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홀리데이 - 2023-2024 최신판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인페인터글로벌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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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의 보랏빛 표지가 예쁜 가이드북! 무엇보다 홋카이도를 여행하기 위한 가장 최신 정보가 모여 있는 책이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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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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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를 악물고 산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채찍질하고, 남들보다 앞서나가려 조바심을 낸다. 기왕이면 나에게 이익이 되었으면 싶고,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욕심도 난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일과 휴식에 열을 올린다. 일정이 비기라도 하면 슬금슬금 불안이 밀려 온다. 이렇게 살면 숨도 찰 테니 힘을 조금 빼고 별것 아닌 모습으로 살면 얼마나 좋은가. 물론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사람은 있는 힘껏 힘 주기는 잘해도 의외로 힘을 빼는 데엔 서투니까.        p.36~37

 

겉보기에는 행복해 보이는데 늘 무언가에 목이 마르고, 딱히 문제가 있지는 않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생이 힘겨워서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별일이 다 있지만 산다는 건 좋은 거네'라는 깨달음을 준다. 일본의 선승 미나미 지키사이가 20년간 수많은 사람의 고충과 괴로움에 귀를 기울이며 깨달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어설픈 위로도, 막연한 긍정도 없다. 나의 삶은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단언하고,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쓸 것 없다고 무심한 듯 말한다.

 

마음이 힘들 때 우리가 찾는 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들 대부분이 '자존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자존감을 지켜야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행복해질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하고, 나의 삶이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나'라고 일컬어지는 건 그저 '기억'과 '타인과의 관계'로 쌓아 올린 허상에 불과하다고. 그러니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토대 위에 있는 불안정한 존재인 것이 당연하다고 말이다. 사실 스스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세상에 뜻하지 않게 태어나 타인에 의해 '남들과는 다른 나'로 규정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이 빚어낸 '나'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삶의 괴로움 앞에서 애써 저항하기보다는 괴로움을 기꺼이 수용하며 그저 흘러가도록 놓아두라는 것이 저자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참고 견뎌서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몸을 던져 희생할 필요도 없다.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착각, 진짜 내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착각, 꿈을 이루며 사는 게 잘사는 거라는 착각은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또렷이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면 ‘사는 것도 힘들지만은 않네’ ‘산다는 거 꽤 괜찮은 거네’ 싶은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p.95

 

꿈과 희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정말로 훌륭한 건 원하는 바를 이루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꿈이 산산이 조각나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뭉클해졌다. 세상에는 원하는 바를 위해 있는 힘껏 최선을 다했음에도 역부족으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을 털고 일어나 다시금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게 꿈과 희망을 이루며 사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대단하고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꿈과 희망을 꼭 붙들고 있는 건 대단히 힘겨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제는 조금 놓아버리고 편해져도 된다고, 꿈과 희망을 붙들고 사느라 얼마나 지쳤느냐고 토닥여 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정하지는 않지만 무심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근심 걱정으로 머리를 싸매기도 하고, 일에 치여 힘겨워하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고통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사실 인생에서 죽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다고 언뜻 차가워 보이지만 명쾌하게 조언해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삶이 이끄는 대로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태도에 관해 배우게 된다. 때로는 꿈이나 희망도 짐이 된다는 것, 나다움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하여 죽음을 향해 오늘을 사는 법을 알려 준다. 삶을 긍정하는 비슷비슷한 말들에 지쳤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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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 - 생각하고 기억하고 결정하는, 우리 뇌와 마음의 작동 방식
존 폴 민다 지음, 노태복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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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과 거의 모든 생각에는 주의를 집중하는 역량과 능력이 관여한다. 우리는 세계의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고 또한 자신의 정신 활동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주의는 우리가 정보에 활발히 관여하는 방식이다. 여러분은 아마도 지금 여러 가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바라건대 그중 하나가 이 책이기를! 그리고 사실 책을 읽을 때도 여러분의 주의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분은 선풍기 소리, 휴대전화 울림 또는 지나가는 그림자를 알아차린다. 내면의 변화도 알아차릴지 모른다.         p.141~142

 

심리학이라는 분야는 종류가 아주 많은 편이다. 마음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연구하는 '인지심리학', 사람들간의 상호작용과 관계를 연구하는 '사회심리학', 사람이 평생 동안 심리적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연구하는 '발달심리학', 개인주의 문화와 집단 문화 사이의 차이를 연구하는 '문화심리학', 마음의 기능 장애를 연구하는 '임상심리학', 인간 본성과 행동에 대한 수수께끼들의 근원을 연구하는 '진화심리학' 등이다. 웅진의 벽돌책 시리즈 중에 <진화심리학>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인지심리학>이다. 생각하고 기억하고 결정하는 뇌와 마음의 작동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인지심리학, 인지과학, 인지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이론과 심리학의 고전적인 영역까지 총망라해서 다룬다.

