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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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극이 일어난 후, 비탄에 젖은 내 일부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마치 괴물처럼요. 상상도 할 수 없는 운명에 감염된 사람 같았어요. 이웃들이 불과 몇 초도 똑바로 보지 못할 그런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죠.” 회의실 안을 둘러봤을 때내 말에 공감하는 눈빛이 여럿 보이더군요.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괴물로 만든 사람들도 있어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사람들이 던지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따돌림을 받은 사람들. 자신이 너무나 비천한 존재라고 느껴 스스로 소외된 사람들. 오늘 밤 그런 사람 중 한 명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p.134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작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잘 알려진 매튜 퀵의 신작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로맨틱 코미디였다면, 이번 작품은 총기 난사라는 참혹한 비극을 겪은 한 남자가 스스로를 비롯해 상처 입은 이웃과 마을을치유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서간체 소설이다. 정신분석가인 칼에게 고등학교 상담 교사인 루카스가 보내는 편지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대답이 없는 상대에게 보내는 편지 18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왜 칼은 루카스에게 한 번도 답장을 하지 않는지, 루카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는 것일까. 그 이유가 밝혀지는 것은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러서 이다. 그 과정 동안 우리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날 어떤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던 것인지 퍼즐 조각을 맞춰 가는 것처럼 조금씩 알게 된다. 


칼과 루카스 모두 참혹한 사고에서 살아남은 피해자이자 생존자이다. 두 사람모두 그 사고에서 아내를 잃어 버렸다. 18명의 죽음을 불러온 비극이 왜 일어난 것인지, 열아홉 소년 제이콥은 총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그날 왜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던 이웃들을 쏘려 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제이콥의 동생 앨리는 형의 죽음 이후로 루카스 집 뒷마당에 텐트를 치고 살기 시작한다. 루카스는 앨리와 함께 졸업 프로젝트로 영화를 준비하며 머제스틱 극장에서 비극이 있었던 그날 밤 거기 있었던 사람들 모두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자 한다. 괴물마저도 좋거나 나쁜 게 아니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선과 악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 세계를 그릴 이 영화는 비탄에 젖은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마쳤을 때 앨리가 말했어요. “왜 그들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을까요? 우리 엄마들 말이에요.”

“자기에게 없는 걸 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후 우리는 방금 내가 말한 진실의 묵직한 무게를 느끼며 누워 있었어요. 

앨리가 말했어요. “다른 아이들은 다 자기를 사랑해주는 엄마가 있잖아요. 사람들은 대부분 괜찮은 엄마가 있는 것 같던데요. 우리는 그냥 운이 없는 걸까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어요.

p. 172~173


이 작품은 참사에서 살아남은 피해자, 가족과 친구와 이웃을 잃은 남겨진 사람들, 가해자의 가족 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비극이 벌어진 이후의 삶에 대해 보여준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비극을 겪은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은 이들인 그것을 극복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참혹한 비극을 다루는 소설의 경우 대부분 비극이 벌어졌던 그 날에서 모든 서사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비극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미 비극은 벌어졌고, 돌이킬 수 없으며,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이미 죽었기에 이유도 알아낼 수가 없다. 그저 남겨진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고통을 털어놓고, 위로하며 보듬어 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맞잡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비극을 겪은 것이 혼자가 아니었고, 남겨진 것 또한 혼자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내 영혼의 가장 좋은 부분이 네 영혼의 가장 좋은 부분을 사랑한단다.” 라는 문장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루카스는 참사로 인해 아내를 잃었지만, 그 날 했던 행동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로부터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제이콥의 동생 앨리는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한다. 게다가 형의 행동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도망치듯 자신의 집으로 와 텐트를 치고 살기 시작한 루카스가 앨리에게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영화를 만들기로 하지만 그 과정 또한 순탄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루카스와 앨리,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영화라는 매개체로 함께 웃고 울고 마음을 달래면서 예술을 통한 집단 치유를 경험해나간다. 실제로 작가인 매튜 퀵은 오랜 슬럼프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극복하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러니 칼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서 시련을 헤쳐나갈 힘을 얻는 루카스의 모습에 작가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투영했을 거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진실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깊은 상실감과 끔찍한 고통으로 인해 삶이 산산조각 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포용, 그리고 연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정하게 보여준다. 우리 모두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작품이 바로 그 증거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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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포포프 - 잊힌 아이들을 돕는 비밀스러운 밤의 시간 다산어린이문학
안야 포르틴 지음, 밀라 웨스틴 그림, 정보람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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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의 말을 듣는 동안 마음속이 따뜻해졌다. 그런 일들을 함께하자는 건지 물어볼 용기는 없었지만, 속으론 그렇길 바랐다. 함께 사과들을 정리한다. 함께 안토노브카를 포장지에 싼다. 함께 잼을 만든다. 누군가 함께란 단어의 울타리 안에 나를 포함해 말하는 걸 들어 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함께 뭔가를 하는 것과 뭔가를 하라는 말을 듣는 건 큰 차이가 있다. '포장지에 싸라.' '잼을 만들어라.'는 이제 그만. 함께 종이에 싸고 함께 잼을 만들고, 함께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 얼마나 듣기 좋은지!           p.29


