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평범한 가족
마티아스 에드바르드손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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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야말로 평범한 가족이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가치 있는 인생을 구축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망치는 건 한순간이면 족하다. 한 사람의 가감 없는 현재를 만드는 데는 오랜 세월이(몇 십 년, 어쩌면 평생이) 걸린다. 그 여정은 거의 늘 우회적인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시행착오가 쌓여 이뤄지는 법이니까. 우리는 우리가 한 시도와 시련에 의해 빚어지고 만들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올가을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일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p.18

 

만약 평범한 내 자식이 살인 혐의를 받게 된다면 어떨까, 갑자기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어 구금된 상태로 만날 수 조차 없게 된다면, 드러나는 증거를 믿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식을 믿을 것인가? 여기, 완벽하게 평범한 가족이 있다. 아빠는 스웨덴 국교회의 존경받는 목사인 아담, 엄마인 올리카는 커리어의 정점에 선 잘 나가는 변호사였고 똑똑하고 예쁜 열여덟 살 딸 스텔라까지 세 식구의 일상은 평화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스텔라가 젊은 사업가 크리스토퍼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그들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만나는 사이였고, 남자가 살해된 날 스텔라가 그의 집에 왔던 걸 목격한 이웃이 있었다. 게다가 핏자국으로 뒤덮여 있는 스텔라의 옷도 집에서 발견된다.

 

아담과 올리카는 정말 우리 딸이 살인범이라면 어쩌지? 싶은 두려움이 들었지만, 딸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아버지인 아담과 딸 스텔라, 그리고 어머니 울리카의 시점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같은 사건을 대하는 다른 화자의 시점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사건의 시작 지점에서부터 마지막 법정에 이르기까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어 인물의 시점대로 사건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사건의 진위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아이를 위해서 뭘 할 수 있느냐부터 먼저 생각하게 될테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과 불안감,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일이 없다는 절망에 휩싸인다.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바닥부터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담은 자신의 도덕규범을 지키는 문제에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가족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 사람은 자기 가족을 지킬 수만 있다면 윤리와 도덕은 얼마든지 치워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자식을 변호하는 문제에서 사람들은 가장 엄격한 규율조차 얼마든지 박살 낼 수 있다. 거짓말, 죄책감, 비밀. 이것들이야말로 가족을 세운 근거들이 아닐까? 한 사람이 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다른 두 사람은 부모라는 존재로 바뀐다. 자녀를 향한 사랑은 법 앞에 복종하지 않는다.           p.453

 

부모가 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없으면 죽고 못 살 것 같은 연인도, 피를 나눈 형제자매도, 평생 갈 것 같았던 친구도 떠날 수 있지만, 자식만은 포기가 안 되니 말이다. 부모는 자식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종종 터무니없는 허세를 부린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폭언도 받아들일 수 있고, 어떠한 도전도 물리칠 수 있으며, 어떠한 시련도 견딜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세상 어떤 부모도 '완벽할' 수만은 없다. 가족이란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존재이기에, 거의 무조건 믿어야 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면, 내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거라면 어쩌겠느냔 말이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인 아담은 딸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심란스럽기만 한데, 어떻게든 딸을 돕기 위해 목격자를 만나고, 의심가는 인물을 찾아 가고, 딸의 알리바이를 위해 경찰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아내까지도 자신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말이다.

 

구치소에 갇혀 있는 신세인 딸 스텔라는 자신이 여기 있을 짓을 했고, 피해자가 아니며, 누구도 자신을 동정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그 곳의 고독이 무섭고, 싫고, 불안하다. 특히나 그녀가 과거에 있었던 끔찍했던 사고의 순간에도 피해자 역할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두가 자신이 그럴 거라고 믿는 '강한 여자애'가 되고 싶었다는 지점에 이르면 우리는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대체 스텔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정말 크리스토퍼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일까.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재판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이야기의 시점은 어머니인 울리카로 바뀐다. 그리고 딸을 위해 올리카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 그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어느 순간 아이가 친근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지점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진짜인지, 내가 아이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가족을 위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느냐고.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재미 면에서나 구성적인 면에서도 정말 잘 쓰인 스릴러 작품이다. 곧 넷플릭스 TV 시리즈로도 공개될 예정이니, 원작 소설부터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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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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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판단력과 합리적인 사고로 인지되는 세계만이 현실이라면, 비합리적인 관념으로만 감지되는 세계는 없는 것인가? 마쓰다는 그곳이야말로 영혼의 거처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즉 인간의 혼이란 마치 한 편의 이야기나 음악, 혹은 살아 있는 인간의 의식처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관념 속에서만 발현되는 무언가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듯 영혼과 교감할 수 있지 않을까?         p.121

