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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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법적 소유권이 없으면서도 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 생각해 보라. 자동차를 잠깐 빌릴 땐 아무 생각이 없지만, 자동차를 장기 임대할 때 생기는 애착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대출을 받아 구입한 부동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출금을 전부 상환하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내 소유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구한 집을 '우리 집'으로 여긴다... 이러한 특징들을 이해하려면 소유의 심리적 차원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 수그러들지 않는 소유 추구가 많은 사람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충동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p.67

 

인간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그러나 사는 동안 우리는 마치 소유가 삶의 전부인양 매달린다. 더 넓은 집, 더 비싼 차, 좋은 가구, 최신 가전 제품 등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해야 행복해진다고 흔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소유하려고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사회에 증명하려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많이 가질수록 더 가치 있는 존재인 것일까.

 

발달심리학 및 실험심리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인 브루스 후드 교수는 이 책에서 '소유욕'이 어떻게 문명의 시작부터 현시대에 오기까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해왔는지를 밝혀낸다. 우리가 겪는 수많은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단 하나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이 욕망은 바로 정서 중추에서 발화되는 뇌과학적 현상이자, 진화학에서 동물과의 극명한 차이점으로 꼽는 특징이며, 법학과 법률 제도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한, 바로 '소유욕'이다. 대체로 우리는 소유물 또는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행복해질거라고 믿지만, 사실 그것을 손에 넣어도 행복해지지 않을 때가 매우 많다. 뭔가를 가질 수록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더 좋은 것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하며, 이는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경쟁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대개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고 소비하게 되는데, 이 같은 욕망은 지구 온난화 등 장기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의 '자아'는 그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의 총합"이라는 윌리엄 제임스의 인용문을 비틀어 다음과 같이 썼다. "인간은 이미 가진 것의 합계라기보다 아직 갖지 않은 것, 가질 수도 있는 것의 합계다." 사르트르가 보기에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취득이라기보다 목표의 추구이다. 그리고 그의 통찰은 동기의 신경과학과 일치한다. 뇌에는 이미 소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소유하길 원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p.272

 

이 책은 문명의 시작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유욕이 어떻게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해왔는지 그 근원을 밝히고 있다. 지난 세기의 노예 매매, 불법 수익을 낳는 인신매매업, 19세기까지 결혼 제도 아래에서 아내에 대한 남편의 소유권, 자녀를 재산처럼 독점적으로 통제하려하는 부모와 자식의 소유 관계, 그리고 법적으로 보호되어 왔지만 자주 분쟁의 대상이 되었던 지식 재산권 등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소유의 심리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수그러들지 않는 소유 추구가 이토록 많인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충동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브루스 후드 교수는 그에 대한 답을 인류학과 철학, 생물학과 신경과학을 넘나들며 고찰한다.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으면 자신감이 높아지는 듯하고, 명품 제품을 들고 있으면 어딘가 행동도 변한다. 값비싼 음식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똑같은 음식이라도 전에 마실 때보다 맛이 더 좋을 뿐만 아니라 뇌의 가치 평가 체계가 더 많이 활성화된다. 그러니 관건은 실제 사치 여부가 아니라 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인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인생의 우선순위가 잘못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물질적 소유와 부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대신 우리가 이미 가진 것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반인 50명 중 약 1명은 삶에 지장이 될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쌓아둔다고 한다. 이렇게 과도한 수집은 아동기에 시작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주 관찰되는데, 물건이 많이 쌓일수록 건강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집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우리는 현재의 소유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손에 쥔 것들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물건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의 진가를 깨닫는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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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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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끈 뒤에 풍기는 자극적인 냄새가 다로의 코를 찔렀고, 다시 화재 현장을 돌아본 다로는 말없이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봄처럼 눈부시고 평온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따스함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하야부사 지구는 아무래도 다로가 믿고 있던 것처럼 느긋하고 평화로운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평온한 경치 뒤에 숨어 있는 악의를 알게 된 다로는 그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p.66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인 미마 다로는 분리형 원룸 월세방에서 필사적으로 글을 쓰며, 먹고살아야 한다는 현실 속에서 악전고투를 거듭하는 중이다. 그러던 중 쓰던 소설을 취재하기 위해 이웃 현을 방문했다가 수십 년 만에 아버지의 고향인 하야부사 지구를 찾게 된다. 도시 생활에 지쳐 있던 다로는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초목과 맑은 하늘, 어딘가에 있는 축사 냄새 등 산촌의 매력에 빠져 결국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여섯 지구 중, 해발 500미터 고원에 있는 것이 하야부사 지구로, 다로는 아버지가 남겨 준 자그마한 목조 단층 건물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이사 온 지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마을 사람들로부터 소방단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게 된다. 마을에 인구도 적은 데다 이곳에 사는 젊은이들은 모두 들어왔다는 말에 안 하겠다고 빠질 수도 없어 다로는 하야부사 소방단에 들어가게 된다.

