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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위로 - 누구도,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이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평점 :
요리란, 누군가를 위해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일.
음식이란 단순히 주린 배를 채워주고 미각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함께 먹는 사람들, 나누는 대화들까지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음식이 완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까 요리란, 그저 재료들을 조리해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어떤 맛을 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
연말, 연초에 엄청나게 바쁜 직업을 가지고 있는 터라, 지난주부터 정신없게 일만 하고 있다. 그래서 종일 물먹은 솜 마냥 축축 늘어져서는 퇴근 무렵에는 바닥까지 붙어버릴 것만 같다. 얼마나 피곤한지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것마저 귀찮아질 정도. 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치는 날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다. 어서 퇴근하고 따뜻한 집에 가서 밥 먹어야지. 값비싼 스테이크나 피자, 치킨등 평소에 즐겨먹는 음식은 생각도 나지 않고, 오로지 어서 집에 가서 그냥 찌개랑 밥이랑 마음 편하게 먹고 싶은 것이다. 맛있는 음식은 이렇게 지친 영혼에 활기를 주는 일종의 위로이다.
몇 년 전부터 인기있었던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이나 앤티크, 영화 카모메 식당등... 음식점을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음식에 얽힌 사연이란 사람마다 제각각 다양하게 마련이어서, 에피소드는 넘쳐 날 수밖에 없으니, 공감이 가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할테니 말이다. 감동적인 사연도 있고, 유쾌한 사연도 있었고, 다양한 음식들의 향연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항상 마음 한 켠에 남는 아쉬움은, 왜 우리 나라에는 이런 식당이 없지? 였다. 나도 하루종일 회사에서 시달리다 퇴근하면서, 혼자 단골 식당에 들러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거든. 그런데 우리 나라는 패스트푸드 점을 제외하면 혼자 음식을 시켜 먹기란 여간 눈치보이는 일이 아니다. 어떤 식당은 아예 2인분부터 주문을 받는다며, 혼자온 사람을 문전박대하는 곳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책 '맛있는 위로'가 내심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한 거리 한 곳에 정겹고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심야식당 '루이쌍끄'라니,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한번 가봐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메뉴도 그렇고, 단골 손님들의 면면을 보아도 그렇고, 결코 소박해 보이지는 않는 식당이라 조금 망설여지기는 한다. 압구정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아니라 삼청동에 있는 조그만 라멘집이나 우동집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셰프님, 이것도 인연인데, 요리 잘하는 비결 좀 알려주심 안 돼요?"
"음, 이건 진짜 비밀인데... 일본 영화<카모메 식당>봤어요? 거기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와요. 식당 주인에게 '커피를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묻자 그가 답하죠. '한 사람을 위해 끓이면 맛이 더 좋아집니다.' 이 음식을 선물하고 싶은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만들어봐요. 그럼 분명 점점 더 맛있어질 거예요."
누군가를 위해서 요리를 할 때의 기쁨은 경험해 보지 않는 이상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재료 준비부터, 레시프를 정리하고, 만들고, 그 사람이 먹는 걸 볼 때의 그 설레임.. 접시 하나에 담을 음식을 위해 한시간씩 장을 보고, 두시간씩 요리를 해야한다는 걸, 해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음식들의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봉골레파스타, 스테이크, 수플레, 쇼콜라 등 평소 집에서 간단히 도전하기는 힘든 프랑스음식과 디저트 대한 레시피들은, 어렵지 않게 요리를 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