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 - 무례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한 연결에 대하여
김민섭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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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정함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라는 말은 공허하지도 않고 유약한 사람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지금 이 시대에 이런 말을 하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 세상이 규정한 연약한 선함의 모습은 사실 없다. 당신의 삶의 방향은 잘못되지 않았으니까, 어디선가 같이 걷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길 바란다. 무정도 유정도 아닌 다정을 기억하면서 지금처럼 용기 있게.            p.18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소개된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에 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저런 동화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니 신기하구나 싶었다. 해외 여행 티켓을 구매하고는 갈 수 없게 되어 대신 자신과 여권의 영문 이름이 같은 사람을 찾았고, 그 프로젝트는 결국 '93년생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로 이어져 278명이 약 254만 원을 후원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작고 사소한 착한 일이 선한 연대가 되어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아무 관계가 없는 완벽한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고 그를 돕기 위해 움직이기도 하는 것, 이 책은 바로 그 '다정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 이후로 이전보다는 조금 더 타인을 의식하면서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자신으로 인해 행복한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함께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마음을 통해 자신이 사회적 존재임을 자각할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착한 일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 사회의 문화와 제도를 바꾸어나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편법으로 강사를 해고하는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무심한 사업장, 점점 AI로 대체되는 사람들의 일자리... 갈수록 사람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다정한 기술 사회가 도래할 거라고 믿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정함을 읽지 않는 것, 누군가를 인간성을 상실할 극한 상황으로 내몰지 않는 것이 우리 모두를 조금 더 인간다운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 책을 쓰고 엮는 동안 다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따라다녔다. 나름의 답을 하자면, 그건 나와 다른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며, 그의 처지가 되어 사유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의 잘됨을 위해 움직이는 행위이다. 그러한 선택은 어디에서 소멸되지 않고 누군가를 통해 연결되고 확장되어 반드시 다시 내 앞에 나타난다. 우리가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의 실체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야 한다. 정확히는 다정한 선택을 해나가야만 한다.             p.231


언젠가부터 '다정함'이 우리 삶의 화두가 되었다. '다정'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서점에 검색을 해보면 꽤나 많은 책들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선두에 있었던 것이 아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적자생존'의 통념에 반기를 들어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라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말하는 이 책은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는지를 밝히면서 매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 책이 진화인류학의 관점에서 다정함에 대해 말했다면, 이후에 만난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는 뇌과학의 시점으로 인간의 협력과 이타주의에 대해 풀어낸 책이었다. 심리학, 신경과학, 뇌과학적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이타주의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고 공감과 다정함의 실체를 파헤치며 인간의 이타적 행동 속에 존재하는 일정한 규칙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에 비해 김민섭 작가의 책은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사회학적인 통찰을 담고 있어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혐오와 폭력, 차별, 무관심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정함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책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특히나 이 책은 각자도생의 한국 사회에서 작가, 대리운전 기사, 동네서점 주인, 출판사 대표 등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내온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바로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더 시사하는 바가 많았던 것 같다. 개인의 일상과 선한 영향력을 분리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을 배워보고 싶었고, 혹시 내가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정함이 다음 세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나아가 다정함이 가치의 영역이 아니라 지능의 영역이 될 것'이라는 작가의 말을 믿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일이 손해 보는 일이 되지 않는 세상, 다정해야 살아남을 수 있구나, 다정해야 잘될 수 있구나, 하고 감각하게 되는 시대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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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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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문학자가 되려고 독문학과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외국문학을 했기 때문에 특별한 득이 있었습니다. 혼자서 외국어를 배우느라고 절절맸지만, 그냥 언어를 하나 배운 게 아니고 어느 사이 세계 하나가 제게로 왔더군요. 낯선 세계가 하나 열려왔어요. 엄청난 작가들을 읽게 됐고, 거기서 끝이 아니라 온갖 학계에 이리저리 가봤더니 같은 작가를 공부하고 읽은 사람들은 또 바로 다 친구가 돼서 너무나 좋은 친구들이 세계에 널려 있고요.               p.16



<시인의 집>,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등의 책을 통해 만나온 독문학자 전영애 교수의 신작이다. 예전에 다큐인사이트라는 방송을 통해서 여백서원과 일흔두 살의 노학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1만 제곱미터의 뜰과 서원을 홀로 가꾸며, 여전히 괴테를 연구하며 괴테의 모든 저서를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계신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학자로 50년을 살아온 그의 삶이 궁금해 책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괴테 할머니'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돌아왔다. 




