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꽃 엄마
한승원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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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아버지」를 읽은 것이 작년 이맘 때였는 데 1년 만에 한승원작가님의 신작「달개비꽃 엄마」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1년 전에 제가 「물에 잠긴 아버지」를 읽고 리뷰를 썼던 것을 봤는 데 줄거리 위주로 썼더군요. 물론, 1년이 지난 지금도 제가 리뷰를 쓰는 방식은 크게 다른 것이 없지만서도 다시 보니 저의 미흡한 글에 조금 더 리뷰를 잘 쓰고 싶었고, 잘 쓸 수도 있었는 데 하는 아쉬움도 남더군요.
「물에 잠긴 아버지」와는 다르게 「달개비꽃 엄마」는 한승원작가님의 자전소설이어서 작가님의 어머니 박점옹(읽고 감상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편하게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과 아버지 한웅기의 첫만남부터 결혼하고 나서의 삶을 살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아 다른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실 준비를 하고 계신 어머니 박점옹이 이야기를 하고 그 것을 토대로 글을 쓰는 작가님의 이야기입니다. 박점옹의 어머니 영엽과 바람처럼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영엽의 어머니 덕도댁.
사실, 저는 `엄마` 나 `어머니`라는 단어를 남들에게 잘 내뱉거나 그 상대에게 불러본 적이 제 기억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저도 엄연히 `엄마`나 `어머니`이자 한 남자의 `아내` 이자 한 `여자` 의 자궁에서 10개월동안 머물고 자라다 나왔지만 그 존재는 덕도댁처럼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제겐 아무것도 남겨준 것이 없습니다. 목소리도, 얼굴도, 함께 했던 추억도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요. 그래서 점옹이 숨을 거두고 염을 하고 화장하여 아버지 웅기 옆에 합장을 했을 부분을 읽을 때에는 아무런 기억조차 없는 데도 더 외롭게 느껴지긴 했어요.
아버지 한웅기가 한 번 키가 크고 장성한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던 순실과 결혼을 했었다가 순실의 장점을 뺀 나머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혼을 하고 전부인 순실 사이에서 태어난 딸 평덕도 있었는 데 일등짜리 딸 점옹의 부모가 결혼을 승낙해준 것(어머니는 처음에는 아이 딸린 이혼남이라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승낙해주셨죠.)이 인상적이더군요.
한승원작가님에게도 물론 자식하나 다 소중하고 그렇겠지만 일등짜리 따님(최근 유명세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는 데
일등짜리라고 늘 아버지에게 칭찬 받던 점옹을 보면서 따님을 보는 것 같아 당사자도 아닌 제가 흐뭇해지네요.
아무튼 올해가 작가님의 등단 50주년인 데 멋진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 더 좋은 글 많이 쓰셔서 작가님의 작품들을 계속 보고 싶고 무엇보다도 만수무강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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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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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이광재작가님의 「나라 없는 나라」를 읽었던 벌써 작년이었군요.
