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국가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0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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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를 행하고도 벌받지 않는 가장 좋은 경우와 불의를 당하고도 보복하지 못하는 가장 나쁜 경우의 중간인 셈이지요. 양쪽 극단의 중간인 정의가 좋은 것이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불의를 행할 힘이 없는 사람들이 불의를 당하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존중하는 것입니다. 불의를 행할 수 있는 진정한 남자라면 불의를 행하지도 당하지도 못하게 하자는 계약은 맺지 않을 겁니다. 제정신이라면 말이지요. 소크라테스 선생님,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정의의 본질 혹은 그와 비슷한 것이요 정의의 기원입니다.              p.71

 

오래 전 '러셀 서양철학사', '틸리 서양철학사' 등의 책을 읽을 때 흥미로웠던 것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관계였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사에서 매우 독특한 인물인데, 스스로 전혀 글을 쓰지 않았지만 제자 플라톤을 통하여 서양 철학의 전체 발전에서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발휘한 진정한 사상가였으니 말이다. 플라톤의 대화록은 스승과 제자의 사유가 결합되어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한다. 플라톤이 썼던 글은 모두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그가 길을 걷다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된 <국가>도 플라톤의 다른 대화편처럼 소크라테스가 전날에 케팔로스의 집에서 나눈 대화와 논의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1권에서는 정의가 악덕이자 무지인지 아니면 지혜이자 미덕인지 살펴본다. 소크라테스는 케팔로스와의 대화에서 바르게 산다는 것, 즉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진실을 말하는 것과 빌린 것을 돌려주는 것을 정의라고 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런 일이 때에 따라 정의가 되기도 하고 불의가 되기도 하는 건지에 대해서 의견을 물은 것이다. 이 질문은 케팔로스의 아들 폴레마르코스가 이어 받아 대화가 진행된다. 친구란 무엇인지, 좋은 사람이란 어떤 의미인지, 친구인 나쁜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고, 적이지만 좋은 사람에게는 해를 입히는 게 정의라고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는 쉬지 않고 계속된다. 2권부터는 대화 상대자가 아리스톤의 아들이자 플라톤의 작은 형인 글라우콘과 플라톤의 큰형인 아데이만토스로 바뀌어 10권까지 이어진다. 소크라테스는 정의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여러 유형의 불의한 국가들을 살펴보고, 국가의 통치자로 어떤 인물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내가 말했네.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의 협력자인 법도 그것을 바라는 게 분명하네. 그래서 아이들을 다스릴 때 처음에는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우리에게 있는 가장 훌륭한 부분으로 그들의 내부에 있는 가장 훌륭한 부분을 보살피지 않는가? 우리 안에 있는 수호자와 통치자가 우리를 대신해 아이들의 내부에도 있게 하는 것이네. 국가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내부에도 바른 정치체제가 세워져야 그들이 자유로울 수 있다네."                p.475

 

