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하다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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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특성이 있다. 짧은 여행이라도 여행지마다 느낌이 전혀 다른데, 그곳에서 생활하며 현지인들 속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낸 조승연 작가의 독특한 에세이. 작년 프랑스에 관한 <시크하다>에 이어 올해는 뉴욕, 뉴요커에 대한 라이프 에세이인 <리얼하다>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뉴욕은 프랑스보다 문화적인 면에서 익숙한 곳이다 보니 프랑스보다는 조금 더 친숙하게, 그러나 낯설게 다가왔다. 직접 살아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 티브이나 영화로 접하는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뉴욕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정작 뉴욕에 첫 발을 디디고 뉴요커들을 만나게 되면 매체를 통해 만났던 뉴욕과 전혀 다른 분위기에 당황하지 않을까?

 

​나는 조승연 작가의 <시크하다>를 읽으며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당황했지만 생각하지도 못했던 뉴욕에 대한 이야기들은 신선했고 매력적이었다. 뉴욕을 하나의 커다란 공이라고 본다면 그의 책 <시크하다>는 그 공안에서 통통 튀며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공기들, 뉴욕이라는 공을 빵빵하게 채우고 있는 그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리얼하다>는 '가식적이지 않고 당당해서 행복한 뉴요커 라이프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부제처럼 이 책은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거리낌 없이 살아가는 뉴요커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뉴욕보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온다는 조승연 작가의 말처럼 뉴요커들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안겨준다.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얇은 에세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리얼하다>를 읽으며 뉴요커들의 바쁜 삶과 입으로만 바쁘다는 나의 일상을 비교하며 읽어갔다. 가장 먼저 알려주는 뉴요커의 행복 공식인 '자유와 존재감은 경제적 자립에서 온다'이다. 우리 역시 경제적 자립에 대해 말하지만 그 기준이 참 모호한 것 같다. 뉴요커의 경제적 자립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전혀 달랐다. 그래서 더욱 공감 가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나오지 않는 작가의 동아리 친구인 제프의 부모님은 무일푼으로 북아프리카 내전을 피해 뉴욕으로 건너왔고 당연히 아들을 공부시킬 형편이 되지 못했다. 제프는 농구화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최신 농구화를 구입해 동네에서 팔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매장을 소유하기까지 이르렀고 뉴욕대에는 고교 졸업장이 없어도 입학이 가능한 '경력 인정'이라는 전형을 통해 뉴욕대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뉴요커들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아르바이트가 아닌 치열한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장님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뉴요커는 이민 이후의 생존 경험을 통해, 주변 사람의 부러운 시선이나 허울 좋은 체면치레 같은 것은 생존이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진정한 자유와 존재감은 경제적 자립에서만 온다. 이것은 뉴요커의 행복 공식이다. 우리가 부모 세대의 기대치, 사회의 이목에서 자유로워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부모를 포함해서 모든 타인에게 돈 때문에 손 벌리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자립이다. 그렇다면 행복의 첫 단추는 질긴 생존력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내 행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뉴요커가 우리에게 주는 첫 번째 인생학 레슨이다.

 

뉴요커가 열광하는 인물과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을 보면 그들과 우리의 생각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존경과 명예에 대한 기준, 우리는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흠잡을 대상이 없는 사람을 존경할 사람이라고 하는 반면, 뉴요커들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재주를 인정하고 그들이 장점과 단점을 모두 이해한다. 많은 장점을 가졌지만 단 하나의 단점으로 수많은 장점을 덮어버리지 않는다. 뉴욕에서의 명성은 그가 이룬 하나의 업적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존경의 기준이 무척 까다롭고 두루뭉술한 우리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무척 객관적이고 확실한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 잭맨의 '위대한 쇼맨'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은 바넘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미국의 가장 유서 깊은 서커스단을 이끌었고 상업주의의 화신으로 불리는 사람으로 뉴욕에서는 그가 절대적인 영웅이라고 한다. 엄청난 엔터테인먼트를 보급했지만 그만큼 비판도 끊이지 않는 바넘을 왜 뉴욕커들은 지지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시장주의와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욕 예술계를 최초로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앤디 워홀은 '돈을 버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가장 뉴욕적인 문학가로 불리는 스콧 피츠제럴드 역시 자신은 베스트셀러 작가였지, 프랑스의 시인들처럼 가난에 허덕이면서도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아방가르드가 아니었다. ~ 이것은 가장 뉴욕적인 철학이다. 한 분야의 최고는 모두 다 시장의 검증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리얼하다>를 읽으며 그들의 삶에 자극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뉴욕이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문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진 기술을 알려주는 유튜버가 부모님을 돌보다 환자를 돌보는 재능을 발견해 50대에 간호대학을 가겠다고 유튜브를 닫았다고 한다. 하던 일을 접고 40~50대에 건축 공부를 하겠다며 대학교에 다시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원하면 언제든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어야 행복하다는 작가의 말처럼 뉴욕은 새로운 시작을 눈치 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도시이다.

