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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 속에서/조 월튼 (지은이), 김민혜 (옮긴이) | 아작 |

 

만약 내 어머니가 세상을 지배하려는 사악한 마녀라면? 어머니의 음모를 저지하려다가, 쌍둥이 자매를 잃고 불구의 몸까지 된 열다섯 살 소녀는 홀로 본 적도 없는 아버지를 찾아간다. 아버지에겐 세 명의 쌍둥이 고모가 있어, 소녀를 평범한 아이로 만들어 버리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SF와 판타지 소설에 탐닉하는 이 소녀의 이야기는 짧은 시놉만으로도 궁금증을 마구 유발시키는 작품이다.

 

 

 

 

 

피에로들의 집/윤대녕 (지은이) | 문학동네 |

 

윤대녕 작가의 무려 11년만의 장편 소설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도시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해왔다고 한다. 가족의 해체, 타인과의 유대 붕괴 등을 비롯해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

 

 

 

 

 

 

 

 

 

바람의 안쪽 | 밀로라드 파비치 (지은이), 김동원 (옮긴이) | 이리 |

 

그리스 신화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전설과 베오그라드를 배경으로 두 연인의 이야기가 나란히 펼쳐진다. 헤로의 이야기는 20세기 초 베오그라드와 프라하를 배경으로, 레안드로스의 이야기는 17세기 남동부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은 신화 속 전설의 형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하는데, 궁금한 작품이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ㅣ이기호 (지은이),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웃고 싶은가, 울고 싶은가, 그럼 ‘이기호’를 읽으면 된다(소설가 박범신)", "이기호의 소설에는 심장 박동 소리가 난다(시인 함민복)"와 같은 평에 부응하는 4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부담없고 짧지만, 웃을 수 있고 울수도 있는 그런 소설을 보고 싶다.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ㅣ모신 하미드 (지은이) |

안종설 (옮긴이) | 문학수첩 |

 

제목 때문에 당연히 자기 계발서인줄 알았으나 소설이란다. 자기계발서를 유쾌하게 비판하는 글로 각 장이 시작되는 '소설'이라는데,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이고 거침없는 글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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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안토니오 타부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작품 세계로 알려진 타부키의 '실제' 벌어졌던 살인사건을 소재로 쓰인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에 드물게 환상을 빌리지 않고 부패한 사회를 비판한 작품이란다. 사실은 제목 때문이기도 하고, 그저 궁금한 작품이다.

 

 

 

 

 

 

 

 

 

오에 겐자부로/오에 겐자부로

 

일단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은 믿을 만하다.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하고 말이다. 특히 이 작품집은 오에 겐자부로가 소설 집필을 그만둔 뒤 기존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추려 모으고 꼼꼼히 손본 단편집이라고 하니, 무조건 읽어봐고 싶어진다.

 

 

 

 

 

 

 

 

캐나다/리처드 포드

 

줄거리 만큼이나 강렬한 첫 문장때문에 궁금해진 작품이다.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뭐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러브 레플리카/윤이형

 

국내 작가들의 단편집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윤이형 작가의 문장들을 좋아해서 읽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캐롤/패트리샤 하이스미스

 

극찬을 받고 있는 동명의 영화 때문에 궁금해진 원작 소설이지만, 기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을 떠올려 보자면, 사랑을 그리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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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아마존 SF 1위『사이버 스톰』서평단 모집!

 

안녕하세요. 황금가지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 『사이버 스톰』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화제의 소설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선보이는 흡인력 넘치는 테크노 스릴러.

아마존 SF 1,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화제작.

