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머스 - 넥센 히어로즈 장외 명물
테드 스미스 지음, 김현성 옮김 / 매직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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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사랑하는 남편을 둔 덕에 어쩌다 보니 나도 야구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다. 야구를 보기 시작한지 겨우 4년째이지만, 가끔은 10여년 넘게 야구를 보아온 남편보다 내가 더 열광할 정도로 이제는 나도 준 전문가 정도. 각종 경기 기록이며, 구단 별 선수며, 최신 뉴스까지 모르는 게 없고, 시즌 중에는 야구가 없는 월요일이 우울하고, 시즌이 끝나고 나면 3~4개월동안 무슨 낙으로 살까 한탄하기도 한다. 내가 넥센의 팬이 된 것도 남편 때문인데, 처음 그와 야구장을 다니면서 왜 넥센을 응원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방에 연고지를 둔 팀의 팬들은 그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해당 구단을 응원하게 되지만, 서울을 연고로 둔 팀은 두산, LG, 넥센.. 이렇게 세 팀이나 되기 때문에 지역과 상관없이 구단을 선택하게 되니 말이다. 그의 답변은 매우 간단했다. "맨날 꼴찌를 도맡아서 하는 팀이라서." 항상 성적이 꼴찌라서 응원해주고 싶었다는 거였다. 두산, LG야 워낙 팬 층도 두텁고 인기도 많고, 성적도 어느 정도 나오는 팀이었지만, 넥센은 당시 아직 응원하는 팬들도 많지 않았고, 언제나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렀을 때였으니 말이다. 암튼.. 그런 넥센이 재작년, 작년을 거치면서 이제는 당당히 우승 후보에 성적도 상위권에 머무는 강 팀이 되었지만, 그들의 꼴찌 시절을 기억하기에 그런 그들의 노력이 더욱 뿌듯하기만 하다.

지는 팀의 응원은 비극적일 정도로 비장하여 나 같은 영문학도가 반길만한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지는 팀에 감정적으로 이입을 하다 보면, 팀이 잘 할 때는 더 기쁘고 못 할 때는 내 감정의 곡선도 더 바닥을 친다. 그 절망감을 더 절실히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우승은 금보다도 더 귀해진다. 가뭄 중의 단비이자 기근 중의 식량인 셈이다. 긴 연패에 빠질 때는 전쟁 포로의 멘탈을 갖게 된다. 겉으로는 단호하고 의연하면서도, 속으로는 다시 자유의 빛을 볼 수 있을지 의심하는 상태 말이다. 한 번만 더 패하면 집어치울 거라고 협박함과 동시에, 영혼을 바쳐서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이기게 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하게 된다.

 

 

, 그런 넥센의 팬이라면, 혹은 목동 야구장에 가본 이들이라면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등판에테드찡이라는 한글 이름 석 자를 선명히 새기고, 응원단 석을 누비며 열렬히 응원하는 외국인이다. 워낙 티비에도 자주 비춰줬고, 인터뷰도 많이 했던 터라 '넥통령' 이라는 명칭처럼 유명해진 넥센의 팬이다. 그는 목동 홈 구장에서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대구 등 지방에 이어 해외에서 치뤄질 때는 그곳에서까지 빠지지 않고 눈에 띈다. 처음에는 대체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하길래 저리 모든 경기를 관람할까 신기했을 정도로,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응원을 한다. 게다가 넥센 응원단장이 없을 때는 직접 단상에 올라 응원을 유도하기도 한다. 마치 구단에 정식 소속된 직원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어쩔 때는 저렇게 열심히 응원해주는데 구단에서 시즌 권을 주거나 월급이라도 줘야 되지 않나 싶을 만큼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걸 자비로, 순수한 애정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열정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모하리만큼 달려드는 것만큼 순수한 사랑은 만나기 어려우니 말이다.

