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살이도 신의 레벨 혼자살이
가마타미와 지음, 스즈키 나쓰코 옮김 / 비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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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타미와가 자취 20여 년의 노하우를 총망라한 '혼자살이'만화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이다. '프로의 영역'에서 '신의 레벨'로 경지가 올랐으니,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혼자살이 팁들이 등장한다. 특히나 저자가 첫 책에서 그리지 못한 '혼자'를 최대한 즐기는 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집요하게 그렸다'고 밝히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혼자살기 몇 년 만에 '생활'이 가치관의 중심이 되었기에, 모든 것이 실용적인 모드로 바뀌게 된다. 혼자서도 너무 잘하는, 혼자 놀기의 비법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혼밥과 혼자 여행하기에도 고수가 되어 간다. 손님을 위한 요리 하나쯤은 척척 만들어 낼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방법들을 터득해 나가는 과정 또한 혼자살이의 묘미 중 하나이다.

 

 

가마타미와는 일본 최대 블로그 사이트 아메바블로그의 톱랭킹 블로거이기도 하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혼자 사는 가마타미와의 반경 3미터의 카오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람과 만난 일을 잊어버리기 아쉬워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 특별히 좋아했던 사람들, 재미있었던 사람들의 사건사고를 만화로 그리게 된 것이 <반경 3미터의 카오스>라는 작품으로 나오게 되어 처음 가마타미와의 만화를 만났었다.

 

일상에서 이렇게 특이하고, 재미있는 사람을 유난히 많이 만나게 되는 상황이 다소 비정상적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향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겼던 기억이 난다. 전작에 비해 '혼자살기' 만화 시리즈는 보다 현실적이라 더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자신처럼 ‘혼자살이를 사랑하는 동료’를 늘리고 싶다는 가마타미와의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된 이 만화는 때로 공감하고 때로 폭소하며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마성의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올컬러의 산뜻한 색감에 특유의 유머를 귀엽고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는 그림이라 머리가 복잡할 때 기분 전환 용으로 읽어도 딱 좋을 것 같다. 일상 속 유쾌한 사연들 외에도 혼자 여행 체크리스트, 끝없이 기분이 가라앉을 때 해결 방법, 그때 도움이 되었던 만화 블로그들, 플리마켓 활용법 등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혼자살기 놀하우도 가득하다.

 

 

물론 가끔은 누군가와 같이 살고 있었으면 할 때도 있다고 한다. 문단속을 깜빡한 날이라던가, 샤워실에 싫어하는 민달팽이가 등장했다던가, 아플 때 요리를 한 날이라던가, 여행에서 돌아온 날이라던가 등등 말이다. 게다가 너무 혼자 집에만 있으면 목소리가 안 나오거나, 반대로 혼잣말을 많이 하게 되거나, 이상한 망상에 지배당하는 순간도 겪게 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살이의 매력이 더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이 이 시리즈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긴 하다는 게 재미있지만 말이다.

 

<혼자살이도 프로의 영역>과 <혼자살이도 신의 레벨>에 이어 다음에 나올 이야기의 제목은 <혼자살이도 궁극의 경지>이다. 어떤 일이든 오래 지속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 어느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일종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그러니 가마타미와의 혼자살기는 또 얼마나 레벨업이 되었을지, 다음에 나올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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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이도 프로의 영역 혼자살이
가마타미와 지음, 스즈키 나쓰코 옮김 / 비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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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3미터의 카오스>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가마타미와의 신작이다. 저자는 '혼자 사는 가마타미와의 반경 3미터의 카오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이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전작에서는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사람과의 에피소드를 탁월한 만화 센스와 유머 감각으로 보여주었었다. 이번에는 자취 20여 년의 노하우를 총망라한 '혼자살이'만화를 시리즈로 선보인다. 이번에 <혼자살이도 프로의 영역>과 <혼자살이도 신의 레벨>이 동시에 출간되었고, 곧 <혼자살이도 궁극의 경지>도 나올 예정이다. 취미이자 특기가 혼자살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전혀 질리지 않고 좋다고 말하는 저자이기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하루의 업무를 끝내고 지친 저녁, 사람 만날 기분도 아니고, 놀 체력도 없을 때는 일단 편의점에 간다. 궁금했던 만화 속 감자칩을 사들고, 오랜만에 '우리집 영화제'를 열기로 한다. 간단하게 술도 하나 사고, 안주도 사고, 집에 있던 간단한 음식들을 준비하면 끝. 손이 닿는 곳에 안주랑 술, 의자는 푹신한 걸로, 불 끄고 화면 밝기 조절하고, 중간에 추워지지 않게 수면양말 신고 담요도 준비, 휴대전화는 매너 모드로 설정.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고마워 세상아!'를 외치게 되는 행복한 시간. 하루 종일 지친 마음이 노곤해지고, 떨어졌던 텐션은 점점 올라간다.