자비 출판만으로 미국 최대 서점 아마존 SF 부문 1위를 기록한 화제의 소설. 사이버 테러와 해킹으로 인터넷이 한순간에 마비된 도시를 배경으로, 60여 일 동안 겨울 혹한과 눈 폭풍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생존기를 담고 있다. 실제 사이버 보안 및 컴퓨터 나노 기술 등 IT 전문가인 저자 매튜 매서는, 점차 광범위해지는 인터넷 활용도에 비해 허술한 보안 체계가 불러올 위험성과 새로운 국가간 전쟁터로서의 사이버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독자들에게 놀라움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자비 출판된 책으로는 기록적으로 5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으며, 아마존 책 정보에는 현재까지 수천여 건의 리뷰가 등록되어 있어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20개국 가까이 판매되었으며, 현재 20세기 폭스사가 판권을 사들여 영화로 제작 중이다. 저자는 이 작품의 성공으로 극사실주의 종말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아토피아 연대기를 연속해서 출간하고 있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1월 25일 ~ 1월 29일

   당첨자 발표  :  1월 29일(금) _ 선착순

   발송  :  1월 29일(금)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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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 그게 한 사람이든, 여러 사람이든 말이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사랑한 사람과 침대를 함께 쓰고, 그를 닮은 아이를 낳고, 평생의 동반자가 된다. 어릴 때 꿈꾸던 환상 속에 그리던 백마 탄 왕자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내 눈에는 너무도 멋진 사람을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혹은 우리가 나이를 먹게 되면 알게 된다. 누군가를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한다는 건 생각보다 매우 어렵고도 두려운 일이라는 걸. 두 사람의 사이가 조금이라도 벌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애를 써야만 겨우 유지되는 것이 결혼이라는 제도이니 말이다. 매 순간 더 좋아지고, 더 열정적으로 만드는 모든 일이 매우 '당연한 것'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더 많은 것을 양보하고, 그리고도 한없이 이해해야만 하니 말이다. 그러니 누가 누군가를 평생에 걸쳐 사랑했다고 한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끔 길을 걷다 손을 잡고 걷는 다정한 노부부를 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나도 저렇게 늙어야지. 싶어서 말이다.

 

 

박범신 작가의 <당신>을 읽으면서 두터운 시간을 통과하는 사랑의 깊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흔여덟의 희옥은 이제 막 죽어 경직이 시작된 남편을 집 마당에 묻는다. 남편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것이 벌써 일 년 전의 일이었다. 치매에 걸린 후 빠르게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렸던 남편 주호백. 파킨슨병과 당뇨와 고혈압은 평생을 아내와 딸을 위해 헌신해온 그의 삶을 전혀 다르게 바꿔 놓는다. 짜증은커녕 평생 동안 아내의 말에 토를 다는 일도 거의 없이 마치 충직한 시종처럼 살아왔던 사람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고, 험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등 그녀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평생 동안 가슴 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남편과는 허깨비처럼 살았던 그녀가, 남편의 치매 때문에 일흔이 넘어서야 그를 사랑하게 된다. 치매가 아니었다면, 그가 평생 감추고 억눌러왔던 자신의 본능을 차례차례 그녀에게 드러내 보여주지 않았다면, 죽기 전 절대로 도달하지 못했을 어떤 각성 같은 느낌에 도달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가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누군가를 평생 혼자 바라보고 살았던 이가 죽고 나서야, 그를 한사코 보려 하지 않던 남겨진 이가 스스로도 몰랐던, 가슴 속에 쟁여져 있던 사랑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기도 하는 것 말이다.

 

내가 조금 어렸을 때, 그러니까 결혼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을 때는 막연히 가족이라는 개념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주어지는 것 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수십 년을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타인과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매 순간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가끔은 무조건 희생해야 하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같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공유해야 하는, 사실은 엄청난 노력이 바탕이 되어 유지되는 공동체가 바로 가족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결혼은 사랑의 문제가 아닌 책임의 영역이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 또한 절대적인 포기와 희생을 통해서만 견고한 믿음으로 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점점 깨닫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에 대한 사랑이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랑이란 그렇게 성숙해질 수록 더 깊어지는 모양이다. 치매에 걸린 노인의 정신이 먼 과거의 기억으로 달려나가듯이, 이 소설은 현재의 죽음에서 자꾸 과거의 생으로 달려간다. 너무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그녀를 위한,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끝이 되어버린 그의 사랑을 위한 진혼곡처럼 말이다.