아홉 살 알프레드는 늘 혼자였다. 엄마는 태어나서 본 적이 없고, 아빠도 늘 집에 계시지 않았다. 아빠는 일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웠는데, 벌써 아빠가 떠난 지 한 달은 지난 상태다. 아빠는 어디로 가는지, 언제 돌아올 건지 한 번도 말해 준 적이 없다. 보통은 떠나기 전에 먹을거리를 사 두곤 했지만, 이번에는 장 봐 두는 것도, 먹을거리를 살 용돈을 남겨 두는 것도 잊어 버렸다. 게다가 전기세 내는 것도 잊어 버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가 끊겨 버렸다. 그렇게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알프레드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바깥 계단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멈추더니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고, 다시 발소리는 알프레드의 집 현관문 뒤에 멈춰 선다. 문 뒤에 침입자가 있었던 것이다. 복도는 유령이 나타난 것처럼 조용했고, 갑자기 우편물 투입구가 열리며 뭔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니까 침입자는 평범한 신문 배달원이었던 거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휴대 전화도 전기 없인 켤 수 없었기에 그 신문은 난데없이 떨어진 황금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신문을 보는 동안에는 세상과 뭔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신문 속에는 사과 한 알과 회색 뜨개 양말, 그리고 냅킨으로 감싼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덕분에 끼니를 해결한 알프레드는 다음 날 밤, 그 침입자와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한다.


침입자의 정체는 바로 신문을 배달하며 잊힌 아이들을 찾아내 도와주는 아만다였다.



저는 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갈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어떤 때는 과거로, 어떤 때는 스웨덴이나 중국으로, 혹은 잠수함을 타고 바다 밑바닥으로 갈 수 있다는 걸요. 예전에 저는 신문만 읽었어요. 그게 제가 아는 최고의 읽을거리였거든요. 그때는 신문을 읽으면 제가 온갖 일이 벌어지는 멋진 세상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니 제가 어떤 세상의 일부라도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간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다른 사람의 머릿속으로 말이죠.           p.164~165


아만다는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는 산딸기 죽 색깔의 나무 집에 살았다. 아만다는 아주 특별한 귀를 가지고 있었다. 잊힌 아이들의 존재를 느끼고 그중에 누군가 한숨을 쉬면 항상 떨리기 시작하는, 밝은 귀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귀의 고막이 잊힌 아이들의 한숨이 만들어 내는 파동에 반응해 그들을 찾아내고, 아이들을 돕게 하는 것이었다.

알프레드는 아만다의 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우연히 다락에서 낡은 라디오 송신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잊힌 아이들을 위해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한다. 비밀 라디오 방송은 그렇게 시작되고, 방송의 이름은 실제 라디오의 초기 개발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포포프의 이름을 따 '라디오 포포프'가 된다. 고양이 후비투스, 까마귀 하를라모프스키, 그리고 토요일 새벽 3시마다 잊힌 아이들을 돕기 위해 진행되는 라디오 방송까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소중한 세계가 다정하고, 신비스럽게 펼쳐진다.



