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책을 읽었지만 따로 리뷰를 쓰지는 않았는 데 2018년도 다섯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밖에 남아 있지 않았고 저의 20대의 마지막도 똑같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몰아서 쓰려고 합니다.
구병모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 「단 하나의 문장」을 읽으면서 이미 실현되고 있거나 상용화될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로봇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고 듀나작가님의 「민트의 세계」를 읽으면서 민트의 쌉싸름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역시 임성순작가님의 「우로보로스」 또한 선뜻 읽기가 힘들었지만 수많은 미로 벽에 둘러싸인 기분을 느껴 탈출한다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박지리작가님의 마지막작품인 「번외」를 읽으며 혜성처럼 나타나셨다가 별이 되신 박지리작가님을 생각해보고 테마소설집「사랑의 입자」와 「불안의 주파수」를 읽으면서 ‘사랑‘과 ‘불안‘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이제 청소년은 아니지만 저 역시 고민해보았습니다.
문지혁작가님의 「비블리온」속 책이라는 존재가 금기시되는 세상이 닥쳐온다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는 데 그 세상이 오기 전에 저는 아마 별이 되어버리지 않을 까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예전에 TV에서 13남매와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보았는 데 이은용작가님의 「맹준열 외 8인」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떠올랐고 누카가 미오작가님의 「외톨이들」읽으면서 작년에 읽었던 「달리기의 맛」의 느낌또한 되살아났습니다.
기준영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우리가 통과한 밤」을 여러번 책을 들었다 놓았다하면서 채선과 지연의 관계에 대해 저와 주변사람들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서지민작가님의 「초록털 고양이 포카」는 사람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내고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는 초록털 고양이 ‘포카‘가 자신의 가족을 찾기 위해 정든 집을 떠나게 되는 데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고 슬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세계문학상우수상을 수상하신 조경아작가님의 「3인칭 관찰자 시점」의 혹평 리뷰를 보았던 터라 그리고 앞서 가독성은 좋았지만 너무 가벼웠던「스페이스 보이」, 저와 그다지 코드가 잘 안맞던 「러블로그」를 읽어서 그런지 큰 기대는 안했는 데 읽어보니 흥미로웠고 괴물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괴물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의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최민우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점선의 영역」을 읽으며 점과 선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었고 출판사카페에서 연재하기도 했던 한창훈작가님의 「네가 이 별을 떠날 때」의 어린왕자와 똑같이 생긴 아이를 저도 언젠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다영작가님의 첫 소설집 「밤의 징조와 연인들」을 저 역시 책에 실린 순서가 아닌 작가님이 쓰셨던 단편들 순으로 읽었으며 2쇄가 순식간에 출간되어 저를 당황하게 했던 정세랑작가님의 첫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는 수신지작가님의 일러스트도 인상적이지만 아무래도 수록된 단편들을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 다 읽지 않은 임재희작가님, 김혜나작가님의 첫 소설집 그리고 ‘박진규‘보다 ‘박생강‘이 더 잘어울리는 작가님의 장편 「에어비앤비의 청소부」를 마지막으로 올해를 마무리 할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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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의 숲
이은선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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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호텔 프린스」에서 읽었던 이은선작가님의 단편 (유리주의)를 다시 한 번 읽었는 데 흥미로웠고 화투치던 세 친구와 신혼 부부 그리고 운명처럼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그 인연이 유지가 될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유빙의 숲)이라는 제목을 몇번이나 혀로 굴려보았는 데 막상 읽어보니 너무 슬픈 이야기여서 막연하게 제목을 소리내던 제가 먹먹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상어의 목숨을 건 여정이 올해 초에 읽었던 「혹등고래 모모의 여행」가 덩달아 생각이 났습니다.
(귤목)을 읽었을 때에는 역시나 4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한 세월호 침몰사건이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조금씩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를 보며 희미해져가던 죄책감을 다시금 갖게 되었고
소설에서 접해 본 기억이 없던 ‘영혼결혼식‘이 등장하는 (뼈바늘)을 읽으면서 정작 죽은 당사자는 어떤 말을 직접 내뱉을 수도 없는 데 이런 의식을 한들 크게 달라질까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도주 연작인 (귤, 화), (쇳물의 온도), (파도의 온도)를 읽으며 사랑하던 남편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몽실몽실하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귤‘을 잃어버린 여자 ‘화‘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여태까지 우리에게 흔적조차 드러내지 않고 증발해버린 그 사람의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역시 올해에 읽었던 「파인 다이닝」에도 실렸던 (커피 다비드)를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를테면 평생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살던 어머니가 병이 들어 더이상 일을 할 수도 교도소에 있는 아들이 출소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어 카페 사장에게 남겨질 아들을 부탁하는 모습등이 세밀하게 보였고 제 마음에 아주 큰 파동을 그렸다는 것.
마지막으로 센스넘치는 작가님의 말을 읽으면서 이은선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첫 장편소설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은선작가님의 두번째 소설 「유빙의 숲」을 읽고 난 저의 리뷰를 끝낼까합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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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19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고구마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7
정용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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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시리즈 7번째 소설인 정용준작가님의 「유령」도입부를 처음 읽는 순간 저는 왠지 모를 강한 기시감을 느꼈는 데 소설 뒷장에도 나와있지만 2015년 출간된 두 번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 첫번째로 실렸던 단편 (474번)을 토대로 개작한 것이 「유령」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편 (474번)의 원제목이 (유령)이었다는 것도 뒤늦게 생각났습니다.
