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호랑이 - 중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가
피터 나바로 지음, 이은경 옮김 / 레디셋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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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피터 나바로는 무역정책 자문기구 국가무역위원회 NTC의 초대 위원장으로 미국의 무역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한 전공자답게 이러한 국제 정치적 주제를 관련 전공자나 연구자들과는 달리 알기 쉽게 주장하는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과연 미중전쟁은 일어날 것인가‘ 라는 탐구 주제를 놓고 자신과 독자들과의 현명한 해답찾기에 나서는 일종의 게임같은 설정으로 봐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이러한 평가는 책의 앞머리에 미 코넬대 출신의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이 ‘지정학 추리 소설‘을 썼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연유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물론 나바로의 이 책은 허구나 상상이 섞인 소설은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전쟁으로 치달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 어쩌면 불행한 가정에 있기 때문일겁니다.
일독을 하고 보니 근래 미중 관계에 관해 출간된 여느 글들보다 저와 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쉬운 논거와 주장을 바탕으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소주제별로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잠시 생각해볼 질문들을 던지는 것은 기발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번역 또한 딱히 나무랄데가 없더군요. 미국에서는 2015년에 출판된 것으로 나오는데요. 미국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와 있더군요. 그만큼 미중을 둘러싼 국제 정치적 요소들이 최신의 정보와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저자인 나바로의 노력이라 하겠습니다.

제일 처음을 장식한 의미심장한 주제는 ‘투디키데스의 딜레마‘ 입니다. 요약하면 부상하는 패권국과 기존의 패권국이 충돌을 일으킨다는 내용인데요. 이것과 관련해 민주주의 국가는 서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민주평화론‘과 더불어 중국은 독재 상태의 사회주의 국가이므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필연적이라는 주장을 한 학자들이 있습니다. 꽤 많은 글에서 이런 논점을 찾아보실 수 있을겁니다.

중국은 소위 말라카 해협에 거의 대부분의 해상 물동량이 집중되어 있어 이곳을 봉쇄당한다면 국내 경제는 물론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 명약관화해 그런 상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해군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 항공모함 대함 미사일 개발이나 랴오닝 함과 같은 항공모함 취역에 온 국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지난 1994년 필리핀으로부터 탈취한 남사군도 지역의 미스치프 암초 사건에도 기만과 역정보를 동원해 점유했고, 센카쿠/댜오위다오 지역의 영유권 주장과 그로인한 몇가지 사건, 이를테면 일본측에서 불법 조업중이라던 중국인 선장 억류와 관련된 일본측의 굴욕적인 외교 실패와 베트남과의 해양영토와 관련된 분쟁, 인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악 사이친과 아루나찰프라데시 지역의 갈등 등 근래 중국이 벌인 주변국과 관련된 심각한 영토 분쟁에 대해 언급하며 이러한 비타협적이고 배타적인 중국의 행태가 주변국들에게 매우 우려를 안기고 있는 현실입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연구원인 보니 글레이저는 ‘중국이 다른 나라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며 다른 국가가 중국과 중국의 행동을 어떻게 볼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라고 설명하며 이것이 중국의 국제 행위에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겠죠. 그러니까 자국의 이익이라고 불리우는 것에 아주 강압적이고 비타협적인 노선을 보이는 것 말입니다.