잘나갔던 역사를 가진 별 볼 일 없는 팀에서 뛴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나도 확실히 안다. 홈경기인데 관중석에 홈 팬 보다 원정 팬이 더 많은 광경을 벤치에서 올려다보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안단 말이다. 동시에 단 몇 명의 목소리 큰 팬들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우리 팀 자리에서 정말 한 명이라도 큰 소리로 응원을 해 주고, 깃발을 흔들고, 농담을 하고, 심판에게 야유를 하고, 우리가 점수를 낼 때 마다 일어서 주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오늘 딱 하루만이라도 그런 존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캐나다인인 테드 스미스는 왜 하필 한국의 야구, 그것도 많은 팀 중에서 넥센을 응원하게 된 걸까.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던 그가 한국어 수업을 듣다 재미를 붙였고, 대학 졸업 후 무작정 서울로 와서 여의도의 고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날 맥주 한 캔을 들고 찾아간 목동 야구장, 단지 여의도에서 목동이 가까웠기 때문에 가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처음부터 애틋한 마음이 들었었다고. 왜냐하면 볼 때마다 항상 졌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9회 말까지 죽을힘을 다해 뛰는 모습에 반했다고 한다. 특히 조용히 관람하는 북미의 관람문화와는 달리 경기 내내 수들의 응원가를 목이 터져라 외치는 한국의 응원 문화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응원 경비를 마련하려 아끼던 외제차도 팔고, 집도 좀 더 작은 평수로 옮기고, 급기야 회사까지 그만두며  거의 모든 시간을 응원하는 팀의 경기에 투자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과해 보일 수도 있을 거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가치관은 다른 법이니까. 중요한 것은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한번쯤은 올인 해봐야 후회가 없지 않을까. 직장까지 그만 둘때 주변에서는 그에게 어리석은 결정이 될 거라며 걱정했지만, 그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입장권은 물론 교통비와 숙박비며 각종 응원관련 의상까지 모두 자비로 충당하느라 경제적으로는 부족할지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풍족한 그의 선택이 멋지게 보인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야구에 대한 애정과 그의 히스토리가 온전히 담겨져 있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이 남자처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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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화 이글스에는 수염 난 루크씨가 유명해요. 저는 삼성팬인데 넥센의 테드찡과 한화의 루크씨를 보면 부러워요. 저렇게 야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하고, 열심히 응원하는 외국인이 있어야 사람들도 같이 응원에 동참할 수 있으니까요. ^^

피오나 2015-02-05 16:59   좋아요 0 | URL
맞아요ㅎ 루크씨도 방송에 자주 보이시더라구요ㅋ 삼성팬이시면 코시때마다 행복하시겠어요. 부럽부럽^^
 
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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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진짜 최고의 음식이었어. 아마 자네들은 상상도 못 하겠지, 그 따뜻한 국물 맛을."

어쨌거나, 그들이 꽃을 두고 간 묘비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김기수

1957-2013

27년간 오직 라면만 먹은 자, 여기 잠들다

                                                                            -라면의 황제 중에서

라면의 황제라는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더니, 이건 뭐 라면이 사라진 시대를 그리고 있는 기상천외한 설정부터 눈에 띈다. 기름에 튀겨 건조시킨 면과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수프가 수만 가지 질병을 비롯해 우울증이나 폭력 같은 정신질환까지 유발한다는 결과가 이어져 결국 라면 유해론은 라면을 사라지게 만든다. 그 와중에 김기수라는 인물은 라면만 먹으며 오래 버티기 분야의 기네스북 신기록을 수립할 뻔한 사람이었다. 김기수는 정확히 30세가 되던 해 가을부터 라면만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증언에 의하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했던 식사 역시 계란과 파를 듬뿍 넣어 끓인 라면이었다고. 그가 밥보다 라면을 훨씬 더 많이 먹고, 어른이 되어서는 라면 가게를 차리고, 열심히 라면만 먹으며 오래 버티기 분야의 신기록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그는 그것을 구청 문화 강좌를 들으면서 깨닫는다. "만약 두 가지 일이 우연히 동시에 일어난다면 거기엔 분명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운명적 관계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는 강의를 들으며 말이다. 그건 바로 자신이 1957 8 25일에 태어났기 때문이었는데, 그날이 무슨 날이냐 하면 바로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면이 처음 만들어졌던 날이란다. 그러던 그는 결국 자서전 겸 식당 홍보책자였던 <내 영혼의 라면 한 그릇>이라는 책도 출간하게 되는데, 이 단편은 이 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짧은 이야기이다. 그가 왜 라면만을 먹기 시작했는가로 시작한 이야기는 그가 왜 라면만을 먹지 않을 없었는가로 이어진다.

동물보호법 위반. 이게 내 죄명이었다. 벌금은 3백만 원.