단편 (474번)에서는 무려 15명을 죽였고 심지어 어린이도 죽인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 사형이 일찌감치 확정된 474번이 「유령」에서는 12명으로 인원이 줄여졌고 어린이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또 (474번)에서 474번의 면회를 신청하는 의문의 누나가 등장하는 데 「유령」에서는 신해경이라는 구체적인 이름을 가진 누나가 동생인 474번을 버렸으며 그 버릴 수 밖에 없던 이유도 비교적 자세하게 등장합니다.
또한 단편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474번의 성격이나 인간성, 그리도 죄의식 같은 것이 「유령」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서 읽으면서 섬뜩했습니다.
특히 교도소장의 목덜미를 미친개마냥 물어뜯고 옆에 있던 교도관과 474번의 담당 교도관인 윤이 몽둥이로 두들겨도 멈추지를 않은 모습이 눈 앞에 그려졌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폐지 국가입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에서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이다, 형편이 어렵다,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등 갖가지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만 받거나 그마저도 받지 않는 범죄자들이 있으며 인권등을 이유로 사형을 반대하는 분들도 많은 것이 현실인 데 「유령」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특히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고 오히려 희열을 느끼기까지 하는 그런 부류들의 대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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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사슬
최제훈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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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네이버 문학동네카페에서 최제훈작가님이 연재를 하셨던 신작 장편소설「메아리의 고백」이 「천사의 사슬」로 제목을 바꿔서 출간이 되었고 표지를 보았을 때 저는 기대감보다는 약간 실망을 했었습니다.
전작인「나비잠」을 막힘없이 읽었지만 첫 장편소설인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생각한다면 뭐랄까, 속된 말로 쌈마이의 느낌(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너무 멀리 간 듯한 느낌을 받아서 많이 아쉬웠어요.)을 받았는 데 변경된 「천사의 사슬」이라는 제목과 표지를 보아하니 역시 그런 쪽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있어서 그다지 읽고 싶지는 않았지만 읽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연재당시의 제목이었던 「메아리의 고백」이 더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소설을 읽어보니 너무 직접적이라서 「천사의 사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을 했나봅니다.
방화로 인해 벌써 2명이 변사체로 발견되었고 그 사건들을 조사하던 형사 이석 앞에 혼혈이지만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김마롤리라는 의뭉스러운 소년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마롤리가 티말어로 ‘메아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형사와 의문투성인 마롤리의 과거와 방화사건 당일의 행적을 찾아가는 이야기 중간 중간에 이 인물들과 방화로 인해 희생된 인물과 그 인물의 디테일한 면모등을 빚어내는 소설가가 이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삽화처럼 끼워져있었는 데 제가 추리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저에게는 조금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니까 방화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형사와 그에게 자신의 대부분을 고백하는 소년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가의 이야기가 규칙적이지 않고 막 뒤섞여있어서 186쪽의 ‘어디까지가 풍경이고 어디까지가 캔버스의 그림인지.‘ 잘 분간이 되지가 않고 또 ‘캔버스를 들어내면 그 자리에 무엇이 있을지.(같은쪽)‘ 상상조차 되지 않았는 데 후반부에 가면서 다른 분들은 예상했을 지도 모르지만 저는 묵직한 한방을 목덜미에 정통으로 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빙자한 그 뒷이야기(?) 또한 인상 깊었으므로 전작으로 인한 실망감을 꽤 많이 상쇄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구매할 때 이벤트 없었는 데 리뷰하려고 보니 또 생겼습니다.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또 뼈져리게 느낍니다.)
최제훈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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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1-05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웬지 천명관 작가의 궤적을 따라가는
듯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놀라운 데뷔작 그리고 그냥저냥...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도서관에 희망
도서로 신청했습니다.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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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혼불문학상!
저도 「나라 없는 나라」를 시작으로 「고요한 밤의 눈」, 작년 수상작 「칼과 혀」까지 어느 순간 혼불문학상 수상작들을 찾아서 읽어보게 되었는 데
그 8번째를 맞이한 올해 혼불문학상의 수상작가님은 바로 2012년 첫 소설집 「해협의 빛」과 바로 올해 3월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 「첫번째 날」의 전혜정작가님이시더군요.
저는 앞서 출간되었던 소설들을 읽었기 때문에 반가웠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 소설들이 쉽게 읽혀지지 않아서 어떨지도 궁금했었습니다.
지금 다 읽은 시점에서만 보면 일단 잘 읽혔어요.
「해협의 빛」은 2012년 출간 당시에 읽어서 어땠는 지는 사실 잘 모르지만 바로 올해 초에 출간된「첫번째 날」보다 심오하거나 내용자체에 어려움은 없어서 크게 막힘없이 읽었습니다.
한 때 베스트셀러작가로 추앙받았으나 그 이후에 이렇다할 작품을 내시지 못하던 작가 박상호에게 위대하고 존경받는 대통령인 리아민의 전기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그 것으로 인해 리아민을 직접 만나 이야기도 듣고 그 것을 글로 쓰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관심을 받게 되는 데, 표지 뒷면에 보면 기억을 왜곡하려는 자와 기억을 기록하는 자의 권력의 파워 게임이라는 문구가 딱 들어맞았어요.
대통령의 이야기를 토대로 전기를 쓰는 박상호와 그런 박상호에게 100%의 진실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리아민, 리아민의 전기를 쓰는 박상호를 통해 특종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율리같은 기자들, 그리고 그런 박상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김세원 수석비서관같은 리아민 수하에 있는 사람들까지......
정말 많은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엮여져 있어서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전혜정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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