이런 중국의 행동이 전략적인 것인지 아니면 국력의 배타적 투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시간이 계속 될수록 미국에게는 더이상 지금의 아시아 태평영 지역에 대한 영향력에 대한 중국의 침탈과 간섭을 불러올 것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두 강대국은 어쩌면 원치 않은 충돌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특히 대만과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내의 동맹국들에 의한 연루의 문제도 상당하고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는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경제적 상호보완이 무조건 전쟁을 예방해주지는 않는다고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가능성과 미국이 택할 선택은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베이징이나 평양이 핵으로 서울과 도쿄를 위협했을 때 미국은 로스엔젤레스를 버리며 이 양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그러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특히 일본은 중국의 세력권에 편입하거나 독자적인 핵무장에 나서거나 할텐데 양자 모두 미국을 포함해 주변에 불행한 결과만을 안길 것입니다. 비대칭 동맹 관계인 이런 한국과 일본의 안보를 책임져야하는 연루의 딜레마에 미국이 자신들 내부의 고립주의적 주장에 굴복하여 동맹을 파기하는 결과로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앞서 소개한 고든 창이 말한대로 미국의 안보 최전선은 하와이나 알래스카가 아니라 서울과 도쿄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제가 간혹 주변의 지인들에게 대화 도중에 가끔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요. 그것은 한국과 일본, 괌 등지에서 군사력을 철수 시키면 과연 중국은 어떻게 나올것인가. 중국은 어떤 식으로 이 지역에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가정은 그 결과가 매우 부정적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도 이 점을 언급하며 실제로 미군이 철수해봐야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알겠으나 그러한 결과를 직접 겪어봐야 알 정도로 중국이라는 국가의 행위는 계산할 수 없는 불예측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미중간의 이러한 전략적 불신관계‘는 해소하기 힘든 부분이며, 중국과 러시아가 소리높여 미군의 아시아에 대한 군사 주둔에 비난해왔지만 이들이 보기에 역설적이게도 한국과 싱가포르, 일본, 대만은 30년이 넘도록 번영을 누려왔습니다. 물론 역대 미국 행정부가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고 칠레의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그라나다 침공 및 최근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도 느낀 바지만 아직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에 대한 영향력이 쇠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중 사이에 대결과 충돌은 더욱더 발생해선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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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차이나 -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와 대담한 선언
쑹샤오쥔 외 지음, 김태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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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앞으로 중국이 가야 될 정치 경제학적 방향에 관해 쓴 글인 이 책은 2007년 이후 ‘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 에 관한 꽤 도발적인 글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다분히 중국 국내의 민족주의적 시선을 염두해 두고 쓴 글이라 판단될 정도로 주장도 그렇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거 또한 꽤 공격적입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참고로 읽어야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실 현재의 중국인들은 자신의 역사를 아편전쟁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판단하는 듯 합니다. 저의 적당한 의문을 섞어 추측하는 표현으로 조심히 썼지만 많은 중국 관련 학자나 전문가들이 아편전쟁 후의 서구 열강이 침탈한 중국 역사를 매우 굴욕적이라고 여긴다고 평가합니다. 사실 아편 전쟁 전의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내지는 중화는 비록 주변국들을 억압하지 않고 군림하는 형태로 조공국의 이데올로기적 시스템이었지만, 현재에도 이러한 과거 역사를 그리워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에게는 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성공적인 경제 발전을 통해 자신들의 국가 지위와 그것에 걸맞는 대접을 받고 싶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현재의 국제적 시스템에서 번영을 누리고 있는 중국이 2차대전 이후 미국과 서구 유럽이 일방적으로 만든 체제라고 해석하며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죠.

바로 그러한 중국 지식인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에 실려 있습니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세계에 대한 지배권이 약화되었다고 판단하며 이제 중국이 지도적인 위치에 서서 국제사회에 할말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입장과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1959년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나고 중국 본토의 공산당 정부가 UN에 가입하고 나서 그동안의 중국 정부의 국제 정책적 기조는 소련 정부와 의견을 같이해 미국과 서구 유럽의 대항하여 전략적 반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것을 꺼낸 이유는 그 당시에도 제3세계에의 지도국의 위치를 자처하며 미소 냉전의 사이에서 그러한 국제 사회에 고유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음에도 소극적으로 나선 것은 당시 중국 정부의 선택이었습니다. 안보리 거부권을 잘 사용해 미국과 유럽의 정책을 무산 시킨것이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정치 행위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해석이죠.

