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와 베끼기 - 자기만의 현재에 도달하는 글쓰기에 관하여
아일린 마일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디플롯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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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문학이 낭비된 시간이며,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도덕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저 지극히 심오한 시간 낭비일 뿐이다. 나는 모든 방면에서 그 모험을 샅샅이 탐구했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모험을.              p.30



일흔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 시대 희귀한 컬트적 존재이자 록스타 시인'으로 불리는 아일린 마일스의 책이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다. 1992년에 노동계급 퀴어예술가로서 미국 대선에 출마해 화제가 되었었는데, 당시 아일린 마일스의 출마에 응답하는 헌시 〈나는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I Want a President〉(조이 레너드)는 삼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서 원문 도판과 번역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예일대학교에서 제정한 윈덤캠벨문학상의 시상식 기조연설을 단행본으로 펴내는 시리즈 '나는 왜 쓰는가'의 세 번째 책이다. 아일린 마일스는 자신이 사십 년 넘도록 살아온 뉴욕의 아파트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지극히 사사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지만, 매우 시적인 문장으로 사회적이고, 문학적인 사유를 보여주는 글이었다. 그는 '쓰기'란 삶에서 겪는 경험들을 '베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핵심은 베끼기copy다. 그는 글쓰기를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도구가 아니라, 끝없이 주문을 읊는 하나의 수행으로 지속한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베끼고 그 허위를 폭로하는 일이야말로 문학적 구원의 길이 된다고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쓴 모든 시를 기억한다. 암송할 수는 없지만 그것들은 파도처럼 돌아온다. 모두 내 뇌의 일부니까. 그것들이 내 뇌를 이룬다. 내 뇌는 안팎이 뒤집혀 있다. 시가 나를 증명한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조금도 알 바가 아니다. 일전에 시인 애덤 피츠제럴드가 망각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아마 루이스 하이드식 이야기였던 것 같다. 망각은 잃어버리는 것처럼 구체적인 게르만적인 것, 그리고 덮이거나 덧씌워지거나 보이지 않게 되는, 사라지는 것에 더 가까운 그리스적인 것으로 나뉜다.                p.92



이 책의 원제는 "For Now"이다. 아일린 마일스는 오랫동안 '중요한 것은 이곳에 존재하는 것, 현재에 있는 것'이라는 개념을 뒷받침하는 온갖 철학으로 무장해왔다. 거의 한평생 살아온 뉴욕의 집을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노동계급 퀴어예술가로서 정치적, 미학적 최전선의 글쓰기를 온몸으로 밀고나간 그의 '현재'를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이곳에 있고 싶다,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글을 쓰고, 읽힐수록 오롯이 하나의 사실이 되어 간다는 것. 아일린 마일스는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사십 이 년째 살고 있고, 삶의 어지간한 일들은 바로 그곳에서 일어났다. 시간과 장소의 의미가, 현재와 세계가 되어 가는 과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특히나 '나는 문학이 낭비된 시간이며,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문장에 매우 인상적이었다. '문학은 도덕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저 지극히 심오한 시간 낭비일 뿐'이라며, 그 모험을 샅샅이 탐구했다는 말이 그의 문학 세계를 이루는 근간이기도 할 것이다. 자본으로 환원되지 않는, 순전한 시간 낭비로서의 글쓰기라니... 아일린 마일스의 글쓰기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어려운 단어로 쓰인 것도 아니지만, 대단히 밀도 있는 글이라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읽어야 했다. 책 전체가 한 편의 시처럼 읽히기도 하는 그의 글은 결코 수월하게 읽히진 않지만, 삶과 문학 사이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글쓰기에 관한 아주 독창적인 시적 통찰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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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거핀의 인체 친구들 3 - 뉴런, 번쩍 배송을 부탁해! 소맥거핀의 인체 친구들 3
김기수 그림, 서후 글, 박상민.샌드박스네트워크 감수, 소맥거핀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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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맥거핀의 인체 친구들>이 벌써 세 번째 이야기로 찾아왔다. 이 시리즈는 920만 구독자를 보유한 소맥거핀의 인기 콘텐츠 ‘인체 친구들의 하루’를 어린이 메디컬 개그 만화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1권에서는 몸속 기관들을 하나씩 살펴봤다면, 2권에서는 소맥이의 몸속에 들어온 독감 바이러스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번에 나온 3권에서는 뉴런 캐릭터가 전면에 등장해 신경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들려준다.