 

함정임 작가는 <저녁 식사가 끝난 뒤>의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소설 쓰기란 추모의 형식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라고. 그녀의 이런 마음이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었던 탓인지, 낯선 곳에서 위안을 받기 위해 여행을 떠나듯이, 나는 소설 속 공간을 통해서 위안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쓰여지는 소설이라면, 누구라도 기꺼이 시간을 내고 싶어지지 않을까. 부부는 어느 날 존 휴스턴 감독의 <죽은 자들>이라는 영화를 보고 P선생과 인연이 있는 지인들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다. P선생의 부음 소식을 듣던 날 공교롭게도 그들 부부는 겨울 여행 중으로 한국에 없었기에, 갑자기 날아든 비보에 망연자실했었다. 그렇게 서울에서 두 명, 일산에서 두 명, 양평에서 한 명, 부산에서 한 명, 모두 여섯 명의 손님이 저녁 식사를 위해 모여든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여자는 남편을 보며 말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고. 아무도 그날 초대의 목적이었던 P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날 모여든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P선생에 대한 추억은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사실 여자는 P선생이 좋아하는 장어요리를 준비했고, 누군가 부른 노래는 P선생의 애창곡이었으며, 누군가 가져온 들깨강정은 P선생이 자주 드시던 간식거리였으며, 누군가 가져온 박하차는 P선생이 정원에 심었다가 손님이 오면 따서 우려내 주시던 차였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P선생을 기억하는 정표를 하나씩 준비하는 것으로 선생을 추도했던 것이다.

 

바다 색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여섯 시로 일부러 저녁 식사 시간을 잡은 마음이나, 이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추도하는 마음이 너무 예쁘고 뭉클했다. 누군가에게 이런 방식으로 기억되는 기분은 어떨까 싶어 부럽기도 했고, 남겨진 이들에게 이렇게 추억되는 거라면 죽음이라는 것이 따뜻한 걸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주인공이 지켜봐야 하는 누군가의 죽음, 결혼식 삼일 전에 사라졌다, 십 년 만에 죽어서 돌아온 연인이 남긴 일정에 따라 프랑스 호텔들을 여행하는 이별의 방식, 우연히 만나 가슴에 담아둔 소녀의 죽음을 듣고 히말라야로 향하는 남자의 여행, 모두 그리움과 추억으로 향하는 기차표와도 같았다. 글을 읽는 순간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인물들의 감정에 빠지게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부산, 서울,, 경주, LA, 뉴욕의 맨해튼과 브루클린, 프랑스 남부 지역, 그리고 멕시코.. 이 소실 집에 실린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장소를 통해 독자들을 마치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도 만든다. 죽음으로 비롯되는 상실감, 이별 후의 고독,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 머물고 떠나는 것과 기억하고 잊어버리는 것 사이의 그 어떤 순간. 이상하게도 낯선 곳에서 위안을 받을 때가 있다. 우리가 가끔 가까운 이들에게는 털어놓지 못하는 걸 낯선 이들에게는 편하게 내뱉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사회생활을 접고 가족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게 되니, 한 해가 넘어가려는 이 시기의 무게 감이 여느 때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걸 느낀다. 아직 그리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더 이상 '사회적인 이름'을 갖지 못하게 된 ''에 대한 자의식이 점점 사라지면서,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아직 사회에 남아 있는 나의 동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어린 시절 내 친구들 중에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그들은 현재의 시간을 어떻게 만들고 있으며,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꿈꾸고 있을까. 가정주부가 되어 인간관계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자, 사람들 간의 관계를 유지하고 어떻게든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선 긋기를 하느라 진땀을 뺐던 젊은 시절의 내가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그런 마음은 편혜영 작가의 <선의 법칙>을 읽으면서 더욱 깊어졌다.