 

혼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뜰한 살림을 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마트 반값 세일 타임은 놓칠 수 없다. 오죽하면 '반값 스티커'를 본 것만으로 연애할 때도 나오지 않던 아드레날린이 분출된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게 많이 산 반찬들은 바로 하나씩 양을 나눠서 냉동, 그 외 냉동을 못하는 음식들은 그날 저녁에 먹으면 된다. 작가는 일이 바빠 놀러 가지도 못하던 시기에는 모든 스트레스를 마트에서 발산했다고 하는데, 공감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원하는 타이밍에 마음껏 욕조를 차지 할 수 있다거나, 아무리 이상해도 내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자유, 허접한 룸웨어를 마음껏 입고 활보할 수 있는 등 혼자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재미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마트 반값 세일 타임을 놓치지 않고, 감기에 걸렸을 때 유용한 음식들을 구비해두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 효과적인 절약 팁 등 오랜 세월 축적한 자취 노하우들도 만날 수 있다.

 

자꾸 혼잣말이 늘어난 끝에 집 안 물건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가전제품이 줄줄이 고장 나서 당황하기도 하며, 집안일에 게을러져서 벌레가 출몰하는 등 좌충우돌 에피소드들도 재미와 공감을 함께 안겨준다. 

 

 

마지막에는 번외편으로 혼자살이 가마타미와의 즉석 만남이라는 코너가 수록되어 있다. 혼자 집에 있어도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나, 밖으로 나가면 더욱 이상한 일이 가득했습니다, 로 시작되는 이 에피소드들은  <반경 3미터의 카오스>를 읽었다면 더 반갑게 보게 될 것 같다. 새벽에 만난 취객과의 초현실적인 장면, 이케부쿠로 옷가게 점원의 은근 무서운 옷 추천 멘트, 속옷 피팅룸에서의 황당했던 만남, 너무 솔직한 미용사, 피트니스장에서 만난 독특한 할아버지까지... 그야말로 일상이 코미디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혼자살이의 매력을 느끼게 되어 독립을 꿈꾸게 될 수도 있고, 그 동안 혼자 살면서 겪었던 어처구니없는 실패담들이 떠올라 웃으면서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1인 가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갈수록 싱글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오로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 혼자 살고 있거나, 언젠가 혼자살이를 꿈꾸고 있는 당신에게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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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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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발견 현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초연한 모습. 그의 주변만 공기가 희박해서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지면에서 2~3센티미터 떠 있는 듯하다. 곱슬기 있는 앞머리, 가늘고 긴 눈은 날카롭지만 입꼬리가 올라가 있어서인지 전체적인 표정으로 보자면 미소와 비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다른 형사들과 함께 가쿠토 옆을 지나친 그는 시신의 약 1미터 앞에 멈춰 서서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였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 그 혼자만 다른 세계에 있는 듯 뒷모습이 고요하고 편안해 보인다.         p.7~8

 

화려한 트리 장식과 조명이 거리를 수놓은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한 노숙인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한겨울인데도 블라우스와 슬랙스만 입고 있는 여성의 옷은 흐트러졌고, 두부에는 타박상이 있었다. 신원을 알아낼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으며, 나이는 50세에서 60세 정도의 중년 여성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사건을 맡은 건 경시청 수사1과 살인범 수사 제5계 형사 미쓰야 슈헤이이다. 그는 종잡을 수 없고 상식을 벗어난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괴짜로 알려졌지만, 워낙 실력이 출중해 누구나 인정하는 존재이다. 시신 발견 현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초연한 모습으로, 그의 주변만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지면에서 몇 센티미터 떠 있는 것 같다.