판사가 왜 그런 짓을 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숙이고 서 있었다. 내 계획을 아무도 알게 해선 안 되게, 개를 학대한 악마 같은 놈으로 오해 받아도 어쩔 수 없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손자라는 사람이 말했다. 나는 개를 알고 또한 나도 안다. 그러니 이제 앞으로 남은 건 백전백승뿐이다. 인류를 구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요. 검사가 뭐라고 주절주절 떠들고, 판사가 또 무슨 이야기를 할 때, 몇 번이나 이 말이 튀어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개들의 사생활 중에서

약국에서 일하며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에 대해 연구하는 스물일곱 살의 전형적인 북방몽골계 남자. 길에서 마주친 그의 얼굴을 기억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 만큼 평범한 외모의, 그러나 전혀 평범하지 않은 두뇌를 가진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미하일 불가꼬프의 <개의 심장>을 떠오르게 하는데, 인간의 놔하수체와 생식기를 개에게 이식을 한다는 기발한 발상 못지않게 재기발랄 한(?) 스토리가 당황스럽게 진행된다. 그는 개외 프리온 사이의 관계를 나름 간파하고, 홀로 외로운 실험과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네 발 달린 모든 짐승과 인간까지도 감염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오직 개들에게만은 결코 전염되지 않는 기이한 단백질 덩어리. 그는 프리온의 진짜 의미를 알아내려면 개에게 주목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물론 아버지에게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을 들으며, 의사들이 차트에 "전형적인 경계선 인격장애. 호전의 기미 없음."이라고 평가하는 인물이라 독자인 우리가 그의 이야기를 오롯이 믿으며 따라가기는 다소 어렵지만 말이다.

이 작품집은 외계인, W, 호화로운 카펫, 외국인()과 외국인 노동자, 국민교육헌장, 대형 마트, 그리고 라면으로 이어지는 다소 황당하고, 생뚱 맞아 보이는 소재로 기이한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있다. 세상을 둘러보면 곳곳에 숨어 있는 기이한 이야기들의 집합체 같다고나 할까.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지만 어느새 사람들에게 잊혀진 가십거리 같은 것들의 종합선물세트 같기도 하고. 우리는 왜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워야 했을까. 작은 도시에 대형 맡는 왜 많아지나? 외계인은 외계''일까? 등등.. 따지고 보면 세상은 미스터리 천지이다. 그저 매일같이 사는 게 바빠서 무심코 지나치거나, 뭐 그런 걸 궁금해하냐고 무시하거나, 못본 척 지나치거나, 아는 것처럼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그렇지 말이다. 세상에 대해 시시콜콜 오지랖을 펼치는 작가의 이야기는 그래서 당혹스럽거나, 유쾌하거나, 어이없거나, 재미있다. 뭐 한마디로 색다른 작품을 보고 싶었다면 대 환영, 그렇지 않다면 대략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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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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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작가인생 제2막의 시작을 알리는 이 작품은 굉장히 따뜻하다. 혹시 이 책을 아직 읽기 전이라면 의아할 것이다. '따뜻'하다고? 미나토 가나에가? 그만큼 그 동안의 작품들은 충격적이었고, 거침없었으며, 파격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소재와 플롯으로 사랑을 받았었다. 그랬던 그녀가 '꽃사슬'이라는 예쁜 제목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냈다. 특유의 날카로움을 잊어버리지 않고, 다만 내놓는 그릇을 달리해 더 보기 좋게 플레이팅했다고 할까. 인간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여전한데, 어디선가 화과자의 달콤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색색깔의 꽃 냄새도 나는 것 같아 훨씬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미나토 가나에의 날선 문장들을 좋아했지만, 읽을 때마다 어딘가 불편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기에, 이런 변화가 반가웠던 것도 같다.

 

말하자면, '리카梨花'의 이야기

매년 10 20, 어머니 앞으로 커다란 꽃다발이 집에 배달된다. 철들 무렵부터 그런 기억이 있다. 꽃 값은 생각도 못했던 어린 시절에는 꽃집 아저씨가 몸을 기울여야 현관에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꽃다발을 그저 예쁘다고 생각하며 바라보았다. 생일도, 결혼기념일도 아닌 날에 꽃이 오는 이유에 대해서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영어 회화 학원 강사로 일했던 리카는 갑작스런 회사 부도로 인해 퇴직금은커녕 지난달 급여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던 차에 유일한 가족인 외할머니가 위암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곧 수술을 해야 해 돈이 필요하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그녀가 의지할 사람은 매년 엄마에게 꽃을 보내던,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다음 경제적 원조를 자처했던 익명의 남자 K뿐이다.

 

말하자면, '미유키美雪'의 이야기

내 잘못, 내 잘못이었어.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데 등에 따스한 손길이 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괜찮아?"