 

여러 해 전 나도 극중 윤세오처럼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지냈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그녀처럼 밖에만 나가면 나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거나, 사람들이 숨어서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망상에 시달린 건 아니었지만, 사람이 꼴도 보기 싫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일종의 은둔생활을 보냈었다. 한때 마치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도 된 듯 사람들이 내 주변으로 모여들 던 때가 있었다. 이유는 당시에 내가 하던 일 때문이었는데, 그 일로 인해 뭐라도 이득을 얻으려고 하거나, 나를 선망의 대상으로 보았던 이들이 꽤 많았었다. 물론 나도 나 자신의 아우라가 아니라, 내가 하던 일을 통해서 파급되는 것들 때문에 그들이 나에게 그렇게 달려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선의처럼 보이는 행동들이 싫지 않았던 것 같다. 시작은 그렇게 사리사욕 때문이었을 지라도 나와 개인적인 친분을 나누게 된 이들은 그래도 결국 인간적인 교류를 하게 되지 않을까 믿고 싶었던 것도 같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나의 착각이었지만 말이다. 내가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게 되었을 무렵부터 서서히 그들은 마치 신기루처럼 내 주변에서 하나 둘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나를 중심으로 이어져 있던 선들은 여기 저기 끊어지고, 구부러지고, 흐려져 결국 희미한 흔적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극중 김명국의 말처럼 '사람이란 본래 그럴 리 없는 존재 아닌가' , '사람이라면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고 선의를 가졌으며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할 줄 아는' 그런 존재여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에 나름의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흔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동안 집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두문불출 한 뒤에야, 그리하여 조건 없는 인과 관계를 믿지 않게 된 뒤에야, 결국 타인의 선의를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 뒤에야 그 시기를 겨우 견뎌낼 수 있었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을 경험한다. 여러 해 전의 나를 집밖에 나가지 못하게 할 정도의 상처를 주었던 당시의 그들 중 누군가는 나를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선으로 그냥 기억에서 지워버렸을 지도 모르니 말이다. 책을 읽는 행위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해 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 켠이 먹먹해졌다. 나처럼 바보 같았고, 나처럼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믿었던 미련한 사람이 여기도 있네 싶어 마음이 짠해졌던 것이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통해 윤세오의 모습에서 자신을 찾아볼 테고, 누군가는 신기정의 동생을 보며 자신의 가족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수호를 보며 지긋지긋한 자신의 직장을 돌아볼 것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죽음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이 나는데, 그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선들의 조합이 매우 흥미롭다. 인물들의 이름과 이름을 연결하고 선으로 이었을 때,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인물이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 나오기도 하고, 가까워 보이던 이들이 실상은 그다지 관계가 없는 걸로 밝혀지기도 한다. 사실 인간 관계란 대부분 그렇다. 그저 제각각 섬처럼 홀로 존재하다가 어느 시기에 잠깐 서로 연결되었다가, 다시 흩어지기도 한다.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지만, 그 누구와도 완벽하게 연결되어 살아갈 수도 없다. 그것이 바로 삶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여러 날에 걸쳐 찾았던 노력이 무색할 만큼 그들 사이에 이어진 선은 희미하다. 결국 이들의 선긋기는 거의 완벽하게 실패한다. 생이란 이렇듯 언제나 우리의 기대를 아무렇지 않게 배반하고는 한다. 위로 아래로, 사방으로 서로 연결되어야 했던 다단계와 관련되어 있는 관계들을 제외하고, 이 작품 속에서 제대로 선을 그을 수 있는 인간 관계는 거의 없다. 현실에서의 우리네 삶도 사실 별반 다를 게 없다. 친구도, 연인도 모조리 팔아야 하는 다단계보다도 더 못한 것이 내가 속해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렇게 현실이 더할 나위 없이 불행하고 서글플 때, 우리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고민하게 된다. 바로 김성중 작가의 <국경시장>에서처럼 말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매 순간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빛나서 시간이 지나는 게 아까울 정도로 삶이 퍼펙트 하기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되돌아보면 내 삶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뭘 해도 나쁜 결과만 봐야 했던, 이렇게 계속 좋지 않은 일만 생겨도 되는 걸까 싶었던,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을 주는 건지 억울하기도 했던 그런 시간들. 당시에는 세상이 전부 끝장나기라도 한 것처럼 절망했었는데, 어느새 지나고 보니 나는 그 순간들을 마치 남의 일이었던 것 마냥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다. 굳이 기억을 지워버리려고 애쓰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는 잊어버리고 싶었던 시간들이었을 테니 말이다.