현재까지도 중국 정부는 암암리에 내부의 민족주의적 주장을 묵인하고 있으며 그것의 실제 증거는 일본과의 관련된 사소한 갈등에서 아주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역사 해석 문제는 비판 받아 마땅합니다만 특히 중국 정치권의 이런 민족주의적 카드 선택은 주변국에게 우려할만한 시선을 주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외에 남중국해의 영유권 갈등, 댜오위다오/센카쿠 문제 등 다소간 민족적 속내를 건드리는 문제에 있어서 비정상적으로 대응하는 중국인들의 언동과 행위는 정말 우려될 정도입니다.

어차피 중국이라는 국가가 일당독재 하의 일사 분란한 국가 체제로 돌아가고 있기에 중국인들이 이러한 중국 정부의 묵인 없이 국제 갈등을 일으킬 만한 행동을 일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상황이겠죠. 대충 그림은 그렇게 그려집니다. 이제 앞으로 중국의 경제 발전이 조금이라도 더디게 된다면 중국 정치권은 이러한 민족주의적 발현을 통해 빈부격차 및 도농격차 같은 잠재해 있는 내부 갈등을 돌리려고 할텐데요. 그것이 어쩌면 중국 정부에게 주변국가들과의 갈등에서 출구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원천봉쇄하는 결과를 나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접받고 싶어하는 중국인들로서는 앞으로 그것의 시험대가 될 여러 문제들이 도처에 깔려있는 상황입니다. 모쪼록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중국인들과 중국 정치권의 속내를 좀 더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참고할 만한 글이라고 해석하신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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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독 - 9.11테러 이후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
론 서스킨드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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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출간된 ‘1퍼센트 독트린‘의 재출간 된 론 서스킨드의 ‘전쟁중독‘을 사흘에 걸쳐 일독을 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개정판이라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원제는 The One Percent Doctrine 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분들이 쓴 리뷰를 찾아봤는데요. 크게 읽어볼 만한 글이 없었습니다. 워낙 이런 글들은 수요가 없기도 하니 일단 책을 주문하고 며칠뒤에 받았는데 약간 놀랐습니다. 거의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라 얼마전에 읽은 데이비드 샴보의 ‘중국 세계로 가다‘ 보다 양이 많더군요.

저자인 서스킨드는 미국에서도 매우 신뢰받는 언론인이고, 그런 자신은 퓰리처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되었을때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기사를 접했는데요. 정말 저자인 서스킨드의 엄청난 노력이 느껴집니다. 글 전체를 정의내려 본다면, ‘심층 탐사 보도물‘ 정도가 적당해 보입니다. 여기에 소개되고 평가받는 인물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요직을 차지했던 사람들입니다. 조지 태닛 전 CIA국장을 비롯해, 딕 체니, 도널드 럼스펠드, 리처드 아미티지, 콜린 파월 등 이들의 생생한 현장감이 글 전체에 담겨져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움직였던 내각의 인물들의 언행이 비록 간접적이지만 독자들에게 인식시켜 준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인 서스킨드의 능력이겠죠.

이 글의 전체적인 그림은 2001년 9월 11일 뉴욕발 9.11 테러 이후의 미국의 테러전쟁과 그것을 수행하는 다수의 역할자들, 각종 정보기관과 사우디, 파키스탄, 프랑스, 영국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알 카에다에 대한 실날같은 실마리 잡기 등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접하기 힘든 여러 모습들이 날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후에 아시는바와 같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전쟁 그리고 그 처리 과정과 그로인한 미국의 변화된 모습을 복잡한 심경으로 그려내고 있구요.