 

1994년 도쿄, <월간 여성의 친구>라는 여성 잡지사에서 '심령 특집' 기사를 기획한다. 독자의 공포심이나 위기감을 부추기면 잡지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마침 제보가 있었던 것은 철도 건널목에서 나타난 유령 사진과 영상이었다. 열차가 나타난 순간, 건널목 안에서 무언가 뿌연 것이 떠오르더니 증기처럼 흔들리다 사라진 영상과 상반신만 허공에 뜬 것처럼 찍힌 여성의 옆모습 사진이었다. 유명 일간지의 이름난 사회부 기자였지만 아내가 병으로 죽은 뒤 현재는 해당 잡지사에서 계약직 기자로 일하고 있는 마쓰다는 이 사건을 취재하며 실화라고 주장하는 유령 목격담에 서서히 빨려들게 된다.

 

조사를 이어가던 마쓰다는 실제로 그곳에서 기관사가 흐릿한 사람의 실루엣을 발견하고 열차를 급정차한 일도 몇 번이나 있었었고, 결정적으로 그 건널목에서 사고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죽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년 전에 살인 사건이 있었고, 살해당한 사람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젊은 여자였던 것이다. 사실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전임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을 하는 바람에 마쓰다가 이 기획을 맡게 되었는데, 마쓰다에게도 점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불규칙적으로 새벽 1시 3분이 되면 걸려 오는 전화가 있었고, 선로 가까이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목격하게 되기도 한다. 1시 3분이 여자가 살해된 시간이라는 것으로 미루어, 신원 미상인 20대 여성의 영혼이 어떤 목적으로 떠돌고 있는 건 분명했다. 발로 뛰는 취재를 통해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시선을 가진 마쓰다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직접 겪으면서, 점점 신원을 알 수 없는 희생자의 삶에, 그 죽음의 진상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마쓰다는 고개를 전방으로 돌리고서 건널목 맞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변을 알아챘다. 주검이 쓰러져 있던 지점에 하얗고 길쭉한 아지랑이 같은 것이 떠 있었다. 얼핏 연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뿌연 실루엣은 바람에 휘날리지 않고 한곳에 머문 채 허공에서 흐느적흐느적 흔들렸다. 취재진 모두가 할 말을 잃고서 괴기한 현상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윽고 그것이 서서히 여자의 형상을 띠더니 이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취재진 모두 뒷걸음질 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을 텐데도 몸이 경직돼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p.292

 

마쓰다는 자신이 사회부 기자였던 시절에 너무 일에만 매달리느라 아내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고, 가장 사랑하던 아내에게 충분히 뭔가를 해주지 못했다는 자책에 그녀의 죽음에 더욱 상심했다. 그리고 여전히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아내의 영혼과 만나고 싶다고 바랐을 정도로 말이다. 그랬던 그가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새벽마다 울린 전화 속에서 고통에 겨워하는 여인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공포에 삼켜지지 않도록 마음을 굳게 먹으면서, 점점 억울하게 죽은 이의 영혼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게 되지 않았을까. 덕분에 마쓰다는 이 사건에 대해서 온 힘을 다해서 취재해야만 한다고, 더욱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여인의 신원은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도록 밝혀지지 않고, 한 개인에서 시작한 죽음의 진상은 유흥가와 조직 폭력단, 그리고 부패 정치인으로 이어지며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다. 과연 그는 포기하지 않고, 죽은 이의 신원을 밝혀내고 사건의 진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13계단>, <제노사이드> 등의 인상적인 걸작을 썼던 다카노 가즈아키가 무려 11년 만에 선보이는 신간으로 제169회 나오키상 후보작이기도 하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다운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도 '유령'이라는 존재를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심령 서스펜스의 매력도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다. 게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오싹하고, 후반부에 이르렀을 때 가슴 먹먹해지는 감정도 여운처럼 남겨주는 작품이었다. 상실의 슬픔과 이 세계로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향한 연민, 그리고 산자가 결코 접해서는 안 되는 세계와 초현실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애도의 순간들까지... 담담하지만 묵직한 서사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존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들과는 결이 좀 다르지만, 정말 오랜 만에 만나는 거장의 귀환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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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강아지 봉봉 4 - 부러진 이빨 사건 낭만 강아지 봉봉 4
홍민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다산어린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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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 그 네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슈퍼 히어로 복장을 한 봉봉의 표지 이미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데, 시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봉봉이 네 발 벗고 나선다. 오래 전 봉봉이 고물상에서 묶여 있다 탈출할 때, 톱니의 도움이 아주 컸기 때문이다. 당시에 봉봉은 톱니랑 헤어질 때 한 가지 약속을 했었다. 다시 만나면 그땐 자신이 톱니를 도와주겠다고. 그래서 봉봉은 톱니한테 받은 도움을 되갚기 위해 나서기로 한다.

