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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진화심리학 - 데이트, 쇼핑, 놀이에서 전쟁과 부자 되기까지 숨기고 싶었던 인간 본성에 대한 모든 것
앨런 S. 밀러.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박완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진화 심리학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진화론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인가 아니면 심리학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인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그동안 심리학 책들을 많지 읽지 않았기에 프롤로그 부분은 아주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기도 하면서도 설마 그런 현상들(이 책에서 다룬 주제들)이 모두 진화 심리학이라는 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생기면서, 인간 본성이 무얼까?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말 그대도 인간 본성을 진화라는 관점에서 살펴본 것이다. 특히 진화 심리학에는 결혼, 종교, 가족, 범죄와 폭력, 정치 및 경제적 불평등, 종교와 갈등 같은 사회 현상들을 짝짓기의 문제로 해석한다. 인간의 행동은 타고난 인간 본성과 각자가 겪는 독특한 경험과 환경이 낳는 결과물이지만 이 책에서는 후자는 배제하고 인간 본성에 대해서는 주로 설명한다. 왜냐하면 바로 진화 심리학은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새로운 과학이며, 진화생물학을 인간 행동에 응용하는 과학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남성과 여성이 상대편에게 바라는 것을 따져볼 때 인간의 결혼은 일부다처제가 적당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는 뭐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다 있나 싶었다. 또,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교육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와는 달리 1만 년 전부터 이미 태어날 때부터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에 대한 설명도 들어 있다. 또, 가족간 의 문제에서는 가정 폭력 사건의 경우 나이 든 남자와 젊은 여자가 부부일 때 많은 이유,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어린 아이들이 조숙한 이유, 남자들이 금발의 여인을 좋아하는 이유, 푸른 눈동자의 남자가 멋지게 보이는 이유 등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다.
또,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테레리스트가 많은 이유, 남자가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교회에 여자가 더 많은 이유, 성희롱이 계속 되는 이유, 빌 게이츠와 범죄자와의 공통점 등 그 주장의 근거가 타당하지 않을 듯한 이야기들이지만 막상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럴 듯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런 것 보면 참으로 많은 사회적인 문제들을 진화 심리학적인 관점으로 설명해 놓고 있다. 반면에 에필로그에서는 진화 심리학으로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적어 놓았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모든 관점을 짝찟기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이 이상했었다. 그리고 사회는 아주 빨리 진화돼 오고 있지만 인간 자체의 진화는 무척 더디어서 아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주 생소했었다. 이를 진화 심리학에서는 ‘사바나 원칙’이라고 한다고 한다. 즉 초기 현생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아프리카 사바나 등지에서 수렵 생활을 해오다가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에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간의 몸이 농업 생활에 맞게 적응했다고 하는 주장이다. 그 이후에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나 급속도로 변화한 까닭에 인간이 진화할 수 있는 방향을 예측할 수 없었고 따라서 그에 맞춰 진화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 때의 행동을 비춰볼 때 모든 사회적인 현상을 종족 보존의 문제, 즉 짝짓기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에 우리가 많이 들었던, 인간의 행동의 원천을 경험과 환경에서 찾으려는 표준사회과학모델과는 대비되는 주장들이 많아서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아주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한 주장들이 많았다. 막상 들어보면 모두 다 그럴 듯하게 들리기도 하고. 이래서 심리학 서적들이 어려우면서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몇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찾아내고 조사해서 통계를 내서 원인을 찾아내려는 노력들이 대단한 것 같다. “이래서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대”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일관된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남자의 폭력성과 가정 폭력에 대해 읽으면서는 이런 내용을 참작해서 가급적 그런 피해가 생기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종교가 생기게 된 이야기, 신앙인 중에 여성이 많은 이야기들은 아주 흥미로웠다. 정말 그런지는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하겠다. 하여튼 이 학설이 학계의 열렬한 지지를 받든 아니든 간에 인간 본성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서 중의 하나로서 읽어볼 가치는 충분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