상냥한 목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 수도, 말을 할 수도,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멈출 수도 없었습니다.

외삼촌이 임원으로 계신 건설회사에서 만난 가즈야와 결혼한 미유키는 아이는 아직 없지만 둘만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무심코 한 사소한 행동 때문에 남편이 오랫동안 준비했던 공모전이 그들에게 좌절을 안겨준다. 게다가 이어진 갑작스런 사고, 그녀는 이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없어 과거를 지워버리고만 싶다.

 

말하자면, '사쓰키紗月'의 이야기

"어머니는 모르겠지만 전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사실보다 아버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더 괴롭단 말이에요. 난 어떤 사람의 자식일까, 내 성격은 누굴 닮았을까.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어도 어머니하고 내 감상은 어딘가 다르죠. 난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어머니처럼 달콤한 동화 같은 생각은 못해요."

일러스트레이터인 사쓰키는 시민회관에서 주최하는 꽃 수채화 교실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창시절 친구였던 기미코에게서 연락이 오고 그녀가 어렵게 부탁을 하는 바람에 난처해진다.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려면 다른 누군가의 믿음을 배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세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인물들 간의 관계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듯이 진행되던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르러 긴밀하게 연결이 되며 클라이막스로 치닫게 되는 구성이다. 그들 세 여자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주는 꽃사슬은 눈과 달, 꽃을 의미하는 '설월화'이다. 미유키美雪, 사쓰키紗月, 리카梨花, 이렇게 세 명의 주인공의 이름에 눈, 달 꽃을 의미하는 한자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이 거주하는 동네에 긴쓰바를 판매하는 가게 매향당과 야마모토 꽃집이 있는데, 긴쓰바와 꽃은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모나게 빚은 통팥에 얇은 밀가루 피를 입혀 구운 화과자와 보라색 꽃도라지 다발, 파란색 용담 다발, 그리고 코스모스... 마치 페이지마다 맛있는 냄새가 나고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만 같은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사는 세 여자의 이야기는 일본에서 드라마라도 만들어졌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영화, 드라마등의 영상매체로도 자주 선보이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의문의 남자 K를 중심으로 한 미스터리와 세 명의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이 감정적으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어 감동을 주었을 것 같다. 따뜻하지만 평범하지 않고,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으니 그동안 미나토 가나에의 다소 쎈 작품을 사랑했던 이들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완전히 달라진 그녀의 새로운 작품 세계! 다음 작품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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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쉬운 해외직구 - 스마트 맘의 반값 구매
아이포터(강아름) 지음 / 제우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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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브랜드를 국내에서 사는건 어쩐지 손해같아서 이제는 현명한 맘들의 필수가 되어버린 해외 직구~!!
아이용품부터 이것저것 살 것 많은 나에게 완벽하게 도움이 되는는 책을 만났다!
이 책 하나면 해외 직구 완벽 마스터할 수 있다니!! 거기다 배송비할인 쿠폰까지 있어 너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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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에덤 고프닉.조지 도스 그린.캐서린 번스 엮음, 박종근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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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토리텔링의 시대이다. 영화나 소설, 드라마 등과 같이 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거나 글쓰기를 통해 구축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콘서트 등의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스토리텔링'이란 '이야기하기, 만들기, 사건 서술하기 등의 뜻이다. 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까지 달라질 수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소위 악마의 편집으로 불리는 그것 조차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면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만한 것을 한 편의 감동적인 '스토리'로 만들어내어 화제가 되곤 하니 말이다. 이렇게 일상 곳곳에서 사용되는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가 언젠가부터 콘서트의 형식으로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이야기와 음악, 연극 등을 함께 어우러지게 꾸며서 일종의 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모스>처럼 세계 최대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통해서 평범한 인물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뉴욕에서 가장 강렬하고 신선한 문학을 만날 수 있는 티켓"이라고 호평했던 <모스>는 스토리텔링의 예술성과 기법을 탐구하는 비영리단체로 소설가 조지 그린에 의해 생겨났다. 