우리 몸의 주요 인체 기관들을 캐릭터화해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코믹하게 담은 메디컬 개그 만화이지만, 초등 과학 연계로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주인공 소맥이 몸속의 인체친구들이 독창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해 각자 몸의 기관들이 하는 일을 보여주는데, 뇌와 뉴런을 비롯해 혀, 눈동자, 폐, 심장, 근육, 피부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깜빡하고 늦잠을 잔 소맥이의 정신없는 하루부터 마을 체육 대회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 소맥이의 좌충우돌 에피소드, 코피가 나고, 멍이 드는 이유와 외부의 자극을 감각기관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 등 자극부터 반응까지 모든 순간에 함께하는 뉴런의 활약을 만나볼 수 있다. 


소맥이가 겪는 일과 소맥이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모양의 만화 칸으로 구분해서 표현했다. 몸 밖과 몸속 세계가 자연스럽게 구분되어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가족 중 최약체이자 서열 꼴지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주인공 소맥이, 부동의 서열 1위 엄마, 소맥이 괴롭히기가 제일 재밌는 누나에다가 이 시리즈에는 다양한 몸속 친구들이 잔뜩 등장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쉬지 않는 운동 중독자 심장, 소맥이의 움직임을 책임지는 근육, 열정적으로 운동해서 소맥이를 숨 쉬게 하는 폐, 자주 다치는 소맥이 때문에 상처나 멍에 예민한 피부, 열심히 몸속의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 온몸과 신호를 주고받느라 늘 분주한 뇌, 입에 뭐가 들어올지 몰라 쉽게 놀라는 혀 등 귀여운 인체 친구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인체 상식을 알고 읽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인체 비밀 노트와 '특!' 지문을 꼼꼼히 살펴 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그리고 ‘인체 친구들 탐구 편’ 코너에서도 짚고 넘어가면 좋을 인체 지식을 알차게 수록했으니 놓치지 말고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모든 만화와 정보 글은 의사이자 소설가인 박상민 선생님의 감수를 통해 정확도를 높였다. 


이상형을 만나면 뇌에 설렘 경보가 울릴까? 왜 머리카락은 잘라도 아프지 않을까? 긴장하면 정말 오줌이 마려울까? 운동은 정말 건강에 좋을까?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귀여운 만화적 표현과 친절한 설명을 통해 알려줘 인체 필수 지식에 대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과학에 흥미를 붙여주고 싶은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초판 한정으로 구급상자 만들기도 받을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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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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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쁜 짓 했어, 엄마.'

'누구나 나쁜 짓을 해.'

'근데 바로잡을 수가 없을 것 같아.'

스타는 두 눈을 감고 아직도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했고, 딸이 그녀에게 부드럽게 기댔다. 

더치스는 너무나도 간절히 같이 노래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널 지켜줄게. 그게 엄마들이 하는 거니까."

더치스는 우는 법이 없었지만 그때는 거의 울 뻔했다.                    p.130



열세살 소녀 더치스는 스스로를 '무법자'라 칭한다. 술과 약에 빠져 사는 엄마를 대신해 다섯 살인 어린 남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맞서 싸울 자세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어. 아무도 우리를 비웃을 수 없어. 내가 너를 지켜.' 라는 말로 소녀는 오직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사실 소녀와 소녀의 남동생이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비극은 시작되었다. 30년 전, 열다섯 살의 '빈센트 킹'이 '시시 래들리'라는 아이를 죽이고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사건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다. 더치스의 엄마인 스타의 삶이 잿빛이 된 것도 일곱 살이던 동생 시시가 죽고 나서부터였다. 그리고 이제, 빈센트 킹이 마을로 돌아오면서, 비극의 서막이 다시금 시작된다. 