 

하야부사 소방단은 화재가 발생하면 멀리서 와야 하는 소방차 대신에 초기 진압에 나서고, 행사에서 안전 관리 등의 일을 하는 마을의 자경단과도 같은 조직이었다. 그런데 소방단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 출동할 일이 생기고, 최근에 연쇄적으로 방화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화재 원인이나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을 사람 하나가 강에 빠져 죽는 사건까지 발생하게 된다. 방화가 네 건, 시체가 한 구였지만, 방화범이 누구인지, 동일 인물인지도, 강에서 발견한 남자가 왜 죽었는지도 알 수 없었는데, 기어코 수상쩍은 사람이 등장한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다로는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이 되어 마을의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연속 방화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혼자서 일어서려 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그 노력은 헛수고로 끝났고, 다로는 제자리에 엉덩방아를 찧고는 하늘을 보며 쓰러졌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땅바닥에 못박혀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맹렬하게 치솟는 오한 때문에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인생 최악의 순간이다. 그런 다로를 섬세하고 투명한 남색 밤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유리처럼 아름다운 밤하늘이. 그것은 분명히 다로가 지키려 했던 하야부사의 밤하늘이었다.            p.657

 

어디든 그렇겠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 가지고는 속 사정을 파악할 수 없는 법이다. 느긋하고 평화롭게만 보이던 산촌도 들춰보니 도시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정이 존재했다. 복잡한 인간관계나 사정이 있는 것은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다양한 알력이 생기고 거기에 휘둘리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 것도 도시든 시골이든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자연이 풍요롭고, 느긋하고, 살기 편할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사를 온 다로는 도시에서 있을 때보다 더 바쁘게 시골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연쇄 방화사건으로 시작된 마을의 소동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아름다운 땅을 팔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는 사람들과의 갈등, 인구가 줄어들어 점점 어려워지는 마을을 살리려는 노력과 그러한 마을을 지키려는 소방단 활동, 거기다 사이비 종교 집단까지 연계되어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다로는 외부인이라는 입장과 사람을 관찰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작가라는 위치에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과연 다로와 마을 사람들은 이곳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

 