평생을 학문에 매진한 학자지만, 근래에는 유튜브 채널 ‘괴테 할머니 TV’를 통해 소개된 소박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영상 들을 골라내어 글로 만든 것이다. 낮에는 여백서원과 괴테마을의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잡초를 뽑고, 밤이면 작은 등불 하나에 의지해 괴테의 글을 번역하는 삶은 그 자체 만으로 어딘가 위로가 된다. '이제 책 같은 건 없어도 살 듯한 세상이지만, 저는 책이 있어 산 것 같습니다'라는 그의 말을 기억한다. 이 책에서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내 옆의 좋은 이웃만 만나는 게 아니라 몇백 년 전의 어느 누구까지 만나는 일입니다. 엄청난 일이지요.'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 본다. 사람은 늘 배워야 한다고, 살아 있다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그의 삶을 대하는 자세도 본받고 싶다. 그가 말하는 공부란 책 보는 것뿐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대하는 자세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저에게 있어서 도서관의 '망'입니다. 어디든 제가 가서 앉아 있는 도서관이 있고, 또 가끔씩 어떤 집들에서 살게 되는데, 그 집들에서는 그 집들의 이야기가 그 주인과 얼마만큼씩 다 연결되고, 또 그 연결이 주는 압도적인 느낌 때문에 거기서 또 글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인생의 지도에서 불이 켜지듯이, 세계 여기저기에서 작은 방들에 불이 켜집니다. 왜 그 방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졌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단지 일상생활 속이 아니고 어딘가로 떠나서,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생각하고 느끼고 쓸 수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과 공간이 너무도 소중했습니다. 그렇게 빛나는 장소들이 있어서 어떤 삶의 토대가 단단히 놓일 수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마저 하곤 합니다.                  p.57


괴테는 <파우스트>를 자그마치 60년 동안 썼다는데, 저자는 <파우스트>를 45년을 두고 읽었다고 한다. 책이 낱장으로 흩어져 고무줄로 묶어두었을 정도라고 하니, 그 세월만큼 얼마나 작품을 깊이 이해하셨을까 감탄스러웠다. '평생을 걸고 옮겨 제대로 전하고 싶은 작품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할 따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천천히 공들이는 일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정말 오래 전에 읽었던 <파우스트>를 다시 꺼내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의 삶과 괴테의 문학들이 거의 하나가 된 듯한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괴테의 글을 만나게 되니 예전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파우스트>를 다시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파우스트>를 새롭게 구매했다. 오래 전에 읽었던 버전을 다시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시작해보려고 말이다. 사실 별돌책 굿즈인 우주 벽돌 문진을 받고 싶어서 산 것이기도 하지만... 하핫.. 현대지성 클래식 버전으로 구매해 거장들의 컬러 명화와 함께 읽는 무삭제 완역본이다. 아마도 조금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고대해본다. 결코 이해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한때는 가까이, 한때는 또 멀리 두기도 하면서 천천히 읽다보면 세상과 사람에 대해 더 넓은 시야가 트일 거라'고 믿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맑은 사람들을 위한 책의 집'이라는 여백서원에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공간이라고 하니, 시간을 내어 가보고 싶다. 경기도 여주면 서울에서 그렇게 많이 먼 거리도 아니니 말이다. 특히나 여백서원과 괴테마을의 정원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꾸는 공동체 정원이라는 점이 더 궁금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들고 와 한 귀퉁이에 심어 주인이 되고, 그러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도로 설계했다고 하니 말이다. 