 

​뉴욕을 통해 우리가 한 가지 배울 수 있는 것은, 40세가 되건 60세가 되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무대가 되어주는 사회,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사람에게 단체로 '철이나 들라'며 끌끌 혀를 차는 대신, 새하얀 스케치북을 들려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분위기에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는 것이다.

 

뉴욕은 바쁘다. 바쁜 뉴욕 안에서 치열하게 사는 뉴요커들은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그들을 멀찍이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뿐이다. 뉴욕의 바쁜 삶 속에서 그들의 인간관계는 우리의 관계 방식이랑 조금 다를 뿐이다.

 

​<리얼하다>를 읽으며 나는 그것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습관이라고 느꼈다. 타인을 자신의 기준에 빗대어 판단하지 않는다. 이민자로 이루어진 도시인 만큼 그들은 무엇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치열한 뉴욕에서 살아가려면 남의 눈치를 볼 시간 따위는 없다. 그래서 더욱 자유롭고 과감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뉴요커들의 일상과 삶의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리얼하다>. 나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우리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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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 - EBS 스타강사 혼공샘의 우리 아이 영어 공부법
허준석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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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기본이다. 하지만 그 기본을 갖추기가 참 어렵다. 학창시절 문법책을 수십 권씩 보고 새벽 영어학원을 힘겹게 다녔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영어를 하고 싶어 어학연수라는 것도 다녀왔다. 결론은 여전히 영어는 꽝이다. 부족하지 않게 영어공부에 투자를 했고, 꽤 열심히 공부했지만 영어는 언제나 어려웠다. 비교적 늦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나도 이런데 일찌감치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요즘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의 영어공부를 봐주는 엄마에게 있다. 아마 엄마들 중 대부분도 영어에 대한 공포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 아이만은 영어를 잘 하는 능력자로 만들어 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영어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고 어떻게 입시영어까지 잘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러한 문제로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EBS 영어 스타강사 혼공샘 허준석 선생님이 알려준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 이 책은 부모님의 영어 학습 수준부터 시작해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영어 공부를 교육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해준다. 이 책 딱 한 권이면 더 이상 우리 아이의 영어 교육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에서 혼공쌤은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방법은 스파르타식 영어 교육도 아니고, 비싼 교구나 DVD 교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마인드'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부모님들의 마인드부터 편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 1차 목표다. 부모가 좀 더 편한 마음을 가져야 아이들의 숨통도 트인다. 그리고 숨통이 트여야 영어를 즐길 수 있다.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는 믿음을 갖지 말자.


아이들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기 있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이나 비싼 교재가 아니다. 아이들이 영어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부모님의 역할이다. 그러니 아이와 함께 한 발씩 걸어간다는 생각으로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를 읽어보길 바란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는 PART 3로 나눠져 있다. 나이별 영어 교육 방법을 배우기 전 부모님들이 영어에 대해 다시 알아야 할 마인드와 요즘에 더욱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PART 2에서는 초등학교 전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영어에 대한 기초를 다지는 방법을 학년별로 알려준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영어 교육 방법에 대해 소개하는 PART 3는 입시영어 공부에 대한 엑기스만 모아 놓았다.


본격적인 영어 학습법에 앞서 부모가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해 보는 순서도가 있다. 순서도를 따라 자신의 유형을 먼저 알아보자.