 

삭은니의 후손인 꽁무늬가 나타나면서 톱니를 비롯한 시궁쥐들의 평화에 깨어져 버렸다. 삭은니는 어금니들한테 결투를 신청했고, 톱니는 그 대결을 받아들였지만 삭은니의 반칙으로 이빨이 부러져 대결에서 지고 만다. 결국 시장에서 쫓겨나 거리를 떠돌게 되었는데, 그 사연을 들은 봉봉과 친구들은 자신이 복수해주겠다며, 꽁무니를 혼내 주러 가자고 소리친다. 과연 봉봉은 톱니를 도와주고, 시장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1권 <똥개 아니고 번개> 에서는 고물상 마당에 살고 있는 강아지 봉봉을 잡아 가려는 수상한 사람으로부터 도망치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줬었다. 봉봉의 밥을 매번 뺏어 먹고 도망가던 고양이 볼트와 너트가 목줄에 묶인 채로 밖에 나가본 적 없는 어린 강아지 봉봉을 우연히 도와주게 되면서 무사히 탈출에 성공하게 되었다. 그렇게 봉봉과 볼트, 너트는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떼게 되었다. 2권 <진짜 주인 찾기> 에서는 고물상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온 봉봉과 친구들의 모험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봉봉과 똑같이 생긴 강아지를 찾는다는 포스터를 발견한 볼트와 너트 덕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었다.

 

3권 <거리의 비밀 요원> 에서는 봉봉과 친구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등장했다. 봉봉은 어느 날 길을 잃어 버리고, 눈이 부실 만큼 하얀 털을 가진 고양이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방랑 고양이 랑랑이었다.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랑랑의 말에 봉봉은 호기심을 느끼게 되어, 결국 비밀 요원 테스트를 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됐었다. 이번에 만난 4권 <부러진 이빨 사건>에서는 친구를 위해 발벗고 나선 봉봉의 멋진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이든 끊고 찢고 구멍 내는 시궁쥐, 위대한 어금니의 후손 톱니는 1권에서 강렬한 등장을 했다가, 오랜 만에 4권에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하늘로 치솟던 꼬리가 축 저지고, 이빨이 빠져 발음도 줄줄 새고, 완전히 다른 쥐처럼 보이는 거였다. 톱니와 봉봉이 헤어져 있는 동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톱니의 지난 이야기들이 드러나고, 톱니의 반전 매력까지 보여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2,3권을 거치면서 아기 강아지 같았던 봉봉은 볼트, 너트와 함께 거리에서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다양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성장해왔다. 그래서 위기에 빠진 친구를 돕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아주 늠름해 보이면서도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고양이와 개, 그리고 쥐가 친구로 힘을 합친다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이 시리즈는 친구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근사한 번개 무늬를 타고난 엉뚱 발랄 사랑스러운 마당 개 봉봉과 고양이 친구 너트와 볼트의 모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시리즈는 아이도 좋아하지만, 나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봉봉과 그의 친구들 캐릭터 때문이다. 봉봉은 어딘가 어리숙하고, 순진하면서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귀여운 강아지이다. 허무맹랑한 꿈을 꾸기도 하지만, 호기심 넘치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를 통해 처음 만난 홍민정 작가는 거침없는 능력자 깜냥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봉봉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나 개와 고양이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챙겨준다는 설정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렇게 봉봉과 친구들의 우정을 통해서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면서 성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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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맨 7 - 누구를 위하여 공을 굴리나 도그맨 7
대브 필키 지음, 노은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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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조차 푹 빠져서 읽게 된다는 마성의 그래픽노블 <도그맨> 시리즈 7권이 나왔다. 개 머리에 사람 몸을 한 경찰관으로 세상의 모든 악당들로부터 도시의 평화를 지키는 영웅, 도그맨에게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그맨은 공을 지나치게 좋아해서 번번히 범인을 놓치고 말았는데, 리틸 피티는 그러한 도그맨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특별 훈련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 덕에 도그맨은 공을 오히려 무서워하게 되고, 마침 공갈 공 로봇 군단이라는 새로운 악당이 도시를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도그맨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시를 구할 수 있을까.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컵케이크 의상을 입은 슈퍼히어로의 활약이 빵빵 터지는 재미를 더해준다.