저자는 여백서원에 더해 ‘괴테마을’의 조성에 힘쓰고 있다. 괴테가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크푸르트의 집을 본떠 지은 ‘젊은 괴테의 집’과 괴테가 바이마르에 가서 처음 살던 작은 ‘정원집’도 완공되었다고 한다. 바이마르의 정원집처럼 건물 벽에 장미와 포도를 올리고 나무 시렁을 빼곡히 박아놓았다고 하는데, 연못 뒤의 숲에는 오솔길을 따라 노년의 괴테의 지혜가 담긴 시구들을 담아 작은 판에 새겨둘 생각이라고 한다. 또한 짓지 못하게 된 괴테하우스 본관 터에는 메밀 씨앗을 20킬로나 뿌려두었는데, 혹시 이 집이 지어진다면 그 뜰에 온실도 하나 만들 거라고 한다. 그 안에 괴테가 <식물변형론>에서 다루고 있는 식물 70가지가 들어가게 될 예정이라고 하니, 언젠가 완공될 괴테하우스의 본관도 기대가 되었다. 눈감기 전까지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었던 걸로 유명한 괴테처럼, 지금도 공부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많다는 노학자가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인생 수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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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1-12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괴테마을 좋았어요.^^
이젠 여백서원을 가려면 주말에 가야해서 괴테 마을에 다녀왔는데,,,, 진열되어 있는 책도 보고, 차도 마시면서 풍경도 감상하고 왔습니다.

피오나 2025-01-12 18:22   좋아요 1 | URL
어머낫. 괴테 마을에 다녀오셨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 저도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
 
애니만 봤더니 일본어를 잘하게 된 건에 대하여
센님(정세영) 지음 / 길벗이지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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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나요?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호감이 있다는 뜻이겠죠? 언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까워질 수 있고,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어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부터는 '공부'가 아니라, 가까워진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일본어와 친해지는 겁니다.                 p.35



일본어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독학으로 일본어 공부를 해서 3년 만에 JLPT N1을 취득하고, 일본의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일본어 동영상 강의 제작에도 참여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센님의 일본어 학습 에세이가 나왔다. 일본어, 일본여행 전문 콘텐츠로 26만 구독자, 조회수 4천 만뷰를 기록한 센님은 애니 덕질로 시작해 일본어로 먹고살고 있다. 이게 가능한 걸까?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다는 로망을 가져본 적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내내 영어를 배우고, 제2외국어로 일본어, 프랑스어 등을 배워 왔지만, 정작 해외에 나가거나 외국인과 마주하게 되면 얼음처럼 굳어서 한 마디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말이다. 하지만 당장 생계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 외국어 공부를 매일 꾸준히 하기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게다가 꽤나 열심히 공부를 해왔다고 생각해도, 막상 자격증 시험을 보거나, 해외에서 활용해보려고 할 때는 정작 입을 떼기도 어렵고 말이다. 나 역시 영어를 비롯해서 일본어 공부에 꽤나 관심이 많은 편인데, '공부'가 아니라 '애니'만 보는 것으로 일본어 실력이 늘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읽어 보게 되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공부해!"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에요. '공부'에는 뭐가 따라오나요? 숙제, 시험, 성적! 어떤 사람이든 넌더리를 낼 수밖에 없죠. 이번에는 작심하고 공부하겠다고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머지않아 지쳐 포기하기 일쑤예요. 그렇지만 "그냥 좋아하기만 해!"라고 한다면? 그냥 '나는 이 일본 드라마가, 이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 일본 영화가 재미있어서 보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마음의 기본 세팅을 '내게 외국어는 공부가 아니라 덕질 영역'이라고 해두면 오래 꾸준히 지속할 힘을 얻을 수 있어요. 제가 그랬듯이.                    p.128~129