'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가장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작가답게 그 동안 만나온 이케이도 준의 작품들은 탄탄한 구성과 생생한 캐릭터를 통해 완벽한 재미를 선사했었다. 매번 아주 두툼한 페이지에 등장인물도 많지만, 군더더기가 없고 구성이 짜임새가 있어 가독성이 좋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비롯해서, <변두리 로켓> 시리즈와 <일곱 개의 회의>, <루스벨트 게임>, <하늘을 나는 타이어> 등 대부분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직장인들의 통쾌한 반란과 도전을 그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심이 아니라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작품이라 흥미로웠다. '전원 추리소설'이라 이름 붙은 이 작품은 올해 7월에 일본에서 TV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기도 하다. 풍요로운 자연과 함께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간관계를 짜임새 있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 영상화된 버전도 기대가 된다. 언제나 믿고 보는 작가 이케이도 준이 도시가 아니라 시골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써낸 미스터리라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케이도 준의 색다른 매력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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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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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명백히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건 사이비 종교였다. 꼭 하나의 종교를 따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불법적인 것도 아니었다. 사이비 종교의 성립 조건은 그저 어떤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무척 신실한 추종이었다. 그 대상은 때로는 종교적 믿음일 수도, 때로는 어떤 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물론, 때로는 식단일 수도 있었다. 어떤 사이비 종교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종종 파괴적일 때도 있다.          p.33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이든은 어린 아들 네이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나인 개브리엘은 자신의 방에 있었지만, 동생을 보지 못했다고 하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네이선은 어디에도 없었다.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두문불출하는 이든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 온다. 네이선을 데리고 있다고, 500만 달러를 요구하는 범인은 돈을 구하지 못하면 아들이 죽게 될 거라고 그녀를 협박한다. 대체 누가 네이선을 납치한 것일까. 이든은 경찰에 신고할 수도, 누군가한테 전화할 수도 없었다. 이런 때 도와줄 만한 사람이 인생에 아무도 없었던 데다, 500만 달러를 구할 수도 없었다.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어린 시절 지옥을 함께 견뎌냈던 딱 한 사람 애비 멀린뿐이었다.

 

남편과 이혼 후 두 아이를 키우며 뉴욕 경찰청에서 인질 협상가로 일하는 애비 멀린은 도움을 청하는 한 여자의 전화를 받고 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가 바로 자신이 어린 시절 빠져나왔던 사이비 종교 집단의 또 다른 생존자 이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3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두 사람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그 과정에서 범인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네이선의 누나 개브리엘에게 집착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지역 사이비 종교 단체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사이비 집단의 일원들은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을 믿기 때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거짓말쟁이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믿음 때문에 거짓말이 어떻게 보면 진실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와 그들이 믿는 모든 것은 그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의 명령으로 결정된다. 과연 이든과 애비는 어린 시절 겪었던 사이비 종교 집단 대학살의 비극에서 벗어나, 네이선을 그들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뇌를 완전히 재배치한다는 거였다. 포스트에 달린 '좋아요'와 댓글들은 계정주의 도파민을 폭발시키고 계정주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건 이해할만했다. 페이스북 포스트에 '좋아요'가 눌리는 건 누구나 좋아했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휴대전화를 개인적 도파민 시뮬레이터로 바꿔놓았다. 뇌 스캔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 사람들의 뇌는 자신을 재배치해, '좋아요'나 리트윗이나 웃는 이모티콘을 갈수록 더 욕망하게 만들었다.         p.402

 

<살인자의 사랑법>, <살인자의 동영상>이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마이크 오머의 신작이다. 기존 두 작품이 FBI 요원 테이텀 그레이와 범죄심리학자 조이 벤틀리가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는 '조이 벤틀리' 시리즈였다면, 이번 신작은 '조이 벤틀리'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질 협상가 애비 멀린을 주인공으로 했다. '애비 멀린' 시리즈는 <따르는 사람들>에 이어 <손상된 의도>, <불타는 망상>으로 이어진다. 마이크 오머는 조이 벤틀리 시리즈를 세 권 출간한 뒤, 바로 애비 멀린 시리즈 세 권을 썼다. 애비 멀린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가 작년에 출간되었으니, 그의 가장 최신작이기도 하다.

 