 

구체적으로 '인지'가 무엇인지, 인지가 이루어지기 위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왜 어떤 일은 쉽게 기억나는데 어떤 일은 기억나지 않는지,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읽는 법을 배우는지, 왜 어릴 때 배운 자전거 타는 법을 나이가 들어서도 잊어버리지 않는지, 왜 멀티태스킹 작업이 늘 어려운지... 뇌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일상 속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지심리학의 역사와 뇌에 대한 기본 개념을 시작으로 감각과 주의력에 대해서, 불완전한 기억과 사고에 대해서, 개념과 범주, 언어와 인지 편향에 대한 고찰 등 인간의 심리와 인지 과정에 대해 폭넓게 살펴본다. 알파고에 이어 ChatGP에 이르기까지 AI 시대는 이제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되었다. 우리가 마음의 작동 방식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는 더 나은 의사결정과 더 나은 미래를 살기 위한 바탕이 되고, 본격적으로 일상이 되어 버린 AI와의 본격적인 경쟁에도 준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테니 말이다.

 

 

 

우리는 매일 많은 결정을 한다.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지 어느 길로 출근할 지 결정한다. 시간과 돈,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지도 결정한다. 낭만적인 짝과 계속 사귈지 떠날지도 결정할 수도 있다. 짜증 나는 직장에 계속 들러 붙어 있기로 결정하기도 하고, 그런 직장을 떠나 다른 직장에 가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이런 결정은 사소할 수도 있고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빠르게 내려질 수도 굉장한 심사숙고를 거쳐 내려질 수도 있다. 결정은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으며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어 하지만 불확실성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          p.479~480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7가지 방식'이라는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른바 '기억의 7가지 죄'라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냈는데, 인간의 기억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주의 깊게 읽었다. 인간의 기억은 인지 과정을 작동시키는 흥미로운 역할을 해왔는데, 사실 이 기억이라는 것이 못 미더운 경우가 꽤 많다.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행위 자체가 고유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며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한다. 우리는 기억을 믿어야 하지만, 기억은 틀린 정보를 줄 때조차도 매우 정확하게 보이거나, 실제로는 매우 정확한데도 부정확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과거의 기록이라는 사실이 '우리가 믿을 수밖에 없는 못 미더운 동반자'라는 역할로 연결된다. 저자가 말하는 기억의 7가지 죄는 일시성, 얼빠짐, 막힘, 오귀인,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이다. 이 항목들에 대한 설명은 직접 책을 읽으면서 만나보길 추천한다. 저자인 존 폴 민다는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에서 인지심리학과 생각에 관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의 수업은 체계적이고 쉬운 설명으로 호평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왜 그의 강의가 이런 평가를 받는지 자연스레 수긍이 될 것이다.

 

우리는 매일 컴퓨터 알고리즘들이 문제를 풀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미래에 관한 정확한 예측을 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의외로 우리의 행동을 많이 결정한다. '인지과학의 이해'는 이러한 세상 속에서 우리의 관계 및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데이터, 알고리즘 및 정보를 으뜸가는 재료이자 산업으로 여기는 현시대야말로 인지과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치 전공 서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커다란 판형에 두툼한 페이지를 자랑하는 양장본이지만, 생각보다 술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 이 책의 원제는 '생각하는 법 How to Think'이다.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지만, 사실 이 두꺼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원리를 파헤치는 것'이라는 점이 아주 흥미롭다.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이 궁금하다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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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탐정 클럽 3 - 꿈꾸는 괴물들의 밤 흡혈귀 탐정 클럽 3
한주이 지음, 고형주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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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흡혈귀들과 진정한 친구는 될 수 없나 봐. 나만 평범한 인간이니까.' 갑자기 눈가가 시큰거렸다. 탐정 클럽 멤버들과 함께 지낸 요 몇 달은 정말 즐거웠다. 즐거웠는데..... 전부 한여름 밤의 꿈이었던 거야. 잠에서 깨어나면 흐릿한 기억만 남긴 채 증발하는 꿈. 우리의 여름은 오래전에 끝났다. 이제 10월도 마지막 날이었다.          p.15

