라는 것도 흥미로워서 조만간 히아신스 구근을 구매할 예정이다. 물론 잘 키울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일로 작가의 말처럼 원래 죽이면서 점점 잘 키우게 되는 게 가드닝이라고 하니 말이다. 하핫.

 

 

날씨가 풀리자 마자 '식물 사고 싶어' 병이 도지고 말았다는 에피소드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분명히 식물을 새로 사지 않은지도 꽤 되었고 번식으로 생긴 중복 개체들도 열심히 정리했는데, 식물을 둘 자리가 없어졌다는 게 문제라는데... 어째 딱 내가 느끼는 '책 사고 싶어' 병과 비슷한 상황 같아서 말이다. 늘 사고 싶은 책이 생기는데, 책을 새로 산다고 해도 둘 곳이 없다는 딜레마에 빠지곤 하니 말이다. 식물덕후와 책덕후의 공통점을 찾고 있자니, 세상 모든 덕후들은 분야가 다르더라도 말이 통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시리즈가 그렇게나 공감이 되고, 푹 빠져서 읽을 만큼 재미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SNS만 보더라도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너무 많아졌지만, 사실 식물을 돌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햇빛을 많이 보게 해주고, 물만 잘 주면 살겠지 싶겠지만 식물마다 필요한 환경이 달라서 제대로 키워내는 것이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대체 왜 남들은 멀쩡하게 잘만 키우는데,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들이 죽는 걸까 싶었던 적이 있는 식물 똥손들도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마일로 작가 역시 시작은 손만 댔다 하면 식물을 죽게 만들었던 '식물 망나니'였으니 말이다. 지금은 수백 개가 넘는 식물을 돌보며 키우는 '식물 집사'가 되었으니, 누구라도 식물 똥손에서 식물 금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마일로 작가의 극한 가드너 경험은 기쁨과 힐링, 번뇌와 해탈의 콤보로 식물을 길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폭풍 공감할 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식물 초보들에게도 극한의 유머와 유쾌함으로 무장한 현실 밀착형 에피소드로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실 식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크레이지 가드너> 시리즈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본격 식물 뽐뿌질 만화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꼭 시즌 2가 나오기를, 마일로 작가의 차기작 소식과 함께 기다려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작의 기술 (리커버) - 침대에 누워 걱정만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7가지 무기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간단히 말해서 지금 살고 있는 삶을 그만두고 원하는 삶을 살 의지가 있는가? 이 모든 것은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의지는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삶을 피어나게 했다가 시들게 했다가 한다. 의지는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스위치만 '틱'하고 켜주면 된다. 종종 우리는 자신이 꾸물대거나 게으르거나 동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그러고 싶은 의지가 없을 뿐이다. 우리가 뭔가를 미루거나 회피하는 이유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다고 이미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p.43

 

이 책은 처음엔 독립 출판으로 출간되었다가, 독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내 열성적인 팬들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리고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세계적인 출판사 하퍼콜린스에서 재출간되었으며,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오로지 입소문으로만 돌풍을 일으켰으니, 그야말로 독자들이 만들어낸 역주행 밀리언셀러인 셈이다. 그만큼 여타의 비슷비슷한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책이다. 시작부터 '어쩌면 당신이 좇는 그 행복, 원하는 몸무게, 선망하는 커리어, 갈망하는 사랑은 결코 당신의 것이 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단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개리 비숍은 군말 빼고 핵심만 명쾌하게, 쓸데없는 희망을 주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단호하고 직설적으로 행동을 이끌어낸다.

 

계획을 세우지만 매번 실천을 못 하는 사람, 그리고 그러한 일에 핑계만 대는 사람, 겨우 시작은 하더라도 제대로 끝을 맺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제대로 된 '시작의 기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지만 지키지 못했으며, 이런저런 일을 시작할 거라 다짐했지만 한 번도 하지 못했으며, 인생을 바꿀 모험을 수십 번, 수백 번 시작했지만 이내 시들해져서는 끝까지 가지 못한다. 이 책은 그렇게 내일부터는 진짜 달라질 거라고 결심하지만 언제나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한 채 후회만 쌓여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면 우리는 삶을 미룬다. 그렇다. 우리는 기분이 내킬 때를 기다린다. 그러나 인생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완벽한 기분이란 없다. 기분이 나아져서 기적처럼 내 삶을 더 좋게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린다면 어떻게 될까? 삶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위 단언들 중 어느 것도 당신 삶을 더 쉽게 만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간단한 진실이 있다. 내면 세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외부 세계에서 뭔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 생각 밖으로 나와라. 삶 속으로 뛰어들어라.         p.209

 

텔레비전을 끊어라. 읽고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던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끊어라. 과식을 끊어라. 소파에 붙어사는 것을 끊어라. 미루는 버릇을 끊어라. 그리고 그 자리에 뭐든 좋은 것이 들어설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말했듯이, 핑계는 그만 대라! 이제 삽질은 그쯤하고 삶 속으로 뛰어들어라! 개리 비숍은 이 책에서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등을 떠민다. 삶을 변화시킬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그만 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지금 그 상황에 밀어 넣은 습관들을 살펴보고,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를 대지 말고, 지금 당장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말이다.