경찰 서장인 워크는 어린 시절 빈센트 킹과 스타 래들리와 모두 친구 사이였다. 그의 시계는 30년 전 그 사건 이후로 멈춰 있다. 그는 친구를 30년 동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스타의 아이들을 늘 신경쓰고 보살피며 살고 있다. 빈센트 킹이 출소해 마을로 돌아오고 나서 얼마 뒤 또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번에야말로 친구를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은 워크는 친구의 결백함을 믿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더치스의 삶에는 계속해서 위기가 생기고, 한번도 찬란한 시기를 보내지 못했던 소녀의 삶은 활짝 피기도 전에 무채색으로 물든다. 극중 더치스는 코코아를 들어 숟가락으로 마시멜로를 퍼서 입에 넣는 장면이 있다. 소녀는 너무 달아서 깜짝 놀라는데, 그렇게 삶의 좋은 것들을 잊어 버린 채 살아온 것이다. 할아버지는 더치스에게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라고 늘 말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밤이 되어 달이 아타야 캐니언으로 숨고 운전기사가 속도를 늦추더니 실내등을 끈 뒤에야 더치스는 로빈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막지 않았다. 가슴이 아팠다. 누가 좌석 등받이에 버려두고 간 반질반질한 잡지에 나온 연애 이야기 같은 아픔이 아니라, 영혼을 잡아 뽑아버리는 종류의 고통이었고, 너무 격렬해서 소녀는 몸을 웅크리고 숨을 헐떡이며 가방에 손을 넣어 물병을 꺼낸 뒤 병에 대고 얕은 숨을 쉬어야 했다. 운전기사가 소녀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의 눈에 걱정이 어려 있었으나, 헛된 걱정이었으니 소녀는 괜찮지 않을 것이었다. 앞으로 소녀 인생의 그 무엇도 괜찮지 않을 터였다.               p.517



정말 오랜만에 탄탄하게 잘 쓰인, 밀도 높은 범죄 소설을 만났다. 별 다섯 개를 주는 것조차 부족하다고 느껴질 만큼, 완벽한 작품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던 어린 소녀의 삶이 그 뒤로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졌을 만큼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기도 했다. 출간된 해 골드대거상, 식스턴 올해의 범죄소설상, 네드 켈리 국제상을 휩쓴 이 작품의 원제는 'We Begin at the End'이다. 번역본의 제목도 좋지만, 작품을 읽는 내내 원제의 의미가 가슴을 먹먹하게 해준다. 희망은 세속적인 것이다. 삶은 쉽게 깨지는 거고. 하지만 우리는 이따금 너무 꽉 매달린다. 곧 부서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엄마, 30년 동안 친구를 믿고 포기하지 않은 경찰 서장, 동생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세상과 맞서 싸운 누나,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손녀의 뒤에서 묵묵히 버틴 할아버지, 그리고 병원에 있는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한 남자... 모두 각자의 소중한 대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의 끝에 도달해서 가장 슬펐던 점이 바로 그것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 모두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것. 하지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는 것이 생의 아이러니이자 비극이다. 잘못에 따른 대가를 치른 인생, 다시 찾아온 기회, 구원을 바라는 애처로운 간청,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 겉으로 보여지는 서사는 범죄소설이지만, 이 작품은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하루하루 분투하며 살아가는 여자아이와 과거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경찰관에 관한 이야기, 실수에 관한 이야기, 다시 일어나서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선악의 개념과 희생과 구원에 관한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단 한 페이지도 허투루 넘기지 못하도록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단 시작하면 절대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 만한 작품을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경이로운 작품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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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마거릿 미드 Who 세계인물 33
스튜디오 울림 지음, 스튜디오 청비 그림, 경기초등사회과교육연구회 감수 / 다산어린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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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개정판으로 출간된 <who? 세계인물> 시리즈! 정치, 경제, 인문, 사상,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세계인물' 시리즈에서 이번에 골라본 것은 자연과 하나가 된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원시 부족을 연구한 인류학의 어머니 마거릿 미드이다. 학습 만화를 통해 인물의 삶을 이해하고, 통합 지식 플러스 코너를 통해 다양한 배경지식과 상식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이 시리즈는 다양한 직업군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장점인데, 각 책의 후반부에는 진로 탐색 워크북을 구성해 인물의 직업 세계를 이해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해볼 수 있다. 이번에 만난 두 책을 통해 문화 인류학자와 수필가라는 직업의 세계에 대해 배워 보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쓴 <월든>은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아이가 읽기엔 조금 어려울 수 있을 만한 책이다. 대신 이번에 자연의 순리 속에서 욕심 없이 사는 것이 가장 멋진 삶이라고 생각한 그의 가치관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마거릿 미드는 넓은 세상을 탐험하겠다는 꿈을 어른이 되어서도 실현 시킨 인물로, 밀림 속 원시 부족을 찾아가 연구한 그의 삶을 통해 자기만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용기에 대해 배워볼 수 있었다. 