곳곳에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도널드 럼스펠드와 딕 체니의 노회한 정치술, 막후 교섭과 같은 행적과 특히 이 양인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 임기시 합심하여 헨리 키신저를 쫓아낸 일을 언급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딕 체니는 미국 역사상 가장 권한이 막강한 부통령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점도 있습니다.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와 대면대면한 사이였으며 그 이유는 자세히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전체적인 상황으로 추측해보면 아버지 부시가 클린턴에 패해 연임에 실패하면서 아들인 조지 부시가 그것에 대해 적잖은 실망을 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적인 문제들이 있었겠죠. 얼마전에 읽은 부루스 커밍스 교수의 글에서 ‘역사 감각이 없다면 지도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혹평을 부시를 향해 했는데요. 여기에서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책 읽는 것을 엄청 싫어하고, 자신의 직관을 믿고 정치력을 발휘하는 식이었다고 평가하는 걸 보니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추진력 강한 종교인과 같은 스펙트럼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첨예하고 복잡한 국제 정치 환경에 오로지 자신의 직관과 깨우침으로 저신의 정치력을 대신하는 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의 위치가 세계 초강대국의 지도자라는 점은 더욱더 그런 우려를 불러일으키죠. 테러리즘을 선과 악의 구도로 정해놓고 세계의 모든 법칙들을 거기에다 대입시켜 해석하는 것은 지도자의 요구되는 이성적인 측면이라는 부분에서 저역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소위 테러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자신들의 헌법이 강조하는 ‘개인의 자유‘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가 개정된 헌법으로 부분적으로 제한받게 되는데요. 세계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영도하는 국가가 테러를 겪고 나서 변하는 모습을 우려를 보입니다. 각 정보국의 행위로 권리를 침해받게 되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의회가 그러한 견제를 해야함에도 의원들에게는 알려도 될 만한 정보만을 제공하고 그것조차도 위원장을 비롯한 소수 의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상황도 나옵니다. ‘단 1퍼센트의 테러 위협 가능성만 존재하더라도 확실한 증거로 간주하고 대응하겠다.‘ 는 딕 체니 부통령의 체니 독트린은 객관적 증거와 사실주의를 한쪽으로 치워버리고 ‘가능성‘ 만으로 미국 시민들과 전세계 무고한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사항으로 이제는 이러한 행위들이 마땅히 견제받지 못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또 한가지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되는 것은 파키스탄의 핵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정일과도 거래한 압둘 카디드 칸 박사의 핵기술 이전 문제도 그렇고 파키스탄에 현존하고 있는 테러 단체들의 존재들로 이 파키스탄의 핵이 과연 안전하게 국내에서 관리될 수 있을지 큰 우려가 들더군요. 얼마전에 미국 정부에서는 파키스탄의 핵은 지극히 안전하다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최초의 이슬람 국가의 핵 보유는 이처럼 불안한 정세에 놓여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과거 알 카에다는 핵 물질을 손에 넣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끝으로 일찌기 조지 오웰은 국가의 이러한 무분별하고 제한없는 감시에 대해 우려했고, 미셸 푸코도 감시 사회가 어떤식으로 인간을 황폐하게 하는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이끌던 네오콘 세력들은 이제는 과거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습니다만 테러와 반테러리즘은 한세기 이상 국제 정치의 큰 테제로 현존하고 있습니다. 그런 근원적 원인에 대한 얼마간의 대답을 이 책이 제공하고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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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협 - 북한 vs 미국, 평화를 위한 로드맵