시기별 영어 교육 단계와 학원에 보내는 시기를 비롯해 영어 배우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의 '영어 리바운드'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영어를 공부로 느끼지 않고 재미있어하는 방법, 초보일수록 숫자의 무게를 버리라고 조언한다. 영어 공부는 무엇보다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시작점을 최대한 낮게 잡아야 한다. '하루에 몇 시간 공부하기'처럼 숫자에 신경 쓰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학습 능력에 맞는 영어 학습을 할 수 있는 유튜브는 이제 교육 수단에서 빼놓을 수 없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에서는 아직 유튜브 활용이 미숙한 엄마들에게 유튜브를 통해 영어 학습 방법을 소개하고, 이미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다양한 동영상을 알려준다.


아이의 나이에 따라 영어 학습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나이라도 아이의 성향과 수준에 따라 달라야 한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에서는 작가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접 겪었던 사례를 통해 아이의 영어 공부 적기에 대해 설명한다.


챕터 사이에는 핀란드와 한국의 영어 교육 차이, 파닉스 교육의 데드라인은 언제인가, 단어 이삭줍기, 일본식 영어가 한국에 들어온 이야기, 영어 발음 과연 중요한가 등에 대한 혼공샘의 또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에는 쉬우면서도 효과가 좋은 여러 가지 영어 학습법을 알려준다. 소리 노출, 영어 낭독, 필사로 시작하는 간단한 쓰기를 시작으로 영어 일기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초등학교 3~4학년과 5~6학년의 영어 수준 차이는 크다. 그리고 중학교 영어도 그만큼의 수준 차이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영어 학습에 대한 대책을 바꿔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밀어 부칠 수는 없다. 아이들의 영어에 대한 느낌이 '끔찍한 과목, 악마 과목..'등으로 적은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영어 공부의 양을 늘이기도 전에 영어에 대한 좋은 기억을 모조리 없애 영포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들을 위한 영어 학습이라고 하지만 영어 공부에 아이, 어른의 구분이 있을까. 빼곡하게 알려주는 영어 공부 팁은 영어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은 성인에게도 무척 유용할 것이다. 영어 단어장 선택 방법이나 매일 공부해야 할 양을 예시로 정해둔 것을 참고해 영어 공부를 해도 좋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본격적으로 입시 영어에 대해 컨설팅 해준다. '학교 교사의 관점에서 제시하는 내신 공략법', '독서 이력을 계속 확장해서 내신 영어와 실제 영어를 완성하기' 등 입시를 위한 본격적인 영어 학습법을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나눠 이야기한다. 중고등학생인데 영어 학습법에 대해 헤매고 있다면 간단하지만 효과 좋은 혼공쌤의 영어 팁을 활용해 보길 바란다.


중고등학교에서 15년, EBS에서 12년을 영어 교육을 하며 특별한 교육 경험을 쌓은 혼공쌤의 '거북이 영어' 학습법.


영어 학습법에 관심이 있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엄마라면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다>에서 이야기하는 공부 방법들이 시시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을 많이 안다고 아이가 그 방법대로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영어를 흥미롭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천천히 영어의 즐거움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영어 학습법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공부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 <엄마표 영어에 입시를 더하기>를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엄마인 당신의 몫이다. 에필로그 마지막에 혼공 이준석 작가가 말한다.


영어 교육에서 똑똑한 토끼보다 현명한 거북이가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느리더라도 영어 자체를 위한 '인생' 보다 인생을 위한 '영어'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빠와 엄마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영어를 '아빠'로서 진심으로 응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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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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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었다. 리뷰의 첫 문장이 '의외의 책을 만났다'였다. 꽤 두꺼웠지만 32년간의 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힘이 매력적인 책이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 에이모 토울스의 또 다른 책을 집어 들었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우아한 연인>이 바로 그의 데뷔작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이다. 작가 소개에 보면 이 책의 성공으로 에이모 토울스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4년의 집필과 1년의 독서 기간이 필요하다는, 완벽을 추구하는 에이모 토울스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우아한 연인>은 시작부터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작가는 <우아한 연인> 속 등장인물 중 누구를 가장 많이 생각하며 썼을까? <우아한 연인>이라는 제목 때문에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수많은 연인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긴 세월 동안 서로를 잊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 이 책은 연인,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딱 한 명의 여자에 대한 길지만 짧은 이야기였다.