1년이 지나 이제 6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박주영작가님의 「고요한 밤의 눈」은 스파이가 나오는 스파이소설이지만 그렇다고 꼭 스파이에 국한되지 않고 현실의 모습과 너무 빼닮아 읽는 내내 경악을 금치못하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혼불문학상 수상작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역사와 관련 깊은 이야기들인 데 반해 이번에 읽은 「고요한 밤의 눈」이 이전의 수상작과는 다른 장르를 띄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손쉽게 읽어졌었고
박주영작가님의 작품을 예전에 장편소설「종이달」과 소설집 「실연의 역사」로 접해봤기 때문에 더 쉽게 읽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무 살 이후의 기억이 사라져버린 35살의 X, X의 대학 동창이자 직업이 여러가지지만 X에겐 다큐멘터리 작가 겸 감독인 스파이 Y, Y가 몸담고 있는 스파이 보스인 B, X를 상담해주는 정신과의사의 쌍둥이 동생이자 의사인 언니가 감쪽같이 사라져 언니가 남겨놓은 표식을 찾으며 X를 상담해주는 D, 그리고 X의 친구이자 Y가 잠시 감시했던 잊혀져가는 소설가 Z. 이 다섯명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현실과 너무 빼닮아서 이 것이 스파이에 관한 소설인지 스파이가 등장하지만 지금 이 사회에도 가면을 쓰며 진실을 은폐, 조작하고 거짓이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군인지 아군인 척하는 스파이인지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그리고 「실연의 역사」이후 한동안 뜸하셨는 데,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신 동안 수많은 죽음들이 있었는 데 그 죽음들을 기억하고 살아가기 위해 이 소설을 쓰셨으며 지금도 계속되는 현실을 이 소설에 반영하였다고 작가의 말을 쓰셨는 데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저는 비록 소설가도 아니고 글을 쓰는 일도 하지 않지만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할 수도 있지만 후회만 하며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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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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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읽었던 「첫사랑」이 폭력으로 얼룩져있다면 신작인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속이고 그 속임에 당하는 인물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블랙박스)에서는 이름이 같은 소설가와 블랙박스를 판매하던 남자가 형, 동생하며 친해지는 데 소설가의 이름으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하다 재미를 느껴 장편소설을 쓰려고 하지만 소설가는 반대를 하고
(먼지의 시간)은 아예 대놓고 사기꾼의 냄새를 풍깁니다. 병원에서 치료불가능한 병을 M의 고안하낸 자연요법으로 다 낫는다는 소식을 듣고 신호도 잡히지 않는 산 깊은 곳까지 가서 M을 만나는 데 그야말로 허풍과 과장투성이어서 같이 갔던 I와 Q는 M의 이러한 행태에 비난하지만 정작 M을 신뢰하지 않던 `나`가 M을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더군요.
(매달리다)에서는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고 고문을 당하며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자신의 삶 또한 처참하게 망가진 남자가 그토록 보고 싶던 아들을 만났으나 자신과 인연을 끊는다는 각서를 썼고 (골짜기의 백합)은 계주가 곗돈을 들고 사라지고 외딴 섬에 팔려가는 등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등장합니다.
(사냥꾼의 지도)는 별볼일없던 자신의 첫 희곡이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에 원작과 조금씩 달라진 연극으로 참여하게 되어 아비뇽에 가게 된 작가가 자전거로 프랑스 아비뇽 여기저기를 다니게 되는 데 프랑스어를 할 줄 몰라 Google의 지도만 믿고 다니다 큰 낭패를 겪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나는 너다)는 지금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속고 속이는 세상에 그 것도 헬조선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국에 살아가는 특정인물로 설정되었으나 결코 특정인물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단편을 읽을 때, 소리내어 읽어봤는데 전 아무래도 아나운서가 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표제작인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앞전에 읽었던 「첫사랑」보다 더 진한 남자들의 사랑을 담고 있는 데 처음 벌거벗은 채 술에 취해 나뒹굴었던 대학생시절부터였겠지만 그 땐 술이 깨고 창피한 마음에 그냥 도망치다시피 했으나 나이가 들어 만나게 된 친구의 낯설고 충격적인 고백에 놀라하면서도 점점 미묘해지는 뭐, 그런 이야기인데요.
해설을 읽어봤을 때 딱히 떠올리는 것이 없었고 제 주관적인 느낌으로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을 봤을 때 서로를 속고 또 속이고 믿었으나 혹은 잘 몰랐으나 알게된 사실에 대해 당혹스럽거나 곤경에 빠지고 억울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인물들의 모습이 마치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지 않은 (몰두)의 무언가에 `미쳐있는`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무엇에 `몰두`한 것이 있는 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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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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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작가님의 소설집「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와 「조동관 약전」에 실린 단편들 중에서 엄선하여 새롭게 편집한 「첫사랑」의 표지를 보았을 때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펼치지 않을 까 생각을 해보았는 데 읽어보니 조직폭력배에 개차반, 쌩양아치들이 판을 치고 폭력으로 가득한 이야기로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처음에 실린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에서는 조직에 몸을 두고 있던 남자가 여자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사고 나 다리 아래로 추락하여 죽기 직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결국엔 엄마를 외치며 빠져 죽었지만 뭔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조동관 약전)도 패륜과 온갖 범죄를 일삼는 조똥깐이 등장합니다.
