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를 베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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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작가님의 작품들은 대체로 큰사건들이 없고 소소한 웃음을 주는 데 2009년에 도서관에서 빌려본 [감기]나 2012년 초에 읽은 [웃는 동안], 제겐 별 감흥이 없던 장편 [구경꾼들]이 그랬었고 이번에 출간된 6번째 소설집인 [베개를 베다] 역시 우리 일상을 다루면서 소소한 웃음까지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웃는 동안]을 읽고 나서 윤성희작가님의 소설을 읽어본 것이 없어서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없고 굵직한 줄거리가 아니어서 조금 실없어보이는 느낌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구경꾼들]을 읽긴 했지만 내용이 생각이 잘 안나고 느낌을 정리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고모가 운동화 한 짝을 줍다가 담벼락이 무너져 일주일째 병원신세(가볍게 하는 말)를 지고 있고 전선에 앉은 새들을 찍어 「학교종이 땡땡땡」계이름에 맞춰서 엄마에게 선물하는 딸(못생겼다고 말해줘 : 그런데 왜 제목이 못생겼다고 말해줘인지 생각을 해봤는 데 잘 모르겠어요.), 슬리퍼만 신고 다니는 남자친구와 연애한 누나가 외국에 사는 남동생에게 새벽마다 전화를 걸고(날씨 이야기) 필리핀에 어학연수하러 가는 전부인이 전남편에게 집을 부탁(베개를 베다)하고 감기에 한번도 안걸린 남자가 감기에 걸려 하루 쉬게 되었는 데 이틀을 쉬게 되고 화물트럭의 틈에서 쉬고 있던 할머니의 텃밭을 가꾸는 일을 하는 등 특별하지는 않지만 편안해지는 단편들을 읽으니 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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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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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작가님의 작품도 마지막입니다. 200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던 [밤은 노래한다]가 2016년 문학동네에 새롭게 출간되었지만 저는 읽어본 적이 없었는 데 읽어보니 바로 앞에 읽은 3번째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마지막에 실린 (이렇게 한낮속에 서 있다)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일제시대가 시대적배경이긴 했지만 우리 조선이 아닌 멀리 만주나 러시아에 가까운 용정이라는 곳에 파견나온 만철 본사직원이라 측량기사인 김해연이 간도임시파견대의 나카지마 다쓰키중위의 사랑하라는 말을 듣고 우연히 만난 이정희와 사랑에 빠졌으나 이정희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김해연은 영문도 모른 체 잡혀가 고문을 받고 만신창이가 되어 정희가 목을 매던 나무에서 스스로 죽으려다 죽지도 못하고 용정의 사진관에서 일하게 되는 데 그 곳에서 잔심부름을 도맡던 여옥에게 사랑을 느끼고 경성에 돌아가 같이 살려고 했으나 여옥이의 언니 결혼식에 갔다가 토벌대의 습격을 받아 해연만 살아남고 여옥도 살았으나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되는 등 해연의 앞날과 사랑이 처참하게 희망도 가지지 못할 정도로 무너지는 것을 보고 무섭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해방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롤레타리아라는 등 마르크스주의 같은 사회주의와 일본과 중국의 사이에 어느 곳에서 속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고뇌를 담고 있으며 적들이 아닌 어제까지만 해도 웃고 지냈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민생단으로 몰려 총살당하는 등 서로를 믿지 못하고 총을 겨누는 모습들이 섬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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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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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창비에서 출간된 3번째 소설집이자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도서관에서 빌려보았으나 읽지는 않고 반납했던 기억이 납니다. 읽어보려고 펼쳐보았지만 손이 가질 않아 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005년 출간당시 책의 디자인을 했던 윤종윤씨가 2016년 문학동네에서 새로 출간하며 디자인을 하게 되는 군요.) 그래서 2016년에 읽으면서 바로 앞에 읽었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보단 읽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조금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광범위한 시공간적 배경들이나 여러국적의 인물들 그리고 제2외국어들이 소설 속에 등장하면서 여태 읽었던 김연수작가님의 소설들 중 가장 심오하고 다른 느낌으로 오는 것 같습니다.