 

 

"도그맨은 착해요. 그렇지만 착한 것만으론 안 돼요. 좀 둘러봐요. 이 도시에는 착한 이들이 많지만... 다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잖아요! 그냥 착한 것만으로는 안 돼요. 착한 일을 해야 해요! 아무리 겁이 나도!! ... 악당을 그냥 두면 안 돼요! 우리 그냥 착하게 있지 말고.. 착한 일을 착착 하자요!"             p.154~155

 

내가 본격적으로 도그맨 시리즈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바로 악당 고양이 피티의 아들인 리틀 피티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온통 진흙탕인 세상 속에서도 반짝이는 별들과 꽃이 아름답다고 느낄 줄 아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고, 먼저 사랑이 담긴 행동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아무리 나쁜 사람도 누구나 다 가슴속 깊이 착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리틀 피티덕분에 피티는 나쁜 마음과 착한 마음 사이에서 늘 오락가락하는 중이다. 너무도 천진무구한 표정과 행동으로 가슴이 뜨끔해질 정도로 중요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사랑스러운 캐릭터 리틀 피티와 함께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 보면 어떨까.

 

 

이 시리즈는 '어린이가 직접 쓰고 그린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서두를 시작하고 있어, 글과 그림이 더욱 기발하고, 엉뚱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한번 웃어 넘기고 덮어 버리는 책이 아니라, 깔깔대고 웃는 이야기 속에 뭉클한 진심과 따스함이 숨겨져 있다.

 

시리즈 1권 <도그맨, 핫도그의 침공>, 2권 <도그맨과 납작 피티>, 3권 <도그맨, 두 고양이 이야기>에 이어 4권 <도그맨과 캣키드>는 존 스타인벡의 기념비적인 대작 『에덴의 동쪽』을 오마주했고, 5권 <도그맨과 벼룩 대왕>은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에 관한 오마주 작품이었다. 6권 <도그맨, 돌아온 영웅>은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을 오마주해 재미를 더해주었고, 이번에 나온 7권 <누구를 위하여 공을 굴리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따왔다. 실제로 헤밍웨이가 고양이를 엄청 좋아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니, 도그맨 시리즈에 제목으로 등장하게 된 것을 마음에 들어 할지도 모르겠다.

 

 

<도그맨> 시리즈는 전 세계 40개국에 4000만부 판매되었으며 아마존 어린이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독자 리뷰가 무려 15,800여 개가 달린 책이 있다. 드림웍스에서 곧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이 될 예정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가 흥미로운 것은 도그맨이 보통의 영웅들과는 꽤 다르다는 점일 것이다. 도그맨은 사람 말을 못할 뿐만 아니라 개의 본능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툭하면 사람들을 핥아 대고 심지어는 오줌과 똥을 아무 데나 싸는 경찰서의 골칫덩어리이니 말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선한 마음을 가졌고, 매 사건마다 놀라운 기지와 용기를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고야 만다.