 

그의 파트너는 신입 형사인 다도코로이다. 두 사람은 살해당한 노숙인 여성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실종자 리스트와 신원을 대조하고 있지만 일치하는 인물이 없었는데, 흥미로운 건 시신의 지문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되어 있었다는 거다. 작년 여름, 한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남자가 있었는데, 당시 살해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 중 하나가 노숙인 여성의 지문과 일치했던 것이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범인을 잡지 못했던 사건인데, 올해 크리스마스이브날 밤에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의 지문이 당시 피해자의 가방에서 채취한 지문 중 하나와 일치했다. 노숙인 여성이 그 사건의 범인인 것일까? 아니면 당시 피해자였던 남자와 어떤 접점이 있었던 것일까. 미쓰야와 다도코로는 노숙인 여성의 삶을 조사하며 동시에 미해결 사건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다.

 

 

 

내 인생은 뭐였을까, 하고 생각했다.
행복해지고 싶다고, 좋은 경험을 하고 싶다고 그토록 간절히 바랐건만, 뒤돌아보면 나는 없어도 되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인간에 불과했다. 쓰레기 같은 거다. 그렇다, 그 노숙인처럼.
나는 쓰레기 - . 그 말에 각오가 섰다. 나루미는 머리 위로 등유통을 들어올리려 했다. 그때 뒤에서 팔을 붙잡혔다.          p.335

 

이 작품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의 속편이다. 우리가 쉽게 믿고 있는 '가족이라는 환상'을 집요하게 파헤쳐 그 끝에 도달했을 때 어떤 것이 보이는지, 그것을 직면하게 만들어 주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는데, 시리즈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해당 작품과 스토리 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고,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미쓰야와 다도코로 형사가 다시 등장하기 때문에 이들 캐릭터의 시리즈로 이어지는 것 같다. 미쓰야는 전작에서 등장 시에도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된 사건의 최초 발견자로 끊임없이 어머니가 살해되어야만 했던 이유를 찾아 왔던 캐릭터로 나왔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독특한 성격과 행동이 더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캐릭터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이 더 돋보였던 것 같다.

 

마사키 도시카는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한 권의 작품으로 25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2020 게이분도서점 문고 대상을 수상했었다.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으로 전작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리즈 누적 40만 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시리즈로서의 출발점은 아주 훌륭한 것 같은데, 앞으로 미쓰야와 다도코로 형사 시리즈가 더 이어질 지도 기대가 된다. 4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이 작품은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등장하며 얽히고설킨 그들의 욕망과 불행을 밀도 높은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중반이 훌쩍 지나도록 대체 누가 노숙인 여성을 죽인 것인지, 왜 그녀는 노숙인이 되어야 했던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더 조바심을 내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던 것 같다. 그만큼 탄탄한 구성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 반전 등이 잘 짜여진 작품이었다. 무더운 여름 날씨를 잊을 만큼, 단번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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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비명 킴 스톤 시리즈 1
앤절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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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절라 마슨즈의 <킴 스톤 시리즈>는 독보적인 캐릭터의 힘과 탄탄한 플롯, 전개로 압도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으로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시리즈이다. 표지 디자인이 바뀌었고, 제목도 원제에 맞게 달라져 새롭게 시작하는 시리즈이니 만큼 18권까지 계속 나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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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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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폰타나 가문 둘째 딸의 저주를 눈치챈 것은 일곱 살 때였다. 사회 시간에 가계도를 그리게 됐는데 나는 외가 쪽, 그러니까 폰타나 가문을 선택했다. 단 3초 만에 내 가계를 다 살펴본 레지나 수녀 선생님이 내가 미처 몰랐고 어쩌면 알고 싶지도 않았을 사실을 불쑥 꺼냈다. “네 가계도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 전부 말이야.” 선생님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상하구나. 다 둘째 딸이네.”             p.41