마이크 오머는 조이 벤틀리라는 캐릭터에게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즐겨 읽었던 10대 소녀가 이웃에 살던 연쇄살인마에 의해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고, 어른이 된 뒤 FBI의 수사를 돕는 범죄심리학자가 되었다는 과거 배경을 설정했었다. 게다가 당시의 연쇄 살인범은 성인이 된 그녀를 잊지 않고 여전히 연락을 해오는 것으로 만들어 그녀가 쉽게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뉴욕 경찰청 최고의 인질 협상가인 애비 멀린에게 30여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비 종교 집단 대학살에서 생존한 아이라는 과거를 부여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벗어났지만, 미래에 어디선가 반복될지 모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각종 사이비 종교 집단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서 이어진 그것은 현실의 사건과 연결되며 거의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툼한 분량을 꽉 채우며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마이크 오머는 기자와 게임 개발자였던 이력 덕분인지 매우 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와 지루할 틈없이 탄탄한 서사로 군더더기없이 그려내고 있다. 'SNS 인플루언서와 팔로어', '사이비 교주와 추종자들'이라는 현대에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존재로 부상한 두 부류의 추종(following)에 대해서 파헤치고 있으니 말이다. '애비 멀린'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도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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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마스터 2 - 썬 드래곤의 위기 드래곤 마스터 2
트레이시 웨스트 지음, 그래엄 하웰스 그림,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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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전편에서 농부의 아들인 드레이크는 양파 밭을 일구다 왕이 보낸 병사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병사들과 함께 성으로 간 드레이크는 왕의 마법사 그리피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드래곤 문양이 새겨진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초록빛 드래곤 스톤을 보여주며, 드레이크가 드래곤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 준다. 그렇게 드레이크는 진짜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거대한 드래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세계의 드래곤들은 고유의 속성에 따라 나뉘며, 제각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드래곤 마스터는 여덟 살 정도의 어린이들이며, 이들은 드래곤과 함께 훈련하며 드래곤의 능력이 잘 발휘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평생 양파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던 드레이크가 드래곤 마스터로 선발이 된 것이다.

 

 

드래곤 마스터인 아이들의 성격도, 배경도 모두 다르고, 각각의 드래곤들도 능력과 개성이 다르다. 드레이크와 드래곤 '웜' 뿐만 아니라 로리와 반짝이는 빨간 비늘로 뒤덮인 드래곤 벌컨, 보와 파란 비늘의 드래곤 슈, 애나와 읜색과 노란색이 섞인 드래곤 케프리까지 드래곤 마스터는 모두 네 명이다. 이들은 그리피스 마법사와 함께 드래곤 마스터 훈련을 하는 중이다.

 

1권에서는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서 무기력해 보이고,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웜'이 아이들과 드래곤이 몰래 밖으로 나간 모험에서 멋진 능력을 보여줬다. 그 사건을 계기로 드레이크는 차츰 웜과 마음을 나누면서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각각의 에피소드에서는 주요 인물과 드래곤이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2권에서는 애나의 드래곤 케프리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의 본격적인 비행 훈련이 시작되는데, 그 과정에서 하늘을 날던 케프리가 추락을 하게 된다. 다행히 벌컨이 쏜살같이 날아가 케프리를 확 움켜잡은 덕분에 바닥에 추락하는 신세는 모면했지만, 케프리는 어딘가 아파보인다. 애나는 케프리가 지난번 터널에 갇혔을 때부터 쉽게 지치고, 눈도 좀 흐릿해 보였다고 말한다. 드래곤이 아프다는 소식에 롤랜드왕은 화가 나고,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면 다른 마법사를 찾겠다고 선언한다.

 

드레이크는 그리피스 마법사님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었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다 같이 치료법을 찾아 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웜이 드레이크를 호출하는데, 드레이크와 친구들은 과연 케프리를 낫게 할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는 2014년 첫 출간을 시작으로 9년 동안 시리즈를 이어 오며 현재 23권까지 나왔고,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원서 자체도 분량이 작고, 어렵지 않은 편이라 원서 읽기로도 많이 활용되는 시리즈인데,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강력 추천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짧은 문장과 빠른 전개가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는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서,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푹 빠져서 읽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판타지 동화를 좋아하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긴 글은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해주면 좋을 것 같다.