핀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핀란드아동문학상대상을 받으며 그해 최고의 어린이책으로 뽑힌 이 작품은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북유럽에서 아동 학대라는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으로도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동 학대는 그야말로 무관심과 방치이다.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제대로 어른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또한 폭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알프레드를 비롯해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아이들은 모두 부모와 사회로부터 '잊힌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책임감 없는 어른들을 떠나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데,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깊은 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작고 여린 존재들이 짓는 한숨 소리를 누군가 들어 줄 수 있다면, 그 마법처럼 아름답고, 기적 같은 일들이 이 작품 속에서는 가능하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 들며, 주체적인 어린이 캐릭터의 새로운 탄생을 보여주는 이 작품이 아동 문학의 고전이 되어 주기를... 그리하여 소외되고, 외로운 어린이들에게 한줌의 온기와 희망이 되어주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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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의 한능검 한국사 2 - 고조선 - 여러 나라의 성장 최태성의 한능검 한국사 2
최태성 기획, 이태영 그림, 윤상석 글 / 다산어린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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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수강생이 선택한 큰별쌤 최태성의 첫 한국사 학습만화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 1권이 석기 시대부터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까지를 다루었다면, 2권에서는 우리 역사 최초의 국가 고조선부터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부여, 고구려 등 여러 나라의 성장을 다룬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국사를 재미있는 만화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라, 아이도, 어른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고 2권을 바로 만나보았다. 



전설의 칼 한능검이 사라지고 나서 역사책에 있는 글자들이 모조리 없어지는 일이 벌어져, 춘추관의 관리인 준이와 단이는 사라진 한능검을 뒤쫓는 중이다. 한능검을 집안 대대로 비밀리에 보물로 보관하고 지켰던 곽씨 집안의 대를 잇는 검객 곽승과 한능검 도둑으로 오해받고 있는 검객 태승의 한판 대결 후, "위만이 위험해!"라는 말을 남기고 다른 시대로 사라져 버린 태승의 뒤를 쫓아 일행은 고조선으로 향하게 된다. 


고조선은 우리 역사 최초의 국가로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이다. 한능검 도둑을 쫓기 위해 일단 위만을 찾아 가기로 했는데, 그 여정이 결코 쉽지 않다. 일행은 그 과정에서 산적을 만나기도 하고, 특별한 예언자를 만나 한능검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된다. 




예언자는 한능검이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을 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능검이 두 군데서 보이는데, 산 너머 위만에게서 보였고, 고구려로 가도 한능검을 찾을 수 있다고 단서를 준다. 위만에게서 한능검을 찾지 못한 일행은 태성을 쫓아 고구려에 오게 되고, 예언자의 무덤에서 한능검을 찾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무덤 안에는 예상치 못한 함정이 있었는데... 준이와 단이 일행들은 수상한 공간에서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을까? 한능검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자신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거구나 싶어서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점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한능검(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다. 한국사 전반에 대해 다루며 1급에서 6급까지 다양한 급수로 나뉘어져 있어 초등학생 어린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주는 몇 안 되는 자격증인데다, 절대 평가라서 온전히 자신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자격증이기에,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방학 동안 도전해보기 딱 좋지 않나 싶다. 초등학생이라면 6급만 따도 충분하니, 한능검 시리즈를 즐기면서 한능검 자격증 준비를 천천히 해보면 될 것 같다. 