 

정체불명의 짙은 안개가 만월시를 둘러싸고 있다. 연구진이 안개의 출처나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진 아무것도 밝혀진 점이 없다. 만월시의 시민들은 깊은 잠에 빠져 버렸고, 안개 때문에 헬기를 띄울 수도 없었으며, 만월시 안으로 들어만 가면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더는 지원팀을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영원한 밤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로 하고, 만월시를 임시 격리 구역으로 지정한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흡혈귀 탐정 클럽 뿐이었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었고, 만월시의 시민들은 완벽히 고립되어 있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탐정 클럽을 제외한 만월시의 모든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버린 데다, 구미호 교장 선생님마저 버티지 못하고 깨어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에서부터 흡혈귀 탐정 클럽을 위협해 온 '불행 포식자'가 본격적으로 정체를 드러낸다. 게다가 '괴물 사냥꾼'까지 나타나서 흡혈귀들을 위협한다. 영원한 밤 증후군을 저지른 것이 바로 흡혈귀들이 아니냐고 의심하면서 말이다. 과연 태협과 흡혈귀 친구들은 괴물 사냥꾼의 방해에서 벗어나 불행 포식자의 음모로부터 세상을 구해낼 수 있을까.

 

 

"물론, 현실과 한 겹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세계를 이루는 구조는 완전히 달라. 거울 세계가 오직 거짓으로만 이루어졌다면, 여긴 정반대인 '진리 세계'거든. 여기에선, 헉,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게 되지...... 진실로부터 눈을 가리던 것들은, 보이지 않게 되고 말이야......"              p.75~76

 

평범한 초등학생과 흡혈귀들의 탐정 활동을 그린 <흡혈귀 탐정 클럽> 그 세 번째 이야기이자, 시리즈 완결편이다. 정직하고 선하며 심지가 곧은 어린 흡혈귀 제이,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 최면을 걸 수 있는 리더, 청각이 뛰어나서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엔, 냄새로 상대방의 감정이나 인격을 파악할 수 있는 케이, 사람과 흡혈귀의 혼혈로 괴력을 소유한 미나,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마법 능력을 물려받은 마녀 은유, 그리고 평범하고 겁 많은 초등학생인 태현이까지.. 한밤중 달이 떠오르면 학교에서 비밀스럽게 열리는 흡혈귀 탐정 클럽의 멤버들은 많은 거짓 속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인간 세상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뭉쳐 왔다.

 

 

사실 흡혈귀들의 모임에서 '인간'으로 멤버가 된 태현은 사실 겁 많고 무서운 일이라면 피하고 싶은 소심한 초등학생이다. 하지만 친구를 돕기 위해서 낯선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모험을 하게 되면서,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야말로 평범한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초능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이야기에서 탐정 클럽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의 꿈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한 깊은 어둠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 깊은 곳의 슬픔과 공포, 불안, 두려움 같은 감정들을 잘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 그리고 전작에서 알려주지 않았던 제이의 비밀 사연도 드디어 밝혀진다.  

 

흡혈귀 탐정 클럽의 멤버들은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진 불행 포식자의 봉인을 다시 복구하는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매우 위험하고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는 여정이라, 인간인 태현이는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언젠가는 이들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건을 해결할 시간이 다시 찾아 오기 전까지, 잠시만 쉬는 거라고 말이다. 이 세상에 수수께끼가 존재하는 한 흡혈귀 탐정 클럽의 모험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탐정과 흡혈귀가 함께 등장하는 이야기인데다, 어른이 같이 읽어도 재미있다. 무서운 이야기,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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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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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린이에게는 자신의 존재가 그저 부모가 낳아 줘서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점이 찾아온다. 어린이들은 어머니와 아버지 너머의 유전적 계보를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에게는 부모의 부모가 있었고, 그 부모도 그랬고, 그렇게 가족이라는 나무의 가지가 기억의 지평선 너머로 뻗어 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모든 조상이 자신이 오늘날 살아 있는 이유의 일부임을.         p.215

 