이번에 현대지성 클래식의 50번째 책으로 나온 <국가>는 가독성이 매우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서양 철학이라고 하면 다소 어렵고, 딱딱하고,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게 마련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굉장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서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옮긴 완역본이고, 사변적이고 복잡다단한 원문을 세심히 다듬었으며, 여러 번의 교정을 통해 최대한 원문을 존중하면서도 가독성 높은 편집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주가 366개나 되는데도 본문을 벗어나지 않고 해당 페이지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더욱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 후반부에 수록된 18페이지의 세심한 해제 또한 이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현실에서는 정의가 불이익을 당하는데, 정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 중에 누가 더 행복한지'에 대한 질문자체가 흥미롭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는 불의를 행하는 것이 좋고, 불의를 당하는 것은 나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완벽한 불의를 버려두고 정의를 선택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불의를 행하더라도 고상함으로 위장하는 데 성공한다면, 누가 진정으로 정의를 존중하려고 하겠느냐는 말이다. 이는 2,4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당대의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플라톤은 <국가>를 통해 근본적으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후세 사람들은 <국가>에 '정의론'이라는 부제를 붙이기도 했는데, 개인의 정의든, 국가의 정의든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중심 주제가 '정의'인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개인의 정의를 살펴보기 위해 이상적인 국가와 불의한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들을 차례대로 고찰하며 정의를 행하는 것 자체가 더 좋고 행복한 이유에 대해 치밀하게 논변한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는 내내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사유할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플라톤 철학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으로 읽을 수 있는 현대지성 클래식의 <국가>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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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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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기와 비슷하다. 감기 바이러스는 어느새 몸속으로 침투하고,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열이 난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열은 사라져간다. 열이 났던 게 거짓말처럼 여겨지는 날이 온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이 찾아온다. 그 무렵, 하루는 말했다. 나는 언제까지고 후지 곁에 있을 거야.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후지시로와 하루만 예외일 리는 없었다.         p.58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백화>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던 가와무라 겐키의 대표적인 연애 소설 <4월이 되면 그녀는>이 옷을 갈아 입고 개정판으로 나왔다. 6년 전에 출간 당시에 읽었던 작품을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이번에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결혼을 앞둔 남자가 9년 전에 헤어진 과거의 연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사랑이 점차 사라져 가는 세상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정신과 의사인 후지시로는 수의사인 야요이와 곧 결혼할 예정이다. 그들은 도심에 자리 잡은 고급맨션에서 삼 년째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시절 첫사랑에게서 편지가 한 통 온다. 그녀는 볼리비아의 우유니라는 새하얀 소금호수로 에워싸인 도시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체코 프라하,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 인도의 카냐쿠마리를 거치며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를 기점으로 대학 사진부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연인이 되는 후지시로와 하루의 이야기와 첫사랑과 갑작스레 멀어지고 이후 수 년간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었던 후지시로가 현재의 연인 야요이를 만나게 된 스토리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후지시로가 야요이를 만나던 당시 그녀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직전에 파혼을 하고 그와 만나기로 했었다. 그리고 삼 년의 연애 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녀는 또 다시 결혼식을 앞두고 사라져 버린다. 사라져버린 약혼녀, 아이없이 섹스리스 부부로 살고 있는 그녀의 여동생, 출중한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남자와 연애라는 감정에 전혀 관심이 없는 동료 나나, 그리고 첫사랑의 실패 이후 자신보다 상대를 더 생각하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후지시로를 통해서 '연애가 사라진 세상'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왜 타인을 사랑할까. 왜 그 감정이 사라져가는 걸 막을 수 없는 걸까. 모든 현인이 도전해온 미해결된 난제. 언젠가 인간을 능가한 인공지능이 거기에 해답을 내주는 날이 올까. 영화 속에서는 노란 셔츠 남자가 옥상으로 올라가 해가 뉘엿뉘엿 더디게 지는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모든 걸 잃은 남자는 편지를 쓴다. 옛날 아내에게. 자기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를 에워싸듯 우뚝 솟은 고층빌딩 창들이 하나 또 하나 오렌지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p.147

 

누구나 한때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극중 하루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이 한순간이라는 것도 조금씩 알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섹스하고, 결승점으로 결혼하게 되어 있는 게 대부분인데, 이 작품은 그런 사회 통념에 대해 전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환상이라고, 함께 사는 그 혹은 그녀가 상대를 계속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그저 어느 정도 연령이 되면 결혼하고, 그 후에는 서로만 사랑하며 끝까지 가족을 지키며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규칙처럼 되어 버린 것 아니냐고 말이다.