who? 시리즈 중에 '세계인물' 편에서는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에이브러햄 링컨을 시작으로 워런 버핏, 넬슨 만델라, 체 게바라, 헬렌 켈러, 마더 테레사, 알베르트 슈바이처, 프리드리히 니체, 존 스튜어트 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40명의 인물을 만나볼 수 있다.


먼저 영어 지문으로 만나본 적이 있었던 헬렌 켈러와 신화 속 도시를 발굴해 낸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을 읽었고, 이번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마거릿 미드를 만나 보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인물을 만나볼 지 선택의 폭이 넓어 기대가 된다. 아이가 처음 만나는 인물이 많은 편인데, 학습 만화로 풀어가는 내용이라 부담없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더 좋다. 딱딱한 역사도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도록 풀어내고 있고, 낯선 인물들의 삶도 공감이 갈 수 있도록 그려내고 있어 학습 만화 형식이지만 더욱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who? 시리즈만의 독보적인 장점은 대통령, 변호사, 성직자, 애널리스트, CEO, 사회 운동가, 의사, 철학자, 환경운동가, 문화인류학자, 고고학자, 수필가 등 다양한 직업군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해당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Who? 시리즈는 세계인물뿐만 아니라, 한국사, 인물 중국사, 아티스트, 인물 사이언스, 세계 인물, 그리고 스폐셜, K-pop라는 다양한 카테고리로 위대한 인물들을 소개해왔는데, 세계 인물 편을 완독한 뒤 다른 시리즈도 하나씩 찾아 읽어볼 예정이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들 또한 평범했던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가졌던 꿈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노력과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어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찾고 이루어 가는 방법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나 who? 시리즈는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독후활동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더 좋다. 문해력도 기를 수 있고, 다양한 영역의 통합 교육도 가능한 who? 시리즈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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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룩헤이븐 1~2 세트 - 전2권 비룡소 걸작선
파드레이그 케니 지음, 에드워드 베티슨 그림, 김경희 옮김 / 비룡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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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밤에는 절대로 이 방을 떠나선 안 돼. 자정이 지나고 나서는 더더욱.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아침까지 반드시 이 안에만 있어야 해."

미러벨의 진지한 목소리에 젬은 멈칫했다. 자신이 입을 떡 벌리고 있다는 걸 알지만, 다물려 해도 어쩐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빵 덩어리를 씹는 둥 마는 둥 삼켰더니 목에 턱 걸렸다.

"왜?" 젬의 물음에 미러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냥 이 방을 떠나지 마. 무슨 소리가 들려도 방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 1권, p.68



톰과 젬 남매는 벌써 6개월째 떠돌이 신세로 길 위를 전전하는 중이었다. 전쟁터에 나간 아빠가 돌아오지 못했고, 이후 엄마마저 돌아가신 뒤 외삼촌과 함께 살았지만, 외삼촌은 조카들을 개 취급을 하고, 눈곱만한 흠만 보여도 업신 여기고 핀잔을 주고, 폭력을 휘둘렀다. 남매는 외삼촌한테서 달아나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며 구걸을 하거나, 오빠인 톰이 도둑질한 음식으로 버텨왔다. 학대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남매는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땅 위에 둥둥 뜬 커다란 타원형 구멍을 발견한다. 구멍 너머에는 초호화 저택이 있었는데, 그 주변으로 마치 보초를 서는 것처럼 가시덤불과 기묘한 모양의 나무들이 심겨 있었다. 그 저택은 룩헤이븐 가문의 가족들이 사는 곳으로 오싹하고, 이상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곳이었다. 투명한 머리가 벽에서 걸어 나오고, 허공에 포털을 만들어 공간을 이동하고, 거울 속에 갇히기도 하며, 햇볕에 활활 타 죽을 수 있는 방도 있는, '괴물'이라 불리는 이들이 사는 곳이었다. 