마이클 오핸론 외 지음, 최용환 옮김 / 삼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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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전통적인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마이클 오핸론과 마이크 모치주카의 공저인 대타협을 이제서야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출판사의 문제인지, 인세와 계약 만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품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도서관이나 헌책방 등지에서 구해 읽으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과 다소 재미난 일화가 있는데요. 2003년 당시 우리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윤영관 장관이 파월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책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화당과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온건파로 알려져 있던 파월 장관에게 민주당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나온 책을 한번 읽어 보시라 건넨 것이 몇가지 정치적 해석에서 논란과 결례가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미국 언론과 파월 장관의 누적된 언행으로 봤을 때 그가 이러한 윤장관의 선물을 모욕으로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저의 개인적인 추측이 듭니다만 어찌됐든 당시에 여러 해석이 분분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요즘 북한과 관련된 일들이 떠들썩하게 어수선한지라 매번 관심있게 찾아보는 글들이지만 이 책도 찬찬히 일독을 했습니다. 1990년대를 거쳐 한 두어번의 북한과 미국의 핵문제를 포함한 관계 해소 기미가 있긴 했습니다만 결국엔 별다른 진전이 전무했습니다. 꽤 시간이 흘러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련한 수많은 서적들이 출판되고 많은 정책 연구자들을 비롯한 학계의 인사들이 이 부분을 연구했습니다만 한국의 수도 서울을 포함한 인질 효과와 전쟁 초기에 발생하는 수십만에 달하는 인명 피해로 인해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심각히 고려했던 군사적 옵션은 동시에 핵과 북한 정권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측에서는 끊임없이 이러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할 것이지만 우리로서는 마땅히 거부해야 될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두 연구자들은 소위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여 매년 20억달러에 이르는 각종 경제적 지원과 완전무결한 사찰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과 미사일의 해결 뿐만 아니라 북한군과 한국군, 주한미군을 포함한 재래식 전력까지 감축시켜 과거의 바르샤바 군축 협정과 같은 로드맵을 제공하여 실제적인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기반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게임의 중요한 행위자인 중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점과 일본의 잠정적인 재무장에 따른 여러 정치적 문제 또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분쟁시 주일 미군과 그들을 지원하는 일본 자위대의 명확한 법적인 정당성에 대해 먼저 고려해야 하지만 간단히 주일 미군과 괌 기지의 미군에 대한 역할에 대해 잠시 언급하여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북한의 도발 해결을 위한 제언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 받을 만 합니다. 더욱이 한반도 통일 이후 한미 동맹의 유지, 이 지역 내에 점차적으로 등장할 중국의 군사적 압력과 팽창에 대한 주한미군의 역할 그리고 한미일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은 꽤 현명한 예측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북한의 핵도발과 미사일 문제는 너무나 많은 스탭으로 악화되어 왔고, 연이어 언론에서 부르짖는 한반도의 긴장 확대가 과연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는 아마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여겨집니다. 사실상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의 군사적 옵션은 매우 제한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냉전 시대에 미소 양국이 하마터면 상황을 오판해 전세계적 핵전쟁의 순간에 발 디딜뻔한 일이 적지 않게 있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하겠죠. 모쪼록 이 한반도의 위기가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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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의 발명 - 미국의 북한 이란 시리아 때리기
브루스 커밍스 외 지음, 차문석 외 옮김 / 지식의풍경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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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반테러리즘의 일환으로 걸맞는 표적들을 통칭해 악의 축으로 규정했는데, 이것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제2차 세계대전의 추추국 (the Axis) 에서 인용된 표현입니다. 바로 이런 불량국가들에 대한 분석과 당시 소위 네오콘이라 불리우던 미국 행정부에 있는 주류 정치 세력에 대한 비판으로 3명의 저명한 학자들에게 원고를 부탁하는데, 그 부탁을 한 사람은 미국의 저명한 출판인인 안드레이 쉬프린입니다. 그는 출판사 뉴프레스를 세운 사람입니다. 미국에서도 손꼽힐정도 인정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죠.