배달하러 오토바이를 몰다가 사고나서 병원에 입원하지만 자유로워지기 위해 밤마다 병실에서 나가는 아무도 옆에 있어주지 않았던 아이(경두), 병실에 다른 환자가 있음에도 마치 자기 집 안방마냥 담배피고 고기 굽고 아내와 직원, 병원관계자들에게 폭언을 마다하지 않는 부산에서 알아주는 조폭인지 아닌 지는 모르지만 개차반은 확실한 인간(이인실)도 있으며 아는 형에게 된통 당하고 빚쟁이에게 쫒기는 가장(새가 되었네)처럼 미래가 불투명한 인물도 있더군요.
그 중 가장 놀랍던 게 마지막에 실린 (첫사랑)인 데 (첫사랑)에서도 동급생의 심부름을 거절한 전학생에게 동급생이 폭력을 가하게 되고 이런 지옥같은 곳,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동급생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동급생은 스토커마냥 따라다니고 전학생을 찾아다니며 기분나쁜 친절을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동급생에게 점차 끌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첫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단어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둘이 포옹을 하며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남들과는 조금은 다를뿐이지만 (첫사랑)이었다고 확신하게 되더군요.
사실 다음에 읽을 신작 소설집「믜리도 괴리도 업시」에 비하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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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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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기록자 정이현작가님의 9년만에 3번째 소설집인
「상냥한 폭력의 시대」를 출간하셔서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본 적은 있으나 읽어 본 적은 없던 첫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SBS에서 드라마로 방송되기도 했던 첫 장편소설「달콤한 나의 도시」, 고등학생이던 시절 같은 반이었던 나의 앞 번호였고 잊어버리지 않을 이름을 바꿨던 동창의 사물함에서 보던 두번째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 그리고 두번째 장편소설 「너는 모른다」까지
저는 이름과 작품만 들었을 뿐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고 2013년 여름에 나왔던 세번째 장편소설 「안녕, 내 모든 것」이 공식적으로 정이현작가와 만난 첫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짧은 소설 형식인 「말하자면 좋은 사람」은 다른 소설들에 밀려 보지 않았습니다. 사실, 작년부터 정이현작가님의 소설집이 출간예정이라는 소식을 신문기사로 접했으나 출간되지는 않았는 데 이번에 출간 되어 소설집으로는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조은자씨의 알다브라코끼리거북인 바위와 절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항상 있어주는 고양이인형 샥샥이 그들 사이에서 조금씩 조금씩 늙어가는 나(미스조와 거북이와 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홈쇼핑에서 할인행사로 구매한 프라이팬의 뚜껑이 폭발하고 그의 아들이 여자친구를 임신시키고 그 여자친구가 아이를 낳았으나 너무 빨리 태어나버린 탓에 위급한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녀들(아무 것도 아닌 나), 이복형의 은밀한 제안에 휘말리게 되어 결국 망가져가는 그녀(우리 안의 천사),
재일교포인 그녀가 20여년전의 영어를 못하였으나 한국말을 잘하고 공기놀이를 잘하던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Korea 국적의 소녀(영영, 여름)를 추억하고 새롭게 이사장이 된 그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갖고 한때 사랑이었던 사람의 부고를 듣는 25년 근속 중인 고등학교 교사(밤의 대관람차), 시세보다 매우 저렴한 집에 이사를 가게 되었으나 전에 살던 사람이 집에서 죽었으며 쓰레기, 악취투성이었던 집에서 평생토록 살아야 할 부부(서랍 속의 집), 스포츠댄스동아리에서 만났던 생기넘쳤으며 언니라고 부르던 그녀의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의 보조교사(안나)까지 일곱 편의 단편 속에 있는 인물들이 표지에 나와있던 다세대주택 혹은 아파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웃들이어서 친숙하면서도 그 이웃들의 생활이나 상황들을 한집씩 의도치않고 은밀하게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이현작가님의 작품을 많이 접해본 것이 아니어서 사실 읽기는 어렵지 않았는 데 막상 묶어서 이야기하려고 하니 쉽지가 않았습니다. 다른 북플지기님처럼 세련되면서도 냉소적인 면도 느꼈습니다. 앞으로 자주 접해보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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