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제자리에
최정화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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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도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에 실린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의 그녀가 작가 앞에서 책을 내밀지 종이칼을 내밀지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그 부분이 잊혀지지가 않았는 데 최정화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모든 것을 제자리에」를 읽으면서 균열의 강도가 더 높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던 (인터뷰)부터 (푸른코트를 입은 남자), (잘못 찾아오다), (내가 그렇게 늙어보입니까)까지는 24시간하는 무인세탁소에서 세탁물을 돌리며 읽었는 데 그 곳의 습기가 창문에 맺히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읽어 보니 확실하게 최정화작가님만의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으며 나머지 (전화), (손), (오 년 전 이 거리에서), (모든 것을 제자리에)를 읽을 때부터는 거짓말하지 않고 눈 앞이 일그러진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희뿌옇게 보여져서 눈을 몇 번을 비볐는 지 모르겠더군요.
누군가에 대해 의심하고 어떤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나 말들로 인해 누군가의 대한 증오가 내 마음 속에서 조금씩 싹트다가 그 것이 반복되어 악의적인 망상같은 것이 제 머리 속에 가득차있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각이라는 것을 조금씩 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24시간하는 무인세탁소에 비치된 물티슈를 개업기념품인줄 알고 가져가신 할아버지가 물티슈 2개를 사시고 가셨다는 안내문을 보며 500원짜리 동전 2개를 넣어 1시간 에어컨을 틀었으나 2번이나 40분만에 꺼져버린 상황에서 다행히 어떻게 알고 사장님이 오셔서 환불받고 30분 무료로 틀어주셨지만...... 모르겠어요......
그렇게 불안과 의심이 제 마음 속에 조금씩 조금씩 싹이 자라나고 있다는 게......
그리고 (오 년 전 이 거리에서)를 읽으며 6년 간 일했던 9년 전에는 돼지국밥집이었던 편의점을 그만 두게 된 이 시점에서 6년 뒤 편의점이 있을 수도 또는 없너질 수도 있는 그 거리를 다시 가보게 되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최정화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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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조경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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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일요일의 철학」이후 5년만입니다.
읽을 당시에 (단념)이라는 단편이 비교적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는 데 이번에 출간된 조경란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에서는 (11월 30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엄마의 부탁으로 오미숙이라는 여자에게 무엇을 받아내기 위해 문산행버스를 타는 훈이가 양계장을 하는 오미숙을 만나 계란 두 판을 들고 서울로 돌아오는 모습(11월 30일)이 인상깊었습니다.
「일요일의 철학」에서도 (봉천동의 유령)이라는 단편이 있었지만 이 소설집에서도 (저수하에서)라는 단편을 통해 작가님이 살고 계실 것으로 추정되는 관악구 지금의 이름은 행운동에서 집을 구하려고 하는 작가님의 자전적이야기가 돋보였습니다.
사실 저도 저수하라는 단어를 보고 저수지를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작가님이 만났던 택시기사이자 전대통령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물론 우리 주변에도 대부분의 소설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죽음‘이지만 유독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 전반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매일 건강과 시)에서의 B, (11월 30일)에서의 찬이, (오랜 이별을 생각함)의 죽음을 앞두고 있는 현선생, 그리고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만 택시기사로 만나게 된 전대통령(저수하에서)까지......
소설집 제목이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도 좋았지만 논의했던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좋았던 것 같네요.
조경란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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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 바통 2
최은영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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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바통시리즈 2번째인 「파인 다이닝」을 진작에 읽어보려고 했으나 앞서 제가 주기적으로 가는 작은도서관에서 먼저 빌려보신 분이 계셔서 기다렸다가 반납이 된 것을 보고 빌려 보게 되었습니다.
작년 초에 출간되었던 바통시리즈 1번째였던 「호텔 프린스」가 호텔에서 머무르게 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파인 다이닝」은 인물들이 요리를 하는 모습이 소설 속에 녹아있어서 읽으면서 군침을 흘렸습니다.
