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대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6
최윤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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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작가님의 「오릭맨스티」이 결말부분이 생각났어요. 산사태가 일어나 그들의 차를 모조리 덮어버리는 와중에도 격정적인 사랑을 멈추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이 8년이 지났지만 결코 잊혀지지 않았는 데요.
이번에 현대문학 핀시리즈 소설선 16번째인 「파랑대문」으로 돌아오셔서 시간이 걸렸지만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다 읽고 나서 든 단편적인 생각은 참 이기적이고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픈 형의 재산을 조금씩 뻬돌리고 빨리 죽기 만을 바라던 주정뱅이 아버지, 야반도주를 밥먹듯이 하던 아버지의 불법적인 행동을 묵인하며 나중에는 그 행위를 스스로 자처하기까지, 게다가 사촌동생인 S와 상미를 갈라놓기 위해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상미에게 강압적으로 행하던......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 정우와 결혼한 아니 결혼할 수 밖에 없던 상미가 결혼의 조건으로 내밀던 S에게 용서를 진심으로 구하는 것을 나중에서야 하게 되는 데 직접 대면하지도 않고 USB로 남겨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도마뱀같이 꼬리자르기 도망쳐버리는 이기적인 정우를 상미나 S가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을 까요?
사실 상미에게는 미안하지만 상미에게 결혼 하고 10년만에 찾아온 ‘롤로‘로 인해 행복해지고 더 나은 미래와 희망을 갖게 되는 정우에게 상미가 아닌 제가 속에서 분노가 차오르는 것 같았어요. ‘롤로‘도 그런 이기적이고 자신의 아버지와 빼닮은 정우의 자식으로 태어나기 싫어서 찾아왔다가 되돌아갔을 것이라 생각이 드네요.
원래는 8월에 구매하여 읽으려고 했는 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그리고 읽게 된 와중에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연쇄적으로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졌는 데 아니나 다를까 교도소에서 무기수로 살고 있다고 하는 데 그 진범도 지금쯤이면 편안해지지 않았을 까 아니 공소시효가 끝났을 무렵부터 편안해졌겠죠.
최윤작가님이 생각하시고 쓰신 소설인 데 왠지 다른 느낌으로 제 멋대로 읽어버리고 받아들인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최윤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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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의 영화 - 공선옥 소설집
공선옥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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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읽었던 것이 언제였을 지 생각해보았는 데 수영구도서관 망미분관에서 「영란」이라는 장편소설을 빌려본 것이 생각이 났었어요. 그때가 2010년경이었고요.
그리고 나서 2011년 장편소설 「꽃 같은 시절」을 영광도서에서 구매를 했던 걸로 기억이 나는 데 이 때 교보문고 센텀시티와 부산점에 가서 보니 출간되자 마자 2쇄가 바로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났었죠.
그리고 2013년 장편소설「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를 양장으로 만나보기는 했는 데 그 당시에 읽은 것이라 어떤 내용인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사실 장편만 읽었는 데 소설집은 거의 12년만에 내시는 거였더군요. (「나는 죽지 않겠다」도 소설집이지만 청소년문학의 범주로 들어가니 이 것을 포함하여도 10년이네요.)
제목이 「은주의 영화」입니다.
공선옥작가님의 소설집은 읽어본 적이 없어 이번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데 짧은 분량의 (행사작가)부터 친근하면서도 낯선기분을 느끼게 되었는 데 아무래도 소설 속 인물들이 사투리를 사용하면서 친숙하지만 그 뜻을 잘은 모르기에 알아듣기에는 조금 어렵다고 해야 할까하는 마음이었어요.
(순수한사람)의 아이가 세상을 일찍 깨우쳐 아버지에게 위자료를 받으려고 소송을 어머니에게 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염소 가족)과 (설운 사나이), (오후 다섯시의 흰 달)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은 들어봤기 때문에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읍내의 개)와 (어머니가 병원에 간 동안)은 사실 사투리도 사투리지만 내용들이 암울하고 어두워서 조금 망설이면서 읽었습니다.
이 소설집에서 기억에 남는 단편이 있다면 바로 표제작인 중편 (은주의 영화)인데요.
(은주의 영화)를 읽으면서 제가 중학생때 창의적재량으로 영화제작수업을 1년간 받게 되었는 데 그 생각이 나더군요. 그 이후로 비디오로 영화를 보고 또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서 이제는 영화DVD까지 구매를 해서 보게 되었는 데 아무래도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구매만하고 제대로 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 다 정리하고 아예 영화에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알라딘에 예약DVD 목록을 틈틈히 검색해보고는 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벗어났는 데 은주에게도 ‘영화‘는 아주 중요하고 자신의 삶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메라를 이모에게 들이대면서 점차 은주가 아니라 이모가 되어 이모의 과거를 조명하고 죽은 철규까지 카메라를 통해 불러오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깊었는 데 영화라는 것이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 건물이 붕괴되고 사람과 사람이 신명나게 싸우는 액션이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공하거나 사랑하는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만 사실 보잘 것 없는 우리의 일상을 조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제가 주인공인 제 삶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겠지요.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공선옥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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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염승숙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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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네번째 소설집을 출간하신 염승숙작가님의 신작인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라는 제목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읽는 내내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를 소리내어 읊조려보았습니다.
사실,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라는 제목은 두번째로 실린 (추후의 세계)에서 등장하는 데요. 10년전에 헤어진 우중이 우연히 카페에 방문하였고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 자신의 아내가 있다면서 아내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주는 데 그 때 우중의 아내가 될 사람이 ˝이 세계가 좀, 읽을 수 없이 아름답긴 하죠.˝ 라고 말했고 그 순간 아내가 될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우중을 보면서 뭐라 형용할 수 없었지요.