길을 걷다 어린 자녀와 함께 있는 부모를 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닮은 모습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이가 부모를 닮는 것은 당연한 거겠지만, 정말 유전자의 힘이란 대단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유사한 모습에서 오는 순수한 감탄이다. 그렇다면 부모마다 자녀에게 각기 다른 형질을 물려주는 이유는 뭘까, 왜 어떤 사람은 키가 크고 어떤 사람은 키가 작고, 어떤 사람은 피부색이 짙거나 옅은 것일까, 궁금해진다. 유전은 겉모습이나 성향뿐만 아니라 질병도 아이에게 물려 준다. 보통 임신 초기에 태아에게 이상이 있는지 기형아 선별 검사를 하게 된다. 염색체 이상이나 위험도를 미리 알아보고 유전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별 이상이 없는 걸로 나오지만, 혹시나 선천적인 이상 징후를 발견하게 된다면 부모로서 얼마나 막막한 기분일지 짐작이 된다.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인 칼 짐머는 아내가 첫아이를 가졌을 때 산부인과 담당의를 통해 유전 상담사를 만나보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유전 상담사와 대화를 나누며 유전 질환의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되어 노심초사한다. 가족 중에 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는지, 뇌졸중을 앓은 이가 있는지, 생물학적 과거도를 살펴보려 해봐도 자신의 조상이라는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혹시 우리 아이에게 재앙이 될 다른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태어난 딸 아이 샬럿에게는 어떠한 유전 질환의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은 샬럿이 15세, 그리고 13세인 동생 베로니카가 있는데, 그는 두 딸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유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두 아이의 다른 피부 색조, 다른 홍채 색조, 샬럿의 암흑 물질 강박과 베로니카의 노래 재능에 대해서. 이는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닌데, 나 역시 자매가 있지만 외모부터 성격,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집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며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 자매가 이리도 다른 유전 형질을 물려받게 되는 것일까.

 

 

 

다윈이 이 앵무조개를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다윈이 생각한 유전은, 생물의 온몸에 퍼져 있는 제뮬이라는 유전 입자가 생식 세포를 통해 결합해 몸의 특질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과정이었다. 그의 범생설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고, 생물학자들은 이 가설을 다윈이 범한 예외적 오류의 하나로 제쳐 두었다... 그런데 지금 과학자들이 해저에 서식하는 조개가 제뮬 같은 성격의 유전자를 이용해 부모의 형질을 미래 세대로 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p.546

 

칼 짐머가 쓴 <진화>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다. 두툼한 페이지 두께가 무색하게 굉장히 술술 잘 읽히는 책이라 누구나 부담없이 '진화론'에 대해, 다윈과 '종의 기원'에 대해 읽을 수 있을 만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진화론은 교과 과정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전공자가 아닌 이상에야 접하기 어려운 데다가, 생물학 교과서나 <종의 기원> 같은 고전을 보더라도 높은 난이도에 좌절하기 십상인데 말이다. 하지만 칼 짐머는 구체적이고 엄밀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탄탄한 줄거리와 풍부한 스토리텔링으로 마치 서사 문학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진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번 책도 그런 칼 짐머가 썼기에 880페이지라는 무시무시한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읽어볼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유전학의 탄생부터 우생학과 인종주의 같은 유사 과학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웃음이 닮았다(She has Her Mother’s Laugh)'는 제목부터 흥미로운데, 이는 저자의 딸과 아내가 웃는 모습이 닮았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무사히 태어난 아기 샬럿의 얼굴 사진과 아내의 아기 시절 사진을 나란히 두고 그 닮은 모습에 경탄한 저자는 딸의 웃음소리에 유전 형질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책은 '유전'이라는 말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던 1700년대 전부터 시작해, 1800년대에 이르러서 유전이라는 개념이 과학적으로 구체성을 띠기 시작하고, 1900년대 초에 이르러 마침내 유전학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2000년대 초에는 기이한 미생물 유전 유형 하나가 드러난 덕분에, 멘델의 유전 법칙 말고도 또 다른 유전 경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칼 짐머는 이 책에서 바인랜드 훈련 학교에 직접 찾아가 여러 세대에 걸친 유전 이론에 영향을 미친 사례들을 짚어보고, 과학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수많은 전문가들을 직접 면담하는 등 자신의 경험과 과학적, 역사적 분석을 완벽하게 조합해 유전 과학이라는 복잡한 학문을 통찰력 있게 조망하고 있다. 유전자와 진화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책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스펙타클한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과학에 대해서 칼 짐머보다 더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책이다.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가 쓴 압도적인 유전학 연대기를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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