조만간 두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을 내실 최은영작가님의 (선택)은 부당대우에 맞서 시위하던 철도승무원인 언니와 수녀가 된 동생의 이야기인 데 마지막에 둘째를 낳은 언니에게 미역국을 손수 요리하여 갖다 줄 마지막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컴백홈」 이후로 매우 오랜만에 작품으로 만나뵙게 되는 황시운작가님의 (매듭)에서 아직 살아있는 낙지를 자르는 것을 보던 아이가 낙지가 아프지 않을까?라고 물었을 때 저라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 지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작년 말 로맨스소설「설랑」을 출간하신 윤이형작가님의 (승혜와 미오)를 읽으며 저도 한번 밀푀유나베에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승혜와 미오의 관계를 엄마에게 물어보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미 「디지트월드」로 맛있는 디저트들의 향연을 보여주신 김이환작가님의 (배웅)에서도 달콤하지만 자연적이지 않은 예쁜모양의 초콜릿을 아이들이 받아서 먹는 모습이 귀여웠고 미래 속의 이야기지만 왠지 오래전 이야기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역시 작년 말에 「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 드립니다 합자회사」를 출간하신 노희준작가님의 (병맛 파스타)를 읽었을 땐 「X형 남자친구」, 「오렌지 리퍼블릭」에서 받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첫 소설집「발치카 No.9」으로 제게 강한 인상을 남기신 이은선작가님의 (커피 다비드)에서 카페 다비드의 사장에게 수감된 아들을 부탁하는 편찮으신 할머니의 사연이 너무 가슴 아팠고 올해 초 「홀딩, 턴」으로 만나본 적이 있는 서유미작가님의 (에트르)를 읽으며 이 것은 제 이야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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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주의보
정진영 지음 / 문학수첩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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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진영작가님이 기자출신이었고 박준면배우님의 남편분이라는 것을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 데 「침묵주의보」를 읽으며 지금 제게 처해진 상황도 크게 낫지 않다는 자각을 일으켜 주었습니다.
사실 기자들의 애환을 다룬 소설은 앞서 읽었던 역시 기자출신의 안형준작가님의 「딥뉴스」로 잠시나마 기자들의 삶과 고난등을 눈으로 접해봤는 데 「침묵주의보」는 기자라는 직업의 명암을 다루기늨 했지만 이 것이 단지 기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확연히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열심히 일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인턴기자가 있었지만 단지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국장에게 우연히 듣은 이후 일이 있던 선배기자대신 당직을 대신 서준 날에 신문사 5층 건물에서 스스로 투신하여 생을 마감하게 되었고 그 전에 남긴 유서가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게 되는 데 그 것을 삭제, 축소 심지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난 인턴의 책임도 조금은 있다며 과장을 하거나 교묘히 화살을 돌리는 신문사나 자극적인 것에만 몰려들고 빨리 끓어오르다 시간이 지나고 인턴에 대한 또 다른 의혹이 생기자 죽은 인턴에 대해 악의적인 댓글을 남기는 키보드워리어들을 보면서 이 것이 단순히 인턴기자뿐만이 아니라 열정페이를 강요당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저를 포함한 비정규직에 종사하시는 사람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정규직이라 언제 잘릴지 모르기 때문에 괜히 나섰다가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까봐 정규직 또한 내부고발자가 되어 동료나 선후배들의 따가운 시선과 보복성이 강한 인사이동, 심지어는 해고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기에는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이나 자신이 책임져야 가족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에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고 저 역시도 같은 입장이었다면 대혁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 지 대혁도 고민을 했지만 쉽게 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럴 용기도 못 낼 것 같아요.
정진영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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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방
김준녕 지음 / 렛츠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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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표지가 멋져서 구매를 했던 김준녕작가님의 소설집 「주인 없는 방」을 뒤늦게나마 주기적으로 가는 작은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보았습니다.
표제작이자 첫번째로 실린 (주인 없는 방)에서부터 인상적이었는 데 그건 아마도 저 역시 원룸에 살고 있고 앞서 제가 살던 원룸 방에서 살던 분이 남겨놓은 것으로 추정되눈 빨래건조대와 앉은다리 책상겸 밥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는 개를 낳는다)와 (졸음), (결국 주정뱅이는 주정뱅이가 된다)를 읽었을 때 또한 많은 인상과 공감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런부분같은 것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지 않을 까생각합니다.
‘나는 허탈했다. 무언가를 항상 쌓기 위해 살아야 하나? 돈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뭐든 간에 하나를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시간, 사랑, 기억, 행복. 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술을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게 안은 사람들 웃음소리로 넘쳐났다. 기분이 좋은 듯 사람들은 반복해서 술을 시켰다. 사장은 바쁜 와중에도 빙그레 웃고 있었고, 직원은 밀려오는 주문에 힘들어하며 얼굴에 예민함이 가득했다.‘ (결국 주정뱅이는 주정뱅이가 된다, 126쪽)
김준녕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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