룩헤이븐 가문의 가족들은 막내인 미러벨을 비롯해 이넉 삼촌, 일라이자 이모, 버트럼 삼촌, 그리고 미러벨보다 300살쯤 많은 오드, 짓궂은 쌍둥이 자매 도티와 데이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평소에는 박쥐, 거미, 곰 등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지내곤 하지만 미러벨에게는 좋은 가족들이다. 그런데 가족들과 달리 미러벨은 배고픔을 전혀 느끼지 않았고, 잠도 자지 않았으며 다들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도 없었다. 하지만 바깥세상 사람인 이방인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 룩헤이븐 가문의 가족들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고기를 즐겨 먹고, 한때 인간을 잡아먹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인간들과 평화 협정을 맺고, 서로 간의 균형과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를 건드리지 않고, 각자의 세계와 분리 된 채 '글래머'라는 마법의 보호막에 둘러싸여 그 안에 머무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열쇠로 열어야 하는 부분의 글래머가 찢어졌고, 인간 남매가 그 찢어진 틈으로 들어온 것이다. 인간 세계에서 도망쳐 온 남매는 이곳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





"나는 내 작은 삶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단다."

미러벨도 엘런비 선생님의 두 손을 꽉 잡으며 대답했다.

"'다 했다'가 아니라 '하는 중'이겠죠."

엘런비 선생님이 쿡쿡 웃더니 벽난로 위 선반으로 눈길을 들었다. 두 눈에 아득한 빛이 어렸다.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지. 우리는 인생에서 여러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은 우리를 전혀 계획에 없던 목적지로 데려간단다..."                      -2권, p.70


이 작품은 <로봇 하트>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던 파드레이그 케니의 신작으로 카네기상 후보에 올랐고, 아일랜드 아동 도서상 아너상을 받으며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거대한 저택과 지하 깊숙이 자리한, 단단히 잠긴 거대한 문의 이미지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만약 괴물들도 두려워하는 괴물이 있다면 어떨까? 라는 의문으로 구체화되었다고 한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가족이라 부르는 괴물 가족과 진짜 가족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괴물들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혐오와 차별을 통해 평범한 사람을 괴물로 바꿔 버리는 우리 사회의 그것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룩헤이븐 저택에는 지하 깊숙한 곳에 봉인해 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단숨에 그의 삶 전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존재인 피글릿이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피글릿이 본 것을 동시에 보게 되는데, 그렇기에 그에게는 말이 필요 없고, 언어라는 것은 느리고 번거로운 수단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속하지 않기에, 시간을 뛰어넘은 존재이기에,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피글릿은 어떤 모습도 하고 있지 않으며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는 존재였다. 누구보다도 나이가 많지만 누구보다도 어린아이 같은, 괴물들에게조차 미지의 존재이며 그래서 두려운 대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러벨만은 피글릿을 보살피고 사랑해준다. 그리고 마침내 마침내 그를 지하에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피글릿 뿐만 아니라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태어난 ‘천출’이라는 존재를 통해 나와 다른 대상에 대한 차별을 보여준다. 전출로 태어난 아이들은 언약을 어기고 인간을 사냥한 자보다 더 혐오스러운 존재 취급을 받는데, 2권에서는 전출 소년 빌리를 등장시켜 더 다채로운 서사를 풀어내고 있다. 마음 둘 곳을 몰랐던 외로운 아이들의 우정 이야기와 신비롭고 아름다운 배경에서 그려지는 호러와 판타지의 조화 역시 이 작품의 특별한 매력이다. 낯선 풍경들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구현해내는 삽화 또한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린 시절 괴물 이야기를 좋아했던 적이 있다면, 괴물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해석으로 써낸 이 독보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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