 

잃어버린 사랑과 확신할 수 없는 사랑 앞에서 고민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영원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해 그리고 있다. 애초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한순간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한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믿고 평생 누군가와 사랑을 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되는 일인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남자와 여자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고, 평생 동반자로 서로를 사랑하는 게 전제가 되는 건 이상한 건 아닐까. 누구랑 연애를 하든 다다르는 종착지는 똑같다고, 극중 인물을 통해 작가는 말하고 있다. 달과 태양이 겹쳐지는 한순간, 사랑하는 서로의 마음이 겹쳐진, 일식 같은 순간은 말그대로 기적같은 찰나에 불과하다고.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부터 믿을 수 없는 기적이라고. 누군가에게는 생애 단 한번만 찾아오기도 하고, 아예 찾아오지 않기도 하는 그 기적을 우리는 왜 유지시킬 수 없는 걸까. 살아있는 한 사랑은 떠나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감정 보다 더 중요한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의 마지막 즈음에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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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굉장한 세계 - 경이로운 동물의 감각, 우리 주위의 숨겨진 세계를 드러내다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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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세계는 소란스럽고, 페로몬이 앞뒤로 오가는 시끄러운 세계다"라고 윌슨은 말했다. "물론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 우리는 이 작고 불그스름한 생명체들이 허둥지둥 지상을 돌아다니는 것 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엄청난 양의 활동, 조정, 의사소통이 진행되고 있다."           p.57~58

 

수많은 생물이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환경세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에게 완전한 침묵처럼 여겨지는 것에서 소리를 듣고, 완전한 어둠처럼 보이는 것에서 색깔을 보고, 완전한 고요처럼 느껴지는 것에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 이 책은 그 놀라운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해준다. 에드 용의 신작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어크로스의 600P 클럽으로 읽었다. 매일 정해진 분량만큼 읽으면 되니 6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3주 동안 매일 딱 정해진 분량만큼만 읽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더 읽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참았다. 사실 굉장히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췄다. 하루의 분량만큼만 읽는 대신 더 깊이 사유할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확장되고 깊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다른 감각과 달리 동물의 통증에 대해 논쟁할 때, 사람들은 종종 '동물은 우리가 느끼는 것과 정확히 같은 것을 느끼거나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중간 상태를 상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이 무엇을 고통스럽게 여길지, 과연 고통을 겪고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기가 까다로운 만큼 더 흥미로운 장이었다. 리딩 가이드의 미션들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만약 내가 어떤 동물이라면, 어떤 자극에 어떤 식으로 통증을 표현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거나, 내가 만약 개미만큼 작아졌다면 책상 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은 어딜지, 고충은 무엇일지 적어보기도 했다. 사실 굉장히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췄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더 읽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참고, 딱 그날의 분량만큼만 읽고 있는데, 단점은 그렇게 매일 매일 읽느라 책을 너무 열심히 펴본 덕분에 책등이 갈라지기 시작했지만, 그만큼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동물의 모든 감각, 신경계와 신체의 나머지 부분, 욕구와 환경, 진화적 과거와 생태적 현재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쉽게 우리를 오도할 수 있는지 인식하고, 겸손하게 이 작업에 접근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성공한 시도조차 지금껏 우리가 몰랐던 경이로움을 드러낼 것임을 알기에,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p.500~501

 