QR 코드로 수록되어 있는 최태성 선생님의 무료 동영상 강의도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대한민국 수능 역사 1타 강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타 강사인 최태성 선생님과 함께하는 한능검 준비라 어렵지 않게, 신나게 공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권은 도서 구매 시 책 한 권 분량의 마스터 팩을 받을 수 있다. 초판 한정으로 책과 랩핑되어 있는데, 한능검 마스터가 콕집은 예상 기출문제가 수록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자. 역시나 큰별쌤의 강의가 QR 코드로 수록되어 있어 쉽고 재미있게 한국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우리가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해소가 된다. 역사를 통해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백 년 전, 천 년 전의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것, 그들 또한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준다. 몇 년도에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 외우려고 머리를 싸맬 필요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만화를 읽다 보면 저절로 풀리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통해 한층 성장하는 우리 어린이들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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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의 한능검 한국사 1 - 구석기 시대 - 청동기 시대 최태성의 한능검 한국사 1
최태성 기획, 이태영 그림, 윤상석 글 / 다산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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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하면 자연스레 제일 먼저 떠올려 지는 이름인 큰별쌤 최태성! 누적 수강생이 무려 700만 명에 달하는 역사 선생님이다. 대한민국 수능 역사 1타 강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타 강사인 최태성 선생님이 이번에는 한국사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해 처음으로 학습만화 시리즈를 선보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만화를 읽다 보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저절로 풀리는 마법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한능검(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다. 한국사 전반에 대해 다루며 1급에서 6급까지 다양한 급수로 나뉘어져 있어 초등학생 어린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낮은 급수부터 천천히 도전해 실력을 늘려가면 되니 말이다. 이러한 한능검을 재미있게, 놀이처럼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


게다가 최태성 선생님의 무료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는 QR 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여타의 학습 만화들과는 차별화를 두었다. 




1권에서는 구석기 시대부터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조선 시대를 살고 있는 준이와 단이이다. 준이는 무엇이든 한 번 읽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관리로 춘추관에 특별 채용이 되었다. 단이는 준이의 누나로 역사에는 관심이 없지만 동생을 돌보기 위해 함께 사관이 되어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작스럽게 역사책에 있는 글씨가 모두 사라져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실록 등 역사책이 모두 같은 상황이라 이대로면 역사 기록이 아니라 역사 자체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며 관리들은 모여 대책을 논하기 시작한다. 그때 누군가 태조 임금 때 발견된 전설의 칼 한능검이 사라졌기 때문에 역사가 사라진 것 같다는 말을 한다. 한능검을 잃으면 역사도 읽게 된다는 글귀가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준이와 단이는 역사책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에 몰래 침입한 사람을 쫓으려다 구석기 시대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이들은 과연 사라진 한능검을 찾고 다시 조선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능검을 집안 대대로 비밀리에 보물로 보관하고 지켰던 곽씨 집안의 대를 잇는 검객 곽승과 구석기 시대에서 만난 돌치, 그리고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졌다고 소문이 난 검객 태성, 이 이야기의 주요 캐릭터로 준이, 단이와 함께 역사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곽승은 한능검을 가져간 범인이 태성이라 생각하고 그의 뒤를 쫓는 중이고, 시대를 넘나들며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태성은 곽승을 피하면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한다. 청동기 시대에 있어야 할 청동검이 구석기 시대에 발견이 된다던가 역사가 뒤죽박죽이 될만한 일들이 시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준이, 단이 일행들은 함정에 빠지고, 노예가 되고, 쫓기기도 하면서 각각의 시대 사람들 속에서 한능검을 되찾기 위한 모험을 하게 된다. 과연 한능검 도둑은 누구이며, 그는 왜 역사를 엉망으로 만들려고 하는 걸까. 




각각의 장이 끝날 때마다 실제 한능검 기출 문제들을 풀어볼 수 있고, 큰별쌤의 꼼꼼한 해설도 만나볼 수 있다. 전체 이야기가 끝이 난 뒤에는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를 한눈에 보여 주는 ‘함께 찾아봐요!’ 코너를 통해 책에 나온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데,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으로 되어 있어 더 좋다.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만화를 읽고, 그림으로 정리된 내용을 보는 것만으로 한국사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능검을 찾아 떠나는 만화 여행을 통해 한능검 자격증도 따고, 한국사에 대한 지식도 얻으며, 아이들이 자존감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여름 방학에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역사 공부로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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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퀸의 대각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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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둘이 체스를 한 판 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물론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차원이에요.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니까.」