이 책의 저자인 센님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일본어 비전공자에 학원 한 번 다닌 적 없는 그녀는 대체 어떻게 일본어 공부를 한 것일까. <명탐정 코난> 정주행을 시작으로 코로나 덕분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된 것이 바로 일본어 공부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덕질을 통해서 일본어에 오랫동안 노출이 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몇몇 단어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전까지 일본어는 그냥 재미있게 보는 애니에서 캐릭터들이 쓰는 언어에 불과했다면, 몇 개의 단어에 '귀가 트인' 순간, 알아듣고 쓸 수 있는 언어로 확 다가오게 된 것이다. 어떤 언어를 배우든 공통적인 진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 뭐가 됐든 많이 들어야 한다는 것.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어학 듣기 교재든, 무엇이든 간데 처음에는 많이 듣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일본어로 혼잣말하기, 외워야 하는 건 최대한 게임처럼 해보기, J-POP으로 일본어 감성 즐기기, 일본 가면 꼭 쓰는 여행 일본어, 단계별 일본 애니 추천 리스트, 초고속 JLPT 지름길 공부법 등 일본어를 공부가 아니라 즐기면서 익힐 수 있는 각종 꿀팁들이 가득한 책이다. 중간 중간 센님이 일본에서 직접 촬영한 풍경사진도 수록되어 있고, 자신의 솔직한 경험담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 책을 읽다 보면 이게 가능해? 에서 가능하구나...의 영역으로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일본어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언어는 공부가 아니라 '덕질'이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공부하지 않기, 공부로 느끼지 않기, 덕질로 하기’를 제 일본어 생활의 지침이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결코 설렁설렁한 건 아니었다. 덕질을 하더라도 제대로, 최선을 다해 즐겼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어를 독학으로 해서 리포터, 기자, 유튜버, 작가, 강연 기획자이자 일본에서는 한국어 강사로, 한국에서는 일본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센님의 놀라운 일본어 학습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나도, 그리고 당신도 센님처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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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 지구, 인간, 문명을 탄생시킨 경이로운 운석의 세계
그레그 브레네카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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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멸종을 초래할 만한 크기가 아니라면, 운석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다. 먼 옛날에 생긴 이 암석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주 공간을 떠다녔지만, 먼 과거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즉, 수십억 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놀랍도록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이 상대적으로 빈약했기 때문에, 운석에는 아주 오래전에 이 암석이 생성될 무렵에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여주는 스냅 사진이 담겨 있다.              p.18~19


137억 년 전에 빅뱅이 일어났고, 46억 년 전에 태양계가 생성되었으며, 공룡의 시대를 거쳐 그들이 멸종하고, 인류가 나타나기까지 우주의 역사에 대해 읽다 보면 항상 궁금했었다. 그런데 대체 과학자들은 저 먼 과거의 일들에 대해 어떻게 알아낸 걸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대답을 들려 준다. 주인공은 바로 '우주에서 떨어진 돌, 운석'이다. 영화나 SF 소설에서 지구를 파괴시키는 존재로 종종 등장하곤 하는 운석은 사실 수십억 년 동안 축적된 정보의 타임캡슐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태양계의 탄생부터 우주 전체에 걸친 물리적 환경의 생성과 진화에 대해 알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창'과도 같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우주화학자 그레그 브레네카는 이 책에서 천문학, 화학, 물리학 등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물체인 운석이 지구와 우리의 문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원전 465년경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운석이 우주에서 날아왔음을 타당하게 논증했을 때부터 시작해 허공을 떠돌던 바위나 어딘지 모를 화산에서 튀어나온 돌덩이라는 오해를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을 거쳐 운석이 지구 밖 우주에서 왔다는 주장이 과학이자 정설로 자리잡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근대 과학의 역사를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생명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실 한 가지는, 달을 탄생시킨 충돌 직후 지질학적 시간으로 아주 짧은 기간에 지구는 복잡한 유기 분자가 전무하던 상태에서, 약 40억 년 전의 암석에 잘 보존된 흔적을 남길 만큼 충분히 많은 생명이 넘치는 상태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도약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유기 화합물 중 일부는 초기 지구의 환경에서 생겨났을 수 있지만, 과연 생명을 시작하게 할 만큼 충분한 양의 유기 물질이 만들어졌을까? 외부의 도움이 없이 그 과정이 충분히 빠르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생명은 우회전성 대신에 좌회전성을 스스로 선택했을까? 아니면 손 방향성은 사용 가능한 구성 물질을 바탕으로 사전에 정해져 있었을까? 그 답에 대한 단서가 운석에 들어 있다.              p.199~200


