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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 ㅣ 1881 함께 읽는 교양 12
장 폴 주아리 지음, 이보경 옮김 / 함께읽는책 / 2012년 3월
평점 :
2007년 프랑스의 대선을 앞두고 출간된 책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장 폴 주아리의 작품입니다. 저자인 주아리는 현재 고등학교 입시반의 교사로 재직중이면서 국립 상업 학교의 교수 직함을 갖고 있는 조금 색다른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이 책에서는 민주주의의 간략한 역사와 기원에 대한 정치적, 철학적 해석을 담았습니다. 글은 전체적으로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주장과 서술이 비교적 평이하게 되어있더군요. 추측하기로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쓴 글 같습니다만, 한국에 번역 출간된 2012년에 한국어판 서문에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글이 되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져 있는 만큼 시민이라면 누구나 읽어볼만한 꽤 스펙트럼이 넓은 글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문에서 저의 눈길을 절로 끄는 문장이 있습니다. ‘투표를 하는 나라에서 시민 개인은 사유하고, 토론하고, 읽고, 분석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참으로 적극적인 공감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뒤에서도 언급하지만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국민이 투표로 당선된 자에게 절대 권력을 주었느냐는 물음과 더불어 그리고 정치의 유일한 진리는 시민이라는 명제에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질만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보다 더 격하게 공감하는 것은 투표로 끝나서는 안되며 일상 생활에서 충분히 사고와 성찰하고 책을 놓지 않고, 토론하고 비판하고 분석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그런 국민들이 모여 정치를 비판하고 정치가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일겁니다.
이 책에서 인용된 한나 아렌트의 ˝개인은 자신의 일상 속에서 공동을 위한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 누구도 그에 대해 조금의 관심을 갖지 않는다.˝ 는 주장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하에 정치를 좀 더 개선시키는데에 개인 즉, 시민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는 수많은 정치 철학자들이 말한대로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 또한 똑같이 병들게 하는 것입니다. 정치의 본디 목적은 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이며, 고도화된 생산 수단과 더불어 복잡해진 사회적 양태성으로 말미암아 인간과 인간의 불평등은 심화 되었지만 본디 그것은 인간이 만든 인공적 결과물이라는 판단을 저자는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해석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임마누엘 칸트, 장 자크 루소, 데이비드 흄, 한나 아렌트 등의 사상을 인용하면서 본래의 민주주의적 가치로부터 개개인에게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즉, 고래의 역사로부터 같은 인간을 지배해왔던 계급주의적 속성의 권력관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 제도하의 정치적 통치 행위에 대한 물음과 정치적 지배, 경제적 지배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등에도 깊이 생각할 만한 것들을 도리어 던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플라톤의 국민이 이성에 따라 교육을 받는 이러한 모델이 현실화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국민이 정치적, 시민적 권리와 의무를 가진 의식있는 지식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고대 이론의 낡은 방식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현재의 우리가 영유하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일종의 자본과 기술의 발달 혜택으로 각종 지식과 정보가 손쉬운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꼭 시민 개개인이 고도화되고 고차원적인 지식 습득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자신 개인의 삶을 통해서 충분히 지식을 내면화하고 성찰해 이를 통해 각자가 건강한 민주주의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러한 확장된 결론을 내린것과 같이 주아리의 이 글은 한명 한명의 독자가 좀 더 민주주의의 원리에 가까이 다가서고 여기에 인용된 많은 철학과 정치를 해석해 나름의 민주주의적 정치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