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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노이즈
김태용 지음 / 민음사 / 2021년 10월
평점 :
약 10여년 전에 읽었던 김태용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를 읽었을 때의 충격이 기억나네요. 그야말로 글자자체가 종이에 흩뿌려져 있어서 이 것이 소설인 것일까하는 생각과 분명 읽고 있지만 무슨 내용인지 끝끝내 알 수 없었어요.
그리고 두번째 소설집이었던 「포주 이야기」의 앞에 실린 단편들을 읽었을 때에는 김태용작가님이 유해지셨구나하며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생각을 할 찰나에 뒤에 실린 단편들을 읽을 때 김태용작가님만이 쓰실 수 있는 이야기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이후로 「벌거숭이들」, 「음악 이전의 책」이 출간되었지만 저는 이젠 읽었다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벌거숭이들」만 접하였는 데 「러브 노이즈」라는 신작 장편소설을 민음사에서 출간하셨더군요. 그래서 읽어봤습니다.
저는 하나의 점일 수도 있었던 1989년 조니와 한스가 기린천에서 수영도 하고 돌을 던지면서 놀다 한스가 조니를 물에 빠뜨려 도망치고 쓰러져있던 조니에게 다가온 2010년대에 새로 나왔다가 지금은 완전히 단종된 B29과자를 가지고 있던 목소리가 불쏘시개인 포켓맨을 만나던 시간이 조니에게 영향을 끼치고 도망치다 다리를 다쳐 영영 불구가 되어버린 한스에 대한 소설을 쓰면서 대학생활을 하던 도중 매력적인 이차정을 만나면서 조니가 군대를 가고 차정이 독일로 유학을 가기전까지 연인으로 지내는 1부 부터
2부에서는 열 여섯 이후로 버진이었던 적이 없다며 차정이 조니에게 늘 말하던 동생 차미가 부사영이 되어 미국에서 잔혹하게 죽어버린 차정의 흔적을 찾다가 차정의 사건을 소설로 쓴 솔랑쥐를 만나고 3부에서는 솔랑쥐의 증조할머니의 과거이야기와 솔랑쥐의 과거 연인이었던 제니퍼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4부에서는 제니퍼에게 들려주려 줄리를 만난 이야기와, 자신의 불우했던 과거들을 녹음하여 제니퍼에게 레터나이프를 들이민 빈센트의 음성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주었는 데 여덟 번의 마침표와 한 번의 물음표, 약 아홉번정도 등장하는 ‘우리는 모래 속에 파묻힌 물고기야.‘라는 문장과 줄리를 언급하면서부터 약 90번 가까이 문장 속에서 불현듯 튀어나오는 억워드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세어보려고 했으나 실패한 것 같고 마지막 장에서는 그렇게 제니퍼에게 피해를 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빈센트의 음성이 전세계에 퍼져 덩달아 나쁜 년이 된 줄리가 여성 약물중독자를 위한 인권센터에서 차미를 만나 위독했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간 제주에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하순한스를 만나 차미가 모르고 있던 어머니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 이야기가 소음처럼 들리지만 이 소설은 김태용작가님만이 쓸 수 있다는 분명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윤기를 뽐내는 풀들이 있다. 바람에 젖은 풀들이 있다. 시든 풀들이 있다.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풀들이 있다. 자라고 싶어도 자랄 수 없는 병든 풀들이 있다. 풀도 아니면서 풀인 척 풀 속에 숨어 풀이 되기를 기다리는 풀들이 있다. 풀이 되기 싫어 풀에서 벗어나려고 온갖 풀 짓을 다 하는 풀들도 있다.‘ (15~16쪽, 263쪽)라는 문장은 김태용작가님이 아니면 쓰지 못할 것이라고 단연컨데 말할 수 있어요.
읽으면서 34쪽에 ‘침대를 위한 방이이었다.‘와 219쪽에서 테이블 모서리에 걸터앉아 랩톱의 스페이스바를 눌렀던 코트니형사가 220쪽에서는 코니트가 되어 빈센트 러브를 사랑했나요?라고 묻지 않았다고 쓰여져 있는 것은 오타가 아니라 의도된 것이겠죠?
김태용작가님, 작가님만이 쓰실 수 있는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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