책 속의 메인 카메라는 1937년 뉴욕을 살아가는 한 명의 여자에게 맞춰져 있다. 그녀 주변에는 나타났다 사라지는 친구들이 있다. 그녀와 연인 관계가 되는 몇몇의 남자들도 보인다. 하지만 결국 중심은 단 한 명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자가 맞이하게 되는 수많은 갈림길 속에서 그녀는 선택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장면이 바뀌어 간다. <우아한 연인> 전체는 흑백 영화였지만 오직 그녀와 그녀 주변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은 컬러로 보이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우아한 연인>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확하게 누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인지 알아차리기 까지는 꽤 많은 장면들을 만난 후였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제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다. 나는 <우아한 연인>의 주인공보다 그녀 주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했는데, 처음부터 주인공이 눈에 띄지 않은 덕분에 <우아한 연인>의 책 속을 넓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어떤 줄거리를 가졌고 결말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책 리뷰를 읽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우아한 연인>에서는 정확한 줄거리도 주인공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 내가 잠깐씩 비춰주는 주변인들에게 흥미를 느꼈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당신도 그랬으면 하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우아한 연인>이 아니라 여자의 인생 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음을 알았고,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다른 인물들의 등장이 즐거웠었다.


드라마 한 장면에도 수많은 카메라가 각각의 배우들을 비추듯, <우아한 연인> 역시 그런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책이었다. 생각보다 스펙터클하고 임팩트 있는 사건도 없이 500페이지를 넘는 긴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이상하게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을 때도 희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이 에이모 토울스 이야기의 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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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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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를 통해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알았다. 그전에도 꽤 많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였지만 내겐 <동주>에서의 그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뭔가 묘한 매력이 있는 얼굴이 좋았고 한 번에 눈에 띄지 않았지만 계속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좋았다.

 

​부드럽고 조용한 태도나 모양을 가리키는 말 중에 '자분자분'이라는 단어가 있다. 내게 배우 박정민의 첫인상은 자분자분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개성 있는 연기와 재치 있는 입담을 가졌지만 뭔지 모르게 그를 생각하면 그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었다.

 

​하지만 <쓸 만한 인간>을 읽고 난 후 내가 가진 배우 박정민에 대한 인상은 정말 내 멋대로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툭 던지는 말장난 같은 문구나 친구들과 투닥거리는 장면 등에서 킥킥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배우 박정민이 아닌,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인간 박정민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박정민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은 개정판이다. 초판은 2016년에 나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더해진 그의 이야기는 6년 전이라는 꽤 오래된 이야기라기 보다 며칠 전에 갈겨쓴 일기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개정판이 나오기 전부터 가끔 SNS에 올라오는 <쓸 만한 인간>에 대한 글을 봤다. 일단 배우 박정민에 대한 호감도가 있었던 터라 언젠가 이 책을 한 번 꼭 읽어봐야지 했었다. 팬으로 좋아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또 배우가 쓴 에세이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쉽게 집어 들지 못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작가의 말에는 다음과 같은 짧은 글이 적혀있다.

 

그럴듯한 문장과 서사는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그래도 읽어보시겠다면,

 

 

그저,

 

 

무심결에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박정민의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잘 나타내주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배우로서의 고민과 진중한 일상이 궁금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작가의 말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쓸 만한 인간>은 의외로 꽤 독특하게 웃기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짠한 감동을 슬쩍 던져주는 조금은 독특한 산문집이다.

 

소설 줄거리를 알면 읽는 재미가 뚝 떨어지듯, 에세이 역시 핵심 구절을 알아버리면 책의 분위기를 알게 되어 읽는 즐거움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들려주고 싶은 책 속 구절이 있다.

 

"삼류 단역 엑스트라 새끼야, 밥도 안 처먹는 게 냉장고는 왜 이렇게 좋은 걸 샀냐?"

 

"<냉장고를 부탁해> 나갈 수도 있잖아."

 

"취미가 실연인 새끼가 침대는 왜 이렇게 큰 걸 샀냐?"

 

"<나 혼자 산다> 나갈 수도 있잖아."

 

"프론데? 뭔가 준비된 코미디언 느낌이야."

 

풋! 머금고 있던 물을 뿜을 뻔 했다. '오~박정민 완전 내 취향의 말장난을 하는데?' 책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대화 외에도 책 속 구석구석에는 별것 아니라는 듯 툭 던지고 지나가는 웃음 코드가 많다. 시작은 환상 속에서 만들어낸 배우 박정민의 일상 탐방이었으나 책을 읽어 나갈수록 취향인 그의 말투를 찾는 것에 집중되어 갔다.