 

, 기억을 팔아서 무언가 가치 있는 걸로 바꿔주는 곳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자신의 기억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없애버리겠는가? 어차피 우리가 생의 모든 순간들을 전부다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니니, 그래 몇 가지 기억쯤 없어도 될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자신만이 가지고 있던 그 기억들이 점점 사라지고 나면, 남아있는 ''를 온전한 ''로 볼 수 있겠느냔 말이다. 기억이 없다면, 타인과 구분되는 것이 허울뿐일 터인데, 그럼 빈 껍데기처럼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기억을 팔아서 돈을 마련할 수 있다니, 극중 인물들은 별 생각 없이 자신의 기억을 판다. 보통은 첫 거래에서 출생부터 두세 살까지의 기억을 판다고 하는데, 어차피 생각나지도 않는 기억이니 없어도 별 상관 없겠거니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하나씩 자신의 기억을 팔아 바꾼 화폐로 시장의 갖가지 물건을 정신 없이 사들이다, 결국 기억을 모조리 팔아 버리고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기억이 모두 사라진 다면, 과연 그것을 ''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내가 ''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는 어디로 사라진 것이며, 여기 있는 나는 누구란 말인가. 이 책에 실린 많은 이야기들이 환상동화 같은 미스터리하고도 섬뜩한 이야기인데, 너무도 있을 법한 스토리라 잔혹 동화 같지만 그럼에도 어딘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상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모두 욕망에 사로잡혀 결국 삶을 파멸로 이끄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작품의 배경이 현실 같으면서도 환상적인, 꿈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섬뜩하다는 데 있다. 어디선가 멜로디 인형의 음악이 흘러나올 것 같은 분위기로 가다가 갑자기 잔혹동화의 결말처럼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김성중 작가의 이야기는 모두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몽환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번뜩 정신이 들어보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그런 세계 말이다. 그런데 그곳은 묘하게 자꾸만 빠져들고 싶은 세계이기도 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야기의 매력이란. 그러니 나는 이 순간에도 소설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내 인생에 동행하고 싶은 수많은 책들 중에, 올해는 이 네 권의 책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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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2/아모스 오즈

현대 히브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모스 오즈의 장편소설

사실과 허구가 어우러진 자전적 소설로, 유대인 박해의 역사와 현대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자신의 개인사를 통해 아름답게 풀어냈다고 평가받는 걸작이란다.

 

역사를 자전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품이라 궁금하다.

 

 

 

 

 

 

베를린이여 안녕/크리스토퍼 이셔우드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이 두 작품은 '베를린 이야기'라는 하나의 연작으로서, 서로 맞물리는 시공간과 등장인물, 연속되는 이야기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며 1930년대 베를린 사회를 생동감 있게 재현해낸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작품을 아직 만나보지 못한 터라 기대가 크다.

 

 

 

 

 

 

허공에서 춤추다/낸시 크레스

 

낸시 크레스의 작품집이 국내에 첫 출간된 거라, 꼭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SF계의 그랜드 데임이라 불리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고 싶다.

 

 

 

 

 

 

 

 

 

불안한 낙원/헨닝 망켈

 

헨닝 망켈의 스릴러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그래도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책들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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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12-0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랑 거의 같은 시간에 올리셨네요. 그런데 겹치는 책이 한 권도 없어요.하하

피오나 2015-12-02 23:19   좋아요 0 | URL
하핫.. 그러게요. 신기하게 같은 책이 한 권도 없다니...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