공룡을 한참 좋아하던 시절에는 왜 공룡이 멸종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상당히 궁금했었다. 약 1억 7500만 년 동안이나 지구를 지배했던 동물 집단이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 만약 공룡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인류는 존재할 수 있었을지,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보며 공룡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기도 했었고 말이다. 몸무게가 100톤이나 나가는 거대한 동물들이 어슬렁거리며 지구를 돌아다녔는데, 지질학적 시간으로 눈 한 번 깜빡이는 순간이 지나고 나자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후대의 과학자들에게나, 일반인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기도 하다. 공룡이 멸종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은 바로 소행성 충돌일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달을 탄생시킨 충돌도, 그리고 공룡을 멸종시키고 포유류가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게 만들어 인류를 탄생시킨 것도 모두 '운석' 때문이다. 운석 덕분에 인류가 존재하게 되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 책은 그 밖에도 운석에 관한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운석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수많은 과학적 정보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지만, 그것 외에 운석이 과학적 연구 대상이 되기까지 겪었던 여정 또한 아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의 무대는 인류가 존재한 기간을 거의 다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운석이 우주에서 날아와 가끔 생명을 죽이는 암석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된다. 사실 운석에 대해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기 전에는, 할리우드 재난영화 속에서 인류를 멸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존재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운석이 지구, 그리고 인류와 맺는 관계의 방식은 출돌과 대멸종 외에도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49억 년 우주를 품은 운석의 경이로운 세계가 궁금하다면, 지구와 인간, 문명의 기원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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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미 동물병원 5 -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 공식 동물 만화 백과 쪼꼬미 동물병원 5
권용찬 지음, 이연 그림, 최영민 감수 / 서울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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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49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인 '쪼꼬미 동물병원' 다섯 번째 책이다. 여러 동물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사람과 동물의 세계를 더 가깝게 연결해준다는 컨셉으로 병원을 찾은 소동물 친구들의 치료 이야기를 담아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생 탐험 편'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에는 병원 밖으로 나가 야생 동물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아이가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이 시리즈는 1권부터 계속 챙겨 읽어 왔다. 사실 소동물을 다루고 있는 책이 그리 많지 않은데, 정말 많은 종류의 소동물을 만날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한 시리즈이다.


1권에서는 펫테일 게코,와 고슴도치를 시작으로 미어캣, 골든햄스터 등 10종의 동물 친구들이 등장했고, 2권에서는 역대급 예민킹 쪼꼬미인 다람쥐 '짱아'를 시작으로 아마존 청머리 앵무새, 엄청나게 작은 비어디드 드래곤, 돼지코거북, 피치스롯도마뱀, 슈가글라이더 등 10종의 소동물 친구들이 나왔었다. 3권에서는 다리가 부러진 참새 '콩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니피그, 토끼, 모란앵무, 상자거북, 아홀로틀, 해달까지 10종의 동물 친구들을 만났었고, 4권에서는 차코뿔개구리, 오란다, 페넥여우, 주머니여우, 피그미하마, 왈라비, 레서판다 등 10종의 동물 친구들이 등장했었다.  




5권에서는 세계 동물 보호 협회가 지원하는 학술 토론회 초청장을 받고, 선생님과 함께 하루가 조수로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된다. 각 지역의 희귀 동물들을 만나 볼 기회가 생겨 기대하며 떠난 하루와 선생님은 우선 남극의 세종기지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것은 '턱끈펭귄'으로 조는 것 같으면서도 깨어 있고, 깨어 있으면서도 조는 것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성격이 까칠한 펭귄이라 더욱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잠수를 못 하게 된 웨들바다표범을 만나 원인을 찾아 도와주고, 거대한 피라미드가 보이는 이집트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것은 무료 이집트코브라! 맹독을 가지고 있는데다 굉장히 까칠해서 더 오싹한 동물이었다. 


하루는 외국의 학회를 따라 다니다가 자신처럼 동물병원 일을 돕는 친구들도 사귀게 된다. 서로 기억에 남는 동물 환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너무 귀여웠다. 그 외에도 긴팔원숭이, 볏도마뱀붙이, 고슴도치, 호스필드거북, 검목상어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쪼꼬미 시리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 만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 더 친근하게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되는 동물의 사연이 학습만화로 소개되고, 각 장의 마지막에 해당 동물에 대한 실제 사진과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만화로 꾸민거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만화 자체도 재미있지만, '하루'의 쪼꼬미 일지가 이 시리즈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동물들은 특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몇 세대에 걸쳐 적응하고 진화한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동물들은 자연의 다양성을 지켜 주는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동물들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동물을 사람과 동등하게 바라보고, 생명으로서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며,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동물에 대한 정보와 병원 이야기를 만화로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동물 친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다음 번에는 또 어떤 동물들이 등장할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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