이 책에는 쉬프린이 원고 청탁을 건네 3명의 학자들의 글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시카고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인 브루스 커밍스와 뉴욕 시립 대학의 역사학과의 교수인 에브란드 아브라하미안, 미국평화연구소 선임 연구 위원인 모셰 마오즈 입니다.

책의 원제인 Inventing The Axis of Evil 은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한다면 ‘악의 축 꾸며내기‘로도 바꿀 수 있지만 우리에게 번역된 제목은 ‘악의 축의 발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당시의 부시 대통령이 어떠한 심정과 역사적 배경을 인지하고 그러한 표현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꼬집은 대로, 역사 감각이 없다면 지도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 부시 대통령 자신은 통달한 지식으로 인한 깊은 사유없이 주변의 네오콘들에게 조언과 때론 얼마간은 수동적인 리드를 당했음에도 지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처칠과 같은 언행을 흉내내기에 바빴던 그런 이중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민주주의 국가가 외부의 위협을 걱정할 정도로 허약하고 모순에 가득찬 상태라고 의심하지 않지만 당시에 미국의 정치권은 이른바 9. 11 테러로 인한 심각한 안보 위협을 노이로제와 비슷한 심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러한 국내 분위기를 부시와 그의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겠죠. 파이프 라인을 위해 이라크에 개입할 구실을 만들고 전쟁을 수행한 것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이 책은 국내에 2005년에 출간되었기에 여기서 주장된 정치, 외교적인 형태가 수정 또는 첨언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의 사람들이 북한과 시리아, 이란을 좀 더 이해하게 하는데 큰 도움을 제공합니다. 커밍스 교수가 말한대로 북한이 왜 핵을 갖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것과 (물론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까지 그 이전의 미군정의 불성실함과 한국과 한국민에 대한 무지, 보다 입체적으로 김정일의 북한과 클린턴, 부시 행정부의 미국이 북핵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던 여러 입증된 자료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밍스 교수의 원글이 여기에 소개된 번역과 동일한지는 모르겠으나, 이 분의 해학과 풍자적인 표현은 참 거리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한반도와 한국민에 대한 그의 진실한 이해와 동정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커밍스 교수를 실제로 대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물론 그의 한국 전쟁에 대한 수정주의적 입장으로 인해 특히 국내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서구 학자 못지않게 우리에 대한 깊은 이해는 충분히 존중 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얼마전 극적인 타결을 본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된 왜 이란이 핵무장을 하려는 것인가에 대한 답이 아브라하미안 교수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도 이란의 핵개발이 정당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혁명 전까지는 이스라엘과 우방국이었으며, 미국과도 중도 어느 나라보다 가까웠으며 당시 중동에서는 친자본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인 국가가 혁명의 길을 거친 이후, 폐쇄적이며 민족주의적인 주장이 강화되어 지역내 강국화를 부르짖고 중국과 인도의 핵기술을 받아들여 핵을 키우는 배경에 대해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여기에 진보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한몫을 하게 되었죠. 지금은 좀 더 개혁적인 요구가 이란 내부를 변화시키고 있고 종교적인 국가 지배가 많이 완화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브라하미안 교수가 언급한 그 이후의 이란에 대한 것은 시간차가 있어서 보충 설명이 되지 못하는 점은 있는데요. 이란 혁명 이후의 미국과의 관계와 이란이 혁명을 거쳐온 개략적인 정치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점은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유일한 지중해 진출 교두보이자 현재 IS문제로 거의 전국토가 무정부 상태로 빠진 시리아에 대해 모셰 마오즈가 분석한 글도 그동안 궁금했던 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 대해 면밀히 알게 해주고 있습니다. 미국이 IS와 더불어 시리아 정부군까지 축출하려는 행동에 대해 왜 러시아가 반대했는지 그런 지난날의 정치역사적 배경까지 이해 되었습니다. 구소련 시절에 시리아와의 우호 협력 조약을 그때 그때 작위적으로 조절해서 받아들였던 지난 역사가 있음에도 현재의 러시아는 지중해 진출과 시리아와의 준동맹 국가임을 자처해 개입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온전히 푸틴의 의지입니다. 더불어 이스라엘과 레바논, 그리고 예전의 협력 관계였던 이집트, 마지막으로 현재로서도 골치아픈 문제인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에 대한 배경을 이 글을 통해 이해하게 됩니다.

이 3개의 악의 축은 어쩌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었던 관계 또는 문제였음에도 정확한 표현으로 ‘현재는 그냥 한구석에 치워버려‘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을 이슬람의 테러리즘 문제로 인해 부각된 측면이 큽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정치인들 혹은 정치세력들은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 머뭇거리지 않지만 이 악의 축의 문제는 미국 자신들이 깊숙이 관여해 있다는 측면에서 자기모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미와 관련해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한국인들은 미국인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고통을 겪어 왔다. 미국은 수십 년 전에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빌 클린턴을 제외한) 미국의 지도자들은 노력하지 않는 편을 택했고, 그리하여 이 새로운 세기에 미국은 그 문제와 관련하여 악화된 상황에 놓여있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현명함은 이 악의 축이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문제이며 그 원인 또한 미국의 소홀함이라 이해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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