 

이 시리즈는 원서 읽기로도 유명한데, 영어가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마저도 흠뻑 빠져 읽을 만큼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유쾌한 상상력이 빚어낸, 색다른 영웅과 함께 단순함이 만들어 내는 통쾌함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그야말로 마성의 시리즈이다. 아이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 주고 싶다면, 아이가 스스로 읽고 또 읽게 만드는 책을 찾고 있다면 <도그맨> 시리즈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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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 가장 거대하고 매혹적인 진화와 멸종의 역사 서가명강 시리즈 31
이융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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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우리가 고생물학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주된 원인이 나는 화석의 다양한 실용적인 가치를 넘어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공룡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같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살아 있는 생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멸종한 생물을 찾아 그 생물의 흔적을 되살려내고, 우리 인간이 지구에 출현하기 전, 먼 과거의 지구 생태계에 어떤 구성원이 살고 있었는지를 되짚어내는 일이란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p.74~75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서른 한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은 2017년 여름부터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으며, 이 배움의 현장을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서가명강 시리즈이다. 법의학에 대해 이야기했던 유성호 교수의 서가명강 시리즈 첫 번째 책을 읽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서른 한 번째 책이라니 새삼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당시만 해도 서울대 학생들이 듣는 인기 강의를 일반인들도 듣고 배울 수 있다는 것으로도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부분이 있는데, 이제는 교양 인문서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번 책은 국내 최고의 고생물학자이자 우리나라 1호 공룡 박사, 이융남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33년간의 연구를 총망라해 집필했다. 특히나 세계 고생물학계를 뜨겁게 달군 과학적 발견과 최신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실었기 때문에 흥미로운 정보들이 가득하다. 이융남 교수는 한반도 최초의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와 반수생 샌종 공룡 나토베나토르를 발굴해 세상에 알렸다. 그리고 고생물학계 난제였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정체를 밝히는 데도 공헌을 인정받았고, 공룡과 고생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덕분에 이 책에서 우리는 그 어떤 공룡 책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한반도에서 발견된 공룡과 화석에 대한 정보들을 만날 수 있다. 후반부에 수록된 주요 자료 항목에 보면 우리나라의 척추동물 화석 분포도가 지도 위에 시대별로 색깔을 구분해 아주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공룡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물론, 공룡에 관심이 많았던 성인들 모두에게 생생하고도 현실적인 정보가 되어줄 것이다.

 

 

 

날지 못하는 공룡들은 백악기 말 멸종했지만 새로 진화한 공룡들은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와 함께 번성하고 있다. 이 의미는 아직 공룡시대가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 인류는 공룡과 함께 공존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백악기 말에 새로 진화하지 못한 육상 공룡들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지금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조상인 포유류는 신생대가 들어와서도 계속 공룡의 그늘 속에서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p.276

 

공룡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쥬라기 공원>을 비롯해서 공룡을 소재로 한 영상물들이 인기를 끌면서 굉장히 대중화된 생명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룡은 고생물학에서도 특히 척추동물 화석의 가장 주요한 소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룡은 2억 3,000만 년 전 중생대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출현해 백악기 말까지 1억 6,000만 년이나 육상 생태계를 지배했다. 지난 30년간 새롭고 다양한 공룡 화석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며, 공룡 연구는 르네상스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룡에 관련된 책들은 대다수가 유아용 그림책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 현실이고,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으로서 공룡 책은 극히 드문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가명강 시리즈에서 공룡과 고생물학이 등장해서 굉장히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화석에 기반한 연구를 수행하는 고생물학이 어떤 학문인지를 설명하고, 한국에서 발견된 화석과 지질 역사에 대해서 살펴본 뒤, 공룡 탐사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생한 현장 체험을 통해 알려주며, 마지막으로 우리가 진화적 의미에서 공룡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수집된 증거를 통해 입증한다. 누구나 그 길고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 보니 공룡은 잊어 버리고,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었다. 이 책을 통해 잊고 있었던 고생물학에 대한 관심과 공룡에 관한 새로운 뉴스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운 시간이었다. 공룡과 함께 떠나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 그리고 공룡으로부터 발견하는 진화의 모든 것, 한반도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1호 공룡 박사와 함께 하는 진화와 멸종, 그리고 한반도 빅 히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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