이 소설집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을 보면 지진이 일어나 이마에 흉터가 생기고(거의 모든 것의 류), 아이를 재미삼아 유괴해버리거나(추후의 세계), 3개월동안 말레이시아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줄 알았던 남편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여 흔적도 없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오래전 고독 연작), 앉은 자리에서 조금씩 구멍이 생기거나(작가와 그의 문제들), 예기치 못하게 생긴 선물같은 아이를 예기치 못하게 떠나보내야 하는 조(충분히 근사해)의 이야기도 있지만 어떠한 계기나 예고도 없이 주머니로 변한 사람을 저 먼 곳으로 택배를 통해 보내게 되는(빗소리와 무無의 소리) 이른바 머리카락이 있는 개구리(거의 모든 것의 류)같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있어서 소설집 제목이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지만 ‘아름다워‘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온통 재난과 고통과 상처들 투성의 이야기들로 가득찼지만 ‘읽을 수 없는 세계‘라는 것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이 세계가 좀, 읽을 수 없이 아름답긴 하죠.˝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것이 소개팅자리든 어디든 간에 그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지 않을 까 싶어요.
염승숙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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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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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이면 제가 세상에 태어나기 13년전이고 저를 만드신 아버지가 10대 후반이었을 시기에 여대에 입학하고 기숙사에 들어가 학년도 학과도 사는 지역도 다른 이들과 한 방에서 입학한 3월부터 여름방학이었을 8월을 제외하고 기숙사를 나오게 되는 11월까지의 이야기를 주인공이자 문학소녀를 스스로 지망하던 국문과 ‘김유경‘ 과 그 주변 사람들을 통해 빛이 분산하여 생기는 프리즘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신 은희경작가님이 「태연한 인생」 이후 7년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들고 나오셨는 데 제목이 「빛의 과거」라네요.
앞서 언급했지만 1977년이면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고 저를 만드신 아버지또한 아직은 10대 후반에 불과했을 시기이고 여담이지만 요즘 안면을 트기 시작한 낮에는 부동산에서 직원으로 밤에는 대리기사일을 하시고 과거에 대형마트에 유제품을 납품하는 일을 하시던 분이 세상에 태어나신 해인데 그 때 대학에 처음 들어간 신입생이나 사회활동을 시작하신 사람들이 지금 2019년에 이르렀을 때에는 이미 사회활동을 하지 않으시거나 여전히 꾸준하게 사회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빛의 괴거」는 1977년에 여자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 여대생들이 겪게 되는 일종의 연대기를 그리고 있고 그 것을 40년이 지난 2017년에 회상하게 되는 주인공과 예상과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인물이 등장하는 데, 사실 1977년이든 1977년이 아니든 간에 어떤 시기를 지나왔고 지나고 있으며 지나게 될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저는 1977년에 대학생이거나 사회활동을 시작하지도 못했지만 제게는 1999년이나 제가 스무살이었던 2009년이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019년이나 하나의 연대기이며 ‘빛의 과거‘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희경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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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 수조
최영건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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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영건작가님의 첫번째 소설집 제목이 「수초 수조」인지 「수조 수초」인지 가물가물했습니다.
그리고 표지가 약간 성의없어 보였지만 그런 것에 큰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수초 수조」에 실린 (수초 수조)를 포함한 7편의 단편들 속에서 비릿한 비냄새를 맡은 듯한 축축한 느낌을 받았는 데 아무래도 (더위 속의 잠)과 (수초 수조)를 제외한 모든 단편들에서 비가 내리거나 내렸거나 비가 오는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 때문에 그런 느낌 : 새벽하늘에 가는 비가 내리거나(감과 비), 거리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며(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탄 기차에서 만난 의문의 남자와 택시를 타면서 비거 쏟아지 시작하고(물결 벌레), 백진의 냄새가 나는 백진의 방에서 열린 유리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은하(싱크홀), 비는 아니지만 비와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눈이 천천히 묵직하게 허공을 가로질러 정원의 바위에 착지(플라스틱들)하는 그런 것들.
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위 속의 잠)이나 (쥐)에서 샤워를 하는 인물들이나 (싱크홀)이나 (수초 수조)에서 물에 담겨 있는 수초들이 물결을 일으키며 흔들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축축하고 몰캉몰캉한 느낌도 드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흔히 있을 작품해설 대신 박민정작가님과 인아영문학평론가님의 추천사가 있었는 데 아마도 표제작인 (수초 수조)가 바로 얼마전에 지면에 발표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때문에 5~6월로 출간예정이었던 이 소설집이 7월 중순으로 밀려난 것 같아요.)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전후로 단편들이 쓰여졌다고 하는 데 그래서인지 (플라스틱들), (감과 비), (더위 속의 잠), (쥐)에서는 아프고 노쇠한 노인들이 (물결 벌레)에서도 짧게 나마 이웃집 노인이 사라져 버린 지호의 아내와 의문투성이의 남자와 나를 위해 운전을 하여 박물관에 데려다주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사실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문득 제 기억 속에서는 사진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떤 사람일 지 곰곰히 생각에 잠겼어요.
한편으로는 2년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인 「공기 도미노」의 가족구성원들을 「수초 수조」에서 또 다른 형태로 보게 된 것 같아 제가 그 당시에 「공기 도미노」를 읽고 썼던 글을 다시 한번 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작품들을 꾸준하게 읽어보고 싶습니다.
최영건작가님, 감사합니다.
(다소 성의 없어보이는 책의 표지도 인상적이지만 책 안에 분홍빛깔의 속표지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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