전통적인 오감 중에서 청각과 촉각이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촉각은 표면과 관련 있는 데 반해, 청각은 소리를 다루는 것이니 말이다. 에드 용은 이에 대해 올빼미와 발울뱀, 그리고 캥거루쥐의 사례를 보여주며 설명해준다. 모든 생물들은 소리와 연결되어 있고, 동물의 청각도 필요에 맞게 조율되어 있지만, 어떤 동물들은 아예 들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여덟 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깡충거미는 중앙 눈과 보조 눈 등 각각의 눈들이 모두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며 엄청난 정보를 처리하고, 사색형 색각으로 새로운 차원의 색을 구별하는 벌과 지반진동을 이용해 장거리 의사소통을 하는 코끼리도 있다. 이렇게 인간에게는 없는 감각을 사용하는 놀라운 동물들의 세계는 지구라는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마치 평행우주에 사는 것처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크로스의 600P 클럽으로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3주에 걸쳐 차곡차곡 읽었다.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똑같은 감각을 공유할 때조차도, 동물들의 환경세계는 우리와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손에 잡힐 듯 명확하고, 구체적인 사실로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완전한 침묵처럼 여겨지는 것에서 소리를 듣고, 완전한 어둠처럼 보이는 것에서 색깔을 보고, 완전한 고요처럼 느껴지는 것에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전혀 깨닫지 못한 채로 살고 있다. 박쥐의 기분을 상상해보고, 물고기의 통증을 느껴보고, 나비가 바라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색을 감상해보는 경험은 이 책이 아니면 그 어디서도 해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고 주변의 세계를 바라보면, 내가 알고 있던 세계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땅에도, 내 주변의 공기에도 우리가 탐지하지 못하는 신호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상력을 가뿐하게 넘어서는 마법의 돋보기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인간의 오감 너머에 존재하는 경이로운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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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탐정 사무소 3 - 최고 기록을 깨라! 언더독 탐정 사무소 3
케이트 템플.졸 템플 지음, 샤일로 고든 그림, 조고은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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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탐정 사무소' 그 세 번째 이야기가 찾아왔다. 여기는 개 마을이다. 개 마을에는 대부분이 개이긴 하지만, 아주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고양이인 팽도 그 중의 하나였고, 우여곡절 끝에 개 탐정이 되기로 결심했다. 시리즈 1권에서 고양이인 팽이 신입 탐정이 되면서 팽과 버클리 콤비가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버클리는 독일 셰퍼드 종이 대부분 경찰인 것과 달리 사이렌 소리만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울부짖는다. 트렌치코트가 잘 어울리는 숯 검댕 눈썹의 탐정이다. 언더독 탐정 사무소에는 접수원인 치와와인 칼과 장비를 발명하는 달마티안 스팟츠 박사, 그리고 탐정인 버클리와 팽까지 네 마리의 구성원이 있다.

 

 

시리즈 1권에서는 개 마을에 일어난 도난 사건을 해결하고 유력한 용의자 고양이 도둑을 잡았고, 2권에서는 세계 최고 미술개인 멍블로 피카소의 걸작이 사라진 사건을 해결하고 위조범의 정체를 밝혀냈다. 이번 3권에서는 개 마을 테니스 경기장을 배경으로 해충 방역사인 고슴도치가 실종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마침 그랜드 슬램이라는 가장 유명한 테니스 경기가 개최되고 있는 시점이었고, 고슴도치를 찾기 위해 그곳을 찾은 언더독 탐정단은 초유의 사태와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 테니스공을 전부 훔쳐간 것이다. 공이 단 한 개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랜드 슬램 경기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대회 관계자들은 공을 찾아줄 탐정을 수소문하고 언더독 탐정단이 나서는 동시에 대회에 선수로 참여했던 탑독 탐정단과 마주하게 된다.

 

 

언더독 탐정단과 탑독 탐정단은 일종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언더독 탐정단이 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싸움에 져서 바닥에 깔린 개'라는 뜻의 언더독 답게 탐정 업계에서는 매번 밀리곤 했으니 말이다. 사건이라는 사건은 모두 잘나가는 탑독 탐정단에게 향했고, 언더독 탐정단은 늘 파리만 날리며 한가했다. 시리즈 2권에서 사건을 맡게된 계기도 탑독 탐정단이 스키 여행을 가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고, 이번에도 개 마을의 모든 사건을 해결하느라 바쁜 탑독 탐정단 대신 사건을 의뢰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 탑독 탐정단은 매사에 자신만만해 단서도 필요없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장담하는데, 과연 언더독 탐정단은 그들보다 먼저 사건을 해결해 낼 수 있을까. 고슴도치 실종 사건과 테니스 공이 사라진 사건은 연결되어 있는 걸까.

 

 

휘황찬란한 스포츠카와 헬리콥터는 물론,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까지 있는 화려한 남매 탐정 탑독 탐정단과 각자 취향도 개성도 다른 '언더독'들이 모여서 좌충우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언더독 탐정단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시리즈는 제목부터 '언더독'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언더독에 대한 편견과 무시에 정면으로 맞선다. 사회적 통념과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비틀어 버리고,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재미를 더해준다.