(그건 새였을까, 네즈미)의 일본어로 쥐라는 뜻의 일본인 네즈미가 영국에 머무르면서 세영과 세희자매와의 불완전한 관계도 은자의 나라인 조선에 조지 워싱턴 브룩스의 약혼녀 엘리자베스 닷지를 찾아 일본을 거쳐 배를 타고 제물포로 가는 탐정 벤저민 스티븐슨(거짓된 마음의 역사),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오르기 위해 자신을 언급하지 않고 자살한 애인이 마지막으로 읽었다는 「왕오천축국전」을 옮기며 소설을 섰던 남자(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도
언어장애가 있는 동생 성수를 데리고 하얼빈에 가서 성수와 결혼할 여자를 만난 형 성재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사살한 안중근의사와 우덕순(이등박문을, 쏘지 못하다)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인물들이 광범위한 시대와 공간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그려가는 작가님이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밤은 노래한다]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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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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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출간 되었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유명한데요. 특히 (뉴욕제과점)이 가장 많이 들어본 것 같아서 왜 그런가했더니 정말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작가님의 자전소설이기도 했고 연필로 쓰신 소설이지만 소설을 읽고나서 군침이 돌았어요. 물론 작가님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뉴욕제과점이야기지만 읽으면서 향긋한 빵냄새가 저를 자극하는 것 같았어요. 작가님이 질려하신 카스테라 부스러기인 기레빠시조차 맛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생양아치인 일명 똥개 재만이(똥개는 안 올지도 모른다), 천문학자가 꿈인 동생 뒷바라지하기 위해 술집에서 일하는 혜지누나(첫사랑), 명사수 도라꾸아저씨(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 시궁쥐, 지붕쥐라고 안하고 라투스 노르베기쿠스나 라투스 라투스라고 말하며 우표수집을 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인 괴짜의사(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고아원출신이나 유순한 성격이며 원재에게 하모니카를 선물한 태식이(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까지 정말 매력적인 인물들이 나오는 이 소설을 저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소설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기억에 남는 구절인데요.
구름 속에 숨어 있는 B, 5월 5일을 좋아하는 I, 수박에서 귀찮은 것 C, 모기가 먹는 것은 P, 당신의 머리 속엔 E, 닭이 낳는 것은 R, 밤말을 엿듣는 것은 G, 입고 빨기 쉬운 T, 기침이 나올 때는 H, 깊은 밤 골목길 조심해야 할 곳은 D,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U, 바로 너야.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 소설의 분위기와는 다르지만 가장 기억에 남네요. 2000년대초 느낌도 나면서 말입니다. 남은 두편의 소설은 다른 출판사에서 먼저 출간했다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소설들인데 소설집 다음에 소설집을 읽기엔 조금 벅찰 수도 있지만 출간된 순서로 따지면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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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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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빠이, 이상]. 이상이 세상을 떠난 날에 출간일로 잡은 출판사 문학동네의 기획력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1년에 문학동네에서 출간했다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네요. 김영하작가님에 이어 출간했던 소설집이나 장편소설이 죄다 문학동네로 출간이 되어서 마치 김연수소설전집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사실 김연수작가님의 소설을 퍼음 접한 것은 2012년에 나온 [원더보이]로 마지막 문장에 치명적인 오타가 나왔던 것이 생각나네요. (초판 2쇄부턴 수정이 되었어요.) 그리고 자음과모음에서 나온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안타까웠어요. 그 일만 아니었으면 문학동네에서 재출간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에요. 2013년에 나온 [사월의 미, 칠월의 솔]까지 읽어보고 작년에 재출간된 [스무 살], [사랑이라니, 선영아],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안읽어봤어요.
이상에 관한 소설을 읽은 것이 작년 12월에 출간된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김석희 작가님의 [하루나기]의 마지막에 실린 단편에서 읽어 본 적이 있는 데 이상을 직접적으로 다룬 소설은 이 소설이 처음이에요.
이상의 데드마스크와 자신의 형이자 이상과 똑같은 일본에서 자살한 이상과 같은 삶을 살려고 했던 서혁민이 쓴 이상전기와 이상이 발표하지 않은「오감도 시 제16호 실화: 잃어버린 꽃」을 가지고 있는 서혁수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다 데드마스크가 진위여부에 휘말리면서 기자직에서 밀려난 김연화. 그런 김연화에게 서혁민이 쓴 글과 발표하지 않은 실화를 받은 입양된 피터 주까지 정말 이상이자 김해경이기도 했던 사람에게 이토록 많은 인물들이 빠져들고 심지어 그처럼 살기위해 일본에서 죽기까지 하는 모습들을 보니 정말 부러웠어요. 물론 이상이자 김해경이기도 한 인간은 괴로웠을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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