 

​참 별 내용 없네 하며 무심히 읽다가도 '문득' 한 문장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때도 있다. 별것 아닌 말장난이 '문득' 나를 위한 개그콘서트인 것 같아 책을 붙잡고 박장대소를 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문득'이 에세이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박정민의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은 '문득'이 참 많은 책이었다.

 

​피식피식 웃으며 '아~골 때리네.'를 연발하며 읽어간 <쓸 만한 인간>.

 

포스트잇을 꺼내 책 곳곳에 붙여두었다. 우울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날, 책 속 곳곳에 숨어있는 문장들이 요즘 나에겐 그 어떤 것보다 웃음과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작가의 피와 땀이 뚝뚝 떨어져 있는 글을 보며 웃음이 난다고 하다니 작가에게 문득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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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재일 수 있다 - 당신의 재능을 10퍼센트 높이는 신경과학의 기술
데이비드 애덤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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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지능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짐을 우리는 잘 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더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싶어 한다. 천재에 열광하고 어떻게 그들처럼 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의 저자는 지능을 높일 수 있는 신경과학 기술에 대한 소개와 뇌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손쉽게 지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나열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는 신경과학을 기초로 뇌를 정의하고 인지강화의 미개척 영역을 탐구한다. 저자 스스로가 실험체가 되어 뇌 자극의 전후를 비교하는 등 뇌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를 들어준다.



잠재력 개발을 위한 신경과학의 혁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잠든 뇌를 깨우고 싶어 한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의 저자 데이비드 애덤은 실제로 인지강화 기법으로 지능을 향상시켰다. 지능을 높일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자신에게 실험했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이 바로 <나는 천재일 수 있다>이다.


이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뇌 자극기를 통해 지능이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주제이다.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약물을 직접 먹어보고 뿐만 아니라 뇌 자극기를 실험해 본 저자의 체험담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뇌과학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도와준다.


가미카제 조종사들에게 대해 알려지지 않는 사실이 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애국자들이 사실은 마약류로 분류된 중추신경 흥분제인 메스암페타민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쟁 후에도 일본은 약물에 중독되어 있었지만 1951년 더 이상 약물을 일상적으로 복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예외였다. 그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약물을 섭취했고 60여 년이 지금까지 약물은 근절되기는커녕 스마트 약물로 더욱 대중화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직접 이 스마트 약물을 구해 복용하고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설명한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뇌 자극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간질 치료법으로 사용했던 뇌 전기 자극 기법이 뇌를 업그레이드 하리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뇌 자극으로 신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지 직접 시험했다. 55달러, 9볼트짜리 직사각형 건전지로 뇌 자극을 받은 작가의 뇌는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천재일 수 있다>는 여러 가지 뇌 결함과 서번트 증후군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리고 선천적인 결함뿐만 아니라 머리에 충격을 받고 서번트가 된 사람들을 소개한다. 뇌진탕을 겪고 난 후 그림의 천재적인 능력을 보인 핍 테일러라는 여성과 같은 사람을 후천적 서번트라고 부른다. 뇌의 자극으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인간의 뇌가 가진 무한하고 신비로운 능력에 대해 놀랐다.



지금보다 똑똑해질 수 있다면? 뇌의 숨은 잠재력을 깨울 수 있다면?


당신은 약물을 먹고 전기 자극기를 머리에 댈 수 있겠는가. 아마 단 한 번의 혹은 그 이상의 자극이라도 뇌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천재성을 깨울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당장 약을 입안에 털어놓고 약한 볼트지만 전기 자극기를 잡을 것이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간단한 방법으로 지능을 올릴 수 있다는 유혹은 쉽게 포기하기 힘든 것임에 분명하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에서 말하는 '당신의 지능을 10퍼센트 높이는 신경과학의 기술'이 손쉽게 지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뇌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자신에게 직접 시행한 자극, 뇌의 결함이지만 반대로 천재성을 보이는 여러 가지 사례에 대해 설명하며 신경과학 기법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뇌를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다.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자기계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를 읽었다면 지금부터 나의 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깨워보는 자기계발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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