뉴욕에 있는 그의 집 거실에서 열린 최초의 모스 공연은 지인들과 매혹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추억을 되살려 시작되었는데, 도시 전역으로 확대된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대본 없이 즉석에서 공연을 펼치는 형식으로, 현재까지 3천 편 이상의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들려졌다. 그렇게 이 책에 실린 50편의 이야기들은 평범한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고백을 들려주기도 한다. 현실이 소설보다 훨씬 더 가짜 같은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모스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고백(Confessional) 이라는 마술을 사용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 시대의 교회와 성당은 들어주는 의무를 이미 오래 전에 저버렸지만, 사람은 남들에게 자신의 사연과 심정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모스는 바로 그런 욕구를 채워준다. 모스에서 듣는 최고의 이야기들은 자기 고백이나 사과와 같은 진솔한 이야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데이미언 에컬스는 겨우 열여덟 살 때 하루아침에 인생이 산산조각 나고 만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고, 아이언 메이든같은 록음악에 빠져 있던 평범한 소년이 어느 순간 사형수 감방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는 교도관들에 의해 18일 동안이나 무자비한 구타를 당하고, 간수들에 의해 굶고, 고문을 당했다. 그것이 수감자들에 의해 알려져 신부님이 교도소장에게 말해 겨우 일반 감옥으로 들어가게 된다. 별다른 증거도 없이, 그저 집 주변의 정신지체아가 경찰의 강요에 의해 증언한 것을 바탕으로 감옥에 갇혔던 그는 몇 번이나 항소를 요청했고, 그렇게 그의 사건이 대중과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감옥에서 나오게 되지만, 그러기까지 무려 18년이라는 시간이 감옥에서 흘러갔다. 지금도 그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넘어지지 않기 위해 늘 마음을 다잡고, 살아간다. 감옥에서 보낸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싸우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몇 권의 책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매튜 맥고프는 뉴욕 양키스의 열렬한 팬으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매년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가면서 야구를 즐겼던 그는 어느 날 외야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한 소년이 1루 쪽에서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우익수와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발견한다. 캐치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배트보이를 보며 그는 내가 운동신경이 특출 나진 않지만 쟤보다는 잘하겠다. 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는 구단의 문을 두드려 배트보이 면접을 보게 되고, 그 어떤 연줄도 없이 배트보이 일을 맡은 최초의 소년이 된다. 그가 뉴욕 양키스의 선수를 만나고 배트조정기(?)를 진지하게 찾아 다니는 에피소드는 우스꽝스럽지만 뭉클하다. 소년의 순수한 열정이 허황되어 보이는 꿈이라도 이룰 수 있다는 집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배트보이:뉴욕 양키스 시대의 도래>라는 책을 썼고, 이후 다른 책들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모든 에세이는 한 편의 이야기이고 모든 이야기는 한 가지 모토를 가진다. 위대한 이야기꾼 프랭크 오코너가 이 부분을 제대로 표현했다. 그는 훌륭한 이야기는 전부 이런 문장으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로 다시는 똑같은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 " (그는 이 문장을 실제로 딱 한 번 사용했다.) 이것이 이야기의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그 기준에 부합한다. 저 문장을 마지막에 덧붙였을 때 어색한 이야기가 이 책에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트리스탄 짐머슨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살던 집은 불량주택이어서 불편했고, 낮에는 만화방에서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밤엔 학교에 다녔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일주일간의 봄방학을 기다리는 게 유일한 버팀목이었고, 그것을 위해 6개월 동안 최저 시급으로 번 돈을 모았다. 기말시험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도미노피자를 시켜먹고 밤새도록 게임을 한 뒤, 집을 꾸리고 은행으로 향했다. 마지막 월급을 계좌에 넣기만 하면 집으로 돌아가 푹 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통장에는 마이너스 536달러가 적혀있었고, 입출금 내역을 확인해보니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돈을 인출하고 사용한 것을 알게 된다. 오로지 여섯 달 내내 기다렸던 것을 위해 힘들게 모았던 돈을 말이다. 은행이나 경찰이나 손 놓고 있을 것이 뻔하니 도둑은 잡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직접 범인을 찾기로 결심하고는 수사에 나선다. 마치 탐정이나 경찰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는 결국 범인을 잡고 돈을 되찾는다. 그는 그 일주일 동안 허약하고 침울한 미대생이 아니라 진정한 사립 탐정이었다. 이렇게 살면서 가장 비현실적인 일이 나를 강타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극복해내면 멋진 추억으로 바뀌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 폴 너스, 베스트셀러 저자 말콤 글래드웰, 클린턴 대통령의 대변인 조 록하트, 전설적인 래퍼 DMC, 포커 챔피언 애니 듀크 등 유명인들의 경험담도 기상천외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라는 놀라움부터 나라도 그랬을 거다.는 공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97년 처음 시작한 모스의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목말라 있는 분들이라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당신도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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