 

매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새로운 등장 인물들이 등장하고, 범인을 쫓는 과정과 스토리 전개 방식을 다르게 해서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언더독 탐정 사무소'! 특히나 이번 3권에서는 사건이 두 개가 동시에 일어난데다 여러 등장 인물이 얽혀 있어 더욱 복잡해졌다. 그만큼 첫 페이지부터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으니, 언더독 탐정단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래픽노블 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도 딱 좋은 작품이다. 개냥 콤비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책 읽는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초등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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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김밥일주 -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김밥 맛집 136 전국김밥일주 1
정다현 지음 / 가디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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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김밥큐레이터가 알려주는 전국 김밥 맛집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김밥을 미치도록 좋아해 청주를 시작으로 대전, 전주, 광주, 진주, 사천, 창원, 마산, 통영, 거제, 대구, 부산, 제주도까지 한 달여 간의 김밥대장정을 떠났다고 한다. 이후 지금까지 다녀온 김밥집만 400곳, 김밥을 먹기 위해 이동한 거리 10,000킬로미터라고 하니, 그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김밥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0만 명의 맛집 계정을 운영하며 떠난 전국 김밥대장정의 성과가 바로 이 책이다. 전국팔도를 총 7개 지역(서울, 인천/경기도, 강원도/대전/충청도, 대구/경상도/울산, 부산, 광주/전라도, 제주)으로 나누어 김밥큐레이터가 직접 맛보고 엄선한 136곳의 김밥집을 담았다.

 

해당 김밥집의 대표 메뉴가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고, 주소, 운영시간, 가격대 등 식당 정보와 저자의 김밥집 평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식당마다 QR코드를 탑재해 바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고, 주말에는 웨이팅 필수라던가, 하루 전날 전화주문을 해야 한다거나, 비건으로 변경 가능한 메뉴가 있다는 등 한줄꿀팁도 있다.

 

 

만화 <식객>, 방송 <백반기행>으로 맛에 관한 한 국내 최고수인 허영만이 격찬한 김밥의 고수답게 현지인들 중에도 아는 사람들만 찾아간다는 맛집부터 김밥 종류만 50가지가 넘는 집도 있고, 무려 50년 전통의 김밥집도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형태의 김밥집도 있었는데, 김밥을 비벼 먹는 이색 김밥집으로 마치 비빔밥같은 비주얼의 김밥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전주비빔삼각김밥의 고급버전이라는 고추장김밥도 궁금했고, 유부와 우엉을 가득 넣어주는 보물섬김밥, 신선한 야채를 듬뿍 넣어 아삭거리는 식감이 돋보이는 새싹김밥, 고기 없는 고기 맛 김밥, 참치와 매운 우엉이 합쳐진 참매엉김밥 등은 언젠가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세상에 김밥의 종류가 이렇게나 다양하구나 감탄하면서 읽었다.

 

 

학창 시절 소풍 때마다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서 김밥을 싸주시면 그 앞에 앉아서 하나씩 집어 먹었던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어른이 되어서는 학교나 회사에서 간편하게 한 끼 때우기 용으로, 혹은 집에서 밥을 차려 먹기 귀찮을 때 간편하게 먹는 용으로 김밥 한 줄을 먹게 되었지만 말이다. 직접 재료를 전부 준비해서 만들려면 김밥 만큼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없는데, 사서 먹는 김밥은 가장 간단하고 저렴한 음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평범한 재료와 누구나 다 아는 맛으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김밥 하나에 인생을 걸기로 했다는 사람의 책을 읽고 나니, 김밥은 그렇게 하찮은 음식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새로운 김밥집을 찾아 다니고 있다고 한다. 김밥 덕후의 진지한 열정을 응원해주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김밥을 먹어볼까 생각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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