 

드래곤 마스터 공식 가이드북이 함께 출간되어 있으니, 가이드북을 통해 드래곤 마스터와의 성향과 각 드래곤의 속성 등을 마스터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가이드북은 스페셜 에디션으로 풀컬러의 다채로운 드래곤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더 근사하다. 가이드북이 <드래곤 마스터> 세계로 완전히 빠져들 수 있게 도와주며, 본 이야기를 훨씬 더 흥미롭게 즐 길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니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3권에서는 누군가 보관함에 있는 드래곤 스톤을 훔치려고 했다고 하는데, 과연 누가 드래곤 스톤을 훔치려고 했을지 다음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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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 어둠의 시간을 밝히는 인생의 도구들
미셸 오바마 지음, 이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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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문제 옆에 작은 문제를 두면 다루기가 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모든 것이 크게 다가와 두렵고 막막할 때, 과도한 감정과 생각에 빠지거나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버거울 때, 일부러 작은 것부터 찾아가는 법을 배웠다. 나의 머리가 거대한 재앙과 파멸만 걱정하고 있을 때, 스스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마비되고 동요될 때, 나는 뜨개바늘을 집어 들고 두 손에 모든 걸 맡긴다. 나지막이 달각이는 소리와 함께 그 혹독한 순간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면서.         p.59~60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의 첫 자서전 <비커밍>을 인상깊게 읽었었다. 시카고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어린 시절부터, 우등생으로 자라나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고,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에 가고, 일류 법률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을 하다 신입 인턴인 버락을 만나게 되는 히스토리는 마치 드라마처럼 흥미로웠다. 특히나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퍼스트레이디로서 모습은 여성들의 아이콘, 롤모델이라 할만큼 멋졌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남들과 나누는 과정 자체를 ‘비커밍' 으로 보았던 전작에 이어 5년 만의 신작인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빛을 꺼뜨리지 않으며 크고 작은 난관을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비커밍>을 쓰면서 참았던 숨을 내쉬는 기분으로, 삶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전 지구적인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곳곳이 고통과 상실, 불확실성의 늪에 한동안 빠졌고, 그 와중에도 혐오 범죄와 적개심과 차별 가득한 편견으로 인한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비커밍> 이후에 미셸에게 종종 답변과 해결책을 물었다. 우리가 왜 어떻게 불공정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지, 힘겨운 시기에도 '품위를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앞의 혼란을 좀 더 수월하게 헤쳐나가고 극복할 수 있는 어떤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답하며 다양한 대화를 했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그러한 시간들에 대한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차별성은 보물이면서 도구다. 쓸모가 많고 타당하며 귀중하다. 차별성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뿐 아니라 우리 주변 사람들의 차별성을 알아볼 수 있으면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겨졌던 경험을 자꾸 자꾸 다시 쓸 수 있다. 누가 속하고 누가 속하지 않는지에 관한 인식을 바꾸고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넓은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데서 오는 고독감을 차근차근 줄여갈 수 있다. 주어진 과제는, 관점을 바꿔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귀중하게 여기고 기뻐하는 것이다.          p.319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미셸은 그 동안 전 세계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뿌리 깊은 편견을 깨뜨리는 데 앞장서왔다. 이 책에는 백악관을 떠난 이후 지난 5년간의 소회도 가감 없이 담겨 있지만, 팬데믹 이후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시대에 그녀가 어떻게 의지와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인생의 도구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있다. 두려운 일이 있을 때, 자신의 우려와 분노보다 작은 것, 압도적인 좌절감보다 작은 것에 자신을 맡긴다며 온라인으로 구입한 초보자용 뜨개바늘로 시작한 뜨개질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려 준다. 뜨개질이 인종차별을 종식하거나 바이러스를 파괴하거나 우울증을 치료해주지는 않지만, 너무 작고 사소해서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 것이 결국은 커다란 문제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노력하는 일, 타인과 짐신 어린 관계를 맺는 법, 한계를 기회로 바꾸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품위 있게 가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은 불확실성 앞에서 우리를 똑바로 서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혼돈의 시기에 우리가 의지할 만한 도구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다름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살면서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삶과 경험을 짚어가며 고민하고 있기에, 진정성있게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인생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깔끔하고 명쾌한 해결책이나 정답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위 있게 계속 나아가는 자세와 지치지 않고 삶을 사랑하는 태도는 기어코 '자기만의 빛'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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