모니카는 여전히 사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글쎄요. 그때 우린 어린아이들이었어요. 개성이 강한 두 여자아이가 지나친 경쟁의식을 느끼다 보니 벌어진 일이고요. 경기에 지고 분을 참지 못해 욱해서 저지른 행동을 나중에 후회했어요. 두 번째 만남에서는 내가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그 아이를 이겼고요. 물리적인 힘이 아닌 다른 걸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능가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었던 셈이죠.」              -1권, P.273~274


니콜 오코너는 생명 과학 수업 시간에 생쥐를 해부하는 야만적인 건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가 벌로 텅 빈 교실에 갇힌다. 혼자 있는 걸 견딜 수 없었던 니콜은 케이지에 갇혀 있던 생쥐 640마리를 탈출시키는 일을 벌이고, 그로 인해 중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게 된다. 같은 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만 6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 뉴욕의 한 중학교에서 니콜과 동갑내기인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을 목격하는 중이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한 아이를 둘러싸고 발길질을 해대고 있었던 것이다. 여럿이 떼를 지어 한 사람에게 달려드는 걸 참을 수 없었던 모니카는 소화기를 집어들어 그들에게 던져 버린다. 이후 학급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떨어지자 당선자인 아이의 머리를 잘라내어 결국 퇴학 처분을 받게 된다. 




니콜은 고립된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보다, 함께하는 집단의 숫자에서 나오는 힘을 믿는다. 반면 모니카는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 인류 진보의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두 사람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한 쪽은 집단에게 미래가 달렸다고 믿고 있었고, 다른 한 쪽은 개인에게 미래가 달렸다고 믿고 있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나오게 되면서 니콜은 아빠에게, 모니카는 엄마에게 체스를 배우게 된다. 모니카의 엄마는 딸이 감정에 휘둘려 너무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체스를 권했고, 니콜의 아빠는 딸이 체스를 통해 인간 무리를 운용하는 전략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 열리는 체스 선수권 대회 준결승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물론 열두 살 소녀들은 앞으로 그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예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난 말이야, 인간은 게임하는 동안에만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니콜이 체스보드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감히 현실에서는 엄두를 내지도, 용기를 내지도 못하는 일을 게임에서는 할 수 있지.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해 발전시킬 수도 있어. 게임하는 동안에는 남에게 밉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한테 내리는 가치 판단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어. 게임에 집중할 때는 유년기의 상처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아픈 몸에 대한 걱정도 다 사라져. 오직 게임 그 자체만 남아.」                 -2권, p.29


모국인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다. 그의 작품들에서 여러번 인용되곤 하는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만나는 순간 서로를 알아보고 상대를 파괴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게 되는, 영혼의 적, '네메시스'라고 부를 만한 분신이 누구에게나 한 명씩 있다고 말이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고, 최악의 적이 최고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그 문장이 이 작품 <퀸의 대각선>을 관통하는 서사이기도 하다. 




두 천재의 체스 대결이 메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는 서구권의 정보기관들인 영국 MI5와 미국 CIA에서 활동하게 되고,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은 집단이 강한 성향의 진영인 IRA와 KGB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IRA 무장 투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소련 붕괴, 이란 핵 위기, 911 테러 등 세계사를 장식한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신념을 위해 팽팽하게 부딪친다. 현장 요원이 되었다가, 치밀한 전략가가 되기도 하며 역사를 뒤에서 쥐락펴락하는 두 여성의 승부는 스파이 소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기존에 만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에서 등장했던 동물이나 신, 외계인, 새로운 인류 등이 나오는 대신, 이번 작품에서는 현실에 단단히 발 딛고 서 있는 작품을 보여주어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현대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이 작품 두 권으로 한 번에 살펴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개인의 힘을 믿는 민주주의와 집단의 힘을 믿는 공산주의의 대립은 형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극중 모니카와 니콜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극단적이라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두 사람의 신념 중에 어느 쪽이 더 옳은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보게 만들어 주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어 왔다면, 이번 작품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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