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7월
평점 :
군대에서 적응 잘한 사람은 대한민국의 일상에도 무난히 적응할 수 있다. 그냥, '대한민국은 군대다'. 그러니 싫든 좋든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 남자들은 사회생활이 여러모로 여자들에 비해 유리하다.
당당함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겠지만 과하면 문제를 일으킨다. 카리스마, 리더십 같은 말들이 난무하고 남자라면 그래야지라는 조언이 일상적인 곳에서는 당당함이 사람의 능력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즉, 당당함이 개성이나 캐릭터로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유무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당당함을 유전자를 타고난 경우는 없다. 이것은 철저히 사회 경험을 통해 후천적으로 학습된다.
남자만의 벌이로 가족의 생계가 안정적일 수 없는 시대가 오면서 맞벌이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남자들은 아내가 돈도 벌어주길 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도'다. 즉 원래의 일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단서가 있다. 일을 한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소홀히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래서 일은 하지만 원래의 집안일에 타격을 가장 적게 받는 직업이 좋다. 그러니 초등학교 교사는 최고다. 퇴근도 정시가 보장되고 무엇보다 방학도 있기 때문이다.
여자가 운전을 못할 때 종종, 아니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김 여사' 이미지는 남자들의 대표적인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구글 이미지에 '김 여사'를 검색해보라. 여성 운전자를 조롱하는 무수한 사진들이 이를 증명할 것이다.
여자가 운전하는 것을 비하하는 '김 여사' 이미지가 문제가 되자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남자들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논리로 주장을 펴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니 도로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어떤 운전 미숙자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받을 때는 그 운전자의 성별을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배려하는 것만이 필요한 것이다. 그건 운전대를 잡는 모든 사람이 고려해야 하는 시민의 덕목이다.
정보 취득과 공유가 평등해진 사회를 정보화 사회라고 한다. 그래서 과거 같았으면 별일 아닌 것처럼 덮어졌을 일들도 여론의 심판을 받게 된다. 주로 은밀한 곳에서 이루어졌던 폭력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세상에 들통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저지르는 여러 폭력이 대표적인 경우다.
물리적 폭력에서부터 성적 수치심을 야기하는 언어적 폭력까지, 남자들은 이제 과거에 비해 훨씬 조심하면서 세상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원래 조심해야 하는 것은 훨씬 조심하는 것이 맞다. 성추행은 하지 않는 것이 답이지, 과거만큼 못 한다고 무슨 행동에 제약이 있는 것처럼 이해해선 안 된다.
개인은 자신을 쉽게 드러낼 수 있는, 그러니까 익숙한 것을 극대화시켜 상품으로 포장하는 전략을 수립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강한 남자로서 자신을 드러내려 하고 여자들은 조신한 여자로서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려고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사회가 원하는 것이 '부당한 것을 참을 수 있는지'이니 별수가 없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답게는 중요치 않다. 남자답게, 여자답게라는 말만 부유하는 곳에서는 일그러진 인간들만이 활보한다.
성희롱인지도 모르면서 말하고 행동하는 남자다운 남자들과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 하는 여자다운 여자들, 그리고 이 문제가 드러나도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전혀 인간다운 세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