 

'당신 머릿속에 있는 것이 당신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뭘 하는가가 당신을 규정한다'는 말이 특히 흥미로웠다.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멈춰 서거나 꾸물댄다고 해서 인생이 우리를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확신하지 못하거나 두려워한다고 해서 인생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뭘 하든 인생은 계속된다는 얘기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삶을 바꿀 의지가 있는가.에 있다.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살 의지가 있는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의지가 있는가? 절대 성공하지 못할, 지속되지 않을 관계를 참고 견딜 의지가 있는가? 이런 거지 같은 상태를 더 이상 참고 싶지 않다면, 당신도 시작할 수 있다. 만약 쳇바퀴에서 빠져나올 의지가 없다면, 당신은 이대로 사는 게 그런대로 참을 만한 게 틀림없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렇게 현실을 직시하고, 패배감과 무기력을 벗어 던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작의 기술>을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생각했다. 오늘부터는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 봐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일을 시작해봐야겠다고 말이다. 이제 생각 밖으로 나와, 삶 속으로 뛰어들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 일한 하루 - 쉽지 않지만 재미있는 날도 있으니까
안예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서 이번 1년은 헛되이 쓰지 않으려고 한다. 살아만 있어도 칭찬을 받아 마땅한 나날들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창작의 하늘 아래 모든 나라의 경계선이 한 군데로 모이는 지점에 멋진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려고 한다. 실천을 하지 않은 결심만 해도 수백 개는 될 테지만, 결심을 한다는 것 자체도 실천의 일부라고 자기합리화를 해본다. 아직 단추는 채우지 않았지만 옷에 몸을 끼워 넣긴 한 거라고. 그런데 짝을 잃은 결심들은 어디로 갈까? '작심삼일의 배'에서 태어난 그 수많은 결심들은?          p.55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첫 등장할 때도 그랬지만, 또래 가수들과는 다르게 독보적인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가지고 있는 가수이다. 창법도 일반적인 가요의 그것이 아니라 타령에 가까운데다, 작곡, 작사, 편곡까지 혼자 다하는 그녀의 음악 또한 대중적인 방향과는 다르게 특유의 컬러가 있다. 오죽하면 팬들이 음악 장르 자체가 안예은이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트곡이 몇몇 있는데,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멜로디와 분위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걸 보면 그야말로 마성의 매력을 가진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안예은은 스스로를 '창조적 모방도 하지 못하고, 자기의 것도 없는, 그저 '카리스마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아류'로 나 자신을 정체화한 채 쭉 살았다'고 한다. 모방도 잘 못했고, 자신이 쓴 곡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곡은 계속 썼다고. 사실 그 지속가능함이 가장 어려운 것이고, 매우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꿈 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말이다. 게다가 스스로 태어나서 한 번도 특이하다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니, '평범'이라는 단어와는 지구 끝까지의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의 사고방식치고는 독특하기 그지없다. 암튼,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고 개성있어 보이는 인물의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상 이야기와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마음가짐 등이 경쾌하고, 발랄하게 그려진다.     

 

 

 

너무나도 악랄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도저히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을 때, 일이 끝도 없이 밀려 들어올 때, 모험 만화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한다. 나는 사실 주인공보다는 조연을 더 좋아한다. 대장보다는 넘버 투가 멋진 법이다. 최후에는 대장을 도와 멋진 죽음을 맞으며 그 만화의 명대사로 길이길이 꼽히는 대사를 날리는. 아무튼 나는 흑백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폐허가 된 거리 한가운데에서 짓궂은 웃음을 짓는 캐릭터 옆에 "쉽지 않네. 가보자고" 라는 대사를 말풍선에 넣는다.             p.175

 

책 표지 뒤편에 추천사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장의 멘트가 있었다. 알고 보니 대체 불가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라는 이름 뒤에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 선천성 심장 질환으로 가슴을 여는 수술을 다섯 번이나 했고, 지금까지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자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던 아이가 서른한 살이 되도록 살아 있는 것부터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데뷔 이후 겪은 우울증으로 인해 1년 동안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우울증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해 당당하게 이겨낸다.

 

그럼에도 당장 5초 뒤에 죽어도 상관없다고 할 만큼 이승의 삶에 미련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살아보려고, 일단은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으니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으로 적극 미화시켜야 한다는 말이 뭔가 웃기면서도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번 생에 미련은 없지만 태어났으니 재미있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것, 쉽지는 않지만 힘든 날에도 웃음을 추구한다는 것, 그 솔직함이 반짝반짝 빛나는 글들이었다. 인생은 결코 아름답지 않지만, 이를 악물고 주머니 속에서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더라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한다는 그녀의 삶을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씩씩한 삶까지 가는 길이 참 멀고 험하지만 해볼 만하다고, 굳이 멋지고 비장할 필요 없이, 어떻게든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