 

옛날 옛적 이탈리아 트레스피아노 마을에 얼굴도 심성도 별로인 필로미나 폰타나라는 소녀가 살았다. 필로미나와는 달리 미모를 타고나는 복을 받은 여동생이 있었는데, 자신의 애인까지 동생에게 홀딱 반해버리자 그녀는 동생을 원망하며 폰타나 가문의 모든 둘째 딸들에게 평생 사랑 없이 살라는 저주를 내린다. 그리고 200여 년이 흘렀지만, 필로미나가 저주를 내린 이래로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 중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찾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게 우연이든, 말이 씨가 된 경우였든, 혹은 진짜 저주였든 간에 말이다.

 

 

뉴욕 브루클린의 이탈리아 이주민 지역에 사는 에밀리아는 가족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파티시에로 일하고 있다. 에밀리아는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이었고, 그녀가 만든 디저트에 대해 칭찬을 하는 단골 남자 손님 앞에 그녀를 파티시에로 내세우지 않는 할머니를 비롯해서 온 가족이 그녀가 절대 사랑을 찾지 못하리라고 확신했으며 그렇게 대했다. 하지만 에밀리아는 싱글의 삶에 만족했고, 가족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이 가지고 있는 저주에 대해서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에밀리아에게 편지가 한 통 온다.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던 이모할머니 포피로부터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자는 편지였다. 할머니의 여동생인 포피는 가족과 불화를 일으켰던 탓에 집안 전체에서 만남을 금지하고 있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포피는 자신의 여든 번째 생일을 기념해 이탈리아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경비를 전액 지원해줄 것이고, 폰타나 가문의 저주도 자신이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에밀리아는 물론 함께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할머니가 허락하실 리가 없었다.

 

 

“언젠가 알게 될 게다, 에밀리아. 삶이 항상 동그란 원은 아님을. 그보다는 우회로와 막다른 길, 거짓된 시작과 가슴 아픈 이별이 있는 뒤얽힌 매듭일 때가 더 많단다. 길을 찾을 수 없고 지도가 있어봐야 소용없는, 부아가 치밀고 어찔어찔한 미로지.” 포피가 내 손을 꽉 쥔다. “하지만 모퉁이 하나도, 커브 길 하나도 절대로, 절대로 빠뜨려서는 안 된단다.”               p.330

 

할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에밀리아와 사촌 루시, 그리고 포피 할머니의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된다. 에밀리아와 루시 모두 폰타타 가문의 둘째 딸이었는데 저주를 믿지 않았지만 독신 생활에 만족해 온 에밀리아에 비해, 저주를 철석같이 믿는 루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왔지만 이상하게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성격도, 생각도, 스타일도 다른 세 사람은 초반에는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는 에밀리아의 시점과 과거 포피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되는데, 여행 내내 포피는 자신이 스무 살 무렵 만났던 첫사랑과의 애절한 사연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 가족사의 숨겨진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여행은 에밀리아와 루시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세대도 성향도 다른 세 명의 여성들이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의 여정을 통해서 그녀들이 200년간 집안에 내려온 저주를 깰 수 있을 것인가,가 주요 플롯이지만 섬세하고도 다정하게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내는 드라마가 워낙 탄탄해서 가족소설로도, 성장소설로도 매력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이탈리아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이탈리아 음식의 맛깔스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큰 장점이다.

 

사랑과 저주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 넘어 매력적인 가족 드라마를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며 읽었다. 특히나 포피 할머니 캐릭터가 너무도 인상적이었는데, 소심한 에밀리아가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 내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해주었다. 현명하고, 어른스럽고, 통찰력있고, 게다가 유쾌하고, 다정하며, 멋쟁이 할머니인 포피를 보면서 나에게도 이런 할머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한 가문에 내려진 저주와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소재가 만나서 어쩐지 동화스럽고, 한편으로는 영화 같기도 한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운명에 도전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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